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 그룹 대표 사무실.권현우가 제출한 장부를 보자 권재민은 입꼬리를 치켜올린 채 대충 몇 페이지를 뒤적였다. 실수를 찾아내려 했지만 조금 어려웠고 항목마다 아주 똑똑히 기록되어 실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대표님, 계열사 최근 한 달간의 장부입니다. 한번 보세요. 프로젝트 때문에 손실한 부분은 제가 이미 채웠고 상세하게 기록했어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세요.”현우는 아주 공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 말에 재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고개를 들어 현우를 힐끔 보고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계열사의 자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거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넌 그만한 자금을 내놓기 힘들잖아?”재민의 고의적인 갑질에 현우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확실히 저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투자한 작은 회사가 있고 주식도 하고 있어요. 적지 않은 돈을 벌어서 마침 이번 손해를 메꿀 수 있었어요.”재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장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차갑게 말했다.“네 개인 자금으로 메꾼 거니 지금 재무팀에 가서 돈을 수령해. 본사에 돈이 있으니 네 돈은 필요 없어.”“대표님,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네요. 저도 권씨 가문의 사람이니 자연히 태성 그룹을 도울 수 있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는 재무팀에 가서 돈을 받지 않을 거예요.”현우는 재민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아주 싫어하지만 겉으로는 아주 겸손한 척했다.그 말에 재민은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생각은 아주 좋아. 그리고 이번 일도 아주 잘 처리했어. 너한테 이 일을 맡기면 내가 안심할 수 있겠어. 계속해서 열심히 해. 자, 장부는 여기에 두고 먼저 나가봐!”현우는 재민을 힐끔 노려보았지만 방금의 불만을 내려놓고 싱긋 웃더니 천천히 사무실을 나섰다. 한편 그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자 재민은 눈살을 찌푸린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테이블에 있는 장부를 훑어보았다.이번 위기를 겪은 후, 현우는 태
“현우 본부장님, 너무 겸손하세요! 팀장님의 능력이라면 앞으로 권 대표님보다 더 잘나갈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제 팀장님만 믿고 따를 거니 잘 부탁드려요!”인사팀 팀장이 맞장구를 치며 활짝 웃었다.“맞아요! 본부장님은 소싯적 회장님 포스가 나요!”……그 말을 듣자 현우는 아주 기뻤다. 그는 줄곧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바랐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이뤄 득의양양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겸손한 척했다.현우는 손을 저었다.“여러분의 칭찬을 들으니 너무 부끄럽네요. 권 대표님의 실력은 하늘과 같은데 제가 어떻게 감히 비교 대상이 되겠어요? 게다가 이번에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도 권 대표님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대표님에게 배울 점이 아주 많아요!”현우가 칭찬에 겸손하게 대처하자 사람들은 호감이 더 생겼다. 비록 재민의 실력이 강하지만 그는 항상 도도한 모습을 하여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반감을 품게 되었다.게다가 현우는 아주 자상하니 두 사람을 비교하면 당연히 현우가 훨씬 나을 것이다.현우가 자신을 언급하자 바깥쪽에 서 있던 재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 속셈을 알아차리고 차갑게 웃었다.겉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 줄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자신에게 배울 점이 많다? 현우의 속셈을 그가 모를 리가 있을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정말 현우의 말대로 될까 봐 걱정이었다.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태성 그룹 임원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본부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단지 아부하는 것이다.사실 현우는 아무런 실권이 없어 재민은 너무 가소롭다고 생각했다.현우가 지금 상황을 모르는 것일까? 사실 그도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듣고는 스스로를 속일 뿐이다.……한편 권승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매일 운동하고 꽃을 감사하는 외에 오랜 친구를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아주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세가 든 어른들은 가족 간의 사랑이 그리워 매주 주말마다 가족 연회를 열자고 약속했다.이번 주말은 권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권승호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접시에 담긴 음식을 힐끔 보더니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응.”김소혜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볼 때 권건하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버지,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회사는 아주 잘 돌아가고 있어요. 현우가 많은 도움이 된 걸 회사 사람들이 모두 눈여겨봤을 거예요…….”소혜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얼른 그에게 국 한 그릇을 건네며 말을 끊었다.“식탁에서 공적인 일을 얘기하지 말고 식사나 해요.”건하는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으니 그녀를 노려보며 그릇을 밀어냈다.한편 승호는 두 사람의 태도를 보자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말문을 열었다.“오늘 확실히 들은 바가 있어. 너희는 긴장을 내려놓으면 안 돼.”소혜는 승호가 사생아를 꺼리지 않자 분노가 치밀어올라 순간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그러자 승호는 소혜를 힐끔 보더니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눈치 줬고 소혜는 어쩔 수 없이 화를 참았다.연회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재민과 윤아가 살며시 들어왔으며 사람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했지만 승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편 소혜는 윤아의 몸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노려보았다.윤아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야근 때문에 재민이 연회에 지각하여 안절부절못했다.그때 재민이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그는 덤덤하게 승호에게 인사하고 아무런 대응도 받지 못했지만 전혀 난감해하지 않고 천천히 윤아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이번 연회는 아주 힘겹게 끝났다. 승호가 지각한 부부를 서재로 부르자 소혜는 평소 우아한 이미지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건하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다.방문이 힘차게 닫히자 곧바로 격렬한 말다툼이 시작되었다.“당신 지금 무슨 뜻이에요? 당신은 체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렇게 뻔뻔하게 사생아에 대한 말을 하다니!”건하가 곧바로 그녀의 손을 뿌리치자 소혜가 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그는 조금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내 일은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현우가 왜 재민이보다 못하다는 거야? 왜 하필
김소혜는 어두운 얼굴로 테이블에 있는 쇼핑백을 보자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 여자가 점심에 온 거야?”재민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부인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나 테이블로 향했다.“그녀는 온종일 너한테 매달려서 널 귀찮게만 하고 할 줄 아는 게 없지? 정말 여우 같은 여자라니까!”소혜는 결국 욕설을 퍼부었다.재민은 자신의 엄마가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니 그녀를 힐끔 보았다.“그녀를 존중해 주세요.”“나한테 존중하라고? 왜 그녀는 날 존중하지 않아? 그 여자는 널 꼬일 줄밖에 모르잖아. 출근 시간도 놓치지 않고 회사까지 찾아오다니. 그녀는 왜 우리 권씨 가문의 사업을 존중하지 않아?”소혜는 자신의 이미지는 생각지도 않고 속사포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그녀는 재민을 탓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너도 마찬가지야. 그녀에게 끌려 외국에 가는 바람에 결국 그 사생아가 빈틈을 노리고 있잖아!”“그만해요!’재민은 인내심이 바닥났다. 그는 머리가 너무 시끄러워 갑자기 서류를 바닥에 던졌다.소혜는 자신이 그의 기분을 망쳤다는 생각에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엄마도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넌 알지?”“날 위한 것이면 내 감정을 방해하지 마요!”재민은 불만스러웠다.“그래, 약속할게. 하지만 넌 반드시 회사를 잡아야 해. 절대 다른 문제가 생기면 안 돼.”재민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다가 결국 입을 뗐다.“할 일이 많으니 이만 돌아가요.”그가 비서를 불러 배웅하라고 하자 소혜는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떴다.이튿날, 윤아는 소혜의 문자를 받았다.[얘기 좀 해.]윤아는 넋을 잃은 채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순간 아주 들떴고 가슴이 찡해졌다.‘설마? 드디어 날 받아들인 거야?’윤아는 한참 뒤에야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점심 쉬는 시간이 되자 윤아는 시간에 맞춰 커피숍에 도착했다.소혜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자 그녀는 조금 기가 죽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왔어?”
안케빈은 최근 동생 일로 골치를 먹고 있다.지난번에 권현우와 손잡은 뒤 케빈은 더 이상 현우를 찾아가지 않았다.사실 현우와 손잡아 안토니를 구하는 것보다 스스로 안토니를 구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최근 케빈은 매일 토니를 보러 갔지만 토니는 갈수록 수척해졌고 그를 보자마자 펑펑 울어 케빈은 마음이 아팠다.그 생각만 하면 케빈은 당장 재민을 무너뜨리고 싶었다.케빈은 부서에서 적합한 사람을 찾아 토니를 구하라고 했다.그는 심지어 탈옥을 생각했지만 Z국인 데다 재민의 세력까지 있어 진짜 탈옥한다면 아주 번거롭게 될 것이다.게다가 성공하면 그냥 도망치면 되지만 혹시라도 탈옥하다 잡히면 더 비참해질 것이기에 동생의 생명으로 도박 걸 수가 없었다.재민이 모질게 명확한 죄로 토니를 감옥에 가두어 케빈이 아무리 노력해도 구할 수가 없었다.만약 개인 지하실이나 다른 곳에 갇혔다면 케빈은 집을 폭발시키더라도 동생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그 생각에 케빈은 한숨을 쉬었다.그때 비서가 들어오자 케빈이 다급히 물었다.“찾은 거야?”비서가 고개를 저었다.“도련님, 여러 조건을 걸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어요.”케빈은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숨을 내쉬었다.“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재민의 영향력보다 효과가 없나보네.”비서는 최근 며칠 동안 자신을 도울 사람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했다.보아하니 재민의 영향력은 자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았다. 그들은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까 혹한 조건에도 승낙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재민이 두려운 것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정말 권현우랑 손잡아야 하는 거예요?”사실 비서는 현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그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애초에 이미 계획한 길이잖아. 이제 다른 길이 없으니 그대로 가자.”케빈은 외투를 들고 호텔을 나섰다.애초에 현우를 찾아갔을 때 케빈은 여러 방법을 쓰기로 했다.그때는 너무 급하게 온 바람에 자신을
“그럼 현우 씨는 우선 그 서류를 가져가서 천천히 보세요. 만약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제가 다니엘에게 협력 사항을 보내라고 할게요. 그때 다시 만나서 계약을 체결하면 됩니다.”안케빈은 자신의 프로젝트가 현우를 유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그러나 현우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케빈 씨, 도대체 왜 아무 이유도 없이 저와 손잡는 거예요? 그쪽이 제 신분과 능력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거 같은데.”현우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현우는 지난번 돌아간 뒤 케빈의 신분과 지위를 조사해 보았으며 그의 도도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현우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케빈이 자신과 손잡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그 프로젝트는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있다.그때 케빈이 싱긋 웃었다.“역시 현우 씨는 머리가 좋네요. 저는 동생을 구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한 거예요.”그 말에 현우는 갑자기 답안이 생겼다.현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케빈은 안토니라는 동생이 있으며 케빈은 동생을 아주 아낀다. 영국에 있을 때, 토니가 아주 과분한 행동을 하더라도 케빈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케빈 씨의 동생은 어떻게 된 건지…….”현우가 케빈의 눈동자를 보았다.동생의 비참한 모습을 떠올리자 케빈은 순간 증오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내 동생은 권재민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되었어요. 권재민이 특별히 사람을 매수해 경찰에서 놓아주지 않고 있어요. 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내 동생을 구할 것이고 그가 교도소에 있으면 난 마음 편하게 잘 수도 없어요.”현우는 조금 놀라웠다. 재민은 안케빈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원한 사이가 되었다.하지만 현우는 얼마 전에 재민이 한 회사를 무너뜨렸는데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토니라는 소문을 들은 적 있다.이제 현우도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다.“하여 저는 지금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재민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거예요. 내가 토니를 구할 수 있도록.”앞으
권재민은 자신의 직감으로 틀림없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최근 권현우는 회사에서 아주 잘나가고 있다. 김소혜는 그 소식을 알게 된 뒤 재민에게 절대 현우의 뜻대로 되면 안 된다고 여러 번 귀띔을 주었다.사실 소혜가 얘기하지 않아도 재민은 아주 잘 알고 있다. 비록 현우를 안중에 두지 않았지만 이런 변수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그는 현우를 통제할 수 없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그날, 재민은 퇴근 뒤, 소혜의 연락을 받았다. 당연히 현우의 얘기는 피할 수가 없었다.지난번 권건하가 현우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소혜는 현우의 존재를 더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는 현우에게 호감이 들 리가 없다.현우의 존재 때문에 소혜는 건하에 대한 기대를 무참히 버렸고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은 재민밖에 없었다.한편 현우와 안토니는 갖은 방법을 써 재민을 귀찮게 하고 있다.비록 현우 한 사람의 힘으로는 재민이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지만 안토니라는 아주 강한 상대와 손잡았기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대표님, 그쪽에서 갑자기 우리와 계약했던 프로젝트를 중단하겠대요.”윤기태는 초조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서더니 이런 나쁜 소식을 알렸다.그러자 재민은 엄숙한 표정을 지은 채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이유야?”태성 그룹은 유명세가 있기에 그들과 협력하는 회사가 줄을 섰기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자발적으로 협력을 중단하다니.“음…… 그쪽에서도 이유를 얘기하지 않고 있어요. 이미 위약금을 지불했으니 저희도…….”기태는 아주 난처했다.최근 그는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재민과 맞선다는 느낌이 들었다.“협력하기 싫다면 그만둬.”재민은 피식 비웃었다.“이미 준비해 뒀던 다른 협력사가 있을 거야. 찾아봐.”사실 재민은 이런 문제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일이 쌓이니 갑자기 골치 아팠다.그리고 바쁘게 움직이자 재민은 토니의 상황을 잠시 잊었다.“최근 권재민 쪽 상황은 어때요?”현우와 재민이 접촉할 기
주변에 권건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윤아는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고개를 돌려 떠나려 하였다.순간,윤아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제압당했다.“그쪽은 누구예요? 여기서 뭐 하는 거죠? 당장 나가요,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를 거예요! 이거 불법 자택 침입이에요!”윤아는 진정하려고 애쓰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갑작스럽게 위험에 처하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케빈과 윤아를 납치한 사람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윤아의 비명을 무시하였고 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강윤아 씨, 그 말은 저희 보스가 온 뒤에 하죠!”그 말과 함께 그는 윤아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의 목에 약물을 주입하였다. 윤아는 겁에 질린 모습을 하더니 끙끙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쓰러졌다.그녀가 쓰러지려는 순간 한 남자가 그녀를 신속하게 승합차에 옮겼다. 뒤에 있던 사람들도 펜션을 나섰다. 차는 곧 펜션에서 나와 도로로 향했고 휘발유 냄새만 그 자리에 남았다.……안씨 펜션 지하실.어둡고 폐쇄된 공간에 습한 냄새가 가득했다. 좁은 창문을 통해 미약한 햇빛이 은은하게 비쳐 들어왔고 조금의 광이 투사되었다. 곳곳에서 오싹한 기운이 들어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한쪽 구석에 기대어 있던 윤아는 천천히 깨어나 눈을 떴지만 어두컴컴한 주변을 보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가 움직이려던 순간 자신이 의자에 묶여 꼼짝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윤아는 단념하지 않고 필살 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의자에 꽁꽁 묶여 그녀는 곧 포기한 듯 주변을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방금 발생한 일을 떠올리자 그녀는 또 한 번 방심했다고 생각했다.“아가야, 엄마가 멍청해서 또 다른 사람에게 속았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엄마는 절대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나약한 목소리가 고요한 방에서 메아리쳤다. 그녀는 다시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