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아, 넌 지금…… 윤아를 너무 믿고 있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넌 믿지 않을 거야.”권재아는 할 수 없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지만 권재민은 여전히 엄숙한 표정이었다. 이 사건은 윤아의 명성과 관계되니 그는 반드시 중히 여겨야 한다.“이건 내가 윤아를 믿는 문제가 아니라 누나와 엄마는 너무 뜬금없이 윤아를 의심하고 있어요. 분명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인데 단지 우연의 일치 때문에 그토록 윤아가 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거예요?”재아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재민을 힐끔 보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나도 말리지 않을 거야. 그냥 스스로 더 조심하면 돼.”재아가 말하자 재민이 그녀를 덤덤하게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에요. 반드시 이 사건은 윤아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요.”재민의 확신에 찬 말에 재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항상 윤아를 좋게 보는 편이지만 단지 소혜의 말 때문에 그녀에게 의심을 품은 것이다.하지만 지금 재민이 다른 생각을 심어주어 재아는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조금 당황했다.“그래.”재아는 그것이 지금으로서 제일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증거가 없으니 소혜의 말대로 윤아가 저지른 일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네.”비록 재아의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재민은 재아의 호의를 받아들였다.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태가 일부 정보를 수집하고 재민에게 알려주었다.“뭐라고? 결과가 있는 거야? 상황이 어때?”기태가 사무실로 들어오자 재민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하지만 기태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니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 같았다.그는 조금 망설이며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재민에게 건넸다.우선 당시 소혜가 차에 부딪혀 쓰러진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이다.동영상에는 소혜가 부딪힌 뒤 윤아가 곧바로 현장에 나타나 소혜를 보고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었다.그러나 그 당시 소
권재민의 포스에 놀란 건지 여승훈은 깜짝 놀라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확…… 확실히 사주받았어요.”“누구야?”재민은 한시라도 빨리 대답을 듣고 싶어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승훈은 겁에 질렸지만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대답했다.“저도…… 저도 누군지 얘기하고 싶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저도 몰라요.”“몰라?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재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승훈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재민의 카리스마 때문에 그는 조금도 거짓말할 수가 없었다.“저는…… 정말 몰라요…… 그 사람이 저한테 돈을 주면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승훈은 겨우 입을 뗐다. 하지만 그 자신도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떨고 있는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재민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였고 승훈의 긴장한 모습을 보자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모르는 사람인데 바로 받아들인 거야?”“어…… 어쩔 수 없었어요. 요즘 너무 돈이 부족해서…….”승훈은 울먹이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결국 재민은 승훈에게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유일하게 알아낸 것은 승훈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보아하니 누군가가 윤아에게 죄를 덮어씌우려고 작정한 것 같다.“기태야, 넌 어떻게 생각해?”재민은 고개를 돌려 기태를 바라보았다.기태의 얼굴은 아주 엄숙했다. 이 일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아마 누군가가 고의로 사모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 거 같아요. 대표님, 일단 제가 계속하여 조사할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사모님의 결백을 밝힐 거예요.”기태가 말한 것처럼 재민도 윤아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굳게 믿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 일은 너한테 맡길게.”……한편 케이티는 요즘 아주 흡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그녀의 계획대로 소혜와 윤아의 사이는 악화되었다.하여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케이티는 아침 일찍 일어나 티비를 켰지만 뭘 봐야 할지 몰랐다. 요즘
케이티는 실망한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그러자 김소혜가 다급히 위로했다.“괜찮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디야.”소혜는 며느리가 요리를 못하는 걸 개의치 않는다. 대단한 권씨 가문이 여자 한 명을 먹여 살리지 못할 리가 있을까?케이티는 싱긋 웃었다.“그래서 요리사에게 만들라고 했어요.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만든 건 너무 맛없어서 감히 가져올 수가 없었어요.”그 말을 듣자마자 소혜는 싱글벙글 웃으며 농담했다.“괜찮아. 마음만 있으면 만족이야. 넌 그래도 나한테 음식을 만들어줄 생각까지 하잖아. 재아를 봐, 하루종알 날 보살피면서도 뭘 해야 할지 모른다니까.”소혜는 일부러 재아를 탓하며 힐끔 보았다.재아는 순간 아주 난감했다. 분명 바쁜데도 매일 소혜를 돌보러 병원에 오는데 소혜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자신을 탓하니 그녀는 순간 화가 났다.“좋아요, 그럼 앞으로 오지 않을 테니 다른 사람에게 보살펴달라고 해요.”소혜는 자신의 딸이 화난 것을 눈치채고 얼른 웃으며 위로했다.“이것 봐. 농담도 못 가린다니까. 넌 엄마의 보배 딸인데 엄마가 어떻게 널 뭐라 하겠어.”소혜는 말하면서 재아를 안았다.재아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얼마 전 케이티와 다툰 데다 소혜가 자신과 케이티를 비교하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재아는 마음이 약하기에 소혜가 달래주니 기분이 풀려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케이티는 이것이야말로 재아와 화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며 활짝 웃으며 입을 뗐다.“어머님, 재아가 아직도 저한테 화내고 있어요.”소혜는 의심의 눈초리로 케이티를 바라보았다.그때 케이티는 소혜의 곁에 앉더니 자책하며 말했다.“그날 재아랑 저녁 약속을 잡았는데 제가 회사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 조금 짜증을 냈어요. 저는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는데 집에 돌아가고 나니 재아가 저를 무시하는 거예요. 다시 생각해 보니 제가 좀 심했던 거 같아요.”케이티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뉘우치는 표정을 지었다.비록 케이티의 말이
케이티는 김소혜의 감정변화를 자세히 살피더니 걱정하며 물었다.“어머님, 왜 그러세요? 기분이 안 좋으세요? 왜 한숨 쉬는 거예요?”“그냥 좀 아쉬워서. 어떤 가문이 너 같은 좋은 아가씨의 보살핌을 받을까?”소혜는 조금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소혜의 말에 재아의 낯색도 부자연스러워졌다.그녀는 소혜가 윤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케이티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알고 있다.그 순간 케이티는 부끄러워하며 겸손한 어투로 대답했다.“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님도 좋은 며느리가 있잖아요. 매일 어머님께 효도까지 하잖아요.”소혜는 순간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효도는 무슨, 날 암살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야.”“어머님, 반드시 오해가 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케이티는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 아주 기뻐했고 소혜가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랐다.“무슨 오해야, 윤아가 날 죽이려고 교통사고를 계획한 거야!”소혜는 그녀가 윤아의 편을 들자 순간 감정이 격해졌다.“엄마, 그렇게 얘기하면 안 돼요. 윤아가 왜 엄마가 죽기를 바라겠어요.”재아는 이런 말을 케이티의 앞에서 하는 것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다.아무리 그래도 케이티는 남이니 이런 말을 하면 윤아의 이미지에도 안 좋다.“흥, 윤아 같은 여자는 권씨 가문에 들어서면 안 됐어. 설마 너도 재민이처럼 윤아에게 마음을 빼앗긴 거야?”소혜는 자신의 딸이 자기편을 안 들고 남의 편을 드니 재아를 노려보았다.“아니에요. 저는 단지 윤아가 그런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재아는 고개를 숙였다.비록 재아는 윤아가 마음에 들지만 그녀는 윤아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재민의 마음에 든 사람은 절대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사실 재아는 지금 아주 쉽게 흔들리는 상황이며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현재 소혜와 케이티가 모인 뒤에 소혜가 줄곧 윤아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강조하여 재아는 골치가 아팠다.오늘 케이티가 병문안을 와 소혜와
권현우는 단지 권씨 가문의 사생아에 지나지 않기에 평소라면 케이티는 그를 무시할 것이다.하물며 현우는 앞으로 재민과 맞설 것이니 재민이 그녀가 현우와 손잡은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케이티는 그 걱정 때문에 그와의 협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케이티는 윤아를 사라지게 할 좋은 방법이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현우와 협력할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고 협력하면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아무튼 재민의 지위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현우가 태성 그룹에 발붙여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권씨 가문의 사모님이 된다면 현우라는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이미 생각이 끝났기에 케이티는 자신의 태도를 더 확고히 하려고 곧바로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실 현우는 이미 케이티의 번호를 저장했기에 최근 아주 초조한 마음으로 케이티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재촉하면 반감을 살 수 있기에 그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그는 케이티가 지금 상황을 견딜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케이티는 줄곧 재민의 옆자리를 탐냈지만 상황이 안 좋기에 그녀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면 순순히 그에게 연락할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현우의 예상대로 케이티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케이티입니다.”비록 이미 결정을 내렸지만 케이티는 홀가분한 말투가 아니었고 오히려 조금 무거워 보였다.“케이티 양, 저한테 연락한 것이 혹시 지난번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린 건가요?”“네.”케이티는 잠시 침묵하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전화로는 말하기 곤란하니 만나서 얘기하죠.”마침 현우가 바라던 것이기에 그는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받아들였다.“물론이죠. 케이티 양이 저와 이야기 나누길 바라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현우의 경박한 말투에 케이티는 어이가 없었지만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네.”그 후 케이티는 장소를 알리고 전화를 끊었다.그 장소를 들었을 때 현우는 혀를 찼다. 휴먼 호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케이티는 결국 권현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케이티가 승낙하자 현우는 활짝 웃었다. 그가 지금 접할 수 있는 제일 큰 세력이 바로 케이티이기 때문이다.“그럼 잘 부탁드려요. 케이티 양.”그때 케이티가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강윤아의 일은 실망시키지 말고 잘 해결하는 게 좋을 거예요.”“당연하죠.”현우는 거듭 맹세했다.집에 돌아온 케이티는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아니기에 아버지를 찾아가 사정했다.애초에 케이티의 아버지 찰스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으며 심지어 케이티의 행동에 의심을 가졌다.“넌 재민을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런데 왜 갑자기 권현우를 돕는 거야?”케이티는 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 더듬거렸다.“그가 저를 도운 적이 있어서 은혜를 갚는 거예요.”찰스는 현우 같은 작은 인물을 도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거절하려고 했지만 케이티의 거듭된 부탁에 결국 받아들였다.“알았어. 동의할게.”“아빠, 고마워요!”케이티는 곧바로 찰스에게 달려가 포옹했고 찰스는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 후 케이티는 찰스의 실력 있는 부하를 찾아가 현우를 가르치게 했다.실력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현우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따냈으며 그들의 비위를 열심히 맞춰주며 친분을 쌓아 자신을 도와 더 많은 것을 쟁취하도록 했다.물론 그는 케이티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의 긴 협력을 위해 그는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향해 케이티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케이티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전화 받았다.“현우 씨, 어떻게 됐어요? 내가 대답한 건 모두 완성했어요! 성과가 괜찮아 보여요!”케이티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떼자 현우는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치켜올렸다.“케이티, 제가 성공한 것은 당신의 도움 덕분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우리의 협력을 아주 중히 여기고 있어요. 당신이 저를 도왔으니 저도 당신을 도울 거예요.”현우
태성 그룹 대표 사무실.권현우가 제출한 장부를 보자 권재민은 입꼬리를 치켜올린 채 대충 몇 페이지를 뒤적였다. 실수를 찾아내려 했지만 조금 어려웠고 항목마다 아주 똑똑히 기록되어 실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대표님, 계열사 최근 한 달간의 장부입니다. 한번 보세요. 프로젝트 때문에 손실한 부분은 제가 이미 채웠고 상세하게 기록했어요.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세요.”현우는 아주 공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 말에 재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고개를 들어 현우를 힐끔 보고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계열사의 자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거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넌 그만한 자금을 내놓기 힘들잖아?”재민의 고의적인 갑질에 현우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확실히 저는 그만한 돈이 없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투자한 작은 회사가 있고 주식도 하고 있어요. 적지 않은 돈을 벌어서 마침 이번 손해를 메꿀 수 있었어요.”재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고 있던 장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차갑게 말했다.“네 개인 자금으로 메꾼 거니 지금 재무팀에 가서 돈을 수령해. 본사에 돈이 있으니 네 돈은 필요 없어.”“대표님,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네요. 저도 권씨 가문의 사람이니 자연히 태성 그룹을 도울 수 있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는 재무팀에 가서 돈을 받지 않을 거예요.”현우는 재민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아주 싫어하지만 겉으로는 아주 겸손한 척했다.그 말에 재민은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생각은 아주 좋아. 그리고 이번 일도 아주 잘 처리했어. 너한테 이 일을 맡기면 내가 안심할 수 있겠어. 계속해서 열심히 해. 자, 장부는 여기에 두고 먼저 나가봐!”현우는 재민을 힐끔 노려보았지만 방금의 불만을 내려놓고 싱긋 웃더니 천천히 사무실을 나섰다. 한편 그가 나가는 뒷모습을 보자 재민은 눈살을 찌푸린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테이블에 있는 장부를 훑어보았다.이번 위기를 겪은 후, 현우는 태
“현우 본부장님, 너무 겸손하세요! 팀장님의 능력이라면 앞으로 권 대표님보다 더 잘나갈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제 팀장님만 믿고 따를 거니 잘 부탁드려요!”인사팀 팀장이 맞장구를 치며 활짝 웃었다.“맞아요! 본부장님은 소싯적 회장님 포스가 나요!”……그 말을 듣자 현우는 아주 기뻤다. 그는 줄곧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바랐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이뤄 득의양양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겸손한 척했다.현우는 손을 저었다.“여러분의 칭찬을 들으니 너무 부끄럽네요. 권 대표님의 실력은 하늘과 같은데 제가 어떻게 감히 비교 대상이 되겠어요? 게다가 이번에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도 권 대표님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대표님에게 배울 점이 아주 많아요!”현우가 칭찬에 겸손하게 대처하자 사람들은 호감이 더 생겼다. 비록 재민의 실력이 강하지만 그는 항상 도도한 모습을 하여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반감을 품게 되었다.게다가 현우는 아주 자상하니 두 사람을 비교하면 당연히 현우가 훨씬 나을 것이다.현우가 자신을 언급하자 바깥쪽에 서 있던 재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 속셈을 알아차리고 차갑게 웃었다.겉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 줄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자신에게 배울 점이 많다? 현우의 속셈을 그가 모를 리가 있을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정말 현우의 말대로 될까 봐 걱정이었다.하지만 현우는 여전히 태성 그룹 임원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다른 사람이 본부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단지 아부하는 것이다.사실 현우는 아무런 실권이 없어 재민은 너무 가소롭다고 생각했다.현우가 지금 상황을 모르는 것일까? 사실 그도 다른 사람의 칭찬을 듣고는 스스로를 속일 뿐이다.……한편 권승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매일 운동하고 꽃을 감사하는 외에 오랜 친구를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아주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세가 든 어른들은 가족 간의 사랑이 그리워 매주 주말마다 가족 연회를 열자고 약속했다.이번 주말은 권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