예수진은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소이연은 이미 루카스를 따라갔다. 예수진은 자신의 눈을 비볐다. "도대체 오늘 밤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옆에서 하지수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정말 육현경인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예수진이 다시 한번 확신에 차 말했다. "아니라니까, 그냥 닮았을 뿐이야.” "환생한 것 같아." 예수진이 말했다. "그 느낌을 알아? 육현경이 내 목을 베어 너한테 의자로 쓰라고 준 것 같은 기분이라고.” “나는 더 못 앉겠다." 하지수는 말문이 막혔다. "저 사람 귀신이야, 사람이야?" 예수진은 아직도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수는 눈을 크게 끄며 오늘 밤, 더 이상 귀신에 집착하고 있는 예수진과 대화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혹시 죽지 않았는데 죽은 척하는 게 아닐까?!" 예수진은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며 약간 흥분했다. "조용히 하세요." 경찰이 주의를 주었다. "아, 네." 예수진이는 얼른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육현경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것 같았다. 죽지 않았고 성형을 한 거라면?! 지금 얼굴은 원래의 얼굴보다 잘생기지 않았다. 예수진은 계속 생각했고, 순간 낯익은 얼굴이 경찰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오늘 밤 정말 귀신이라도 씌인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계지원이 이 한밤중에 여기에 오는 모습을 보았을까? “수진아, 예수진!” 계지원은 지팡이를 짚고 곧장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이런, 우연이." 예수진이 몸을 떨며 웃었다. 무슨 이런 거지 같은 운명이 있나? "공교롭게도." 계지원이 말했다. "네 보증인이 되려고 왔어.” “......” "소이연 씨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어." 계지원이 설명했다. 소이연이 나를 배신했다고?!예수진은 자신에게 보증인이 되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바로 인정했다. 근데 소이연이 예수진을 돕기 위해 부른 사람이
송문수의 머리는 아직 짧았지만 여전히 스타일리시했다. "실망시켰네." 송문수는 예수진 앞으로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난 하지수를 데리러 왔는데?” 예수진이 입술을 오므렸다. 뒤에서 송문수의 험담을 하다 현장에서 들킨 예수진은 당황했다. "문수야." 계지원이 그를 부르자 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이리 와서 등록해.” 송문수도 지체하지 않고 옆으로 갔다. 예수진이 하지수를 돌아보자 하지수는 희미하게 웃었다. 예수진은 이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수가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수진은 줄곧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지수가 왜 송문수와 자꾸 연결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속을 마치고 네 사람은 함께 경찰서를 나왔다. 송문수와 계지원은 줄곧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문수가 다리가 불편한 계지원을 생각해 물었다. "내가 데려다줄까?” "아니야, 운전기사랑 같이 왔어.” "그럼 먼저 가볼게.” "시간 나면 같이 밥이나 먹자." 계지원이 먼저 그에게 말했다. "도경이가 네가 나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우리를 부르지 않았다고 몇 번이나 불평했어.” "알겠어." 송문수는 흔쾌히 대답하며 앞에 대기하고 있는 두 대의 검은색 세단 앞으로 갔다. 그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고 심지어는 뺑소니로 도망갔기 때문에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먼저 갈게." 하지수는 송문수가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재발리 예수진에게 말했다. 예수진은 송문수의 거만한 표정을 보고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자신의 감정은 잊기로 했다. 하지수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예수진 본인의 감정도 엉망진창인 상황에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겠는가? 예수진은 하지수를 그렇게 떠나보냈다. "우리도 가자." 계지원이 그녀의 곁에서 조용히 말했다. 예수진인 계지원을 바라보았다. "내가 데려다줄게.” "괜찮아요, 택시 타고 갈 수 있어요.” "늦었어.” "늦어도 차는 있어요. 제 휴대전화로 택시 부르면......” "여자한테 안
"어디 살아?" 계지원이 묻자 예수진은 재빨리 대답했다. "명원 아파트에 살아요” "그럼 명원 아파트로 가주세요.” "네." 운전기사가 공손히 대답했다. 승용차는 넓고 조용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거리는 매우 조용했지만 차 안이 더 조용했다. 숨 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예수진은 계지원과 단둘이 차 안에 있는 것이 불편했다. 지난번에 방송국에 갇혔을 때도 매우 불편했었는데 오늘 다시 한번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늘방석에 앉아 벌을 받는 것처럼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예수진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계지원이 그녀를 여러 번 쳐다봤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예수진은 자신의 몸이 차 문에 붙어 있는 것처럼 계지원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계지원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말을 걸으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묵을 지킨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예수진은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 "계 감독님, 감사해요.” "예수진." 계지원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계지원은 예수진이 정말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사실 예수진에게 뛰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계지원은 다리가 불편해 예수진이 조금 더 빨리 걸어도 그녀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계지원이 그녀의 휴대전화를 건넸다. 예수진 정말 자신의 휴대전화를 잊고 있었다. 사실 계지원은 진작부터 돌려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계속 자기와 거리를 유지하려 했기에 차마 말하지 못했었다. "아."예수진은 재빨리 휴대전화를 가져가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그리고 예수진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떠났다. 예수진은 계지원 앞에서 빨리 떠나고 싶었다. 계지원은 예수진이 밤의 어둠 속으로 빠르게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만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놓쳤다. 정말로 놓쳐버렸다!같은 시각, 같은 검은색 다른 승용차 안에도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송문수가 갑자기 말을 꺼냈
승용차가 송씨 별장에 도착했다. 하지수는 문을 열고 내렸다. 송문수가 승용차에 계속 앉아 있자 하지수가 물었다. "안 내려?" "응." "안 들어가?” "안 들어가.” "왜?” "내가 왜 그런 것 같은데?" 송문수가 반문했다. "하지수, 감옥에서 3년을 살고 나온 내가 가장하고 싶었던 일이 뭘 것 같아?" 송문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안 돼?" 하지수가 그에게 묻자 송문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그렇게 잘해? 나는 뭐가 부족하고 네 마음에 안 드는데?” 하지수는 물었다. "가슴이 너무 작아? 아니면 허리가 너무 굵어?” "무리하지 말지.” "내가 무리했다고 했어?” "하지수!" 송문수가 갑자기 화를 냈다. 송문수의 성깔은 그가 어떤 경험을 하든,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고치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송문수는 출소한 후에도 여전히 건들건들하고 자기 계발 따위는 하지 않았고 여전히 성질은 급해서 조금만 화나도 폭발했다. "네 동정 따위는 필요 없어." 송문수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감옥에 갔는지 안 갔는지, 전과 기록이 있든 말든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난 확실히 널 좋아해. 이건 인정해." 하지수가 갑자기 툭 하고 내뱉었다. 송문수는 비웃었다. 일찍이 예상했던 일이라 감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넌 내가 널 좋아할 기회를 주지 않았어."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너는 나를 밀어내잖아. 이렇게 하면 우리 사이가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겠어?” "내가 언제 우리 사이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어?” "우리는 부부야.” "아까는 이혼을 얘기했잖아.” "하지만 동의하지 않았어." 하지수가 말했다. "하지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차 문 놔, 가야 해. 시간 끌지 마. 넌 몰라. 난 너무 오래 시간 혼자 보내서 마음이 급하다고! 나가려는 순간 네 전화를 받고 짜증 났지만, 나는
그런데 지금 하지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여보’라는 두 글자가 하지수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설마 그를 부르는 거야?!"하지수, 너 오늘 밤 얼마나 마신 거야! 젠장! 술을 못 마시면 마시지 말아야지! 아니 마셨더라도 나한테 행패 부리지는 말아야지! 난 네 수작에 넘어가지 않….” "송문수,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하지수가 말을 끊고는 갑자기 말했다. 하지수의 눈빛, 표정, 그리고 모든 것이 진지하게 보였다. 송문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언가에 의해 머리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프지는 않지만 느낌이 강렬한 것이 뭐라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 이미 결혼했으니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건 어때?” 하지수는 말했다. "송씨 별장에서 나와서 우리끼리 같이 살면서 애정을 쌓은 게 어때?” 송문수는 ‘이건 사실이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건 하지수가 술에 취해하는 헛소리일 것이다!하지수의 입에서 어떻게 송문수와 애정을 쌓자는 말이 나오냐 말이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빨리 그녀의 곁을 떠나기를 바랬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아마도 아주 자유롭게 멋지게 살았을 것이다. 한 번도 감옥에 그를 만나러 온 적이 없었다. 송문수는 스스로에게 하지수를 믿지 말라고 끊임없이 말했다. 하지수가 하는 말을 그저 말 일뿐이고, 결국 고생한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만 송문수는 귀신에 홀린 듯 승낙했다. 그는 아마도 하지수는 술에 취해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긴장하고 있던 그녀의 뺨에 갑자기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미소는 꽃처럼 아름다웠다. 젠장할! 송문수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언젠가 그는 하지수의 손에 죽을 것이다!......소이연은 루카스를 따라 가장 먼저 경찰서에서 나왔다. 그녀는 예수진이 정말로 또 무슨 반인륜적인 일을 저지를까 봐 두려웠을 뿐이다. 술에 취한 예수진이 초점이 흐려서 루카스의 외모를 똑똑히 보지 못하고 루카스를 육현경으로 착각했을 것
“내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그럼 귀신이 불렀나?” 루카스가 되물었다.“경찰은 더럽히면 안 돼!” 소이연은 아주 진지했다.그러자 루카스는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 “네가 경찰한테 시켜서 나한테 전화하라고 한 거 아니야?”“아닌데?!”“경찰이 내 번호도 가지고 있다고?” 루카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너 저번에 싸워서 경찰서 갔을 때, 그때 다 기록됐겠지!”루카스는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가 또 다시 확신에 찬 큰 소리로 말했다. “경찰도 마음대로 생각한 건 아닐 텐데, 이래도 네가 아니라고?”“난 그때 내 비서한테 연락해서 에스코트 좀 해달라고 했는데, 비서가 신혼여행 중이었을 뿐이야.” 소이연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그렇게 큰 회사에 비서가 신혼여행 갔다고 인수인계받을 사람이 없다고? 누굴 속여?!”“그래. 인수인계 받을 사람은 있어. 근데 마침 내 휴대폰이 배터리가 없었고, 경찰서에 내 거랑 맞는 충전기가 없었어.지금 오밤중에 어디 가서 사 오겠어?! 그리고 경찰들도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으니까 너한테 바로 전화한 거지!”“허.” 루카스가 비웃었다. “소이연, 네 말이 맞는 말같이는 들리지만, 함정이 한두 개가 아니야! 네 휴대폰 배터리가 없으면 다른 사람한테 빌릴 수도 있었잖아?”“비서 전화번호 바꿔서 잘 모르고, 겨우 보름 동안 비서 일 대리로 하는데 내가 굳이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잖아......?”“그럼 원래 비서 전화번호도 몰라? 원래 비서한테 전화해서 지금 비서 연락처 알려달라고 하면 해결될 일이지 않나?!”“......” 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지능이 떨어진 건가?“쳇.” 루카스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 말엔 비웃음이 담겨있는 게 분명했다.소이연은 루카스 때문에 정말 화가 나서 말했다.“안 와도 돼! 내가 언제 오라고 했어? 자기가 와놓고 난리야. 네 여자친구는? 같이 있어주지도 못할망정 왜 여기저기 싸돌아다녀?!”“소이연, 내 말 잘 들어.
소이연은 고요한 길거리에 서있었는데 정말 하나도 실망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였다. 루카스가 이런 짓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조금 힘든 것은 휴대폰 배터리가 없다는 것이다.애초에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르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고, 지금은 이미 새벽이고, 또 조금 외진 곳이라서 차 한 대는 물론 사람도 한 명 안 보였다.심지어 방향도 알 수 없어서 걸어서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찬바람이 불어왔다.소이연은 몸서리를 쳤다.날씨가 정말 추웠기에 그녀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스스로 갈지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지 고민하고 있었다.갑자기 익숙한 차 한 대가 돌아와 소이연 앞에 멈춰 섰다.소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창문을 내리더니 그에게 16억을 빚졌다는 듯한 얼굴을 한 루카스가 머리를 내밀고 말했다. “타!”그가 다시 돌아온 것은 정말 의외였다.“타!” 짜증 난 듯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들이 대대로 원수를 지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소이연은 이를 바득거리며 차에 올랐다.바람 쌩쌩 부는 어두운 밤이였기에 화가 났어도 생명의 안전은 지켜야 했다.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바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질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다시 차 안.따뜻한 외투가 그녀에게 던져졌다. “입어!”소이연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감기 걸리면 또 내 탓할 거잖아!” 루카스는 좋게 말하지 않았다.소이연은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옷은 입었다.몸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소이연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옷을 더 여몄다.“다른 생각 하지 마.” 루카스는 뒤통수를 보이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돌아온 건 내가 사리분별을 잘 해서야.”소이연은 대꾸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그저 무사히 집에 가고 싶었을 뿐이기에 그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소이연, 듣고 있어? 난 너한테 관심 없다고.” 루카스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갑자기 뒤를 돌아 소이연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앞에서 기사가 깜짝 놀
돌아가는 길 내내 공기는 매우 고요했다. 정말 쥐 죽은 듯이 말이다.잠시 후 저택에 도착하자 소이연은 차에서 내렸다.내리자마자 차는 유유히 사라졌다.사실 소이연은 예의상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할 생각이었다.과정이 엉망진창이었어도 결국 루카스가 그녀를 에스코트해서 집까지 데려다준 것은 사실이었다.그녀가 뒤돌아 집에 들어가려 할 때, 그제서야 자신이 루카스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됐다, 아무렴 어떠냐!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그녀의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환자는 많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이튿날.예수진은 세 사람의 단톡방에서 “죽는 것만 못하다.”라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일어난 사람?” 예수진이 물었다.“저 일어났어요.” 소이연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기에 아침에 일어나서 구토까지 했다.이마를 짚으니 아마 열이 나는 것 같았다.이따가 일어나서 감기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지수는?” @지수.답장이 없었다.“제일 잘 못 자는 사람이 제일 잘 자고 있네.” 예수진이 단톡방에서 농담을 했다.이때 그녀는 이미 지하철을 타고 방송국으로 가고 있었다.날이 밝으면 바로 리허설을 했다.그녀는 일어날 때 정말 죽을 것 같았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소이연, “대표님인데도 늦게까지 자지도 못하고, 왜 저 같이 일하는 사람처럼 목숨을 걸어요.”“머리가 너무 아파서 잠이 안 와요.” 소이연은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됐지만, 확실히 몸이 좋지 않았다.그럴 정신도 없었다.“다음부터는 이렇게 많이 마시면 안 되겠어요.” 예수진이 말했다.“네, 다음엔 살살해야겠어요.” 소이연도 동의했다.“말이 나와서 그런데, 저 혹시 어젯밤에 꿈꾼 거 아니죠?” 예수진이 물었다. “육현경을 본 것 같은데......”“육현경 아니에요. 자료 보내줄게요.” 소이연은 예전에 천우진이 보내준 자료를 단톡방에 보냈다.예수진은 급히 자료를 열어 루카스의 모든 정보를 자세히 보았다.점점 이상한 느낌이었다.진짜 말도 안 돼.
송문수는 침묵했다.어둠 속에서 하지수는 그의 반응을 전혀 볼 수 없었다.그가 말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그가 원치 않는 것이 아닌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말했다.“우리는 정말 서로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르며,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을 난 부인하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차갑게 입술을 다물며 말했다.“억지로 강요할 필요 없어.”“내 말 좀 들어줄래?”하지수의 목소리에는 간곡한 요청이 담겨 있었다.송문수는 침묵을 선택했다.침묵은 묵인이었다.하지수는 다시 용기를 내어 말했다.“그 당시 나는 송승우가 나에게 매우 좋다고 느꼈을 뿐이야. 집에서 큰 사고를 당한 후 그는 나를 울리기만 하는 당신과 달리 정말 오빠처럼 나를 보호하고 따뜻함을 주었어.”송문수는 침을 넘겼고 그때의 기억도 떠올랐다.집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하지수를 부모님이 데릴라 갔고 우리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그가 오기 전에는 하지수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녀는 하지수가 예전처럼 송원위안과 놀러 온 줄 알았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뒤를 따라다녔고 오빠 소리를 귀찮을 정도로 종알거리며 다녔다.그래서 그때 하지수가 왔을 때 일부러 장난을 친 거도 혼자 있도록 배척한 것이었다.그는 가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작은 벌레로 겁을 주곤 했다.그때 하지수는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냈다.어렸을 때는 별로 저항하지 않고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송문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하지수에게 밀려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당시 나이가 어리고 덩치도 크지 않았던 그는 이렇게 밀리는 것에 굴욕감을 느껴 일어나서 하지수를 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는 힘을 써서 밀지 않았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하지수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그녀는 결국 머리를 부딪혀 피를 많이 흘렸었다.정말 무서웠던 기억이었다.그는 아무 생
가장 긴 토피 의자는 송문수가 차지했다.하지수는 잠옷 차림으로 그의 앞에 서서 그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잠옷은 사실 다소 보수적인 스타일이었다.보수적이라 해도 충분히 송문수의 입이 마르도록 만들 수 있다.마음속에서도 형언할 수 없는 온갖 이미지가 떠오르며 그 잠옷을 찢어버리는 환상이 시작되었다.송문순은 심호흡하고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켰다.일어나자, 하지수는 이불을 토피 의자에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아!”하지수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송문수는 그녀의 몸 전체를 들어 올렸다.그는 워낙 덩치가 커서 그녀를 안는 것은 닭 한 마리를 안는 것만큼이나 쉽다.“송문수, 뭐 하는 거야?”하지수가 비난했다.그 앞에서 그녀는 너무 약해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곤 했다.“침대에서 자.”그는 다소 무례하게 하지수를 침대에 던졌다.하지수는 그 순간 머리 전체가 떨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소파에서 자면 불편할 거야,”“나도 침대에서 잘 거야.”“응?”하지수는 잠시 멈칫했다.잘못 들은 줄 알았다.송문수가 자신을 거절하지 않았던가?그녀가 제안할 때마다 그는 거절했었다.이번에는 왜 타협을 한 거지?다음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은 붉어지기 시작했다.“무슨 생각 중이야?”송문수는 그녀에게 물었다.이 순간 그는 또한 의도적으로 서로의 얼굴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하지수, 왜 이상한 생각을 왜 하고 있어?”송문수의 경박한 눈빛이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나, 나…. 우리는 남편과 아내인데 그런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하지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그런 일?”송문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어느 거요? 응?”“그냥.”하지수는 이 순간 송문수가 아주 위험하다고 느꼈다.금방이라도 먹어 치울 것 같은 착각.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온몸은 긴장 상태에 처해있었다.“그냥 뭐?”송문수는 일부러 그녀를 괴롭혔다.그
송문수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하지수는 통유리창이 있는 식탁에 똑바로 앉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왜 안 먹어?”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는 자신이 화장실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마음속의 욕망은 전혀 억제할 방법이 없었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도 갑자기 머릿속이 요동치면서 다시 터져버렸다.그래서 찬물에 얼마나 오래 몸을 담갔는지 그는 몰랐다.그는 하지수가 여전히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이 여자는 멍청한 게 아닐까?배가 고프다면 먼저 식사부터 하는 게 아닌 걸까?“널 기다렸어.”하지수는 송문수의 불친절한 태도에 화를 내지 않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누가 기다리라고 했으니 빨리 먹어.”송문수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하지수가 그릇과 젓가락을 집도록 강요했고 보복하듯 그릇에 음식을 많이 퍼주었다.하지수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냥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송문수를 보면 온몸이 불편해졌다.그는 말했다.“다 먹어, 지금 너의 약한 모습을 봐봐.”“….”하지수는 살짝 삐친 듯한 말투로 답했다.“안 약하거든, 있을 건 다 있다고.”그녀는 송문수가 섹시하고 통통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옥에 있는 동안 가슴 마사지를 하고 가슴 확대 식품을 먹는 등 가슴을 확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허리 엉덩이 허벅지 등의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많이 했다.송문수는 또 한 번 침을 삼켰다.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차가운 샤워를 오랫동안 해가며 겨우 진정했는데 이 여자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닐지 그는 의심스러웠다.물론 그는 그녀의 몸매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몇 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나게 커졌다.하지만.그는 생각을 멈췄다.송문수는 고개를 파묻고 먹기만 하였다.그는 이런 식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했다.하지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은 조용히 밥을 먹었다.현재 시각은 늦었고 처음에는 잘 느끼지 못
아니면 송문수가 아직 살아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대부분 기쁨의 눈물이었다.울기 시작하면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이었다.“하지수, 또 울면 키스할 거야.”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는 키가 컸다.각이 선 오관은 그가 화난 표정을 할 때마다 더욱 무섭게 만들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그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뿐.그녀는 심호흡하며 몸을 제대로 추스르려고 노력했다.그리고 지금 좀 정신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 순간.“움.”하지수의 마음이 살짝 움직였다.그녀는 송문수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그가 갑자기 그녀에게 깊게 키스하는 모습을 그녀는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입술 사이의 온도를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송문수는 진정된 듯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다.“다시는 내 앞에서 울지 마, 널 괴롭히는 걸 참을 수 없어”이번에는 송문수가 놀랄 차례였다.그는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발끝으로 서서 힘겹게 그의 목에 걸려 붉은 입술을 내미는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송문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넘겼다.그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그는 자신을 공제하고 있었다.“흠.”송문수의 몸이 긴장했다.조금 전, 그는 하지수의 입을 막아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입맞춤했다.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하지수는 직접 작은 혀를 그의 입에 넣었다.조금 수줍어하고 조금 불안해하지만, 대담해진 그녀의 행동이었다.그녀는 그의 혀를 핥았다.송문수의 머리는 순간 로그아웃되었고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었다.입술 사이의 온도는 따끔거리고 부드러워 온몸의 감각을 간지럽히고 있었다.기술이 없는 그녀의 서툰 실력.하지만 그 순간 그는 몸에서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공제할 수 없었다.그녀의 행동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의 머리 뒤쪽을 들어 올려 두 사람 사이의 키스를 격화했다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