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민의 물음을 들은 강윤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본 권재민은 강윤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강윤아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탓할까?하지만…… 그는 강윤아가 사실 안정감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정상이었다…….물론 그는 여전히 강윤아를 완전히, 완전히 안심시킬 수는 없었다.“윤아야.” 권재민이 갑자기 강윤아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강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응?”“날 더 믿어줘야 해, 알았지?” 권재민은 강윤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강윤아는 처음엔 얼어붙었다가 이내 마음이 완전히 부드러워졌다.권재민이 이미 그렇게 말했으니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그래.” 이번에는 강윤아가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이 유난히 밝아졌다.그 순간 어린 은찬이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들어 권재민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가 아기를 낳아도 날 사랑해줄 거예요?”권재민은 미소를 짓고 어린 은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연하지. 앞으로는 아빠랑 함께 엄마와 아기를 지켜줘야 해, 알았지?”권재민의 말을 들은 어린 은찬이는 잔뜩 신이 났다.권재민이 앞으로도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다짐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남자다움을 인정해줘서 어린 은찬이도 무척 뿌듯했다.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을 보며 강윤아는 문득 그동안 겪었던 모든 아픔이 다 보상받는 것 같다고 느꼈다.강윤아가 무사하자 당분간은 다른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권재민은 자연스럽게 권지윤에게 가서 따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윤아 잘 돌봐줘요, 전 먼저 갈게요.” 권재민은 옆에 있던 메이드에게 지시한 뒤 돌아서서 병동을 나갔다.병상에 누워 있던 강윤아는 방금 잠이 든 상태여서 권재민이 떠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밖으로 나온 권재민은 이쪽을 향해 오고 있던 남진혁을 바라봤다.“진혁아
권재민은 다소 경멸적인 미소를 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당신은 어른으로서 자격이 있습니까?”권지윤은 그의 말에 격분하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어른이면서 연약한 여자와 아이에게 손을 대고, 심지어 태아까지 유산시킬 뻔했는데도 어른이라고 할 자격이 있냐는 겁니다.”권재민의 말에 권건하와 김소혜도 의식하고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찡그리고 물었다.“유산? 재민아, 그게 무슨 소리야?”차갑게 노려보던 권재민은 권지윤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똑똑히 보였다.“어제 이 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시죠? 윤아 애를 납치하고, 사람을 찾아 윤아에게 몹쓸 짓을 할 뻔했어요. 윤아는 지금 내 아이를 임신한 지 한 달째인데, 이 난리통에 유산할 뻔했어요.”김소혜는 강윤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권지윤이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찬 공기를 훅 들이마셨다.게다가 아무리 강윤아가 싫어도 지금 강윤아가 품고 있는 아이는 권씨 가문의 아이였다.동시에 권건하 역시 권지윤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 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그렇다면 권재민이 전에 그녀를 경찰서로 보냈다면, 권지윤이 무고한 게 아니었고, 괜히 데리고 나오기 위해 애만 쓴 게 되었다.권건하의 얼굴이 다소 일그러지며 굳어진 표정으로 권지윤을 바라보았다.“지윤아, 재민이 말이 다 사실이야?”권지윤은 켕기는 구석이 있었던 지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인정하면 뒤의 상황은 이것보다 더 심각해진다.그래서…… 그녀는 지금 절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인정하면 권씨 일가에게 질책받을 지도 모르는데, 수많은 고발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다.“지윤아, 말해!” 권건하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권지윤은 깜짝 놀라 몸을 살짝 떨더니 감히 두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그녀의 입은 여전히 부정하고 있었다.“아니, 아이를 해치려는 생각은 아니었어…… 강윤아가 임신한 줄도 몰랐어!”권지윤의 말을 들은 권재민의 얼굴은 더욱 굳어질
권재민은 원한이 있으면 복수를 하는 남자다.권지윤이 그런 짓을 저지른 후 권재민은 그녀에게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이날 권지윤은 쇼핑몰에 갔다. 지난주에 샀던 옷들을 다 입었고 새 옷 몇 벌을 눈여겨 보았다.“이거 다 포장해줘요, 그리고 이 두 개도.” 권지윤은 손에 들고 있던 두 벌의 옷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돈은 일단 달아두세요.”권지윤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옆으로 가려는 순간 직원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아가씨, 잠깐만요.”권지윤은 짜증스레 돌아보았다.“왜요?”직원도 권지윤의 성질을 알고 있었는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아가씨, 여기서는 더 이상 외상하실 수 없으세요.”권지윤은 다시 카운터로 걸어갔다. “뭐라고요?”직원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나 몰라요?” 권지윤은 화를 내며 직원을 노려보았다. “내가 몇 번이나 이 가게에 왔는지 몰라요? 왜요, 내가 더 이상 오지 않길 바라요?”그러자 점원은 겁에 질려 말했다. “아가씨, 저희가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어요.”이 말을 들은 권지윤은 권재민이 한 짓이 틀림없다는 걸 알았다.“좋아요. 알았어요. 그럼 다른 집에 가서 사죠 뭐.”이 가게가 안 되면 다음 가게에 가면 되지.권지윤은 자주 가던 다른 가게에 갔는데, 모두 더 이상 외상할 수 없다고 했다.화가 난 권지윤은 화를 풀 곳도 없이 씩씩거리며 쇼핑몰을 나섰고,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한 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권지윤은 앞으로 며칠이 점점 더 힘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신용카드는 정지되었고, 권씨 가문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이 동결되었다.이제 권지윤은 거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가장 안타까운 것은 권지윤 씨 명의의 고급 승용차 몇 대도 모두 압류되어 더 이상 운전할 수도 없었다.권지윤은 화가 났지만 권재민과 맞서지 못했다.결국 어쩔 수 없이 권지윤은 일단 며칠 동안 사무실에 머물기로 했다.“요즘 회사 어때?” 권
강윤아는 어린 은찬이를 임신했을 때가 생각났다. 혼자서 의지할 사람도 없었지만, 지금은 권재민에게 애지중지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권재민의 행동 하나하나가 강윤아는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그리고 권재민은 이제 강윤아가 임신을 했으니 자연스레 달라진 계획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권재민은 빨리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 날부터 이미 사람들을 보내 준비를 시작했다.강윤아에게 세상에서 가장 성대한 결혼식을 선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권재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식을 들은 김소혜는 바로 달려왔다.“엄마, 여기서 뭐 해요?” 권재민은 김소혜가 온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김소혜는 아들을 흘겨보았다.“뭐? 난 여기 오면 안 돼?”권재민은 계속해서 할일을 했다.“엄마가 오는데 어떻게 안 반가워요.”당연히 권재민은 김소혜가 오는 게 싫은 게 아니라, 김소혜가 와서 강윤아에게 눈치를 주는 게 싫었다.강윤아의 몸이 이제 막 조금 회복된 상태였기 때문에 강윤아가 또다시 자극을 받는 게 싫었다.김소혜는 빈자리를 찾아 앉고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결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네.”“저 여자랑?”“네.”김소혜는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안돼, 난 반대야.”권재민은 김소혜를 힐끗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민아,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 접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 절대 내 집에 들이지 않을 거야.” 김소혜는 이번엔 전과 같은 상냥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다소 명령적인 어투까지 섞여 있었다.권재민은 자기 일에만 신경을 쓰며 김소혜를 무시했다.“재민아, 엄마는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내가 더 좋은 여자를 골라줄 수 있어.”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본 김소혜는 다시 태도를 부드럽게 바꾸며 설득했다.권재민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김소혜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엄마, 평생을 함께할 여자니까 당연히 내가 선택해요, 엄마가 아니라.”“하지만 아이도
장씨 아주머니는 귀를 쫑긋 세우고 귀를 기울여 들었는데, 들을수록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송해나가 말을 마쳤을 때 장씨 아주머니의 안색은 확연히 달라졌고, 얼굴에는 두려움과 떨림의 흔적이 역력했다.“설…… 설마 그 뱃속에 있는 애를 나보고…… 하지만…… 하지만 대단하신 도련님께서 만약 저라는 걸 알아차리면 전 살 방법이 없어요!”장씨 아주머니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송해나는 그녀의 소심함을 다소 경멸하는 듯 가볍게 쳐다보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누가 대놓고 그런 일을 하라고 했어요? 들키지 않게 지혜롭게 해야죠.”장씨 아주머니는 얼어붙은 채 저도 모르게 물었다. “지혜?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간단하죠. 다른 사람에게 몰아가거나…… 사고를 만들면 권재민이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단순히 강윤아 운이 정말 나쁘다고만 생각할 거예요.”송해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장씨 아주머니는 여전히 망설이는 눈빛으로 입술을 다물었다.이런 일은…… 그녀가 잘해낼 확신이 없었다. 게다가, 강윤아는 좋은 사람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장씨 아주머니의 표정을 바라보던 송해나의 눈동자에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이 여자가 아직도 머뭇거릴 줄은 몰랐는데, 정말 배짱이 전혀 없구나!고민 끝에 송해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드님 생각도 하셔야죠, 아드님이 계속 감옥에 있는 건 싫으시죠?”순간 장씨 아주머니의 마음은 더욱 괴로워졌고, 잠시 생각한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좋아요. 알겠으니까 그쪽도 약속한 것 잊지 말고 꼭 지켜요.”이 말을 들은 송해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아주머니가 잘만 하면 내가 뭐든 다 들어줄 테니 걱정하지 마요.”장씨 아주머니가 나가자마자 강수아는 구석에서 걸어 나와 송해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아가씨, 역시 대단해.”송해나는 팔짱을 낀 채 칭찬을 받자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뒤에 일은 아가씨의 도움을 받아야겠어요.” 송해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강수아에게 말했
비서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걱정 마시고 저에게 맡겨 주세요. 제가 꼭 잘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그래, 알았어.”강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강윤아의 손을 거쳐 채용한 비서는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라 자기 비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실력이 만만치 않은 자들이어서 비서라면 말할 것도 없다.“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비서는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비서가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장씨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줌마.”강윤아는 웃으며 장씨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장씨 아주머니도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거 제비집입니다. 몸조리에 아주 좋아요.”강균아는 요즘 보양식을 너무 먹어 토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뱃속의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게 생각나서 두 손을 내밀어 장씨 아주머니 손에 있는 그릇을 받았다.강윤아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입을 벌리고 마시려고 하였다.“사모님.”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장씨 아주머니는 한 아이의 생명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왜요? 무슨 일이죠?”강윤아가 동작을 멈추고 장씨 아주머니를 보았다.장씨 아주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좀 뜨거우니 천천히 드세요.”장씨 아주머니도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고생하는 아이를 생각하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강윤아가 달콤하게 웃었다.“고마워요, 아줌마.”강윤아는 그릇을 향해 불었고 그다지 뜨겁지 않아 단숨에 다 마신 다음 그릇을 장씨 아주머니에게 건네주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아랫배에 올려놓았다.자신이 지금 먹고 있는 모든 것이 미래에 건강하고 튼튼한 아기를 갖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강윤아는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장씨 아주머니는 강윤아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것을 보고 안심하였다.다행히 강윤아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이것이 지난번에 강범석이 서만옥에게 준 제비집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그럼 일찍
강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안되요. 은찬이 물건 다른 사람이 손대는 거 저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요. 내가 직접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첫 임신도 아닌데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요.”지난번 임신 때 빨래, 세탁, 밥까지 모두 그녀가 해야 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도 지금 경험도 있는 셈이다.이 말을 들은 권재민은 더욱 마음 아파하며 강윤아 허리를 버럭 껴안았다.“그럼 혼자 조심해요, 힘들지 말고, 아기도 힘들면 아니되니까.”강윤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은찬은 까만 눈동자로 권재민과 강윤아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앞으로 나가 강윤아 손에 있는 옷을 빼앗았다.강윤아는 손에 든 옷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을 보고 멍하니 은찬이를 보았다.은찬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어른처럼 입을 열었다.“아빠 말 맞아요. 엄마 여동생 힘들게 해서는 안돼. 내가 치울게요.”은찬의 말을 들은 강윤아와 권재민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여동생인 걸 어떻게 알아?”은찬이가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엄마 배가 절 알려줬어요.” 강윤아는 허리를 굽혀 은찬의 머리를 만졌다.“근데 은찬아, 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모르지만 엄마가 옆에서 절 가르쳐줄 수 있잖아요.”은찬이가 정색하며 말했다.권재민은 강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은찬이도 너보다 철이 들었어.”강윤아는 어쩔 수 없이 은찬의 의견에 승낙하였다. 이 또한 은찬이에게도 작은 단련이다.권재민은 때로는 은찬이를 돕고 은찬이를 도와 트렁크에 넣기도 했고 강윤아는 한쪽에서 가르치기만 하였다.세 식구의 화기애애한 모습이다.이튿날 강윤아는 은찬이를 데리고 인천시에 갔다.“엄마, 사람이 너무 많아요.”은찬은 현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그러나 그의 작은 몸은 여전히 의식적으로 강윤아를 감싸며 다른 사람이 부딪치지 못하게 했다.비록 은찬의 이런 보호행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강윤아는
팀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팀 간의 싸움도 여전히 격렬하다.무대 아래에는 많은 팬들이 필사적으로 함성을 지르며 양쪽 팀을 응원하고 있다.이 장면을 본 강윤아도 따라 긴장되면서 마치 처음 은천이가 경기에 참가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때 그녀는 은천의 실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다만 은천이가 어느 정도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그가 이 분야에서 점점 더 유명해졌다.“이번 게임 AY팀 승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무대 아래 사람들이 낮은 소리로 의논하고 있었다.“글쎄, 다른 한 팀 그리 유명한 팀은 아니나 실력은 꽤 있는 것 같아.”다른 한 사람도 얼른 맞장구를 쳤다.현장에는 AY 팀 경기를 보러 온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잇달아 불복했다.이때 형세가 갑자기 바뀌었다. AY팀은 프로팀이 하찮게 여기는 방법으로 은찬 그쪽의 몇몇 팀원들을 죽였다.혼전이 끝난 후 은찬의 팀은 은찬 혼자만 남았고 AY팀은 아직 4명이 남아있었다.이 상황을 보고 무대 아래가 또 의논하기 시작했다.“AY팀이 이런 수단을 쓰다니…… 이건 그들이 할 짓이 아닌데.”한 사람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른 한 사람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근데…… 이렇게 되면 맞은편 팀은 이길 가망이 없는 거 아니야?”비록 은찬의 실력 그들도 인정하지만 은찬 혼자서 4명의 적을 상대하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가망이 없었다.그러나 은찬이가 잠재력이 대단한 신입 선수라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계속 해서 그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모두가 은찬이를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은찬은 놀라운 실력을 과시했다.모두가 은찬이가 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은찬은 1대4로 결국 AY팀 모두를 죽이고 최후의 승리를 지녔다.경기가 끝난 후 흥분에 겨운 은찬은 무대에서 뛰어내려 강윤아를 향해 달려갔다.은찬이가 이런 실력을 뽐내는 것을 보고 강윤아도 기뻐했다.그녀는 은찬이를 얼싸안고 그의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