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현경 때문에 스스로 한 결심에 타협하다. 그를 위해, 그녀는 사랑을 다시 한번 믿고 싶었다. 육현경은 품에 안겨 있는 소이연을 바라보며,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 그녀가 그의 허리를 더욱더 꽉 끌어안았다. 육현경이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 치른 대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소이연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존재를 실감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계속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아무도 서로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육현경은 기침을 내뱉었다. 소이연이 그때서야 육현경의 몸상태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녀는 육현경을 몸으로 느끼며, 그의 몸에서 손을 떼면 그가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그녀는 이번 일로 무엇인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육현경의 품에서 떨어졌다. 지금 이 순간 육현경은 집에 가서 잘 쉬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들은 서로를 놓아주었다. 소이연은 고개를 들어 육현경을 바라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소이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이전에 육현경에 대해 이렇게 열정적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갈 거야 말 거야?" 소이연이 그를 재촉하며 물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여기서 밤을 새워야 할 수도 있다.그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나가지 않았으니 지금쯤 밖에 있던 기자들은 떠났을 것이다. "가자." 육현경이 소이연의 손을 잡았다. 소이연은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며 살짝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육현경은 얼굴을 찡그렸다. "밖에 기자가 있을 것 같아." 소이연이 말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우리 관계를 아직도 숨겨야 해?” 육현경은 화가 났다. 그녀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렇게 빨
"어?" 육현경은 소이연이 대답하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거야? 소이연, 이 양심도 없는 여자야.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나를 진심으로 받아줄 수 있는 거야? 어떻게 해야 네 곁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거야?” 육현경은 말하면 할수록 흥분했다. "심장이라도 꺼내서 보여줄까... 음!" 육현경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소이연이 까치발을 하고 그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막았다. 육현경의 분노 가득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 이 남자... 정말 쉽게 달랠 수 있다. 육현경은 소이연을 끌어안고 더 깊게 키스하려 했지만 소이연은 또 피했다. "이렇게 해 놓고 또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야?" 육현경은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아니야." 소이연이 부인했다. “방금 네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어.” 육현경은 얼굴빛이 확연히 바뀌었다. 소이연이 자신을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말하는 게 싫은 건가?’ 젠장. 그녀 말고 그는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그녀에게만 할 수 있다. 자신의 속마음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싫다고? 육현경이 폭발하려는 바로 그 순간. 소이연은 말했다. "언제 결혼하면 좋을까?” 육현경의 모든 분노가 순식간에 삭아 들었다. 그의 눈에 충격이 가득했다. 아니, 깜짝 놀랐다.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믿지 못하며, 너무 흥분했다. "진심이야?"육현경의 목소리가 떨렸다.분명 너무 설레고 흥분하고 있었다."난 그냥..." 소이연은 육현경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민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을 뿐이야...”"나도 원해."육현경이 갑자기 진지하게 대답했다."응?""방금 나한테 프러포즈했잖아."육현경이 웃으며 말했다."너에게 대답해준 거야. 나도 원해.”이 남자, 원하는 것을 얻고도 잘난 척하는 남자."가자."육현경은 소이연의 손을 잡아당겼다."밖으로 나가서 사람들한테 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현장을 떠났으면 어떻게 이렇게 큰 특종을 취재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등장에 기자들을 순식간에 그들 두 사람을 에워싸고 그들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사실 소이연의 경호원 네 명은 줄곧 법정 밖에 있었지만 눈치껏 소이연과 육현경의 애틋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소이연이 기자들에게 이렇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급히 가서 도와주려 했지만 소이연이 눈빛으로 거절했다. 오늘 그녀는 오히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싶었다. "육현경 씨, 소이연 씨와 손을 잡고 나오셨는데, 두 분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관계입니까?” "육현경 씨, 이번 소송을 훌륭하게 마무리하셨는데, 지금 심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육현경 씨, 소이연 씨와 무슨 관계입니까, 두 분은 연인 사이인가요? 그럼 심아윤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현장이 많이 시끄러웠다. 그들이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육현경이 말하기도 전해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기자님들 질문에 모두 답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육현경 씨는 이번 소송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한 발짝 물러서서 그를 누르지 말아 주시겠어요?" 소이연은 자신의 몸으로 육현경을 보호하고 있었다. 소이연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한 발짝 물러섰다. 두 사람과 기자들이 거리를 유지한 후, 한 기자는 농담을 건넸다. "소이연 씨, 남편을 너무 열심히 보호하는 것 아닌가요?” 그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웃었다. 소이연은 얼굴을 붉혔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가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난리가 났다. "정말 소이연 씨와 육현경 씨는 연인 사이라는 뜻인가요?" 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아직 식을 올리지 않은 부부 사이입니다. 방금 소이연 씨가 제게 청혼했습니다.” "소이연 씨가 청혼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소이연 씨가 적극적으로 육현경 씨를 쫓
"그럼 기자님은 심아윤 씨가 심씨 가문이 나한테 누명을 씌운 걸 모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요?” 육현경은 기자에게 물었다. “제가 해외에 있을 때 심씨 가문의 해외 호적들은 모두 심아윤 씨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육현경 씨 말은 심아윤이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생각하지도 않고 이용했다는 뜻인가요?" 기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누가 알겠습니까? 심아윤 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육현경은 대답을 피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심씨 가문도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육현경 씨와 소이연 씨는 결국 함께 하시게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기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소이연도 육현경도 기자의 축하인사에 감사를 표했다. "두 분 사이의 감정적인 변화를 간단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 육현경 씨와 심아윤 씨가 약혼했을 때, 소이연 씨는 어떠셨나요? 소이연 씨는 육현경 씨가 이런 방식으로 삶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지지했나요?”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소이연은 숨김없이 답했다. "심아윤 씨와 왜 결혼하는지 저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네가 나를 믿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네가 위험할까 봐 두려웠어." 육현경이 설명했다. "나를 네 편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문을 퍼뜨릴까 봐 그런 거지?” “소이연, 사람이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굴면 안 돼.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안 보여?” "팔, 다리가 없어졌어?” "팔, 다리도 없는데 널 어떻게 안아?” "너..." 소이연은 육현경을 말로 이길 수 없었다. 여기저기 보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기자들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기자들이 취재를 멈추고 말없이 취재 대상의 ‘애정 어린 다툼’을 쳐다보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로를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보고만 있을 뿐이다. "심아윤이랑 결혼하는 날 내가 왜 체포됐는지 알아?" 육현경이 숨을 몰아쉬며 소이연에게 물었
"심문헌 씨가 날 좋아할 리도 없는데 무슨 질투를 해." 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 예수진한테도 질투했었어.” 육현경이 솔직하게 말했다. 소이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남자가 질투를 한다고? "예수진이랑 너랑 같은 침대에서 잤잖아." 육현경의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다. "왜 질투해서 죽지는 않았어?" 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나한테 더 잘해주면 돼." 육현경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소이연은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육현경, 이 남자는 모든 상황을 잘 이용한다. "그나저나 심씨 가문이 네 명의를 이용해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거야?” 소이연이 갑자기 진지하게 물었다. 재판을 하면서 많은 진실이 밝혀졌지만,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니." 육현경은 소이연에게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고 내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오래전에 발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 "그러면 너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소이연은 물었다. "아마도." 육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이연이 입을 다물었다. "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야." 육현경이 설명했다. "난 훌륭한 사람이 아니야, 내 재산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 심씨 가문을 상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거야. 난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할 수 없어. 게다가 사기는 속이겠다고 작정하고 벌이는 일이야. 욕심이 없었으면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거야. 교훈일 뿐이야.” "널 무시하려는 뜻은 아니야.” 소이연이 말했다."나 같으면 할 수 없었을 거야. 무언가를 하기 전에 가족을 보호하는 건 나도 이해해.” "아내의 이해에 감사해." 육현경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가볍게 웃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 남자는 어떻게 '아내'라는 말이
“천우진? 그 사람이 무슨 목적이 있어?” 소이연은 순간 긴장했다.그녀는 계속 육현경이 육씨 가문의 가업을 팔아 넘긴 것이 할아버님처럼 다시는 이런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엮이지 않기 위해, 위험이 될만한 것을 처리하려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속 사정을 들여다보니, 그냥 평범한 인생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느꼈다.하지만 이게 천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넌 아마 예상하고 있었겠지.” 육현경은 소이연을 보며 말했다.소이연은 가슴이 떨렸다.결론적으로는 그녀가 가장 원치 않는 답이었다.“맞아. 천우진이 나한테 일 좀 도와달라고 했어. 근데 지금 육씨 그룹의 간판이 되어버렸으니, 그 사람은 나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자기 옆에서 도와주길 원해.” 육현경이 천천히 말했다.“뭘 도와줘?” 소이연이 물었다. “무슨 야망이라도 있는 거야?”“천씨 가문은 심씨 가문이랑 비슷한 상황이야. 심씨 가문은 내부적인 문제가 많잖아. 천씨 가문의 형제들도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어. 천우진은 날 이용해서 자기 형제들을 밟고 천씨 가문의 상속자가 되길 원해.”“그럼 그 사람이 상속자가 아니야?” 소이연이 물었다.밖으로 알려진 바로는 그 사람이 상속자였기 때문이다.그래도 큰 아들이고, 천씨 가문의 신임을 얻고 있으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의 능력도 있다.그가 천씨 가문을 상속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나도 아직 구체적으로는 잘 몰라.” 육현경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깊게 파헤쳐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꼭 그렇게 그 사람들이랑 엮여야 해?” 소이연은 걱정하는 말투로 물었다. “그냥 다 내버려 두고 나랑 평범하게 살면 안 돼?”“최대한 빨리 그렇게 해볼게.” 육현경이 약속했다.사실 처음 심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리라 다짐했을 때부터 이미 선택권은 없었다.하지만 천씨 가문의 사람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 소송은 애초에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었다.만약 천우진이 오늘 법정에서 재판장을 협박해 계
“그럭저럭이요.” 소이연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든 순간은 육현경의 것이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럼 제가 방해 좀 할게요.” 심문헌의 목소리가 엄숙해진 것이 느껴졌다.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육현경은 확실히 보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안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아윤이가 실종됐어요.” 심문헌이 천천히 말했다.“실종이요?” 소이연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 순간 마치 뭔가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오늘 육현경 씨의 소송이 알려지면서, 저와 할아버지를 포함한 심태섭 할아버지 가족들이 모두 검찰 기관으로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어요. 심아윤은 그대로 구속되었고요. 증거가 충분해서 심태섭 할아버지와 저희는 방금 풀려났는데, 나오자마자 들은 소식이 아윤이가 경찰에 체포된 그 순간부터 실종됐다는 소식이었어요. 낙성 시 아무 데도 없어요.”“서울로 간 건 아니고요?” 소이연이 물었다.천우빈이 서울에 있으니 그를 보러 간 것은 아닐까?“안 갔어요. 장안 시로 왔어요.” 심문헌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방금 알았는데, 어제 장안 시에 왔었어요. 저는 지금 혹시 육현경 씨의 소송을 보러 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안 왔어요.” 소이연은 확신했다.그녀는 심아윤을 보지 못했다.“전 그냥 조금 언질을 드리는 것뿐이에요. 겸사겸사 한 마디 더 하자면, 지금 심태섭 할아버지 가족들이 정치계를 완전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심태섭 할아버지는 이제 정치는커녕 경제 쪽으로도 발전할 수 없어요. 역시 육현경 씨가 강력하긴 하다고 할 수 있죠. 저랑 저희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와신상담, 성동격서, 죄를 뒤집어씌우고 모함하기도 하고... 생각나는 대로 다 해봤는데도 심태섭 할아버지는 여전히 같은 자리였고, 심지어는 이 짧은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엉망진창이 되었죠.”소이연은 심문헌이 육현경을 진심으로 존경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 느껴졌
소이연은 휴대폰을 든 손까지 덜덜 떨리고 있었다.아니.육민에게 절대 아무 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그녀는 애초에 심아윤이 타깃을 육민으로 둘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래도 심아윤과 천우빈은 약혼한 상태이고, 심씨 가문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해도 방금 그 사건뿐이다.도리에 따르면, 심아윤은 지금 이 시기에 자기 분수에 만족하고 본분을 지키면서 장안 시에 오면 안 된다.그래서 소이연은 애초에 그쪽으로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 심아윤이 심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기 전까지는.고로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아니!이 여자는 미쳐도 너무 미친 사람이다.소이연의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고,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업 중인 건지, 무음 모드인 건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걱정 마.” 육현경이 소이연의 모습을 보더니 그녀를 위로했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우리는 그냥 방지하려는 거잖아.”아니.여자의 감이 알려주고 있다. 심아윤은 모든 사람들이 육현경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 육민을 데려갔을 것이다.육민이 심아윤 그 미친 여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소이연은 정말 한 시도 침착할 수 없었다.“휴대폰 줘봐.” 육현경은 침착함을 유지했다.그는 감옥에 오래 있었던 터라, 휴대폰의 전원이 진작부터 꺼져 있었다.소이연은 급히 휴대폰은 육현경에게 건넸다.육현경은 전화를 걸었다. “명진 씨, 지금 당장 민이 학교 교장 선생님한테 연락해 주세요. 제가 곧 민이 데리러 간다고 하시고, 요 며칠 동안에는 저 말고 아무도 민이 데려가지 못하게 해주세요.”“네.”육현경은 전화를 끊었다.차 안은 숨 막힐 정도로 고요했다.전화벨이 또 울렸다.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차 안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맴돌았다.육현경이 전화를 받았다. “명진 씨.”“대표님, 도련님은 오전 10시쯤 누군가가 데려갔다고 하십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도련님의 어머니께서 데려갔고, 심
말을 마친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새 깨어난 지도 모르고 그의 품에 안겨 눈을 감았고 송문수는 다정한 눈을 한 채 떨리는 손으로 제 옆에 누운 하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튿날 아침, 눈을 뜬 하지수는 방금 일어난 탓에 낯선 주위를 한참이나 둘러보고서야 여기가 송문수의 방임을 기억해냈다.관계 빼고는 별짓 다 한 어젯밤이 떠오른 하지수는 얼굴을 붉혔다.혼자 자는 게 습관 되어있어 송문수의 품에 안긴 뒤 빨리 뛰는 심장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새울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그녀는 눈을 감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아마도 바쁜 일정 때문에 피곤했던 것 같다.완전히 정신을 차린 하지수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자고있는 그의 모습은 평소처럼 차갑지 않고 쫙 펴진 미간 덕분에 오히려 부드러워 보여 공격성이 다분하지도 않았다.왜 눈을 뜬 모습과 감은 모습이 이렇게 다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송문수의 얼굴을 찬찬히 보던 하지수는 날카로운 그의 눈빛을 떠올렸다.전에는 그 눈빛이 마음속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아 두려웠었는데 지금의 하지수는 더 이상 잠들어있는 송문수도, 깨어있는 송문수도 두렵지는 않았다.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깨어있는 송문수를 마주할 때는 하지수가 주동적으로 입을 맞출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하지만 잠들어있을 때는 그야말로 하지수 세상이었기에 그녀는 빠르게 송문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하지수는 그 뒤로도 여러 번 입을 맞추다가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릴 때가 돼서야 행동을 멈추었다.물론 자의로 멈춘 건 아니고 입맞춤을 하던 와중에 눈을 떠버린 송문수 때문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깜짝 놀라 잠시 멈칫한 것이었다.당황한 하지수는 빠르게 도망가려 했지만 자신을 눌러버린 송문수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분명 방금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송문수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몽롱한 느낌은 전혀 없는 눈으로 그는 하지수를 빤히 바라보았고 그의 진득한 눈빛을 당해내지 못한 하지수는 서둘러 눈을 피했
“미안해 문수 씨... 평소엔 이때가 아니라서 나도 몰랐어...”“응.”이 일은 애초에 하지수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그녀를 탓할 수도 없었던 송문수는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한탄하며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수를 만나는 날만 기다리며 3년 동안 아무와도 관계를 하지 않았던 그인지라 오늘에서야 비로소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있겠다고 기뻐했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또 일주일을 더 기다리게 된 이 상황에 송문수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한숨을 쉬는 송문수를 본 하지수는 그가 자신에게 실망한 줄로 알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다음에 다시 할까?”하지수의 말에 잠시 멈칫하던 송문수는 이내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해? 생리 끝나면 당장 해.”자신한테 자꾸 일이 생겨버려 송문수가 다른 사람을 찾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던 하지수는 확신에 찬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리며 청심환을 하나 먹고는 말했다.“그럼 편히 자, 난 내 방 가서 잘게.”“어디 간다는 거야?”“내 방 가야지.”“하지수, 네 발로 직접 내 방 찾아와 놓고 이제 돌아가겠다는 거야?”갑자기 터진 생리 때문에 관계를 못 가진 것도 화가 나는데 사람까지 가버리겠다는 말을 들은 송문수는 언짢은 티를 팍팍 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나 생리 와서 어차피 못하잖아.”“그게 왜?”“아까 문수 씨도 생리 끝나면 하자고 했잖아. 지금 하는 건 나도 좀...”송문수가 되묻자 하지수는 아주 난감해하며 답했다.“하지수, 넌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내가 아까 너 안 놔줬으면 여기 진작에 피바다 됐어.”“...”“관계까지 할 사이에 뭘 내외를 하고 그래. 앞으로는 나랑 같이 자.”“앞으로 쭉 같이 자자고? 나랑?”“왜, 싫어?”“아니.”당연히 싫진 않았지만 하지수는 그저 송문수가 관계도 없는 잠을 자신과 함께 자겠다는 게 신기했을 뿐이다.그렇게 순진해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빨리 와서 자. 아까 너무 움직였더니 피곤해.”송문수가 먼저 침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눕자 하
송문수의 입술이 하지수의 입술을 지나 그녀의 귓가에 닿을 때, 이런 식의 스킨십은 처음 해보는 하지수는 온몸이 떨려왔다.태어나서 딱 한 번, 송문수와 차에서 해본 게 전부인 그녀는 송문수의 유혹을 당해내지 못하고 서서히 그에게로 다가가 그의 목에 자신의 고개를 비볐다.그렇게 하지수를 안달 나게 하던 송문수는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걸 확신하고는 점차 행동을 대범하게 하기 시작했다.자연의 섭리인 것마냥 물 흐르듯 움직임을 이어나가던 송문수가 갑자기 멈췄을 때 하지수는 온몸이 뜨거워 나고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온몸이 나른해진 그녀는 송문수의 움직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한참 지나 송문수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가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제 아래에 누워있는 하지수를 보며 정말 이성을 잃을까 봐 걱정된 송문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문수 씨?”하지만 하지수는 아까는 그렇게 늑대처럼 달려들던 사람이 갑자기 말도 안 하고 거친 숨만 연신 내뱉는 게 이상했다.“문수 씨...”“지수야.”송문수가 한참 만에 입을 열자 그 숨결에 의해 뜨겁게 달궈진 피부에는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곧 자신이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아주 아름다운 순간이었는데 다른 여자들한테는 다 곁을 내주면서 왜 자기 앞에서는 갑자기 멈추는 건지 하지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본인이 여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져서 송문수가 싫어하는 걸까 봐 자연스레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송문수가 잔뜩 실망한 듯한 말투로 말했다.“너 생리 왔어.”“뭐?”송문수의 말에 깜짝 놀란 하지수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송문수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속옷에 피 묻어있어, 아마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지수는 수치스러움에 빨개진 얼굴로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이틀 뒤가 예정일인데 왜 갑자기 오늘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민망해 침대에서 뛰어내리다가 하마터면 넘
송문수는 자신의 떨림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하지수도 그의 몸 아래에서 떨리고 있었다.송문수는 이미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예전의 그라면 이미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맡겼을 것이다.그는 조심스럽게 지수에게 다가갔다.지수는 온몸이 긴장돼 있었고 두 손은 이불을 꼭 쥐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송문수의 몸 아래에 있게 됐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단지 지금, 그의 숨결은 몹시 거칠고 심장 소리는 우뢰처럼 커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바를 몰라 했고 곧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때, 송문수의 입술이 서서히 하지수의 입술에 와닿았다.송문수의 심장은 더욱 격렬히 뛰고 있었고 이불을 꼭 쥐고 있던 지수의 두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두 입술이 맞닿은 그 순간, 두 사람은 머리가 하얘졌다.둘만의 공간, 둘만 나누는 부드러운 촉감, 온몸으로 느끼는 서로의 떨림……이것이 진짜 입맞춤이었다.하지수의 뇌리에는 갑자기 전에 송문수의 차에서 나눴던 관계가 스쳐 지나갔다. 단지 관계를 위한 관계였을 뿐, 사실 그녀는 아무런 떨림도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굴욕적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었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오히려 그녀가 리드하고 있었다.송문수가 조심스러워 망설이고 있을 때 그녀가 먼저 리드했다.그는 그녀의 유혹을 당해낼 수가 없었고 둘은 더더욱 서로를 탐하고 있었다.온 세상이 조용해지고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얼마 동안 키스를 나눴는지 가늠조차 못 하고 있었다. 아주 길게 또 아주 짧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입술을 뗀 두 사람의 얼굴은 너 나 할 것 없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이런 경험은 송문수도 처음이였다. 능수능란해야 마땅한 그는 지수와의 키스 후 고장 난 사람처럼 어쩔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저 방금 전의 달콤하고도 아름다웠던 키스에 사로잡혀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온 밤을 그녀와 보내고 싶었다.그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천천히
그는 너무 기뻐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칠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러면 오늘밤에 같이 자는 거 어때?”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푸!” 송문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조금 전에 마시던 물을 내뿜었다.“싫으면 말고…” 송문수의 격한 반응에 지수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그런 거 아니야.” 송문수는 다급히 해명했다.지수는 어리둥절해졌다. 바로 전에 문수가 분명히 아주 격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송문수는 연신 입을 닦으며 말을 덧붙였다.“너랑 같이 자는 게 절대 싫어서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럼 나 먼저 씻을게.” 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네 방에서 잘까? 아니면 내 방?”“난 다 좋아.”“그러면 네 방에서 자자. 네 방이 더 크니까.”“그러자.”“나 씻을게.”“응.”“너도 빨리 씻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얼굴이 타오르듯 빨개졌다.무슨 의미인지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송문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하지수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송문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그는 곧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너무 긴장되어 숨도 안 쉬어지고 물컵을 들고 있던 손도 떨릴 지경이였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로서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고 이런 경험이 처음일 리는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하지수라니, 송문수는 머리가 하얘졌다.그는 남아있던 물을 한 모금에 다 마시고 나서 바로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기 시작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둘 사이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송문수는 샤워를 마쳤다.평소라면 몇분이면 끝낼 샤워를 오늘에는 한번 또 한 번 반복해서 씻었다. 행여나 깨끗이 못 씻었을지 몇 번이나 더 씻은 후 겨우 욕실을 나와 침대에서 하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지수가 이미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지수는 더 오래 걸렸다.아마도 그와 똑
하지수는 민망함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녀는 송문수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직 아이를 가질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송문수도 민망해하며 말했다.“저희 둘 사이 일은 걱정하시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네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이러는 거야.” 송문수 어머니는 핀잔을 주었다.“네가 조금 더 잘했으면 지금쯤 애가 뛰어다니며 놀 나이가 됐을 거야.”“엄마! 그만 하세요.”문수는 더 이상 듣기 싫었다.“그래, 알았어. 근데 내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건데, 너 다시는 지수 같은 여자애 못만난다는거 기억해. 지수 놓치면 평생 후회하면서 혼자 살게 될 거라는걸.”“알겠어요, 알겠다고요.”송문수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어머니의 말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송승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리를 박차 거실을 나갔다.모든 사람의 눈길이 그에게로 향했다.송문수는 송승우가 왜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하지수도 송승우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지수도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가게 된 것이었다.송문수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송승우에 대한 마음은 일찌감치 접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송문수는 시선을 돌렸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안도했다.하지수는 정말 송문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송승우의 돌발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역시나 아버지의 생일파티와 그들에게 아이를 낳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저녁 아홉 시, 송문수와 하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야근을 자주 하는 탓에 이렇게 일찍 귀가한 적은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샤워만 하고 각자 잠에 들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일찍 돌아온 탓에 오히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언제부터인가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눈만 마주쳐도
송문수는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따뜻함은 배가 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송문수 역시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하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로비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문수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문수의 형, 송승우도 앉아 있었다.둘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승우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도발하는 건가? 송문수와 하지수가 일부러 도발을?송문수의 부모님 역시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이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가.문수의 어머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하셨다.“얼른 들어와, 지금 바로 저녁 준비하라고 할게.”“네, 엄마.”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어머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그런 문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게 이렇게도 설레는 일인지 처음 깨달은 듯싶었다.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유독 송승우만 얼굴이 굳은 채로 한 술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고생 많았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어.”송문수 어머님은 반찬을 덜어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송문수 아버님도 문수의 업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도 하시곤 하셨지만, 문수를 지지해 주시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는 시끌시끌하였다. 송승우만 빼고 말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혼자만 쓸쓸한 저녁 식사였다.식사가 끝난 후, 수다는 계속되었다. “곧 너의 아버님 환갑인데 난 시끌벅적 크게 보내고 싶은데 어때?”“좋아.” 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대로 해. 엄마랑 아빠가 기분 좋은 게 최고
업무를 마친 송문수가 고개를 들자, 하지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문수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지수?”지수는 화들짝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송문수를 바라보다가 넋이 나간 것이었다.전에는 문수가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멋져 보였다.선명한 옆선, 뚜렷한 이목구비…문수의 얼굴에는 남성미가 흘러넘쳤다.눈에 콩깍지가 씌었나?지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나기라도 한 듯 심쿵하고 말았다.그녀는 작심이라도 하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더 이상 문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돌아서서 송문수와 눈을 마주쳤다.송문수 역시 지수가,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눈길이 오가는 순간, 송문수는 자신이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었다.사무실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때, 송문수의 전화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타오르던 분위기가 천둥번개를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말았다.하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한편으론 자신의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송문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엄마.”“아직도 퇴근 안 했어?” 전화기 너머로 문수 어머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퇴근하려고.”“기다리고 있을게.”“알겠어.”송문수는 통화를 마치고 하지수한테 말했다.“엄마가 빨리 오라고 하시네.”“그래.”하지수는 가방을 챙기고 송문수랑 같이 퇴근했다.차에 탄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해하고 있었다.평소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를 논의하던 두 사람이 오늘은 서로의 눈은커녕 얼굴을 마주보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하지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썼다.송문수도 역시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뛰기 시작했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가 하지수한테 빠지다니!그녀 앞에만 서면 심장이 고장 날 것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