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등이 하얀 타일 벽에 닿았고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 위로 쏟아지며 그녀를 적셨다. 그녀는 손을 뻗어 남자를 막았다.“뭐 하는 거예요?”따뜻한 물줄기가 그의 고귀하고 잘생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선명한 목젖에서 섹시한 쇄골을 지나 그 아래로...마치 미남의 목욕도를 보는 듯 아찔한 장면이었다.지서현의 온몸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놀란 사슴처럼 눈을 둘 곳을 몰라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하승민은 그녀를 벽에 밀착시킨 채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내 몸 어디 안 본 데 있어?”
지서현의 가녀린 몸이 아래로 미끄러지려 했지만 남자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녀는 뜨거운 키스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하승민은 그녀의 옷 단추를 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여기 콘돔 있어?”지서현은 고개를 저었다. 없었다.“비서한테 가져오라고 할게.”그는 전화를 걸려고 했다.하지만 지서현은 재빨리 그를 막았다. 그는 비서에게 콘돔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나중에 그의 비서를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하지 마요...”하승민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분홍빛 목덜미에 닿았다. 그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무리 기다려도 하승민은 오지 않았다.그녀는 초조해져서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차갑고 기계적인 여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께서는 현재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걸어 주세요.”하승민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쾅!지유나는 휴대폰을 벽에 던져버렸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유나야, 진정해. 심장에 안 좋아.”이윤희는 지유나를 달랬다.지유나는 이윤희를 밀치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진정해요? 멍청한 유지안 같으니라고! 임신 작정만 성공하면 우리
지서현은 손을 뻗어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을 만지려 했다.하지만 곧 그녀의 하얀 손가락은 붙잡혔고 하승민이 졸린 눈을 떴다.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대고 입을 맞춘 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일어났어?”잠에서 막 깨어난 그의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지서현의 작은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시간이 늦었어요. 일어나야 해요.”하승민은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끌어안았다.“조금만 더 자자.”그는 더 자고 싶어 했다.하지만 지서현은 몸
하승민은 그녀를 흘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해서 VIP 병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유나를 보았다.지유나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굴에는 산소호흡기가 씌워져 있었고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오른쪽 손목에는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고 붕대에는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이윤희는 하승민을 보자마자 다가왔다.“하 대표님, 오셨어요?”하지만 그녀는 곧 멈칫했다. 하승민 뒤에 서 있는 지서현을 보았기 때문이다.이윤희의 표정이 굳었다.“하 대표님, 얘는 왜 데려
지유나가 지서현을 내쫓자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는 지유나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만났다.하승민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지서현은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지유나를 흘끗 보고 입술을 올리며 미소 지었다.“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 갈게.”지서현은 돌아서서 나갔다.그녀는 바로 떠나지 않고 문밖에 서서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를 들었다.지유나는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승민 오빠, 나한테 솔직히 말해 줘. 서현이랑 잤어?”하승민은 문밖을 바라보다가 지유나
...기숙사로 돌아온 지서현에게 엄수아한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화면 가득 엄수아의 환한 웃는 얼굴이 나타났다.“서현아, 어땠어? 어젯밤 너랑 하 대표님이랑...”엄수아는 짓궂게 윙크하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지서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수아야, 넌 왜 아직 안 와?”“너랑 하 대표님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내가 눈치 없이 굴 순 없잖아.”엄수아는 말을 이었다. “서현아, 이번에 하 대표님이 유지안 문제 해결한 거 정말 멋졌어. 내 생각엔 하 대표님이 널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너희 이제 잠자리도
‘승민 씨, 나를 좋아한 적 있어요?’그 말에 하승민은 흠칫했다.좋아했었다.그는 일찍이 지서현을 향한 자신의 이질적인 감정을 자각한 순간이 있었다.애틋했고 마음이 흔들렸으며 온전히 소유하고픈 욕망을 느꼈다.그에게는 분명 지서현을 향한 일말의 연정이 존재했다.하지만 그 미미한 감정은 지유나라는 존재 앞에서는 무의미했다.이제 이혼을 목전에 둔 이상, 그는 칼로 내리치듯 매섭고 무정하게 모든 것을 끊어내려 했다.그가 입을 열었다. “지서현, 난 지유나를 사랑해.”그는 지유나를 사랑한다고 했다.지서현의 눈빛이 천천히 죽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
이혼 후, 지서현은 하승민 앞에서 새끼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작은 발톱을 내밀어 그의 심장을 살짝살짝 긁어댔다.아프진 않지만 은근히 거슬렸다.지서현은 그의 품에 부딪히자 곧바로 그에게서 풍기는 깨끗하고 청량한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그녀는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놔요!”하승민은 손을 뻗어 지서현을 침대로 밀쳤다. 지서현의 가녀린 등은 부드러운 침대 시트에 닿았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그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하승민은 한쪽 무릎을 침대에 꿇고 양손을 그녀의 옆에 짚은 채, 장난스럽고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하지만 그녀는 지서현이 아니었다.지유나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오늘 지서현은 자신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하승민을 불러 자신에게 치명타를 날렸다.예전에는 지서현을 우습게 봤는데 이젠 지서현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게 됐다.지서현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지유나는 휴대폰을 꺼내 할머니 박경애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서현이 기숙사로 돌아오니 엄수아도 돌아와 있었다.지서현이 물었다.“수아야, 진세윤 따라잡았어?”엄수아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못 잡았어. 진세윤은 나한테 눈길도 안 주더라.”지서현은 웃었다.“진세윤,
지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잘생기고 고귀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승민이었다.그녀는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하승민이 왜 여기에?’“승... 승민 오빠, 어떻게 왔어?”하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지유나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서현이 미소 지었다.“유나야. 내가 하 대표님께 전화했어.”뭐라고?지유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서현이 미리 하승민에게 전화해서 불러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지서현은 지유나 앞으로 다가갔다. 맑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오늘 네가 하은
진세윤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서 가버렸다.조군익은 어이가 없었다. 진세윤이 감히 자신을 무시하다니.엄수아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군익아, 네가 뭔데 농구 시합을 하자 마라 해? 진세윤,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너까지. 잠깐만!”엄수아는 다시 진세윤에게 달려갔다.조군익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농구공을 집어 들어 진세윤의 등을 향해 던졌다.“진세윤, 조심해!”엄수아가 소리쳤다. 농구공은 빠르게 진세윤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등에 맞을 것 같았다. 그때 진세윤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날아오는 공을 잡았다. 진세윤
손목을 잡힌 엄수아는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냐니, 무슨 말이야?”조군익은 진세윤을 보고 다시 엄수아를 쳐다보았다.“너, 얘랑 무슨 사이야?”엄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조군익의 손을 탁 쳐냈다.“군익아, 우리 이미 파혼했잖아.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네 여자친구는 하은지야!”하은지가 달려왔다. 엄수아가 진세윤을 쫓아가자 놀랍게도 조군익이 따라간 것이다. 그것도 그가 먼저 엄수아를 쫓아서. 조군익이 엄수아를 쫓아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은지는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엄수아는 사실 아주 예뻤다. 명문가에서 애지중지 키워 온 덕분에 고상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점을 지우자 오른쪽 눈 밑에는 작고 예쁜 눈물점까지 있어서 완전 미인이었다.대박.사람들은 놀라 숨을 죽였다. 못생긴 여자애가 순식간에 절세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가장 놀란 사람은 지유나와 하은지였다.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엄수아를 쳐다보았다.‘점이 정말 사라졌다고? 말도 안 돼!’지서현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됐다.”그녀는 작은 거울을 꺼내 엄수아에게 건넸다.“수아야, 다시 한번 네 얼굴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