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권건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윤아는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고개를 돌려 떠나려 하였다.순간,윤아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제압당했다.“그쪽은 누구예요? 여기서 뭐 하는 거죠? 당장 나가요,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를 거예요! 이거 불법 자택 침입이에요!”윤아는 진정하려고 애쓰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갑작스럽게 위험에 처하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케빈과 윤아를 납치한 사람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윤아의 비명을 무시하였고 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강윤아 씨, 그 말은 저희 보스가 온 뒤에 하죠!”그 말과 함께 그는 윤아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녀의 목에 약물을 주입하였다. 윤아는 겁에 질린 모습을 하더니 끙끙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감고 쓰러졌다.그녀가 쓰러지려는 순간 한 남자가 그녀를 신속하게 승합차에 옮겼다. 뒤에 있던 사람들도 펜션을 나섰다. 차는 곧 펜션에서 나와 도로로 향했고 휘발유 냄새만 그 자리에 남았다.……안씨 펜션 지하실.어둡고 폐쇄된 공간에 습한 냄새가 가득했다. 좁은 창문을 통해 미약한 햇빛이 은은하게 비쳐 들어왔고 조금의 광이 투사되었다. 곳곳에서 오싹한 기운이 들어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한쪽 구석에 기대어 있던 윤아는 천천히 깨어나 눈을 떴지만 어두컴컴한 주변을 보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가 움직이려던 순간 자신이 의자에 묶여 꼼짝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윤아는 단념하지 않고 필살 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의자에 꽁꽁 묶여 그녀는 곧 포기한 듯 주변을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방금 발생한 일을 떠올리자 그녀는 또 한 번 방심했다고 생각했다.“아가야, 엄마가 멍청해서 또 다른 사람에게 속았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엄마는 절대로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나약한 목소리가 고요한 방에서 메아리쳤다. 그녀는 다시
그 말에 강윤아는 조금 달갑지 않은 듯 고개를 들어 안케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가 당신을 두려워할 거로 생각하지 마. 어쨌거나 나는 당신이 권재민을 해치지 못하도록 할 거니 단념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절대 당신 같은 사람을 도와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란 말이야.”윤아의 말을 들은 안케빈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윤아를 가리키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윤아 씨가 꼭 우리 손맛을 봐야 하겠다고 하니 다들 제대로 혼내줘.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려줘야지.”말을 마치자, 뒤에 있던 남자들이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윤아를 향해 음흉하게 웃었다. 안케빈이 손을 흔들자 건장한 남자 몇 명이 달려와 윤아를 겹겹이 에워쌌다. 주먹을 불끈 쥔 그들은 저마다 얼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윤아의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그녀는 뒷걸음질 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뭐 하는 짓이야! 다가오지 마! 나한테서 떨어져!”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 사람들의 음흉한 미소뿐이었다. 순간, 윤아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뺨을 후려갈겼다. 막 일어서려던 윤아는 뺨을 맞고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이년, 좋은 말로는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으니 우리를 원망하지 말아.”맞은 뺨을 만지던 윤아는 얼굴에서 전해오는 아픔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꿋꿋하게 입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닦아내고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당신들은 이런 폭력적 수단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잖아. 난 이런 당신들이 하찮기만 해!”그 말을 들은 몇 사람은 더욱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들의 얼굴에는 분노의 기색이 역력했고, 순간 두 눈에는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더러운 년, 감히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렇다면 우리도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 다들 여자라고 봐주지 말고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줘!”곧 그 사
동생이 당한 고통에 안케빈도 분노했지만, 이 모든 분노는 양도서를 보는 순간 어느 정도 해소됐다.안케빈은 양도서를 들고 기뻐하며 즉시 권현우를 불러 축하했다.“하하, 권재민이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안케빈이 이렇게 기뻐하는 건 강주의 절반도 작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이다.“권재민이 그 여자를 매우 아낀다고 했잖아요.”현우는 재민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강윤아를 잡아 재민을 위협할 능력이 없었다.하지만 안케빈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고 이번 양도서를 받은 것도 현우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흥, 이런 사람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안케빈이 코웃음 쳤다.다행히 현우가 재민의 약점을 알려줘서 이렇게 재민에게 한몫 따냈다.현우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재민은 아마 안케빈의 말처럼 간단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큰 태성 그룹을 맡아 점점 더 크게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괘씸하게도 그자가 내 동생을 이렇게 심하게…….”안케빈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안토니를 만났을 때 그의 손발이 피로 물들어 더는 쓸모가 없게 돼 있던 광경을 그는 잊을 수 없었다.지금 안토니는 비록 살아남았지만 영원히 폐인이 되었으니, 이 원수는 어떻게 해서든지 갚아야 한다.“그가 안케빈 씨 동생을 어떻게 했는데요?”현우는 재민과 안케빈의 트러블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했고 안케빈이 양도서를 얻어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그자가 내 동생의 손발을 모두 부러뜨렸어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안케빈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말을 들은 현우는 몸이 부르르 떨렸다.재민은 악랄하기로 소문났는데, 뜻밖에도 사실인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다행히 자신은 재민을 이렇게 많이 건드리지 않았고, 이런 일도 자신에게 닥칠 수 없으니, 지금은 어부지리만 거두면 될 것 같았다.하지만 현우는 안케빈의 말에 찬성하는 척하며 말했다.“맞아요, 이건 재민이가 정말 너무했어요!”“양도서부터 의논합시
안케빈은 화가 나서 벽에 주먹을 날렸다.“좋아, 권재민이 일부러 그런 거야. 어쩐지 그자가 너무 순순히 대답한다 했어.”안케빈은 방을 오가며 중얼거렸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그는 권현우처럼 남을 원망하지만 않으리라 생각했다.이번에는 자신이 방심한 탓이다. 강주시의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데다 일부는 현우의 부추김 때문이기도 했다. 현우가 이 프로젝트들과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안케빈은 자신이 너무 적을 얕잡아 본 것을 후회했다. 재민이 아직 젊어서 그렇게 많은 계략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야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먼저 공백을 메우고 보충할 수 있는 것은 보충하되 투입을 통제하고, 권재민 이 자식의 짓인지도 알아봐.”안케빈은 그동안 재민이라고 주장했지만 확실한 증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직감은 맞는 다고 말해주고 있다.결국, 그가 막 점령한 주식시장의 붕괴로 가장 많은 이익을 본 사람은 재민이니 말이다.다니엘은 분부를 받고 바로 가서 일에 착수했다.현우는 회사 사무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있었다.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윤기태가 이미 권현우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기태를 본 현우는 별로 겁먹지 않고 오히려 기고만장하게 물었다.“내 허락도 없이 내 사무실에 침입해도 된다고 누가 그랬어?”기태는 미소만 지을 뿐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어? 그럼 이 회장은 그래도 될까?”재민의 목소리가 밖에서 울려 퍼졌다.재민도 올 줄 몰랐던 현우는 깜짝 놀랐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민이 문밖으로 걸어 들어왔다.잘 재단된 슈트는 재민의 몸매를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고, 반짝반짝하게 닦인 구두 한 켤레가 빛을 내고 있어 이 모습을 보는 현우는 눈이 부셨다.재민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현우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너 요즘 무슨 바보짓을 했는지 알아?”재민은 차갑게 웃으면 동생이란 자가 아직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현우는 고개를 들어 재민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재민은 성큼성큼 걸어와 현우의
권재민은 계속 공적인 일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강윤아를 병원에 보낸 후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윤아는 몸이 불편한 것을 참으며 재민을 재촉했다.“난 정말 별일 없으니 빨리 돌아갔다가 일이 끝나면 다시 찾아와요.”윤아가 병상에 누워 재민에게 말했다.재민은 얼굴을 찡그리며 윤아의 거듭된 고집에 자리를 떴고, 떠나기 전 의사에게 윤아에 대한 전면검사를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어쨌든 윤아는 안케빈의 거처에서 꽤 오래 있었기에 재민은 안심할 수 없었다. 안케빈이 나쁜 마음을 품고 윤아에게 무슨 약물을 투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다행히 안케빈은 그때 안토니의 안위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윤아에게 손을 대 생각을 하지 못했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윤아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만 했다.하지만 그렇게 심각해 보이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윤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래서 재민이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로부터 한 가지 소식을 듣게 되었다.윤아는 몸에 외상이 많아 구타를 당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 태위가 불안정해 유산 가능성이 크기에 며칠 안정을 취해야 하고 했다.“윤아 씨, 그자들이 당신한테 이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재민은 격분하여 윤아의 병상으로 달려가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윤아도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전에 몸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고, 재민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열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뜻밖에…… 이렇게까지 심각하다니.그러자 윤아는 그래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재민이 그렇게 자신을 데리고 병원에 오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 아이를 잃었을지도 모른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아마 평생 자책하며 살아갈 것이다.“윤아 씨, 안케빈이 그런 거죠? 젠장, 내가 너무 늦게 찾아갔어요.”재민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화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이 윤아를 이런 위험에 빠뜨릴 줄은 몰랐다.‘젠장…… 안케빈 개자식…… 감히 윤아 씨를 다치게 하다니.’
전화기 너머로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이 들리자 안케빈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무슨 뜻이지? 이렇게 아무렇게나 전화를 끊다니? 내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화가 난 안케빈은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지만, 곧 충동을 참았다.“회장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다니엘도 불안한 모습이었다.지금 안케빈의 심정이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인정해 달라고 빌었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변한 것 같았다.“괘씸해! 가만두지 않을 거야!”안케빈은 분노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두 눈에도 분노가 이글거렸다.그는 이번에 안토니를 구출하기 위해 D 국에 왔다가 이런 큰 타격을 입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이것은 안케빈에게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들 가문의 그룹은 대부분 외국에 있지만, 국내에도 그나마 일부 시장이 있었다.이번의 이런 시련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안케빈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의 가장 안전한 방법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다.“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으니 일단 돌아가자.”안케빈의 얼굴에 근심이 묻어났다.여전히 매우 달갑지 않지만, 지금 가장 현명한 선택은 가능한 한 빨리 돌아가서 권재민과 이제는 엮이지 않는 것이다.“알았어요.”다니엘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안케빈의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곧 돌아갈 채비에 착수했다.안케빈은 곧 허둥지둥 떠났고, 재민은 그가 떠난 것을 매우 놀라지 않았다.안케빈은 세력이 작은 편이 아니어서 당분간 그들을 다 죽일 수 없으니, 이번에 그를 쫓아낸 것도 이미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안케빈에게 이번 귀국은 아픈 결과라는 생각에 안토니는 의문을 던졌다.“형, 우리 그냥 가? 설마 나 대신 복수 안 하는 거야?”지금의 안토니는 아직 몸이 매우 허약하지만, 권재민의 손에서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 일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안토니와 달리
권재민은 요즘 줄곧 권현우가 어디에서 이런 능력을 키워냈는지 의아해했다.회사의 프로젝트를 짧은 시간 내에 마무리하며 권승호의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전에 재민이 바빠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업무가 한 구간 끝나고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재민은 더 심도있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랬더니 현우가 가끔 너무 수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기태야.”재민은 윤기태의 내선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내 사무실로 와.”30초 후에 기태가 재민의 사무실에 도착했다.“권 대표님, 찾으셨어요?”“너, 지금 가서 현우를 조사해봐. 요즘 누구와 친하거나 누구와 왕래가 잦은지, 생활상 사업상 다 나한테 보고해.”재민이 떠올릴 수 있는 건 현우의 뒤에서 누군가 도와준다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현우 같은 사생아가 이렇게 클 수 없다.능력이 좀 있는 다른 사장님은 현우의 신분을 알면 선뜻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알았어요.”기태는 명령을 받고 떠날 준비를 했다.“그리고 교통사고에 관한 조사는 어떻게 되었어?”재민은 일찍 분부를 내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결과가 없었다.“교통사고 쪽은 별 진전이 없는 것 같아요. 그 시간대 차량이 많아서 오해를 빚기 십상이거든요.”“그럼 계속 알아봐 줘, 이 일은 윤아가 했을 리가 없어. 반드시 밝혀내야 해.”재민은 누군가 벌인 짓이라면 반드시 알아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네.”재민은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지금 부하들이 일을 처리하는 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답답했다.“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알아내지 못하겠어?”재민은 손가락이 탁자를 두드렸고,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모니터링도 안 했어?”“대표님, 그 도로의 CCTV가 몇 개 고장 나 일부 주요 구간은 이제 볼 수 없습니다.”윤기태도 CCTV를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니 별문제가 없었다.“고장 났다고? 마침 고장 났다고? 누군가 뒤에서 꿍꿍
권재민은 기분 좋게 강윤아를 데리고 권씨 저택으로 찾아갔지만, 윤아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권씨 저택의 대문을 들어섰다.김소혜는 거실이 아닌 방에 있었고, 재민은 곧바로 윤아를 데리고 위층 방으로 갔다.방안에서 소혜가 재아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뭐하러 왔어?”소혜는 윤아를 보자마자 마음이 불편해,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퇴원한 후부터 소혜의 기분은 그나마 좋은 편이었다. 권재아는 대부분 시간을 그녀와 함께 보냈고, 케이티도 자주 그녀를 보러 왔었다.윤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혜가 자신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엄마, 왜 그래요, 윤아 씨가 좋은 마음으로 보러 왔는데.”재아는 윤아의 난처함을 보고 얼른 말렸다.교통사고에 관해 절반 이상은 윤아를 믿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재아는 윤아를 미워할 수 없었다. 게다가 윤아는 재민이 신경 쓰는 사람이니 재아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흥, 좋은 마음? 좋은 마음으로 항상 나를 해칠 생각만 하지? 나한테 어떻게 이런 며느리가 있을 수 있어? 정말 재수 없어.”소혜는 여전히 악랄한 말을 내뱉었다.재민은 얼굴빛도 좋지 않았다. 언제나 점잖은 어머니였는데도 윤아 앞에서 이런 고약한 말을 하는 것이 한심했다.재민은 윤아의 손을 잠시 꼭 잡은 채 윤아를 격려하고 마음에 두지 말라고 했다.“어머니, 오늘 제가 윤아를 데리고 온 것은 윤아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예요. 교통사고는 윤아가 한 일이 아녜요.”재민은 가져온 컴퓨터를 꺼내 USB를 꽂았다.소혜는 대답하지 않고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재민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재민은 컴퓨터를 소혜 쪽으로 돌렸다.“이건 그 골목의 CCTV인데 분명하게 잘 찍혔어요.”재아도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이 동영상이 강윤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강윤아를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