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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7화

Author: 금추
방연하의 방금 전 조롱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정현준의 말이 괜히 더 신경 쓰였고, 진소혜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식사가 끝난 뒤, 일행은 넘버 나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다들 술이 들어간 터라 정신이 맑진 않았고, 프라이빗 룸의 분위기 탓에 점점 더 흥에 겨워졌다.

서로 잊은 듯, 또다시 임유진에게 건배를 청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모두가 유진의 승진을 축하한다며 술잔을 들었다.

여진구와 방연하가 옆에서 지키고 있었지만, 유진도 어쩔 수 없이 몇 잔은 받아 마셨다. 다행히 맥주라 취기가 심하진 않았다.

룸 안은 조명이 반짝였고,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환호하며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유진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같은 부서 남자 직원 둘이 서로 사랑 노래를 부르며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주변의 웃음소리에 맞춰 실없이 웃었다.

연하가 유진에게 병맥주를 건네며 잔을 부딪쳤다.

“카! 이 맛에 마시는 거지!”

연하는 병을 반쯤 비우자, 유진은 곧장 휴지를 꺼내 건네며 걱정했다.

“천천히 마셔, 그렇게 마시면 금방 취해.”

“나 이번 프로젝트 곧 끝나. 이제 더는 그 변태 꼰대한테 안 시달려도 돼!”

연하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 달이나 참았다고!”

유진은 찌푸린 얼굴로 물었다.

“그 인간, 너한테 뭐 했는데?”

“퇴근 시간에 일부러 따로 부르고, 회식 자리에서 손도 대고. 심지어 속옷 세트까지 선물했어. 토 나오는 줄!”

“그때 반응은 제대로 했지?”

“걱정하지 마. 그딴 놈 손에 안 잡히게 했지. 내가 누군데. 만만한 사람 아닌 거 몰라?”

그 얘기를 옆에서 들은 진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 또 그런 일 생기면 그냥 뺨 한 대 갈겨.”

연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랬다간 내 자리도 날아가죠.”

이에 진구는 비웃듯 말했다.

“그게 뭐가 무서워? 나한테 와. 지금보다 더 줄게.”

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진짜 더 못 참겠으면 연락할게요.”

“왜 그때를 기다려? 지금 오면 되잖아.”

진구는 시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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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쪽에서 구은정의 짧은 침묵이 흘렀고, 두어 초 뒤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바로 갈게요.]방연하는 기쁜 듯 환하게 말했다.“네,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연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일부러 여진구의 굳어진 표정을 외면한 채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온대. 집에 있었나 봐.”유진은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문득 긴장된 기분이 밀려왔다. 막상 다시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역시 어떤 일은 한 번 벌어지고 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몇 분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연하가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네가 나가 봐.”유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일어나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익숙한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일주일 가까이 지나 있었지만, 마주하는 순간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흘렀던 것만 같았다. 시선이 부딪치는 찰나, 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은정은 막 퇴근한 듯 흰 셔츠에 짙은 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특유의 차가움은 여전했지만, 어딘가 더 단정하고 안정된 느낌이 감돌았다. 깊은 눈동자엔 이전보다도 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은정은 한 손에 와인 한 병을 들고 있었고, 살짝 웃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들어가도 될까?”유진은 얼굴이 붉어지며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물론이죠.”연하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어서 오세요!”은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한 말투로 답했다.“안녕하세요.”모두 함께 식탁 쪽으로 이동했다. 70평 남짓한 넓은 집답게 주방은 크고 여유로웠고,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기에도 충분했다.연하는 효성과 추연설에게 은정을 소개했다. 진구는 모르는 척 무시했고, 연하는 일부러 유진과 은정이 나란히 앉게 자리를 배치했다. 진구는 그 의도를 모를 리 없었고, 냉소를 흘렸다.“은정 씨가 가져온 술, 가격이 장난 아니네요. 오늘 유진이 덕분에 억대짜리 술 맛보게 되네요.”연하는 웃으며 주방으로 가서 와인병을 땄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1화

    유진은 순간 당황한 듯 쇼핑백을 내밀었다.“애옹이 간식이에요. 아주머니께서 대신 좀 먹여주세요.”이성화는 봉투를 받아들며, 유진이 애옹이를 정말 아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레 말했다.“안으로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 가요.”“괜찮아요.”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그때 방 안에서 애옹이가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 나왔다. 두 발로 유진의 다리에 매달리듯 안기며 꼬리를 흔들었다.유진은 코끝이 시큰해졌지만, 그저 허리를 숙여 애옹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을 뿐, 안아 들지는 않았다.“착하지.”그렇게 한마디를 남긴 뒤, 애옹이를 살며시 떼어내고는 이성화 아주머니에게 공손히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돌아섰다.야옹. 애옹이는 이해하지 못한 채 유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마치 왜 떠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작고 슬픈 눈으로.눈 깜짝할 사이에 금요일이 되었다. 이날 저녁, 여진구와 방연하, 장효성 등이 유진의 집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가장 먼저 도착한 연하와 효성은 포장해 온 해산물 무침, 매콤한 새우 요리 등 다양한 안주를 식탁 위에 정성스레 올려놓았다.막 세팅을 끝내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내가 열게!”효성이 재빠르게 일어나 문을 열었고, 문이 열리자 그녀가 환하게 인사했다.“선배!”진구는 유진의 직장 동료인 추연설과 함께 들어왔다. 두 사람은 다양한 술과 음료를 들고 있었다. 진구는 고개를 돌려 거실 쪽을 둘러봤다.“유진이는?”“전화 중이에요!”효성이 진구에게 슬리퍼를 건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퇴근했는데도 또 일하고 있어요. 유진이 워커홀릭 되는 거 아니에요? 선배 유진이를 너무 혹사시키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면 나 가만 안 있을 거예요!”그 말에 연하가 주방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며 현관 쪽을 흘끗 보고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유진이를 괴롭히다니.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퇴근 후에도 일 시키는 사람, 나라도 혼내줄 거야!”진구가 농담처럼 말하며 거실로 향했다. 그러다 마주친 건 방연하였다.지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80화

    은정은 천천히 일어나 말했다.“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이웃이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임유진은 목이 잠긴 듯한 느낌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고 거리감이 있었다.“고마워요.”은정은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방 안은 여전히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유진의 마음은 어둠 속에 남겨진 듯 무거웠다. 오히려 깊은 허탈감과 상실감만 더 짙어졌다.유진은 괜스레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고백해서 모든 걸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걸까?’결국 애옹이도 다시는 못 보게 됐고, 저녁 식사도 같이할 수 없게 됐다.유진은 풀이 죽은 듯 한숨을 쉬며 두 다리를 모아 껴안고 턱을 손에 괴었다. 창밖에서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유진의 마음속에도 차가운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한편, 은정은 집으로 돌아와 소파 위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애옹이를 바라봤다. 잠에서 깬 고양이는 멍한 눈으로 은정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 은정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듯 아려왔다.어쩌면 오늘은 고백할 타이밍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참지 못하고 감정을 터뜨린 건 결국 그 자신이었다.“좋아해요.”“오늘부터 정식으로 좋아한다고 말할게요. 사장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단지, 날 거절하지만 않으면 돼요.”“사장님, 이번 생엔 사장님만 바라볼래요.”아직 자신의 귓가에는 생생히 울리는 유진의 고백이 남아 있었는데, 그 말을 했던 유진은 어디로 간 걸까?유진이 좋아한 건 서인이었고, 지금 그는 구은정이었다. 그렇다면 은정은 다시 서인으로 돌아가 유진을 기다려야 할까?이름을 바꾸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있었다. 묵직하고 설명할 수 없는 통증이 가슴을 짓눌렀다. 은정은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마음은 여전히 그 어두운 밤에 머물러 있었다.며칠이 흘렀지만, 유진은 정말 다시는 은정을 마주치지 못했다. 예전엔 출퇴근길에 가끔 엘리베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9화

    유진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은정은 마치 인생의 업보라도 돌아온 듯 가슴이 시리게 아팠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흔들림 없이 유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만약 나이니 집안이니 다 빼고 생각하면, 날 좋아하긴 하는 거야?”“아니요.”유진은 거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답하자, 은정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잠긴 목소리로 되물었다.“정말 싫어?”유진이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순간 은정은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픔을 느꼈고, 은정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나 체념할 수 없는 듯 다시 한번 물었다.“조금도 좋아한 적 없어?”유진은 그를 더 상처 입힐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침묵은 때론 더 잔인한 답이 되기도 한다.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내리깔았고, 그 큰 체구는 어둠 속에 외로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결국 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이제 갈게요.”그리고 은정은 유진을 붙잡지 않았다.유진은 은정의 옆을 천천히 지나갔지만 끝내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곧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공기 중에는 유진의 향기만 희미하게 남았다.집에 돌아온 유진은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듯 현관문에 기대어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방 안은 짙은 어둠뿐이었다.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이 오히려 집안의 텅 빈 공허함을 더 깊게 만들었다. 유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발코니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이 조금 더 밝아서였다.넓은 발코니에 서자, 멀리서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자 등 뒤의 어둠이 조금 덜 무섭게 느껴졌다.유진은 은정이 했던 말을 떠올렸고,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다가오는 발소리, 그리고 유진의 뒤에 멈춰 선 은정의 기척이 느껴졌다.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잠시 후, 은정은 유진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와 마찬가지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8화

    임유진은 애옹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간단히 국수를 끓였는데, 닭고기를 넣은 건 애옹이를 위한 것이었다. 바깥의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유진은 소파에 웅크려 애옹이를 안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지만, 오늘은 마음이 산만했다. 아무리 흥미로운 줄거리도 유진의 주의를 끌지 못했고, 자꾸만 밖을 바라보게 되었다.‘이렇게 비가 심하게 내리고 어두운데, 운전하는 게 위험하지 않을까?’그때 휴대폰에서 뉴스 알림이 울렸다. [폭우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워 어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이에 유진은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은정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운전 중인 그를 방해할까 걱정됐다.10시가 넘자 유진은 아예 은정의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드라마 한 회가 끝나자 임유진은 깊이 잠든 애옹이를 고양이 침대에 눕혔다. 막 일어나서 물을 가지러 가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온 집안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밖에선 천둥 번개가 치며 번쩍이는 빛이 집안을 스쳐 지나갔고, 어두운 실내가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유진은 두려움에 꼼짝 못 하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서둘러 문밖으로 나가 복도의 불도 꺼졌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급하게 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와 마주쳤다.“꺅!” 유진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임유진!” 은정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렸고, 곧장 한 발짝 다가와 놀란 그녀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무서워하지 마, 나야!”“나 돌아왔어!”“괜찮아!”유진은 은정의 품에 기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여전히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삼촌?”“응, 괜찮아. 정전일 뿐이야.” 은정이 낮게 말했다.한 시간 전, 은정은 관리실에서 보낸 메시지를 이미 받았다. 날씨로 인해 한 시간 후 아파트 내에 정전이 있을 예정이며,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유진이 무서워할까 봐 은정은 속도를 최대한 높여 정전 전에 돌아오려 했지만, 몇 분 늦고 말았다. 하필이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7화

    애옹이는 억울하다는 듯 목을 움츠리며 야옹 했다. 구은정은 태연한 표정으로 애옹이를 한 손에 들어 소파 뒤쪽으로 던져놓고는 임유진을 향해 말했다.“늦었으니 가서 자.”유진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섰다.“저 갈게요. 삼촌도 일찍 쉬세요.”그때 애옹이가 다시 소파 위로 뛰어올라, 앞발 하나로 유진이 베고 있던 쿠션을 붙잡고 고개를 기울인 채 유진이 누워있던 자리를 핥았다.애옹이는 핥고 난 뒤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다시 쿠션을 꼭 껴안고 한 번 더 핥았다.유진이 은정을 바라보았다.“애옹이가 왜 이래요?”은정은 눈빛을 가늘게 뜨고, 눈동자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혀끝으로 어금니를 살짝 건드리고는 담담히 말했다.“앞으로 더는 간식을 먹기 싫다는 뜻인가 보지!”애옹이는 즉시 쿠션을 내려놓고 얌전하게 은정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야옹야옹 하고 아첨했다.‘멍청한 주인은 이해하지 못하니, 현재의 주인에게 잘 보이는 게 낫겠지!’“간식 대신 쿠션 먹고 싶은 거야?” 유진은 웃으며 허리를 숙여 애옹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일 봐!”다음날, 점심이 지나자 날씨가 갑자기 변했다.퇴근 무렵에는 바깥이 거센 바람과 폭우로 뒤덮여 사람들은 어떻게 집에 돌아갈지 걱정하며 일할 생각도 사라졌다.유진에게 집에서 보낸 기사의 전화가 왔다.“아가씨, 사모님이 저를 보내셨는데, 길이 막혀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유진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엔 은정이었고, 유진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정이 말했다.[나 지금 해성인데 강성으로 돌아가려면 늦을 것 같아. 너 집으로 돌아가. 이경 아파트엔 가지 마.]“애옹이는요?” 유진이 걱정스럽게 묻자, 은정이 대답했다.[아침에 사료 충분히 줬으니까 몇 시간 정도는 괜찮아.]유진은 은정이 운전 중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비가 많이 오니까 운전 조심하고 서두르지 마세요.”그의 낮고 부드러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6화

    저녁이 되어 두 사람이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구은정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했고, 임유진은 거실에서 애옹이와 놀고 있었다.유진은 배가 고파 주방으로 달려가 물었다.“밥 다 됐어요?”은정은 유진에게 과자 하나를 건넸다.“이거 먼저 먹어.”“이 과자 언제 샀어요?”유진은 기쁜 마음으로 포장을 뜯었는데, 작은 뼈다귀 모양의 과자가 무척 귀여웠다. 그녀는 두 개를 입에 넣었다. 별로 달지 않았고 은은한 민트 향이 나는 바삭한 맛이었다.“맛있어요!”유진은 몇 개 더 집어 입에 넣고는, 한 개를 손에 쥐고 애옹이를 놀리며 은정에게 물었다.“이 과자 고양이가 먹어도 돼요?”이에 은정은 몸을 돌려 끄덕였다.“원래 애옹이 거야!”유진은 할 말을 잃었고, 즉시 과자 포장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만화 그림의 상자 중간에 작은 검은색 글씨로 애완동물 간식, 고양이 과자라고 적혀 있었다.“삼촌!”유진은 마치 화난 작은 고양이처럼 유진을 노려보았다.‘나에게 고양이 음식을 주는 게 습관이 된 건가!’은정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 과자가 평소 네가 먹는 잡다한 간식보다 훨씬 건강해!”유진은 은정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화난 얼굴로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은정이 요리를 마치고 나왔을 때, 유진은 소파에 앉아 과자 하나를 먹고 애옹이에게 하나를 먹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알고도, 유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더 즐겁게 먹었다.저녁을 먹고 난 뒤 두 사람은 공부를 시작했다. 거의 열 시가 다 되었을 때, 은정의 전화가 울렸고 그는 일어나서 전화를 받으러 갔다.마심호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KN을 대신할 새 협력사에 대한 몇 가지 점검 사항을 상의하기 위해서였다.통화가 30분이나 걸렸고, 유진이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유진은 이미 애옹이를 안고 소파에 옆으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사람과 고양이가 같이 깊게 잠들어 있었다.은정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유진에게 다가가서는 옆에 반쯤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고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5화

    구씨 그룹 회의실에서는 KN그룹과의 계약 해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며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었다.센터에 앉은 구은정은 표정이 느긋했고, 마치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뭐해?]은정은 이 글자들을 입력하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가 다시 하나씩 삭제했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보내기 전에 다시 부적절하다고 느껴 이것도 삭제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보낸 메시지는 다른 내용이었다.[몇 시에 퇴근해?]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이 흐르는데도, 임유진은 여전히 답이 없자, 은정은 화면을 뚫어지게 보며 점점 미간을 찌푸렸다.옆에 있던 임원들이 은정의 표정을 살피며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회의실의 논쟁 소리도 점차 작아졌다.한 부사장이 입을 열었다.“올해 들어 KN이 제시하는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우리 이익을 한없이 압박하고 있어요. 굳이 그 회사와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요!”그때 은정의 휴대폰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저녁 일곱 시쯤 집에 도착할 거 같아요.]이에 은정의 표정이 곧장 풀렸고,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번졌다.[뭐 먹고 싶어?][지난번에 해준 생선 맛있었어요.][그래서 애옹이랑 생선 간식 두고 다툰 거구나. 앞으로 생선 먹고 싶으면 나한테 직접 말해.][그 일 다시는 언급하지 마요.][알았어, 말 안 할게.] 은정의 냉철한 눈매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담겼다. [저녁에 생선 쪄줄게.]임원들은 대표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진 걸 보고, 너도나도 부사장의 의견에 동조했다.“제 의견도 같아요. 당분간 KN과의 협력을 중단하죠.”“오윤열이 감히 구 대표님을 우습게 보고 말을 바꾸고 약속을 저버렸으니, 신뢰를 잃었어요. 우리가 더 이상 봐줄 필요 없고요.”...은정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모두 의견이 일치했으니, 계약 해지 건으로 확정하시죠.”최이석과 서성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서성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KN을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274화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은정이 갑자기 물었다.“직장을 바꿔볼 생각은 없어?”유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아니요, 지금 하는 일이 좋은데요?”이에 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진구가 너한테 힘들게 하면 꼭 나한테 말해.”유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요, 누가 나를 힘들게 할지언정, 진구 선배는 절대 그럴 리 없으니까!”은정은 말이 막혀서 답답한 기분이 가슴에 차올랐다. 하지만 어젯밤 일을 떠올리니, 시샘하던 마음도 부드러움으로 변해버렸다.식사를 마친 후 두 사람은 출근을 준비했다. 비록 몇 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은정은 차를 몰고 가는 길에 유진을 회사까지 데려다주었다.회사 건물로 들어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진구와 함께 있을 것을 생각하자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당기고 싶었다.어젯밤 은정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가까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진구는 이미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진을 진구의 회사에서 나오게 할 정당한 이유를 무엇으로 만들 수 있을까?구씨 그룹의 오전 회의에서 모든 직원은 오늘 사장의 기분이 꽤 좋다는 것을 느꼈다.최이석은 어젯밤 일로 은정이 오늘 아침 자신을 괴롭힐 거라 예상했지만, 그의 온화한 표정을 보고는 오히려 불안감이 커졌다. 은정의 속마음을 알 수 없을수록 더욱 조심스러웠다.유진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진구에게 불려 갔다. 방에 들어서자, 진구가 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표정이 어두웠다.이에 유진은 놀라 물었다.“얼굴이 왜 그래요?”진구는 불편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후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문에 부딪혔어.”유진은 크게 웃었다.“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문에 부딪혀요?”그 말에 진구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그게 그렇게 웃기냐?”유진은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진구의 얼굴을 살폈다.“혹시 누구랑 싸운 거 아니에요?”그러나 진구는 그녀의 입술에 남은 자국을 발견했다. 원래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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