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은찬이를 학교로 보낸 뒤 강윤아는 별장으로 돌아갔다.그동안 회사에 출근해야 했던 강윤아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다가 갑자기 다시 한가해졌는데, 뜻밖에도 좀 익숙하지 않다고 느꼈다.소파에 앉은 강윤아는 지루함을 금치 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지 고민했다.이때 그녀는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꺼내 보았지만 전혀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강윤아 씨 맞습니까?"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강윤아는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졌다.강윤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맞아요, 혹시…….""강윤아 씨, 저는 화장품 회사의 직원인데요. 우리 면접에 초청하려고 전화해 드린 겁니다. 합격하면 우리 회사의 사장으로 임직할 수 있습니다."이 여자가 강윤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화장품 회사? 사장?’강윤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음…… 죄송한데 필요 없어요. 전화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윤아는 거절했다. ‘만약 사기꾼이라면 큰일이 날 지도…….’그러나, 이 여자는 이미 이 상황을 예상한 듯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사기꾼일까 봐 걱정하시죠? 안심하세요. 믿지 않으시면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인터넷에서 이 회사의 자료를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사기일 수도 있잖아.’강윤아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이 여자가 갑자기 강윤아의 개인정보를 말했다. 이어서 강윤아에게 진지하게 말했다."강윤아 씨, 우리는 당신의 업무 경험을 조사해서 결론을 내렸는데, 당신은 우리 회사와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신설회사고 글로벌 기업이니, 한 번 면접하러 오십시오."이렇게 말을 많이 했는데도 강윤아는 미심쩍은 표정이었다.그러나 상대방은 다시 입을 열었다."월급은 1000만 원이고 나중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여기까지 듣고 강윤아는 완전히 설렜다. 비록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그녀는 줄곧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때, 권재민은 이미 별장에 돌아왔다. 그는 강윤아가 집에 없다는 것을 이미 예상했다.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거기에는 놀란 표정을 짓는 강윤아가 나와 있다.‘아마도 회사규모에 놀라겠지.’그는 강윤아의 표정을 회상하면서 담담한 웃음을 지었다.강윤아를 이 회사의 사장으로 취임시키는 사람은 권재민이 아니지만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강윤아가 현재 재직 중인 화장품 회사는 사실 그가 스미스와 설립한 것이다. 그는 강윤아한테 와서 일하라고 할 생각도 했지만 사장으로 취임시킬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강윤아에게 여러 번 언급했지만 강윤아에게 거절당했다.그 전에 권재민이 스미스와 전화할 때도 스미스는 강윤아를 그들의 회사로 보내라고 얘기했었다.사실 권재민은 사업면에서 아주 엄격했다. 만약 그는 강윤아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녀에게 너무 중요한 직위를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는 그녀를 사장으로 취임시켰다."스미스, 농담하지 마. 네가 강윤아를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줄 필요는 없어. 네가 그녀에게 일을 주려면 다른 자리가 더 어울릴 거야."권재민은 웃으며 스미스에게 말했다.그러나 스미스는 이 일에 대해 비정상적인 집착을 했다."아니, 재민아, 너는 설마 너의 부인이 되게 소질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냐? 그녀는 이 회사의 가치를 10배 더 늘릴 수 있어.""스미스, 너도 이 말을 좀 지나치게 하는구나. 강윤아가 확실히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말 네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과장할 정도는 아니야."권재민은 담담하게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그의 모습을 보아 스미스는 조금 화가 났다.그는 엄숙하게 말했다."웃지 마라. 난 지금 되게 진지하거든."이 말을 듣고 권재민도 그만 웃었다."너는 왜 그렇게 믿고 있지. 나보다 걔를 더 아니?"스미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이고. 이렇게 대단한 인재를 낭비하다니……."권재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만약에 그녀가 일을 망가
강윤아는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고 나서야 이렇게 늦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 마지막 하나만 보고 갈게." 강윤아는 서류를 다 본 후에야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를 떠났다.그녀는 이렇게 늦었는데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 앞에 이미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바로 그녀를 회사로 태운 그 차였다."사장님, 이 차는 앞으로 사장님의 전용차입니다."조수는 강윤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매우 존경스러운 말투였다.강윤아는 약간 멍했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서 정말 익숙하지 않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강윤아는 아직도 이 모든 것이 꿈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직업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대우도 이렇게 좋고, 자기가 상상하지도 못하는 자리에 앉았다.차가 별장 입구에서 천천히 세우지자 강윤아는 차에서 내렸다. 권재민이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아 그녀는 그의 눈길을 마주쳤다."돌아왔어, 이건…… 무슨 일이야?" 권재민은 자연스럽게 모르는 척했다.권재민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강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득의양양해지기 시작했다. ‘너도 의외롭지?’강윤아는 바보같이 웃으며 설명하지도 않았다. 권재민은 계속 놀라는 척하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강윤아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부러 시간을 끌다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나 대기업에 들어가서 사장이 됐어. 아이고야, 상상도 못 한 일이네!"강윤아가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권재민도 기뻤지만 그녀를 계속 놀리려고 했다.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그 벤츠를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니? 사기꾼은 아니겠지? 사기꾼들은 원래 너 같은 경험도 없는 여자애를 제일 좋아하거든."강윤아는 이 말을 듣고 조금 화가 났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무시할 수 있지만 남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무슨 소리야? 내가 잘 하거든? 뭐, 운이 좋아서 어쩔 수 없지."권재민은 묵
다음날.알람에 깨운 강윤아는 세수한 뒤 가방을 들고 내려와 거실에 앉아 어젯밤 회사에서 다 보지 못한 서류를 다시 들여다봤다.회사의 홍보 서류를 이미 많이 보았지만, 그녀는 보면 볼수록 눈살을 찌푸리고 마음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홍보부 사람들이 도대체 뭐하고 있냐…….’‘이런 홍보 수단으로 어떻게 여성을 끌릴 수 있겠는가?’‘너무 이상한데…… 이런 대기업이 홍보하는 것을 왜 이렇게 못하지?’‘제품의 이름도 매우 촌스럽네!’‘아이미가 뭐야, 정말 촌스러워! 누가 사겠니!’‘어쩐지 전에 회사의 보고서를 보면 그다지 잘 발전하지 못한 것 같더라.’아침을 먹을 때에도 강윤아는 그 서류들을 열심히 보면서 중얼거렸다.권재민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왜?”그도 강윤아의 업무 진도가 어떠한지 알고 싶어했다.강윤아는 지금 매우 불쾌해서 권재민에게 다 털어놓았다."서류 보고 있는데 진짜 미치겠어. 어떻게 이름을 아이미라고 지었냐, 정말 너무 촌스럽지 않니?"권재민은 원래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강윤아의 말을 듣고 체할 뻔했다. 아이미는 사실 그가 이전에 함부로 지었던 이름이었다. 강윤아에게 이렇게 경멸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럼 네가 지어볼래?" 권재민은 고개를 들어 강윤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안심해. 내가 이름을 아주 잘 짓거든.”그녀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강윤아는 회사에 갈 준비를 했다. 권재민은 강윤아가 조금 변했다고 여겼다.몰론, 지금처럼 자신만만한 강윤아가 더욱 매력적이다.차가 이미 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강윤아는 입구에서 옷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어 나왔다.권재민은 베란다에서 강윤아를 바라보다가 웃었다.차가 회사 입구에서 세워졌고, 강윤아는 조수 두 명과 차에서 내렸고, 운전자는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향했다."맞다." 몇 걸음 나가자마자 강윤아는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각나서 몸을 돌려 조수들에게 말했다."부탁한 거 있는데."말하면서 강윤아는 자기 가방에서 쪽지
강수아는 강윤아 뒤를 따라 빌딩으로 함께 들어갔다. 뒤에 있던 고승현은 말리려고 했지만 강수아는 이미 멀리 떠나갔다.두 여자가 연달아 빌딩에 들어섰을 때 옆에 서 있던 보안 팀장은 두 사람을 찬찬히 쳐다보았다.보안 팀장은 강윤아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 강윤아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그 환영식 스케일은 보안 팀장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본래 눈치를 잘 살피는 사람이었기에 보안 팀장은 곧바로 강윤아가 보통 사람이 아닐 거라 짐작했고 이 회사의 임원일 거라 추측했다.강윤아가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보안 팀장은 한눈에 강윤아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강윤아의 비위를 맞추려는 마음에 얼른 다가가 강윤아를 도와 강수아를 막으려 했다.난데없이 한 낯선 남자가 자기 앞을 가로막자 강수아는 다소 화가 나서 말했다.“누구세요? 왜 사람 앞을 가로막아요? 빨리 비켜요!”화가 난 강수아는 그 보안 팀장을 밀어내려고 했고, 보안 팀장은 본직에 충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죄송하지만 여기서 이러시면 정말 곤란합니다.”“내가 뭘 했다고 이러는 거예요?” 강수아는 이 보안 팀장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느꼈다.“왜요, 이 빌딩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빌딩인가요?”강윤아는 진작에 강수아를 떼어내고 싶었고 이를 눈치챈 보안 팀장은 더더욱 엄격해졌다.“우리만의 규칙이 있는 법입니다. 들어오려면 사원증을 보여주십시오.”“사원증? 허, 그러면 왜 저 사람 사원증은 검사하지 않는 거죠?”강수아는 강윤아를 가리키며 불만을 토로했다.보안 팀장은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한 번 보았다. 보안 팀장은 이미 강윤아를 알고 있었고 이 일로 굳이 강윤아의 사원증을 검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수아가 이렇게 얘기한 이상 검사를 해야 하였다.보안 팀장이 어떻게 말을 꺼낼지 망설이고 있을 때 강윤아는 흔쾌히 가방에서 사원증을 꺼내 보여주자 보안팀장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맞습니다.”강윤아가 정말로 사원증이 있는 것을 본 강수아
고승현은 강수아와 함께 회사에 들어섰고, 두 사람 모두 회사의 럭셔리 분위기에 감탄했다.비록 두 사람도 명문가 출신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 부모님의 회사는 이 정도로 호화롭게 장식하지 않았다. 그들은 순간 이 회사의 주인이 누굴까 궁금하기 시작했다.안내 데스크에 가서 찾아온 목적을 설명한 후, 직원은 곧 사람을 불러 그들을 인사팀으로 보냈다.두 사람이 그 직원을 따라 인사팀에 도착하자 강수아는 면접룸으로 들어갔고 고승현은 밖에서 강수아를 기다렸다.강수아는 자신이 있었다. 학벌도 좋았고 경험도 많았기에 이 정도 스펙으론 프리 패스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인맥을 통해 만들어진 스펙이었지만 적어도 인사팀의 직원들은 강수아의 이력서를 보자마자 다들 엄청 만족했다.그 후 면접관은 또 몇 가지 문제를 물었는데 마침 모두 강수아가 이전에 면접을 준비할 때 준비한 문제들이어서 이번 면접은 그런대로 순조로웠으며 강수아는 재빨리 이번 면접을 통과했다.“축하해요 강수아 씨, 면접을 통과한 것을 축하해요.”인사팀 팀장 온지민은 강수아랑 악수를 했고 웃으며 축하해 줬다.이 일자리를 얻게 되자 강수아는 속으로 기뻐했다. 이 직업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우선 능력을 증명했고 그리곤 앞으로 여기서 출근할 수 있게 되어 강윤아랑 마주칠 수도 있단 생각에 강수아는 벌써 기대하기 시작했다.“강수아 씨, 그럼 먼제 제랑 함께 오피스 투어를 하시고 디자인 팀에 갈까요?”온지민이 물었다.강수아는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몇 사람은 함께 디자인 팀에 왔는데 디자인 팀 부팀장이 새로 왔단 소식에 오서진 팀장은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이분이 강수아 씨인가요? 안녕하세요, 디자인팀 팀장 오서진이라고 해요. 젊은 나이에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니 대단한걸요?”칭찬을 받자 강수아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강수아는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 팀장님을 따라 배워 열심히
온지민은 얼른 일어서서 강윤아에게 말했다."사장님, 디자인팀 새로 온 부팀장 강수아 씨입니다."“전 왜 회사에 이런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죠?”강윤아의 표정은 엄청 차가웠고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았다.온지민은 왜 강윤아가 이런 표정을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얼른 해명했다.“오늘 금방 면접을 통과했어요. 내일부터 정식 출근하기로 했는데 회사 업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 미팅에 참석했어요.”강수아의 얼굴은 이미 완전히 창백해졌다. 비록 일찍이 강윤아가 이 빌딩에서 출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강윤아가 자기 상사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강수아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겠어!강윤아는 강수아를 차갑게 훑어보고 이어서 온지민을 힐끗 훑어보았는데 불만이 뚜렷했다. 온지민은 갑자기 어리둥절해 졌고 자신이 무슨 일을 잘못했는지 몰랐다. 이어 강윤아가 질문 조로 묻는 말을 들었다.“온지민 씨, 일반적으로 임원의 고임은 사장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까?”온지민은 잠깐 멍했다고 바로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맞습니다. 필요한 절차입니다만…….”그러자 온지민은 강윤아가 불쾌함을 느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제때 알리지 않았기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강윤아는 강수아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에 담긴 뜻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강수아도 강윤아가 왜 이런 얘기를 물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강수아는 화가 나 미칠 것 같았지만 강윤아가 하필 이곳의 사장이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곳에 계속 있으면 강윤아한테서 차별를 받을거라 생각까지 하니 더 이상에 이곳에 남아 굴욕을 참고 싶지 않았다.강수아는 강윤아를 째려보았고 강윤아가 얘기하기도 전에 강수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죄송해요, 갑자기 이 회사가 싫어져서요.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강수아의 이 말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방금 입사한 사람이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회의실에 직원들은 모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강수아때문에 회의의 엄숙한 분위기가 완전히 흐려졌다. 비록 강수아는 이미 떠났지만 강윤아는 다소 불쾌하다는 듯이 온지민을 바라보았다.온지민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 이런 호의를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다니 정말 기가 막혔다. 그리고 지금은 강윤아의 그런 눈빛까지 받으니 순식간에 식은땀이 흘렀다."저기…… 사장님, 보상금을 받으러 나갈게요."이 말을 하고 온지민은 재빨리 회의실에서 나갔다.강윤아는 온지민의 뒷모습을 보고도 부르지 않았다. 회의실이 완전히 조용해진 후에야 강윤아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자, 이제 회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합시다."회의에서 강윤아는 회사가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안을 발표했는데 임원들은 아주 동의하는 눈치였다.이때 온지민은 이미 따라가서 강수아의 앞에 가로막았다.“뭐 하자는 거예요? 그만두겠다고 했잖아요,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예요?”강수아는 짜증을 내며 말했고 이 회사와 관련된 사람을 다신 만나고 싶지 않았다.온지민은 표정이 변했고 부드럽던 태도를 포기하고 강경하게 말했다.“강수아 씨, 잊어버리셨나 본데, 보상금을 지불한 후에야 떠날 수 있어요.”비록 방금 강수아는 바로 승낙했지만 돈을 헛되이 쓰라고 하니, 마음은 여전히 좀 내키지 않았다. “내가 왜요? 저리 안 비켜요?”“협조를 거부하시는 거예요?”온지민 능청스러운 강수아의 표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강수아를 경멸한 뒤 경비원을 불렀다.“협조를 해주지 않으시면 저도 수단을 써서 협조하게 만들 수밖에 없네요.”강수아는 이를 악물고 지금 배상하기 싫더라도 배상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결국 핍박에 의해 1400만원의 위약금을 납부하게 되었다.비록 강수아의 눈엔 이 돈은 작은 돈에 불과했지만 이것이 강윤아가 있는 회사에 배상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강수아는 엄청나게 불쾌했다.고승현은 원래 밖에서 강수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강수아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얼른 쫓아갔지만 뒤에 가로막혔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