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1화

임지강은 바람이 서늘하게 불던 늦가을을 떠올렸다.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린 송윤지를 자신의 곁에 두던 날이었다.

운산시의 가을은 오성과 닮아 있었다. 건조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도시는 황금빛 오동나무 잎으로 물들어 있었다. 조용한 이 도시는 어느새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그 시절 송윤지는 대학 3학년생이었다.

임지강은 송윤지의 오빠를 최고급 병원에 입원시키고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며 송윤지를 보호했다. 하지만 그 관계는 단순한 거래에 가까웠다. 송윤지는 이름 없는 존재로서, 임지강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며 그에게 의지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임지강은 송윤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녀를 본 첫날부터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것이 첫눈에 반한다는 의미라는 것을.

하지만 임지강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함께하기로 한 날, 송윤지는 임지강의 운전기사를 시켜 송윤지를 한 저택으로 데려갔다.

운산에는 정교한 별장이 많았지만 이렇게 뛰어난 조건을 갖춘 곳은 흔치 않았다.

도심의 황금 땅값을 자랑하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유럽식 작은 집이었다. 사방은 낭만적인 오동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

송윤지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운전기사는 송윤지를 정중하게 맞이했고, 이어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띤 아주머니도 송윤지를 맞이했다.

“이분은 현씨 아줌마세요.”

운전기사가 소개하며 말했다.

“앞으로 아가씨의 일상을 돌봐주실 겁니다.”

‘아가씨’라는 호칭을 처음 들은 송윤지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임 대표님께서 저녁에 오실 겁니다.”

현씨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다.

“윤지 아가씨는 저녁에 드시고 싶으신 게 있나요? 제가 준비해 드릴게요.”

송윤지는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 주방에 들어가 임지강을 위해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그날 저녁은 임지강이 먹어본 식사 중 가장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그 평범한 식재료들이 송윤지의 손을 거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