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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작가: 빛나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1 18:00:00
“하지만...”

영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지용은 이미 성큼성큼 민박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영미는 발을 쾅쾅 구르며 화를 내보았지만, 그저 속만 상할 뿐이었다.

아무 소득 없는 대화를 마친 영미는 오후에 학교로 가서 영미에게 자리를 양보할 아이를 찾기로 했다.

하교 시간, 학교에는 남아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몇몇 청소 당번 아이들만이 교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낡은 건물과 부족한 교구들이지만, 여자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장소였다.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며 다가올 여정을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큰 도시로 갈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 아이들은 여전히 침착해 보였다. 몇몇 여자아이들은 손을 맞잡으며 열심히 공부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인생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영미는 그런 아이들을 지겨운 듯 흘겨보았다.

이 여자아이들은 명단에 올라와 있는 첫 번째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이었는데 학교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었다. 만약 이 아이들을 전용기에 타지 않는다면 최지용과 백인서가 분명히 눈치챌 것이다.

누굴 골라야 하지?

영미는 작고 울퉁불퉁한 콘크리트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작은 자갈에 걸려 짜증만 쌓였다.

그때, 영미는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한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왠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영미는 문득 카메라로 이 남자아이를 찍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카메라를 뒤적이니, 아니나 다를까 사진 속에 그 아이의 얼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아이답지 않은 싸늘함이 서려 있어 또래 아이들의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마도 가정형편이 몹시 어려워서 사람들과 어울리기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아이일 것이다.

영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개 이런 환경의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값진 것을 본 적이 없어 설득하기가 쉬웠다.

영미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남자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운동장 한가운데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아 막대로 땅 위의 개미를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영미는 옆의 돌에 앉아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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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안에서 백인서는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앉아 있던 두 남자는 서로를 힐끔거리기만 할 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조금 전 나눈 대화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백인서는 갑작스레 쏟아진 진실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이 권씨 가문의 사생아라니.“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가 꽤 가까운 사이였던 모양이야.”“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물건이 있었어. 바로 회중시계인데, 그걸 백시연이 가지고 온 거지.”“인서야, 너와 백시연이 쌍둥이 자매란 거 알고 있었어?”백인서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머리가 깨질 듯 욱신거렸다.어머니가 이렇게 많은 진실을 감추고 있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인서야?”최지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백인서의 손을 잡았다.그러자 앞좌석에 있던 권욱이 뒤를 돌아보며 싸늘한 눈빛으로 최지용을 쏘아보았다.“놔라!”“뭐요?”권욱은 입을 삐죽이며 최지용이 꼭 잡은 백인서의 손을 가리켰다.참 이상했다. 평소에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매형이 된 순간부터 그가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했다.“인서는 좀 쉬어야 해!”권욱은 찡그리며 말했다.“손은 왜 자꾸 붙잡고 있는 거야?”최지용은 순간 멍해서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권욱을 쳐다보았다.“무슨 상관이에요?”“난 인서 오빠야! 당연히 내가 상관해야 할 일이지.”“웃기지 좀 마세요!”“너...”“그만 좀 싸울래요?”백인서가 뒤돌아 두 사람을 힐끔 쳐다봤다.머릿속이 이미 복잡할 대로 복잡한데 이 두 사람은 백인서를 편히 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최지용과 권욱은 서로를 노려보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눈싸움을 벌였다.“온유는 아직 병원에 있어요?”백인서가 갑자기 물었다.“응...”“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요!”“뭐라고?”권욱은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백인서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진짜 동생이라면 온유 고모가 되는 거잖아요. 아직 적합한 골수를 찾지 못했다면서요? 제가 한번 해볼게요!”권욱은 잠시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70화

    종수는 잠시 망설이더니 천천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백인서에게 내밀었다.“통화해.”종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최 도련님의 번호는 분명 잘 기억하고 있겠지만, 굳이 조언을 하나 하자면... 먼저 육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연락하는 게 좋을 거야.”백인서는 종수를 노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왜냐하면 백인서도 강소아에게 먼저 연락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강소아는 위치 추적 장비를 가지고 있었기에 전화를 걸면 곧바로 이곳이 추적될 터였다.그렇게 되면 종수와 백시연은 피해 갈 수 없을 터였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아?”종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어젯밤, 소아 아가씨가 시연이와 통화했는데 평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던 아가씨가 시연이와 한참 동안 통화를 하더군. 내가 생각하기론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컸어.”백인서의 표정이 점점 풀렸다.백인서는 천천히 손을 옮기고 종수가 움직이기 전에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쪽으로 달려갔다. 종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듯했다.종수는 그저 가만히 백인서를 바라볼 뿐, 뒤쫓으려는 기색은 없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백시연을 용서할 거란 기대는 하지 마세요.”백인서는 차갑게 말했다.“아저씨를 용서할 생각도 없어요! 저는 누구를 먼저 해치지 않아요. 그런데 당신들이 먼저 나타나 저를 해치려 들고선 이제 와서 자매애를 말하다니, 우습지도 않나요?”백인서는 말을 마치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종수는 백인서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종수의 마음은 더욱 복잡했다.백인서는 저택을 벗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한참을 걸은 끝에 조용한 길 한가운데에 다다랐다. 지친 몸을 이끌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화려한 시내는 여전히 멀어 보였다.오성은 너무 넓었고 모든 곳을 다 가본 게 아니었기에 대략적인 방향만 추정할 수 있을 뿐, 휴대전화도 없어서 난감하기만 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순간, 고요한 길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9화

    종수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씁쓸함이 서려 있었다.종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백인서는 문밖 풍경을 바라보았다.때마침 오전의 화창한 햇살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작은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모습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백인서는 무의식적으로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종수를 바라보았다.“어서 가.”종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인서야, 내가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뭔데요?”“네 남자 친구에게 시연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백인서는 미간을 찌푸렸다.종수는 한 걸음 다가서며 간절한 눈빛으로 백인서를 바라보았다.“시연이는 내가 키운 아이야. 내겐 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약속할게, 시연이를 데리고 이곳 오성을 떠나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결국, 저보고 용서하라는 말이군요?”“인서야, 그 아이는 네 쌍둥이 동생이야. 네가...”종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인서는 빠르게 식탁 위의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부분을 종수의 목에 단숨에 들이댔다.종수는 깜짝 놀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급히 손을 뻗어 백인서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목 깊숙이 차가운 위협이 스며든 후였다.백인서가 누르고 있는 곳은 동맥이 위치한 곳이었다.“백인서, 너...”“아저씨.”백인서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제가 조금만 힘을 주면, 아저씨는 여기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어요. 방금 확인했는데, 이 저택은 넓지만, 따로 감시카메라는 없더군요. 제가 아저씨를 죽이고 떠나도 아무도 알지 못할 거란 얘기예요.”종수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경찰이 너를 추적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흥!”백인서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역추적 능력에는 꽤 자신 있거든요.”“백인서!”“아저씨, 전 사람을 해치고 싶진 않았어. 그런데 당신들은 왜 저를 놓아주지 않는 걸까요?”“전부 시연이 잘못이야!”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8화

    백인서는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시선을 문 쪽으로 옮겼다.종수가 방에 들어올 때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신의 실력을 지나치게 믿었거나, 아니면 백인서를 단순히 어린 애로 여겨 경계를 늦췄던 게 분명했다.“어서 먹어라.”종수는 백인서를 쳐다보며 말했다.“다 먹고 나서 끝내줄게.”“네, 알겠어요.”“무섭지 않아?”“왜 제가 무서워해야 하죠?”백인서는 미소를 띠며 조용히 말했다.“겁을 내야 할 사람은... 아저씨 아닌가요.”종수는 백인서의 맑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 눈빛의 날카로움은 마치 칼날처럼 심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종수는 다시금 백홍을 떠올렸다. 한평생 은혜를 갚겠다고 맹세했는데 지금 은인의 딸을 죽이려 하고 있으니...백인서의 말이 맞았다. 겁을 내야 할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종수는 마음이 어지러웠다. 어젯밤 백시연의 말에 화가 나 잠 한숨도 자지 못하다 보니 머릿속이 멍한 상태였다. 갑작스레 숨이 가빠오며 가슴이 터질 듯한 답답함이 몰려왔다. 무심코 주머니를 더듬었고 그 순간 전에 앓던 천식이 다시 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약을 가져오지 않았다.종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물 밖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처럼 필사적으로 공기를 삼켰다.“어서... 어서...”종수는 떨리는 손으로 백인서를 가리키며 도움을 청했다.백인서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종수를 주시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처음엔 거짓 연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인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식판을 발로 차 뒤집었다. 종수는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고통스럽게 비틀었다.백인서는 종수의 창백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이어서 닫히지 않은 문을 바라보았다.지금이 탈출할 최고의 기회였다!“약...”종수는 애써 말을 이었다.“내 약이...”“배... 백인서... 부탁이야...”백인서는 이를 악물었다.“제발... 백인서, 날 좀 살려줘!”백인서는 잠시 망설였지만, 곧 침착하게 문 쪽으로 달려가 주위를 살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7화

    종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백시연을 바라보다가 TV를 켰다. 화면에는 비밀방에 갇힌 백인서의 모습이 감시 카메라에 담겨 나타났다.백인서는 어두운 방의 구석에 무릎을 감싸안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백인서는 머릿속으로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여기에 갇힌 지 3일째라는 결론을 내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어둡고 답답한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가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탈출할 수 있는 틈은 없었다. 혼자 힘으로는 밖을 지키고 있는 사람과 정면으로 맞설 수 없었다.백인서는 기회를 기다려야 했다.며칠 동안 종수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맛은 없었지만 백인서는 남김없이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백인서는 알고 있었다. 극한의 상황일수록 절망하지 말고 조용히 몸을 숨기며 힘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것은 탈출을 위한 준비였다.종수는 화면을 멈추더니 백시연을 향해 돌아섰다.“너... 정말 백인서를 없앨 생각이야?”“왜 이렇게 말이 많으세요!”백시연은 짜증을 내며 종수를 흘겨보았다.“너의 친자매이기 전에.”종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백인서는 절대 간단한 상대가 아니다. 쉽게 없앨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뭐라고요?”“방금 너도 봤잖아. 저런 상황에서도 잘 먹고 잘 쉬는 모습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르겠니? 지금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우리를 상대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그러니까 더더욱 없애야죠!”백시연은 소리를 질렀다.“아저씨, 설마 백인서한테 마음 약해진 거 아니죠?”종수는 머리속이 하얘진 채 멍하니 백인서를 바라보았다.“어쨌든, 전 백인서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백시연은 종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저의 엄마한테 약속했잖아요. 저를 잘 돌봐주기로. 어릴 때 저와도 약속했잖아요, 제 말이면 뭐든 다 들어두겠다고.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거예요?”“시연아...”“그만해요!”백시연은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아저씨는 우리 엄마가 데려온 떠돌이 개일 뿐이에요. 저를 훈계할 자격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6화

    최지용은 충격에 휩싸여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그러니까...”최지용이 권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이틀 동안 나와 함께 있던 사람이 정말 인서가 아니었단 거네요!”“그게 무슨 말이에요?”권욱도 어리둥절했다.“그 사람은 인서가 아니에요!”최지용은 흥분하며 외쳤다.“인서는 분명 지금 그 여자한테 잡혀 있을 거예요. 그 여자가 인서를 해치려 들 거예요.”“도련님, 진정 좀 하시죠. 지금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최지용은 더는 말을 잇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총을 꺼내 든 채 밖으로 나가려 했다.표아정이 침착하게 최지용의 앞을 가로막았다.“지금 필요한 건 대책을 세우는 거야!”표아정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처럼 감정에 휘둘려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권욱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표아정은 권욱을 향해 물었다.“권 대표, 백시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백시연은 제 아버지의 사생아입니다.”지금은 이 부끄러운 가정사를 숨길 때가 아닌 것 같아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하지만 수년간 찾지 않았어요. 사실 찾을 의지도 없었죠. 제 딸이 병에 걸려 골수 이식수술이 필요하기 전까지는요. 집안의 모든 친척이 골수 검사를 했지만, 적합한 사람이 없었어요... 그제야 동생을 찾게 된 겁니다.”표아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 동생은 어디서 찾았지?”“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따라 사람을 보내 남양에서 데려왔어요.”권욱은 낮은 목소리로 이어갔다.“하지만 돌아온 백시연은 처음부터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어요. 얼굴이 망가졌다면서 가면을 쓴 채 진짜 얼굴을 드러내길 거부했어요. 다만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은 확실히 저의 아버지의 것이었죠.”“그다음은?”“백시연의 행동이 너무 이상해서 저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어머니는 누구야?”권욱은 단호하게 말했다.“백홍입니다.”최지용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표아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금세 실마리를 잡은 듯 말했다.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5화

    “결과가 바로 나오진 않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권욱은 마른 입술을 핥으며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넥타이를 풀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권욱은 마음 깊은 곳에서 답답함이 밀려오며 짜증이 치솟았다.권욱은 문득 검사실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술대 위에는 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아 의식이 없는 채로 누워 있는 백시연이 있었다.권욱은 갑작스레 백시연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진짜 여동생이라면 적어도 동생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도는 봐야 하지 않을까? 혹여 얼굴에 상처가 있다면 어디가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알아야 적합한 의사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결심한 듯 권욱은 발걸음을 재촉해 수술대 앞으로 다가갔다. 권욱은 손을 들어 올리고 잠깐 주저하다가 곧 거칠게 백시연의 얼굴을 덮은 가면을 벗겨냈다.가면이 벗겨지자, 권욱의 눈동자에는 마치 폭발하는 화산처럼 충격과 경악이 번져갔다.“백... 백인서잖아?”...최지용은 초조한 기색으로 거실을 서성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표아정이 아끼는 두 명의 부하, 우일과 우민 남매가 돌아왔다. 두 사람은 전문 훈련을 받은 인물로, 뛰어난 손재주와 상황 판단력 덕분에 표아정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상황은 어땠어?”표아정이 급히 물었다.우일과 우민은 보고하기 시작했다.“계속 백 아가씨의 뒤를 밟았는데 아가씨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통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에서 가면을 꺼내 쓰는 걸 보았습니다.”“가면?”최지용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네, 가면이 확실했습니다.”우민이 설명했다.“그 가면은 꽤 독특해 보였는데 금으로 만들어진 데다 보석이 박혀 있어서 꽤 값비싸 보였습니다.”최지용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인서는 가면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런 걸 쓴 적도 없고...”“또 뭘 봤는데?”“누군가 천으로 아가씨의 입을 막은 채 강제로 끌고 갔습니다. 병원 주위를 살펴본 결과, 그들은 권욱의 사람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4화

    백시연이 병원에 발을 들이자마자 좌우에서 갑자기 두 명의 경호원이 다가와 백시연을 붙잡았다.머릿속이 새하얘진 백시연은 본능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상대는 거구의 남자들이었기에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한 남자가 거칠게 천 조각을 백시연의 입에 밀어 넣었다.백시연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발버둥 쳤다.그들은 병원의 구조를 꿰뚫고 있는 듯, 감시 카메라가 없는 경로를 정확히 따라 움직였다. 백시연은 어느 한 실험실로 끌려갔다.그곳에서 창가를 등진 채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권욱이었다. 햇빛이 권욱의 실루엣을 감싸며 그의 냉혹하고 날카로운 기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백시연은 눈을 크게 뜬 채 두려움에 몸부림쳤고 더 다급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백시연, 미안하군.”권욱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울려 퍼졌다.“널 만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권욱은 옆에 서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에게 눈짓을 보냈다.의사들은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호원들을 향해 지시했다. 백시연은 그대로 수술대에 강제로 눕혀졌다.“윽!”“백시연, 저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권욱은 백시연을 냉랭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말했다.“네가 더 몸부림칠수록 이 과정은 더욱 고통스러워질 거야. 하지만 협조하면 고통은 최소화될 거야. 알아서 잘 판단해 봐.”권욱은 경호원에게 손짓하며 백시연의 입을 막고 있던 천을 빼내게 했다.갑자기 숨통이 트인 백시연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간신히 말했다.“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나는 네가 약속을 지키길 바랄 뿐이야.”“권욱...”“백시연.”권욱은 차갑게 말을 이어 나갔다.“넌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으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부모에게 아이는 목숨과도 같은 존재야. 그리고 내 딸은 지금 목숨이 위태로워. 네가 계속 핑계를 대며 골수 검사를 하지 않고 있으니... 흥!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이렇게라도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설마 강제로 골수 검

  •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제1563화

    종수의 눈빛에 묘한 어둠이 깃들었다. 그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사진 몇 장을 꺼내 백인서 앞에 내던졌다.백인서는 멍하니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사진 속 얼굴은 자신과 똑같았다.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친 듯 백인서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단번에 멈춰버렸다.“이 아이는 백시연이다.”종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의 쌍둥이 동생이지.”“쌍...쌍둥이요?”백인서는 귀를 의심하며 중얼거렸다.종수는 백인서를 잠시 바라보다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홍이 누님은 한 번도 이 사실을 말한 적 없었겠지.”백인서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백인서는 줄곧 자신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고 생각해 왔다. 어머니 백홍이 세상을 떠난 뒤, 이 세상에 더 이상 자신의 혈육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하지만 자신과 피를 나눈, 게다가 얼굴마저 똑같은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알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당시 홍이 누님은 두 명의 아이를 낳았어. 하지만 너희는 사생아였고 이름도 가문도 없었지.”종수는 조용히 말했다.“홍이 누님은 입지도 부족했고 평판 또한 좋지 않았어. 늘 경찰의 추적을 피해 살아야 했지. 그래서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있을 수 없었기에 결국 동전을 던져 남을 아이와 떠날 아이를 정했어.”백인서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그리고 시연이가 남게 되었어.”종수는 백인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그리고 너, 인서... 너는 떠나는 쪽이었어.”백인서라는 이름도 그렇게 정해진 것이었다. 떠날 인연이라는 뜻을 담아...“홍이 누님은 널 정대명에게 맡겼고 매달 돈을 보내며 널 돌보게 했지. 그 작은 마을에 널 숨긴 이유는 그곳이 세상과 단절된 곳이라 누군가 널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홍이 누님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 너도 알고 있겠지. 만약 경찰에게 잡히기라도 한다면 너와 시연의 인생은 평생 망가졌을 거야.”백인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흥, 그 작은 마을이 정말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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