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아버지인데 내가 너를 해칠 리가 있겠니? 그리고 권재민이 가정이 있는 것을 떠나서, 지금 상황에서 나는 너를 재민에게 쉽게 맡길 수 없어!”릭은 더 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은 듯 짜증스럽게 됐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케이티는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려 하지 않았고 케이티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버지, 저를 위하는 거 알아요. 저는 아버지의 친딸이니까요. 정말로 제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면,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하지 말고 제 사랑을 지지해 주세요. 알겠죠?”케이티는 말을 잠시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는 재민이라는 뛰어난 사람을 하늘이 그냥 두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재민은 지금 어딘가에서 우리가 자신을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아버지, 저희도 재민 씨를 구하러 가요. 아버지의 도움이 있다면, 분명 빨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이렇게 말하며, 케이티는 앞으로 나아가 릭의 손을 간절히 잡고 눈을 깜빡이며 애원했다. 이전에 케이티가 이런 행동을 할 때마다 릭은 항상 마음이 약해져 케이티의 요청을 들어주곤 했다.그리고 역시나, 릭은 짜증 어린 시선으로 케이티를 보았다.“너는 하루하루 나에게 일거리만 만들어 주는구나.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정말로 권재민에게 전심으로 다할 생각인 거야? 설령 결과가 나쁘다 하더라도?”“결과가 왜 나빠요? 그럴 리 없어요. 지금 재민 씨 옆에 다른 여자가 있다 해도, 확신하건대 결국 재민의 곁에 설 사람은 바로 저예요! 그러니까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사람을 보내서 그 사람을 찾아주세요! 아니면 사위를 잃을 실 수도 있어요!”케이티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자, 릭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너는 답이 없구나! 알겠어, 권재민은 내가 찾게 하지. 하지만 한 가지는 똑바로 하자. 넌 아직 젊고 혈기가 왕성해. 그러니까 이후에 네가 한 결정을 후회하지 마!”“아버지, 걱정 마세요. 언젠가는 재민이 아버지의 사위가 될 거예요!”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자, 케이티는 어두웠던 얼굴은
권현우의 말을 들은 권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는 듯 물었다. “나와 협력하자고? 우리는 경쟁자인데, 어떤 협력을 말하는 거야? 혹시 나를 해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도 모르겠어? 우리의 경쟁은 결코 우리 둘 사이가 아니라 권재민과의 경쟁이야, 몰랐어?” 현우가 입을 삐죽이며 다소 해탈한 듯 말했지만 은우는 그 말에 냉소적으로 대꾸했다.“재미있는 말이네. 재민이 형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라진 걸 보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로 보이고 그렇다면 회사의 상속권은 당연히 우리 손에 들어오는 거 아닌가?”“할아버지가 재민을 그토록 아끼시는 거 몰라서 그래? 재민이 없는 지금도 할아버지가 몸을 이끌고 나와 회사를 관리하시려고 하시는 걸 보고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건 할아버지께서 회사를 우리 중 한 명에게 맡기시는 걸 원치 않으신다는 거고 그래서 내가 너랑 협력하자고 제안하는 거야.”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천천히 말하자 휴대폰 너머의 은우는 잠시 침묵했다. 은우는 현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권승호가 자신이나 권현우를 지지하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심지어 권기태조차도 그로부터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했다.“협력을 어떻게 하자는 거죠?” 은우가 오랫동안 침묵한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은우의 말투가 조금 풀어진 것을 듣자, 현우는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서둘러 대답했다.“그야 당연히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살고 나의 길을 막는 사람은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할아버지가 우리 둘을 신경 쓰지 않으시니, 할아버지를 이 판에서 치워버려서 방해하지 않게 하면 회사는 우리 것이 되는 건 시간문제야.” “네 말은 할아버지를 해치려는 거야?” 은우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어! 어차피 할아버지의 건강도 점점 나빠지고 있고, 계속 우리 계획을 방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할아버지를 제거하고 전체 그룹을 흡수하는 게 낫지. 우리가 전체 그룹을 통제하게 되면 재민이
상당히 많은 비중의 주식을 성공적으로 매입한 후, 권현우와 권은우 두 사람은 회사의 공금을 몰래 사용해 자신들의 일을 처리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조용히 처리했기에 강윤아도, 권승호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현우는 회사 내부에 자신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일을 처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사무실 안, 눈앞에 산처럼 쌓인 서류를 보며 윤아는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리 열심히 서류를 처리해도 항상 새로운 서류가 나타나 자신이 처리해야 했고 때때로 두통에 시달리게 했다.하지만 윤아는 회사 안에서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부러 일을 만들어 그녀를 곤란하게 하려는 것임을 알고 있었고 언제나 어려움에 맞서 싸우는 윤아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윤아는 자기가 여자라고 해도 회사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다.권재아가 서류를 전달하러 왔을 때, 윤아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는 그녀도 최근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노크를 하고 들어가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윤아야, 너 안색이 좋지 않은데 아기한테 문제 생긴 거 아니야? 너 좀 쉬어야 될 거 같아.”재아의 목소리를 듣자, 윤아는 얼굴의 피로를 풀고 웃었다. “언니 저 괜찮아요. 그냥 처리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눈이 좀 피곤한 것뿐이고요. 근데 뭐 아직 버틸만하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지금 내가 쓰러지면 날 비웃으려는 사람한테 먹잇감을 던져주는 거랑 뭐가 달라요?”“넌 정말 재민이랑 성격이 똑같은거 같아. 뭐든 무리하기 좋아해서 내가 뭐라고 더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몸조심하고 뱃속에 아기 있다는 거 있지 말고!”재아는 한숨을 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재아가 재민을 언급하자, 윤아는 마음이 움직여 재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언니, 재민 씨 소식은 어떤가요? 아직도 재민 씨가 어디 있는지 몰라요?”재아는 무력하게 고개를 저었다.“재민이 소식은 아직 없어. 할아버지가 계속 사람을 보내고 계시니,
그날 강윤아는 권재아에 의해 경성의 다른 지역에 위치한 지사를 조사하러 갔다.윤아가 조사를 마친 후, 지사의 상황이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에 조금 안심했다.본사의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지사의 사장들은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라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윤아는 도심 거리 모퉁이에 있는 그 밀크티 가게의 밀크티가 갑자기 먹고 싶어져 윤아는 자신의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운전기사더러 차를 도심으로 운전하도록 했다.윤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녹차 밀크폼을 주문했는데 최근 바쁘게 지내는 바람에 이 짧은 평화의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짭짤하고 달콤한 밀크폼이 향긋한 녹차와 어우러지자, 윤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차에 타려는 순간, 윤아의 눈길이 길 건너편의 한 사람에게 끌렸는데 그 사람의 뒷모습이 어딘가 익숙해 보였고, 윤아는 그를 계속 쳐다보았다.그리고 그 사람이 반쯤 몸을 돌리자, 윤아는 그가 권현우임을 알아차렸다.“권현우?” 윤아는 의문이 가득했다.‘지금은 업무 시간인데, 왜 여기에 있을까?’단순히 무언가를 사러 나온 것이라면, 이렇게 멀리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 여긴 윤아는 궁금증을 느끼며 차 문을 닫았다. “진욱 씨,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저 건너편을 좀 보고 올게요.”“사모님, 조심하세요.” 윤아가 차에서 내리려 하자, 진욱은 긴장했다. “제가 동행해 드릴까요?”윤아가 혼자 움직일 때마다 불편한 상황에 부닥치곤 했기 때문이었다.“진욱 씨, 괜찮아요. 금방 돌아올게요.” 윤아가 말하며 건너편으로 걸어갔고 진욱은 윤아가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했다. 더욱이 윤아는 임신 중이라 더욱 신경이 쓰였지만 윤아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으므로, 진욱은 소리 없이 조용히 따라갔다. 어찌 됐든 윤아의 안전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윤아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움직였고 최근 권현우는 회사에서 너무 눈에 띈 것이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이 시간대에 여기 있는 것을 보면, 윤아는 분명 뭔가 수상하다고 직
유태우는 이제 나이가 들었다. 비록 태성 그룹에서 10여 년간 일했지만 이제는 늙었으니 태우가 관여하는 일은 거의 없다. 태우는 단지 태성 그룹의 지분으로 일가족을 먹여 살릴 뿐이다.만약 권현우가 태우를 속이면 태우는 망할 각오까지 해야 한다.“당연하죠. 우리는 협의서까지 서명했잖아요.”현우는 협의서를 흔들며 싱긋 웃었다.두 사람은 협상한 후에 자리를 떴다.한편 윤아는 의자에 앉아 화가 나, 이가 근질근질할 정도이다.현우는 정말 너무 파렴치한 사람이다. ‘몰래 주식을 매수하다니.’윤아는 카페에서 나와 곧바로 회사로 가 권재아에게 알려주었다.“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어? 확실한 거야?”재아는 너무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언니, 제가 직접 들은 거예요. 하지만 유태우가 협의서에 서명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했어요. 그러나 들어보니 유태우가 갖고 있는 주식 절반을 권현우에게 넘겨준대요.”“권현우, 정말 대단한 자식이네. 감히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재아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언니, 권현우가 유태우를 매수한 걸 보면 틀림없이 다른 주주들도 현우에게 매수당했을 거예요. 제 생각에는 일단 권현우가 얼마의 지분을 가졌는지부터 알아봐야 할 거 같아요.”윤아는 재아보다 훨씬 냉정하게 생각했다.“네 말이 맞아.”재아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 윤기태에게 전화를 걸었다.재아는 기태에게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현우에게 매수됐는지 알아보라고 했다.기태는 최근 권재민의 행방을 찾는 것 외에 가끔 기태가 필요할 때 회사에 나온다.기태는 재민을 제외하면 그나마 회사 업무에 능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기태는 지시받은 뒤,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 곧바로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주주가 매수당한 일을 조사했다.조사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적지 않은 주주들이 현우에게 매수당했으며 유태우는 그중 한 명일 뿐이었다.“정말 네가 예상한 대로 이미 많은 주주가 매수된 것 같아.”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재아는 자신이 너무 방심해서 현
케이티는 윤아가 꾸물거리며 대답하지 않자 콧방귀를 뀌며 짜증을 냈다.케이티는 윤아와 시간 낭비하러 온 것이 아니다.“이렇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생각이 안 끝났어요? 거래할지, 말지 시원하게 얘기해 봐요. 이렇게 재촉하는 것도 입 아파요.”“윤아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윤아뿐만 아니라 나도 동의 안 해. 어떻게 감정을 파괴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정말 너무해.”“윤아야, 절대 동의하면 안 돼. 난 절대 저런 파렴치한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어.”재아는 어두운 얼굴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재아야, 난 윤아 씨에게 물었어. 왜 네가 자꾸 끼어드는 거야?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윤아 씨의 선택이야. 아니야? 자, 윤아 씨, 이제 얘기해 봐요. 받아들일 거예요, 말 거예요?”케이티는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너!”“그만 해요. 더 이상 다투지 말아요.”윤아는 재아의 말 허리를 끊더니 고개를 들고 덤덤하게 케이티를 바라보았다.“방금 제안했던 건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어요. 생각할 시간을 줘요. 생각이 끝나면 내가 알려줄 거예요.”윤아의 말에 케이티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윤아 씨의 생각을 존중할게요. 작은 일이 아니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정상이죠. 하지만 충고하지만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요. 내가 만족할 만한 답을 주기를 바랄게요.”말이 끝나자 케이티는 느릿느릿 일어나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윤아를 힐끔 보며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케이티가 떠난 후, 재아는 다소 조급한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았다.“윤아야, 지금 네가 회사의 처지를 걱정하는 건 알지만 넌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돼. 재민이 돌아오면 얼마나 슬퍼하고 절망하겠어?”“하지만 지금 회사의 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많은 주주가 현우와 같은 배를 탔고 직원들마저 저희를 믿지 않고 있어요. 이렇게 큰 기업을 무슨 수로 해결하겠어요? 만약 케이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어요?”윤아는 의자에 천천히 기대며 한숨을 쉬었
김소혜가 자신을 비난하자 케이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어머님, 잘못 들으신 거죠? 저는 지금 강윤아를 협박하는 게 아니라 재민 씨와 결혼해 어머님의 며느리로 되려는 거잖아요. 어머님도 항상 저와 재민 씨가 결혼하기를 원했잖아요?”하지만 소혜의 얼굴색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차갑게 말문을 열었다.“난 확실히 윤아를 싫어했어. 그리고 네가 재민과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윤아도 괜찮은 아이라는 걸 알았어. 그리고 네 방법은 정말 너무 비겁한 거 같아.”“어머님, 설마 강윤아가 재민 씨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가 지금 태성 그룹에서 억지로 버티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주제넘은 일이에요.”“강윤아는 실력도 없으면서 회사를 관리하고 있어요. 그것이 오히려 재민 씨를 지지하던 사람들을 헛되게 하는 거잖아요.”케이티는 자신이 조금 불리해지자 다급히 해명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소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고개를 저었다.“윤아는 재민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타락하거나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 난 그 점 때문에 윤아가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 물론 지금도 네가 우리 재민이와 더 어울리는 걸 알지만 네가 이번에 한 일은 정말 실망이야.”“왜 그러는데요? 어머님은 하루빨리 제가 며느리로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케이티는 다소 흥분한 채 소혜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조금 이성이 나간 듯한 케이티를 보자 소혜는 의아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소혜는 고민도 하지 않고 케이티의 손을 뿌리치며 덤덤하게 말했다.“나도 예전에는 네가 빨리 내 며느리가 되길 바랐지만 오늘 네 행동을 보니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겠어. 난 윤아가 네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소혜의 차가운 태도에 케이티는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곧 냉정을 되찾았고 이내 싱긋 웃었다.“어머님이 원하지 않으시면 그만둘게요. 방금 추태를 부린 건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케이티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이
권승호가 쓰러지자마자 강윤아와 권재아는 그 소식을 듣고 하던 일을 내려놓고 곧바로 권씨 저택으로 달려갔다.저택에 도착하자 권건하, 김소혜, 권은우, 권현우까지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재아는 그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고 부랴부랴 승호의 방으로 달려갔다.한 무리의 사람이 승호의 침대 옆에 서 있었고 승호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할아버지!”재아가 다급히 불렀다.그 순간 소혜가 고개를 돌리자 재아와 윤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어왔다.“재아야, 윤아야, 너희들 왔구나.”“할아버지는 어떻게 된 거예요?”재아가 승호에게 다가가 물었다.“모르겠어. 멀쩡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대.”소혜는 의혹을 드러냈다.“의사는 불렀어요?”윤아는 승호를 치료할 의사부터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김기성이 오는 중이야.”건하가 대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기성이 도착하자 사람들은 기성이 제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때 기성이 살펴본 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할아버지는 어떤가요?”은우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그러자 기성은 고개를 저었다.“휴, 저는 더 이상 어르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그래도 큰 병원의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좋겠어요.”기성은 당연히 승호의 병세를 알 수 있다. 다만 지금은 무능한 척 연기할 수밖에 없다.괜히 이런 일에 엮였다가 자신마저 잘못될 수도 있기에 물러날 수밖에 없다. 지금 권씨 가문을 상대했다가 자신의 가족들이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할아버지의 병이 심각하나요?”재아는 의사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지금 승호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 회사는 아직도 호가 필요한 상황이다.“뇌졸중인 거 같아요.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을 거 같아요.”기성이 건의를 했다.“뭐라고!”건하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왜 아버지가 멀쩡하다가 뇌졸중에 걸린 거야?”“자세한 이유는 검사한 뒤에야 알 수 있어요. 문제 될 원인이 아주 많은 병이라 저도 말하기 어려워요.”기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