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지수는 아직 어렸고 회사의 대부분 오래된 직원들, 특히 이사들 중에는 하지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가 회사 일을 주도하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었다.오직 송기명이 돌아가야만 회사의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그는 지금 회사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예측할 수 있었다.“제가 지수랑 같이 하겠습니다.”송문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기명, 허영지, 그리고 송승우 세 사람 모두 어리둥절해했다.하지수도 놀라서 송문수를 돌아보았다.“계속 저한테 회사로 출근하라고 하셨잖아요. 전 지금 회사로 돌아가서 회사 일을 관리하겠다고 아버지께 약속하는 겁니다.”송문수가 송기명에게 이렇게 말했다.“이 기회는 한 번 뿐이에요. 아버지께서는 침대에 누워서 잘 쉬세요. 저랑 지수가 돌아가서 회사 문제를 해결할게요. 아니면 지금 아버지께서 바로 회사로 돌아가셔도 좋아요. 대신에 그러면 앞으로 제가 회사에 출근할 일은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송기명이 잠시 망설였다. 과연 송문수가 회사 일을 해결할 수 있을지 믿기지 않는 마음이 컸다.그동안 송문수는 가끔 회사에 나가긴 했지만 항상 성실하게 일하지는 않았다. 3일 동안 일을 했다고 치면 이틀은 놀았으니 송문수에게 회사 일을 맡기기는 좀 불안했다.그러나 이번 기회는 송문수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송문수가 회사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한다면 적어도 회사에 후계자가 없을까 봐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네가 이렇게 말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데?”송승우가 비웃으며 말했다.“너 회사에서 제대로 일해본 적도 없잖아. 무슨 자격으로 회사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거지? 벌써 30대 중반인데 아직도 철이 안 들어서야 되겠어?”“맞아. 나도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거 알아.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송문수가 이렇게 고백했다.“하지만 난 책임을 지고 싶어.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더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회사에 나가서 제대로 일하려는 거잖아.
“형은 진정한 친구가 없어서 그래. 모든 친구들이 형이 생각하는 대로 현실적일 거라고 생각하지?”송문수가 이렇게 반박했다.“내 친구들은 목숨을 걸고 함께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한 친구야. 만약 내가 진짜 어려움을 겪게 되면 뭘 해서든 도와줄 친구들이라고.”송승우는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 비웃으면서 말했다.“그냥 술친구들이겠지.”“나도 굳이 형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겠네...”송문수는 송기명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아버지, 편히 쉬세요. 회사 일은 제가 지수랑 같이 해결할게요. 정말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아버지께 말씀드릴 거고요.”송기명은 잠시 망설였다.그러나 송문수가 정말 회사로 출근한다는 생각에, 만약 육현경이 도와준다면 회사가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그럼 너랑 지수에게 맡길게.”송승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기명을 바라봤다.그는 입 밖으로 내려던 말을 결국 삼켜버렸다.하지만 송승우도 송기명이 회사로 출근하는 걸 원하지는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또 다른 사고라도 생기면 그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다만 송기명이 정말 송문수에게 회사를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그를 믿는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이었다.송승우는 입술을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잘 되길 바랄게.”송문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중환자실의 면회 시간이 끝나자 모두 병실을 떠났다. 허영지는 병원에 남아 송기명의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송승우는 급한 일이 있다며 서울로 갔고 송문수와 하지수는 회사로 가야 했다.그렇게 다들 병원에서 흩어졌다.차 안에서 송문수는 계속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그냥 회사로 가는 것뿐이잖아. 회사 사람들이 널 잡아먹기라도 하겠어?”하지수가 이렇게 그를 위로했다.그녀는 송문수가 회사에 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사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 회의에도 거의
송문수는 말을 입밖에 내뱉은 이상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하지수도 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러는 사이 차는 송씨 그룹에 도착했다.송문수는 마음을 많이 다잡고 나서야 차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함께 회사로 들어갔다.오가는 직원들 중 몇몇은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송 매니저님, 하 매니저님.”송문수는 이 상황이 약간 어색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일부러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굳혔다.무표정인 상태의 송문수는 약간 무서운 인상이었다. 게다가 키도 유난히 큰 편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가가기 힘들어 보였다.그래도 하지수는 천천히 고쳐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먼저 상황부터 파악하고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 방금 유 비서님한테 전화했으니까 곧 와서 상황을 보고해 주실 거야.”하지수가 말했다.“알겠어.”송문수는 의자에 앉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거울을 꺼내 자신의 눈 주위를 여러 번 확인했다.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그러자 유하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하 매니저님.”유하준은 먼저 하지수에게 인사를 건네더니 송문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송 매니저님.”그를 본 송문수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유하준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하지수에게 상황을 보고했다.“회사가 최근 새 프로젝트에 투자를 했습니다. 주로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이죠. 따로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기술력이 좀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연구개발도 중단되었고요. 그래서 회사에서는 손해를 적게 보기 위해서 프로젝트를 서둘러 마무리하려 했습니다.”“해외에서 연구개발에 유명한 과학자들을 데려온 덕에 기술도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신에너지 자동차가 시장에서 주목받을 때를 노려서 수익을 보려고 했지만 그 중 한 사람이 자격증을 위조했다는 것이 드러났고 그로 인해 우리 회사의 기술력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의문이 제기되었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송문수가 입을 열었다.유하준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봤다.그는 송문수가 회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순조롭게 잘 흘러가던 때에도 회사에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었기에 지금 같이 엉망인 회사는 더더욱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유하준은 또 송문수가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다.“구체적인 상황은 다 파악했습니다.”하지수가 말했다.“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우리가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비서님은 본인 일에 집중해 주셨으면 해요.”하지수는 유하준이 송문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믿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빨리 그를 내보내려고 했다.그런 유하준의 태도가 송문수를 자극해서 그가 화를 낼까 걱정했던 것이다.송문수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었고 조금만 기분이 나쁘면 화를 내버리는 성격이었기에 지금은 그를 최대한 달래는 것이 중요했다.유하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무실에서 나갔다.“문수 씨, 비서님 말에 의하면 지금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 있어. 투자 문제랑 사람들이 핵심 기술에 대한 불신인 것 같아.”하지수가 말했다.“현경 씨에게 물어봐. 지금 우리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응.”송문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지금 그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육현경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맞다, 현경이 신혼여행 중 아니었나?”통화 버튼을 누르다 말고 송문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음... 그랬던 것 같은데?”“상관없어. 현경이가 신혼여행 끝내고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사이에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송문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오랫동안 울리더니 전화는 겨우 연결되었다. 피곤한 듯한 육현경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송문수는 시간을 보며 말했다. 오전 10시 30분이었다.“현경아, 저녁에 얼마나 달렸으면 지금 이
송문수는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육현경은 흘러가는 1분 1초마저도 아까웠다.그는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소이연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전화를 거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는지 약간 불편해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소이연을 품에 안았다.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손은 그녀의 허리 주변을 맴돌았다.“안 돼.”소이연은 몸을 비틀며 말했다. 그녀는 아직 잠이 덜 깬 듯했는데도 불고하고 육현경이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나 너무 피곤해...”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육현경은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넌 편하게 즐기면 돼.”“어떻게 즐기라는 거야...”소이연은 육현경을 밀쳐냈다.“매번 그렇게 말하고 자제도 못하면서.”“어제 너무 소리를 질렀나? 목 나갔네.”육현경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소이연은 얼굴이 빨개졌다.섬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 부끄러운 짓만 잔뜩 했기 때문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민망했다.“또 못 자게 하면 나 장안시로 돌아갈 거야...”그 말에 육현경은 바로 조용해졌다.그는 아직 다 즐기지 못했지만 며칠동안 소이연이 너무 힘들었으니 일단 잘 자게 해주기로 결심했다.소이연이 정신을 차리면 그때는 육현경에게도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니 말이다.한편, 송씨 그룹.전화를 끊은 송문수는 하지수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방금 현경이가 말했어. 먼저 회사 내부부터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이야.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방금 비서님도 말했잖아. 지금 회장님이 안 계시는 탓에 모든 것이 엉망이라 회사 내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그래서 지금 회의를 소집할까 해. 모든 사람에게 당신이 임시로 회장 자리를 맡고 그룹의 모든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분명히 할 것을 제안하지.”“나 혼자서 괜찮을까?”송문수는 자신에게 별로 자신이 없었다.“네가 잘 해보겠다고 약속했잖아. 이건 첫걸음일 뿐이야.”하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송문수는 입
“물 좀 마셔.”송문수는 하지수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그러자 하지수는 살짝 놀랐다. 송문수는 종래로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그녀의 뜨거운 눈빛에 송문수는 조금 어색한 듯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목이 다 쉬었길래... 그 목소리 별로야.”“...”츤데레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듯했다.하지수도 개의치 않고 이렇게 말했다.“오늘 오후 2시 회의는 네가 아버님을 대신해서 참석해야 돼. 그리고 그때 네가 송씨 그룹을 임시로 맡게 될 거라고 발표할 거야.”“이렇게 빨리?”송문수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못 하겠어?”“아니.”송문수가 말했다.“네가 이렇게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놀라워서...”“현경 씨 말이 맞아.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거야.”하지수는 진지하게 말했다.“문수 씨, 오늘 회의 좀 험난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무조건 네 편이니까 걱정하지 마.”송문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그냥 나이 든 늙은이들일 뿐이야. 할 수 있어.”“나이가 든 사람들일수록 겪어본 일들이 많아서 더 까다로워. 너무 방심하지 마.”하지수가 주의를 줬다.“걱정하지 마.”송문수는 자신만만하게 보였다.하지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말은 잘한다니까.’하지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송문수의 성격이 좋았다. 그런 모습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다.오후 2시, 회의실.송문수는 하지수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20명의 이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분위기는 꽤 경직되어 있었다.송문수는 바로 회장 자리에 앉았다.그 순간 회의실에 있는 이사들은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송문수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이곳은 당신이 마음대로 장난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오늘 우리는 중요한 회사 결정을 논의하러 온 거니까 방해하지 마시죠?”“송문수 씨, 회장님께서는 병원에 계시지만 회사는 지금 위기 상황이에요.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 말아주세요.”“빨리 나
‘내가 오히려 회사를 망하게 할 거라고? 내가 그렇게 무능한 사람인가?’송문수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에 회사에 출근했을 때 이사들은 그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해줬었다.하지만 송기명이 병원에 입원하자 다들 송문수를 차갑게 대하기 시작했다.‘젠장.’송문수는 욕을 입밖으로 내뱉고 싶었다.“빨리 나가세요. 저희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요.”누군가가 짜증을 내며 재촉했다.“지금 회사의 문제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투자가 없는 겁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하고 있어서 저희는 돈이 필요해요. 두 번째는 핵심 기술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손실이 심각해요.”송문수는 더 이상 이사들과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지 않고 바로 본론부터 말했다.회의실에 있던 이사들이 잠시 멈칫했다.그들은 송문수가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회사 위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시네요. 그러니까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 주세요.”이사들은 여전히 그를 믿지 않았다.“저는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겁니다.”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누군가가 비웃으며 물었다.송문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일주일이면 600억 원의 자금이 마련될 겁니다.”회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뭐라고요?”그중 한 이사가 놀라며 물었다.“모자라는 600억 원의 자금은 일주일 내로 해결될 거라고 했습니다.”“어디서 돈을 구할 겁니까? 지금 은행에서도 대출을 거절하고 있어요.”“현경이한테서 빌렸어요.”송문수는 태연하게 말했다.송문수에게 뭐라 반박하려던 이사들은 이 말을 듣고 입을 꾹 다물었다.“정말로 육현경 씨가 600억 원을 빌려줄 거라고 확신하세요?”누군가가 물었다.“확신합니다.”송문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이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에게 놓고 말해서 투자 문제는 정말 골칫거리였고 송문수는 그걸 아주 쉽게 해결해 버렸다.‘정말 운도 좋지. 육현경 씨 같은 친구가 있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초대가 안 된다는 걸 알죠?”송문수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게 굳이 시도할 필요가 있나요? 이건 분명한 사실 아닌가요?”오 이사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송문수 씨, 제발 시간 낭비 좀 그만해요.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맞아요. 저는 아직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되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오 이사님처럼 이렇게 부정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생겨도 이렇게 소극적인 생각만 하는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어요?”송문수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송문수 씨!”오 이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다소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저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 귀한 시간을 분명히 쓸모없는 일에 낭비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제 방법이 쓸모없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거라면 오 이사님께 더 좋은 해결책이라도 있으신가 보죠?”송문수가 물었다.오 이사는 말문이 막혔다. 만약 그에게 해결책이 있었다면 이렇게 급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송문수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전혀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오 이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그래서 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잖아요!”“그럼 그렇게 하시죠. 저는 옆에서 듣고 있겠습니다.”송문수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다른 이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들도 아무런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논의하자는 거 아니었나요? 왜 아무도 말하지 않죠?”송문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다른 이사들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회의실 안의 분위기는 어색했고 왠지 모를 긴장감이 돌았다.오 이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송문수에게 따지며 물었다.“회장님 대신으로 오신 거 아니에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는데 회장님께서 해결하셔야죠.”송문수는 오 이사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오 이사는 송문수가 웃는 걸 보며 어이가 없었다.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
송문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아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더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송문수가 점점 더 발전하는 걸 보면서 하지수도 그를 더 지지해 주고 싶었고 송문수로 하여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하지수는 옆에 있는 소파로 가서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습관처럼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들어갔다.그녀는 비록 알림을 꺼 놓았지만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메시지가 있으면 항상 첫 번째로 확인하곤 했다.그런데 그때, 그룹 채팅에 있는 메시지를 본 하지수는 깜짝 놀랐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할 것이었다.송문수가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보낸 것이었다.하지수는 고개를 들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채팅방에는 여전히 ‘하지수’라는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문수 씨,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거 아니야?”하지수가 물었다.“어?”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하지수는 송문수 앞에 서서 그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타자를 해놓고 아직 보내지 않은 ‘하지수’도 있었다.송문수도 그제야 자신이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입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자신도 놀란 듯했다. 그는 자신이 타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방금 그의 머릿속이 온통 하지수로 가득 찬 건 사실이었다.그때, 채팅방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회장님 지금 하 매니저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그걸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보낸 거고?]메시지는 보내지자마자 삭제되었고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나도 잘못 보냈네!”그룹 채팅에 두 개의 삭제 기록이 나타났다.송문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제야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하지수’라는 메시지들을 삭제하려 했지만 이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
송승우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하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게 송문수를 고른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반드시 알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사무실을 떠나 바로 송문수의 사무실로 갔다.송문수는 업무에 몰두해 있었다.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자유시간이 없었고 퇴근 후에도 여전히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하느님도 부지런한 사람을 도울 거라 믿으며 송문수가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형이 뭐라고 했어?”송문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자기 개인 비서로 되어달라고 하더라고.”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송문수랑 같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마음을 다할 생각이었다.송문수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치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하지수가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였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지수가 형 요구를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알겠다고 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송문수는 일에 더 집중하려 애썼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결심한 이상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거절했어.”하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문수는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분명 그녀의 말에 설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계속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반면, 하지수는 송문수에게 그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송문수는 자기한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결정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왜 거절했는데?”송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문수 씨한테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수는 웃으며
하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승우를 바라보았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어린 시절 그녀는 항상 송승우를 믿었고 그가 자기를 보호해 줄 거라 생각했었다. 송승우는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하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송승우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게다가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이 너무 유치해서 하지수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지?’송승우는 하지수와 송문수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몇 번이나 말했으니 모를 리 없었다.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있고 송승우와의 관계는 이미 끝난 거라고 말이다.그리고 송문수가 지금 송씨 그룹의 대리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도 분명 알고 있었다. 송문수의 결정이 회사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말이다. 송문수한테 도움이 더 필요했고 송문수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생각이 없는 건가?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인 말을 할 수 있는 거지?’“왜요? 제가 무슨 어려운 부탁이라도 했나요?”송승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승우 씨, 정말 제대로 일하려고 온 거 맞아요? 아니면 그냥 문수 씨를 못 믿어서 온 건가요? 문수 씨가 회사를 잘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감시하러 온 거냐고요!”“당연히 일하러 온 거죠. 아니면 왜 연구소 일까지 내려놓고 회사로 왔겠어요! 그리고 또...”“아까 지수 씨가 그러셨잖아요. 송문수를 못 믿냐고요. 맞아요. 전 송문수 그 자식 못 믿어요. 송문수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성과를 하나 냈다고 교만해져서 마음대로 하려 할 겁니다.”“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승우 씨는 왜 그렇게 문수 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예요?”하지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아니라면 왜 문수 씨를 그렇게 모욕하고 내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겠어...’하지수의 능력이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송문수가 회사의 대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한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지 송문수에게 회사를 관리하는 재능이 있어서 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송문수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하지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지어는 날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다. 게다가 차에서 보는 서류들도 모두 송씨 그룹과 관련된 문서였다.송문수는 원래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먹고 자고 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송문수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송문수의 말대로 하지수는 다음 주에 회사로 찾아올 크레지를 위해 연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송문수와 하지수가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사님들도 점점 두 사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맡긴 업무에 대해 불평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했다.그러면서 송문수와 하지수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고 회사도 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하지수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요즘 들어서 그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송문수는 자주 회사의 전문 용어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그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올 수 있으세요?”그때, 송승우가 갑자기 하지수를 불렀다.하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송문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네 마음대로 해.”송문수는 이렇게 말하고 큰 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수는 속으로 약간 허탈감을 느꼈다.송문수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지수에 대한 감정은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도
회의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은 혹시나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송승우는 믿을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장난만 치고 아무것도 해낸 적 없었던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제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요. 다음 주 수요일쯤, 크레지 씨가 직접 회사로 와서 계약서에 사인하실 거라고 하셨어요.”송문수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정말인가요?”오 이사님이 가장 먼저 물었다. 이렇게 묻는 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다른 이사님들도 모두 송문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이사님들뿐만 아니라 송기명까지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거라 생각했었다. 기술 투자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즉시 프로젝트를 멈추고 더 이상의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그동안 들인 노력과 돈이 헛된 것으로 된다고 해도, 아쉽고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면서, 이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이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기술 투자를 따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국제적인 협력 또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 경쟁 관계도 존재했으니 말이다.그럼에도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성사한 것이었다.“금방 크레지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송문수도 감격스러운지 여러 번 반복했다.“정말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오 이사님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다른 이사님들도 다들 같은 말만 반복했다.“문수 씨, 정말 대단하세요!”“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크레지 씨한테서 기술 투자를 따내다뇨... 크레지 씨는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문수 씨, 이번에 정말 큰 공을 세우셨어요. 만약 이번 기술 투자가 실패했다면 회사는 최소 3년에서 5년 동
그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송기명과 허영지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니 말이다.그러나 송문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해줬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유독 송승우만은 계속해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했고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하지수는 송승우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러자 그때, 송문수의 전화가 울렸다.전화 화면을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송승우는 송문수의 행동을 지켜보며 마치 트집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송문수, 회의 중에 개인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몰라?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송문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회의실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승우는 더 화가 났다.그때, 오 이사님이 그를 꾸짖었다.“승우 씨, 지금 문수 씨는 이 회사의 회장입니다. 이 회사에 발을 들인 이상 문수 씨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수 씨가 전화를 언제 받든 그건 문수 씨가 결정할 일입니다. 저희도 문수 씨랑 여러 번 회의를 해봤어요. 진짜 급하고 중요한 전화가 아닌 이상 회의 중에 절대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송승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송문수 이놈, 비밀리에 오 이사님이랑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왜 오 이사님께서 계속 송문수를 감싸주겠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이사님들을 둘러보았다.다른 이사님들도 송문수가 회의 중에 전화를 받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송승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도대체 송문수가 이 사람들에게 뭘 해 줬길래 다들 이렇게 그를 감싸는 걸까?’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조용히 송문수가 전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송승우는 점점 더 짜증이 났지만 다들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도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송문수가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승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송문수가 말을 마치자 모든 이사들이 손을 들어 찬성했다.송승우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그렇게 애쓰던 프로젝트가 물거품으로 된다니까요?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요?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무조건 손해를 볼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송문수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찰나, 오 이사님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승우 씨,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오신 거 맞으세요?”“당연히 알고 왔죠.”송승우는 당당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지금 승우 씨가 하는 말들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오 이사님은 원래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도 상대가 송승우였기에 지금까지 나름대로 배려를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사실 저는 예전부터 문수 씨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어요. 문수 씨가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는 좀 오래 되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일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문수 씨는 정말로 회사를 위해 애쓰고 있어요. 저도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문수 씨의 진심을 느꼈거든요.”“하지만 승우 씨는... 정말 실망입니다. 승우 씨는 지금 회사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요.”“오 이사님!”송승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사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절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건 제 인생 그 자체를 모독하는 겁니다.”“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사실 문수 씨가 대리 회장님을 맡게 되었을 때, 전 더 심하게 말했었거든요. 하지만 문수 씨가 회사를 관리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저는 그냥 아버지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왜 그렇게 저를 비난하시는 거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냐고 말입니다. 만약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왜 회사가 자금 파산의 문턱에 있는지 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송승우는 송문수의 말투에서 그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형, 직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 차량을 사용하라고 하는 건 불법이야. 노동법을 위반하는 거라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만약 형 말대로 강요하면 말이야.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신고해 버리면 우리는 법적 처벌을 받게 돼. 그러면 송씨 그룹도 끝장나는 거고. 원래부터 상태가 별로 안 좋은 데다가 평판까지 나빠지면 그때는 정말 파산이야.”“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하면 되잖아. 할인까지 해주는데 직원들이 왜 반대하겠어?”송승우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그럼 얼마나 할인할 건데? 몇 퍼센트가 적당할까?”송문수가 따져 물었다.“형, 제대로 생각해 보긴 한 거야? 할인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보는 건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직원마다 상황이 다르잖아. 가정 형편도 다 다르고... 게다가 만약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가 있다고 생각해 봐.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나라면 안 살 것 같거든?”“그래도 필요한 직원들도 있을 거 아니야?”송승우의 얼굴이 확실히 어두워졌다.“송문수,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내 생각을 부정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형인데... 날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거야?”“기술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형도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서 낸 성과를 바로 부정해 버렸잖아.”송문수가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그 말을 들은 송승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송문수의 말이 맞았기에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사회니까 우리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 이사님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 제 생각에 동의하는 이사님들은 손을 들어줄 수 있으신가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우리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게 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모두가 침묵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