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너 종문에서 지위가 높은가 보네.”백정연은 그제야 웃으며 말했다.“제가 종주 딸이거든요. 제가 나와서 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이태호는 살짝 당황하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 풍월종 종주 딸이었구나. 하하, 그건 의외네. 예전에 얘기한 적 없잖아.”백정연은 비검에 앉아서 말했다.“물어본 적도 없는데 제가 왜 먼저 말하겠어요? 제가 먼저 제가 종주 딸이라고 얘기했다면 제가 자랑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종주 딸이든 아니든 뭔 상관이에요? 그렇죠?”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네. 우리 둘이 친구라는 데 전혀 영향 주지 않지.”두 사람은 잠깐 대화를 나눴고 백정연은 화제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렇게 넓지 않은 비검 위에서 조금 어색해졌다.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참, 태호 오빠. 저한테 수민 씨, 지연 씨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얘기해줄래요? 연애했을 때는 어땠는지 얘기해줘요. 그거 꽤 재밌을 것 같아요.”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고 너도 외부인은 아니니 얘기해줄게.”백정연은 그 말을 듣자 기뻤다. 외부인이 아니라는 걸 보면 그와 그녀가 그런 사이라는 걸 인정한 게 아닐까?그러고 보면 이태호의 마음속에 그녀가 전혀 없는 건 아닌 듯했다. 백지연의 말대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노력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백정연은 이태호의 옆에 앉아서 그가 해주는 얘기를 들으며 그를 조금씩 알아갔다.그녀는 이태호의 잘생긴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끔 그가 잘생긴 얼굴로 미소를 지을 때면 백정연은 완전히 홀려서 넋을 놓았다.시간은 아주 빨리 지났고 날이 어두울 때쯤 이태호와 백정연은 아주 황막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성지에 도착했다.이태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어느 성지지? 예전에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용성연합국의 지도에 따르면 이런 성지가 없
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이런 곳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하하, 이번에 내 견문을 넓히게 되었네.”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러면 저기에 강자들도 많겠지?”백정연은 웃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이었다면 강자들이 많다고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내공이 아주 뛰어나잖아요. 오빠 장모님이 오빠가 존자라고 하던데 그러면 소위 말하는 강자들은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백정연은 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안에 무황급 강자들이 꽤 많은 거예요. 속세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죠. 그리고 무왕급 사람들은 널렸고요. 기사들이 오히려 더 적어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넌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거야?”그러나 뜻밖에도 백정연은 고개를 저었다.“전 와본 적이 없어요. 전 대장로에게서 들은 얘기예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여기가 맞을 거예요. 여기까지 왔는데 오빠도 저도 여기에 꽤 관심이 많은 것 같으니 안에 들어가 볼까요? 저기서 하루 쉬는 것도 좋아요.”“그러면 일단 내려가서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혹시나 다른 사람이 봤다가 욕심내서 달려들지도 모르니 말이야.”이태호는 비검을 바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세웠고 두 사람은 비검에서 뛰어내렸다. 비검은 이내 작아졌고 이태호는 그것을 자신의 사물 반지 안에 넣었다.“가요. 레스토랑도 있는데 맛있는 요수 고기도 판대요. 맛도 좋다고 하더데, 예전부터 맛보고 싶었어요.”백정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기대에 가득 차서 앞으로 걸어갔다.“하하, 좋아. 내가 널 데리고 나왔는데 오히려 네가 가이드가 됐네. 밥은 내가 살게. 먹고 싶은 것만 먹어.”이태호는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었다.그러나 뜻밖에도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멀지 않은 숲속에서 걸어 나왔다.두 사람은 20대 정도로 보였다.“문호 오빠, 봤어요? 저 비검 분명 보물일 거예요.”젊은 여자는 춤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두 사람은 말을 마친 뒤 날아서 산골짜기 방향으로 향했다.이문호는 곧 이씨 가문 장로들과 가주를 한 곳에 불렀다.“문호야, 우리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하,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우릴 부른 것이냐? 내일 얘기하지.”이씨 가문 가주 이주영이 이문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문호가 곧바로 대답했다.“가주님, 저랑 정윤이가 밖에서 놀 때 남자 한 명이랑 여자 한 명을 보았는데 둘이 비검을 타고 명문시 밖에 도착했어요. 그러고는 비검에서 내려와 비검을 거두어들인 뒤에 성안으로 들어갔어요.”이주영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듯 말했다.“그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잖아. 그게 뭐가 그리 놀라운 거야?”대장로는 웃으며 말했다.“문호야, 자세히 얘기해보거라. 어떤 특이한 점이 있었느냐?”이문호는 그제야 말했다.“그 비검은 적어도 5품이나 6품 영기는 돼 보였어요. 멀리서 봤는데도 아주 강한 파동이 느껴졌거든요.”“5품이나 6품 영기라고? 그건 숨겨진 가문에서도 보기 드문 보물인데.”나장로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이런 보물이 여기에 나타나다니.”대장로는 조금 흥분한 듯 보였다.“이런 보물을 빼앗을 수 있다면 가주님의 실력이 한 단계 더 늘어날 겁니다.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중요한 패가 될 겁니다.”이주영도 마음이 설렜다. 그러나 그는 이성을 잃지 않고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그런 보물을 소유한 자라면 내공이 낮지 않을 텐데. 그들에게서 보물을 빼앗으려다가 되려 죽임당한다면 비극이 아니겠느냐?”대장로는 지혜로운 미소를 지으며 덤덤히 말했다.“문호는 똑똑한 아이입니다. 우리를 이곳에 불렀다는 건 분명 가능하다고 생각해서겠지요. 그렇지, 문호야?”이문호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대장로님은 절 잘 아시네요. 제 분석에 따르면 두 사람이 종문의 사람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아요. 우리가 그들을 죽이고 시체를 훼손해 없애버리면 되니까요.이런 곳에는 종문의 사람들도 거의 오지 않고, 제자 두 명이 죽었
대장로는 흥분했다. 적어도 5품이나 6품 영기라니, 이런 보물이라면 숨겨진 가문들이 열광할 정도였다그는 가주 이주영이 꽤 원하는 것 같자 곧바로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여기 크고 작은 숨겨진 가문들이 꽤 많습니다. 저희 이씨 가문은 중등 수준이죠. 무황급 강자가 가주님을 포함해 총 5명뿐이니 조금 더 강한 숨겨진 가문과는 비할 바가 못 되죠.”대장로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만약 가주님께 그런 비검이 하나 생긴다면,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겁니다. 어쩌면 그 비검을 전투에 써서 전투력이 훨씬 강해질지도 몰라요. 이길 수 없을 때가 오면 그것으로 도망쳐도 되지요. 7, 8급 무황이라도 가주님을 막지 못할 겁니다. 그 비검은 속도가 아주 빠를 테니까요.”대장로가 분석하자 이주영은 더욱더 그것을 탐냈다.나장로는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놈의 내공이 뛰어나지 않다면 시험해 봐도 좋아요. 하지만 다른 숨겨진 가문들이 그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돼요. 그들이 알게 된다면 빼앗으려고 할 테니 말이에요.”이주영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나장로의 말이 맞아요. 저희는 절대 다른 숨겨진 가문에서 이 일을 알게 해서는 안 돼요. 저희보다 강대한 숨겨진 가문에서 이 보물을 알게 된다면 분명 손을 쓸 거예요. 이런 보물이라면 그들은 분명 나설 거예요.”이문호가 말했다.“그들은 이미 성안으로 들어갔어요. 우리가 상대방과 전투하게 되면 그들은 우리가 강한 걸 알고 비검을 꺼내 도망치려 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어요.”거기까지 말한 뒤 이문호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게다가 상대방이 그 비검으로 저희와 싸우다가 남들에게 들킨다면 다른 가문에서도 그것을 빼앗으려고 들지 모릅니다.”나장로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보니 귀찮구먼.”이문호는 잠깐 생각한 뒤 옆에 있던 김정윤을 보며 말했다.“이 일은 정윤이가 저희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저요? 전 내공도 낮은데 어떻게 돕는다는
김정윤은 입을 비죽이며 생각하다가 말했다.“하지만 그 녀석 곁에 미인이 있는데요. 그가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어떡해요? 게다가 전 그 여자가 저보다 더 예쁘다고 생각해요. 혹시나 그 사람이 호색한이 아니라면 어떡해요?”이문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남자라면 다 여자를 좋아해.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많은 걸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곁에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해서 밖에서 다른 여자를 찾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지. 알겠어? 네가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그가 과연 거절하겠어?”거기까지 말한 뒤 이문호는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그가 미끼를 물지 않는다면 그가 널 성추행하게 만들어. 그렇다면 우리는 기회를 틈타 그에게 손을 쓸 수 있을 거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주님과 장로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를 공격했다가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말이야.”김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우리 언제 움직여요?”이주영이 곧바로 말했다.“바로 오늘 밤 움직이자꾸나. 만약 그들이 그냥 명문시를 지나가는 길이었다면 우리가 늦게 움직였다가 그들이 이미 떠났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이문호가 말했다.“가주님 말씀이 맞아요. 이런 일은 빨리할수록 좋죠. 괜히 시간을 끌다가 일을 망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그들은 대책을 상의한 뒤 곧바로 출발했다. 그들은 이내 이태호 일행을 찾으러 떠났다.이문호와 김정윤 두 사람은 이태호 일행을 본 적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성문 쪽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이태호 일행을 찾았다.그들은 이태호 일행이 그저 그곳을 지나가는 길이라 쉴 곳을 찾는 것이라면, 성문에서 너무 먼 곳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무 데나 밥 먹을 곳을 찾은 뒤 그곳에 묵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들은 성문 근처의 호텔을 뒤지기 시작했다.이씨 집안의 예상과 비슷하게 이태호와 백정연은 한 호텔에서 술을 마시며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에요? 우리 둘이 이걸 다 먹을 수 있겠어요?”테
이태호는 말을 마친 뒤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이곳 술이 꽤 맛있네. 영수 고기도 맛있고. 쫄깃쫄깃한 게 말이야.”“그래요? 맛있으면 많이 먹어요. 하하, 저희가 호텔을 잘 선택했나 봐요.”백정연은 싱긋 웃었다. 그 호텔은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멀지 않은 곳에 호수와 연꽃도 있었다. 바람이 살짝 불면 옅은 향기가 나기도 했다.이태호가 이때 웃으며 대꾸했다.“하지만 이 영수의 고기는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향이 조금 부족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그런 향기가 말이야.”백정연은 그 말을 듣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니, 그게 가능해요? 이곳도 이미 충분히 맛있는데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렇긴 해. 하지만 내가 구운 고기보다는 많이 못 해.”“그래요?”백정연은 눈을 빛냈다.“기회가 된다면 오빠가 구워준 고기를 맛보고 싶네요. 여기 고기보다 맛이 없으면 오빠가 큰소리친 거겠죠.”이태호는 백정연이 믿지 않는 듯하자 장난스레 말했다.“하하, 내 요리 솜씨를 믿지 않는 것 같네. 난 스승님에게서 특제 향료를 만드는 법을 배웠었다고. 그 특제 향료를 쓰면 고기가 아주 맛있어져.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돌 정도지.”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백정연에게 말했다.“만약 내가 구운 고기가 여기 고기보다 맛있으면 어떡할래?”백정연은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좋은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제가 진다면 저한테 뽀뽀 한 번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이긴다면 3품 저급 단약 한 알을 줘요. 어때요?”이태호는 진땀을 흘렸다. 백정연이 뽀뽀를 걸 줄은 몰랐다. 이건 좀 너무한 게 아닐까?백정연의 아름다운 얼굴을 본 이태호는 넋을 놓았다. 백정연의 미모는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이태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정연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면서 바짝 긴장했다.그녀는 자신이 너무 가벼운
“자, 우리가 그렇게 큰 숲속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인연이라는 걸 의미하겠지.”이태호는 술잔을 들고 백정연에게 말했다.“이 인연을 위해 한잔하자고.”백정연은 곧바로 술잔을 들어 이태호의 잔과 부딪혔다.“좋아요. 처음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우리가 또 홍성시에서 만난 건 우리가 엄청난 인연이 있다는 걸 의미하겠죠. 어떤 일들은 운명이에요. 우리는 이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해요. 하늘이 내려준 거니까 어기면 안 돼요. 알겠죠?”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잔 안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녀는 점점 더 긴장되었다.그녀는 이태호의 말을 듣고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했다. 그녀는 이렇게 노골적인 말을 평생 해본 적이 없었고 그런 말을 할 배짱도 없었다.그런데 오늘 그럴듯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알코올 때문인지 그녀는 용기 있게 말했다.이태호도 백정연이 그런 얘기를 할 줄은 몰라서 멋쩍게 웃은 뒤 잔 안에 든 술을 마셨다.“가주님, 저기, 저기예요.”이때 이문호, 이주영과 대장로가 때마침 거리를 지나다 안으로 들어왔다가 이태호 일행을 발견했다.이주영은 곧바로 기뻐하며 이문호에게 말했다.“괜히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 나장로를 불러올 테니 그들이 음식을 다 먹고 이곳을 떠나려고 할 때 기회를 틈타 손을 쓰자고.”이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 지금 김정윤한테 전화해서 저희 위치를 알릴게요.”이주영 등 사람들은 자리를 찾아 앉은 뒤 음식을 시키고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이태호 쪽을 몰래 살폈다.“드디어 배불렀어요. 너무 많이 먹었는데 살이 안 쪘으면 좋겠네요.”백정연은 음식을 다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굴곡진 몸 선에 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았다.이때 이태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러 갔고 두 사람은 호텔에서 나왔다.이때 이미 도착한 김정윤 등 사람들이 이태호 일행이 떠나려 하자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이태호 일행은 할 일이 없었고 묵을 곳을 급하게 찾는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요!”예전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백정연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태호는 전혀 주의하지 못했고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었다.어쨌든, 그들은 모두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누구에게 미움을 산 적도 없을 것이니 이태호는 당연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는 공원에 도착하자 이태호는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백정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아주 예쁜 젊은 여인이었는데 조금 풍만해 보였다. 그녀는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다.정체를 들킨 것을 발견한 그녀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린 듯 시선을 돌렸다.“이 여자, 아는 사람이에요?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죠?”백정연은 이태호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걷다가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우리 둘 다 이곳은 처음이야.”백정연은 농담으로 말했다.“하지만 이렇게 계속 따라다니게 놔두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설마 옛 애인 아니에요?”이태호는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어. 만약 내가 친한 친구가 있다면, 수민이와 지연 그녀들이 모를 리 있어?”백정연은 계속 놀려댔다.“그럴지도 모르죠. 지금 자기 와이프가 알까 봐 몰래 여자를 만나는 사람이 많잖아요. 다 애인이 따로 있는데 오빠도 그런지 누가 알았겠어요?”이태호는 순간 억울함을 느끼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있어? 나 이태호는 일을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야. 절대 애인 같은 걸 만들지 않아. 게다가 너도 내 사정을 알잖아. 난 군주이기도 하고 3급 연단사야. 내가 정말 찾고 싶다면, 그건 쉬운 일이 아니겠어? 굳이 몰래 할 필요가 뭐 있어? 수민이랑 지연이가 내 말을 그렇게 잘 듣는 이유는 날 믿기 때문이야.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다 말해준다는 것도 알아.”그러자 백정연은 웃으며 말했다.“왜 그래요? 장난 좀 친 건
천리 밖에 있는 한 고요한 평원의 상공에서 갑자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번쩍거렸고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면서 높이가 1장 되는 허공 통로가 나타났다. 이윽고 한 청년 남자가 그 통로에서 걸어 나왔다.이 청년 남자가 바로 이태호였다. 그는 나오자마자 바로 신식을 방출해서 주변의 지형을 관찰하였다.다행히 대허공전송부는 그를 낯선 곳으로 전송하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이 평원은 그가 알고 있는 곳으로 태일종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정신을 차린 후 이태호는 재빨리 사물 반지에서 영단 두 알을 꺼내서 입에 넣었다. 강력한 약효는 영기로 변해서 그의 육신에 퍼졌고 어긋난 오장육부와 파손된 경맥을 회복시켰다.“아까 정말 위험했어. 하마터면 조시환의 손에 죽을 뻔했네.”이태호는 신식을 체내에서 거둔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9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 정말 강대했다. 조시환의 일반 공격에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고 심지어 전송부를 부숴버리고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었다.이런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보물을 아직 실컷 구경도 못했는데 바로 조시환의 앞에서 사용했다.“빌어먹을 조씨 가문!”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마음이 아파서 욕설을 퍼부었다.“앞으로 조씨 가문보고 천배 갚게 할 거야.”대허공전송부는 성왕급 대능력자가 제련한 옥부였다. 천남 지역뿐만 아니라 중주의 많은 산수(散修)들도 얻기 힘든 보물이었다.그러니 이태호가 어찌 조씨 가문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체내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이태호는 잡생각을 그만두었다.‘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쫓아올 수 있으니 일단 종문으로 돌아가자.’그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두 시진 후, 이태호는 태일종의 산문 앞에 도착했다. 태일종은 구름을 꿰뚫고 우뚝 솟은 첩첩산중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웅장하고 험준하며 영기가 그윽했다.태일종의 구역에 들어선 이태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곧바로 요광섬으로 돌아갔다.요광섬에
한편, 조시환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어? 아직 안 죽었네?”그는 9급 성자급 수사로서 지금은 성왕 경지의 문턱에 이르렀다.조시환의 육신은 이미 범인의 영역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갔다. 그의 혈액은 황금색으로 되었고 육신의 힘은 진룡과 견줄 수 있으며 태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다. 조시환은 조씨 가문의 대장로로서 과거에 수많은 2급 성자급 수사를 참살하였다.이태호가 태일종의 진전 제자이고 천교일지라도 기껏해야 3급 성자급 수사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호가 그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조시환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시환은 놀라움을 뒤로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이태호를 비웃었다.“이제 또 무슨 수단이 있는지 보자!”이제 방어 영보의 도움이 없는 이태호는 조시환에게 있어서 덩치가 조금 큰 개미에 불과했다. 그가 힘을 쓰면 바로 짓밟아 죽일 수 있었다.이와 동시에.힘겹게 조시환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낸 이태호도 상황이 안 좋았다. 그의 몸은 큰 산에 부딪힌 것처럼 아팠고 오장육부의 위치가 어긋났으며 피를 토하였다. 그는 심각한 내상을 입어서 체내의 영기가 거의 정체되었다.이태호는 전송부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는 당장 전승부를 부숴버렸고 원신으로 주변에 있는 천지의 힘과 연결하였다.대허공전송부가 부서진 순간에 주변의 공간이 파멸되면서 공간 통로가 생겼다.주변의 공간이 불안정해졌고 이태호의 앞에 수상한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본 조시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태호가 방금 부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를 질렀다.“대… 대허공전송부?!”조시환은 깜짝 놀랐지만 이태호를 향해 주먹 공세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허공의 힘에 감싼 이태호는 곧장 주변의 공간을 찢어서 산골짜기의 상공에서 사라졌다.이태호가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 믿기지
순식간에 주변 10여 리에 있는 허공에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났고 수많은 거미줄 같은 공간의 틈새가 나타났다.깨진 틈새에서 지수풍화(地水風火)가 쏟아져 나왔고 그중에서 어둡고 허무한 공간을 드러냈다.조시환의 눈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거렸고 살기가 극에 이르렀다. 이태호의 종적을 알게 되고 나서 조시환은 곧바로 날아왔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마자 조보성이 격살당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엄청난 충격을 받은 조시환의 분노가 최고조로 차올랐고 이태호에 대한 살기가 더욱 깊어졌다.조보성이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인데 또 이태호의 손에 죽다니!조시환의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강렬한 살의를 품은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네 이놈! 오늘 내가 꼭 네 놈을 죽일 거야!”조시환은 이를 갈면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9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이태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팽배한 영기가 빛기둥처럼 뿜어져 나왔고 허공에서 공포스러운 굉음을 냈다.격렬한 충격파는 주변의 모래와 자갈을 휩쓸고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이태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격렬한 음폭 소리가 들려왔다.위기가 다가온 것을 느낀 이태호는 주저 없이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바로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에 주입하였다.손바닥만 한 현황종이 ‘땡’ 소리를 내면서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우렁찬 종소리를 냈고 사방에서 들끓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은 순식간에 진압되어 가루로 되었다.이어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내려오면서 이태호의 주변에 보호캡을 형성했다.“펑!”조시환이 날린 주먹 공격들이 현황종의 보호캡에 부딪히면서 보호캡이 흔들렸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9급 성자 경지의 내공은 이태호를 훨씬 능가했기 때문이다.보잘것없는 중급 영보는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현황종에서 도자기에 금이 가는 소리처럼 청아가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이태호는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에 균열이 촘촘히 난 것을 발견했고 수시로 깨질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조보성은 용처럼 강한 기운을 발산한 긴 창을 휘두르고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그의 창법이 강력하고 화산을 꺾을 기세를 내뿜었으며 창살은 진룡처럼 스쳐 지나가는 모든 물건을 부숴버렸다.주변의 공간마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찢어져서 수많은 거미줄 같은 틈새가 나타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조보성은 이태호의 눈앞에 다가왔다. 이태호의 안색이 확 변했고 적소검을 들고 앞으로 내리찍자 천 장이나 높고 금선(金線)과 같은 검기가 생성되면서 허공을 가르며 덮쳐온 창끝을 내리쳤다.“챙! 챙!...”하늘에서 병기가 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번 부딪힐 때마다 생성한 거대한 충격파는 마치 여름의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을 냈다.주변 수 리 내에 있는 대지나 골짜기를 모두 초토화시켰다.조보성은 이태호와 싸울수록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이미 전력을 다했으나 이태호는 표정조차 변하지 않았다.오히려 이태호가 날린 일격에 그가 창대를 쥐고 있는 손아귀가 아팠고 온몸의 기혈이 솟구쳐 올랐다.조보성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고 또 같은 경지에서 적수가 없으며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수사와 싸울 수 있는 천교의 특성 때문에 일반 수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 점을 알아챈 조보성은 조시환이 올 때까지 이태호를 붙잡으려고 하였다.이태호도 조보성의 의도를 눈치챘다.그의 신식은 수십 리 밖에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면서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온 10여 명의 수사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래서 이태호는 속으로 더욱 초조해졌다.‘젠장! 이대로 가다간 내 체내의 영기가 바닥이 날 거고 오래 버틸 수 없어! 일단 이 사람을 해결한 다음 대허공전송부로 도망치자!’이렇게 생각한 이태호는 마음이 아팠다. 대허공전송부를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사용해야 한다니.그러나 지금 전투 중에 있어서 정신을 분산시켜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가 들고 있는 작은 산봉우리와 같은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웅장한 신산(神山)으로 되어
조부성은 허공에 서서 이태호가 자신의 기습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의아해했다.자신의 내공은 3급 성자 경지이고 또 몰래 습격한 것인데 같은 경지의 수사라도 한순간에 반응하기 힘들 것이다.이태호의 몸에서 발산한 기운을 느끼면서 조부성의 표정이 굳어졌고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창망산맥에서 돌아온 가문 장로들과 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때 이태호는 8급 존황 경지의 수사에 불과했다.그러나 그는 두 달 만에 2급 성자 경지의 수사로 되었다.조부성은 수련 속도가 이렇게 빠른 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이와 동시에.긴 창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한 이태호도 지금 이 백수산맥의 곳곳에 조씨 가문의 수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소홀했군. 조씨 가문의 반응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어. 반나절 만에 2천 리 밖에서 여기로 찾아왔다니.’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적소검과 현황 이화봉 두 영보를 바로 꺼냈다.영보를 꺼내서 계속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한 이태호를 보면서 조보성의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고 냉소를 흘리면서 말했다.“이태호, 순순히 항복하면 살려줄 수 있어!”조보성은 거만하고 경멸한 말투로 말했지만 실은 이태호를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어쨌든 2급 성자 경지의 조명곤과 조해룡이 모두 이태호의 손에 죽었으니까.그는 말하면서 몰래 영패로 수십 리 밖에 있는 조시환에게 연락하였다.수십 리 밖의 비행선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은 조시환은 갑자기 허리에 찬 영패의 진동을 느꼈다.그가 신식으로 영패를 한번 훑어보고 나서 눈을 번쩍 뜨고 갑판에서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찾았군!”조시환은 흥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바로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조보성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동시에 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정보를 받고 급속히 날아왔다....산골짜기 상공에서. 영보를 꺼낸 이태호는 조보성의 말을 듣고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이태호는 헛소리하지 않고 온몸의 검의를 내뿜
이태호는 옥부를 단련하기 위해 많은 영기를 소모했다. 그는 신식으로 단전 내를 들여다보니 원래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는 바다가 다소 어두워졌다.그는 바로 사물 반지에서 단약 두 알을 꺼냈고, 엄지손가락만 한 단약을 주저 없이 입에 넣었다. 단약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순수한 약효가 그의 온몸에 퍼졌다.엄청난 약효가 순식간에 단전 내의 천지 영기를 끊임없이 순환시켰고 솟구치는 영기는 경맥을 따라서 운행하면서 경맥의 장벽에 내리쳤다.이태호는 오심조천(五心朝天)의 자체를 취하고 천천히 수련하기 시작했다.한 시간 후, 그가 영단의 약효를 완전히 흡수하고 나서 공법의 운행을 멈추었다.지금 이태호의 기운은 산악처럼 웅장하였고 주변에 피어오르는 하얀 안개에 공기를 가를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다. 그의 호흡에 따라서 하얀 안개는 모두 그의 코로 빨려 들어갔다.체내에 남긴 약효를 깨끗하게 흡수하고 나서야 그는 눈을 떴다.이태호는 기력을 회복하였고 기혈이 뜨거운 도가니처럼 왕성한 것을 느끼면서 백수산맥을 떠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이번에 천지의 영화를 찾으러 왔다가 영화뿐만 아니라 많은 보물을 얻었다.혼돈 마수, 유명마경, 대허공전송부 등을 보면 어느 것이든 창란 세계에서 모두 값진 보물이었다.이제 계속 산골짜기에 있어도 무의미해졌다. 자칫하면 백수산맥의 깊숙한 곳에 있는 성자급 흉수나 수왕의 주의를 끌지도 모른다. 그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그리고 전에 이태호가 조광학 등을 격살했기에 지금쯤 조씨 가문이 이 소식을 듣고 격노에 처했을 것이다. 지금 떠나지 않다가 조씨 가문이 여기까지 쫓아오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가 하늘로 솟아오른 후 곧바로 산골짜기 밖으로 날아갔다.그는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가려고 상고 마도 수사의 유적에서 빠져나온온 후 산골짜기에서 나와버렸다.그러나 이태호가 산골짜기에서 나가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살기가 충만한 신식이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이
조시환의 말을 들은 비행선에 있는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모두 차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외쳤다.“대장로님,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이 백수산맥의 땅을 세 자 깊이로 파서라도 그놈을 꼭 찾아내겠습니다!”“감히 우리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이다니, 우리 가문을 만만하게 여기는 거야?!”“빌어먹을 이태호! 지난번에 태일종 종주가 제때 오지 않았다면 벌써 대장로님의 손에 죽었을 겁니다.”“...”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공동의 적개심을 가지고 눈빛이 살기로 이글이글 타올랐다.대부분 사람은 이태호를 본 적이 없었지만 모두 그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지난번에 창망산맥에서 가문의 천교 조광학은 이태호에 의해 팔이 잘렸고 황급하게 꽁무니를 빼고 달아났다.이건 제자 간의 정상적인 대결로 볼 수 있기에 각 문파는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조광학이 대결에서 졌고 한쪽 팔이 잘렸지만 목숨은 유지하였다.게다가 선우정혁이 제때 도착해서 조시환은 할 수 없이 이태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이 일 때문에 천남 지역에서 조씨 가문의 위신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 예상 밖으로 이태호는 조씨 가문의 천교뿐만 아니라 성자급 장로 두 명을 격살하였다. 천교 한 명, 장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이는 조씨 가문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혀주었다.이태호를 징벌하지 않으면 조씨 가문 수사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을 것이다.주변에 있는 10여 명 성자급 장로들이 적개심에 불타오르는 모습을 본 조시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조광학은 혼돈 마수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온 것이었고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전투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로부터 조시환은 이태호가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고 추측하였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지시를 내렸다.“따로따로 움직여. 이곳을 중심으로 백 리 범위 내에서 찾아. 백수산맥을 샅샅이 뒤져서 꼭 그놈을 찾아내야 해!”“네!!”조씨 가문의 장로들이 하나둘씩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날아갔다. 그들은 전투의
물론 조씨 가문의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가장 좋은 상황이었다.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바로 가부좌 자세로 앉았다. 그는 옥부를 쥐고 자신의 몸에 있는 천지의 힘을 천천히 옥부에 주입해서 단련하기 시작했다.수많은 천지의 힘이 들어가면서 대허공전송부는 점차 초록색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이 빛 속에 마치 기이한 힘이 들어있는 것처럼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졌고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백수산맥 외곽의 상공에 어느새 거대한 비행선 한 척이 나타났다.비행선 위에서 조씨 가문의 대장로 조시환이 지금 어두운 표정으로 초록색 독장에 뒤덮인 백수산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옆에 있는 3급 성자 경지의 중년 남자가 그에게 물었다.“형님, 명곤과 소주는 혼돈 마수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왔다가 봉변을 당했소.”조시환은 그의 말을 듣고 미간이 더욱 좁아졌다.조시환은 속으로 끊임없이 추측했다. 그들은 수왕의 습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수사의 격살을 당했을까?조광학 등이 사고를 당했을 때 조씨 가문에서 2천여 리 떨어져 있었다.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가 나서도 조광학 등을 죽인 것이 인간인지 흉수인지 구분해 낼 수가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시환은 비행선을 몰고 백수산맥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산골짜기에서 백 리쯤 떨어진 곳에서 그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왜냐하면 그는 공기에 남아 있는 조광학 등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비행선이 산골짜기에서 50리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조시환은 드디어 무언가를 발견했다.그는 이곳의 땅이 갈아엎은 것처럼 여기저기 돌이 나뒹굴었고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특히 수십 장이나 깊은 구덩이 같은 것이 가로놓여 있었다.이 구덩이에서 조시환은 조광학의 기운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공포스러운 검의도 감지했다.이 남아 있는 검기는 지극히 날카로웠다. 비행선이 수 리나 떨어져 있어도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여전히 피부가 바늘에 콕콕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심지어 조시환의 신식마저 오래
대허공전송부의 가격은 외부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지금 이태호가 들고 있는 옥부를 밖에서 판다면 필연코 수많은 사람이 앞다투어 뺏으려고 할 것이다.완전한 대허공전송부를 깨뜨리면 순식간에 천리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목숨을 부지하는 신기(神器)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물건을 만들기가 까다로웠다. 구천의 청기(淸氣)를 채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왕급 수사가 자신의 도운을 융합해서 공간계의 전송 부문(符文)을 새겨야 한다. 전후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어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지금 창란 세계에서 여러 성지와 상고 세가(世家) 외에 다른 곳에서 이런 전송부를 보기가 어려웠다.태일종은 천남 지역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고 선우정혁 같은 7급 성왕 경지의 강자가 있더라도 이런 전송부가 없었다.대허공전송부에서 시선을 거둔 후 이태호는 옆에 있는 약간 마르고 짙은 살기와 검은 기운을 내뿜은 혼돈 마수를 바라보았다.그가 신식으로 자세히 살펴본 후, 눈앞의 혼돈 마수에 팽배한 생명력이 내포되어 있으며 부패하고 피비린내 나는 날카로운 살기도 느낄 수 있었다.이태호는 만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혼돈 마수에 아직 이렇게 강한 위력이 있는 사실에 놀랐다.어떻게 이런 일이!“아쉽지만 난 마공을 수련하지 않아. 나에게 쓸모가 없는 물건이야!”마도 수사가 이 혼돈 마수를 가지게 된다면 그의 자질을 순식간에 향상시킬 수 있고 앞으로 각종 마구를 수련해도 수련 속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심지어 각종 사악한 공법을 수련할 때도 혼돈 마수의 도움을 받으면 위력을 많이 높일 수 있다.그러나 이태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혼돈 마수를 사물 반지에 넣고 이후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대전을 둘러본 후 다른 물건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태호는 궁전 밖으로 나가서 기타 미지의 곳을 탐색하였다.반나절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이 폐허가 된 동부, 그리고 주변의 궁전을 모두 자세히 탐색한 이태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다시 제단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