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권재민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윤기태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를 철저히 잘하라고 명령했다.곧이어 윤기태는 백화점으로 향하여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곳을 찾아낸 후, 권재민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파견하여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장장 두 시간이 흐른 후, 그 신비의 물건은 마침내 발견되었다.전문적인 감정을 거친 후, 그것이 바로 문제의 화학 물질이라는것을 증명해냈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강수아는 수많은 소비자들을 데리고 강윤아의 회사로 찾아갔다."이 나쁜 놈, 이딴 위조품이나 팔다니, 양심이 있긴 한거야?" 강수아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제대로 한 방 먹였다."옳소! 이런 양심 없는 상인은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돼!" 그러자 사람들도 잇달아 강수아와 함께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우리는 이번에 반드시 우리의 권익을 지켜내고 말거야. 우리가 받은만큼 그대로 갚아줄거라고.”말을 마친 후, 강수아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강윤아의 회사로 쳐들어갔다."여기 사장 어딨어? 빨리 나오라고 해." 한 남자가 매서운 말투로 앞 카운터 책상을 두드렸다.앞쪽 카운터에 서있던 여자들은 기세등등한 무리의 모습을 보고는 일찍이 몸이 굳어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얼른 사장더러 나오라고 해. 기껏 나쁜 짓을 해놓고 숨었다는거야?” 이때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계속 이렇게 숨어있으면, 우리가 제대로 여기 박살내버릴거야.”건장한 체격의 한 남자도 입을 열었다."그래, 부숴, 다 부숴버려." 한편 또 누군가가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곧이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분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사 로비 안에 보이는 물건들은 죄다 부수기 시작했고, 쾅쾅 하는 소리가 울렸다."다들 뭐하는거예요? 그만해요, 그만하시라고!" 카운터에 있던 여자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그제서야 회사 사람들은 바깥의 인기척을 듣고 모두 뛰어나왔다."다들 그만하시라고요. 아니면 당장 경비원을 부를거예요."이때 한 남자 직원이 앞으로 나와 그들을 막았다.그러나 다
강수아는 권재민을 보자마자 맘속으로 아차 싶었다. 권재민이 올걸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거다.그러나 이내 맘속의 당혹감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척 했다. 권재민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하더라도 절대 이번일을 파헤치지 못할 거라 장담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도 더욱 자연스러운 기색으로 떨리는 맘을 추스렸다."어서 보안요원들보고 저 사람들 내쫓으라고 해!"권재민는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아니꼬운 눈빛으로 흘기다가 마지막에 강수아한테 눈길이 멈춰졌다. 그러더니 이윽고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세상 무서운 표정으로 강수아를 쏘아보았다.저건……. 살을 발라 버리고 뼈를 씹어 먹고야 말겠다는 독기였다……! 강수아도 대충 그런 살기를 감지했는지 이내 권재민의 눈길을 피해버렸다.다만 옆에 있던 보안요원들은 몸을 사리면서 혹여나 일을 키울가봐 강하게 나오지 못했다."그냥 우리가 나서야 할 거 같네요."권재민는 이에 넌더리가 났는지 그냥 자신이 직접 데려온 경호원들로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 권재민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곧장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발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세게 차버렸다.금새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였고 행패를 부리던 사람들도 경호원들의 강경대응에 무서웠는지 더이상 행패를 부리지 않고 곧장 회사에서 줄줄이 나갔다.당연 강수아등 몇몇만은 계속 남아 있었다.강수아는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 일을 위해 들인 노력이랑 돈이 얼마인데 이대로 물거품이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더우기 자신이 세운 계획에 자신만만했기에 더더욱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경호원들이 마구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내쫓던 와중 강윤아는 어느새 권재민옆으로 다가왔다. 안색을 보아하니 엄청 좋지 못했다. 아마도 이번 사단이 일어난 거에 대해 엄청 골머리를 앓고 있던 거 같았다.권재민는 이내 옆으로 다가온 강윤아를 단번에 자신의 품으로 껴안았다."괜찮아요?""네……."권재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강윤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귀에까지 흘러들어 갔다.만약 권재민가 제때에 오지 못
이 일이 그쪽 회사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아무런 감정기복이 없을 리가 없지.날 찾아와 뭐 하려는 거지?"윤아 아가씨, 아무리 그래도 강수아가 그쪽 동생인데 처벌이 너무 심하잖아요.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대신 저희가 배상은 제대로 할게요. "그 말을 들은 강윤아는 속으로 내키지 않아 미간을 더 찌프렸다."전 동의할 수 없어요.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강윤아가 끝까지 동의하지 않자 그 사람은 한숨을 쉬며 떠났다.저녁 식사를 마친 강윤아는 샤워를 한 후 위층으로 올라가 헤어드라이어로 흠뻑 젖은 머리를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최종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걸 알아챈 강윤아는 미간을 찌프렸다.전화를 끊고 나서야 강윤아의 미간이 서서히 펴졌다. 역시 모든 것은 예상대로였다.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결국 벌을 받게 되었다."이번 일로 인해 너무 많은 것이 연루되었기 때문에, 보상차원에서 최종적으로 강수아씨에게 15일 구속 및 150만 위안을 배상할 것을 결정했습니다."…………어둠이 내려 앉아 어느새 온 도시를 뒤덮었다.빨간색 벤 틀리 한 대가 경찰서 밖에 멈췄다.그리고 차 안의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어 길고 하얀 두 다리를 드러냈다.“宁儿!”"수아야!""위에서 결과가 내려오자마자 널 보러 왔어. 어때, 괜찮아?" 송해나는 발길 가는 대로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며 빨간 입술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소리를 들은 강수아는 계속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다. 송해나를 본 그의 표정이 약간 달라졌다."해나언니,난 괜찮아."송해나는 자신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한쪽에 내려놓고 수아를 위로했다."나도 네가 지금 분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어.이번엔 네가 반드시 말을 잘 들어야 되. 이 사건의 기록이 사라지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위험이 찾아올 수 있어.""이건 널 위해 준비한 거야. 내가 이미 사석에서 그쪽의 우두머리를
“난 오히려 이런 일이 몇 번 더 생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회사가 잘 된다면 우리 월급도 쭉쭉 올라가게 될 거잖아! 분명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할 거야!”“아니, 이런 일을 몇 번 더 하면 아마 내가 먼저 숨을 거두게 될 거야! 네가 그렇게 건강하다면 네가 좀 많이 하면 되겠네. 겸사겸사 말이나 좀 예쁘게 하면 분명 승진이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그중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너 나 할 것 없이 오가는 두 사람의 말다툼에 동료들은 물론 강윤아도 웃음을 금치 못했다.이런 즐거운 분위기에 이끌려 강윤아도 더 자주 웃음을 띠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 강윤아는 여전히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로 인해 큰 복을 얻다니.’강윤아는 회사에서 다른 나라의 전문점을 인수한 이후 거의 온종일 일에 몰두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원래 은찬이와 함께 있어줄 시간 정도는 있었는데, 지금은 바빠서 짬을 낼 시간이 거의 없기에 은찬이를 돌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서 대부분의 시간 은찬이를 권재민에게 맡겼는데 학교에 다녀오는 것도 물론 권재민은 거의 보모 노릇을 하게 되었다.그러나 권재민이 매일 함께 하자 은찬이는 오히려 엄청 기뻐하며 매일 권재민의 곁에 껌딱지 마냥 붙어 다녔다. 여름방학이 곧 다가오자 은찬이가 집에만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권재민은 여가시간을 내여 은찬이와 함께 서머스쿨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권재민의 말을 듣자 아침을 먹던 은찬이는 기뻐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그러나 잠시 망설이다가 표정이 또 어두워지더니 의기소침해졌다.“그럼…… 그 여자애도 데리고 가면 안 돼요?”은찬이는 작은 입을 비쭉거리며 불쌍하게 물었다.그러자 권재민이 웃으며 물었다.“우리 은찬이는 그 여자애가 그렇게 좋아?” 권재민의 말을 듣자 방금까지 깡충깡충 뛰던 은찬이는 바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게다가 얼굴도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냥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했을 뿐이
아이가 이렇게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강윤아는 웃으며 말했다.“좋아.”케이크는 3층으로 만들어져 임원들은 크게 모두 한 조각씩 나누어 드실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예쁜 부분은 모두 아이에게 빼앗겼다.모두가 화기애애하게 케이크를 먹고 있을 때 가장 발언권이 있는 두 임원이 걸어왔다. “윤아 씨, 우리가 인정미 없다고 말하지 마세요. 오늘 오후 당신에게 휴가를 줄 테니 나가서 잘 놀아요. 최근 당신도 힘들었어요. 우리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고 편히 쉬세요. 하지만 돌아오면 잘못을 알게 될 거에요.”임원진은 이 결정을 선포했다.가뜩이나 회사 일이 바쁜데 시간을 내서 강윤아를 쉬게 하니 동료들은 벌써 부러워했다.임원 두 명이 슬그머니 다가가서 이 결정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란이 그치지 않았다.“나도, 나도…….”이 장면을 보고 임원들은 참지 못하고 이마를 짚었다. 오후.“윤아 씨.”권재민은 강윤아를 품에 안았다.“응?”강윤아는 권재민이 자신의 허리를 껴안은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가장 마음을 담아 준비한 생일 선물을 보여드리고 싶어요.”권재민은 강윤아의 귀가에 입을 갖다 대었고, 말할 때의 숨결이 강윤아의 귀에까지 닿았다.강윤아는 간지러워 목을 움츠렸다.“가장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 어디 있어요?”강윤아도 궁금했다.“가시죠.”권재민은 강윤아의 손을 잡고 차에 태웠다.“뭐 하세요?”권재민이 천 조각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는 것을 보고 강윤아는 손을 뻗어 벗으려고 했다.“아이, 손대지 마.”권재민은 강윤아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서프라이즈는 이렇게 해야 신비감이 있어요.”“하, 역시 아이디어가 많네요.”강윤아는 히죽거리며 순순히 손을 놓았다.권재민은 강윤아의 눈을 가린 후 강윤아가 정말 보이지 않자 그제야 가볍게 그의 이마에 뽀뽀했다.권재민은 고개를 돌려 뒤에 앉은 아이에게 말했다.“아가야, 엄마를 잘 단속해야 해. 절대 엄마가 훔쳐보게 해서는 안 돼.”“네, 아빠. 제가
강윤아는 손을 권재민 손 위에 올려놓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큰 선물이 하나 더 있다고요? 뭔데요?""따라오시면 알 거예요."권재민은 비밀스럽게 말했다.한 가족은 요트에서 내려왔다. 권재민은 강윤아와 은찬을 데리고 한 별장에 데려갔다."여긴…….""여긴 서 씨와 임 씨가 디자인한 별장이에요. 디자인이 고풍스럽고 우아해서 당신 취향이랑 잘 맞을 거예요."권재민은 이렇게 말했다."전 됐어요. 안 가질래요."강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오늘 이미 요트 한 척을 받았는데 또 별장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누가 당신 준대요?"권재민은 피식 웃으며 속으로 김칫국을 마시는 이 여자가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네?"강윤아는 잠시 당황했다."저한테 주는 게 아니라면 누구한테 줄 건데요?""은찬이한테요."권재민은 옆에 서 있는 은찬이를 가리켰다."은찬이요?"강윤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당신은 요트를 얻었잖아요. 근데 별장도 가져갈 생각이에요? 욕심이 너무 많은 거 같은데."권재민은 손으로 강윤아의 머리를 쿡쿡 찔렀다."안 돼요."강윤아는 고개를 연신 흔들었다."은찬이는 이 선물을 받을 수 없어요.""왜죠? 윤아 씨도 다 받았는데 왜 은찬이는 안 되죠?""아직 어리잖아요. 게다가 이 선물, 너무 귀중해요.""상관없어요. 제 아들이 귀여워서 선물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인데요?"권재민은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강윤아는 그의 말에 감동해서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알았어요. 고마워요."강윤아는 자기가 너무 행복하다고 느껴졌다.권재민은 강윤아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자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송씨 가문.송해나는 이날 권재민과 강윤아의 행적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권재민이 강윤아한테 요트를 선물하고 은찬이한테 별장을 선물했다는 걸 들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새로 산 가방과 옷을 다 바닥에 쓰러뜨렸다.송해나는 이불을 꼭 잡았다. 그녀는 권재민의 사랑을 가져간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 강윤아라는
김소혜는 송해나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러고는 친절하게 송해나가 입을 만한 잠옷 한 벌을 가져다주었다.이 잠옷은 검은색의 거의 반투명에 가까운 실크 잠옷인 데다 송해나의 몸매가 워낙 좋아 김소혜는 보고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잠옷의 디자인도 올해의 신상이다."그런데 어머님, 이거 너무……."송해나는 좀 부끄러워하는 척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입고 권재민을 유혹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녀는 권재민이 자신의 이 완벽한 몸매를 보고도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니야."김소혜는 여자인 자신도 송해나의 몸매를 보고 감탄을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하물며 혈기 왕성한 아들은 말할 것도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소혜는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밥을 먹으라고 했다.저녁에 권재민은 밥을 먹은 후 김소혜에게 권유받아 적지 않은 술을 마셨다."엄마, 나 더 이상 못 마셔요."권재민은 손을 흔들며 김소혜가 건네준 술잔을 거절했다.김소혜에게 인사를 한 후 권재민은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술기운에 권재민은 김소혜의 얼굴에 신비한 웃음이 스쳐 지나간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술기운이 셌는지 권재민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약간 어지러움을 느꼈다.‘꽤 독한 술이구나.’"해나야, 뭘 기다리고 있어!"송해나가 다른 방에서 나오자, 김소혜는 그녀에게 눈짓하며 빨리 권재민을 찾아가라고 표시했다.그러자 송해나의 얼굴에는 수줍음이 떠올랐다. 잠시 고민하다 결국 그 옷을 입고 권재민의 방에 들어갔다."재민씨......"송해나는 권재민의 방문 앞에서 교태를 부리며 눈을 반짝였다.사실 방금 권재민이 마신 술에는 약을 탄 술이다. 지금쯤 권재민은 술기운에 정신이 몽롱해져 있었다. 그는 순간 방문 앞에 있던 송해나를 강윤아로 착각했다."운아씨......"권재민은 중얼거리며 송해나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갔다.그가 부르는 이름을 듣고 송해나의 눈에는 원망이 스쳐 지나갔다.‘왜 또 강윤아야? 강윤아 말고는 권재민의 눈에 다른 사람이
“고모, 내일 시간 있어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같이 밥 한 끼 하고 싶어요.”송해나는 달콤한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의 권지윤을 향해 말했다. “그래, 당연히 좋지.” 권지윤은 두 말없이 대답했다. “고모, 요즘 윤정호랑…… 어떻게 지나시나요?” 그러자 권지윤은 순간 흥분하더니 다소 수줍어하는 것 같았다. “꽤…… 잘 지내.” 들리는바로 윤정호는 송해나의 말은 무조건 잘 따라준다 한다. 그러므로 분명 윤정호가 권지윤을 잘 달랬을 것이라 생각한 송해나는 자신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럼 윤정호도 같이 불러서 밥 먹을까요?” 송해나가 슬쩍 찔러보듯 물었다. 권지윤은 자연히 송해나의 제의에 의견 없었고 시원하게 승낙했다. 다음 날, 이들은 식당에서 만났다. 권지윤의 표정을 본 송해나는 권정호가 이미 권지윤을 잘 달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송해나는 권지윤과 윤정호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다소 의미심장했다. 권지윤은 저절로 수줍하며 고개를 숙였고 윤정호는 다소 실망한 듯한 눈빛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송해나가 시킨 일이라면 그것이 자신의 뜻에 어긋나는 일일지라도 윤정호는 기꺼이 다 해주었다. “해나, 너 머리는 왜 그래?” 권지윤은 송해나 머리 뒤의 거즈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사실 윤정호는 일찌감치 눈치를 챘고, 처음부터 묻고 싶었지만 권지윤이 자신의 말투 속에서 이상함이라도 감지할까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에휴…….” 여기까지 말한 송해나는 순간 화가 났다. “이건 모두 그 강윤아 때문입니다!” 송해나는 눈물을 약간 글썽이며 불쌍한 눈빛으로 권지윤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고모, 제가…… 제가 대체 강윤아보다 못한 게 뭐가 있나요? 왜 권재민의 마음엔 제 자리가 하나도 없는 걸까요?” 전부터 송해나는 자신에게 엄청 잘해줬고 지금은 윤정호도 자신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권지윤은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송해나가 억울한 일을 당한 이상 권지윤은 자신의 힘으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