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연주는 머리가 점점 더 흐리멍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태호를 빤히 쳐다보고는 큰 결심이나 한 듯이 이를 악물고 이태호의 손에 놓인 단약을 꿀꺽 삼켰다.이태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단약을 삼키자마자 진연주는 등 상처의 치유 속도가 선명하게 빨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까 자신이 삼켰던 단약은 종문 장로가 제작한 것인데 그 단약보다 몇 배 높은 효과가 있는 게 분명했다.“이 정도 속도로는 아직 턱도 없습니다. 이 단약을 먹고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테지만 상처가 낫을 때쯤이면 아마 그쪽이 기절해 있을 겁니다.”이태호는 재차 진연주를 쳐다보며 소견을 밝혔다.진연주는 자신이 이태호에 대한 오해가 컸고 비로소 그가 파렴치한 소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곰곰이 생각한 후 이태호에게 되물었다. “그럼 더 좋은 방법이 있어?”이에 이태호는 또 손바닥에 작은 도자기 한 병을 꺼내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자고로 먹는 약과 외용약 두 가지 약을 함께 사용해야 효과가 가장 좋다고 했습니다. 여기 외용약으로 쓰는 약가루가 있는데 연주 씨가 바닥에 누우면 제가 상처에 뿌리겠는데 약간은 따끔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야 하실 겁니다.”“그건 안돼. 네 말대로 한다면 내 등이 다 드러나야 하잖아?”진연주는 살짝 부끄러움을 느껴 순간적으로 손사래를 쳤다. 외간 남자에게 등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진연주의 반응에 이태호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목숨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연주 씨 등이 보이는 게 중요합니까? 현명한 판단 내려주십시오...”말이 끝나자 이태호는 일어나 동굴을 나가려 했다.그 모습을 본 진연주는 순간 당황해하며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그럼 이것만 약속해 줘. 이번 일은 절대 떠벌리고 다니지 마. 말하기만 해 봐. 넌 내 손으로 직접 죽여버릴 거야.”이태호는 속으로 중얼댔다. 이 진연주는 어떻게 백정연보다 더 보수적일 수 있지? 내가 그깟 등을 보자 했지 뭐 가슴을 보자 했나? 너무 호들갑을 떠는
그녀의 등 위쪽 상처는 이미 깔끔하게 사라졌고 새살이 자라나 흉터 하나 없이 완벽한 상태로 완치되어 있었다.다만 그녀의 등에는 어제 크게 다쳤다는 증명이라도 하듯 말라붙은 피딱지가 꽤 많이 남아 있었다.진연주는 등에 내려앉은 냉기를 느껴 걱정에 찬 눈빛으로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너, 너 어젯밤에 내가 기절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도 내가 왜 기절했지? 너, 너 나한테 허튼짓 같은 건 하지 않았겠지?”이태호는 어이가 없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는 재간이라도 있어요? 게다가 연주 씨가 기절한 건 부족한 끈기 때문이지 제 예측과는 상관없지 않겠어요? 그리고 제가 연주 씨에게 손을 댔는지 아닌지는 연주 씨가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진연주는 온몸의 신경을 끌어모아 이상 여부를 느껴보고는 자기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제야 그는 이태호를 아니꼽게 쏘아보고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어젯밤엔 정말 고마웠어. 보아하니 그쪽은 확실히 정직한 사람이야.”감사의 뜻을 밝힌 후 진연주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 나 지금 옷을 갈아입어야 하니까 잠깐만 자리를 비켜줄래?”이 말에 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진연주에게 되물었다. “등 위의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아직 마른 핏자국과 피딱지가 많은데 먼저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지만 동굴밖에 호수도 없고 게다가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숲속에서 씻기엔 너무 위험해. 누군가에게 들키는 건 이젠 사양이야.”이태호의 제안을 거절한 후 진연주는 고개를 숙여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번쩍 머리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아니면 이러는 건 어때? 딴 사람이 오지 못하게 네가 망을 좀 봐주면 안 될까?”이태호는 말문이 막혔다. 이 계집애를 보소. 어제까지만 해도 나를 늑대니 뭐니 하며 멀리하더니 이젠 나더러 망을 보라 한다고?이태호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동굴을 나와 왼쪽으로 500미터 정도 가다 보면 작은 호수
“5급 영과라고!”이태호는 진연주의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5급 영과라면 진연주가 죽을 각오로 요수한테 덤비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녀의 전투력이 뛰어나다 해도 9급 무황의 내공에 해당하는 영수의 상대로는 부족했다. 영수는 워낙 육체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강력하니까 9급 무황의 영수를 상대로 전투를 벌인다면 1급 존자 내공의 사람에게도 벅찬 상대였다. 8급 무황 내공을 겸비한 진연주가 크게 다치고도 남을 일이었다.“잠깐, 네 내공은...”진연주는 이태호의 내공이 존자 급이 아니냐고 물어보려 하다 지난번 이태호와 싸울 때 자기가 가면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그래서 그녀는 말을 바꾸어 딴 얘기를 꺼냈다. “아참, 네 내공은 무슨 등급이야? 나보다는 높겠지?”이태호는 진연주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웃으며 얘기했다. “저는 2급 존자입니다.”“잘됐네. 네가 가면 그 영수를 장난감 다루듯이 해치울 수 있겠어.”이태호의 내공 수준을 알게 된 진연주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환호했다.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이태호는 콧등을 만지작 거리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연주 씨, 아까 연주 씨가 목욕할 때 제가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망을 보는 일은 보잘것없는 사소한 일이지만 9급 무황 내공의 영수와 전투한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죠. 저에게 득이 되는 뭔가가 있지 않는 한 제가 굳이 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요?”진연주는 이태호를 쏘아보고 나서 자기의 계획을 털어놨다. “네가 그렇게 쉽사리 나서지 않을 줄 알았어. 걱정 마. 내가 큰 걸 선사하마. 그 나무에 달린 영과는 황금 천영과라 하는데 모두 세 알이 달려 있어. 일단 그 영과는 내가 발견했고 따는 과정에서 크게 다쳤으니 두 알은 내가 가져야겠어. 그리고 나머지 한 알은 영수와 싸운 네 보너스로 하자. 어때?”“한 알만 준다고요? 힘든 일은 다 내 몫인데 내가 두 알, 연주 씨가 한 알로 합시다. 솔직히 말해 연주 씨가 전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게
살기를 품은 한 쌍의 눈동자가 사나운 기운을 내뿜으며 이태호를 빤히 노려보았다.이태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손바닥을 벌려 예리한 검을 집어내 잡았다.그제야 태풍 광란의 늑대는 이태호가 위협적인 존재임을 감지하고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격렬하게 울부짖더니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영기의 칼날들이 허공에 하나둘 나타나 이태호를 향해 태풍처럼 맹렬하게 날아왔다. “너 어디서 많이 싸워 봤구나.”이태호는 늑대의 공격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듯이9급 무황 내공의 영수는 그도 태어나 처음으로 전투 상대로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 영수의 공격은 내공이 약한 사람들이 대처하기엔 너무나 벅찬 거센 공격이었다.이태호는 영수의 공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서 온몸의 영기를 검에 스르르 주입해 칼날들을 향해 힘껏 던졌다. “장미의 비!”이태호의 말이 떨어지자 순간 하늘에서 장미꽃잎이 살랑살랑 흩날리며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대박, 이렇게 아름다운 검술이 있을 수가!”진연주는 하늘에서 흩날리는 장미꽃잎을 바라보며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했다.“푸슝!”게다가 그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흩날리는 장미꽃잎은 그냥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공격력도 만만치 않아서 영기의 칼날을 순식간에 전부 부숴버렸다.거대한 체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엄을 자랑하던 태풍 광란의 늑대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나자 두 눈을 부릅뜨고 자기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하는 놀라움의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분명한 건 내공이 9급 무황에 해당하는 영수라면 영지도 매우 높아 이태호가 자기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늑대는 이태호의 실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주변의 공기가 진동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울부짖고 나서 더 많은 양의 태풍의 칼날을 만들어 냈다. 그 태풍의 칼날이 이태호를 향해 날아가고 있을 때쯤 뜻밖에도 태풍 광란의 늑
소리 지른 사람은 다섯 명 중 두목으로 보였다. 그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와 진연주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마 대장님, 저건 5급 영과예요. 저 영과를 신전 주인에게 바친다면 분명 엄청난 보너스를 받게 될 겁니다.”그중 영과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인 한 남자가 두목에게 일러바쳤다.“신전 주인!”이태호는 그 남자의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저놈들이 혹시 마왕 신전 사람들이 아닐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태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마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자 다섯 명이 전부 날아와 이태호와 진연주를 가운데 몰아넣고 빙 둘러쌌다.아까 이 5급 영과를 얼마나 강력한 영물이 지키고 있었는지, 더군다나 이태호가 어떻게 이 영과를 손에 넣었는지 그들이 알 길이 없었다.마 대장은 비열하게 웃으며 다가와 진연주를 빤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헉, 이런 미녀가 여기에 숨어있었네. 이따가 내가 많이 이뻐해 줄 거니까 즐겁게 놀아보자고.”그러자 두목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한 중년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마 대장에게 권유했다.“대장님, 우린 그냥 영과만 손에 넣으면 되지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까지 없지 않을까요? 너무 무리수를 두는 거 같은데요?”하지만 마 대장에게 이런 권유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중년 남자에게 다짜고짜 귀싸대기를 날리고 빨갛게 달아오른 남자의 얼굴에 대고 소리쳤다. “빌어먹을 놈아. 네가 대장이냐, 내가 대장이냐? 우리 모두 마왕 궁전에서 하루살이를 사는 사람인데 뭔 개소리를 치고 앉아있어? 어쩌다 이렇게 이쁜 미녀를 만나 이 대장님이 좀 즐겨보겠다는데 감히 네가 토를 달아?”“문택 씨, 괜찮아요?”이때 옆에 있던 40대 여성이 재빨리 다가와서 문택의 팔을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문택이라고? 설마?”이태호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문택이라면 문지성 부친의 이름이 아닌가? 설마 눈앞의 이 부부가 문지성과 문이화의 부모님이란 말인가?만약 이게 사
말을 마치자 마현석은 진연주의 늘씬한 다리를 보며 게걸스레 군침을 꿀떡 삼켰다.“이봐, 너 좀 섹시하다? 난 너 같은 섹시한 여자가 제일 좋더라. 좀만 기다려. 아저씨가 아주 멋있는 걸 보여줄게. 하하.”문택 부부를 제외한 두 남자 중 한 명도 똑같이 군침을 삼키며 말했다. “마 대장님, 대장님이 즐기신 후에 우리가 갖고 놀아도 되겠습니까?”다른 한 명도 말을 이어 나갔다. “맞아요. 대장님, 우리도 즐기게 해주세요. 대장님도 알다시피 우리도 오랫동안 여자를 만져보지 못했잖아요.”마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 크게 말했다.“좋아, 대신 이 남자는 죽이지 않고 생포해서 우리 마왕 신전의 노예로 부려 먹자. 이 계집은 아깝지만 다 놀고 죽여버리자. 괜히 신전에 끌고 갔다가 그림 속의 떡이 되지 말고. 신전 전주랑 그 장로들이 이런 미녀를 보면 지들이 즐기느라 우리에게 차려질 기회가 있기나 하겠어?”진연주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도 종문에서 인물로 꼽히는 중요한 사람인데 이렇게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겨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기가 차다 기가 차. 네놈들은 진짜 뒤지려고 아주 환장을 했구나.”말을 마치자마자 진연주는 주먹을 불끈 쥐고 솟구치는 영기로 주먹을 감쌌다.이태호는 전투할 준비를 마친 진연주를 보자 그녀에게 슬쩍 귀띔했다. “이 세 녀석은 죽여도 되는데 대신 저 부부는 죽이지 마요.”진연주는 왜 이태호가 아직도 이런 인간쓰레기들의 편을 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까 문택이라는 남자가 자기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던 모습이 생각나 이태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부르릉 꽝!”폭음이 몇 번이나 연달아 울리더니 잠시 후 마현석과 두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세, 세상에...”문택과 연유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마현석과 두 남자는 모두 순식간에 즉사한 것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문택 부부는 고작 1급 무황 내공이었고 시체가 된 세 명과 비교하면 내공 격차가 심
진연주도 예전에 이 안에 마왕 신전이라는 조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조직은 산수들을 잡아들여 영초 같은 것을 찾아달라고 윽박지른다고 하는데 매우 잔인하다고 한다.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직인지는 그녀도 잘 알지 못했다.이태호와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자세히 듣기 시작했는데 이 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분명했다.“왜요? 설마 그 독벌레 때문인가요? 나도 방금 그 대장한테 들었어요!”이태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하지만, 방금 그 대장을 이미 죽였어요. 설마 그가 그 독벌레를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요?”문택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말했다.“저기요, 그 대장을 죽인 건 맞아요. 대장은 작은 북을 가지고 있는데 매번 그 북을 흔들면 독벌레가 우리 몸 안에서 피와 살을 물어뜯어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있어요. 비록 그쪽이 대장을 죽여서 그자가 더는 우리를 괴롭힐 수 없지만, 그 독벌레는 여전히 우리 안에 있어요. 우리는 3일에 한 번씩 전주가 장로들에게 주는 마왕 알약을 받아야 하는데, 사실 그건 독벌레를 통제할 수 있는 약일 뿐이에요.”그러던 문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우리가 이 약을 받지 않는다면 독벌레가 우리 몸속에서 끊임없이 우리 몸을 물어뜯고 오장육부를 파괴할 거예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고통받다가 끝날 거고요.”그러자 진연주도 참지 못하고 주먹을 쥐고 화를 버럭 냈다.“이 마왕 신전 사람들도 정말 괘씸해요, 이런 비열한 수단을 써서 다른 사람을 통제하다니.”연유희 역시 어쩔 수 없는 표정이었다.“저희도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왕 신전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의 내공이 높지 않아 그들에게 잡혔어요. 그자들은 우리에게 그 독벌레를 먹였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왕 신전에 복종하게 되었어요. 또한 숲에서 영초를 찾아주고 심지어 새로운 산수까지 찾아 마왕 신전의 제자가 되게 했습니다.”진연주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우리 종중에
연유희도 한마디 보탰다.“그런 북은 전주가 만들 수 있으므로 그 특수한 북을 쳐서 몸속의 독벌레가 우리 몸을 괴롭힐 수 있어요. 하지면 남겨두면 아직 쓸모가 있으니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잠시 뜸을 들이던 연유희가 서글프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가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구차하게 살아온 것은 언젠가 도망쳐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완전히 희망을 잃었어요.”문택은 생각한 후 손바닥을 뒤집어 영초 몇 뿌리를 꺼내 이태호에게 건네며 말했다.“이태호 씨, 이건 내가 지닌 모든 영초인데 다 줄게요. 이태호 씨가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연유희도 영초를 꺼내 이태호에게 건넸다.“그래요, 받아요. 우리 아들과 딸의 현재 상황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 이태호 씨가 돌아가면 그들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전해줬으면 좋겠어요.”이태호는 생각 끝에 상대방이 전해주는 영초를 직접 거두어들였다.“정, 정말 받는 거예요? 그들이 영초를 찾으러 왔는데 영초가 없이 돌아가면 벌을 받지 않겠어요?”옆에 있던 진연주는 이태호가 상대방의 영초를 정말 받은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경멸의 눈빛을 지었다. 이 녀석은 너무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이 두 부부가 이렇게 비참한데도 이 녀석은 그들의 영초를 받을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다.이태호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나는 두 분을 위해 그 마왕 신전 전주를 죽일 거예요. 여러분을 위해 마왕 신전을 제거하려니, 이 영초는 그에 따른 혜택이라고 생각할게요.”“스읍!”진연주는 멍해졌다. 이태호 이 녀석이 마왕 신전 전주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정말 실력이 있는 것 같았다. 방금 그 9급 무황의 태풍의 광란 늑대를 쉽게 처리하지 않았던가? 이 녀석의 실력은 그야말로 변태다.“이태호 씨, 농담하는 거 아니죠?”문택은 이태호의 실력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
연공방에서 이태호는 단전 속의 삼색 연꽃을 바라보면서 거기서 발산한 파멸의 기운을 느꼈고 마음은 기쁨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청련 신통을 소성의 경지로 수련함으로써 위력도 한 단계 더 높아졌다.지금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추가되어 이태호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곧 열릴 성공 전장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예전에 종문의 전적이나 몇몇 장로를 통해 성공 전장의 잔혹함에 대해 들었다.창란 13주에서 천남, 서역, 동황 등은 인간들의 집거지이고 만리빙원 등 극한 지대에도 생명체가 존재하였다.그러나 유독 성공 전장은 천하의 금지 구역이라고 불리며 살아있는 인간은 없고 생명체는 모두 멸종되었다.이곳은 옛날 상고 시대의 진선이 대전을 진행하고 나서 형성된 폐허 유적지로 수많은 깨진 규칙 조각과 허공 난류가 들어있다.성자급 수사라도 자칫하면 끝없는 허공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물론 위험은 흔히 기연과 병존한다. 성공 전장은 생명의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안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절세의 보물들도 있다.게다가 신선으로 되는 비밀이 들어있다는 소문도 있다.수만 년 전부터 신선으로 되는 길이 점점 모호해졌고 신선으로 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으며 수많은 성황급 수사는 필사적으로 족쇄를 끊고 비승하려고 하였다.그래서 각 세력은 각자의 제자들을 파견해서 성공 전장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신선으로 되는 비밀을 찾도록 하였다. 적어도 일부 절세의 보물을 찾아서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였다.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성공 전장에서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고 잔인해졌다.전에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어서 천남 지역의 젊은 세대들을 제압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성지의 천교들에 비하면 여전히 뒤떨어져 있었다.중주 성지의 성자, 동황 상고 세가의 신자, 북해 만족 황금혈맥(黃金血脈)의 소주, 대리황조의 황자, 서역 뇌음사(雷音寺)의 불자, 뇌택의 땅의 요족(妖族) 소주 등은 모두 천교 중의 천교라고 할 수 있다. 절대로 천남과 같은 작은 곳의 천재가 비교할 수 있
선우정혁이 손을 들고 금제 진법을 향해 한 줄기의 현광을 내뿜었다. 금제가 풀리자 그는 극빙염을 꺼내서 이태호의 앞에 내밀었다.물빛 화염이 허공에서 일렁이는 물결과 같은 파동을 일으킨 것을 보고 선우정혁은 이영화의 유래를 천천히 설명하였다.“이 극빙염은 2천여 년 전에 우리 태일종의 한 장로가 북해에서 유력할 때 우연히 얻은 것인데 종문 내에 불속성의 공법과 신통을 수련한 자가 없어서 계속 보물 창고에 보관되었어.”태일종의 제자들은 주로 수련한 태일보서는 가장 중정평화(中正平和)한 특성이 있으며 천품 무기 신통들도 위력이 대단한 대현황경금 검기와 같은 것들이었다.그래서 불속성 공법을 수련한 제자가 없는 상황에 이 극빙염은 계속 보물 창고에 둘 수밖에 없었다.이번에 선우정혁이 이태호가 천지의 영화를 찾고 이화 성왕의 불속성 신통을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극빙염은 아마 계속 보물 창고에 있을 것이다.눈앞에 있는 극빙염을 보자 이태호는 사양하지 않고 손을 휘젓자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뿜어내면서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영화를 손에 넣었다.극빙염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이태호는 주변의 영기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윽고 극한의 추위가 덮쳐오면서 그가 영화를 들고 있는 손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얼어버렸고 체내의 영기마저 약간 정체된 것 같았다.그래서 이태호는 두말없이 몸에서 2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발산해서 단번에 극빙염을 진압하였다.그는 주변의 영력이 모조리 태워버릴까 봐 재빨리 천지의 힘으로 극빙염을 감싸서 단전 내에 집어넣었다.이태호가 극빙염을 제압한 것을 본 선우정혁은 여유롭게 턱밑에 자란 희끗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됐네. 물건을 모두 너에게 줬으니 빨리 돌아가서 흡수해서 단련해. 네가 극빙염과 융합한 후 성공 전장에서 빛을 발하고 우리 태일종의 이름을 날렸으면 좋겠어.”그는 이태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이에 이태호는 곧바로 포권을 취하고 공손히 말하였다.“종주님,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돌아가서 극빙염
이태호가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선우정혁이 움직였다.그는 손을 내밀고 푸른색 방패를 향해 손가락을 오므리자 방패가 날아왔다.방패를 잡은 선우정혁은 이태호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이 청광순(靑光盾)은 유성선금(流星仙金)에 후토정기(厚土精氣), 그리고 여러 가지 정금(精金)을 혼합해서 만들었어. 상급 영보에 속하고 방어력이 좋은 편이야.”이에 이태호는 손을 내밀어서 청광순을 받고 신식으로 천천히 훑어보니 확실히 선우정혁의 말대로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었다.실제로 방어형 영보는 공격형 영보처럼 보편적이지 않았다.일반적으로 방어형 영보를 정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공격형 영보에 비해 훨씬 비싸고 수량도 매우 적었다.“좋네요.”청광순을 자세히 살펴본 후 이태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선우정혁은 웃으면서 말했다.“이건 상급 영보에 불과하지만 천지의 힘을 주입한 후 형성한 후토 방어막은 9급 성자 경지의 수사라도 당장 뚫기 어려울 거야.”“종주님의 깊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보답할 길은 없지만 이번 성공 전장에서 꼭 태일종의 체면을 세워주겠습니다!”이태호는 기쁜 마음으로 청광순을 사물 반지에 넣자 선우정혁은 눈을 부라리면서 호통을 쳤다.“이 영보를 가져가려면 7급 파경단을 두 번 정제해야 할 것이야.”“...”이에 이태호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선우정혁이 눈을 부릅뜨고 말하는 것을 보자 이태호는 어이없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종주님이 생각보다 쪼잔하시네요. 저는 공짜로 주신 줄 알았어요.”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얼굴을 실룩거리다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이태호를 노려보고 말했다.“상급 영보가 흔한 줄 알아? 네가 종문의 천교 제자이고 방어 영보가 박살 나지 않았다면 네 요구를 들어줄 것 같아?”종문은 자선당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제자의 영보가 망가졌더라도 새것으로 바꾸려면 동등한 가치의 영석(靈石)이나 보물을 내놓아야 했다.이번에 이태호가 곧 성공 전장에 들어간다길래 할 수 없이
반대로 이태호가 말썽을 잘 일으켜서 골치가 아팠다.이제 입문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그는 동문의 기성우를 비롯한 여러 명의 천교를 격살했다. 선우정혁이 강력하게 지지하지 않았다면 이태호는 벌써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이다.화를 잠시 멈추고 선우정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종문의 보물 창고에 확실히 상급 방어 영보가 하나 있어. 하지만 종문에서 공짜로 못 주지.”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잠깐 망설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넌 단당 장로로서 강의를 한 번만 했고 연단 임무를 한 건도 완성하지 않았어. 이번에 반드시 7급 파경단을 많이 만들어서 교환해야 할 것이야.”이에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7급 파경단을 정제하는 것이 조금 어렵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었다. 방어 영보와 교환할 수만 있다면 된다.그래서 이태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좋아요. 저에게 이틀만 주시면 7급 파경단을 정제해 드리겠습니다.”중급 7급 연단사로 진급한 후 그의 단도 경지가 많이 높아져서 중급 7급 단약의 성공률이 7할 이상으로 되었다.7급 파경단은 중급 7급 단약이지만 얼마 전에 이태호가 한번 정제한 경험이 있었다.이태호가 두말없이 받아들이자 선우정혁은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고 일어섰다.“그럼 날 따라서 종문의 보물 창고에 가자.”말을 마친 선우정혁은 이태호를 휙 훑어보고 말했다.“마침 종문의 보물 창고에 한 송이의 극빙염(極氷焰)이 있어.”극빙염?이태호는 한순간에 멍해졌다.극빙염은 영화 랭킹에서도 18위를 차지한 천지 영화로서 북해(北海)의 깊숙한 곳에서 자라며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지극히 뜨거운 특성을 갖고 있다.지극히 차가울 때는 원신을 동결할 수 있고 내공을 녹아버릴 수 있으며 수명의 유실을 멈추고 시간의 흐름을 피할 수 있었다.그러나 지극히 뜨거울 때는 원신을 불태울 수 있다. 용천혈 아래서 타오르기 시작해서 니환궁까지 침투하여 오장육부가 재로 되고 사지가 모두 부패하게 할 수 있었다. 극빙염은 서열이 구유이화보다 높은
이태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맞아요!”그는 태일종의 종주 선우정혁에게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했다.아니나 다를까 선우정혁은 이태호가 신통을 수련해서 이상 현상을 일으킨 것을 알게 된 후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넌 정말 운이 좋군. 이화 성왕의 무기(武技)를 성공적으로 수련했다니.”감개무량한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눈앞의 이태호가 얼마나 대단한 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이화 성왕의 청련 신통은 하늘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불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것은 과거에 천남을 뒤흔든 무기로서 천품 무기 중에서도 최상급 존재였다.만 년 전에 이화 성왕이 성황 경지로 돌파할 때 실패하고 좌화한 후로부터 수많은 수사가 기대를 가득 품고 이 공법을 찾으려고 애썼다.당시 성왕급 수사도 청련 신통이 탐내서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무도 이화 성왕이 좌화한 동부의 입구를 찾지 못했다.얼마 전에 창망산맥에서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성왕의 유적지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났다.이 유적지에서 이태호가 공법을 전승받은 후 지금까지 몇 달밖에 안 되었다.며칠 전에 이태호가 종문의 미션궁에서 천지의 영화를 찾는다는 소식을 발표한 사실도 선우정혁은 알고 있었다. 지금 보니 그때가 바로 이태호가 청련 신통을 수련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선우정혁의 칭찬을 들은 이태호는 수줍게 웃으면서 대전에 안내하였고 시녀에게 따뜻한 차를 올리라고 하였다.반듯하게 의자에 앉은 이태호는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신 후 말했다.“종주님께서 무슨 일로 요광섬에 오셨나요?”이에 선우정혁은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우리 이태호 천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 현상을 일으켜서 어떻게 된 일인지 보러 왔지.”선우정혁의 말에 이태호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선우정혁이 무슨 요건이 있어서 찾아온 줄 알았는데 이상 현상 때문에 올 줄이야.그는 웃으면서 말머리를 돌려서 10일 후에 열릴 성공 전장을 언급했다.“종주님, 성공 전장이 곧 시작하는데 제가 조씨 가문과 깊은
“후~ 이것이 바로 청련 신통인가?”이태호는 채색 청련을 바라보면서 탁한 기운을 길게 내뱉었다.그는 4급 성자 경지의 수사일지라도 청련 신통의 일격을 맞으면 중상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다시 조광학, 조해룡 등과 마주하게 된다면 혼돈 검영을 사용할 필요 없이 청련 한 송이만 던지면 그들을 재로 태워버릴 수 있다.이태호는 흥분한 심정을 가라앉히고 나서 입을 벌리자 채색 청련이 순식간에 작아져서 그의 입으로 날아들어 단전 내로 돌아왔다.그러고 나서 이태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두 가지 영화만 융합했는데 4급 성자 경지의 수사를 다칠 수 있는 수준이니 세 번째 영화와 융합하면 위력이 더 대단하겠지? 그때 가서 5급 성자 경지의 수사라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거야!’그는 벌떡 방석에서 일어나서 손가락을 짚으면서 성공 전장이 열릴 시간을 계산하였다.“아쉽지만 성공 전장이 열릴 시간이 며칠밖에 안 남아서 세 번째 영화를 찾을 겨를이 없네.”며칠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수 있기에 새로운 영화를 찾기엔 부족했다.게다가 천지의 영화는 수량이 적고 형성한 조건도 까다로워서 창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영물이었다.과거에 천남을 주름잡던 이화 성왕 같은 성왕급 대능력자도 겨우 네다섯 가지 영화만 융합하였고 청련 신통을 대성의 경지까지 수련하지 못했다.그러나 이태호는 자기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청련 신통을 천지를 파멸시킬 수 있는 대성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그는 이미 두 가지 영화를 융합하였기에 이제부터 다른 영화를 천천히 찾으면 된다.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이태호는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왔다.그가 나오자마자 신수민, 대장로 등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요광섬에 있는 이들은 당연히 방금 나타난 이상 현상을 보았다.이태호가 폐관해서 청련 신통을 수련하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은 그가 성공적으로 청련 신통을 수련했고 실력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장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태호
이와 동시에 제1봉, 제2봉, 제3봉에서...지금 아홉 봉우리의 대전 내에서 9대 봉주들은 연달아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고 하늘에 나타난 이상 현상을 바라보았다.제7봉의 맹동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다.“설마 이 도우가 또 돌파한 건가?”지난번에 요광섬에서 천지의 이상 현상이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 또 나타나서 맹동석은 이태호가 천도(天道)의 아들이 아닌가는 의심까지 들었다.제6봉의 윤하영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아름다운 얼굴에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야. 어떻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 현상을 일으킬 수 있지?”사실 윤하영은 이태호가 상고 시대의 진선(眞仙)이 인간계로 내려와서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이태호가 입문한 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이미 네다섯 번의 이상 현상을 불러일으켰으니까.이태호가 신체(神體)를 각성했지만 신체가 돌파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눈앞에 펼쳐진 천리까지 뒤덮을 수 있는 이상 현상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역시 잘난 사람과 비교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윤하영은 과거에 자기가 돌파할 때 나타난 상황을 돌이켜 보니, 성자 경지로 돌파할 때 천둥번개를 일으킨 것 외에 모두 정상이었다.이태호처럼 자주 하늘을 가득 찬 이상 현상을 일으킨 적이 없었다.충격을 받은 9대 봉주들은 정신을 차린 후 모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부러운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한편으로 제1봉의 대전 내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선우정혁은 눈을 꼭 감고 있었고 그의 주변에 있는 공간이 어렴풋이 뒤틀어져 있었으며 그의 청색 장포는 광풍에 휩쓸 듯 팽팽하게 펄럭거렸다.두 갈래의 하얀 안개가 선우정혁의 앞에서 소용돌이치면서 허공의 틈새에서 드러난 지수풍화(地水風火) 등 원소를 삼키고 토해내면서 신기한 광경을 이루었다.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허공을 꿰뚫어 볼 수 있듯이 만리나 높은 고공에서 발생한 자주색 기운의 이상 현상을 바라보았다
각 종문의 천교가 의식적으로 수련 속도를 늦추고 기초와 육신을 단련하려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그러나 지금 이태호는 시간을 낭비하면서 기초를 단련하고 영기를 정제할 필요가 없었다.그가 청련 신통을 입문 수준으로 수련하기만 하면 시시각각 육신과 영기를 정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흥분한 마음을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고 곧바로 신식을 조종하면서 두 영화를 융합시키려고 노력했다.잠시 후에 두 영화가 마침내 사라졌고 오직 다채로운 빛을 발산한 채색 청련만 남아서 단전 내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순식간에 이 채색 청련에서 거대한 힘을 내뿜으면서 단전을 뒤흔들었고 파도가 높이 치솟게 하였다.“드디어 입문했다!”채색 청련이 형성된 것을 본 이태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 그는 입문 후 외부의 하늘에 있는 무수한 천지의 힘이 밀물처럼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런 팽배한 천지의 힘은 그의 경맥을 따라 움직였고 혈자리를 지나면서 사지로 퍼졌고 마지막에 그의 단전 내로 흘러 들어왔다.몇 주천(周天)을 운행한 사이에 그는 내공이 조금 늘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이에 이태호는 미친 듯이 기뻐하였다.“신통이 입문된 후 천지의 힘에 대한 깨달음과 흡수도 더욱 빨라졌어!”청련 신통은 천지의 영화를 흡수해서 수련한 것이고 천지의 영화는 천지 간에 탄생한 영물로서 자체의 도운과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이태호가 천지의 영화를 흡수한 후, 천지의 힘에 대한 깨달음이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기쁨을 금치 못한 이태호는 가볍게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오므리자 고온의 불꽃을 타오르는 채색 청련이 곧바로 그의 앞에 나타났다.청련 위에는 허공을 태울 수 있는 듯한 기류가 거세게 일렁거렸다. 바로 이때 요광섬의 상공에서 천지가 불시에 변색했다.허공에서 혼돈이 열리지 않는 상태에서 수많은 금련이 피어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서 하늘에서 꽃이 우수수 떨어졌고 금련이 솟아났으며 노을빛이 하늘에 가득 찼고
이를 본 이태호는 매우 기뻐했다.지금 구유이화와 대일진화는 이미 서로 융합하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머지않아 진정으로 천품 신통을 입문 수준으로 수련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묵묵히 공법을 운행하면서 수련하기 시작했다.청련 신통은 이화 성왕이 창조한 것으로 천품 무기(武技)에 속한다.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신통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천지의 영화를 삼키고 흡수하기만 하면 허공을 파하고 천지를 뒤집히며 별과 달을 딸 수 있는 경지로 수련할 수 있다.과거에 이화 성왕이 바로 이 신통으로 천남 지역을 주름잡았고 중주 지역의 수사도 그의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이화 성왕은 성황 경지로 돌파하다가 실패해서 마지막에 좌화(坐化)하였다. 만일 그의 자질로 성황급 수사로 되었다면 아마 명성이 창란 세계에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이런 천품 무기 신통의 위력은 지극히 공포스러웠다. 심지어 이태호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한 비장의 무기인 혼돈 검영도 대적할 수 없었다.그의 혼돈 검영은 자체의 혼돈 검의와 대현황경금 검기가 융합하였고 수많은 천지의 힘의 도움을 받아서 탄생한 것이다. 이태호의 내공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이제 2급 성자 경지라 혼돈 검영의 위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다.다시 말하면, 혼돈 검영의 위력은 이태호의 내공 경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실력이 강할수록 혼돈 겸영의 위력도 강해진다.그러나 청련 신통은 이와 달리 천지의 영화를 많이 흡수할수록 위력도 강해진다.단전 내의 두 가지 영화가 서로 융합하자, 그가 가까스로 입문 경지에 수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청련에서 무시무시하게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였다.시간의 흐름에 따라 두 가지 영화가 서로 융합하면서 금청색의 연꽃을 형성하였다. 그의 중급 영보와 비교할만한 육신은 지금 단전 내의 청련에 의해 단련되어서 온몸의 기혈이 들끓었으며 피가 세차게 흘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