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진이 침묵하면서 계단으로 내려갔다.한마디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층계를 하나씩 내리 디뎠다.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일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여기서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그녀가 절반쯤 내려왔을 때 갑자기 한 그림자가 곁에 나타났다.예수진은 누가 왔는지 쳐다보지도 않았다.“데려다줄게.”귓가에 계지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놀랄까 걱정되어 목소리를 잔뜩 깔고 말한 것이다.“됐어요.”예수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가장 필요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계지원이다.“수진아.”“계지원.”계단 입구에서 육은숙이 싸늘하게 불렀다.그녀의 손을 부축하던 계지원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예수진이 그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다행히 계지원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쓰러져서 입원한 동안 계지원이 떠난 후 다시는 오지 않았던 때처럼 말이다.그는 정말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한 번도… 그녀에게 어떤 기대도 주지 않았다.“잊지 마. 네가 어떻게 육씨 가문에 남게 되었는지.”육은숙이 뒤에서 계지원에게 경고했다.예수진은 그의 안색도 살피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본인이나 잘 챙겨요. 계지원.”계지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럴 능력이 없으면 주제넘게 굴지 말아요.”예수진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으며 떠났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 정말 피곤했다.마치 이 세계와 작별하는 것처럼 진이 빠졌다.육 씨 저택에서 나오자 웃음이 나왔다.자신이 엄청 대단해 보였다.그런 상황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멀쩡하게 걸어서 나왔다.하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축축하게 젖은 도로에 주저앉았다.육씨 저택에서 멀리 떨어졌겠지?
소이연의 재판이 아직 3일이 남았다.하지만 소씨 그룹에서 연간 행사를 조용히 치르지 않고 각 언론 매체에 보도되었다.그 사실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소이연이 소송에 휘말렸지만 소씨 가문은 상관하지 않고 여전히 행사를 진행한다. 뉴스가 실검에 오르자 자연스럽게 곳곳에 논쟁이 벌어졌다.어떤 사람은 소씨 가문이 너무 냉정하다고 했다. 어쨌든 소이연은 소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데 그녀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어떤 사람들은 소이연은 워낙 소씨 가문과 사이가 안 좋고 그녀가 소씨 가문을 떠났으니 자신이 선택한 길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논쟁이 조금 커졌다.연간 행사일 저녁, 소씨 가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유백희는 매체 앞에서 엄숙하게 말했다.“소이연은 19살부터 우리 가문과 인연을 끊었어요. 지금 그런 일을 저질러서 가슴이 아프지만 전혀 동정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성실하게 가지 않고 굳이 나쁜 길을 고집한다면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어르신, 소이연 씨가 19살 때 무슨 일로 소씨 가문과 관계를 끊게 되었습니까? 소이연이 미혼으로 아이를 낳아서 소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까? 그래도 소씨 핏줄인데 그런 실수를 했다고 바로 매정하게 쫓아내다니 너무 냉정한 거 아닙니까?”기자가 의문을 제기했다.“그것뿐이 아닙니다. 소이연은 성품이 악랄하고 어른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자기 남동생과 여동생을 괴롭혔어요. 그 해 소이연은 미혼인 몸으로 아이를 낳고도 잘못을 고치지 않고 점점 더 악랄하게 변해갔어요. 지금 한 짓거리들만 봐도 본성이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 소씨 가문이 호구도 아니고 왜 은혜도 모르는 인간의 편을 들어줘야 합니까? 사람마다 한계라는 것이 있습니다.”“제가 알기로는 소이연이 사업적으로 재능이 있고 능력도 출중하다고 들었어요. 디자인 실력 또한 놀라운 수준이죠. 지금 은하 그룹은 소이연의 인솔하에 반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와 기세를 제압할 수 없는 장안 최대의 다크호스라고
소나은이 주먹을 꽉 쥐고 가슴속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를 억눌렀다.그녀가 소 씨 가문에서 아무리 잘 보이려고 해도 결국은 소 씨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완전히 소준환을 위해 노동하는 신세가 되었다.소나은이 싸늘하게 웃었다.그녀는 지금까지 손해를 보는 일은 한 적이 없다.소 씨 가문의 경영권을 손에 넣어야 소 씨 가문이 고통을 겪게 만들 수 있다.지금은 3일 뒤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소이연의 형량이 발표되는 즉시…소나은은 생각만 해도 통쾌했다.재판 전날 밤.소이연과 하지수는 사건에 필요한 준비를 전부 마쳤다.하지수가 서류를 챙기고 떠나려 할 때.“지수 씨.”소이연이 불렀다.그동안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젠 많이 친해졌다.“네?”하지수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수진의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소이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보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예수진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이 일이 그녀에게 얼마나 타격이 큰지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그러니 예수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무슨 일이요?”하지수는 어리둥절했다.표정을 보니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순간 뭐가 떠올랐는지 이내 말했다.“수진이 요새 뭐 해요? 전에 일을 그만두고 이연 씨 재판을 돕겠다고 하던 애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네요.”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그동안 두 사람의 친분을 봐서라도 예수진이 하지수한테만은 연락할 줄 알았다.“수진한테 무슨 일이 있어요?”소이연의 엄숙한 표정에 하지수가 조금은 당황했다.“수진은 육 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에요.”소이연이 천천히 한 글자씩 말했다.“뭐라고요? 어떻게? 아저씨와 수진은 정말 똑같이 생겨서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이라고 말할 정도였는데요.”하지수는 전혀 믿지 않았다.이렇게 기괴한 일이 예수진에게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었다.예수진처럼 활발하고 착하며 대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하느님이 어쩌면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있단 말인가!소이연은 예수진의 일에 대해
”나 돌아갈 수 없어.”예수진이 의기소침하게 말했다.“누가 돌아갈 수 없대? 너 육씨가 없어도 우리 자매들이 있잖아. 우리가 무슨 장식품이야? 예수진, 육씨 가문의 핏줄이 아닌 게 뭐가 대수냐? 하늘이 무너져?”예수진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본래 휴대폰을 켤 생각을 하지 않았다.더는 소이연과 하지수한테 연락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소이연은 지금 소송에 휘말려 있고 육현경과의 사이도 복잡해서 전력으로 외환을 대처해야 한다.그런데 예수진 때문에 육씨 가문과 대적하면 그녀의 행복을 잃을까 마음이 불안했다.육현경과 소이연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챘다.하지만 수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 막아서 서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워낙 갈 길이 고단한데 예수진 때문에 마음을 쓰는 건 원치 않았다.하지수를 말하자면 그녀의 가정 환경도 매우 복잡했다.송 씨와 육씨 가문은 워낙 대대로 친분이 있고 송 부인과 육은숙은 사이 좋은 자매 관계로 매주에 서너 번은 만나는 사이다.하지수가 송씨의 며느리로서 가문에서 편들고 어느 정도 봐준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때문에 예수진은 본인 때문에 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혼자서 불행하면 충분하니 다른 사람까지 덩달아 불행하게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예수진은 장안의 어느 낡은 동네에서 지낸다.그녀의 친어머니가 이곳에 살고 있다.그날 쓰러지고 깨어나 보니 이곳에 와 있었다.허름한 집은 거실 하나, 방 하나뿐이고 작고 지저분했다.가연은 그녀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게 깨끗한 시트로 갈아주고 자신은 거실에서 잠들었다.예수진은 거절하지 않고 감동하지도 않았다.그저 아무런 느낌도 없이 받아들였다.어제 저녁, 갑자기 한밤중에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예전의 예수진 같았으면 진작에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이젠 어떤 일에 닥쳐도 무관심이었다.과격하게 문을 두드린 후, 문을 여는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마!”가연이 격동하며 울부짖더니 옆에 있던 의자를 들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남자가 당황했다.가연이 그에게 의자를 날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남자가 거세게 가연의 뺨을 후려쳤다. 힘이 어찌나 센지 그 한 방에 가연은 죽어버릴 것 같았다.그녀가 바닥에 쓰러진 후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남자가 가연을 때린 후 예수진을 향해 다가왔다.“6000만 원 내가 줄게.”예수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하, 계집년이 또 날 속이려고? 넌 네 어미랑 똑같이 썅년이야! 네 어미가 어디서 남자를 만나 갖고 너를 낳은 거야. 넌 왜 어미처럼 살지 않아? 나랑 같이 가서 며칠 밤만 몸을 팔자. 내가 돈을 받으면 다시는 너희 모녀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줄 수 있다고!”예수진이 분노하며 큰소리로 외쳤다.조금은 공포스러웠다.마치 모든 원한을 이 순간에 다 터트리는 것 같았다.예수진이 갑자기 발악을 하자 남자는 조금 당황했다.남자 앞에서 가희는 심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가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할 때마다 구석에서 울기만 했었다.근데 지금은 감히 대들어?남자가 눈앞의 여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생김새가 예전과 다른 것 같았다.그는 모녀와 산 적이 없어서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내일 준다고!”예수진이 다시 말했다.“내가 믿을 줄 알아? 내일 도망치면 어떻게 할까?”남자가 매섭게 말했다.“도망가면 날 때려서 죽여! 난 죽어도 그런 곳에 따라가지 않아!”예수진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내가 죽으면 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1원도 받지 못할 거야!”남자는 갑작스러운 기세에 겁을 먹었다.단호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내일 이 시간에 돈 가지러 온다. 돈을 준비하지 않으면 너와 네 어미는 죽을 각오를 해. 개수작 부리고 도망이나 치치 마. 네 어미가 몇 번이나 도망쳐도 실패했거든. 나 정말 때려 죽일 수 있어!”남자가 말을 마치고 씩씩거리며 나갔다.예수진이
”어제 그 남자랑 무슨 사이예요?”예수진이 죽을 마시며 차갑게 물었다.관심이 아니라 어떤 사이인지 궁금했을 뿐이다.어제 같은 상황을 매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가연이 애써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남편이야.”예수진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육씨 가문에서 나온 뒤, 아기를 데리고 시집가기가 어려웠어. 그래서 정직한 사람을 골라 시집간 거야.”그 인간이 정직하다고?“전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정직하게 살았어. 사람이 성실하고 나를 싫어하지 않고 가희에게도 잘 대해줘서…”가연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그래서 내게 모은 돈이 있다고 했어. 그런데 그 돈을 본 이후로 사람이 완전히 돌변했어. 계속 나를 설득해서 시내에 집을 사고 장사하자고 했지.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적극적이고 열정도 있는 것 같아서 막지 않았어. 그런데 장사를 할 재목이 아니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돈을 말아먹고 집을 내놓게 되었어. 그 뒤로 마약에 중독돼 갖고 성격도 난폭해졌어.”가연은 말하면서 눈물을 계속 흘렸다.“마약을 살 돈이 없으면 나를 때리고 욕하면서 계속 돋을 뜯어냈어. 돈을 다 써버려서 난 어쩔 수 없이 가사도우미로 일했지만 월급을 받으면 다 빼앗아갔어. 한번은 내 고용주 집에 찾아가서 소란을 피웠지. 난 가사도우미 일자리를 잃고 지금은 공사장에서 노가다 뛰고 있어.”“왜 이혼하지 않아요?”예수진이 물었다.“나도 생각해왔어. 근데 이혼해 주지 않아. 나를 때리고 협박하면서 이혼하면 바로 나와 가희를 죽인다고 협박해서 생각을 접었어. 가희를 데리고 도망도 쳤는데 번마다 잡혔어. 그럴 때마다 나와 가희는 미친듯이 복수를 당해서 지금은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아.”“경찰에 신고할 줄도 몰라요?”“신고해서 노동으로 회개를 했어. 하지만 나오면 더 난폭해지는데 무슨 소용이 있어? 1, 2 년 정도만 조용하게 살 뿐이야.”“그럼 장안을 떠나서 그 사람이 완전히 찾지 못하는 곳에 갈 생각은 안 해봤어요?”“난 평생 살면서 장안을 떠난 적이 없어. 다른 도시는
예수진은 무너지는 가슴을 추스렸다.문득 머릿속에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연락처를 뒤져보았지만 갑자기 전화를 걸 엄두가 나지 않았다.육현경, 소이연, 하지수…심지어 하도경까지 생각했다.그들에게 있어 손만 흔들면 바로 나오는 적은 돈이다.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비참하고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더군다나 자신 때문에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6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하지만 다인이 단번에 거절했다.주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예수진을 돕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그리고 다인의 입을 통해 모든 광고가 중단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심지어 이미 촬영을 마치고 방영을 기다리는 드라마와 영화도 재촬영 하거나 AI로 얼굴을 바꾸어서 방영했다가 전부 하차했다.예수진은 철저하게 연예계에서 출연 금지를 당했다.다인의 말투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필경 예수진은 다인이 직접 키운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인은 냉정했다. 연예계라는 게 원래 그랬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어떤 연예인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배우의 길은 이젠 완전히 막혀버렸다.다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다른 영화사와 협상할 자격도 없다.예수진은 한참 망설이다가 다른 번호를 눌렀다.“예수진?”통화가 금세 연결되었다.“진우 오빠.”예수진이 불렀다.왜 그한테 전화를 했는지 본인도 알지 못했다.솔직히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지난번에 심씨 가족이 육씨 저택에 온 이후로 연습하는 동안 SNS로 연락했었다. 그때는 깊게 대화를 나누지 않고 평범한 친구처럼 지냈었다. 말하자면 그냥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심씨 가문에서 육씨를 꺼리지 않으니 심진우가 자신을 도와준다고 해도 삶에 지장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육은숙이 알아도 마음이 불쾌할 뿐 무리하게 심씨 가문과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어느 정도 체면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머릿속에 갑자기 가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삶에 짓눌려 늙어간 얼굴, 굳은살이 가득한 손.그렇게 가난하게 살면서 매일 그녀에게 영양죽을 끓여주었다.이상하게 눈물이 볼을 타로 흘러내렸다.평생 가연을 용서하지 않고 마음이 약해지지도 않으며 인정하지 않을 거라 여겼다.그런데 불과 보름만에 그녀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다.얼마나 울었을까?본인은 아무런 감각이 없는데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다.오후가 되었을 때 다인의 메시지를 받았다.만약 이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면 중요한 시기에 뻔뻔스럽게 다른 사람을 찾아가지 않고 죽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그 메시지를 본 후 오랫동안 침묵했다.메시지 내용은 이랬다.“현재 연예계에서 모든 활동이 중단되었어. 하지만 아직 숨겨진 보석이 있어. 네가 원하면 찾아 가든지. 네가 사치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져서 갑자기 아무도 없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거 잘 알아. 나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부정적인 뉴스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몸과 영혼을 파는 것을 많이 봐왔어. 그러니까 생각해 봐. 내가 감독님 번호를 줄 테니까 감독과 잘 상의해 봐. 얼굴은 드러내지 말고.”예수진은 매니저가 보낸 일련 번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그렇다고 다인이 자신을 모욕해서 에로 영화를 찍으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인은 그저 다양한 캐릭터들과 돈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연예인을 봤을 뿐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녀를 최대한 돕는다고 생각했다.예수진이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전화를 걸었다.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그녀의 상황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고 가격을 일부러 낮게 불렀다. 한 편의 영화를 9000만 원밖에 주지 못한다고 했지만 대답했다.얼굴을 내밀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세우자 감독도 허락했다.저녁 8시에 시사하기로 약속했다.그녀는 일어나서 공중 목욕탕에서 가서 샤워했다,비록 내부가 많이 낡았지만 이미 익숙해졌다.차가웠다 뜨거웠다 반복하는 물 온도와 곳곳에 쓰레기와 머리카락이 널려 있는 것도 익숙해졌다.그 뿐이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