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가 천천히 임구택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을 향했다. 이제는 불꽃놀이도 끝나고, 화려했던 정원 연회 자리도 정리되어 텅 비어 있었다.소희는 임구택 앞에 무릎을 굽혀 앉으며 물었다.“여기서 뭐 하고 있어?”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소희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불꽃놀이를 보고 있었어.”소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불꽃놀이? 불꽃놀이는 이미 끝났잖아요.”구택이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며 그녀의 코끝에 입을 맞췄다.“한 번 일어나서 확인해 봐. 정말 끝났는지.”소희는 구택의 말을 따라 일어나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멀리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희의 눈에 들어오는 건 꺼져버린 불빛과 어슴푸레한 별빛뿐이었다.“아무것도 없는데?”소희는 다시 물음을 던지려는 순간,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구택의 손길이 그녀의 다리를 스치고, 그 뒤에 느껴지는 구택의 차가운 입술.소희는 구택이 무엇을 하려는지 바로 깨달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구택의 손이 부드럽게 소희의 발목을 감싸며 움직임을 막았다.구택의 손길은 이내 그녀를 자기 허리 옆으로 당겼다. 난간에 둘러싸인 발코니는 마치 외부와 이어진 듯 개방적이었다.소희는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에 온몸의 감각이 더욱 예민해지는 것을 느꼈다.멀리 펼쳐진 고요한 산맥과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소희는 자신을 휘감는 모든 감각을 느끼며 숨을 죽였다.그 순간, 정원에서는 갑자기 찬란한 불꽃놀이가 터졌다. 소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삼켰다.“이게 아까 말한 불꽃놀이였네.”그녀는 속삭이듯 말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구택은 소희의 귓가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불꽃놀이, 마음에 들어?”소희는 축축해진 눈을 반짝이며 대답할 수 없었다. 구택의 입술은 그녀의 이마, 눈가, 뺨을 지나 입술에 멈췄다....소희는 구택이 어떻게 이런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하는지 몰랐다. 구택은 그녀의 몸과 감정을 파악했고, 불꽃놀이의 정확
강아심은 강시언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뭔가 잊은 것 같아요.”시언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뭘?”“목욕이요. 저를 씻겨준다더니 까먹으셨잖아요.”아심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덧붙였다.“씻지 않으면 잠이 안 와요.”시언은 방금 샤워를 마친 상태였다. 짙은 파란색 가운을 걸친 그는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물기가 도는 차가운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는 아심을 조용히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 시언 앞에서 아심의 눈동자는 더욱 흐릿해지고, 붉게 물든 눈꼬리는 그녀를 한층 더 요염하면서도 연약해 보이게 했다.아심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시언의 허리를 가볍게 안은 후,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으며 요염하게 몸을 비볐다.시언은 결국 아심을 안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아심은 그의 목을 가볍게 감싸 안고, 바로 시언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시언은 목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며 짧게 숨을 삼켰다.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용히 말했다.“내일 사람들 만날 일이 있어.”이에 아심은 고개를 들어 시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심의 검은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은 듯했고, 붉게 물든 눈가가 은근히 불만스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아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얼마나 억울하고 불만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 이에 시언은 작게 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아심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어차피 내일 하루종일 목덜미가 붉다고 해도, 그 누구도 감히 시언에게 물어보진 않을 것이었다.욕실 안, 뜨거운 물줄기가 샤워기에서 쏟아지며 두 사람의 실루엣을 휘감았다. 시언은 아심을 벽에 밀착시키며 키스했다. 시언의 몸에서 내뿜는 열기는 마치 불꽃처럼 그녀를 점점 뜨겁게 만들었다.검은 드레스는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미끄러졌고, 그녀의 흰 피부가 드러났다. 아심은 손을 뻗어 시언이 입은 가운의 허리띠를 풀려 했으나, 시언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시
소희는 갑작스레 다른 질문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물었다.“몇 시야?”표정만큼은 진지했지만, 의도가 다분히 명확했다. 이에 임구택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여덟 시.”소희는 그의 어깨를 밀며 서둘렀다.“일어나야 해. 아침에 부모님께 인사드려야 하잖아.”구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기억하고 있는 거 보니 대단한데?”소희가 재차 물었다.“지금 늦진 않았겠지?”“아직 괜찮아. 방금 부모님께 전화드렸어. 아홉 시에 가기로 했고, 인사 올리고 나서 다 같이 아침 먹으려고.”구택은 시계를 확인하며 덧붙였다.“그러니 네가 30분은 더 잘 수 있어.”소희는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진짜? 더 자도 돼?”구택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이불을 들춰내며 말했다.“같이 자자.”그 말을 듣자마자 소희는 벌떡 일어나 침대를 벗어났다. 그리고 와인색 실크 잠옷 차림으로 욕실로 뛰어 들어가며 말했다.“같이 자긴! 잘 수 있을 리가 없잖아!”뒤로 울려 퍼지는 은은한 방울 소리와 구택의 낮고 깊은 웃음소리가 아침 햇살 속에서 흩어졌다.차에 올라탄 후,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오늘 일정은 간단해. 오전엔 부모님 댁에서 인사 올리고, 손님들을 배웅할 거야.”그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오후엔 우리 가족이 강씨 별장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남아서 내일 아침에 네 본가로 돌아가자.”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알겠어. 다 당신 계획대로 할게.”...강아심은 눈을 뜨자 햇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머리가 약간 멍하고 어지러웠지만, 곁에 있는 팔이 아심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팔의 주인을 확인했다.곁에 누운 남자는 탄탄한 가슴을 아심의 등 뒤로 밀착시켜 끌어안고 있었고, 그의 손은 뻔뻔하게 그녀의 심장 가까이에 올려져 있었다.아심은 잠시 숨을 죽이며 상황을 정리했다.‘강제로였나, 아니면 자발적이었나?’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발적이었다.‘그렇다면 수동적이었나, 아니면 적극적이었나?’이 방 분
[그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옆에 누가 있었던 건 기억 안 나?]강아심은 잠시 멈췄다. 답장을 보냈다.[누구요?]강시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기억하기 싫은 거야?]한동안 조용하더니, 강아심은 마지못해 답장을 보냈다.[인정할게요.]시언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찾으러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담배를 찾기도 전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보자마자 시선이 멈췄다.아심이 보낸 메시지는 다름 아닌 200만 원 송금 내역이었다. 그리고 전송된 금액의 메모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양이 장난감 비용.]...정말 이렇게 비싼 고양이 장난감이라니! 아심은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대략 10여 분 후, 또다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그녀는 이번엔 시언이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의 메시지를 보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메시지 내용은 뜻밖이었다.[아침 꼭 챙겨 먹어.]메시지를 보낼 당시 시언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심은 살짝 웃으며 길가에 식사할 만한 장소를 찾아 차를 세웠다.한창 창가에 앉아 따뜻한 국물을 마시던 그녀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움을 느꼈다.적당한 거리, 적당한 관계.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필요한 만큼만 서로에게 남겨두는 여백.아심은 이런 식의 관계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시언이 떠나든 돌아오든 묻지 않고, 자신이 어디를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설명하지 않는 자유로움.만약 어느 날 그녀가 지치고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다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시언의 삶에서 사라질 것이다.물론 어젯밤은 그저 우연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아심도 알고 있었다. 육체적 친밀함은 때로는 위험한 중독이 될 수 있으니까.강씨 별장아침 식사가 끝난 후, 소희는 강재석을 만나러 갔다. 시언은 이미 차를 준비해 강재석을 집으로 모시러 왔다.구택 역시 차를 준비해 도경수와 양재아를 공항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을 포함해 장시원 일행도 모두 오전 중으로 떠났다. 성연희를 배웅할 때, 그녀는 소희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결혼식은 최소 3일은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하루로는 전혀 부족해!”소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뒤에 청아의 결혼식, 유정의 결혼식이 있으니까 그때 마음껏 즐기면 돼.”연희는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언제 별장으로 돌아가? 아니면 바로 신혼여행 떠나는 거야?”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돌아가게 되면 미리 연락할게.”“알았어! 연락 기다릴게. 몰래 떠나면 안 돼! 매일 나한테 영상 통화도 하고 사진도 보내야 해!”연희는 다시 한번 소희를 꼭 끌어안고 차에 올라탔다. 소희가 마지막으로 배웅한 사람은 소시연 가족이었다.하순희는 소희를 바라보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우리 집안 아이들 결혼식 중에서 첫 번째로 참석하게 될 결혼식이 네 결혼식이라니.”“어제 결혼식 보면서 나도 몇 번이나 울었잖니.”하순희가 말하면서 다시 눈물을 글썽이자, 옆에 있던 소정수는 약간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참 신기한 사람이야. 평소엔 그렇게 속 편한 사람처럼 보이더니, 소희 결혼식에 그렇게 감정이 풍부할 줄이야!”소시연이 아빠 팔짱을 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아빠가 모르는 거죠. 우리 엄마는 원래 감상적인 사람이에요!”하순희는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를 닦았다.“소희랑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너희들 때문에 집중이 안 되네!”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야기하세요. 저 듣고 있어요.”하순희는 소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내 마음이 참 복잡했어.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는데, 결국 네가 행복한 게 제일 기쁘더라. 정말로 네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나도 덩달아 행복했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아요. 저도 두분에게 정말 감사해요.”하순희는 가방에서 열쇠 한 개를 꺼내며 말했다.“오해는 하지 말아줘. 이건 내가 너한테 집을 준다는 뜻이
임유진은 사기가 한껏 올라 외쳤다.“힘낼게, 화이팅!”유진은 말할수록 더 신이 났다.“소희, 너는 우리 집의 복덩이야! 네가 나타나자마자 우리 삼촌의 결혼 문제가 해결되고, 나한테 이렇게 좋은 남자친구까지 데려다줬잖아. 정말 네가 너무 좋아!”소희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무력하게 웃었다.“내가 보기엔 네가 서인을 좋아하는 게 거의 광적인 수준인데?”“사장님이 나를 좋아한다면, 광기에 사로잡힌다 해도 난 상관없어!”유진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넘치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유민, 빨리 가자. 소희에게 그렇게 매달리지 마!”우정숙이 뒤돌아보며 말했다.“가요!”유진은 대답하며 작게 중얼거렸다.“좀 붙어 있으면 어때? 어차피 우리가 가고 나면 소희는 삼촌 것이 되는데!”유진은 혼잣말하며 우정숙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결국 마지막에는 소희와 임구택 둘만 남게 되었다. 넓은 장원 안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상대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 심장은 모두 서로를 위해 뛰고 있었다.오후 내내 두 사람은 마치 처음으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걸어 다닐 때마다 서로에게 의지했고, 낮잠을 함께 자고, 눈을 뜬 후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안고 키스를 나눴다. 발코니 소파에 앉아 함께 해질녘을 감상하기도 했다.저녁이 가까워지자 구택은 직접 요리를 했고, 소희는 옆에서 예쁜 접시와 그릇을 준비했다. 둘은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서 촛불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소희의 놀란 눈길 속에서 설희와 데이비드가 함께 달려왔다.그날 밤, 소희는 거의 밤새도록 종소리를 들었다. 맑고 아름다운 소리, 때로는 급박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울리며 그녀를 감싸주었다.그 소리는 소희로 하여금 잠들게 했고, 꿈속에서도 유유히 울리는 즐거운 종소리가 가득했다. 예전에 그녀를 짓누르던 어두운 그림자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다음 날소희는 친정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구택은 직접 차를 몰아 소희를 강씨 집안으로
강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오석이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집사님!”소희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갔다.“저 돌아왔어요!”“그래, 잘 왔구나!”오석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소희를 바라보며, 반가움과 기쁨으로 눈이 빛났다. 곧이어 임구택이 다가와 오석에게 인사를 건네고, 소희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재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소희가 왔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마침 마당에 나온 그는 소희의 모습을 보고 먼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식사 시간, 가족들은 다시 양재아와 도도희의 친자 확인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강시언이 말했다.“오늘 아침 도도희 이모에게 전화가 왔어요. 내일이면 강성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소희는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도도희가 재아를 만나고 나서, 친자 확인에 훨씬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마치 서둘러 재아와 관계를 끊으려는 듯했다. 이런 점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꽤 깊은 것 같았다.“그렇구나.” 강재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도 내일 함께 가보자꾸나. 도씨 집안의 큰일인데, 우리가 빠질 수는 없지.”시언도 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그럼 내일은 저와 소희, 구택이도 함께 강성으로 가죠.”“좋아.”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그렇게 일단 내일의 일정은 정해졌다.식사가 끝난 후, 예전처럼 구택과 시언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희는 강재석과 함께 연못가에 앉아 낚시하며 장기를 두었다.햇볕을 쬐자 소희는 졸음이 밀려왔고,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반쯤 감은 눈으로 강재석과 장기를 두었다. 그랬기에 결과는 당연히 참혹한 패배였다.“할아버지!”소희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나른하게 말했다.“오늘 밤에 저 여기서 자도 돼요?”“당연히 자고 가도 되지! 지켜야 할 전통은 남기고, 버려야 할 전통은 없어져야 하는 거야.”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엔 황선국 셰프가 내가 잡은 생선을 요리해 줄 거야!”“그럼 저도 같이 낚시할래요!”소
임구택은 소희를 한 번 흘겨보더니 강재석에게 말했다.“저런 모습인데, 저도 서두를 수가 없네요.”구택의 말투는 어쩔 수 없다는 듯했지만, 가득 담긴 애정이 느껴졌기에. 강재석은 기분 좋게 크게 웃었다.그날 밤소희와 구택이 있는 정원은 여전히 축제용 등불이 걸려 있었고, 하양이는 새하얀 깃털이 오색 빛으로 변해 있었다.소희는 호두를 들고 하양이를 먹이며 말하자, 하양이는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축하해, 소희! 소희, 아들 많이 낳아!”그 말에 소희는 깜짝 놀라 구택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이걸 가르쳤지?”이에 구택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 등불 아래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더욱 아름답고 선명해 보였다.“굳이 가르칠 필요 없지. 자꾸 듣다 보면 자연히 배우는 거야.”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하양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며 담담히 말했다.“덕담이니, 기꺼이 받지.”소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새가 한 말을 진짜로 믿는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길고 깊은 눈빛을 던졌다.“이미 생겼을지도 모르지.”소희는 몸을 돌리며 진지하고 살짝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괜찮아.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소희의 눈썹을 쓸어내리며 소희의 분홍빛 입술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이잇!”하양이는 두 날개로 눈을 가렸다. 구택은 소희의 이마에 이마를 대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 녀석이 못 보게 하자.”소희의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고,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구택은 그녀를 안아 방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강성정아현은 아침에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마침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였다. 강아심은 아현에게 자신의 차를 사용하라고 했다. 이에 주차장에 도착한 아현은 멍해졌다.아심의 차 타이어 네 개가 모두 바람이 빠져 있었다. 아현은 확인한 뒤, 누군가 일부러 바람을
그러자 양재아가 웃으며 다가갔다.“아직 그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네 시간이 걸린대요. 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시간이나?”도경수는 자리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며, 분 단위로 흘러가는 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이반스는 도도희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피 뽑는 거, 아프진 않았어?”도도희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조금 아프긴 했지만, 괜찮았어.”강재석이 천천히 말했다.“이 시간에 내가 한마디 하겠네.”모두가 조용해지며 강재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결과는 두 가지 중 하나겠지. 확률은 반반이야.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고. 재아가 도씨 집안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뻐할 일이야. 더 할 말이 없겠지.”“하지만 아니라면, 도도희 너도 실망하거나 원망하지 마라. 도경수는 이 모든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아이를 찾는 걸 포기한 적이 없어.”“네가 이재희를 잃어버렸을 때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거의 죽을 뻔하지 않았니? 네 눈으로도 똑똑히 봤던 일이잖아.”도도희는 눈가가 약간 뜨거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말씀 잘 알겠어요.”강재석은 이번엔 도경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자네도 마찬가지야. 자네 몸은 큰 기쁨이나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 재아가 아니라고 해도, 준비는 해둬야 해.”도경수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정원으로 향했다. 재아가 따라가려 일어서려 하자, 강재석이 말했다.“도도희, 가서 아버지랑 이야기 좀 해봐.”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뒷마당의 긴 벤치에 도경수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활짝 핀 자스민 꽃을 조용히 바라보며, 시선은 허공을 떠다니는 듯했다. “아버지!”도도희는 그의 옆에 앉자, 도경수는 갑자기 말했다.“차라리 결과를 보지 말자. 그냥 재아를 재희라고 생각하자, 안 되겠니?”도도희는 눈을 내리깔며 차분히 말했다.“결국 아버지께서는 단지 위로받고 싶으신 거군요. 재아가 재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인가
양재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멍하니 끄덕였다.“알아, 그런데도 조금은 두려워.”소희는 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가족을 잃는 게 무서운 거야, 아니면 도씨 집안의 풍족한 환경을 잃을까 봐 무서운 거야?”재아는 순간 멍해졌고, 바로 대답했다.“당연히 할아버지를 떠나기가 싫어서지. 그분께서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어. 몇 달간 지내면서 진짜 친할아버지처럼 여기게 됐고.”“스승님이 그러셨잖아. 네가 친손녀가 아니라 해도, 이전처럼 너를 돌봐주실 거라고.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재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작게 말했다.“그래도 뭔가 다를 수밖에 없잖아.”소희는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양재아, 온두리에서 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떠올려 봐. 산전수전 위험한 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버텼잖아.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더 나쁘기라도 해?”재아는 소희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초심을 잃지 마!”소희는 마지막으로 재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오후에는 강솔과 진석도 도씨 집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두 시쯤, 드디어 도도희가 집에 도착했고, 이반스도 도도희와 함께 왔다.오랜만에 마당을 본 도도희는 약간의 감상에 잠겼지만, 동시에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바랐다. 집 안에 모여 있던 모두가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강시언이 일어서서 말했다.“오늘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많은 사람이 갈 필요 없어요. 제가 도도희 이모와 양재아를 데리고 갈게요. 나머지는 집에서 기다리세요.”모두 이의 없이 동의했고, 시언은 도도희와 재아를 데리고 유전자 확인 기관으로 향했다.시언은 차를 부드럽고 빠르게 몰았고, 도도희와 재아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침묵으로 가득했다.시언은 원래부터 남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 아우라를 풍겼고, 도도희는 무표정했다. 재아는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침묵을 깨고 먼저 말한 사람은 도도희였다. 도도희는 강아심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지승현은 냉랭하게 말했다.“아부하고 싶으면 직접 하세요. 나를 끌어들이지 말고요! 그리고 당장 사람을 불러 강아심의 차를 고치게 하세요.”“안 그러면 아심에게 신고하라고 할 거예요. 남의 재산을 훼손하는 건 엄연한 범죄예요. 지수철 감옥에 가게 하고 싶으면 그냥 놔두세요.”전화를 끝낸 승현은 바로 끊었다.권수영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집어던질 뻔했다. 그러나 곧 냉정을 되찾고 생각한 끝에 결국 사람을 불러 아심의 차를 고치게 했다.승현도 직접 아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동안 조심하고 운전할 때 주변 상황을 잘 살피라고 당부했다. 이에 아심은 알겠다며 자신이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소희와 강시언 일행이 도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넘어 있었다. 그러나 도도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도경수는 초조한 듯 안절부절못하며, 직접 전화를 걸지는 못하고 강재석을 재촉했다.“도도희에게 다시 전화해서 어디쯤인지 물어봐!”그러나 강재석은 느긋하게 대답했다.“아침에 학생 몇 명 일을 봐주고, 이제 막 비행기를 탔다고 했잖아. 방금도 전화기가 꺼져 있던데, 오늘 안으로는 반드시 도착할 거야. 뭘 그리 급해 해?”그 말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착만 하면 됐어.”그러고는 다시 도우미를 불러 물었다.“방은 다 정리됐나?”도우미를 급히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평소에도 사흘에 한 번씩 정리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대청소까지 끝냈어요.”도경수는 그제야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곧 양재아는 차를 들고 도경수에게 내밀며 웃었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엄마가 돌아오시면 떠나고 싶지 않으실 거예요. 제가 방에 장미꽃도 조금 꺾어놨어요.”도경수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너희 모녀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질 거다. 감정도 서서히 쌓일 테니, 네 장점도 점점 알게 될 거야.”재아는 얌전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을 다 먹고 난 후, 재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
임구택은 소희를 한 번 흘겨보더니 강재석에게 말했다.“저런 모습인데, 저도 서두를 수가 없네요.”구택의 말투는 어쩔 수 없다는 듯했지만, 가득 담긴 애정이 느껴졌기에. 강재석은 기분 좋게 크게 웃었다.그날 밤소희와 구택이 있는 정원은 여전히 축제용 등불이 걸려 있었고, 하양이는 새하얀 깃털이 오색 빛으로 변해 있었다.소희는 호두를 들고 하양이를 먹이며 말하자, 하양이는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축하해, 소희! 소희, 아들 많이 낳아!”그 말에 소희는 깜짝 놀라 구택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이걸 가르쳤지?”이에 구택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 등불 아래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더욱 아름답고 선명해 보였다.“굳이 가르칠 필요 없지. 자꾸 듣다 보면 자연히 배우는 거야.”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하양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며 담담히 말했다.“덕담이니, 기꺼이 받지.”소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새가 한 말을 진짜로 믿는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길고 깊은 눈빛을 던졌다.“이미 생겼을지도 모르지.”소희는 몸을 돌리며 진지하고 살짝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괜찮아.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소희의 눈썹을 쓸어내리며 소희의 분홍빛 입술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이잇!”하양이는 두 날개로 눈을 가렸다. 구택은 소희의 이마에 이마를 대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 녀석이 못 보게 하자.”소희의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고,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구택은 그녀를 안아 방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강성정아현은 아침에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마침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였다. 강아심은 아현에게 자신의 차를 사용하라고 했다. 이에 주차장에 도착한 아현은 멍해졌다.아심의 차 타이어 네 개가 모두 바람이 빠져 있었다. 아현은 확인한 뒤, 누군가 일부러 바람을
강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오석이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집사님!”소희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갔다.“저 돌아왔어요!”“그래, 잘 왔구나!”오석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소희를 바라보며, 반가움과 기쁨으로 눈이 빛났다. 곧이어 임구택이 다가와 오석에게 인사를 건네고, 소희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재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소희가 왔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마침 마당에 나온 그는 소희의 모습을 보고 먼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식사 시간, 가족들은 다시 양재아와 도도희의 친자 확인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강시언이 말했다.“오늘 아침 도도희 이모에게 전화가 왔어요. 내일이면 강성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소희는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도도희가 재아를 만나고 나서, 친자 확인에 훨씬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마치 서둘러 재아와 관계를 끊으려는 듯했다. 이런 점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꽤 깊은 것 같았다.“그렇구나.” 강재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도 내일 함께 가보자꾸나. 도씨 집안의 큰일인데, 우리가 빠질 수는 없지.”시언도 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그럼 내일은 저와 소희, 구택이도 함께 강성으로 가죠.”“좋아.”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그렇게 일단 내일의 일정은 정해졌다.식사가 끝난 후, 예전처럼 구택과 시언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희는 강재석과 함께 연못가에 앉아 낚시하며 장기를 두었다.햇볕을 쬐자 소희는 졸음이 밀려왔고,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반쯤 감은 눈으로 강재석과 장기를 두었다. 그랬기에 결과는 당연히 참혹한 패배였다.“할아버지!”소희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나른하게 말했다.“오늘 밤에 저 여기서 자도 돼요?”“당연히 자고 가도 되지! 지켜야 할 전통은 남기고, 버려야 할 전통은 없어져야 하는 거야.”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엔 황선국 셰프가 내가 잡은 생선을 요리해 줄 거야!”“그럼 저도 같이 낚시할래요!”소
임유진은 사기가 한껏 올라 외쳤다.“힘낼게, 화이팅!”유진은 말할수록 더 신이 났다.“소희, 너는 우리 집의 복덩이야! 네가 나타나자마자 우리 삼촌의 결혼 문제가 해결되고, 나한테 이렇게 좋은 남자친구까지 데려다줬잖아. 정말 네가 너무 좋아!”소희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며 무력하게 웃었다.“내가 보기엔 네가 서인을 좋아하는 게 거의 광적인 수준인데?”“사장님이 나를 좋아한다면, 광기에 사로잡힌다 해도 난 상관없어!”유진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넘치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유민, 빨리 가자. 소희에게 그렇게 매달리지 마!”우정숙이 뒤돌아보며 말했다.“가요!”유진은 대답하며 작게 중얼거렸다.“좀 붙어 있으면 어때? 어차피 우리가 가고 나면 소희는 삼촌 것이 되는데!”유진은 혼잣말하며 우정숙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결국 마지막에는 소희와 임구택 둘만 남게 되었다. 넓은 장원 안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껴안고, 상대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 심장은 모두 서로를 위해 뛰고 있었다.오후 내내 두 사람은 마치 처음으로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걸어 다닐 때마다 서로에게 의지했고, 낮잠을 함께 자고, 눈을 뜬 후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서로를 안고 키스를 나눴다. 발코니 소파에 앉아 함께 해질녘을 감상하기도 했다.저녁이 가까워지자 구택은 직접 요리를 했고, 소희는 옆에서 예쁜 접시와 그릇을 준비했다. 둘은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서 촛불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소희의 놀란 눈길 속에서 설희와 데이비드가 함께 달려왔다.그날 밤, 소희는 거의 밤새도록 종소리를 들었다. 맑고 아름다운 소리, 때로는 급박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울리며 그녀를 감싸주었다.그 소리는 소희로 하여금 잠들게 했고, 꿈속에서도 유유히 울리는 즐거운 종소리가 가득했다. 예전에 그녀를 짓누르던 어두운 그림자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다음 날소희는 친정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구택은 직접 차를 몰아 소희를 강씨 집안으로
다른 손님들을 포함해 장시원 일행도 모두 오전 중으로 떠났다. 성연희를 배웅할 때, 그녀는 소희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결혼식은 최소 3일은 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하루로는 전혀 부족해!”소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뒤에 청아의 결혼식, 유정의 결혼식이 있으니까 그때 마음껏 즐기면 돼.”연희는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언제 별장으로 돌아가? 아니면 바로 신혼여행 떠나는 거야?”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돌아가게 되면 미리 연락할게.”“알았어! 연락 기다릴게. 몰래 떠나면 안 돼! 매일 나한테 영상 통화도 하고 사진도 보내야 해!”연희는 다시 한번 소희를 꼭 끌어안고 차에 올라탔다. 소희가 마지막으로 배웅한 사람은 소시연 가족이었다.하순희는 소희를 바라보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우리 집안 아이들 결혼식 중에서 첫 번째로 참석하게 될 결혼식이 네 결혼식이라니.”“어제 결혼식 보면서 나도 몇 번이나 울었잖니.”하순희가 말하면서 다시 눈물을 글썽이자, 옆에 있던 소정수는 약간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참 신기한 사람이야. 평소엔 그렇게 속 편한 사람처럼 보이더니, 소희 결혼식에 그렇게 감정이 풍부할 줄이야!”소시연이 아빠 팔짱을 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아빠가 모르는 거죠. 우리 엄마는 원래 감상적인 사람이에요!”하순희는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를 닦았다.“소희랑 얘기 좀 하려고 했는데, 너희들 때문에 집중이 안 되네!”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야기하세요. 저 듣고 있어요.”하순희는 소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내 마음이 참 복잡했어.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는데, 결국 네가 행복한 게 제일 기쁘더라. 정말로 네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나도 덩달아 행복했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아요. 저도 두분에게 정말 감사해요.”하순희는 가방에서 열쇠 한 개를 꺼내며 말했다.“오해는 하지 말아줘. 이건 내가 너한테 집을 준다는 뜻이
[그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옆에 누가 있었던 건 기억 안 나?]강아심은 잠시 멈췄다. 답장을 보냈다.[누구요?]강시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기억하기 싫은 거야?]한동안 조용하더니, 강아심은 마지못해 답장을 보냈다.[인정할게요.]시언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찾으러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담배를 찾기도 전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보자마자 시선이 멈췄다.아심이 보낸 메시지는 다름 아닌 200만 원 송금 내역이었다. 그리고 전송된 금액의 메모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양이 장난감 비용.]...정말 이렇게 비싼 고양이 장난감이라니! 아심은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대략 10여 분 후, 또다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그녀는 이번엔 시언이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의 메시지를 보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메시지 내용은 뜻밖이었다.[아침 꼭 챙겨 먹어.]메시지를 보낼 당시 시언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심은 살짝 웃으며 길가에 식사할 만한 장소를 찾아 차를 세웠다.한창 창가에 앉아 따뜻한 국물을 마시던 그녀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움을 느꼈다.적당한 거리, 적당한 관계.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필요한 만큼만 서로에게 남겨두는 여백.아심은 이런 식의 관계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시언이 떠나든 돌아오든 묻지 않고, 자신이 어디를 가든 어떤 선택을 하든 설명하지 않는 자유로움.만약 어느 날 그녀가 지치고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다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시언의 삶에서 사라질 것이다.물론 어젯밤은 그저 우연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아심도 알고 있었다. 육체적 친밀함은 때로는 위험한 중독이 될 수 있으니까.강씨 별장아침 식사가 끝난 후, 소희는 강재석을 만나러 갔다. 시언은 이미 차를 준비해 강재석을 집으로 모시러 왔다.구택 역시 차를 준비해 도경수와 양재아를 공항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희는 갑작스레 다른 질문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며 물었다.“몇 시야?”표정만큼은 진지했지만, 의도가 다분히 명확했다. 이에 임구택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여덟 시.”소희는 그의 어깨를 밀며 서둘렀다.“일어나야 해. 아침에 부모님께 인사드려야 하잖아.”구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기억하고 있는 거 보니 대단한데?”소희가 재차 물었다.“지금 늦진 않았겠지?”“아직 괜찮아. 방금 부모님께 전화드렸어. 아홉 시에 가기로 했고, 인사 올리고 나서 다 같이 아침 먹으려고.”구택은 시계를 확인하며 덧붙였다.“그러니 네가 30분은 더 잘 수 있어.”소희는 기대에 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진짜? 더 자도 돼?”구택은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이불을 들춰내며 말했다.“같이 자자.”그 말을 듣자마자 소희는 벌떡 일어나 침대를 벗어났다. 그리고 와인색 실크 잠옷 차림으로 욕실로 뛰어 들어가며 말했다.“같이 자긴! 잘 수 있을 리가 없잖아!”뒤로 울려 퍼지는 은은한 방울 소리와 구택의 낮고 깊은 웃음소리가 아침 햇살 속에서 흩어졌다.차에 올라탄 후,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오늘 일정은 간단해. 오전엔 부모님 댁에서 인사 올리고, 손님들을 배웅할 거야.”그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오후엔 우리 가족이 강씨 별장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남아서 내일 아침에 네 본가로 돌아가자.”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알겠어. 다 당신 계획대로 할게.”...강아심은 눈을 뜨자 햇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머리가 약간 멍하고 어지러웠지만, 곁에 있는 팔이 아심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팔의 주인을 확인했다.곁에 누운 남자는 탄탄한 가슴을 아심의 등 뒤로 밀착시켜 끌어안고 있었고, 그의 손은 뻔뻔하게 그녀의 심장 가까이에 올려져 있었다.아심은 잠시 숨을 죽이며 상황을 정리했다.‘강제로였나, 아니면 자발적이었나?’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발적이었다.‘그렇다면 수동적이었나, 아니면 적극적이었나?’이 방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