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 모른 체하지 마. 나를 화나게 하면 좋을 것 없어. 당장 물건을 내놔.”사나이는 보검을 어깨에 메고 옹기종기 말했다.이도현은 이전에 사방의 바보를 본 적이 없다. 오늘 처음 보는 건데 큰 덩치에 서양인 특유의 스타일이 더해지니까 몹시 우스웠다.“말은 바른 대로 해야지. 나보고 물건을 내놓으라고 했으면 적어도 무슨 물건인지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꽤 많거든. 속옷도 몇 벌 갖고 있는데 필요해?”“그런데 그쪽 체격에 맞을지 모르겠네. 정말 필요해?”이도현은 모처럼 장난을 쳤다.“젠장. 이 쥐새끼가 죽고 싶어?”“칠색동백꽃 그리고 곤륜옥의 비밀 둘 다 내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머리를 잘라버리겠어. 빨리 내놔...”화가 잔뜩 난 사나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고함을 질렀다.그는 이도현이라는 동양인이 곧 성지에 올 것이고 몸에 칠색동백꽃과 곤륜옥의 비밀 등 귀중한 보물이 있다고 들었다.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부리나케 이곳에 달려와 밤낮 가리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이도현을 기다렸다.그는 이도현의 보물을 얻기 위해 이 며칠 동안 따끈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집에 있는 두 아가씨도 아낄 틈 없이 이도현만 눈 빠지게 기다렸다.그렇게 겨우 기다렸는데 이도현이 말을 듣지 않았다.물건을 고분고분 내놓지 않을뿐더러 속옷을 갖겠냐고 놀리기까지 했다.‘속옷을 왜 줘? 내가 어디 봐서 속옷이 필요하게 생겼어.’“오. 속옷이 아니라 칠색동백꽃과 곤륜옥의 비밀이 필요한 거구나. 이 두 물건이 나에게 있는 건 맞아.”이도현은 문득 깨달은 체하며 말했다.“있으면 됐어. 당장 이리 내놔.”“내놓을 수는 있는데 보물은 두 개고 사람이 여러 명이잖아.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 먼저 상의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이도현은 조롱하는 말투로 말하며 주변의 산을 한번 훑어보았다.산에 적어도 예닐곱 사람이 숨어있었다.그들은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분명했다.“어디에 사람이
태허산.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절벽 위의 동굴 저택에 강력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 살고 있다! 그는 세상 밖을 헤매며 자유롭고 한가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신선 같은 인물이 지금 한 소년에게 지극히 시달리고 있다.“에라잇, 썩을 놈아! 썩 꺼지거라,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8년이다! 8년! 네 놈은 내가 이 8년을 어떻게 버텨온 줄 알기나 해?”“스승님......”“이 스승이 이렇게 부탁할게. 넌 이미 강력한 실력을 갖췄어. 그러니 제발 산에서 내려가거라. 난 좀 더 오래 살고 싶단 말이다!”노인은 울상을 지으며 소년을 향해 허리도 굽혀보고 듣기 좋은 말도 건네보았다.“스승님, 전 심장이 쫄려서 도무지 내려갈 수 없어요. 산 아래는 위험해요. 마취도 없이 척추를 빼간다고요. 어우, 소름.”“쫄리긴 개뿔! 남들이 널 무서워하면 모를까.”“그리고, 척추 얘기는 들먹이지 마! 나도 두렵단 말이다.”노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스승님......”“썩 꺼지거라!”“…”“너 갈 거야, 안 갈 거야! 안 가면 나 확 죽어버린다!”노인은 허겁지겁 발밑에 있는 돌의자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순간 노인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하지 마세요! 스승님! 갈게요!”이도현은 노인의 미친 행동에 깜짝 놀랐다.“꺼져, 당장 꺼져!”노인은 손을 흔들며 이도현을 내쫓았다! 동시에 보따리 하나를 밖으로 내던지고 동굴 저택의 문을 굳게 닫았다.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졌다.8년이다! 8년 동안 노인은 이도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노인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도깨비 같은 이도현을 북부에서 데려온 것이다.이도현의 천부적인 재능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한다.무도, 의학, 별자리 점 등 노인이 평생 배워 온 것을 이도현은 8년 만에 모두 완벽하게 습득했다.심지어 어떤 부분은 스승을 능가할 정도이니, 노인은 얼굴이 뜨거웠다이도현을 쫓아내지 않으면, 노인은 언젠가 이 꼴 보기 싫은 자식 때문에 미쳐 죽고 말 것이다.“휴!
다행히도 수많은 남자 중에서 이도현은 유일하게 그녀에게 골수를 기부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이로 인해 강설미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강설미는 이도현과 결혼했고, 이도현은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이도현은 팔자가 활짝 피어 편한 인생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그를 더 실망하게 했다.강설미와 결혼한 뒤, 강설미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도현과의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이도현의 지위는 강회장이 기르는 개보다도 못했다.적어도 그 개는 식탁에서 메이드가 먹여주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이도현은 식탁 앞에 앉을 자격조차 없었다.이도현은 꿈에도 몰랐다. 강씨 가문에서 강설미의 건강이 회복되는 내내 이도현의 골수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러던 그날, 강씨 가문에서는 단련을 이유로 강설미에게 이도현을 북부로 데려가 비즈니스 미팅에 함께 참석하게 했다.단둘이 지내는 그날 밤, 강설미가 정성껏 준비한 근사한 저녁 식사 분위기에 그는 흠뻑 취해버렸다.이도현은 그곳에서 드디어 그녀와의 첫날밤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술 한 잔 마신 이도현은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곧장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차가운 황야에 버려져 있었다.강씨 가문에서는 그의 골수를 모조리 추출하고 척추도 대부분 도려낸 뒤, 그곳에 유기해 죽길 기다렸다.이도현이 거의 목숨을 잃어갈 때쯤, 고아한 풍채를 가진 노인이 저승문 앞에서 그를 구원했다.노인은 이도현에게 구렁이의 척추 일부를 이식해 주었으며, 덕분에 이도현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그 후 이도현은 노인을 스승으로 모셨고, 8년 뒤의 이도현은 이렇게 다시 태어났다.8년 동안, 이도현은 절세의 무학을 배우면서 완전히 환골탈태했고 의술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8년간, 그는 한순간도 강씨 가문의 배은망덕한 행동과 악독한 그녀를 잊은 적 없었다.8년을 그는 오직 복수를 위해 실력을 갈고닦았
산에서 내려온 이도현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고, 먼저 완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염국 완성, 그곳은 그의 집이 있는 곳이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가 살해되고 3개월이 지난 후,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도풍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그 살기는 하늘도 찌를 것 같았다. 그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줄게.”이도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몸에서는 무서운 힘이 솟아오르더니 옷이 나부끼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미묘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이도현은 힘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는 옆좌석의 산뜻한 옷차림의 성숙한 여자를 발견했다.목덜미가 길고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여자는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묶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몸매가 아주 좋았으며 왠지 커리어 우먼의 기운을 풍겼다.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셔츠의 단추가 열려 풍만한 가슴 라인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도움을 청했다.“저...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필요해요......”“뭐라고요? 여기서요?”이도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8년간 산속에 있었더니, 그새 세상이 이렇게 자유롭게 변한 거야?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데 필요하다고?’이도현의 의아한 눈빛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요? 여기서요? 확실해요?”이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번이나 되물었다.‘확실하게 물어봐야지. 난 바른 청년이니까.’“빨리요. 더는 못 참아요.”“그러니까... 저기요...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전 바른 청년이라고요! 그러면, 화장실이라도 갈까요? 화장실이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요?”이때 여자는 또 발밑의 작은 가방을 가리켰다.“콘돔요?”이도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안전 조치.이때, 비즈니스석 커튼 뒤에서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달고 살던 병이에요. 안 죽어요.”말하는 도중에 한지음은 갑자기 이도현과의 대화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죽는다고요?”이도현이 자리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혹시 본인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는데.”“뭐? 이 변태가! 너 말 함부로 할래?”이설희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저기, 그게 무슨 뜻이죠?”한지음의 안색도 삽시에 어두워졌다.“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쪽은 선천성 심장병이 아닌 심혈관 괴사라 언제든지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어요. 치료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3개월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이도현이 말했다.“이 한심한 변태 자식이 감히 우리 대표님을 저주하다니, 너 죽고 싶어? 너 우리 대표님이 누군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야?얼마나 많은 명의가 우리 대표님의 건강을 직접 진찰하셨는데! 너 같은 변태가 알긴 뭘 알아! 뭐? 심혈관 괴사? 세상에 그런 병명이 존재하기나 해? 내가 보기엔 넌 뇌가 괴사했어!너 설마 우리 대표님 미모에 흑심을 품을 거 아니야? 똑똑히 얘기하는데, 이런 작업은 이젠 한물갔어!”이설희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굳이 그녀와 말씨름하기 싫어 직접 한지음에게 말했다.“발병할 때면 심장이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심장 통증과 호흡 곤란, 그리고 기침과 같은 심부전 증상도 동반되며 심할 때면 의식이 흐려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심지어 쇼크 증상까지 나타나셨을 거예요!게다가 그 증상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해서 심해졌겠죠. 발병 빈도도 규칙적이지 않고 가끔은 작은 원인으로 유발될 때도 있을 거예요! 약도 점점 더 많이 드셨겠지만 약효는 예전처럼 좋지 않죠?”이도현의 구체적인 말에 한지음은 경악했다.“어...... 어떻게 아셨어요?”“그건 그쪽 알 바가 아니고요. 이건 전부 심혈관 괴사를 심장병으로 여겨 치료했기 때문이에요. 약물은 비록 증
“도와주세요! 여기 혹시 의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이내 승무원이 달려와서 상황을 요해한 뒤 기내 방송으로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하려고 해도 최저 30분이 걸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설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녀는 이도현을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생각하고 울먹이며 말했다.“저기요! 제발, 제발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대표님의 상태를 정확히 맞추셨으니 구할 수도 있을 거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아까는 변태에 사기꾼에 파파라치라며 반말하셨잖아요?”이도현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제가 이렇게 싹싹 빌게요. 그러니까 우리 대표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벌주시면 달갑게 받을게요.”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한지음의 모습에 이설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배은망덕한 사람은 이도현의 척추까지 도려냈지만, 워낙 마음씨가 착한 이도현은 여자의 눈물에 이내 마음이 약해졌다.게다가 의도의 본심은 생명 지상주의라 그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두말없이 손을 뻗어 한지음의 몸을 더듬었다.“저기요!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도현의 행동에 이설희가 황급히 막았다.“살려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만져보지도 않고 어떻게 살려요? 그쪽 대표님은 심혈관 괴사라 제가 심장부터 확인하는 거예요.”이도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몸을......”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이도현에게 한지음에게 흑심을 품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이도현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릴까 두려웠다.“흥! 그런 더러운 생각은 집어치워요. 제 직업도 좀 존중해 주세요, 전 의사예요. 의사의 눈엔 오직 환자만 보일 뿐 남자도 여자도 없어요.”이도현은 비록 진지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몸에 손이 닿았을 때, 그도 자기가 짐승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그는 조상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릴 뻔했다.그는 애써 혀를 깨물
“응?”깊은 심호흡을 하고 몸을 움직이던 한지음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몸이 가벼워졌어. 숨 막히지도 않고 명치가 가라앉는 느낌도 사라졌어. 온몸에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야.”이설희는 흥분된 어조로 이도현이 한지음을 구해준 일을 말했다.그 말에 한지음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가슴을 더듬더니 이상한 기분에 얼굴이 빨개졌다.“정말 귀인을 만났나 봐. 의술이 정말 놀라울 정도야.만약 그분이 정말 내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우리 아빠 병도 치료할 수 있겠지? 이 비서! 그렇게 보내면 어떡해?”“볼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하지만 원한다면 이씨 가문 옛 저택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어요.”“이씨 가문 옛 저택?”한지음은 깜짝 놀랐다.‘이씨 가문 옛 저택이라니.’사실 그곳은 사람들이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하는 곳이다.“네, 대표님.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가요? 아무래도 그곳은......”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가야지. 하느님이 나에게 귀인을 보냈으니, 당연히 찾아가야지. 지금 당장 출발해.”......곳곳에 무성한 잡초가 자라난 이곳은 낡고 황량했다.전에 따뜻하고 행복했던 집이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화목한 가정이 살고 있던 이 집이, 이제는 도깨비집처럼 변해서 쓸쓸함이 가득하다.허름한 집안에 세 개의 위패가 낡아빠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위패에는 먼지가 잔뜩 끼고, 먼지 사이로 주홍 글씨가 눈에 띄었다.이경천의 위패.장월영의 위패.그리고 이영현의 위패.“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나 왔어!”이도현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그의 세 혈육은 모두 저세상으로 갔다.‘이 모든 게 모두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다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영현이 이렇게 죽지 않았어.’“아버지, 어머니, 영현아! 걱정하지 마, 나 반드시 복수해 줄게. 관련된 사람은 전부 찾아서 내가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이도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
로얄 리조트. 염국 완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리조트이다. 이곳은 평소에 고위 관직이나 상위 재벌만 접대한다. 하여 보통 사람은 돈이 있어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다.전체 리조트는 으리으리하게 꾸며져 있어 마치 궁궐처럼 부족한 것이 없었다. 하여 이곳은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의 천국이다.오늘,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시끌벅적하네.’오늘은 강설 그룹 회장의 손녀 강설미의 결혼식이다. 하여 강씨 가문에서는 오늘 로얄 리조트 전체를 대여했다.지금 이 순간, 강설미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게다가 예쁜 외모까지 더하니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강설미의 미모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여자를 볼품없이 만들었고, 여자들은 그런 그녀의 미모가 부러웠다! 남자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강설미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뜨거워지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강설미와 첫날밤을 보내는 상상을 했다.옛말에 영웅과 재주 있는 자만이 미녀와 어울린다는 말이 있다.그러니 강설미의 마음을 가진 자는 보통 인물이 아닐 것이다.신랑은 진씨 가문의 자제인 진천우로, 진씨 가문은 강씨 가문보다 더 실력이 대단했다.이러고 보니 강씨 가문이 땡을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비록 강설미는 두 번째 결혼이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아직 깨끗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강설미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이니 진천우는 그녀를 꺼리지 않았다.이때,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여유롭게 결혼식을 진행했다.“이제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로 행복한 미래를 위한 힘찬 첫발을 내딛는 행진의 순서가 있겠습니다.”“행복한 신랑, 신부의 앞날을 위해 뜨거운 박수로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신랑, 신부 행진.”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거꾸로 날아 떨어졌다. 그 뒤로는 한 소년이 한 손으로 경호원을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그의 등장에 사람들은 모두 한기를 느끼
“이 녀석, 모른 체하지 마. 나를 화나게 하면 좋을 것 없어. 당장 물건을 내놔.”사나이는 보검을 어깨에 메고 옹기종기 말했다.이도현은 이전에 사방의 바보를 본 적이 없다. 오늘 처음 보는 건데 큰 덩치에 서양인 특유의 스타일이 더해지니까 몹시 우스웠다.“말은 바른 대로 해야지. 나보고 물건을 내놓으라고 했으면 적어도 무슨 물건인지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꽤 많거든. 속옷도 몇 벌 갖고 있는데 필요해?”“그런데 그쪽 체격에 맞을지 모르겠네. 정말 필요해?”이도현은 모처럼 장난을 쳤다.“젠장. 이 쥐새끼가 죽고 싶어?”“칠색동백꽃 그리고 곤륜옥의 비밀 둘 다 내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머리를 잘라버리겠어. 빨리 내놔...”화가 잔뜩 난 사나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고함을 질렀다.그는 이도현이라는 동양인이 곧 성지에 올 것이고 몸에 칠색동백꽃과 곤륜옥의 비밀 등 귀중한 보물이 있다고 들었다.이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부리나케 이곳에 달려와 밤낮 가리지 않고 꼬박 며칠 동안 이도현을 기다렸다.그는 이도현의 보물을 얻기 위해 이 며칠 동안 따끈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집에 있는 두 아가씨도 아낄 틈 없이 이도현만 눈 빠지게 기다렸다.그렇게 겨우 기다렸는데 이도현이 말을 듣지 않았다.물건을 고분고분 내놓지 않을뿐더러 속옷을 갖겠냐고 놀리기까지 했다.‘속옷을 왜 줘? 내가 어디 봐서 속옷이 필요하게 생겼어.’“오. 속옷이 아니라 칠색동백꽃과 곤륜옥의 비밀이 필요한 거구나. 이 두 물건이 나에게 있는 건 맞아.”이도현은 문득 깨달은 체하며 말했다.“있으면 됐어. 당장 이리 내놔.”“내놓을 수는 있는데 보물은 두 개고 사람이 여러 명이잖아.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 먼저 상의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이도현은 조롱하는 말투로 말하며 주변의 산을 한번 훑어보았다.산에 적어도 예닐곱 사람이 숨어있었다.그들은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분명했다.“어디에 사람이
같은 시각 이도현은 성지 내부에 거의 도착했다.성지의 귀혼족을 죽이고 나서부터 이도현은 길에서 거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비록 눈치 없는 사람이 두세 명 있기는 했지만, 이도현이 동양인인 것을 보고 오히려 손을 쓰지 않고 재빨리 도망가는 사람들이 많았다.이도현은 단번에 그들이 소식을 알아보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을 죽이지 않고 소식을 전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도현은 천사국에 가서 선학신침을 찾기 위해 성지에 들어온 것이었다.야노 요시코는 책에 기재되어 있다고만 말했을 뿐, 선학신침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야나기 고로오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하여 이도현은 길에서 최대한 많은 소동을 일으켜 선학신침을 찾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분실된 열여덟 개의 선학신침 중, 서방의 피터성에서 하나를 찾았고 그 후로 다른 소식이 없었다.하지만 당시 남궁 가문을 도살하던 사람 중에 서양인도 적지 않았으니 이도현은 서방에서 선학신침을 한 개만 얻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서방 어딘가에 선학신침이 무조건 더 있으리라 생각했다.고무계에도 있었고 천사국에도 있었으니 어쩌면 이 성지에도 선학신침이 있을 것 같았다.그리하여 어쩌면 뜻밖의 수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고 이도현은 천사국에 가기 전에 먼저 성지에서 한바탕 찾아볼 생각이었다.게다가 이 성지 안에 당시 남궁 가문의 학살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만약 참여한 사람이 있다면 마침 죽여서 스승을 위해 복수할 생각이었다.이도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는데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더욱 사악한 기운을 느꼈다. 잔혹하고 음침하며 스산한 기운이 이전보다 더욱 짙게 느껴졌다.‘이곳의 기운 뭐야.'이도현은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그는 이곳에 일 초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 이런 곳에 오래 있다가는 없던 병도 생길 것만 같았다.부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라 도무지 사람이 생활할 곳이 못 되었다.이런 부정적인 기운의 영향을 받고 자란 초목들은 바깥의 식물과 결이 달랐다
“이제 보니까 그것도 벌써 몇십 년 전의 일이네요. 그때 당시 전하는 아직 태양왕으로 즉위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이 모르실 수 있습니다. 그 신침을 얻은 후 저희는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결국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마지막에 태양의 신화로 불태워 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태양의 보물창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방금 손 장로가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저는 이 일을 쭉 잊고 있을 뻔했습니다.”엥겔스가 말했다.“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잘됐네.”“이 정도면 하나님도 우리를 돕는 거야. 만약 그 동양인이 정말로 이 신침을 찾으러 온 것이라면 우리는 이 신침을 이용해서 그를 태상신화대전으로 유인해 놓고 포위한 채 천천히 심문하면 되잖아.”“하하하... 곤륜옥의 비밀 그리고 칠색동백꽃은 다 내 손에 들어오겠군.”태양왕은 감격에 겨워 웃음을 터뜨렸다.“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우리 위대하신 태양왕 전하, 축하드립니다.”“전하께서 곤륜옥의 비밀을 얻으신다면 세계를 통치하는 천신이 되실 수 있습니다.”“오. 위대하신 태양왕 전하, 저는 전하의 충실한 종으로서 전하께서 인간을 다스리는 가장 위대하고 지고무상하며 귀한 천신이 되는 것을 미리 축하드립니다.”에릭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한바탕 아첨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는 사람은 구역질이 날 뻔했다.그러나 태양왕은 매우 흡족해하며 이전보다 훨씬 해맑게 웃었다.“그래. 하하하. 에릭 마법사, 보물 창고에 가서 그 신침을 찾아내고 태양대전에 올려놓게.”“손 장로, 자네는 가서 이도현에게 전해. 그가 찾는 물건이 우리 태양신전에 있으니까 갖고 싶으면 이곳으로 찾아오라고.”“책임지고 그 염국인을 우리 태양대전에 데려오게. 같은 동양인이니까 이도현은 손 장로의 말에 더 믿음이 갈 거야.”태양왕이 분부했다.“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태양왕 전하.”에릭과 손 장로는 공손히 명을 받들었다.“나머지 사람은 태양대전을 작동시킬 준비해. 그 동양인이 태양대전에 발
성지의 사탄 지옥 조직에서.“이 동양인이 물건을 찾으러 성지에 왔어요.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 동양인이 우리 사탄 지옥 궁전에 발을 들인다면 다시 나갈 수 없게 할 텐데요.”“이 동양인을 조사하러 간 사람은 아직 안 돌아왔어?”대전에서 뼈대로 만들어진 의자에 수염이 성성한 사나이가 앉아서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위대하신 지옥주님,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밑에 있는 한 사람이 대답했다.“쓸모없는 놈. 서두르지 않으면 영영 돌아오지 말라고 해. 우리 사탄 지옥 조직은 쓸모없는 사람을 쓰지 않아.”지옥주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예. 위대하신 주님, 제가 바로 분부하겠습니다...”...태양신전에서.태양왕이라고 자칭하는 한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그의 밑에는 한 무리의 사람이 있었다.“그 동양인 곧 도착이지? 다들 준비됐어?”“위대하신 태양왕 전하께 아뢰옵니다. 저희는 귀한 주인님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었습니다.”“그 동양인이 성지에 발을 들이는 즉시 잡아서 주인님 앞에 받치겠습니다. 전하는 심문하기만 하면 됩니다.”“위대하신 태양왕 전하의 빛이 닿는 곳에는 그 어떤 어둠도 숨어있을 수 없습니다.”한 사나이는 위에 앉아있는 태양왕을 공손히 바라보며 아첨을 떨었다. 그의 아첨 능력은 동양인보다 훨씬 뛰어났다.낯 간지러운 사람은 방금 그 말을 도무지 입 밖에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나이는 어떻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을 전혀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하하. 참 잘 말했어. 에릭, 자네는 정말 똑똑한 마법사야.”태양왕은 입에 꿀 바른 말을 즐겨 들었다.“귀한 주인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태양왕의 칭찬을 받은 에릭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내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이 동양인은 물건을 찾으러 천사국에 가는 것 같아. 그리고 일반인의 세계에서도 모종의 바늘을 찾았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이번의 목적도 같은 것일 거야.”태양
“외계 생물? 전송문?”이도현은 놀랐다.“설마 이 땅에 정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건가?”외계 생물이라는 단어를 본 순간 이도현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이 진짜인지 아니면 과장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가짜라면 조금 전까지 있었던 혈박쥐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 혈박쥐가 어느 공간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외계에서 온 건지 설명할 수 없었다.“있을 수도 있지. 넓디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 어떻게 한 개뿐이겠어.”“그런데 이 책의 마법으로 외계 생물을 소환할 수 있다니... 서방의 무사들이 이미 외계와 모종의 소통 방식을 구축한 것일까? 그럼 동방 무사는? 왜 동방에는 이런 것이 없는데? 설마 동방의 무사들이 이 방면에서 서방보다 좀 뒤처지는 건가?”이도현의 머릿속에 각종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하지만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됐어. 차근차근 가보는 거지. 뭐니 뭐니해도 자신을 강대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이야. 강적이든 외계 생물이든 나를 건드리기만 하면 죽여버리면 되니까.”이도현은 이렇게 생각하며 손에 들고 있던 마법책을 음양탑에 넣고 잡생각도 접었다.그는 재정비를 마치고 성지를 향해 계속 나아갈 생각이었다.이때 성지의 각 세력은 이미 공작제국에서 퍼뜨린 소식을 모두 접했다.그렇기에 이도현이 성지 밖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많은 사람의 주시를 받고 있었다.사실 이도현이 성지 외곽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들은 그를 감시했다.이도현이 혈박쥐를 참살한 일은 이미 성지의 각계 세력 사이에서 큰 소란을 일으켰다.“이 동양인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어요. 너무 뜻밖이에요. 성지의 귀혼족을 없애다니, 참 만만치 않네요.”“그 혈박쥐가 얼마나 기괴한데요. 그런데 이 동방 젊은이의 손에서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살해당했다니 정말 놀라워요.”“흥. 무서울 게 뭐 있어요. 제가 보기엔 그 혈박쥐도 생긴 것만 무서울 뿐이지 실은 별 힘이 없어요. 안 그러고서야 이렇게 빨리 죽었겠어요?”
마법사들은 산송장처럼 조용히 서서 혈박쥐에게 흡혈 당했고 마른 시체가 되었다.그들은 결국 마법책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신중하지 않은 대가를.그들은 영혼을 대가로 한다는 것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수없이 진행한 소환에서 어떤 손실도 느끼지 못했기에 마법책을 쓴 사람의 말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순간 그들은 그제야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즉 이 혈박쥐를 소환할 때 이미 자신의 영혼을 제사했다.그게 아니고서야 방금 혈박쥐의 울음소리에 순순히 자기 생각과 영혼을 버리고 산송장처럼 서서 흡혈 당하기를 기다렸을 리 없다.이도현에게 얻어맞아 초라하기 그지없었던 혈박쥐는 몇몇 마법사의 피와 살을 흡수하고 나서 다시 예전처럼 강대해졌고 몸에서 더욱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를 풍겼다.찍찍.혈박쥐는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도현을 향해 울부짖었다.곧이어 혈박쥐는 날갯짓을 하며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붉고 거대한 발톱은 피에 굶주린 기운을 풍기며 붉은빛을 반짝이었다. 그리고 이도현에게 가까워질 때 신속히 발톱을 내밀었다.한 줄기 붉은빛과 함께 두 개의 거대한 발톱은 허영을 이루며 이도현을 향해 나아갔다.“흥. 짐승아, 기운이 회복되었다고 나의 상대가 되는 줄 알아? 죽어라...”이도현은 냉랭하게 말하며 손에 든 음양검을 휘둘렀다.그러자 검붉은 검기를 내뿜던 보검은 공중에서 검붉은 색의 태극도를 형성했다.태극도는 빠르게 회전하며 혈박쥐를 향해 쏜살같이 나아갔다.검기로 형성된 태극도는 주변 공간을 파괴적인 힘으로 가득 채우며 세계를 종말 지을 듯한 기세로 이곳을 두 동강 내려 했다.찍찍.혈박쥐는 태극도의 위력을 느끼고 겁먹은 소리를 내며 황급히 몸을 돌려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다.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을 인지한 혈박쥐는 죽음의 위협을 느꼈고 싸움을 피하려 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그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는 순간 태극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생기발랄하던 한 사람이 시체가 되었다.마법사의 몸은 수분이 싹 빠지고 피와 살도 전부 없어졌다.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검고 말라 섬뜩하기 그지없었다.“아... 어떻게 된 거예요? 왜 혈박쥐님이 우리를 해치는 거예요?”“우리를 보호하라고 소환한 건데 어떻게 우리를 해칠 수 있어요? 이럴 수가...”“마법책에 이런 상황이 적혀 있지 않아요. 이럴 리가 없는데...”“도망칩시다...”놀라움에 빠진 몇몇 마법사는 소리를 쳤다. 그들은 혈박쥐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혈박쥐가 왜 그들에게 손을 댔고 그들의 피를 빨아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들은 분명 이도현을 상대하라고 혈박쥐를 소환한 건데 이도현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동료 한 명을 죽였다.마법사 한 명이 도망치자고 말하고 나서야 그들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피신하기 시작했다.방금 흡혈을 마친 혈박쥐는 몸에서 붉은빛을 반짝이더니 날개의 구멍이 기적처럼 회복되었다.그의 새빨간 눈은 힘을 얻은 것처럼 그전보다 더욱 빨개졌고 방금의 낭패함이 온데간데없어졌다.찍찍.입가에 피가 잔뜩 묻은 혈박쥐는 줄행랑을 친 몇 명의 마법사를 보고 분노하며 으르렁거렸다.곧이어 입에서 매우 나지막하지만, 침투력이 강하고 날카로운 신음을 냈다. 소리는 매우 리듬 성이 있었는데 한참 길게 늘어지다가 또 다급하게 변조되어 모종의 경이로운 주문 같았다.그리고 혈박쥐의 이 소리와 함께 이미 조금 도망친 몇몇 마법사가 갑자기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아... 아파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아...”“저도 머리가 너무 아파요... 왜 이러는 거죠? 영혼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혈박쥐님이 내는 소리인 것 같아요. 아... 맞아요... 이 소리...”“영혼 헌제... 이게 바로 마법책에서 말하는 마법 헌제인가요? 아... 아파요...”“아... 너무 아파요... 무슨 방법이 없어요? 저의 몸에서 무언가가 분리되어 나갈 것만 같아요...”“너무 아파요...”몇 명의 마법사는
혈박쥐는 고함을 지르며 커다란 두 발로 바닥을 두드렸다. 이에 땅이 흔들리면서 지면에 큰 구멍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혈박쥐는 날개가 축 처져있었고 얇은 날개에 한줄기 또 한줄기 검 자국이 배어있었으며 어떤 곳은 이미 찢겨 마치 너덜너덜한 행주같이 전혀 패기가 없었다.날개가 이토록 상처투성이고 구멍이 숭숭 나 있으니 하늘에서 떨어져 세게 내동댕이칠 만도 했다.“혈박쥐님... 괜... 괜찮으십니까?”한 마법사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말했다. 그는 눈앞의 불가사의한 장면을 보고 지금 꿈을 꾸고 있거나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찍찍.혈박쥐는 또 아우성치더니 새빨간 눈에서 흡혈의 빛을 뿜어내며 허공에 머물러 있는 이도현을 향해 엄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당신도 별 볼 일 없는 쥐새끼구먼. 다음 검에 보내버리지.”이도현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혈박쥐와 수십 번 교전한 이도현은 이미 그의 스킬을 모조리 꿰뚫었다.혈박쥐는 확실히 실력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괴이하게 피같이 빨간 불빛을 내뿜을 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안 되었다.만약 그 붉은 불빛에 비추었다면 큰일 났을 것이다.이도현은 이미 그 붉은색 불빛에 강렬한 부식 작용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불빛에 조금이라도 닿는다면 살을 에는듯한 고통에 시달릴 것이었다.게다가 혈박쥐의 불빛은 사람의 육체를 부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맥과 원력도 부식할 수 있어 매우 무서웠다.이도현의 실력이 높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비록 음양신갑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내공이 높지 않았더라면 오늘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혈박쥐의 기술을 완전히 장악한 후 이도현은 더 이상 싸움을 끌지 않고 몇 방으로 적의 날개를 망가뜨리고 땅에 떨어지게 했다.찍찍. 찍찍.혈박쥐는 이도현을 향해 엄니를 드러내며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그러고는 몸을 홱 돌려 거대한 발로 주변의 마법사 한 명을 잡았다.“아... 혈박쥐님... 뭐하시는 겁니까? 저는 혈박쥐님의 충실한 하인입니다... 뭐... 뭐하시
하지만 그때 이미 원수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한 그들은 이 두 글자를 바로 무시했다. 이렇게 강한 마법 책을 보자마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책이 강대한만큼 무조건 수련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여덟 명이 고작 하루 만에 소환술을 배워냈다.이 책은 마치 마법이 있는 것처럼 정혈로 제사를 지낸 뒤 수련을 시작하자 마치 어둠 속에 그들의 수렴을 도와주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처럼 그들로 하여금 아주 빨리 그 속의 도리를 깨닫게 했다.소환술을 배운 뒤, 그들 중 6명은 소환술을 사용해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역시 책에서 말한 것대로 그들은 큰 박쥐를 불러냈다.혈박쥐는 그들의 요구대로 그들을 추격하는 적을 전부 다 해치웠다.그 후로 그들 여덟 명은 성지의 바깥 둘레에 자리를 잡고 자기들에게 아주 쩌렁쩌렁한 별명을 지었으며 성지 귀혼족이라 자칭했다.그들은 혈박쥐의 힘을 빌려 성지 바깥 둘레에서 제일 강한 세력으로 되었다.이렇게 강한 그들이 왜 성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것은 성지 속의 사람들이 천사국으로 가는 사람들의 몸에서 재물을 약탈하는 것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성지 밖에서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으니 그들의 말대로라면 성지에 가기 무서워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성지 바깥도 살기 좋다는 것이다.혈박쥐를 성공적으로 소환해 낸 뒤로 매번 혈박쥐가 나타나면 그들은 기세가 등등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혈박쥐의 날카로운 발톱 아래서 모두 반항할 수 없었다.많아봤자 세 라운드를 견딜 수 있는데 결국에는 혈박쥐의 먹이가 된다.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혈박쥐는 이도현과 한참 동안 싸웠지만,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십몇 분이 지났는데 공중에서는 아직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이에 그들은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평일에 혈박쥐님은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다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오래 싸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