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수는 송승우의 차에 탔다. 사실, 그녀가 그를 부른 것이 아니었다. 방금 송승우가 그녀에게 전화해서 법률자문을 구했다. 그녀가 그에게 급하냐고 묻자, 그는 매우 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으며, 그에게 와달라고 부탁했다. 차에 올라탄 하지수의 얼굴은 창백했고 몸을 떨고 있었다. "아직도 춥나요?" 송승우가 물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늘한 날씨였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부축해서 차에 태울 때, 그는 그녀의 몸이 얼음처럼 차갑다고 느꼈다. "춥지 않아요." 하지수는 송승우를 한 번 쳐다보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시간이 지체됐네요.” "아니에요, 오늘 볼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지수 씨가 없을까 봐 전화 먼저 해봤어요." 송승우는 가능한 한 하지수를 난처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말했다. "그런데 문수와 싸웠어요? 문수가 지수 씨를 길에 내려놓고 갔나요?” "그런 것 같아요." 하지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송승우 안색이 어두워졌다. "나중에 제가 한마디 할게요. 싸웠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곳에 지수 씨를 혼자 내버려 두고 가요?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요? 어떻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인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배려한 적이 없어요. 가족들이 문수를 너무 끼고 돌아서 성격을 망친 탓도 있어요.” 하지수는 그의 말은 들을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지수 씨를 문수와 결혼시켜서 고생만 시키네요.” 송승우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때 내가 아니었다면...” "억울하지 않아요." 하지수가 송승우의 말을 끊었다. "사실 그때 나는 문수 씨에게 고마웠어요. 문수 씨가 아니었다면 제가 어떻게 송씨 가문에 남아 이렇게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겠어요?” 송승우는 쓸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하지수를 버린 것은 자신인데,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겠는가?
육현경 때문에 스스로 한 결심에 타협하다. 그를 위해, 그녀는 사랑을 다시 한번 믿고 싶었다. 육현경은 품에 안겨 있는 소이연을 바라보며, 그녀의 온기를 느꼈다. 그녀가 그의 허리를 더욱더 꽉 끌어안았다. 육현경이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 치른 대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소이연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존재를 실감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계속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아무도 서로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육현경은 기침을 내뱉었다. 소이연이 그때서야 육현경의 몸상태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녀는 육현경을 몸으로 느끼며, 그의 몸에서 손을 떼면 그가 사라질까 봐 걱정했다. 그녀는 이번 일로 무엇인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육현경의 품에서 떨어졌다. 지금 이 순간 육현경은 집에 가서 잘 쉬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들은 서로를 놓아주었다. 소이연은 고개를 들어 육현경을 바라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소이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이전에 육현경에 대해 이렇게 열정적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말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갈 거야 말 거야?" 소이연이 그를 재촉하며 물었다. 지금 가지 않으면 여기서 밤을 새워야 할 수도 있다.그 둘이 이렇게 오랫동안 나가지 않았으니 지금쯤 밖에 있던 기자들은 떠났을 것이다. "가자." 육현경이 소이연의 손을 잡았다. 소이연은 손가락을 약간 움직이며 살짝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육현경은 얼굴을 찡그렸다. "밖에 기자가 있을 것 같아." 소이연이 말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우리 관계를 아직도 숨겨야 해?” 육현경은 화가 났다. 그녀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금 이렇게 빨
"어?" 육현경은 소이연이 대답하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거야? 소이연, 이 양심도 없는 여자야.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나를 진심으로 받아줄 수 있는 거야? 어떻게 해야 네 곁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거야?” 육현경은 말하면 할수록 흥분했다. "심장이라도 꺼내서 보여줄까... 음!" 육현경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소이연이 까치발을 하고 그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막았다. 육현경의 분노 가득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 이 남자... 정말 쉽게 달랠 수 있다. 육현경은 소이연을 끌어안고 더 깊게 키스하려 했지만 소이연은 또 피했다. "이렇게 해 놓고 또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야?" 육현경은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아니야." 소이연이 부인했다. “방금 네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했어.” 육현경은 얼굴빛이 확연히 바뀌었다. 소이연이 자신을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면 내가 말하는 게 싫은 건가?’ 젠장. 그녀 말고 그는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그녀에게만 할 수 있다. 자신의 속마음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싫다고? 육현경이 폭발하려는 바로 그 순간. 소이연은 말했다. "언제 결혼하면 좋을까?” 육현경의 모든 분노가 순식간에 삭아 들었다. 그의 눈에 충격이 가득했다. 아니, 깜짝 놀랐다.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믿지 못하며, 너무 흥분했다. "진심이야?"육현경의 목소리가 떨렸다.분명 너무 설레고 흥분하고 있었다."난 그냥..." 소이연은 육현경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민이에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을 뿐이야...”"나도 원해."육현경이 갑자기 진지하게 대답했다."응?""방금 나한테 프러포즈했잖아."육현경이 웃으며 말했다."너에게 대답해준 거야. 나도 원해.”이 남자, 원하는 것을 얻고도 잘난 척하는 남자."가자."육현경은 소이연의 손을 잡아당겼다."밖으로 나가서 사람들한테 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현장을 떠났으면 어떻게 이렇게 큰 특종을 취재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등장에 기자들을 순식간에 그들 두 사람을 에워싸고 그들이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사실 소이연의 경호원 네 명은 줄곧 법정 밖에 있었지만 눈치껏 소이연과 육현경의 애틋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들은 소이연이 기자들에게 이렇게 에워싸인 것을 보고 급히 가서 도와주려 했지만 소이연이 눈빛으로 거절했다. 오늘 그녀는 오히려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싶었다. "육현경 씨, 소이연 씨와 손을 잡고 나오셨는데, 두 분은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그 관계입니까?” "육현경 씨, 이번 소송을 훌륭하게 마무리하셨는데, 지금 심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육현경 씨, 소이연 씨와 무슨 관계입니까, 두 분은 연인 사이인가요? 그럼 심아윤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현장이 많이 시끄러웠다. 그들이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육현경이 말하기도 전해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기자님들 질문에 모두 답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육현경 씨는 이번 소송으로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한 발짝 물러서서 그를 누르지 말아 주시겠어요?" 소이연은 자신의 몸으로 육현경을 보호하고 있었다. 소이연의 말을 들은 기자들은 한 발짝 물러섰다. 두 사람과 기자들이 거리를 유지한 후, 한 기자는 농담을 건넸다. "소이연 씨, 남편을 너무 열심히 보호하는 것 아닌가요?” 그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웃었다. 소이연은 얼굴을 붉혔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그런 가요?”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난리가 났다. "정말 소이연 씨와 육현경 씨는 연인 사이라는 뜻인가요?" 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아직 식을 올리지 않은 부부 사이입니다. 방금 소이연 씨가 제게 청혼했습니다.” "소이연 씨가 청혼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럼 소이연 씨가 적극적으로 육현경 씨를 쫓
"그럼 기자님은 심아윤 씨가 심씨 가문이 나한테 누명을 씌운 걸 모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요?” 육현경은 기자에게 물었다. “제가 해외에 있을 때 심씨 가문의 해외 호적들은 모두 심아윤 씨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육현경 씨 말은 심아윤이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생각하지도 않고 이용했다는 뜻인가요?" 기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누가 알겠습니까? 심아윤 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육현경은 대답을 피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심씨 가문도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육현경 씨와 소이연 씨는 결국 함께 하시게 되었네요! 축하합니다.” 기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소이연도 육현경도 기자의 축하인사에 감사를 표했다. "두 분 사이의 감정적인 변화를 간단히 말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에 육현경 씨와 심아윤 씨가 약혼했을 때, 소이연 씨는 어떠셨나요? 소이연 씨는 육현경 씨가 이런 방식으로 삶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을 지지했나요?”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소이연은 숨김없이 답했다. "심아윤 씨와 왜 결혼하는지 저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네가 나를 믿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네가 위험할까 봐 두려웠어." 육현경이 설명했다. "나를 네 편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문을 퍼뜨릴까 봐 그런 거지?” “소이연, 사람이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굴면 안 돼.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안 보여?” "팔, 다리가 없어졌어?” "팔, 다리도 없는데 널 어떻게 안아?” "너..." 소이연은 육현경을 말로 이길 수 없었다. 여기저기 보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고! 기자들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했다. 기자들이 취재를 멈추고 말없이 취재 대상의 ‘애정 어린 다툼’을 쳐다보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로를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보고만 있을 뿐이다. "심아윤이랑 결혼하는 날 내가 왜 체포됐는지 알아?" 육현경이 숨을 몰아쉬며 소이연에게 물었
"심문헌 씨가 날 좋아할 리도 없는데 무슨 질투를 해." 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 예수진한테도 질투했었어.” 육현경이 솔직하게 말했다. 소이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남자가 질투를 한다고? "예수진이랑 너랑 같은 침대에서 잤잖아." 육현경의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다. "왜 질투해서 죽지는 않았어?" 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나한테 더 잘해주면 돼." 육현경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소이연은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육현경, 이 남자는 모든 상황을 잘 이용한다. "그나저나 심씨 가문이 네 명의를 이용해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거야?” 소이연이 갑자기 진지하게 물었다. 재판을 하면서 많은 진실이 밝혀졌지만,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아니." 육현경은 소이연에게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나도 사업하는 사람이고 내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오래전에 발견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 "그러면 너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소이연은 물었다. "아마도." 육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이연이 입을 다물었다. "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사람은 절대 아니야." 육현경이 설명했다. "난 훌륭한 사람이 아니야, 내 재산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어. 심씨 가문을 상대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거야. 난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할 수 없어. 게다가 사기는 속이겠다고 작정하고 벌이는 일이야. 욕심이 없었으면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거야. 교훈일 뿐이야.” "널 무시하려는 뜻은 아니야.” 소이연이 말했다."나 같으면 할 수 없었을 거야. 무언가를 하기 전에 가족을 보호하는 건 나도 이해해.” "아내의 이해에 감사해." 육현경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가볍게 웃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 남자는 어떻게 '아내'라는 말이
“천우진? 그 사람이 무슨 목적이 있어?” 소이연은 순간 긴장했다.그녀는 계속 육현경이 육씨 가문의 가업을 팔아 넘긴 것이 할아버님처럼 다시는 이런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에 엮이지 않기 위해, 위험이 될만한 것을 처리하려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속 사정을 들여다보니, 그냥 평범한 인생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느꼈다.하지만 이게 천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넌 아마 예상하고 있었겠지.” 육현경은 소이연을 보며 말했다.소이연은 가슴이 떨렸다.결론적으로는 그녀가 가장 원치 않는 답이었다.“맞아. 천우진이 나한테 일 좀 도와달라고 했어. 근데 지금 육씨 그룹의 간판이 되어버렸으니, 그 사람은 나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자기 옆에서 도와주길 원해.” 육현경이 천천히 말했다.“뭘 도와줘?” 소이연이 물었다. “무슨 야망이라도 있는 거야?”“천씨 가문은 심씨 가문이랑 비슷한 상황이야. 심씨 가문은 내부적인 문제가 많잖아. 천씨 가문의 형제들도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어. 천우진은 날 이용해서 자기 형제들을 밟고 천씨 가문의 상속자가 되길 원해.”“그럼 그 사람이 상속자가 아니야?” 소이연이 물었다.밖으로 알려진 바로는 그 사람이 상속자였기 때문이다.그래도 큰 아들이고, 천씨 가문의 신임을 얻고 있으면서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스스로의 능력도 있다.그가 천씨 가문을 상속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나도 아직 구체적으로는 잘 몰라.” 육현경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깊게 파헤쳐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꼭 그렇게 그 사람들이랑 엮여야 해?” 소이연은 걱정하는 말투로 물었다. “그냥 다 내버려 두고 나랑 평범하게 살면 안 돼?”“최대한 빨리 그렇게 해볼게.” 육현경이 약속했다.사실 처음 심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리라 다짐했을 때부터 이미 선택권은 없었다.하지만 천씨 가문의 사람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 소송은 애초에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었다.만약 천우진이 오늘 법정에서 재판장을 협박해 계
“그럭저럭이요.” 소이연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든 순간은 육현경의 것이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럼 제가 방해 좀 할게요.” 심문헌의 목소리가 엄숙해진 것이 느껴졌다.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육현경은 확실히 보았다.그는 가만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안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게요. 아윤이가 실종됐어요.” 심문헌이 천천히 말했다.“실종이요?” 소이연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 순간 마치 뭔가 큰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오늘 육현경 씨의 소송이 알려지면서, 저와 할아버지를 포함한 심태섭 할아버지 가족들이 모두 검찰 기관으로 끌려가서 조사를 받았어요. 심아윤은 그대로 구속되었고요. 증거가 충분해서 심태섭 할아버지와 저희는 방금 풀려났는데, 나오자마자 들은 소식이 아윤이가 경찰에 체포된 그 순간부터 실종됐다는 소식이었어요. 낙성 시 아무 데도 없어요.”“서울로 간 건 아니고요?” 소이연이 물었다.천우빈이 서울에 있으니 그를 보러 간 것은 아닐까?“안 갔어요. 장안 시로 왔어요.” 심문헌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방금 알았는데, 어제 장안 시에 왔었어요. 저는 지금 혹시 육현경 씨의 소송을 보러 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안 왔어요.” 소이연은 확신했다.그녀는 심아윤을 보지 못했다.“전 그냥 조금 언질을 드리는 것뿐이에요. 겸사겸사 한 마디 더 하자면, 지금 심태섭 할아버지 가족들이 정치계를 완전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심태섭 할아버지는 이제 정치는커녕 경제 쪽으로도 발전할 수 없어요. 역시 육현경 씨가 강력하긴 하다고 할 수 있죠. 저랑 저희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와신상담, 성동격서, 죄를 뒤집어씌우고 모함하기도 하고... 생각나는 대로 다 해봤는데도 심태섭 할아버지는 여전히 같은 자리였고, 심지어는 이 짧은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엉망진창이 되었죠.”소이연은 심문헌이 육현경을 진심으로 존경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 느껴졌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