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문헌의 말에 대꾸했다.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육현경은 옆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았다. 소이연이 어떻게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지를 지켜보았다...소이연이 꽃다발을 건네받은 후 누군가 갑자기 떠들어댔다.“뽀뽀해! 신랑 신부 뽀뽀해!”한 사람이 말을 꺼내자, 너도나도 같이 호응하기 시작했다.예수진도 같이 외치려고 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육현경을 발견했다.무슨 모습이라고 할까? 지금 방 전체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차 있는데, 오직 육현경에서 감출 수 없는 슬픈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런 그가 지금의 유쾌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에 한눈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예수진은 자리를 옮겨 육현경 옆으로 걸어갔다.육현경은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난 같이 호응하지 않았어.”예수진이 말했다.“다른 사람이 요구한 거지, 난 저 사람들과 한통속이 아니야.”육현경은 예수진을 대꾸하지 않았고 계지원도 말을 하지 않았다.계지원은 지금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수진이 어떻게 다른 남자한테...’계지원은 다리를 다친 후부터 확실히 운동할 수 없어서 복근이 존재하지 않았다.계지원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서운했다. 그러나 감정이 무딘 예수진은 그의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계지원은 예수진이 육현경의 속상한 심정을 눈치챘지만, 자신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한 것에 대해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예수진은 확실히 계지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육현경이 자신을 상대하지 않자, 다시 신랑 신부 쪽으로 달려가 가까이서 구경했다.심문헌은 긴장을 타서 얼굴과 귀가 다 빨개졌고 소이연도 쑥스러워서 얼굴과 귀를 붉혔다.이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너무 아름다워 옆에 있는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쉴 새 없이 찍어댔다.심문헌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용기를 내어 소이연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두 사람이 입맞춤하자 모두가 손뼉을 치며 환호하면서 분위기를 한층
육민은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예수진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어휴, 기분이 좀 안 좋네요.”예수진은 갑자기 터무니없이 한마디 했다.“이연 언니가 결혼하는데 네가 기분 나쁠 게 뭐가 있어? 아까 선물도 많이 받았잖아.”하지수가 옆에서 말장난을 쳤다.“맞아요.”옆에서 심문헌이 격동하며 말했다.“방금 저한테 시킨 것들, 제가 불만 하나 없이 열심히 했잖아요.”“저는 두 사람의 결혼이 기분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예수진은 어이가 없어 설명을 늘어놓았다.“저는 단지 이렇게 잘생긴 민이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사위가 될 거로 생각하니 마음이 아픈 거예요.”“…”“사실 저는 예전에 우리 하연이를 민이한테 시집가게 할 생각이었어요.”예수진은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근친이라서 안 되더라고요. 너무 화나요!”예수진은 씩씩거리며 화를 냈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육민도 얼굴이 빨개지도록 웃었다.접대실은 예수진 때문에 조용해질 틈이 없었고 쭉 화기애애했다.슬슬 손님을 맞이할 시간이 되자, 예수진과 하지수만 접대실에 남아서 소이연과 말동무를 했고 심문헌은 먼저 나가서 하객을 맞이했다.육민도 접대실에서 나와 육현경을 찾으러 다녔다.한편, 육현경과 계지원은 축의금을 내고 식장에 들어갔다.계지원은 참지 못하고 육현경을 놀렸다.“너도 정말 이연 씨의 결혼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하네.”“내가 결혼식을 줄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건 할 수 있지.”육현경이 서글픈 웃음을 지어내자 계지원은 더 말하지 않았다.계지원은 지금 육현경이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예수진이 하도경과 사귀던 날들... 계지원은 그날들을 지금 다시 떠올려도 마음이 아파서 육현경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두 사람은 객석으로 걸어갔다.“아빠.”육민은 육현경을 보고 서둘러 두 사람 곁으로 갔다.육현경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무래도 신부 쪽의 중요한 손님이다 보니
소이연은 곧 결혼한다.육민은 육현경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민아, 괜찮아. 너의 아빠는 어른이야.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아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계지원은 따뜻한 말로 육민을 위로했다.“네.”육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묵묵히 자리에 앉았다.근데 어쩐지 옆에 앉아있는 천우진도 기분이 조금 안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육현경은 방금 봤던 그림자를 따라 호텔의 가든에 갔고, 빠른 속도로 가든을 한 바퀴 돌았다.‘내가 잘 못 본 건가? 진짜 착각한 걸까?!’육현경은 몸을 돌려 가든을 떠났다.떠나자마자, 한 사람이 은밀한 구석에서 걸어 나오더니 입가에는 음침한 미소가 달려있었다.‘내가 얻을 수 없는 행복, 소이연, 너도 얻을 생각하지 마.’...육현경은 다시 웨딩홀로 들어가서 바로 제자리에 돌아간 것이 아니라 천우진의 옆에 걸어가서 말했다.“우진 씨, 사람 시켜서 임아영이 퇴원한 게 아닌지 조사해 보세요.”천우진은 눈매가 매서워졌다.그는 육현경과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상대방의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천우진은 얼른 전화를 쳐서 임아영의 행방을 알아봤고 육현경은 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임아영과 숨바꼭질을 하느니, 차라리 직접 가서 CCTV를 따는 게 빨랐다.만약 진짜 임아영이라면... 그녀는 무조건 나쁜 마음을 품고 왔을 것이었다.육현경은 바로 감시실에 찾아가서 관계자와 소통한 뒤 CCTV를 돌려보기 시작했다.한참 후, 천우진이 육현경에게 전화했다.“방금 사람을 시켜서 확인해 봤는데 임아영 지금 병원에 없대요.”“언제 퇴원한 거예요?”“일주일 정도 된다고 했어요.”육현경은 손에 힘을 주었다.“현경 씨, 임아영을 직접 봤나요?”천우진이 물었다.“확실치는 않아요. 지금 CCTV를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 임아영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어요.”“만약 임아영이 진짜 이곳에 왔다면 반드시 대비해야 해요. 지금 임씨 가문이 완전히 망가진 이상, 임아영은 아무것도 없으니 진짜 무슨 일이든지 저지를 수 있어요.”“알
육현경은 재빨리 소이연의 분장실로 달려갔다.같은 시각, 소이연은 준비를 마치고 결혼식장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뻘뻘 흘린 육현경과 마주쳤는데 그의 모습은 마치 큰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소이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예수진은 흥분하면서 육현경을 향해 소리쳤다.“오빠, 드디어 신부를 뺏으려고 마음먹은 거야!”예수진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했다.육현경은 예수진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소이연의 눈빛에서 증오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육현경은 가까스로 숨을 가라앉히며 말했다.“나 방금 임아영이 결혼식장에 온 걸 봤어. 임아영이 얼마나 험한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결혼식을 잠시 중지했다가 사람을 찾은 후에 다시 진행하는 게...”“육현경, 내가 당신을 더 미워했으면 좋겠어?”소이연은 육현경의 말을 바로 끊어버렸다.육현경은 눈빛이 흔들렸다.“내 결혼식에서까지 당신과 다투고 싶지 않아. 비켜줘.”소이연은 냉랭하게 말했다.“이연아, 난 너의 결혼식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네가 지금 결혼식을 올리면 사고를 당할지도 몰라. 우리가 먼저 임아영을 찾고 그다음에 네가 다시 결혼식을 올려...”“그럼 지금 나보고 이렇게 많은 하객을 마냥 기다리게 하라는 거야? 만약 사람을 쭉 찾지 못하면, 내 결혼식은?! 육현경, 당신은 어쩜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어!”소이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날 믿어줘. 진짜 임아영이... 내가 CCTV를 가져와서 보여줄게.”육현경은 소이연을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방금 감시실에서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CCTV에 담긴 증거도 찍어놓는 걸 깜빡했다.“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데?”소이연의 질문에 육현경은 말문이 막혔다.“어젯밤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봐.”소이연이 쏘아붙이자 심문헌은 말을 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었다.소이연은 어젯밤의 일로 아마 육현경을 평생 미워할 것 같았다.육현경이 말했다.“임아영이 정말 웨딩홀에 있어. 날 믿지 못하겠다면 우진 씨에
소이연이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을 모두 쏟아내듯이 소리치자, 예수진은 겁을 먹고 옆에 있는 하지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어떡해? 말려야 하지 않아?”“넌 누구의 편을 들 건데?”예수진은 말문이 막혔다. 결국,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 몰라서 옆에서 손 놓고 보기만 했다.“육현경, 내가 정말 당신을 평생 미워했으면 좋겠어?!”소이연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육현경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이연아, 그렇게 한 시라도 심문헌 씨에게 시집가지 못해서 안달이 났어?! 1분도 못 기다려?!”육현경도 소이연의 태도에 화를 내고 말았다.“어! 일 초도 못 기다리겠어!”소이연이 단호하게 말하자 육현경은 핏대가 불끈 솟았다. 예수진은 이러다가 육현경이 정말 소이연을 때릴 것 같아 안절부절못했다.‘어떡하지?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신고하면... 가족을 배신하는 게 되는 건가?!’예수진이 이런저런 생각에 불안해하고 있을 때 육현경이 갑자기 소이연의 손을 놓아주었다.소이연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지금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더 지체하다가 결혼식을 놓칠지도 몰라 소이연은 아주 급했다.소이연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육현경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소이연을 케어하던 스태프도 얼른 그녀를 뒤따랐고 예수진도 따라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육현경에게 말했다.“오빠, 왜 사람이 성실하지 못해요!”예수진은 한스럽다는 듯이 한 마디 내던지고는 얼른 소이연을 따라갔다.웨딩홀에 도착하고 보니, 사회자는 이미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고 심문헌도 이미 무대에 멋지게 서 있었다.소이연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고는 버전 로드의 끝에 자리를 잡았다.소이연은 소승영에게 결혼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절차상, 아버지가 아닌 신랑이 버전 로드 끝에 다시 걸어와서 신부와 팔짱을 끼고 기나긴 버전 로드를 함께 걸어가야 했다.무대 중앙에서 행복한 얼굴로 서 있는 심문헌을 보면서 소이연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육현경은 웨딩홀에서 임아영을 계속 찾다가 무심코 무대 위의 화면을 보게 되었다.이때 심문헌은 새하얀 부케를 들고 소이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심문헌이 소이연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의 면사는 점점 드리워졌다.결국, 소이연의 아름다운 미모는 완전히 모든 하객의 눈앞에 드러났다.불빛이 소이연의 몸에 드리워지는 순간, 웨딩드레스에 박혀 있는 다이아몬드는 반짝반짝 빛났다. 소이연은 마치 인간 세상에 내려온 천사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하객들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장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심문헌은 소이연 앞으로 걸어갔다.그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심문헌은 마음속의 흥분을 애써 가라앉히려고 심호흡했다.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칭찬을 자아냈다.“이연 씨, 너무 아름다워요.”소이연은 옅은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심문헌은 소이연의 미모에 푹 빠져 숨 쉬는 것조차 까먹을 뻔했다.‘어쩜 이렇게 아름답지!’예수진도 참지 못하고 옆에서 감탄을 자아냈다.“이연 언니의 미모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까워. 언니 같은 캐릭터는 전혀 손보지 않고 내놓기만 해도 큰 사랑을 받았을 건데.”하지수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절대로 예수진이 소이연의 외모를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었다.소이연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진짜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존재였다.무대 밑에 서 있던 육현경은 소이연을 더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소이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육현경은 마음이 아파 났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지금 그는 아름다움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육현경은 임아영이 소이연의 결혼식을 망치기 전에, 소이연이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결혼식을 망치기 전에 빨리 그녀를 찾아야 했다. 그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심문헌은 사회자의 제시에 따라 소이연의 손을 잡았다.손을 잡자 심장이 더 두근거리고 온몸이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문헌 씨, 많
임아영은 시기를 잘 잡고 재빨리 무대로 달려들었다.소이연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녀를 죽이려는 작정이었다.임아영은 손에 검은색 총을 들고 소이연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러나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소이연을 와락 덮쳤다.소이연은 바닥에 쓰러졌고 그 사람은 소이연을 자신의 몸 밑으로 단단히 숨겼다.임아영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단번에 소이연을 안고 있는 사람이 육현경인 것을 보아냈다.‘소이연이 이제 다른 사람의 신부가 되었는데도, 육현경 당신은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키려는 거야?!’임아영은 사실 육현경이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자기를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임아영은 줄곧 남자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남성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왔던 것이었다. 그 덕에 지금까지 경호팀의 눈길을 피해서 웨딩홀에 나타날 수 있었다.사실 임아영은 육현경이 자신을 발견했기에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육현경은 소이연더러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도록 막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생각밖에도 결혼식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육현경이 너무 자신만만한 건지, 아니면 소이연이 자신만만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육현경이 나타나자 방아쇠를 당기던 임아영의 손은 잠시 멈칫했다.갑작스러운 사건 사고에 웨딩홀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소이연은 육현경이 덮치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보지 않아도 그녀는 눈앞의 사람이 육현경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소이연의 눈가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심문헌도 이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그의 첫 반응은 육현경이 결혼식을 파괴하려고 온 것이라 생각하여 얼른 육현경을 끌어내리려 했다.그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육현경이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할 작정이었다.그러나 허리를 굽히는 순간, 누군가가 심문헌을 홱 잡아당겼다. 심문헌이 고개를 돌려보니 천우진이 한껏 초조한 얼굴로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었다.천우진은 심문헌을 잡고 밑으로 내려가며 그에게 반항의 기회
“이연 씨?”심문헌이 여러 번 불렀지만, 소이연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직도 공포에 갇혀있는 게 분명했다.“이연 씨, 이제 괜찮아요!”심문헌은 소이연을 와락 끌어안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소이연은 몸을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조금 전의 장면을 생각하니...조금 전, 육현경과 임아영이 맞선 장면을 생각하니...‘방금 그 한 방이 어디에 맞은 걸까?’소이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더 세게 떨었다.“이연 씨, 괜찮아요. 이제 별일 없을 거예요. 제가 있잖아요. 제가 이연 씨 옆에 꼭 붙어 있을게요.”심문헌은 소이연을 꽉 끌어안고 계속 달래주었다.지금 웨딩홀 안의 하객들도 모두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기가 위험할까, 밖이 더 위험할까? 신부도 많이 놀란 것 같은데, 결혼식은 계속 진행될 수 있는 거야?’웨딩홀은 시끌벅적했다.심문헌은 바로 결정을 내리고는 말했다.“결혼식을 뒤로 미루겠습니다. 다들 먼저 가보셔도 됩니다.”소이연은 심문헌의 팔을 덥석 잡았는데 손바닥에는 땀이 흠뻑 젖어있었다.“이연 씨?”심문헌은 소이연을 바라보았다.“어떻게 됐어요?”소이연은 드디어 입을 열고 물었다.심문헌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그의 신경은 온통 소이연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심문헌이 얼른 대답했다.“제가 확인해 볼게요.”소이연은 침묵을 지키면서 조용히 기다렸다.심문헌은 천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방금 천우진이 호텔을 나가서 육현경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보았다.“어떻게 되었어요?”심문헌은 다급히 물었다.“아무 일 없어요. 결혼식을 마저 진행하세요.”천우진의 목소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주 침착하고 냉담했다.“육현경 씨 다치지 않았어요?”“크게 다치지 않았어요.”천우진이 말했다.“육현경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제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진짜 괜찮은 게 맞아요?!”심문헌은 천우진이 자신을 얼버무리고 있는 것 같아 언성을 높였다.천우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
“놓지 못해?”송문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이거 놔요.”하지수도 송승우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송승우의 눈빛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그는 더욱 세게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파요!”송문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놓으라고 했다!”그는 송승우의 팔을 끌어당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송승우는 통증을 느꼈으나 승부욕 때문에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송문수가 힘을 줄수록 그도 더욱 힘을 줘서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송승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놔. 나와 지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끼어들지 말라고?”송문수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형이 잊은 것 같은데 지수는 내 와이프야. 우린 부부이지만 형과 지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지금 형이 내 와이프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끼어들지 말라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너!”송문수의 쏘아붙인 말에 송승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에 송승우는 하지수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문수를 안중에 넣지도 않았고 그들의 결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송문수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지수가 좋아한 사람은 나야!”송승우는 수치심에 더 약이 올라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반박할 힘도 없었고 송문수의 말이 들려왔다.“지수가 누구를 좋아하든 지금은 내 여자야.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누구도 지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셋까지 셀 테니 지수를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승우는 끄덕하지도 않고 송문수를 노려보았다.“하나.”“둘.”송문수는 ‘셋’을 세는 대신 주먹을 들고 송승우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송문수의 한 방을 맞은 송승우는 코피를 흘렸고 아픔으로 이내 하지수를 놓아주었다.그러나 송승우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늘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
송문수는 하지수가 일어나서 송승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송승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생각했다.‘그래, 지수 씨도 아직 날 신경 쓰고 있다니까. 숨기려 해도 어떻게 숨기겠어? 이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나는 거지.’송문수는 멀어져 가는 하지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에 손이 닿았을 때 살짝 멈칫했다. 하지수를 강제로 붙잡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는 항상 하지수의 선택을 존중해 왔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다.하지수는 송승우 앞으로 걸어갔고 송승우가 먼저 손을 뻗더니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 하지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승우 씨?”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이제와사 분명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흐릿할 뿐이었다.“너무 늦었어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송승우가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하지수는 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그러자 송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아까는 잠에서 덜 깨서 그랬어요. 전 문수 씨랑 같이 갈 거예요.”“뭐라고요?”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네?”하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저를 놀리는 게 재밌으세요?”송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수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송승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제가 잘못한 걸로 하죠.”그가 갑작스레 사과를 하자 하지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사과를 하는 거야?’“미안했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난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잖아요. 결혼식장에 지수 씨 혼자 남겨두고 간 건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하지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
송문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아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더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송문수가 점점 더 발전하는 걸 보면서 하지수도 그를 더 지지해 주고 싶었고 송문수로 하여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하지수는 옆에 있는 소파로 가서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습관처럼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들어갔다.그녀는 비록 알림을 꺼 놓았지만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메시지가 있으면 항상 첫 번째로 확인하곤 했다.그런데 그때, 그룹 채팅에 있는 메시지를 본 하지수는 깜짝 놀랐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할 것이었다.송문수가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보낸 것이었다.하지수는 고개를 들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채팅방에는 여전히 ‘하지수’라는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문수 씨,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거 아니야?”하지수가 물었다.“어?”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하지수는 송문수 앞에 서서 그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타자를 해놓고 아직 보내지 않은 ‘하지수’도 있었다.송문수도 그제야 자신이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입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자신도 놀란 듯했다. 그는 자신이 타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방금 그의 머릿속이 온통 하지수로 가득 찬 건 사실이었다.그때, 채팅방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회장님 지금 하 매니저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그걸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보낸 거고?]메시지는 보내지자마자 삭제되었고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나도 잘못 보냈네!”그룹 채팅에 두 개의 삭제 기록이 나타났다.송문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제야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하지수’라는 메시지들을 삭제하려 했지만 이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
송승우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하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게 송문수를 고른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반드시 알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사무실을 떠나 바로 송문수의 사무실로 갔다.송문수는 업무에 몰두해 있었다.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자유시간이 없었고 퇴근 후에도 여전히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하느님도 부지런한 사람을 도울 거라 믿으며 송문수가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형이 뭐라고 했어?”송문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자기 개인 비서로 되어달라고 하더라고.”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송문수랑 같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마음을 다할 생각이었다.송문수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치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하지수가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였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지수가 형 요구를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알겠다고 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송문수는 일에 더 집중하려 애썼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결심한 이상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거절했어.”하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문수는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분명 그녀의 말에 설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계속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반면, 하지수는 송문수에게 그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송문수는 자기한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결정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왜 거절했는데?”송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문수 씨한테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수는 웃으며
하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승우를 바라보았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어린 시절 그녀는 항상 송승우를 믿었고 그가 자기를 보호해 줄 거라 생각했었다. 송승우는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하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송승우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게다가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이 너무 유치해서 하지수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지?’송승우는 하지수와 송문수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몇 번이나 말했으니 모를 리 없었다.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있고 송승우와의 관계는 이미 끝난 거라고 말이다.그리고 송문수가 지금 송씨 그룹의 대리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도 분명 알고 있었다. 송문수의 결정이 회사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말이다. 송문수한테 도움이 더 필요했고 송문수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생각이 없는 건가?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인 말을 할 수 있는 거지?’“왜요? 제가 무슨 어려운 부탁이라도 했나요?”송승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승우 씨, 정말 제대로 일하려고 온 거 맞아요? 아니면 그냥 문수 씨를 못 믿어서 온 건가요? 문수 씨가 회사를 잘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감시하러 온 거냐고요!”“당연히 일하러 온 거죠. 아니면 왜 연구소 일까지 내려놓고 회사로 왔겠어요! 그리고 또...”“아까 지수 씨가 그러셨잖아요. 송문수를 못 믿냐고요. 맞아요. 전 송문수 그 자식 못 믿어요. 송문수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성과를 하나 냈다고 교만해져서 마음대로 하려 할 겁니다.”“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승우 씨는 왜 그렇게 문수 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예요?”하지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아니라면 왜 문수 씨를 그렇게 모욕하고 내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겠어...’하지수의 능력이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송문수가 회사의 대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한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지 송문수에게 회사를 관리하는 재능이 있어서 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송문수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하지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지어는 날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다. 게다가 차에서 보는 서류들도 모두 송씨 그룹과 관련된 문서였다.송문수는 원래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먹고 자고 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송문수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송문수의 말대로 하지수는 다음 주에 회사로 찾아올 크레지를 위해 연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송문수와 하지수가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사님들도 점점 두 사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맡긴 업무에 대해 불평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했다.그러면서 송문수와 하지수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고 회사도 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하지수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요즘 들어서 그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송문수는 자주 회사의 전문 용어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그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올 수 있으세요?”그때, 송승우가 갑자기 하지수를 불렀다.하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송문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네 마음대로 해.”송문수는 이렇게 말하고 큰 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수는 속으로 약간 허탈감을 느꼈다.송문수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지수에 대한 감정은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