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이 몸을 돌리자, 육현경은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그의 몸에서 강한 술 냄새가 풍겨왔다.오늘 저녁에 과음한 듯했다.“가지 마.” 육현경은 소이연을 품에 안았고, 그의 입술은 그녀의 목덜미 가까이에 닿아 그녀에게 나는 특유의 향기를 한껏 맡고 있었다.아주 진지하게.그는 그녀를 점점 더 꽉 안았다.그녀의 목덜미 사이에 입술을 대고 있었고, 호흡은 거칠어졌다.“이여자, 저 여자 껴안는 느낌이 그렇게 좋아?” 소이연이 물었다.그에 대한 감정은, 의외로 냉담했다.육현경의 몸은 약간 변화가 생겼다.“나와 심아윤, 누구를 안을 때 느낌이 더 좋아?” 소이연은 비꼬듯 물었다.육현경은 삽시간에 몸이 굳었다.“미안. 난 재스민 향 향수를 좋아하지 않아.” 소이연은 이어서 얘기했다.육현경의 몸에 배인 심아윤의 향수 냄새를 그녀는 맡았다.육현경은 팔의 힘을 조금 풀었다.소이연은 몸을 움직여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그리고 방문을 꽉 닫았다.마치 그에 향한 문을 닫은 것처럼.소이연은 다시 침대에 돌아왔다,그렇게 목이 마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물을 마시지 못하니, 온몸이 불편했다.그녀는 침대에서 잠을 청했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재스민 향이 코끝에서 사라지지 않았다.소이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바로 욕실로 향해 갔다.혼자 걸을 수 있고 난 뒤로, 그녀는 매일 샤워했다.샤워할 때, 감염에 주의하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의사가 얘기해 줬었다.그녀는 매번 조심스레 몸에 난 상처, 다리에 난 상처를 피해서 샤워를 했다.소이연이 샤워하는 속도는 조금 느렸다.주요 원인은, 아직도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샤워 후,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 소이연이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되었다.침대에 돌아와 보니, 침대 위에 물 한 잔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그것도 보온병에 담아온 물, 그녀가 좋아하는 따뜻한 온도로.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사실 그녀에겐 자다가 깨어나 물을 마시는 습관이 없었다.하지만, 육현경은
주방 식탁 앞.한 가정부가 육현경 앞으로 다가와서 공경하게 얘기했다. “육 선생님, 어제 입으신 정장 버리라고 분부하셨습니까?”아마 조금 확신이 안 가서 물어본 듯하다. 육현경의 옷은 모두 고가이고, 잘못 버렸다간 가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기 때문이다.“네.” 육현경은 머리를 끄덕였다.가정부는 뭐라고 또 얘기하고 싶은 듯했다.하지만 부자의 생활에 대해 그들은 잘 알지 못하기에 머리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그리고 자리를 떠났다.소이연은 가정부를 한번 보고, 다시 육현경을 보았다.“사실, 나를 장안 시에 보내줘도 됐었어.” 소이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녀는 자신이 여기에 있겠다고 해서 육현경이 더 즐거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두 여자 사이에 껴서 오히려 더 불편할 뿐.“내 옆에 있으면 안심이 돼.” 육현경은 바로 거절했다.“그러면, 언제까지 옆에 있게 할 생각이야?”“상황을 보면서.” 육현경은 그녀에게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결국, 더 묻지 않았다. 어차피 늦어도, 육현경과 심아윤 결혼 전까지니.그 둘은 다음 달에 식을 올리게 된다.…장안 시.예수진은 오늘 특별히 몸매가 드러나는 블랙 원피스를 입었다.그녀가 특별히 고르고 골라서 산 것이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이다.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을 보면서, 그녀는 조금 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추워서가 아닌, 긴장감 때문에.그녀도 왜 긴장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예전에 촬영할 때, 아무리 큰 장면이라도 그녀는 긴장하지 않았다.이번엔 단지 하도경에게 자신을 선물로 주는 것뿐인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성사될 일인데, 뭐가 그렇게 부끄러울까.그녀는 하도경이 자신의 모습을 본 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아마도… 참지 못하겠지.전화가 울렸다.예수진은 가슴이 떨렸다.하도경에게서 온 전화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띠고 얘기했다. “오고 있어?”지금은 오후 5시.그녀에게 6시가
“난 믿어.” 계지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도경이 뭐라 반박하려던 찰나에 계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하도경은 당연히 송문수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그가 예수진을 데리고 나와 그들을 만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와 예수진이 사귄 지 이미 몇 달이나 지났는데 한 번도 그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어떨 때는 송문수의 각종 핍박을 이기지 못하고 그들에게 솔직히 말하려고 예수진의 의견을 물어보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았다.그는 예수진이 육씨 가문 일을 겪고 나서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예수진의 가장 친한 친구 소이연과 하지수를 빼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예수진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육씨 가문 사람들이 그를 힘들게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예수진은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고, 자기가 육 여사님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시간이 좀 지나고 육 여사님의 복수심이 조금 가라앉으면 더 이상 그녀에게 힘을 쏟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때가 되면 그들은 편하게 연애할 수 있을 것이다.하도경은 당연히 예수진을 존중했다.맞다. 그는 전형적인 이성적이고 성격이 유한 사람이었다.그래서 송문수가 무슨 말을 하든 한 글자도 말하지 않았다.“너 하도경 여자친구 누군지 알아?” 송문수가 묻더니 놀란 눈치였다.설마 나 혼자서만 모르고 있는 건 아니지?평소 하도경이랑 같이 노는 시간이 제일 많았는데 하도경이 나한테만 숨긴다고?뭐야, 설마 친구 와이프까지 건드릴까 봐 그러는 거야?송문수가 화를 내려던 그 순간 계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몰라, 그냥 느낌이 좋아.”“허.” 송문수가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봤다.만나본 적도 없는데 느낌은 어떻게 알아?!“도련님, 할아버님과 부인께서 식사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우선 손님분들 거실로 모셔주세요.” 가정부가 정중하게 말했다.“네.” 세 사람은 지금 3층의 게임룸에서 놀고 있었다. 하도경이 대답했다. “너희 둘은 더 놀아. 난 가서 손님들 불러올게.”“
“안녕.” 육가희는 조금 쑥스러웠다.육씨 가문에 온 지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상류사회의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고,다시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 결국 자신감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그러고는 말이 없었다.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너 이 자식, 평소에는 말만 잘 하면서 예쁜 여자만 보면 벙어리가 되네.” 윤희연이 감정적으로 상황을 수습하고자 했다.하도경이 반박하고자 했다.육은숙이 말했다. “평소에 나도 가희 데리고 잘 안 나가서 내성적이야. 내가 너무 보호를 잘 한 거지.”“그럼 이제 가희 열심히 데리고 다녀, 도경이도 평소에 할 거 없으면 가희 좀 데리고 나가고.”“누가 나 할 일 없대? 나 바빠.” 하도경이 말했다.“바쁘긴 뭐가 바빠? 술 먹느라 바쁘지?” 윤희연은 자기 아들 체면은 살려주지 않았다.사람들 앞에서 하도경도 그녀와 싸울 수 없었다.“그럼 이제 도경이한테 우리 가희 좀 부탁할게.” 육은숙이 이때를 틈타 말했다.하도경이 대답하지 않자, 그의 엄마는 그를 때렸다.“네.” 하도경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송문수와 계지원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맞선 자리인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맞다, 은숙아. 가희 지금 연예계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윤희연이 또 다른 화제를 언급했다.“맞아. 오늘도 나랑 리허설 연습하느라 이 시간에 온 거야.”“그럭저럭 괜찮아?”“아주 괜찮아. 별문제 없을 거야.” 육은숙이 말했다.“그건 그렇지, 네가 있는데. 누구든 네 체면 좀 살려주지 않겠어?” 윤희연이 농담을 던졌다.하지만 육은숙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그녀가 갑자기 계지원에게 물었다. “지원아, 너도 연예계에 오래 있었는데, 오 감독 팀 어때?”“업계에서 몇 안 되는 겸손하고 능력도 있는 감독이에요. 그분 작품이라면 업계에서 쉽게 유명해질 수 있을 거예요.” 계지원은 솔직히 평가했다.“그럼 다행이다. 그 사람 인지도가 좀 부족해서 가희한테 안 좋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어.” 육은숙은 걱
저녁 식사 후.하도경은 급히 송문수, 계지원과 함께 자리를 떴다.매년 생일 때마다 이런 식이었다. 낮에는 부모님과 형식적인 식사를 하고, 저녁 연회가 끝나고 나서야 자기만의 시간이었다.몇몇 사람들이 저택을 나서려던 때.“도경아.” 윤희연이 갑자기 그를 불렀다. “가희도 데리고 가서 같이 놀아.”“내가 어떻게 데리고 놀아?” 하도경은 기분이 팍 상했다.“너 노는 대로 같이 놀아.”“우린 다 남잔데...”“그러니까 가희한테 너희 감시시키는 거지.” 윤희연이 강하게 말했다. “어쨌든 가희는 너한테 맡긴다.”“나한테 뭘 어쩌라고?” 하도경은 폭발했다. “우리 셋 중에 제일 친한 건 계지원이야. 계지원은 삼촌이고, 맡기더라도 계지원한테 맡기는 게 맞지.”계지원은 하도경을 흘끗 보았다. 책임 전가를 참 잘하는 친구다.“너희들 중 누구한테 맡기든, 가희는 저희한테 맡길게. 이모는 나랑 집에서 수다 좀 떨어야 하거든. 아무튼 얘 잘 봐. 무슨 일 생기면 맞을 줄 알아.” 윤희연이 협박했다.말을 끝내고 하도경에게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육가희를 그들에게 맡긴 채 자리를 떴다.윤희연이 가고 난 뒤, 그들 셋과 육가희만 남았다.육가희는 겁이 많은 듯 고개를 숙이고 긴장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하도경은 어이가 없었다.그가 어쩔 수 없이 타협하려던 그 순간.계지원이 갑자기 말했다. “하도경, 문수랑 먼저 가. 내가 차로 가희 데려다줄게.”하도경은 계지원을 보고 있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친구로 지내니 호흡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당연히 계지원이 육가희를 집에 보내려는 뜻인 것을 알고 있었다.하도경은 장난으로 계지원을 주먹으로 한 대 치면서 순간 얼굴이 폈다. “그럼 기다릴게.”“알겠어.”하도경과 송문수가 먼저 자리를 떴다.계지원은 육가희에게 말했다. “가죠.”“네.”육가희는 계지원을 따라 계지원의 차에 탔다.차 안은 조용했다.육가희는 몇 번이고 입을 열고자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
이미 차에서 내린 계지원이 보였다.육가희는 계지원을 따라 작은 포장마차에 앉았다.정말 이 상류사회로 들어오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주변에 모두 뛰어난 사람들이었다.예를 들면 계지원.그는 그냥 작은 포장마차에 앉아 떡볶이를 기다리고 있을 뿐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모두 쳐다보았다.그들 사이에서 계지원이 출중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특출나다.두 사람은 각자 한 접시를 시켰다.계지원이 한 입 먹었다.조금 달았다.게다가 사실 그는 단 음식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맛있어요?” 육가희가 물었다.“네.” 계지원이 대답했다.육가희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미지근했다.육가희도 눈치가 빨라,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것을 먹고 있었다.“사장님, 떡볶이 2인분 주세요. 1인분은 포장, 1인분은 먹고 갈게요.”갑자기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계지원은 포크를 들고 있던 손이 잠시 멈칫했다.그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먹고 있었다.옆에 있던 의자에 누군가 앉았다.포장마차의 자리는 아주 좁았고, 떡볶이를 먹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대부분 합석해 있었다.예수진은 이제 다른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그녀는 자연스럽게 빈자리에 앉았다.하도경이 몇 시에 오는 지도 몰랐다.그녀는 치마를 벗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떡볶이를 먹으러 나왔다.너무 배가 고팠고, 하도경이 송문수와 술을 먹으러 갈 것을 생각하면 집에 왔을 때 단 게 먹고 싶을 것 같아 1인분은 포장한 것이다.이제 막 앉았는데, 예수진 역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누군가의 느낌...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아주 오래된 듯, 계속 있었던 것 같았다.그녀는 사실 애초에 옆에 있는 사람들 보지 않았다.하지만 그 순간 깨달았다.그녀는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 다른 자리를 찾고 있었다.“예... 수진?” 육가희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불렀다.
“너 여기 근처 살아?” 육가희가 그녀에게 물었다.“응.”“여기 되게 좋아 보이는데.” 육가희가 조용히 말했다.“그래서 네 생각에 내가 살 곳은 개미굴이라는 거야?” 예수진의 말투는 약간 충동적이었다.“난 그런 뜻이 아니라. 나도 엄마가 너한테 그렇게 대한 거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느껴...”“됐어. 너랑 너희 엄마 감정이 깊은 건 나한테 말 안 해줘도 돼.” 예수진의 그녀의 말을 끊었다.육가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예수진에게 그렇게 나쁜 태도로 말한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예수진은 결코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가죠.” 계지원은 포크를 내려놓고 육가희에게 말했다.“저 아직 다 안 먹었는데요?” 육가희는 떡볶이를 정말 좋아했다. 게다가 이 집은 정말 맛있었다.“사장님한테 포장해 달라고 할게요.” 계지원이 말했다. “차에 먼저 타요.”계지원이 차 키를 육가희에게 주었다.육가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삼촌.”그녀는 말을 하면서 열쇠를 받아 들고 자리를 떴다.예수진은 차갑게 웃었다.계지원은 누구에게나 다 잘 해준다.이 추운 겨울, 자기가 추워도 육가희에게 포장을 해주고, 그녀가 춥지 않도록 해줬다.사실 예수진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왜 그렇게 그녀에게 못 해주는 걸까.도대체 그녀의 어디가 그렇게 미운 걸까.그녀는 도대체 육가희보다 얼마나 더 못난 걸까?아, 아니다.그녀가 계지원을 좋아하기 시작한 뒤로, 계지원은 그녀를 싫어한 것이다. 그제야 그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었다.예전엔 그녀에게도 아주 잘해줬었다.혹시 육가희에게도 그런 게 아닐까?계지원이 사장님이 포장해 준 떡볶이를 받아 들고 자리를 뜨려던 그 순간.“계지원, 육가희가 좋아하면 어쩌려고 그래?” 갑자기 예수진이 물었다.계지원은 떡볶이를 든 손에 힘을 주었다.“이것만 알아 둬,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려면 사람도 봐 가면서 해야지.”계지원은 조용히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예수진은 살짝 웃었다.이상하게 갑자기
“그럼 어떤 사람 좋아하는데요?”“중요하지 않아요. 어쨌든 하도경은 당신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상처받기 싫거나 난처한 상황 만들고 싶지 않으면, 가서 어머니께 하도경에게 마음 없다고 말씀드려요. 이런 생각 안 하시게.”계지원은 차갑게 말했다.육가희의 눈이 조금 빨개졌다.그녀는 이 사회에 이제 겨우 용기를 내서 발을 뗐다.친구를 사귀는 것이 그녀의 첫걸음이었다.하지만 계지원에게 가로막혔다.“하지만, 저는 엄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엄마도 저 위해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육가희가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감정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하지만 저는 엄마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데...”“유명해지고 싶어요?” 계지원이 그녀에게 물었다.육가희는 의아하다는 듯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계지원이 그녀에게 냉담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이런 말을 하고 있다.“하도경 포기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계지원이 조건을 걸었다.육가희는 마음이 흔들렸다.그녀가 육씨 가문으로 돌아온 것은 육씨 가문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였다.그래서 모두에게 할 수 있는 한 비위를 맞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이 더욱 중요했고, 연예계에 들어간 것도 계속 꿈꾸던 일이었다.그녀는 예수진을 매우 부러워했고, 대역이었지만 계지원의 작품을 연기한 적이 있었다. 그녀 역시 그가 좋은 감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만약 계지원이 정말 진심으로 그녀를 도와준다면, 그녀는 훨씬 빠르게 유명해질 것이다.“고민해 봐요.” 계지원도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차가 육씨 저택에 도착했다.육가희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용기를 내 물었다. “삼촌 저 속이는 거 아니죠?”“아니에요.” 계지원은 확신에 찬 말투였다.“그럼 제가 가서 하도경한테 마음 없다고 말할게요.”“네.” 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연락할게요. 빠르면 6개월 안에 거의 TOP 급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늦어도 1년.”“감
그는 너무 기뻐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칠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러면 오늘밤에 같이 자는 거 어때?”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푸!” 송문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조금 전에 마시던 물을 내뿜었다.“싫으면 말고…” 송문수의 격한 반응에 지수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그런 거 아니야.” 송문수는 다급히 해명했다.지수는 어리둥절해졌다. 바로 전에 문수가 분명히 아주 격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송문수는 연신 입을 닦으며 말을 덧붙였다.“너랑 같이 자는 게 절대 싫어서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럼 나 먼저 씻을게.” 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그래.”“네 방에서 잘까? 아니면 내 방?”“난 다 좋아.”“그러면 네 방에서 자자. 네 방이 더 크니까.”“그러자.”“나 씻을게.”“응.”“너도 빨리 씻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얼굴이 타오르듯 빨개졌다.무슨 의미인지 두 사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송문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하지수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송문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방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그는 곧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너무 긴장되어 숨도 안 쉬어지고 물컵을 들고 있던 손도 떨릴 지경이였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로서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고 이런 경험이 처음일 리는 더더욱 없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하지수라니, 송문수는 머리가 하얘졌다.그는 남아있던 물을 한 모금에 다 마시고 나서 바로 방으로 돌아가 샤워하기 시작했다.오늘 밤이 지나면 둘 사이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송문수는 샤워를 마쳤다.평소라면 몇분이면 끝낼 샤워를 오늘에는 한번 또 한 번 반복해서 씻었다. 행여나 깨끗이 못 씻었을지 몇 번이나 더 씻은 후 겨우 욕실을 나와 침대에서 하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지수가 이미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지수는 더 오래 걸렸다.아마도 그와 똑
하지수는 민망함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녀는 송문수와의 관계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직 아이를 가질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송문수도 민망해하며 말했다.“저희 둘 사이 일은 걱정하시지 마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네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이러는 거야.” 송문수 어머니는 핀잔을 주었다.“네가 조금 더 잘했으면 지금쯤 애가 뛰어다니며 놀 나이가 됐을 거야.”“엄마! 그만 하세요.”문수는 더 이상 듣기 싫었다.“그래, 알았어. 근데 내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건데, 너 다시는 지수 같은 여자애 못만난다는거 기억해. 지수 놓치면 평생 후회하면서 혼자 살게 될 거라는걸.”“알겠어요, 알겠다고요.”송문수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어머니의 말에 반대는 하지 않았다.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송승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리를 박차 거실을 나갔다.모든 사람의 눈길이 그에게로 향했다.송문수는 송승우가 왜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가 고개를 돌려보니 하지수도 송승우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지수도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가게 된 것이었다.송문수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송승우에 대한 마음은 일찌감치 접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송문수는 시선을 돌렸지만, 마음속으로는 내심 안도했다.하지수는 정말 송문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송승우의 돌발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에 대해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가장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역시나 아버지의 생일파티와 그들에게 아이를 낳는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저녁 아홉 시, 송문수와 하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야근을 자주 하는 탓에 이렇게 일찍 귀가한 적은 처음이었다.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샤워만 하고 각자 잠에 들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너무 일찍 돌아온 탓에 오히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언제부터인가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눈만 마주쳐도
송문수는 깍지를 끼고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심장은 더욱 빨리 뛰고 따뜻함은 배가 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에 화답이라도 하듯 송문수 역시 더욱 세게 손을 잡았다.하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로비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문수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문수의 형, 송승우도 앉아 있었다.둘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본 승우의 눈에는 분노가 차올랐다.지금 도발하는 건가? 송문수와 하지수가 일부러 도발을?송문수의 부모님 역시 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채고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이 얼마나 바라왔던 일인가.문수의 어머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시며 말씀하셨다.“얼른 들어와, 지금 바로 저녁 준비하라고 할게.”“네, 엄마.”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어머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도 그런 문수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게 이렇게도 설레는 일인지 처음 깨달은 듯싶었다.그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나란히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서로 눈길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유독 송승우만 얼굴이 굳은 채로 한 술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고생 많았어. 오늘은 특별히 너희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준비했으니까 많이 먹어.”송문수 어머님은 반찬을 덜어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송문수 아버님도 문수의 업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도 하시곤 하셨지만, 문수를 지지해 주시는 마음은 느낄 수 있었다.저녁 식사는 시끌시끌하였다. 송승우만 빼고 말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혼자만 쓸쓸한 저녁 식사였다.식사가 끝난 후, 수다는 계속되었다. “곧 너의 아버님 환갑인데 난 시끌벅적 크게 보내고 싶은데 어때?”“좋아.” 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하는 대로 해. 엄마랑 아빠가 기분 좋은 게 최고
업무를 마친 송문수가 고개를 들자, 하지수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문수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지수?”지수는 화들짝 놀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송문수를 바라보다가 넋이 나간 것이었다.전에는 문수가 멋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멋져 보였다.선명한 옆선, 뚜렷한 이목구비…문수의 얼굴에는 남성미가 흘러넘쳤다.눈에 콩깍지가 씌었나?지수는 마치 첫사랑을 만나기라도 한 듯 심쿵하고 말았다.그녀는 작심이라도 하듯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더 이상 문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그러고는 용기를 내어 돌아서서 송문수와 눈을 마주쳤다.송문수 역시 지수가,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로의 눈길이 오가는 순간, 송문수는 자신이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 싶었다.사무실 분위기는 어느새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때, 송문수의 전화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타오르던 분위기가 천둥번개를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말았다.하지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한편으론 자신의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송문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전화를 받았다.“엄마.”“아직도 퇴근 안 했어?” 전화기 너머로 문수 어머님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퇴근하려고.”“기다리고 있을게.”“알겠어.”송문수는 통화를 마치고 하지수한테 말했다.“엄마가 빨리 오라고 하시네.”“그래.”하지수는 가방을 챙기고 송문수랑 같이 퇴근했다.차에 탄 두 사람은 서로 어색해하고 있었다.평소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업무를 논의하던 두 사람이 오늘은 서로의 눈은커녕 얼굴을 마주보기조차 부끄러운 상황이 되었다.하지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하려고 애썼다.송문수도 역시 창밖을 내다보았다.그의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뛰기 시작했다.수도 없이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그가 하지수한테 빠지다니!그녀 앞에만 서면 심장이 고장 날 것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