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아는 문자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문자는 권하윤이 보낸 게 아니었다.아까 아래층에 핸드폰을 두고 왔을 때 분명 다른 사람이 핸드폰을 주어 권은우한테 문자를 보낸 게 틀림없었다.이에 강윤아는 다급한 나머지 권재민을 바라봤다.“재민 씨. 이거 정말 제가 보낸 문자가 아니에요. 믿어줘요.”강윤아는 권씨 집안 식구 중 누구도 자기를 믿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 권재민까지 자기를 믿어주지 않으면 강물에 뛰어 내려도 이 억울함을 씻어내리지 못할 것 같았다.권하윤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김소혜가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들어 강윤아의 뺨을 갈겼다. 순간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김소혜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어쩜 이리 파렴치한 짓을 하고도 뻔뻔할 수가 있어? 네가 지금 재민이 아내라는 걸 잊은 거니? 이러고도 재민이한테 미안하지 않아?”김소혜는 손의 힘을 조금도 줄이지 않아 강윤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고 머리도 갑자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김소혜는 이번에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전에는 그저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냈으며 강윤아더러 권재민 곁에서 떨어지라고 할 때도 온화한 태도를 보였었다.왜냐하면 부잣집 규수로 태어나 지금은 재벌가 사모님이 되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으니까.하지만 오늘은 강윤아의 행동을 참지 못한 듯 모든 화를 그대로 쏟아냈다.그때 권재민은 김소혜가 또 강윤아의 뺨을 때리기라도 할까 봐 얼른 강윤아의 손을 잡아 자기 뒤에 당겨와 보호했다.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오직 권은우만 뒤에 몰래 숨어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지 다른 사람들의 안색은 모두 어두웠다.권씨 집안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매우 창피한 일이었다. 다행히 오늘 외부인이 없이 모두 식구들뿐이라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그때 권지윤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말했다.“제가 말했죠? 이 여자가 이렇게 가식적이라니까
강윤아는 권재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권재민은 강윤아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손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은찬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 시각, 모든 사람은 거실에 앉아있었다.계단을 내려오던 중 강윤아는 모든 사람의 눈빛이 자기와 권재민을 향하자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그러다 권재민이 손을 잡아당기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권재민의 뒤를 따랐다.권재민은 사람들이 자기를 보는 것도 무시한 채 문 쪽으로 걸어갔다.발걸음을 멈추지도 않는 권재민의 모습에 권건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거기 서!”그제야 권재민은 걸음을 멈췄다.“너 오늘 제대로 말해야 할 거야. 그 여자가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으니 우리는 앞으로 절대 그 여자를 받아들일 생각 없다.”권건하는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방금 세 사람이 내려오기 전 식구들은 아래층에서 이 일을 어떻게 할 건지 작은 회의를 했었다. 그렇게 얻어낸 결론은 여전히 강윤아를 쫓아내는 거였다. 이렇게 가다간 강윤아가 권씨 집안 망신을 시킬뿐만 아니라 권재민의 인생도 망칠 거라고 판단해서였다.“재민아, 너 이제 네 아버지 말도 안 듣는 거니?”권지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아예 권재민의 곁에 다가갔다.그때 권재민이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자기 아버지를 바라봤다.권건하는 권재민의 눈빛이 대체 무슨 뜻인지 영문을 알 수 없어 입을 열었다.“네가 그 여자와 이혼하면 우리도 이 모든 걸 없던 일로 하마.”그 말을 듣는 순간 강윤아의 신경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심지어 온몸이 저도 모르게 떨렸고 권재민을 잡은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이윽고 창백한 얼굴로 권재민을 바라봤다.권재민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때 권지윤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끼어들었다.“권재민, 너도 이제 깨달을 때도 됐잖아. 이런 여자는 곁에 둘 필요 없어. 세상에 좋은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런 여자를 곁에 둬? 고모 말 듣고 이혼해.”권재민은 지금
강윤아는 권재민이 자신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점차 주행 방향이 다른 것 같았다.은찬은 이미 차내의 기이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가는 내내 조용하게 찍소리도 하지 않고 눈빛만 줄곧 강윤아와 권재민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는 아주 심각한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이렇게 무거워지지 않았을 것이다.자신의 엄마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 은찬은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하고 묵묵히 옆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재민 씨, 여기는 집에 가는 방향이 아닌 거 같아요. 어디로 갈 거예요?”권재민의 마음을 강윤아는 갑자기 종잡을 수 없었다.그러나 유일하게 그녀를 안심시킨 것은 적어도 권재민이 자신을 믿기로 했다는 것이다.권재민의 눈은 앞을 쳐다보고 있다가 강윤아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출국.”강윤아는 멍때렸다. 권재민이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권재민의 생각을 잘 알지 못했지만 고집스럽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권재민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을 보고는 해석해 줄 생각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몇 명은 공항에 도착했는데 강윤아는 더욱 의외라고 생각했다. 권재민은 언제 윤기태에게 티켓을 예약하게 한 것일까.이때 윤기태도 이미 공항에서 그들을 한참 동안 기다렸다.“도련님, 사모님, 오셨어요? 티켓은 이미 예약했어요. 조금 쉬시다가 올라가시면 돼요.”윤기태가 다가와 말했다.권재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대답했다.“응.”그의 반응에 윤기태는 자기도 모르게 강윤아에게 의문의 눈빛을 보냈다.권재민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티켓을 예약하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일에 윤기태는 아주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권재민이 상사이니 묻지 않고 곧바로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권재민은 보기에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다.윤기태는 몰래 마음속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윤기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는데도 받는 사람이 없자 권승호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그는 권재민이 여자 하나 때문에 자기의 말을 거역하는 건 한번 눈 감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여자 때문에 회사 일도 하려 하지 않다니!‘그 여자가 그렇게 중요한 거야?’지금 권승호의 마음속에는 강윤아가 바로 권재민을 이렇게 만든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다.‘이 자식이…… 여자 하나 때문의 모든 걸 다 버리려 해?’권씨 가문의 저택, 권승호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테이블을 탁 내려치자, 주변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권재민 이 자식이, 점점 더 말이 아니구나!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게 정말 가치가 있을까? 자신이 얼마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기나 한 거야?"이 순간, 권승호뿐만 아니라 권건하, 김소혜도 마음을 졸렸다.회사에 대해 더 걱정하는 권승호와 달리 김소혜는 권재민의 상황에 대해 더 걱정했다.‘재민이가 해외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권재민이 떠난 지 고작 하루뿐이었다. 하지만 해외에도 회사의 산업이 많이 있다. 김소혜는 아들이 해외에 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서 걱정이었다.‘잘 못 지내고 있으면 어떡하지?’“이제 어떻게 해요?”김소혜는 조금 불안한 말투로 말했다.권재민과 연락이 닿지 않자, 그녀는 해외에 있는 권재민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하루 종일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권재민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어도 엄마로서 김소혜는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었다.권승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권재민 이 자식은 이제 아주 제멋대로구나! 이것 봐, 이게 사람이 할 짓이야!" 권승호의 분노한 모습을 보니 김소혜가 곧 불똥이 자기에게 틀 것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자기도 회사를 걱정한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버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재민이 떠났어도 다 자기 생각이 있을 거예요." 김소혜는 권승호의 화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권승호의 표
다음 날 권재민은 강윤아보고 놀러 가자고 했다. 강윤아는 권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과 권재민이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데리고 해외로 떠난 일을 떠올렸다. 이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강윤아는 마음이 조금 불편해하긴 했다. 기쁨에 가득 찬 권재민의 표정을 보며 강윤아는 자기의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표현할 수 없어 그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딜 가는지 재민 씨가 결정해요. 난 여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재민 씨가 가자는 대로 갈게요.” 권재민은 강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날 따라가지 않으면 누굴 따라 가려 했어요? 다른 생각은 잠시 접어둬요. 이번에는 바람 쐬러 나왔다고 생각하고 전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은 다 잊어요. " 강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은찬이 불러올게요. 이제 출발해요."권재민이 말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세 가족이 차를 타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이며 예술의 보물 창고라고도 불린다.루브르 박물관의 다양한 컬렉션 중 어느 하나를 꺼내놓아도 예술가가 한동안 관상할 수 있는 거작들이었다.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모나리자의 미소, 함무라비 법전, 승리의 여신 비너스가 있다.강윤아는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를 맞이하는 예술적 분위기에 감탄했다.전에는 들어만 보고 온라인에서 사진만 본 적이 있다.역시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백 배, 천 배는 더욱 감탄스러웠다. 권재민은 여행 가이드처럼 은찬과 강윤아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강윤아는 옆에 있는 이 남자와 지내면 지낼수록 그의 장점을 하나둘 발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이 박물관의 대부분 컬렉션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자기만의 견해가 있는 것에 놀라워했다.이번 여행은 눈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도 많이 얻었다.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어느새 정오가 되었다."피곤해요?"권재민
강윤아가 권재민의 몸에 기대어 잠이 들 무렵 권재민은 강윤아의 어깨를 두드렸다.“윤아 씨, 일어나요. 우리 가야 해요.”강윤아는 눈을 비비며 곧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아쉬워했다.권재민은 강윤아가 아쉬워하는 것을 알고 그녀의 뽀얀 뺨을 만졌다.“자,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내가 다시 당신을 데리고 올게요.”강윤아는 당연히 투정하지 않았고 권재민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권재민이 은찬을 불러와 세 사람은 같이 저택으로 돌아갔다.저택에 돌아왔을 때 거실에는 이미 일렬로 선 도우미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장면에 강윤아는 깜짝 놀랐다.“재민 씨, 혹시 집에 손님이 와요?”권재민은 강윤아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손님이 오려는 것이 아니라 이따가 내가 당신을 데리고 파티에 참석하러 갈 거예요. 이쪽은 내가 부른 스타일리스트 팀이에요. 당신을 위해 스타일링할 거예요.”“그래요.”강윤아는 더 묻지도 않고 얌전히 앉아 스타일리스트들이 자신을 꾸며주도록 내버려 두었다.두 시간 뒤…….권재민은 소파에서 신문을 무심코 바라보는 것처럼 했지만 눈빛은 끊임없이 강윤아가 있는 방을 힐끗거렸다.‘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자 강윤아가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권재민은 다소 긴장하며 고개를 들어 강윤아를 바라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강윤아는 연보라색 치마를 입고 군살 하나 없는 몸매로 인해 맵시가 아주 좋았다.어깨에 닿는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흩어지고 꼬리 부분은 살짝 파마해 단정하면서도 아주 귀여웠다.현재 강윤아는 임신 상태이지만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아 몸매가 아주 좋았다.게다가 강윤아의 단아한 분위기를 잘 살린 컬러라 더욱 새롭다.지난번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도 권재민은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느낌이다.너무 아름다워 권재민을 눈을 뗄 수 없었다.그때 은찬이 달려오더니 강윤아의 다리를 안았다.“엄마, 정말 예뻐요.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것 같아요.”권재민의 눈빛을 보던 강윤아는 쑥스러운 듯 입을 가리고
경매품을 소개한 뒤 경매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많은 사람이 권재민과 같은 안목을 갖고 있었기에 가격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보석 세트는 아주 값이 나가요. 하여 경매 시작가는 200억입니다.”사회자는 보석을 경매 테이블에 놓고 마이크로 말했다.이 말이 나오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움츠러들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적지 않은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200억은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니다.게다가 현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어서 마지막이 되면 보석 세트의 가격은 반드시 아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비록 높은 가격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포기했지만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경매를 시작했다.“400억!”“450억!”…….한바탕 소란 가운데 권재민 역시 손에 든 팻말을 들고 말했다.“천억.”권재민의 가격을 들은 뒤 현장은 단번에 조용해졌다.많은 사람이 도대체 누가 단번에 이렇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지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권재민이 이런 가격을 제시한 후 더는 가격을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가격은 이미 더없이 높은 가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다수 사람은 더는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 상황에 권재민의 눈빛은 번쩍였다. 마치 반드시 보석을 손에 넣고 말 것이라는 눈빛이었다.그는 이 보석을 보자마자 느낌이 왔기에 큰돈을 들이더라도 그것을 가져오고 싶었다.사회자는 당연히 가격이 높을수록 좋으니 권재민의 가격을 듣고 매우 흥분하여 말했다.“이분은 천억을 제시했는데 또 가격을 제시할 분이 있습니까?”아무도 가격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 아주 조용했다.모든 사람이 보석 세트가 권재민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천오백억.”‘천오백억?’누군가가 계속 가격을 제시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가격은 거의 최근 몇 년 동안 이 경매사의 최고 거래 가격의 기록을 깨뜨렸다.권재민은 어렴풋이 이 사람의 목소리가 좀 귀에 익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는데
이번 경매의 볼거리가 보석 세트 경매라고 할 수 있다.이렇게 값비싼 소장품을 낙찰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좋아요, 이번 상품 경매가 끝났으니 이제 다른 소장품을 가져오세요.”사회자는 그 대단한 가격을 떠올리자 순간 얼굴이 아주 환했다.“이것은 오늘의 마지막 경매품입니다. 중고 세기의 어느 왕비의 왕관입니다.”사회자가 왕관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모두가 살펴보도록 했다. 사람들은 그 왕관에 깜짝 놀랐다.권재민은 왕관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막스가 그 왕관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막스는 방금 권재민이 보석세트를 무조건 낙찰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의지가 강했다. 한편 경매에 참여하던 몇몇 사람들은 막스가 참여하자 점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들은 막스의 신분을 알고 있고 이 왕관이 다른 사람에게 아주 진귀할 수도 있지만 막스의 눈에는 작은 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막스가 왕관에 관심 가지는 것 같아 권재민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방금 막스가 한 짓을 그는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막스도 마찬가지로 낙찰받고 싶은 것이 생겼으니 당연히 그 사람의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려야 한다.경매가 시작되었을 때, 막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또한 반드시 얻고자 하는 모습이었다.막스는 조금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자신과 경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권재민의 목소리가 들렸다.“천억.”원래 그 왕관의 가격은 6백억에 불과했는데 권재민이 가격을 제시하자마자 가격이 한 레벨 올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방금 그들은 모두 권재민과 막스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추측하고 있었다.지금 상황을 보니 그들은 방금의 추측을 확신했다.사람들은 권재민이 소란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금 막스도 그렇게 했기에 권재민을 욕할 수 없고 단지 치밀어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밖에 없다.“천오백억.”막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비록 헛돈을 쓰고 싶지 않지만 왕관이 너무 마음에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