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감옥!이 감옥은 북극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그 깊이가 족히는 500미터를 넘었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흉악함 범죄자들이 모인 곳으로 수감자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옥이 세워진 이후로 이곳에서 탈옥을 성공한 범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이때, 지하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동양인의 외모를 지닌 남자가 남루한 옷차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출소했다, 축하한다!”이곳을 지키는 우람한 교도관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볼륨감 넘치는 섹시한 몸매의 중년 여성이 고요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저기 저 대문을 넘어서면 넌 자유의 몸이 된다.”전방에 있는 대문을 보는 이태호의 심경이 복잡했다.“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어!”중년 여성은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어 입만 뻥긋거렸다.지하에 갇혀 있는 흉악범들, 요원, 군벌, 심지어 조폭 두목까지 이태호 앞에선 순한 양이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 이름을 떨치던 신 같은 존재들도 그의 앞에선 입을 떼지 못한다.3년 전, 용성연합국에서 전란이 일어났고 용성연합국은 결국 외부의 침입을 막지 못해 정부는 4명의 젊은이를 파견하여 갓 출소한 이 남자한테 배움을 얻도록 했다.반년 후, 다시 용성연합국으로 돌아간 네 젊은이는 곧바로 전세를 역전시켰고 그 후 그 네 젊은이는 용성연합국에서 모두가 아는 군신이 되었다.대문 앞에 도착한 이태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쪽에 성루 같은 커다란 건물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물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쿵’ 소리가 나도록 땅에 머리를 박았다.“어르신! 먼저 갑니다! 5년 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이 감옥에 왔을 때 그는 한 백발의 늙은이를 알게 되었다. 늙은이가 남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다른 죄수들한테 밥을 빼앗겼을 때 이태호가 먼저 다가가 그한테 밥 절반을 나누어
펑!침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침대 위에 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특히 남자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고 얼른 이불로 자기 몸을 가렸다. 여자 역시 깜짝 놀라 이불을 뺏으며 몸을 가렸다.“누구야? 거지야?”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를 본 하현우가 흠칫 놀랐다.“10년이라도 기다리겠다더니 고작 5년이 지났는데...”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고 이마에서 핏줄이 꿈틀거렸으며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이...태호?”정희주는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네, 네가 왜 여기에...”이태호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아팠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를 비웃듯 피식 웃었다.“이 자식이랑 같이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이놈이랑 같이 있는 거야?”하현우는 거지 같은 몰골의 남자가 이태호란 걸 발견하고 순식간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바지를 챙겨 입으며 말했다.“왜? 이 몸이 희주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권세와 돈을 모두 잡고 있어. 거지처럼 차려입은 너보단 훨씬 나아!”이태호는 눈에 핏발이 빨갛게 섰지만 그를 쳐다보지 않고 정희주만 노려봤다.“하하, 진짜 웃겨. 이제 돌아와서 너한테 모든 걸 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심지어 애당초 널 폭행한 남자한테 들러붙어?”이태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어갔다.“날 기다리지 않았더라도 네 탓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근데 이런 놈이랑 붙어있을 줄 몰랐어.”그의 말에 정희주가 가운을 두르며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웃기지 마, 나한테 모든 걸 준다고? 거렁뱅이인 네가 나한테 뭘 준다는 거야? 넌 하현우 같은 재벌한테 비비지도 못해! 지난번에 현우가 나한테 사준 백이 천만 원이 넘어! 네가 지금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데?”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너 같은 병신이랑 있다간 나만 손해야. 하지만 하현우는 날 평생 누릴 수 있게 해줘
연초월은 조폭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잠시만요, 잠시만요. 제가 당장 돈을 드릴게요!”그녀는 바로 집안으로 달려들어 갔다가 조금 낡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봉지에는 천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잔돈이 가득했고 동전도 수북했지만 만 원과 오만 원권은 몇 개 없었다.“에이 진짜, 또 이래요?”조폭 두목 장준혁은 잔돈들을 보며 짜증을 냈고 옆에 있는 졸개를 보고 말했다.“야, 이거 세봐.”“100만 원인데 이거 언제 다 셉니까?”지목당한 졸개는 전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초월한테 다가갔다.“잠시만! 우리 엄마가 언제 빚을 진 거야?”이태호가 졸개의 앞길을 막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뭐야? 밥 빌어먹으러 온 거지인 줄 알았네. 너 예전에 술병으로 하현우 도련님 머리를 내려쳤던 골통 아니야?”장준혁은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도발했다.“이태호! 맞아, 이태호! 벌써 출소했어? 너도 참 대단해. 하현우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도 머리를 내리친 거잖아.”이태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이태호도 장준혁의 눈을 노려보며 봉지에 든 돈을 가리켰다.“왜 이 돈을 줘야 하는지 설명해봐.”이에 장준혁이 피식 웃었다.“칫,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하현우 도련님을 때렸으면 배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하씨 가문이 배상금으로 3억을 요구했어. 네 신혼집을 2억에 팔았으니까 아직도 1억을 줘야 해.”그는 턱을 괸 채 말을 이어갔다.“네 부모가 지난 5년 동안 대략 4천만 원을 줬으니까 아직 6천만 원이 남았지. 네가 어떻게 조기 출소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 됐어. 너도 돈 벌어 갚아야지.”땅에 쪼그려 앉아 돈을 세고 있던 졸개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매번 잔돈을 이렇게 주니까 한참을 세잖아!”“셀 필요 없어요. 안에 도합 78만 원이 들어있어요.”연초월이 겁을 먹은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또 모자라!”땅에 쪼그려 앉아있던 졸개의 어깨
이태호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연초월이 대문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보자마자 그한테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태호야, 괜찮아? 저놈들이 때리지 않았어?”이태호는 엄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안 때렸어요. 방금 나머지 돈을 다 줬으니까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거예요.”“진짜야? 나 속이는 거 아니지? 어디서 난 돈이냐? 6천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잖아!”연초월은 당연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방금 감옥에서 출소한 그한테 돈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이에 이태호가 답했다.“엄마,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감옥에서 귀인을 만났고 제가 감옥에서 출소할 때 그분께서 저한테 돈이 든 카드를 줬어요. 6천 만 원을 주고도 많이 남았어요.”“그래? 그럼 다행이다, 다행이야!”연초월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그런 분한테는 어떻게든 보답해야 해, 알겠지?”“알아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제가 조기 출소할 수 있었던 것도 귀인의 도움 덕분이에요.”그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 간단하게 말했다. 그 미친 어르신이 진정 그의 귀인이었으니 말이다.“아이구, 저 깡패놈들이 다시는 안 온다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이제 너도 돌아왔으니까 일자리도 찾고 정직하게 살아. 그럼 나랑 네 아빠도 걱정하지 않을 거야.”연초월이 한숨을 길게 푹 내쉬었다.“그런데 그 희주 말이야, 좋은 애는 아니더라. 네가 감옥에 들어간 지 반년도 안 되었을 때 하현우라는 사람과 사귀기 시작했어. 그리고 네 신혼집도 헐값에 팔아버렸어... 우리도 모아둔 돈이 없으니까 네가 빨리 일자리를 찾아야 해. 너 이제 스물여덟인데 얼른 돈을 벌어서 색시를 얻어야지.”그녀는 동시에 감개무량하기도 했다.“5년이나 먼저 나왔으니 참 다행이야. 만기 출소했다면 네 나이가 서른셋이야. 그럼 색시 찾기도 더 어려워져.”“엄마, 저 아직 젊고 멋져요. 아내 찾기 어렵지 않다고요.”이태호는 활짝 웃으며 장난쳤다.“근데 아빠는 어디 있어요
“이제 들어가자. 내가 맛있는 반찬 만들어줄게.”연초월은 요리하러 갔고 이태식은 샤워하러 갔다. 이태호는 낡지만 깨끗한 방을 살피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를 아끼는 건 부모밖에 없었다. 그가 없는 사이 그의 방을 수시로 정리한 모양이었다. 방에 있는 옷장을 열자 예전에 즐겨 입었던 낡은 옷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잠시 후, 연초월이 방으로 들어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방은 항상 깨끗하게 치워놨어. 이 옷들이 작지 않을까? 옷이 너무 낡았네, 새 옷을 사주고 싶어도 우리가 젊은이 사이에서 뭐가 유행하는지 몰라.”이때, 그녀는 주머니에서 30만 원을 꺼내며 이태호의 손에 쥐여줬다.“내일 나가서 옷들 좀 사 입어.”“됐어요, 엄마...”이태호는 다시 어머니의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지금 전 돈이 있고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 별장도 사줄 거예요. 저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전 이 돈 받을 수 없어요.”“진짜 돈이 있는 거야?”연초월은 아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태호가 말한 귀인이 돈을 준 게 확실해 보였지만 많아도 몇천만 원일 거라 생각했다. 그 정도 돈이 없었다면 장준혁 패거리들을 돌려보내지도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녀는 몇 년 동안 그들한테 시달리며 그들이 어떤 악의 무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진짜예요,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아빠 다 씻었네요. 이제 저도 씻고 밥 맛있게 먹어요!”그는 재빨리 샤워하고 예전에 입던 옷으로 갈아입은 후 가족들이 작은 상에 모여앉아 저녁을 먹었다.“아빠, 술 마신 지 꽤 오래됐죠?”이태호는 술을 쭉 들이켠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이태식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자주 마시지.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서 마시는 술이 얼마나 단지 알아?”“맞아, 아빠 자주 마셔.”연초월은 아들이 걱정할까 봐 얼른 말했다.“그리고 고기도 자주 먹어.”“그래, 고
“태호야, 누군지 몰라?”이태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이태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 이유 없이 남을 도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이태호가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 얼굴 본 적 없어요?”이에 연초월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분은 매번 문만 두 번 두드리고 떠나가. 가끔 달려나가도 뒷모습밖에 보지 못해.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돈을 두고 갔어. 어떤 때는 아침에 오고 어떤 때는 밤에 와서 도통 종잡을 수가 없어. 하지만 보통 매월 15, 16일 좌우에 오더라.”이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저희들을 도와준 사람들한테 어떻게든 보답할 거예요.”그리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엄마, 이제 더 이상 폐지 줍지 말아요. 그리고 아빠도 내일부터 현장에 나가지 마요. 이제부터 돈은 제가 벌게요.”그러나 이태식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빠 이제 50살밖에 안 됐어. 나중에 체력이 따르지 못할 때 그만두면 돼.”연초월도 한마디 덧붙였다.“그러니까, 돈 쓸 일도 많은데 지금 그만둘 수 없어.”이태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저한테 돈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귀인께서 준 돈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걸요. 엄마, 아빠가 계속 힘들게 일하면 제 마음만 아파요.”아들이 시무룩해 하는 모습에 연초월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네가 돌아왔으니까 우리도 이제 편하게 지내야지. 하현우한테 줘야 할 돈도 다 줬으니까 우리도 이제 다리 쭉 뻗고 살자.”이태호는 이번에 이태식한테 고개를 돌렸다.“아빠 요즘에 요근 손상이 생겼어요. 허리도 회복할 겸 이제부터 푹 쉬어요. 계속 일하다가는 건강만 잃게 될 거예요.”“내가 허리 아픈 건 어떻게 알았어?”이태식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요즘 허리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고 아직 아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괜히 병원에 갔다가 돈만 쓸 게 뻔했으니 말이다.“여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연초월이 남편을 째려봤다.“돈보다
용지혜는 앞에 있는 남자가 이런 어조로 말할 줄은 예상치 못해 순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용지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하하, 대체 우리 할아버지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죠? 이런 질문 하는 것도 안 돼요? 뇌출혈인데 수술도 안 하고 이렇게 몇 번 막 누르고 약 먹으면 낫는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요.”뒤이어 용지혜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당신 의사예요? 의사 면허 있어요? 가져와 보세요!”이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제가 사람을 구했다는 거죠. 조금 전에 제가 당신 할아버지를 구하지 않았나요? 설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걸 보고 싶었어요?”이태호는 상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저도 당신이랑 쓸데없이 얘기 나누고 싶지 않네요. 이런 걸 본 적 없다는 건 당신 견식이 얕다는 걸 의미하니까요.”“당신...”용지혜는 욱해서 이를 악물었다.“지금 본인이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줄 알아요?”“전 당신 모르는데요.”눈앞의 젊은이는 같잖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전 억지 부리는 여자랑은 얘기 안 해요.”“아!”용지혜는 울컥 화가 치밀어 주먹을 꽉 쥐었다.“전 경호원들 불러서 당신을 혼쭐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당신 참 예의 없는 사람이네요.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이상한 걸 먹였는데 물어보는 것도 안 돼요?”“그건 사람을 구하는 약이에요. 제가 설명하면 당신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이태호가 반박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그녀에게 설명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사람을 구했는데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도와주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조금 전 전화해서 구급차를 불렀다면 병원에 도착했을 때쯤에 당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을 거예요.”바로 이때, 용지혜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지혜야, 이 청년이 의사 면허가 있든 없든, 내게 무슨 약을 먹였든 중요치 않다. 조금 전
용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 알겠어요. 전 그런 차림새를 한 사람이 진짜 신의일 줄은 몰랐어요. 그런 존재라면 일반적으로 돈이 부족할 일이 없지 않나요?”“하하, 어쩌면 고수에게는 그런 것도 하나의 수행일지도 모르지!”용우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비밀스러워 보이는 젊은이 이태호에게 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었다.“수행이요?”용지혜는 의아함에 미간을 찌푸렸다.“마음을 갈고 닦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다. 높은 수준의 은둔 생활은 번화한 도심 속에서 마음을 갈고 닦아 평온함을 찾는 거란다. 어떤 고수들은 어쩌면 이미 많은 것을 간파했을지도 몰라. 은밀한 고수들의 생각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알 수 있을 리 없지!”용우진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감개하며 말했다.“우리 용씨 일가에게 오늘이 있는 것도 당시 고수 한 분이 우리를 도와줘서다!”용지혜는 그 말을 듣더니 사색에 잠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시각, 이태호는 한 은행 밖에 서 있었다.그는 미친 어르신이 그에게 건네준 로얄 퍼플 카드를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다.“미친 어르신이 말하길 이 안에 돈이 적지 않다던데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나더러 음력 8월 15일 저녁에 반드시 드래곤 아일랜드에 가야 한다고 했어. 그곳에 기회가 있다면서 말이야. 하하, 아직 한 달이나 남았네!”손을 만져보니 미친 어르신이 준 드래곤 링이 있었다. 이태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고 그는 곧 안으로 들어갔다.“경비원, 경비원, 뭐 하는 거예요? 이렇게 후줄근한 차림의 사람을 들여보내다니요? 이곳이 거지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어쩐지 멀리서부터 궁상맞은 냄새가 난다 싶었어!”이제 막 안에 들어섰는데 금과 은으로 된 액세서리를 가득 차고 있는 귀부인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경비원에게 소리를 질렀다.경비원은 이태호에게 다가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여기 볼일 있는 게 아니시라면 저희 일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이태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경비원을 보
이태호의 놀라운 일격은 고준서의 내공을 절단했고 신혼을 잘라버렸으며 수명을 단축했고 육신이 다치게 하였다.고준서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준서가 졌다니!고준서는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이런 놀라운 장면에 옆에서 연무대를 지키는 몇몇 장로들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한순간에 할 말을 잃었다.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한 장로는 귀청이 떨어지는 듯한 큰 소리로 선포하였다.“이번 겨루기 대회의 우승자는 이태호임을 발표한다!”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지극히 조용한 광장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에 현장의 정적이 깨졌고 연무대 부근의 제자들은 떠들썩해졌으며 여기저기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헐! 내 눈이 잘못된 거 아니지?!”“고준서 사형이 졌다고?”“어머나, 고 사형은 서열 1위인 진전 제자이고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에다 상고시대 대능력자가 환생한 신체를 가진 천교인데, 이태호 사형에게 졌다고?!”“정말 무섭다! 태호 사형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준서 사형마저 그의 상대가 아니다니!”“이 사형의 실력은 이미 동일한 경지에서 무적으로 됐단 말인가?”“...”모든 제자가 경악함을 금치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이번 대결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결 전에 누구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이태호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고준서를 제치고 1위를 했으니까.그러나 종문의 서열 1위인 천교로 불리고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고준서가 아무런 조짐도 없이 패배했다.이런 큰 반전에 동문 제자로서 어떻게 강렬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관람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고준서가 거꾸로 날아서 거세게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을 보자 엉덩이에 불을 붙인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그는 쓰러진 후 의식을 잃고 내공의 경지가 빠르게 떨어진 고준서를 보면서 멍해졌다.한용운은 입을 벌리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 지나서
이는 연태건을 비롯한 제1봉에서 제5봉까지의 봉주들이 모두 고준서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준서는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전생은 성왕급 수사였다. 비록 환생한 후 다시 수련을 시작했지만 전생의 경험이 있어서 빠르게 천지의 힘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이태호는 2급 성왕 경지로 돌파해야 천지의 힘의 사용 방법을 장악할 수 있다고 연태건 등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래서 연태건 등은 흔들림 없이 굳건히 고준서를 지지하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보니 이태호는 성자 경지로 돌파한 지 며칠 만에 천지의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혼돈 검영은 강한 위력을 갖고 있어서 2급 성자급 수사라도 맞으면 죽지 않아도 다칠 것이다.아마 3급 성자급 수사일지라도 이 검영에 맞으면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그러니 연태건 등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사람들이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이태호가 날린 혼돈 검영은 빠르게 허공을 가르면서 번갯불처럼 시신창과 부딪혔다.그러나 예상했던 폭발음이 나지 않았다.시신창은 혼돈의 검영과 부딪힌 후 두부처럼 싹둑 잘렸다.영보가 파괴된 것을 본 고준서의 동공이 심하게 수축되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드디어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말도 안 돼!”고준서는 깜짝 놀라서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그의 영보는 상급 영보인데 어찌 이렇게 손쉽게 잘릴 수 있는가?그러나 그가 더 많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혼돈 검영은 빠르게 공간을 가르면서 그를 향해 날아왔다.자기와 점점 가까워진 혼돈의 검영을 보자 고준서는 정신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손을 들어 여러 개 영보를 꺼내서 자신의 주변을 방어하였다.7~8개의 중급 영보는 고준서의 주위를 맴돌면서 끊임없이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다.그중에서 청색 자(尺)가 발산한 빛은 하늘가까지 비췄고 주변의 모든 것을 진압하였다. 산천을 그린 두루마기 영보는 천천히 필치면서 검은 바람을 휘몰아쳤다.금색 부채 영보는 금빛 불꽃을 일으킬 수 있고 뜨거운 불꽃은 허
이태호가 낮은 소리를 지르자 눈앞에 떠 있는 작은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원래 손가락만 한 작은 검이 날아가면서 점점 커졌다.처음에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서 물통처럼 커졌고 마지막에 연자방아만큼 커졌다.길이도 원래 2촌이었는데 2장, 20장, 200장으로 길어졌다.검빛은 현황색의 광택을 발산하였는데 마치 천지개벽하려는 듯한 맹렬한 공포의 기운을 지니고 거침없이 고준서의 시신창을 향해 날아갔다.현황색의 작은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공간이 모두 찢어지고 갈라졌으며 연무대 전체를 삼켜 먹을 것 같은 무서운 공간의 틈새를 형성하였다.이 검에 세상 만물을 한순간에 파멸시킬 것 같은 팽배한 천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검을 본 순간 멍해졌다.검에서 뿜어 나온 기운이 너무 강렬해서 생사 위기에 처해 있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그들은 소스라쳐 놀라서 다급히 보호캡을 만들고 자신을 보호하였다.“저... 저게 뭐지?”“대체 어떤 신통 무기(武技)이길래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지?”“어머나! 이것이 바로 이태호 사형의 진정한 실력인가? 너무 대단해!”“...”관람석에 앉아 있는 한용운은 이태호가 방출한 작은 검을 본 순간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한용운의 안색이 확 변했고 눈이 휘둥그레졌으며 입을 딱 벌리고 연무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한용운은 여전히 놀라운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이건 무슨 신통이길래 이렇게 강렬한 천지의 힘을 발산할 수 있지?”그 혼돈 검영(劍影)에서 발산한 기운은 진전 제자인 한용운마저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한용운은 마치 지옥을 마주한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온몸이 오싹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다.한용운은 자신이 이렇게 강렬한 신통의 공격을 받는다면 반항할 힘도 없이 바로 혼돈 검영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혼돈 검영이 날아갈 때 점점 커진 것을 보면서 그는 이후에 절대로 이태호와 원수지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같은 시각에.멀
현재 폭발 중심에 있는 이태호는 머리 위에 현황종을 띄우고 오른손에 이화 현황봉을 들고 있었다. 현황봉에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을 내뿜었고 공간을 가르고 만물을 파멸시키는 기세를 발산하였다.그의 왼손에 들고 있는 적소검은 적색 화염을 뿜어냈고 검의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면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허공에 서 있으니 검은 머리카락은 바람 없이 휘날렸고 옷자락은 펄럭이었다. 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고 안색이 약간 어두워졌다.방금 그가 날린 일격에 일반 1급 성자급 수사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그가 들고 있는 이화 현화봉은 최상급 영보이고 온 태일종 내에서도 성왕 경지인 선우정혁만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준서가 이 최상급 영보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이태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이와 동시에 허공에 서 있는 고준서는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고 주변 수 장 내에 있는 허공은 압박을 받아서 삐걱거리면서 수많은 균열을 형성했다.“자네는 아주 강해. 다만 이것뿐이라면 날 이길 수 없네!”고준서는 시신창을 꽉 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이태호를 바라보면서 담담하게 웃었다.“나에게 굴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자네의 제삿날이 될 거야!”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는 격렬한 음폭으로 변했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백여 장의 공간을 스쳐 지났고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에 이태호는 가볍게 손을 흔들자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이 쾅쾅 울리면서 커다란 종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종소리가 순식간에 습격해 온 음폭을 멈추게 하였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준서에게 말했다.“고 사형이 저에게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 줄게요.”이 말을 들은 고준서는 화내는 대신 웃으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갈 데까지 가보자!”말을 마친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인 기운을 순식간에 내뿜었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주변의 허공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천지의 기운이 공간의 틈새에서 흘러 나오면서 고준서를 감쌌다.
순식간에 손바닥만 한 이화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무수한 성스러운 빛을 하늘가에 내뿜었다.지름이 수 장(丈)이나 되는 빛기둥이 허공을 꿰뚫었고 스쳐 지나간 만물을 파멸하였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고준서로부터 십 장도 안 되는 거리까지 이르렀다.허공에서 시신창을 들고 있는 고준서는 이를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신창을 앞에 두고 이태호의 공격을 막았다.“흥! 주네 넘은 놈!”고준서가 대갈일성하면서 주변에 불시에 수많은 도운과 영광이 나타났고 팽배한 천지의 영기가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급의 내공이 모두 폭발되었고 시신창도 빛을 내뿜으면서 앞에 있는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그의 모든 모공에서 수많은 성스러운 빛을 폭발적으로 내뿜었다. 마치 상고시대에서 걸어 나온 신성한 생명체처럼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쏴아아!”창살이 허공을 가르고 주변의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지극히 공포스러운 힘이 순식간에 연무대 상공에 있는 진법으로 하여금 무너질 것처럼 흔들거렸다.한편, 빠르게 날아오는 거대한 빛기둥은 공간을 박살내는 기세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균열을 깨뜨렸고 매섭게 시신창에 부딪혔다.순식간에 태양처럼 눈부신 점이 문득 하늘에 나타났다. 이 점이 점점 커졌고 발산한 기운은 사방 수 리의 지역을 뒤덮었다.지금 이 시각.연무대 부근에서 구경하고 있는 제자들은 모두 강렬한 공포감을 느꼈고 마치 웅장한 산에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다.이어서 하얀 빛이 스쳐 지나간 후 귀청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광장에서 울렸다.“펑!"어마어마한 충격파는 공기를 끊임없이 압축하고 충격을 줘서 순식간에 수많은 음폭을 터뜨렸다.이 맹렬한 충격파는 마치 불붙은 화약통처럼 연무대 위의 진법을 순식간에 붕괴시켰고 진법은 영광의 파편으로 부서져서 허공으로 사라졌다.충격파의 남은 기세는 꺾이지 않고 사면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순식간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제자들은 충격파의 여파로 인해 날아갔고 피를 토하면서 바닥에
고준서는 이태호를 굴복시키려고 하였다. 그가 중주로 떠날 때 유능한 부하가 몇 명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까 싸울 때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그러나 고준서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손에 적소검을 들고 현황종을 머리 위로 띄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각설하고 실력으로 결판을 내립시다!”말을 마친 이태호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검의를 내뿜었다.이 검의는 하늘로 치솟아 오르면서 구름까지 꿰뚫었다. 순식간에 태일종의 모든 제자가 들고 있던 장검은 맑은 소리를 내면서 통제를 잃고 빠르게 칼집에서 벗어나서 하늘로 날아갔고 허공에서 빙빙 에워싸면서 날아다녔다.이태호는 검의를 발동시킨 후 주저 없이 적소검을 들고 검의를 담은 검빛을 응결해서 고준서를 향해 날렸다.이태호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고 오히려 반격하는 것을 보자 고준서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보잘것없는 재주로 감히 건방을 떨어?!”다음 순간, 고준서는 들고 있는 시신창을 앞으로 내리찍자 하늘에서 불시에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현황색의 창살이 교룡처럼 날아갔다. 창살이 스쳐 지나가는 공간마다 붕괴하였고 만물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펑.창살이 매섭게 날아오는 검빛과 부딪치면서 하늘까지 치솟은 눈부신 빛을 내뿜었는데 마치 빛기둥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격렬한 폭발음을 내면서 시신창의 창살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공간을 깨뜨리고 지극히 빠른 속도로 이태호를 향해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굳은 표정으로 다급히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을 발동하였다.현황종이 불시에 커졌고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떨어지면서 그의 주변에 황금빛 보호캡을 형성하였다.“콰앙!”황금빛 보호캡이 형성된 순간, 창살과 거세게 부딪쳤다. 이태호는 한순간에 큰 산에 부딪친 것처럼 천만 근의 압력을 느꼈다.공포스러운 창살의 충격을 받은 황금빛 보호캡에 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제길!’그는 속으로 욕하였다. 현재 상황이 긴급한 것을 알고 그는 곧
“체면은 사형이나 차리시죠!”:고준서가 발산한 기고만장한 위압에 이태호는 침착하게 냉소를 지었다.말을 마치고 나서 이태호의 체내에 있는 혈자리들은 순식간에 별처럼 반짝이었고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가 불시에 들끓기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다음 순간, 그의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고 연무대 상공의 진법을 뒤흔들어서 진법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두 성자급 수사의 기운이 서로 부딪치자, 연무대에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굉음이 폭발하였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나면서 주변의 공간이 찢어지고 갈라졌다.대전이 일촉즉발하자 고준서는 허공에서 두 손으로 주먹 형태의 허영을 만들고 이태호를 향해 내던졌다.현황의 기운으로 겹겹이 쌓인 주먹이 스쳐 지나간 공간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고 범상치 않은 기세로 날아갔다.이를 본 이태호는 망설임도 없이 육신에서 들끓은 기혈이 봉화처럼 타올랐고 대일쌍권을 시전하여 태양처럼 눈부신 주먹을 고준서 쪽으로 던졌다.“펑펑펑...”삽시간에 연무대에서 격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수많은 청색 돌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가루로 부서졌고 공간은 전투의 여파에 의해 무너졌다.그 공포스러운 충격파로 인해 연무대 상공의 방어진법은 휘청거렸고 수시로 붕괴할 것 같았다.지금 연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잔영은 번개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위치를 빠르게 바꾸면서 그림자조차 자세히 볼 수 없었다.두 사람이 연달아 백여 수를 주고받은 후 연무대의 중앙에 지름이 10장, 깊이가 2장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내서야 허공에 있는 두 잔영은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이태호는 뒤로 7~8보를 후퇴한 후 몸을 멈추었고, 맞은 켠에 있는 고준서도 6~7보를 미끄러진 후 발걸음을 멈추었다.이번 탐색전을 통해 이태호는 고준서의 실력이 자신보다 조금 강하다는 것을 대충 알아냈다. 고준서는 내공을 완성한 1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지만 전투력이 강해서 아마 3급 성자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이태호도 3급 성자
고준서의 실력도 약하지 않고 심지어 이태호보다 더 강하였다.한용운은 이태호의 승승장구한 기세가 이제 곧 꺾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같은 시각에 고공에서.제2봉 봉주 임중안, 제5봉 봉주 연태건 등은 연무대에 있는 고준서와 이태호를 보고그동안 마음에 맺혔던 원한이 싹 사라졌다.방금 맹동석 등이 자신들을 조롱하고 비꼬는 말들은 아직 연태건 등의 귓가에 사라지지 않고 들리는 듯했다.그래서 연태건과 임중안 등은 고개를 들고 옆에 있는 맹동석 등을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이번에도 이태호가 연무대에서 서서 내려올 수 있는지 보자.”9대 봉주 중에서 제1봉부터 제5봉의 봉주가 명확하게 고준서를 지지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다만 이태호와 기성우가 대결할 때 9대 봉주들이 내기를 걸었는데 이 다섯 봉주가 맹동석 등에게 져서 연태건 등이 앙심을 품게 된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이태호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아니나 다를까.맹동석 등이 연태건의 말을 듣자 안색이 확 변했고 분노가 찬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윤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렀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도 이태호가 고준서를 이긴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이태호가 너무 처참하게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차피 그들이 전에 이태호를 지지한 것도 이태호가 미래 종주의 자리로 올라가기를 바랄 뿐이었다.이태호가 1위로 되어 중주로 가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윤하영 등이 근심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연무대에 오른 이태호는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준서가 빠르게 연무대에 올랐다.“좋아, 배짱은 있네.”고준서는 아랫사람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이태호를 훑어보았고 후배를 가르치는 선배처럼 지시를 내리고 오만하고 건방진 말투로 말하였다.“아쉽지만 오늘 나를 만나서 1위는 바라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지금 패배를 인정하면 체면이라도 지켜줄게!”패배를 인정하라고?이태호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패배를 인정한 적이 없었다.이제
이태호는 말하고 나서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주변에 있는 천지의 영기는 불시에 몰려와서 계단을 형성하였다. 이태호가 허공에서 이 계단을 밟고 연무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갔다. 이윽고 그는 연무대에 올라갔고 고준서의 시선과 마주쳤다.두 사람이 모두 연무대에 올라간 것을 보자 공중에 있는 9대 장로는 일제히 손을 들고 영광이 번쩍이면서 진법을 다시 강화하였다.이태호이든 고준서이든 모두 성자급 수사로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연무대 위의 진법은 오직 9급 성황급 수사들이 싸울 때 발생한 여파를 막아낼 수만 있었다. 진법을 강화하지 않으면 두 성자급 수사가 싸울 때 생긴 여파는 진법을 파괴할 수 있고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는 관객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9대 봉주들이 연무대의 진법을 한바탕 강화한 후 주변에 있는 제자들은 낮은 소리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두 사형이 드디어 마주쳤어!”“한 명은 급부상한 천교이고 한 명은 상고시대 대능력자의 환생인 천교인데 누가 마지막에 이길 것 같지?”“내가 보기엔 이태호 사형이 힘들 것 같아. 물론 실력이 강해서 기성우도 그의 상대가 아니지만 고준서의 실력은 기성우와는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지. 그리고 상고시대에 있었던 성왕급 수사의 환생이니까 여러 가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 거야.”“나도 고 사형이 이길 것 같아. 아무래도 종문의 서열 1위인 진전 제자니까. 이 사형도 천부가 뛰어나지만 너무 늦게 입문했어. 몇 년이라도 일찍 입문했다면 두 사람의 실력이 막상막하로 됐을 거야.”“어려울 거야! 고준서는 성왕급 대능력자의 환생이고 현생에서 처음부터 다시 수련했지만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 없겠어?”“고 사형도 현황 신체(神體)를 가지고 있어. 그것도 신체 랭킹에서 상위 10위 이내에 드는 신체란다. 자질은 이태호 사형 못지않아.”“...”동문 제자들이 나지막한 소리로 논의하고 있었고 대부분은 여전히 고준서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이태호는 확실히 출중한 천부적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