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연은 순간 머쓱한 표정으로 백지연을 흘겨보며 말했다.“지연 씨, 헛소리하지 마요. 제 내공이 높다뇨? 전 태호 오빠와 비교할 수도 없는데요. 이태호 씨는 저보다 내공이 훨씬 높다고요.”범용과 전창민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피식 웃었다. 백정연은 그곳에서 오랫동안 지낼 생각인 듯했다. 게다가 그들의 신전 주인님을 태호 오빠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걸 보니 사모님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사모님이 될지도 몰랐다.“참, 범 당주, 여기는 어쩐 일이래요?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신수민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자 궁금한 듯 물었다.범용은 그제야 그 전의 일들을 신수민에게 얘기했다.“좋네요. 또 파벌 하나를 찾았다니. 하하, 또 식구가 많아지겠네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신수연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류서영이 말했다.“아직 찾은 건 아니에요. 그냥 정보만 알아냈을 뿐이죠. 지금 그들의 상황이 어떤지는 몰라요. 그리고 저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제갈 가문 사람들이 여전히 그들을 추격하고 있대요.”“흥, 제갈 가문인지 뭔지 그렇게 강하대요? 감히 양의당 사람들을 죽이려 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네요!”백지연은 주먹을 꽉 쥐면서 씩씩거리며 말했다.연희가 진지하게 말했다.“저희가 알아봤는데 제갈 가문에는 1급 무황 한 명과 2급 무황 한 명이 있대요. 아주 강대한 세력인 셈이죠. 비록 종문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은밀한 가문 중에서는 꽤 강한 편에 속해요.”“설마요. 2급 무황이 있다고요? 그렇다면 군신과 통령과 비슷한 급 아닌가요?”백지연은 다소 놀란 듯했다.“예전에는 제갈 가문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그렇지 않으면 왜 은밀한 가문이라고 부르겠어? 은밀한 가문이라면 사람 수도 적지 않을 거야. 한 개 가문에는 적어도 수백 명, 수천 명이 있을 거야. 그들은 저력도 있을 거고 그 저력만으로도 속세를 초월하고 다들 열심히 내공을 쌓으려고 노력하지. 그들은 속세의 일에 전혀 관여하
“뭐라고요? 그렇게 위험하다고요?”백지연은 그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렇다면 전 따라갈 수 없겠네요.”신수민도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네. 비록 재밌어 보이긴 하지만 말이야. 나도 꽤 가보고 싶긴 한데 우리가 따라가면 도움은커녕 오히려 태호 씨 발목을 붙잡겠네.”그 말을 들은 류서영이 옆에서 설득했다.“사모님, 그곳은 정말 위험해요. 비록 주인님은 사모님들을 보호할 능력이 되지만 그곳에 놀러 가는 것은 아니니 사모님들이 가신다면 좋지 않을 것 같아요.”이태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 혼자 가면 돼.”옆에 있던 백정연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내공이 낮지 않았고 이태호와 함께 가고 싶었다.그러나 그녀는 함께 가자고 말하기 힘들었다. 이태호의 부인인 신수민과 백지연도 가지 않는데 그녀가 어떻게 따라가겠다고 나선단 말인가?백지연은 옆에 있던 백정연을 살펴보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어머, 태호 오빠. 우리는 따라갈 수 없지만 정연 씨는 따라갈 수 있잖아요? 정연 씨가 가면 딱 좋겠네요!”신수민도 백정연이 이태호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말했다.“맞아. 정연 씨는 내공도 높잖아. 정연 씨가 함께 가면 도움이 될 거야. 태호 씨 혼자 거기에 가면 심심할 수도 있잖아?”이태호는 진땀을 뺐다. 백지연과 신수민은 정말 대담했다. 남녀 둘이 매일 같이 붙어있게 할 생각을 한다니.이태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신수연이 말했다.“그러네요. 정연 씨는 여기서 형부를 며칠 동안 기다렸어요. 형부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연 씨와도 겨우 몇 시간 봤을 뿐인데 이렇게 정연 씨를 버려두고 혼자 떠나려고요? 형부는 정연 씨와 얼마 있지도 않았잖아요.”이태호는 순간 아찔해졌다. 그는 신수연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수연 씨, 무슨 헛소리예요? 버리다뇨? 제가 아내를 버리는 책임감 없는 남자인 것처럼 말하네요.”신수연은 그제야 자신의 언행이 조금 지나쳤다는 걸 의식하고 입을 가리고 웃었다.“하
그들은 두 사람이 단둘이 외출한다면 분명 사랑에 빠질 거라고 믿었다.“콜록콜록, 그러면 다들 왔으니 오늘 저녁엔 같이 밥이나 먹죠. 오늘 다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으니 축하하는 셈 치자고요.”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범용 등 사람에게 말했다.범용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사양하지 않을게요.”신수연이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가 하는 그 레스토랑으로 가요. 저번에 형부 데려갔을 때 마 통령의 아들 때문에 기분을 잡쳤었는데 이번에는 즐겁게 놀자고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수연 씨가 사는 거죠?”신수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럼요. 별거 아니네요. 다들 제가 하는 레스토랑에 간다면 오히려 제 체면을 살려주는 거죠. 여러분 모두 지금 남운시에서 거물이잖아요.”범용과 전창민 등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지금 내공이 높았고 파벌에도 강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처음에 남운시에서 그들을 모르는 세력들이 자주 시비를 걸어왔었는데 그들의 실력을 알고 난 뒤로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저녁때, 그들은 밥을 먹으러 갔다. 모레 이태호와 떠나기 때문에 백정연은 아주 기쁜 듯했고 결국 저녁을 먹을 때 흥을 참지 못하고 술을 꽤 많이 마셨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신은재가 이태호의 앞으로 달려갔다.“아빠, 아빠. 엄마가 그러던데 아빠가 아주 위험한 곳으로 간대요. 진짜예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곳은 내공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곳이야. 하지만 아빠에게는 위험한 곳이 아니지.”그 말을 들은 신은재는 웃으며 말했다.“네, 알아요. 아빠는 최고로 강하니까 분명 문제없을 거예요.”이태호는 신은재를 안고 말했다.“은재야. 집에서 엄마랑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 해. 아빠가 너에게 알맞은 단약 몇 알을 엄마에게 줬어. 네가 단약을 쓸 때가 되면 엄마가 주실 거야.”신은재는 기쁜 얼굴로 이태호의 뺨에 뽀뽀했다.“고마워요, 아빠. 저 열심히 수련해서 아빠처럼
이태호가 신수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백지연은 백정연을 옆으로 끌고 가서 말했다.“정연 씨, 우리 다 여자니까 그 마음 알아요. 저랑 수민 언니도 정연 씨가 진심으로 태호 오빠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챘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백지연은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이번이 좋은 기회예요. 꼭 이 기회를 잡아야 해요.”백정연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두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 거예요?”“당연하죠. 우리가 신경 썼다면 정연 씨에게 이런 말을 했겠어요?”백지연은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단둘이 있을 테니까 이 기회를 틈타 거리를 확 좁혀야 해요. 또는 신분을 아주 확실히 해야 해요. 태호 오빠는 좀 무뚝뚝하고 고지식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분명 설렐 거예요. 저도 먼저 태호 오빠를 좋아한다면서 쫓아다녀서 성공한 거예요.”그 말을 들은 백정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빛내며 자신감이 생겼다.“정말요? 그런데 이제 곧 떠나야 해서 시간이 없네요. 다시 돌아오게 되면 꼭 얘기해줘요. 어떻게 성공했는지!”백지연은 씩 웃으며 말했다.“하하, 사실 별거 없어요. 그냥 얼굴에 철판 깔면 돼요.”백정연은 빨간 입술을 깨물었다. 얼굴에 철판을 까는 건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었다.백정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백지연에게 물었다.“지연 씨, 노하우 같은 건 없어요?”백지연은 백정연을 훑어보다가 말했다.“그건 정연 씨 스스로 알아봐야 해요. 어쨌든 기억해요. 꼭 적극적이어야 해요. 섹시한 옷을 입어도 괜찮아요. 남자들은 감성적인 동물이고 정연 씨는 또 예쁘잖아요. 태호 오빠가 같이 가자고 한 걸 보면 정연 씨를 적어도 싫어하지 않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건 분명 기회예요. 그러니까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쑥스러워하지도 말고요. 알겠죠?”“정연아, 이만 가자.”이때 이태호가 백정연을 불렀다.백정연은 웃으면서 백지연에게 말했다.“그러면 전 먼저 가볼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전 비록 뻔뻔하지는 못하지만 한 번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이건
“그래. 사람이 없는 곳에 가야 해. 누군가 보기라도 한다면 놀랄까 봐서 말이야.”이태호는 웃으며 혼자 앞서갔다. 그는 자신의 말 때문에 백정연이 뒤에서 망상을 하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백정연은 어이가 없었다. 이태호는 그래도 점잖아 보였는데 이렇게 마음이 급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문득 백지연이 전에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이태호는 겉으로는 점잖은 척해도 사실은 설렜을 거란 걸 말이다. 그것은 일종의 암시였다. 이태호는 분명 가벼운 남자일 것이다. 백정연은 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되어 불편했다. 심지어 이태호는 지금까지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숲속으로 가서 그런 짓을 할 생각인 듯했다.백정연은 조금 망설여졌다. 그녀는 이태호와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길 원했지만 이런 속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그녀는 이태호의 뒤를 따르면서 걸음이 점점 더 늦춰졌다. 그녀는 자신의 처음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호텔, 그것도 안 되면 모텔, 심지어 숨겨진 동굴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이런 숲속에서 처음을 경험해야 한다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너도 다른 사람들이 놀랄까 봐 걱정돼?”백정연이 말했다.“그렇다면 다음에 해요. 전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그러나 이태호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다.이태호는 고개를 돌려 백정연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재촉했다.“정연아, 왜 그렇게 늦게 걸어? 얼른 와. 난 기다리지 못하겠다고. 혼자서 뭘 중얼거리고 있어? 걸음도 느리고 말이야!”백정연은 정신이 아찔했다. 이태호는 아주 성급했다.‘세상에.’이때 백정연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러나 그녀는 이태호를 사랑했고 만약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가 화를 내거나 언짢아해서 다음번에는 자신을 찾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백정연은 무척 망설였다.드디어 한 곳에 도착해서야 이태호는 그제야 멈춰 섰다. 그는 몸을 돌려 다가오는 백정연에게 말했다.“여기에서 하자. 여기 사람이 없으니까.”백정연은 식은땀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백정연은 순간 뻘쭘해졌다. 그녀는 이태호가 가리킨 게 비검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를 아주 크게 오해했다.이태호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알아챌까 봐 두려웠던 백정연은 곧바로 비검 위로 뛰어오른 뒤 화제를 돌렸다.“이 비검 정말 멋진데요? 보기에도 예쁘고요. 속도는 어때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엄청나게 빨라.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급한 게 아니니 너무 빨리 날 필요는 없어.”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영기와 정신력을 발아래 비검에 주입하여 천천히 허공에 뜬 뒤 순식간에 먼 곳으로 날아갔다.“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비검 위에 서서 구름을 바라보던 백정연은 감탄했다. 비검은 속도도 빠르고 소모하는 영기도 많지 않은 걸 보니 보물이 확실했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지금 이 속도는 이 비검의 최고 속도의 반도 안 돼. 이건 9품 영기이고 이름은 혈살검이야.”“9품이라니, 세상에. 제가 아는 영기들은 기껏해야 4품이나 5품 정도인데 무려 9품 영기라니 놀라워요.”백정연은 다시 한번 놀라워했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런 영기는 우리 풍월종에는 없어요.”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뭔가 떠올린 건지 이태호에게 물었다.“이런 보물을 꺼내서 제게 보여주다뇨, 빼앗길까 봐 두렵지 않아요? 이런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게 좋아요.”이태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빼앗긴다고? 그것도 네게 빼앗을 능력이 되어야 빼앗는 거지.”백정연은 진땀을 뺐다. 그녀는 이태호가 이걸 자신에게 보여준 이유가 이것이 비록 중요한 보물일지라도 그녀를 믿기 때문에, 그녀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사실 이태호는 단지 그녀의 실력을 얕보는 것뿐이었다.이때 이태호가 한 마디 보탰다.“그리고 넌 그럴 사람이 아니잖아. 난 너에게 3품 단약을 줘서 네가 내공을 쌓을 수 있게 도와줬는데 설마 은혜를 원수로 갚을 건 아니지?”백정연은 마음이 따뜻해져서 웃으
이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너 종문에서 지위가 높은가 보네.”백정연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제가 종주 딸이거든요. 제가 나와서 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이태호는 살짝 당황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 풍월종 종주 딸이었구나. 하하, 그건 의외네. 예전에 얘기한 적 없잖아.”백정연은 비검에 앉아서 말했다.“물어본 적도 없는데 제가 왜 먼저 말하겠어요? 제가 먼저 제가 종주 딸이라고 얘기했다면 제가 자랑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종주 딸이든 아니든 뭔 상관이에요? 그렇죠?”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 우리 둘이 친구라는 데 전혀 영향 주지 않지.”두 사람은 잠깐 대화를 나눴고 백정연은 화제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렇게 넓지 않은 비검 위에서 조금 어색해졌다.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참, 태호 오빠. 저한테 수민 씨, 지연 씨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얘기해줄래요? 연애했을 때는 어땠는지 얘기해줘요. 그거 꽤 재밌을 것 같아요.”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고 너도 외부인은 아니니 얘기해줄게.”백정연은 그 말을 듣자 기뻤다. 외부인이 아니라는 걸 보면 그와 그녀가 그런 사이라는 걸 인정한 게 아닐까?그러고 보면 이태호의 마음속에 그녀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듯했다. 백지연의 말대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노력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백정연은 이태호의 옆에 앉아서 그가 해주는 얘기를 들으며 그를 조금씩 알아갔다.그녀는 이태호의 잘생긴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끔 그가 잘생긴 얼굴로 미소를 지을 때면 백정연은 완전히 홀려서 넋을 놓았다.시간은 아주 빨리 지났고 날이 어두울 때쯤 이태호와 백정연은 아주 황막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성지에 도착했다.이태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어느 성지지? 예전에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용성연합국의 지도에 따르면 이런 성지가 없
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이런 곳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하하, 이번에 내 견문을 넓히게 되었네.”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러면 저기에 강자들도 많겠지?”백정연은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강자들이 많다고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내공이 아주 뛰어나잖아요. 오빠 장모님이 오빠가 존자라고 하던데 그러면 소위 말하는 강자들은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안에 무황급 강자들이 꽤 많은 거예요. 속세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죠. 그리고 무왕급 사람들은 널렸고요. 기사들이 오히려 더 적어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넌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거야?”그러나 뜻밖에도 백정연은 고개를 저었다.“전 와본 적이 없어요. 전 대장로에게서 들은 얘기예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여기가 맞을 거예요. 여기까지 왔는데 오빠도 저도 여기에 꽤 관심이 많은 것 같으니 안에 들어가 볼까요? 저기서 하루 쉬는 것도 좋아요.”“그러면 일단 내려가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혹시나 다른 사람이 봤다가 욕심내서 달려들지도 모르니 말이야.”이태호는 비검을 바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세웠고 두 사람은 비검에서 뛰어내렸다. 비검은 이내 작아졌고 이태호는 그것을 자신의 사물 반지 안에 넣었다.“가요. 레스토랑도 있는데 맛있는 요수 고기도 판대요. 맛도 좋다고 하더데, 예전부터 맛보고 싶었어요.”백정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기대에 가득 차서 앞으로 걸어갔다.“하하, 좋아. 내가 널 데리고 나왔는데 오히려 네가 가이드가 됐네. 밥은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것만 먹어.”이태호는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러나 뜻밖에도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멀지 않은 숲속에서 걸어 나왔다.두 사람은 20대 정도로 보였다.“문호 오빠, 봤어요? 저 비검 분명 보물일 거예요.”젊은 여자는 춤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