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손을 내밀고 반지를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네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반지를 끼워줬잖아. 반지를 끼워준 건 프러포즈한 것과 같으니, 앞으로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끼워준 것인데, 어떻게 그녀가 프러포즈한 것이 되는지?그녀는 눈을 비비며 울먹거렸다.“아저씨가 끼워달라고 했잖아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내가 끼워달라고 말했더니 네가 바로 끼워줬잖아. 이게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뭐니?”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못 보게 할까 봐 걱정인 온다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지도 꼈으니 결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온다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나눠 껴도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부부가 된 거니까.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프러포즈했고 내가 받아줬으면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어. 결혼했으면 영원히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안 돼. 알았지?”온다연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결혼했으면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서러웠다.“다시는 나은별을 만지면 안 돼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살짝 닿는 것도 안 돼요.”“만나도 3m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유강후는 그녀가 덫에 걸린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아까 나은별이 너한테 어쨌길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쳤어? 온통 유리 조각이던데, 손은 다치지 않았어?”유강후는 말하면서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 자세히 검사했다.그는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유강후는 좀 세게 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 때린 것이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를 줄은 몰랐다.“많이 아파?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당연히 아프죠.’온다연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몹시 서러웠다.“화를 내도 된다면서요... 아저씨는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전혀 신용을 지키지 않아요.”유강후는 어이없었다.“화를 내도 된다고 했지, 반지를 던져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오늘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야. 또 한 번 반지를 던지고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아예 의자에 앉지 못하게 엉덩이를 부숴버릴 거야.”온다연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도 저를 때렸으니 맞비긴 셈이에요. 만약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면, 저도 아저씨의 점수를 깎아버리고 영원히 보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걸어가면서 말했다.“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왜 아기를 못 보게 하겠어? 오늘 나한테 순순히 반지를 끼워준 것을 봐서 벌을 취소할게.”“하지만 그 점수라는 게 뭔지 나한테 알려줘.”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통증을 참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저씨만 저를 벌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저도 아저씨를 벌할 수 있어요.”유강후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무슨 벌인데?”온다연이 코웃음을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한테 점수를 적는 공책이 있어요. 모두 100점인데, 아저씨가 잘하면 가산점이 붙고 잘못하면 감점이 돼요.”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70점이었는데, 20점 깎여서 지금 50점이에요. 0점 혹은 마이너스 점수가 되면 저는 아저씨를 버릴 거예요.”유강후는 웃음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면 가산점이 붙고, 어떻게 하면 감점이 되는지 말해봐.”온다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예를 들면, 그웬을 데려다 아기를 살린 것은 589점, 주희를 구한 것은 50점, 저에게 불고기를 만들어준 것은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
나은별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강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뻔한 짓을 왜 하겠어?”“믿어줘. 정말 아니야. 강후 씨,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나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어?”유강후가 침묵을 지키자, 나은별이 울면서 말했다.“온다연 씨가 나를 오해하고 때렸어도 나는 온다연 씨한테 화풀이하지 않았어. 어쨌든 강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강후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온다연 씨에게 손을 대지는 않아.”“내가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서 온다연 씨의 누명을 벗겨줄 테니 의심하지 마.”유강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쌀쌀하게 말했다.“나은별, 이 일이 너랑 상관없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이권이 가자마자 한이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일이 너무 크게 번졌어.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서 악성 댓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계속 올라와.”“실시간 검색어를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널리 퍼져서 덮기는 어려울 것 같다.”“뒤에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없어.”유강후는 휴대폰을 잡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어야 해. 악성 댓글 작성자 아이디를 전부 기록해. 헛소문을 퍼뜨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몇몇 대형 SNS와 동영상 사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들 중 몇 명은 평소에도 미래그룹과 사업상 접촉이 많은 터라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른 몇 명은 유강후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래그룹처럼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다가 점차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유강후는 방심하지 않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라고 부하에게 시켰다.잠시 후 이권이 누군가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인터넷에서 온다연의 과거를 캐기 시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주혜성이고 오늘 실검에 오른 온다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 둘은 같이 자랐고,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온다연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고 상간녀가 될 리 없습니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온다연과 그 남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낸 헛소문입니다.”수줍게 웃는 그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온다연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늙은 남자에게 반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그 남자들보다 못생겼을까요? 그래서 그 남자들을 선택하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온다연과 그 아가씨가 실랑이를 벌인 데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편집된 것입니다. 영상을 올린 분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일부만 공개해서 오해를 유발하지 마시고요.”“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여러분, 법을 지키는 좋은 시민이 되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은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유강후는 동영상을 꺼버렸다. 그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 자식이 이런 방식으로 온다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주씨네 형제는 둘 다 정말 성가시다.이때 온다연이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뒤에서 유강후를 끌어안더니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아침부터 뉴스를 봐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돌아섰다.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잘 잤어? 점심까지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을 그의 손에 비비며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또 악몽을 꿨어요.”“무슨 꿈인데?”“꿈에 아기가...”그녀는 말을 멈추었다.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꾸 아이가 없어지는 꿈을 꾼다. 게다가 꿈속의 아이는 유강후와 똑 닮았다. 그녀는 꿈속에서 너무
온다연은 불만스러운 듯 볼에 바람을 넣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왜 아저씨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저는 안 돼요?”너무 귀여운 모습에, 유강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 오늘은 업무용 휴대폰만 쓸게, 됐지?”몇 개 대기업을 관리하는 그에게 휴대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다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강후의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금융시장에 꽤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온다연은 조금 걱정됐지만 기쁘기도 했다.그녀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그동안 유강후는 아침과 저녁에만 집에 있었고, 낮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다니 약간 기대가 됐다.유강후는 그녀에게 뽀뽀했다.“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고 싶어?”온다연은 귀 끝이 빨개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도 함께했으면 더 좋을 텐데.”아기도 곧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가족은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가슴 쓰린 아픔을 알기에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며, 모든 고요한 밤과 희망찬 아침을 함께할 것이다.유강후도 이 아이를 몹시 아끼는 것 같고, 그녀가 지금까지 잃은 것들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걸 간절히 원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저의 모든 희망이에요. 아저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아기도 있고 아저씨도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도 아기를 위해 큰 노력을 했어요. 아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
게다가 방금 뜨거운 사랑을 나눈 까닭에 얼굴에 옅은 홍조가 올라와 천진하고 아리따워 보였다.유강후는 한참 지켜보다가 또다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꼬맹이는 그런 것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 자그마한 양지옥 열쇠를 만지작거렸다.“진짜 예쁘네요. 언제 산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고 그 열쇠를 만지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산 것이 아니야.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거지.”온다연이 깜짝 놀랐다.“그렇게 비싸요?”유강후는 열쇠에 새겨진 정교한 무늬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옛날에 왕이 쓰던 옥인데, 큰돈을 들여 낙찰받은 후 최고의 수공예 장인을 모셔다 3년에 걸쳐 완성한 거야.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물건이지.”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뽀뽀하더니 정색하며 말했다.“이건 강씨 집안 여주인의 물건이라 강씨 집안 여주인만 사용할 수 있어.”“이 열쇠는 강씨 집안 금고 열쇠야.”온다연이 화들짝 놀랐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받을 수 없어요.”그녀는 말하면서 목걸이를 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했다.“네가 감히 풀면 그 손을 분질러버릴 거야.”온다연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건 너무 귀중한 물건이에요, 아저씨...”그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우주그룹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재벌 그룹 중 하나이며 경제력이 탄탄해 한 나라의 경제를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그런 우주그룹의 금고 열쇠를 그녀가 어찌 감히 받겠는가.“풀어서 넣어두는 게 좋겠어요.”유강후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안 돼. 적어도 오늘은 꼭 착용해야 해. 오늘은 우리가 혼인신고 하는 날이잖아. 오늘부터 너는 내 아내야. 즉 강씨 집안의 여주인이 되는 거지. 앞으로 매일 재무에 관한 지식을 가르쳐 줄 거야. 덩치가 큰 강씨 가문을 관리하려면 장부를 보는 법과 자산관리를 배워야 해.”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녀는 무려 임산부였다.게다가 그 남자의 품에 안겨 가냘픈 목소리로 아저씨를 찾기도 했다.남자는 그녀가 숨이 딸릴 정도로 입을 맞춘 것도 모자라 그녀에게 손을 쓰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그 꿈은 꽤 오랫동안 지속하였다. 바람이 사납게 불고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내린 폭우가 쉼 없이 창문을 거세게 두드릴 때야 온다연은 몽롱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났다.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은 키 큰 남자가 창가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었다.온다연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사람을 부르려던 찰나 그 남자가 다급히 제지했다.“부르지 말아요, 저예요!”낮은 목소리는 익숙했다.온다연은 잠시 멈칫한 끝에 남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그는 다름 아닌 꿈속의 그 남자였다!창문을 통해 들어온 것인지 의문이 가득하던 찰나 온다연의 인기척을 느낀 경호원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아가씨,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온다연은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경호원들은 여전히 걱정되어 물었다.“아가씨, 천둥소리에 놀라셨습니까? 같이 있어 줄 사람이라도 필요하십니까?”“필요 없다니까요!”“아가씨,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거셉니다. 문을 열어주시면 창문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저희가 검사해드리겠습니다!”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필요 없다고 말했잖아요. 귀찮으니까 더 말 시키지 말아요!”온다연이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경호원들도 잠잠해졌다.유강후의 옷과 바지는 모두 반쯤 젖어있었고 머리카락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유강후의 기세만큼은 가려지지 않았다.게다가 옷이 젖은 탓에 거의 보일락 말락 한 그의 탄탄한 몸매에 온다연은 얼굴이 붉어졌다.“강 대표님이 왜 창문으로 들어오는 거죠?”유강후는 창문을 닫고 몸을 돌려 온다연을 바라보며 물었다.“깼어요?”온다연은 여전히 유강후가 창문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는 듯 말했다.“여긴 2층이라고요!”유강후는 여
남자는 안윤희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채며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평범한 사람이라고?”“안 아가씨, 10년 전 금우역에서 불을 지른 일을 기억하나? 내 얼굴 좀 봐. 이 흉터, 네놈들이 지른 불 때문에 생긴 거야!”남자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우리 부모님은 그저 평범한 농민이었어. 그들의 가장 큰 소원은 나를 잘 키워 공부를 시켜 성공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부모였어.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너희는 지나가다가 웃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그분들을 악의 화신이라 규정했지! 그러고는 우리를 집 안에 가둔 채 불을 질러 집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어. 우리 부모님은 필사적으로 날 품에 안으셨고, 덕분에 나는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어. 하지만 부모님은 그만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리고 말았지.”“그분들이 무슨 죄가 있었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살아갈 자격조차 없었다는 거야? 몇 년 동안 너희를 찾아 헤맸어. 그렇게 한 명씩 제거했지. 너희가 세상을 정화한다고? 난 너희 같은 악마들을 정화할 거다!”남자는 안윤희의 목을 세게 움켜쥐었고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안윤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너희들 정말 잘 숨어 있더구나. 한 놈을 찾는 데 꼬박 반년에서 일 년이 걸렸어. 그런데 오늘은 누가 너를 직접 내게 데려다주고 돈까지 준 거야.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이야!”그는 안윤희를 거칠게 바닥에 내던지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형님들, 배 위에서 고기 구경 못한 지 오래됐지? 오늘 마음껏 즐겨보자!”“저기요, 이 아가씨는 신국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입니다.”“걱정하지 마. 방금 뉴스에서 이 아가씨가 이미 죽었다고 나왔어. 심지어 시신도 확인됐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이 여자는 그저 안씨 가문의 아가씨를 닮은 여자일 뿐이야.”사람들이 크게 웃으며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안윤희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안 돼! 나는 안씨 가문의 큰딸이야! 너희가 날 건드리면 우리 이모부가
유강후는 진시현의 볼록하게 나온 배를 한 번 바라보며 웃음을 띠고 말했다.“얼마나 됐어?”진시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거의 다섯 달 됐어요.”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움직이기도 해요.”유강후의 눈에 잠시 어두운 빛이 스쳤다. 예전에 자신의 아이도 딱 이 정도였을 때...유강후는 곧 미소를 짓고 로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로운, 대단하네. 이제 아빠가 됐구나. 결혼식 때 참석 못한 게 많이 아쉬웠는데 나중에 네 아들 태어나면 큰 선물로 보답할게.”항상 무표정하던 로운의 얼굴에 드물게 미소가 번졌다.“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걸 받았습니다.”유강후는 말했다.“전에 준 건 모두 준구 것이었지. 지난 몇 년 동안 잘 관리해서 자산을 두 배로 늘렸더라. 하지만 이제 아내도 있고 아이도 생겼으니 너 자신을 위해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그걸 나눠서 20% 지분을 네가 가져. 내가 네 아들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라고 생각하고.”로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뒤돌아 진시현의 볼록한 배를 몇 초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 대표님.”“며칠 동안 도련님을 데리고 가서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조상님께 향도 한 번 올리고요.”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똑똑한 아이이니 지금처럼 잘 키우면 성년이 되기 전에 양씨 가문으로 돌아가 일을 맡길 수 있을 거다. 데려가는 건 좋지만 아직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유강후는 다시 물었다.“내가 찾으라고 한 자료는 확인했어?”로운은 묶어둔 자료를 꺼내 유강후에게 건넸다.“이것은 성염 조직에 대한 정보입니다. 인원은 많지 않지만 굉장히 단결되어 있습니다. 한 번 목표로 삼으면 끈적한 반창고처럼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조직은 크게 두려워할 것은 없지만 상대하기엔 매우 불쾌한 존재입니다.”유강후는 자료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안윤희는 여기서
유강후는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차갑고 무심한 시선으로 안윤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성염 조직, 너랑 무슨 관계야?”안윤희는 고개를 확 들어 올리며 눈빛에 불안함을 담고 대답했다.“무, 무슨 성염이요?”성염 조직은 국제적인 테러 집단으로 극단주의자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그들은 불이 모든 것을 정화한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악으로 간주한 대상은 무엇이든 태워 세계를 정화하려 했다.그들의 활동은 선과 악을 가리지 않았고 그들의 눈에 악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정화의 대상이 되었다.이로 인해 암흑가뿐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성염 조직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다.유강후는 안윤희를 똑바로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히 말했다.“네가 어떤 조직에서 왔든 상관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둬. 만약 네가 온다연에게 손이라도 대려 한다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야. 너희 안씨 가문과 성염 조직 모두 비참하게 끝날 테니까.”안윤희는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꽉 쥐고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유강후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뒤돌아 걸어 나갔다.안윤희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천천히 일어섰다.방금 발에 차여 바닥에 나가떨어진 그녀는 무릎이 긁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통증을 느끼는 기색은 없었다.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사라져가는 유강후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난 분명히 널 선택했어. 그런데 날 거부하고 그 재수 없는 여자만 원한 대가가 뭔지 제대로 보게 될 거야. 다연이가 그렇게 좋다면 두 사람 다 함께 끝장내주지.”“이모, 이모부. 저는 다연이를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애가 먼저 제 선택을 빼앗았어요. 뻔뻔한 사람은 다연이지 제가 아니에요. 그러니 저를 탓하지 마세요.”안윤희의 낮은 혼잣말은 복도를 스치는 바람 속에 흩어졌다. 그러나 그중 일부가 안심의 귀에 닿았다.안심은 다친 채 서 있는 안윤희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니? 왜 이렇게 엉망이야?”안윤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가 실수로 넘어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처럼 자연스러운 호흡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들만의 공간은 다른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던 유강후가 온다연 앞에서 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를 보일 줄은.유강후는 온다연을 마치 손바닥 위에서 소중히 감싸 보호하는 것 같았다. 유강후는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처리하며 온다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과 인내를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온다연은 그런 그의 행동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러다 부모님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고서야 온다연은 자신이 유강후의 옷소매를 잡고 있었다는 것과 방금 그 소매로 입을 닦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황급히 손을 놓고 어쩔 줄 몰라 했다.방 안에는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안윤희만 질투 어린 눈빛으로 온다연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유강후는 이 어색한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듯 즉시 사람을 시켜 과일을 준비하게 했다.게다가 그가 준비한 과일은 전부 온다연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과일이 준비되고 나서 진수현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강 대표, 당장 나가!”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너무 오래 있었다는 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일을 준비했으니 다연이가 다 먹는 걸 보고 나가겠습니다.”진수현은 조금의 인내도 없이 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다연이 부모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우리가 충분히 지켜줄 수 있어. 그러니까 네 도움은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나가!”유강후는 움직이지 않고 과일 접시를 들어 올려 깎은 과일 하나하나에 이쑤시개를 꽂았다. 심지어 샤인머스캣조차도 빠뜨리지 않았다.그는 과일을 다 준비한 뒤 온다연 앞에 과일 접시를 내밀며 낮게 말했다.“먹어.”온다연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과일 접시를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왜 딸기까지 반으로 잘랐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안윤희는 눈가가 붉어진 채 무언가 말하려다 문득 들어오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유강후는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피로가 얼굴에 드러났지만 강렬한 분위기와 또렷한 외모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는 방 안에 있는 안윤희를 힐끗 바라봤고 단 한 번의 시선만으로도 안윤희의 온몸에 서늘한 전율이 퍼졌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어두웠으며, 마치 독을 품은 칼날처럼 사람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안윤희는 자신이 수많은 남자를 만나봤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가진 이는 유강후가 유일했다.안윤희의 마음이 급격히 흔들렸고 유강후가 뭔가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그러나 이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했으며 관련된 사람들은 이미 모두 사라졌으니 불안할 필요가 없었다.죽은 사람은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법이다.안윤희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머리를 매만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유강후는 더 이상 안윤희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곧장 온다연 앞으로 다가가 작은 약병을 건네며 말했다.“이건 곽 의사가 방금 보내준 약이야. 먹어봐.”그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세상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어도 그의 눈에는 온다연만이 유일하게 특별한 존재인 듯했다온다연은 병을 받아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특이한 향이 풍겼고 어딘가 피 냄새와도 비슷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온다연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강후는 병을 다시 가져가 약을 꺼내 직접 하나 삼켰다.“봐, 문제없어. 이 약 총 20알이야. 곽 의사가 그러는데, 재료가 워낙 귀해서 자기한테도 40알밖에 없었대. 그중 절반을 나한테 준 거거든. 이거 먹으면 건강 진짜 좋아질 거야. 어쩌면 앞으로 약 안 먹어도 될지도 몰라.”그가 말을 마치자 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약이 20알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하나를 먹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야?”유강후는 아무 대꾸 없이 옆에 있던 곶감을 집어 온다연의 입가로
“너도 명색에 안씨 가문의 큰딸이야. 가문이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여전히 명문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좋은 물건이 부족할 리도 없는데 왜 이러는 거니...”안심은 말을 멈추고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다연아, 그저 한 세트의 장신구일 뿐이야. 너무 기분 상하지 말고, 엄마가 더 좋은 걸로 새로 준비해 줄게.”온다연은 안윤희 눈에 잠깐 스친 뚜렷한 분노를 보고는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배은망덕하다는 말이 딱 적합했다.“엄마, 더 큰 금고를 하나 마련해 주세요. 귀중한 물건들은 거기 보관하고 제가 직접 관리할게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어요.”안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물건은 네가 직접 챙기는 게 맞지.”안윤희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이건 분명 안윤희를 경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안윤희는 개의치 않았다. 고작 몇 개의 장신구일 뿐이었고 갚지 못할 정도의 거금도 아니었다. 대진 그룹의 부대표가 된다면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온다연은 바보처럼 자신의 손에 놀아나게 되어 있을 것이다.안윤희의 눈에 스친 냉소는 온다연도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지난 3년간 아버지 진수현 곁에서 많은 것을 배운 온다연은 속으로 생각했다.회사 관리를 원하지 않는 것과 관리 능력이 없는 건 엄연히 다른 거라고.비록 회사를 직접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의 사업을 결코 남의 손에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온다연은 진수현을 바라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아빠, 이제 제 신분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대진 그룹을 정식으로 이어받아 앞길을 열어가고 싶습니다.”온다연의 말에 안윤희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안윤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둘러 말했다.“다연아, 아직 몸이 좋지 않잖아. 건강을 회복한 뒤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아. 회사 일은 우리한테 맡겨도 되잖아.”온다연은 안윤희의 말을 무시한 채 진수현을 향해 말했다.“아빠, 언제까지 아빠 뒤에만 숨을 수는 없어요. 이
안씨 가문도 명문가이긴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할 뿐 이미 속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만약 진씨 가문이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안윤희는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게다가 예전에 온다연에게서 가져간 물건 중 상당수는 이미 팔아버려 이제 와서 돌려줄 수도 없었다.그때 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안윤희의 눈빛이 잠시 차갑게 빛나더니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다연아, 이러지 마. 예전에 네가 선물로 줬던 물건들을 이제 와서 돌려달라니, 말이 돼? 난 우리를 자매처럼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일 줄은 몰랐어...”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안윤희를 차갑게 바라보았고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깊어졌다.잠시 후, 진씨 부부가 방으로 들어왔다.안심은 안윤희가 온다연의 병상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온다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윤희가 먼저 말했다.“이모, 다연이가 제가 예전에 받았던 장신구들을 다 돌려달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뭘 받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일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줬어요... 어젯밤에 제가 다연이를 제대로 따라다니지 않고 혼자 둔 걸로 저를 원망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도 제 일이 있었는데 말이에요...”안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안심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연아, 정말 그런 거야?”온다연은 상체를 일으키며 안윤희를 차갑게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짜증이 치밀었다.“언니, 연기 그만해. 그동안 언니가 내 물건 가져간 건 전부 언니 멋대로였잖아. 빌린다고 말했지만, 내가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어제 언니가 가져간 건 내가 결혼식 때 쓰려고 준비해 둔 장신구였어.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건데, 그냥 가져가더라. 난 허락한 적이 없었는데. 아니면 진씨 가문 물건은 언니가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이야?”온다연의 말투에는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언제부터 진씨 가문이 안씨 가문과 한 식구가 됐는데?”
그때 유강후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에 표시된 번호를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몇 분 후, 안윤희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안윤희는 연한 하늘색 발목 길이 드레스를 입고 하얀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어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러나 침대 위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온다연의 모습이 훨씬 더 사람들의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안윤희의 마음속에 묘한 질투심이 피어올랐다.안윤희는 방 안을 둘러보고는 유강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안윤희는 장미꽃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다연아, 몸은 좀 괜찮아졌어?”하지만 온다연은 원래부터 백장미를 싫어했다. 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윤희를 쏘아보며 물었다.“왜 왔어?”안윤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깨어났다고 해서 와봤어. 그런데 아직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혹시 누가 진씨 가문을 노리기라도 했어?”온다연은 이번 일에 안윤희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내가 깨어난 게 언니랑 무슨 상관인데?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언니가 더 잘 알지 않아?”안윤희는 순간 당황했다.온순했던 온다연이 요즘은 마치 가시가 돋은 듯 상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다연아, 혹시 어제 내가 목걸이를 빌려 간 것 때문에 아직도 화난 거야?”안윤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제 급해서 미처 말 못 했을 뿐이야. 그리고 우리 사이에 이런 일은 예전에도 많았잖아.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온다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빌린 거라고? 그럼 어제 가져간 장신구 다시 돌려줄래? 내가 다시 쓸 일은 없겠지만, 그건 어머니가 내 혼수를 위해 준비해 주신 거라 남에게 줄 수는 없어.”안윤희는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돌려달라고 요구하다니, 감히!원래 그 장신구는 안윤희,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온다연이 중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