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그러시지. 왜 굳이 제가 나설 때까지 버티신 겁니까. 저흰 모두 품위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싸우고 죽이는 건 문명적이지 않죠. 그래서 대화로 해결할 기회를 드렸는데 듣질 않더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불쾌해졌잖아요.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소용이 있을까요? 뭐라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이도현은 검을 거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스님들을 보았다. 그의 어투는 상대를 철저히 깔보는 어투였다.공작사 스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저게 지금 사람이 할 말이란 말인가?'‘이기면 되는 거지. 우리가 이미 항복했는데 이런 소리를 해대다니! 대체 누구 속 뒤집히라고 이러는 거지?!'‘싸우고 죽이는 걸 싫어하고 본인이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그 품위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정말이지 뻔뻔하지 짝이 없군!'“나무아미타불. 시주님, 굳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시주님의 내공은 아주 강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상대되지 않죠. 전 굳이 우리 스님을 모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시지요.”스님은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를 해달라고요. 그 말을 저한테 하는 게 아니라 스님의 불효한 손자한테 하셔야죠. 이 모든 일은 개 같은 황제 때문에 벌어진 것이니 말이에요. 저 황제 놈이 주제를 알고 하라는 대로 했다면 전 이미 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 이도현! 네가 내 아들을 죽이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아?”공작상제는 아주 억울한 듯했다.그는 너무도 억울했다. 이 사태에서 손해를 제일 많이 본 사람도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널리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은 없다고 했지만, 그는 너무도 무능했다.자기 아들이 살해당했는데도 그는 복수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들을 죽인 사람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해야 했다.이게 정말로 황제가 할 짓이란 말인가.군주가 신하가 죽기를 원한다면 신하는 죽지 않을 수
“하하하... 그래, 아직도 내가 왜 죽였는지 이해 못 한다는 얼굴이군! 만약 내가 네 여자를 빼앗고 네 딸까지 침대 시중을 드는 노예로 끌고 갔다면, 넌 날 살려둘 건가? 개보다 못한 놈 같으니라고!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널 염라대왕을 만나게 해줄 거야...”이도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나무아미타불! 시주님, 화를 삭여주시지요. 죽이시면 안 됩니다. 모든 건 저희들 탓입니다!”늙은 스님은 이도현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갑자기 공격할까 봐 두려웠다. 그는 얼른 공작상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허, 스님. 저 개 같은 황제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땐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군요!”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네, 네. 알겠습니다!”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화를 내고 있었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지금은 전보다 차분해졌다.확실히 공작제국이 이도현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 맞았다. 그들은 비록 스님이긴 했지만, 무사기도 했다.무사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하늘보다 높고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남의 여자를 빼앗아 침대 시중을 드는 하녀로 삼으려 하고 심지어 노예로 삼겠다고 했으니 이도현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이건 다른 누구라도 찾아와 목숨 걸고 싸우려 할 것이다. 더구나 이도현 같은 강자는 더욱 그러했다.“폐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지요. 그러니 얼른 이도현 시주님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하세요!”늙은 스님은 몸을 돌려 공작상제에게 말했다.“조상님... 그건...”공작상제는 거절하려고 했다.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에게 사과하라니. 그는 절대 할 수 없었다.아들이 죽은 건 그렇다 쳐도 한 제국의 황제인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는 제국의 황제였다. 높은 자리에 앉은 황제가 어찌 자기 위신을 버릴 수 있단 말인가.“왜요?
얼마 지나지 않아 왕후가 찻잔과 찻주전자를 들고 오며 공손하게 공작상제의 앞으로 갔다.공작상제는 찻잔을 들고 있는 왕후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평소에 내가 일을 시킬 땐 꾸물대더니 지금은 아주 빠르군. 이도현이 황궁으로 쳐 돌아왔을 때도 꾸물대던 인간들이 말이야. 적을 상대할 땐 개가 뒤에서 쫓아오듯 하나같이 빠르게 도망치면서 이런 일에는 이렇게 빨리 행동한다고!'‘그렇게 내가 초라해지는 꼴을 구경하고 싶었나! 씨X!'‘양심도 없는 족속들!'공작상제는 속으로 잔뜩 욕을 하면서 눈앞에 있는 왕후와 문무백관들을 경멸하고 있었다.‘개보다 못한 것들. 아직도 숨 붙어 있는 늙은 스님이 나더러 이도현한테 사과하라고 강요할 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노인네 한 마디에 이렇게 움직이다니.'‘평소 내 앞에서는 그렇게 충신인 티를 내려고 안달 났으면서 중요한 순간엔 이렇게 나오시겠다?'‘전부 다 쓸모없는 놈들이야. 다 내가 이런 간신배들을 믿은 탓이지!'‘정말이지 기분이 엿 같군!'“조상님, 차를 대령해 왔습니다!”차를 가져온 왕후는 애초에 공작상제를 무시하며 늙은 스님 앞에 무릎을 꿇어앉았다.“황제한테 주세요. 이도현 시주님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스님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네!”왕후의 태도는 아주 공손했고 옆에 있던 어른에게 차를 따르라는 눈치를 주었다.눈치를 받은 어른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선택지가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찻주전자를 들게 되었다. 이내 옥으로 만든 찻잔에 찻물을 따랐다.쟁반에 올려놓은 뒤, 차를 준비해 온 왕후에게 넘겨주면서 왕후가 공작상제에게 건네주길 바랐다.그러나 왕후는 쟁반을 꽉 잡은 채 놓지 않았다. 그는 눈빛으로 그 어른에게 찻잔까지 공작상제에게 직접 건네주라는 신호를 보냈다.대신은 눈을 부릅뜨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쟁반을 있는 힘껏 당겼다.‘웃기는군!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찻잔을 건넬 용기가 있다고!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와 다를 바 없잖아!'“뭘 그렇게 당겨! 이 손 놔. 그리고 얼른 폐하께
스님은 쟁반 하나를 두고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왕후와 대신을 노려보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작상제에게 찻잔을 건넸다.“폐... 폐하... 차...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지금 이 순간 왕후는 속으로 죽여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공작상제의 눈빛이 너무도 섬뜩했기 때문이다.공작상제는 자기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찻잔을 들고 있는 왕후를 보았다. 정말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뺨을 때리고 싶었다.감히 정말로 그의 앞에 찻잔을 대령하다니. 너무도 적극적이지 않은가.‘사람답게 살 수 없는 거야?!'공작상제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왕후를 보았다. 찻잔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폐하, 찻잔을 받으시지요.”왕후는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공작상제는 여전히 손을 뻗어 찻잔을 받지 않았다.스님은 그런 공작상제의 모습을 보더니 잔뜩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귀가 안 들리시는 겁니까? 얼른 찻잔을 받으시지요!”“네, 알겠습니다!”공작상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그는 이런 방식으로 마음속 가득 쌓인 불만과 억울함을 표출해 보려고 했다.이내 그는 왕후의 손에서 찻잔을 받은 후 이도현 앞으로 다가갔다.“이도현 님, 차를 마시지요!”이도현은 찻잔을 받지 않고 공작상제를 보았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구경꾼처럼 지켜보고 있었다.솔직히 말하면 너무도 가소로웠다.한참 후 그는 탐탁지 않은 듯한 어투로 말했다.“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다른 사람이 당신한테 사과할 때 이런 태도로 하던가? 몸을 낮추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거잖아. 당장 꿇어!”“너... 이도현! 적당히 하지? 내가 이미 머리까지 숙여줬잖아. 대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거지? 선 넘지 마!”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 두 눈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는 공작제국의 황제였다.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찻잔을 공손하게 바치는 것만으로도 이미 논란이 될 정도였지만 이
이도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 속에는 약간의 조롱이 섞인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공작상제의 안색이 시러펗게 변했다. 굽힌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참고 있는 분노 때문이었다.이도현은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어버렸다.그는 이미 충분히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음에도 이도현은 이쯤에서 끝내지 않고 그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 말인즉슨 이도현은 그를 황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왜? 아직도 그깟 자존심 못 내려놓겠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봐?”이도현이 추궁했다.공작상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린 뒤 스님을 보았다.그러나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지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지요. 하물며 우리 같은 스님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황제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얼른 하시지요!”스님의 대답은 이러했다.그 말을 들은 공작상제는 죽일 듯이 스님을 빤히 보았다. 두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언뜻 원망도 보였다.지금 이 순간 그는 스님에게, 그리고 이 공작사에 아주 큰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공작사는 예로부터 공작제국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무슨 일이든 제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공작사가 나서주며 해결해 주었다.그동안 공작사는 항상 황실의 존엄과 이익을 위해 싸워왔다.하지만 이번에 공작사가 적의 편을 서버렸고 그를 여러 번 실망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망신을 당하게 내버려 두었다.그는 공작사가 변했다고 느꼈다. 변질된 공작사는 더 이상 공작제국의 수호신이 아니었다.공작상제는 스님을 한참 동안 빤히 보았다. 그는 스님이 마음을 바꾸면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결국 그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그는 시선을 거두었지만 두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심호흡한 뒤 공작상제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내
스님은 차가운 얼굴로 공작상제의 연극을 지켜보았다.“이도현 님, 넓은 아량으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시지요. 앞으로 이도현 님이 저희 공작제국에 온다면 아주 귀한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도현 님이 계시는 곳이 공작제국이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 있든 사람을 보내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하겠습니다. 거기로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가 이도현 님을 환영하겠습니다!”“그러니까 이도현 님은 저희 공작제국에서 아주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 고귀한 정도는 저를 능가하고 공작제국의 황실도 능가하지요! 이번에 돌아가면 전 반드시 이도현 님을 위해 금과 옥으로 장생 위패를 만들어 저희 황실 위패가 있는 곳에 저랑 동등한 자리에 올려두겠습니다...”“너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했느냐?”공작상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이 말을 잘라버렸다.‘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지금 이도현을 조상으로 모시겠다는 건가? 아니, 지금 우리보다 더 높은 존재로 취급하겠다는 건가?!'조상의 분노에 공작상제는 무시하고 이도현을 향해 계속 말했다.“이도현 님, 이제야 제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는지요?”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을 보곤 말했다.“그래! 아주 마음에 드는군! 내가 이 차를 마셔주지!”“똑똑한 사람이군. 내게 성의를 보여줬으니 앞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찾아와도 돼. 내가 한번은 도와줄 테니까. 착한 아이로군. 얼른 일어나.”이도현의 입에서 나온 착한 아이라는 말에 공작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수군대고 있었다.착한 아이라는 호칭으로 이도현은 공작제국의 황가 조상님의 위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정말이지 일부러 사람 짜증 나게 하려고 한 것이다.공작사 스님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공작상제 뒤에 있는 왕후들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너무도 끔찍했다.이렇게 뜬금없이 그들에겐 조상이 한 명 생기게 되었는데 어느 누가 평온할 수 있겠는가.이도
“네, 이도현 님!”공작상제는 빠르게 이도현의 손에서 빈 찻잔을 받아들며 더 공손하게 대했다.“그럼 이쯤에서 하지. 이제 더는 볼일 없으니까 공작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봐도 돼. 남은 건 스님들과 얘기하면 되니까.”이도현이 말했다.“네, 전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작상제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조심히 가.”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공작상제는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공작사의 스님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몸을 홱 돌려 문무대신들에게 말했다.“궁으로 돌아간다!”그러자 문무백관들과 왕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쪽은 그들이 모시는 황제였고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그저 제자리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문무백관을 보며 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은 놈들은 내일 상소문을 올려. 영원히 돌아오지 마!”“여기 남아 있기 싫은 놈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간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망설이던 문무백관과 왕후들은 바로 선택을 내리며 명령을 따랐다.“네, 폐하!”조상님을 따르기보단 역시 관직이 더 좋았던 그들이었다.관직도 없는데 조상님을 모셔서 뭐하겠는가? 집에 모셔가 제사상이라도 차리겠는가?문무백관들도 더는 머물지 않고 걸음을 옮겨 공작상제를 따라갔다.공작사의 스님들은 공작상제의 무시에 이를 빠득 갈았다.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공작상제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훈계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작 황제인 주제에. 난 네 조상이다, 이놈아!'‘지금 조상을 버리는 거야? 염병...'스님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이미 멀리까지 간 공작상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공작사는 그냥 평범한 사찰이다! 절대 제국의 일이
하늘에 닿을 정도로 지위가 높았던 황실 사찰은 공작제국의 수호진 자리에서 그저 한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찰로 변해버렸다. 어찌 보면 이전에 황실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양로 사찰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마 앞으로 더는 황실의 일원이 출가하여 공작사로 가서 스님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왕후들의 가족도 공작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장군이나 호위무사, 대신들도 공작사로 출가하여 자랑스럽게 여길 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오색신광신공과 금강불괴신공이 없으니 공작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철저히 평범한 사찰로 전락할 것이다.“이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나이 많은 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공작상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그러나 공작상제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명령만 할 뿐이다.“여봐라! 이 스님들을 전부 청용문 밖으로 멀리 내쫓거라! 여기는 짐의 황궁이다. 제국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 스님들이 들락거릴 이유가 없지. 얼른 내쫓거라...”공작상제는 거지를 내쫓는 것처럼 명령을 내리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효자식... 커헉...”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뿜어냈다.그의 안색은 파리해졌고 온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작상제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오장육부가 곧 폭발할 것처럼 괴로웠다.“짐승! 저런 짐승을 보았나! 우리 황실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짐승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여봐라, 종인부로 가서 당장 저 후레자식을 제적하겠다고 전하라...”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게 소리를 쳤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단지 공작상제를 혼쭐내주려고 왔을 뿐인데 운 좋게 그들의 집안까지 무너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공작상제는 자신의 조상까지 버리고 마치 거지 취급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상들의 지위를 박탈시키고 황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복지와 혜택도 없애버렸다.이건 사실상 그들의 조상을 부정하는
그 순간 몇십 명의 노인들이 날아올라서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장로와 마법사들은 다 나이가 있었다. 그만큼 실력도 대단했다. 가장 강한 사람은 이미 영급이었다. 실력이 가장 약한 사람도 제국급이었다.이렇게 많은 고수들이 한 번에 덤빈다면 공격은 수백 배로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격을 다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다만 이도현은 날아오는 그들을 향해 다가가더니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음양검을 든 채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어느새 이도현은 태양신전의 고수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도현을 압박하려고 했다.강한 기운에 하늘도 검게 물들었다.하지만 이도현은 그런 고수들을 마주하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무리 강한 기운을 내뿜어봐도 이도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수염 가득한 한 노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도현을 보면서 차갑게 얘기했다.“이도현, 우리 태양신전은 너와 더 얽히고 싶지 않아. 만약 네가 지금 떠난다면 우리는 너를 봐줄 수 있어. 네가 대단한 건 우리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기억해. 이곳은 성지고 태양신전이야. 동양인이 와서 설칠 곳이 아니란 말이야. 지금 당장 떠나면 오늘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해주지.”그 말을 들은 이도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네요. 만약 내가 떠나지 않으면 어떡할 거죠?”“떠나지 않는다고? 그러면 영원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그러니 깊이 생각하고 선택하는 게 좋을 거다. 이 애송이여!”또 다른 늙은이가 얘기했다.“깊이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당신들을 다 죽이고 가야겠어요.”말을 마친 이도현은 빠르게 움직였다. 태양신전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도현을 찾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을 때, 이도현은 이미 아까 그 노인 앞에 서 있었다.이도현이 검을 휘두르자 노인이 큰 소리를 질렀다.“너 이 자식이 감히...”노인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이도현은 그의
그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터지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시체가 터져서 기름이 흐르는 것도 처음 보았다.“우웩...”“오마이갓...”그 충격적인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기도했다.에릭이 질 거라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도 직접 눈앞에서 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용기는 가상했지만 에릭의 실력은 정말 개보다도 못했다. 그러니 이도현에게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다만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에릭이 한 방에 죽었다는 것이다. 이도현은 에릭에게 잘난 체하는 시간도 남겨주지 않고 바로 단숨에 에릭을 베어버렸다.그리고 시체도 남기지 않고 터뜨려버렸다.죽은 에릭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도현이 더욱 두려워졌다. 기세등등하던 그들의 의지가 순식간에 꺾어졌다.그들은 이도현의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도현의 별명 중 하나가 마왕이라는 것을 들었었다. 그때는 그게 그저 장난으로 지은 별명인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도현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이도현은 마왕일 뿐만이 아니라 마귀, 악마 같았다. 시체 처리와 매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바로 시체를 터뜨려 주니까 말이다. 태양왕은 에릭의 죽음에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제야 태양신전이 얼마나 큰 위기에 놓였는지 깨닫게 되었다.“뭐 하고 있는 거야! 다들 달려들어서 저 자식을 죽여버려! 얼른! 내 명령이다! 빨리 저 자식을 죽여서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서 짐승들에게 던져버려. 얼른!”태양왕이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울부짖으며 소리 질렀다. 일그러진 얼굴은 그가 느끼고 있는 절망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듯했다.그러자 머뭇거리던 태양신전의 마법사와 장로들은 태양왕의 고함에 지금은 도망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지금 이도현을 처리하지 않으면 태양신전의 사람들은 다 이도현의 손에 죽을 것이다.결국 이러나저러나 죽을 목숨이라면 최소한 부딪혀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태양신전의 사람들은 한배를 탄 것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 배가 뒤집어지지 않게 노를 저어
“정말 용감하네요. 우리가 그동안 착각했습니다. 에릭 님은 아부만 떠는 게 아니었습니다. 실력 차이가 있다고 해도 먼저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에요. 감동입니다.”에릭이 나서서 태양왕을 위해 이도현을 머리를 베어오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 있던 장로와 마법사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평소에 입만 나불거리던 에릭이 이렇게 중요할 때 먼저 용기를 내서 앞장설 줄은 몰랐다.그들은 에릭이 그들과 같은 급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아부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태양왕을 기쁘게 만들어주니 이러한 상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상황에, 아무도 이도현에게 싸움을 걸지 못하자 에릭이 먼저 나섰다.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 용기만큼은 대단했다.“에릭... 좋아! 역시 내가 널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너는 충신이야.”태양왕도 의외라는 듯 말했다.다른 사람이 나올 것은 예상했어도 가장 먼저 뛰쳐나오는 사람이 에릭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에릭이 어떤 사람인지 태양왕이 모를 리가 없었다. 아부를 잘하는 능력 덕분이 아니었다면 에릭은 이 바닥에서 진작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왕은 가장 먼저 뛰쳐나온 사람이 에릭일 줄은 죽어도 몰랐다. 가장 먼저 나서서 이도현과 싸우는 사람이 에릭이라니.너무도 감동적이었다. 태양왕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 에릭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원래는 에릭을 개노릇을 잘하는 짐승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에릭은 용기 있고 신념 있는 충신이었다.모든 사람들은 에릭의 용기에 놀라서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에릭을 쳐다보았다.물론 이렇게 나서는 에릭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미치지 않고서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웅 놀이를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정말 권력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사람이라니.심지어 상대는 동양에서 온 마왕, 이도현이었다. 방금 태양대전을 부순 사람 말이다.다른 사람들은 태양신전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에 태양신전 앞에서 벌벌 기었다.하지만 이도현은 오히려 하늘을
이도현이 차갑게 웃었다.“놀랍지? 너희가 이런 허접한 수로 나를 붙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 아까는 그저 이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하려고 가만히 있은 거니까. 그렇지 않았으면 진작에 이곳을 엎어버렸을 거야. 하하. 다들 겁을 먹었네? 왜 그래? 아까까지만 해도 아주 자신만만하지 않았어? 내가 멀쩡하게 나왔으니... 이제는 너희들 차례야.”말을 마친 이도현이 음양검을 꺼내 들었다.음양검의 강렬한 기운이 하늘을 뒤덮듯 다가왔다. 이윽고 이도현이 태양신전의 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죽어.”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온 악마의 목소리 같았다.음양검에서도 흉흉한 기운이 나오고 있었다.강렬한 기운에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도현이 바로 검을 휘둘렀다.“이런 위력을 갖고 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게 진짜 사람 맞아?”“사람이 어떻게 이런 검술을... 너무 무서워!”“오마이갓, 얼른 피해야 해.”“오마이갓, 이런 괴물이 존재한다니... 이렇게 강한 사람이...”태양신전의 사람들은 얼른 음양검을 피하려고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응이 느려서 이미 검기에 짓눌려 핏덩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이도현은 한방에 태양신전의 몇십 명 장로의 목숨을 앗아갔다. 바닥에도 깊은 검자국이 생겼다. 그 한방에 태양신전 사람들은 놀라서 굳어버렸다.“얼른 막아!”“달려들어 죽여라! 얼른 저자를 죽여!”태양왕이 놀라서 도망치면서 소리를 질렀다.이도현이 검을 휘둘렀을 때, 태양왕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본인이 이도현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말이다.만약 이도현과 싸운다면 검 한 방에 죽을지도 모른다.“이 자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태양신전의 대호법으로 명하겠다. 바로 태양신전의 2인자가 되는 거다! 그러니 얼른 죽여라!”태양왕은 겁을 잔뜩 먹은 채 소리를 질렀다.대호법이라니.그건 태양신전의 2인자 자리였다. 바로 태양왕 이외의 모든 사람보다 권력이 많다는 뜻이다.오래전 태양신전에
모두 조급해할 때 커다란 소리가 또 이어져 왔다.태양신전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태양대전의 또 다른 한쪽 제단이 폭파했다.제단이 터지자 하늘에 떠 있던 불도 사라졌다. 태양 그림도 순식간에 정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아까까지만 해도 흉흉한 불을 뿜어내던 진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늘을 치솟을 듯한 불기둥도 모두 사라졌다.바닥에 그려진 태양 그림도 산산조각이 났다. 허공에 떠 있는 이도현은 정을 천천히 내려놓고 자세히 관찰했다.강렬한 영의 의식이 이도현의 머릿속에서 느껴졌다. 정이 이도현에게 말하고 있었다.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더 먹고 싶다고 말이다.이도현은 입을 비죽 내밀고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이 정은 끊임없이 흡수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을 모두 흡수해 버리고 제단까지 폭파했으면서도 아직 배고프다니.하지만 불을 많이 흡수할 탓인지 확실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정의 색깔도 더욱 밝아졌고 딱 보았을 때에도 더욱 신성해 보였다.이도현은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순식간에 어른이 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이윽고 이도현은 그 정을 음양탑 속으로 넣고 빠르게 날아올라 태양신전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그 순간 태양신전의 사람들은 놀라서 마른침을 삼켰다. 정색한 표정의 그들은 이도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다들 이도현의 기운에 겁을 먹은 것이었다.손가람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채 몸을 바르르 떨었다.같은 동양인, 염국인으로서 손가람은 진법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손가람은 태양대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영급 고수가 들어가도 살아나오지 못할 곳에서, 이도현은 멀쩡하게 돌아왔다. 그것도 태양대전을 부수고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도현을 붙잡아두려고 애썼는데 이도현은 힘을 얼마 쓰지 않은 듯 여전히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렇다면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첫 번째는 이도현의 정이 조건 없이 발동되어 자동으로 눈앞의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태양왕은 지금처럼 편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태양왕은 사치스럽고 아부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머리는 총명했다. 그는 본인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권력에서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니 태양신전이 짓밟히게 되면 태양왕 또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태양대전이 파괴되었습니다. 큰일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놀란 눈으로 부서진 제단을 보면서 소리 질렀다.엥겔스 마법사는 태양대전을 만들어준 그 염국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태양대전의 제단이 무너지면 태양대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그러니 제단이 무너지면 똑같은 재료로 똑같게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이도현이 만약 이 태양대전을 파괴한다면 그다음으로는 태양신전을 난장판으로 만들 텐데. 제단의 원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이곳은 다 먼지로 변해버릴 것이다.그리고 찾는다고 해도 지금 당장 제단을 복구시켜 이도현을 계속 잡아둘 수 없는 법이다.게다가 태양대전을 만든 사람이 이곳에 없었다.태양신전의 보물인 태양대전을 만든 사람이 태양신전의 사람이 아니라니.얼핏 들으면 웃긴 얘기였다.“얼른, 얼른 방법을 대서 이 동양인을 죽여버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다 죽은 목숨이야. 얼른...”정신을 차린 엥겔스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맞아! 이 동양인이 아직 제단에 묶여있을 때 죽여야 해. 모든 사람들은 힘을 다해서 저 구멍을 막아. 그리고 동양인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줘! 버러지 같은 놈. 저놈 때문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이 무너졌어. 그러니 무조건 본때를 보여줘야 해! 죽여라!”분노한 태양왕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도현을 향해 외쳤다.“네, 전하!”태양왕의 명령을 받은 태양신전의 장로들과 마법사들은 얼른 날아가서 무너진 구멍 앞에서 서서 이도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어느새 이도현의 머리 위는 오색찬란한 빛이 가득했다. 그건 장로들과 마법사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공격들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본인의 공격이 진법에 닿는 순간 그 속의
태양왕이 에릭의 아부에 기뻐하며 미소를 짓던 찰나,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태양대전에서 들려왔다.쿵.커다란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태양대전을 쳐다본 순간 태양신전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태양왕도, 에릭도, 엥겔스 마법사도 똑같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딱 벌렸다.아까까지만 해도 활활 잘 타오르던 건물에 갑자기 구멍이 생긴 것이었다.제단도 그와 함께 폭파되어 원모양을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제단이 무너지자 태양대전의 힘도 순식간에 줄어들어 불이 점차 작아졌다.이도현은 여전히 허공 속에 서서 두 손으로 정을 들고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하고 있었다.정이 불을 흡수할수록 정에서 보내오는 영의 의식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 뜻인즉슨 이 진법의 불이 정에게는 그저 식사일 뿐이라는 것이다.이도현은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또 기대되기도 했다. 이 정의 영의 의식이 각성하면 어떻게 될지 말이다.정말 신화 속에서 듣던 것처럼 될까?솔직히 궁금했다.그래서 제단이 무너졌지만 이도현은 도망치지 않고 계속 정을 들고 서 있었다. 이도현은 이 태양대전의 불을 이용해 정을 각성시키고 싶었다. 만약 정말 각성한 보물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니까 말이다. 이건 의례없는 성물이다. 만약 이 정이 영의 의식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전투력이 상승하게 될 것이다.싸울 때마다 정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삼켜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이도현은 이 정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만약에 이 정이 각성하여 소설 속의 여의봉처럼 크기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정은 세계 최고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작게 만들어서 상대에게 넣어버린 후 갑자기 크게 만들면 상대는 정에 깔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정 하나로 움직이지도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니. 너무 기분이 묘했다.게다가 크기 조절도 가능하다면 더욱 금상천화다. 손오공의
“우리 태양신전에 이렇게 위대한 진법이 있는데, 누가 감히 우리와 싸우려고 들겠나! 하하하. 이 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자만과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위대한 태양신전, 영원하리라! 위대한 태양왕 전하 또한 영원하리라!”에릭이 아부를 하면서 얘기했다.“전하, 아직 방심하긴 이릅니다. 저 동양인은 괴이한 점이 많으니 좀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 동양인이 들고 있는 정은 더욱 괴이합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진중한 눈빛으로 태양대전을 지켜보면서 얘기했다.태양대전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기에 큰불이 건물을 모조리 감싸버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다.“엥겔스 마법사님, 억측입니다.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동양인이 무슨 재주가 있다고 태양대전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위대한 태양왕 전하 앞에서 저 동양인은 그저 쓰레기만도 못한 먼지입니다. 위대한 태양왕 전하께서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죽일 수 있는 존재라고요. 최대 출력인 태양대전 안에서 저 애송이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웃기지 마세요. 저 애송이가 정말 살아서 나온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 태양대전이 아니더라도 태양왕 전하가 나서기만 하면 저 애송이는 바로 오줌을 지리고 도망갈 거라고요. 엥겔스 마법사님, 조심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상대를 봐가면서 얘기해야죠. 조그마한 동양인 주제에 뭘... 엥겔스 마법사님, 너무 신중한 것도 좋지 않아요.”에릭이 나서서 얘기하면서 또 태양왕의 위대함을 늘어놓았다.“엥겔스 마법사, 에릭의 말이 맞아. 상대를 너무 신격화시키지 마. 조그마한 동양인일 뿐이야. 그저 태양대전 속에서 얼마 정도 버티다가 죽을 목숨이야. 저 정만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야. 우리도 최대 출력으로 올릴 필요 없었고.”태양왕은 엥겔스 마법사의 말에 흥이 식었다. 그래서 속으로 엥겔스를 고집 센 늙은이라고 욕했다.다른 장
이도현은 정에서 익숙하고도 수상한 기운의 파동을 느꼈다. 이런 파동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바로 음양부채가 부정적인 기운을 많이 흡수했을 때 주던 파동과 비슷했다.그때 이도현은 알 수 있었다. 그건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이라고 말이다. 아마 음양부채 속 영의 의식이 깨어나서 기운을 내뿜으며 그러한 파동을 일으킨 것 같았다.지금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은 다시 잠들었다. 아마 다시 음양부채의 영의 의식을 깨우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힘이 나올 것이라고 이도현은 믿고 있었다.“설마 이 정에도 영의 의식이 있는 건가? 에이, 설마. 음양검에도 없는걸...”이도현은 못 믿겠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리고 그 말을 이해한 것인지, 정은 불을 흡수하더니 이내 또 파동을 내보냈다. 마치 이도현이 아까 중얼거린 말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이다.“어...”이도현은 약간 놀랐다.이 정에 이런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화까지 내다니.“흠, 미안해. 난 그저 이 상황이 놀라워서 그래. 역시 음양검과 음양부채보다 네가 더욱 대단한 것 같아.”이도현이 얘기했다.그러자 그 말에 정에서 또 새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아까의 기운과는 다른 기운이었다. 이도현은 그 기운이 용서를 뜻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 대체 이게 뭐야.”이도현은 이 일이 끝난 후 이 정에 대해서 잘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진정한 성물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태양왕의 명령에 진법을 제어하던 장로와 마법사들은 금세 태양대전의 위력을 최대로 올렸다.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은 아까보다 더욱 굵고 강력했다. 그리고 그 불기둥은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포효하면서 허공에서 불을 키워갔다.그러자 작아졌던 불구덩이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로 치솟으며 커다랗게 번졌다.그 불은 더욱 뜨겁고 더욱 밝게 빛나더니 작아진 태양 그림 위에 닿았다.쿵.태양 그림에서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정말 살아있는 태양처럼 빛과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