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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作者: 동과
“네, 사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도 모르셨을 겁니다.”

그렇다. 그녀는 이미 죽었다.

갑자기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차올랐다.

나는 급히 휴대폰을 들어 석만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의 번호를 삭제했던 것 같았다.

나는 현정우의 휴대폰으로 석만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그에게 물었다.

“이 벽의 비밀번호가 왜 이정희의 생일인 거예요?”

석만호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물었다.

“회장님 방에 있는 밀실 말씀이십니까?”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맞아요. 비밀번호는 이정희의 생일이었어요.”

“저는 모릅니다. 회장님께서 27년 동안 그 밀실을 열지 않으셨거든요.”

내 친아버지는 27년 동안 이 밀실을 열지 않으셨다...

27년...

그때는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였고 어머니를 막 만난 시기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무슨 큰 비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고 현정우는 내 뒤를 따랐다. 들어가자마자 방 안 가득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다. 표본으로 만들어진 말린 꽃으로 수십 년 동안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밀실 곳곳에는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모두 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근대 시대의 화장을 하고 있었고 흑백사진이었지만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옛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뚜렷한 윤곽을 가진 그녀는 분명 이정희였다.

아버지의 밀실에는 이정희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는 엄마의 인생이 한낱 웃음거리가 아니었을까 두려웠다.

나는 밀실을 한 바퀴 돌았다.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옛날 물건이었지만 이정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현정우는 책상 위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편지 봉투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나에게 편지를 건네준 후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수많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나는 편지 봉투의 먼지를 털어냈다. 현정우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진실은 더욱 잔혹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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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자면 나는 원래도 그다지 몸이 건강하지 못했기에 최근 2년간은 살아있는 게 다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맨션에 도착하자 석지훈이 조심스레 나의 볼을 어루만지며 깨웠고 나는 그제야 눈을 뜨고 물었다.“도착한 거예요?”나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해 몽롱한 상태였다.“응, 근데 최욱현은 맨션에 없어.”나는 석지훈의 어깨에 기댄 채 물었다.“최욱현은 어디 있대요?”“윤 비서가 방금 말해줬는데 아일랜드로 떠났대.”최욱현은 지금 우리를 따돌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런 최욱현의 수상한 행동에 아이들이 그의 손에 있다는 것은 이미 확정된 사실이었다.최욱현은 아마 이정희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석나은과 아이를 납치하는 것으로 거래를 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최욱현이 대체 최종적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나는 핸드폰을 들어 최욱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최욱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석지훈은 나에게 물었다.“잠깐 쉴래?”나는 고개를 내저었다.“일단 최욱현부터 찾아요!”석지훈은 내 말에 긍정을 표했다.“아이들은 무조건 그 사람 손에 있어. 그 사람은 지금 우릴 피하는 게 분명하니까 당장은 찾을 수 없을 테니까 넌 일단 맨션에 들어가서 잠이라도 좀 자. 내일 나랑 같이 아일랜드 가야지. 그리고 나도 당장 할 일이 있어.”나는 의아해서 물었다.“무슨 일이요?”“사람을 보내서 아일랜드를 포위할 거야.”석지훈은 최욱현을 독 안에 든 쥐로 만들 작정이었다.“알겠어요. 그럼 전 먼저 맨션에 돌아갈게요.”아이들이 최욱현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최욱현은 기껏해야 아이들을 잡아둘 뿐이지 해치진 않을 거란 생각에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뭘 해도 무리였기에 이곳에서 하룻밤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았다.나는 석지훈의 동반 없이 혼자 맨션에 들어섰고 곁에 있는 사람은 현정우뿐이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00화

    “어머니께서 생전에 불교를 믿으셨어서 태국에 집이 있었고 인도에도 집이 있으셨어. 석나은은 불교를 믿진 않지만 이모가 태국에서 살고 계시니 태국에 갔을 가능성이 커!”석지훈에 헬기에서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나는 걱정스럽게 석지훈에게 물었다.“아이들은 괜찮겠죠?”“응. 석나은이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야.”본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잔인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우리가 급히 태국에 도착했을 때는 오직 석나은 혼자였다. 석나은은 석지훈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사람 잘못 찾았어. 두 아이와 그 아가씨는 여기 없어!”석지훈은 잔뜩 굳은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럼 어디 있는데?”석나은이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유지하자 석지훈은 아까보다 힘이 더 들어간 목소리로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석나은, 난 아직 어머니의 일에 관해서 너랑 할 얘기가 있어.”석지훈이 이정희를 거론하자 석나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석나은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난 그 사람과 약속을 했어. 적어도 오늘 안에는 너한테 아이들의 행방을 알려줄 수 없어!”석나은의 입에서 나온 그 사람은 또 누구란 말인가?“누구랑 거래했는데요?”석지훈에게 원수가 많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석지훈과 연관된 나에게도 석씨 가문의 원수들이 들러붙었을 것이다.솔직히 말해 나와 석지훈의 원수는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의 권력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만약 그 권력을 잃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아마 셀 수 없는 원수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길 것이 불 보듯 뻔했다.석나은은 옅은 미소로 회답했다.“제가 알려줄 거라고 생각해요?”여전히 보라색 한복을 입고 있는 석나은의 모습은 퍽 귀티났다. 그리고 석나은은 그런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묘하게 당당해진 태도로 석지훈에게 말했다.“안주인과 너의 친어머니를 죽인 건 최희연이라고는 하지만 너도 사실 다 알고 있잖아, 진짜 그 사람들을 죽인 건 수아 씨라는 걸. 하지만 넌 여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9화

    나는 다시 돌아와 이정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계속 걱정했다. 그러다가 이정희와 아버지가 썼던 편지들이 다시 떠올랐다.나는 머뭇거리다가 몸을 일으켜 관 안의 창백한 이정희를 내려다보았다. 이정희가 두 눈을 뜬 채로 죽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유독 커다란 그녀의 두 눈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나를 노려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나는 겁에 질려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덜덜 떨리는 몸으로 간신히 입구까지 기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로비의 불이 갑자기 꺼졌고 나는 황급히 현정우를 불렀다.현정우는 다급히 로비로 달려와 나를 부축해주며 물었다.“가주님, 무슨 일이십니까?”나는 현정우의 품에 숨어서 말했다.“저 여자가 눈을 뜨고 있었어요!”내가 잔뜩 겁에 질려 하는 것을 본 현정우는 몸을 일으켜 관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 나를 데리고 로비에서 나오며 말했다.“확실히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아마 본가에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는 사람이 한 짓 같습니다!”본가에 있는 사람이 저지른 것이라니...하지만 이정희의 장례식에는 다른 사람을 초대하지 않았다. 석나은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즉 본가에서 낯선 사람은 석나은뿐이었다.나는 다급히 현정우에게 물었다.“나은 씨는 어딨어요?”“나은 씨는 방금 아이들을 찾으러 지훈 씨를 따라나섰습니다. 제가 지금 석 대표님께 연락을 해보겠습니다.”현정우는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지만 석지훈은 석나은과 함께 있지 않다고 말했다.전화를 끊은 현정우는 곧바로 사람들을 시켜 석나은을 찾아보게 했다.하지만 이 넓은 저택에서 석나은은 끝끝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담현아와 아이들과 함께 홀연히 사라져버렸다.석지훈이 아이들 없이 홀로 돌아온 것을 본 나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으며 물었다.“여전히 못 찾은 거예요?”석지훈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윤 비서가 조사하고 있어.”나는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괜찮을 거예요.”석지훈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8화

    나는 그들 사이의 일이 이렇게나 복잡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정희가 한평생 그 남자를 원망해도 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어떻게 보아도 아버지가 먼저 잘못한 게 틀림없었다.그리고 어머니는 그저 그런 아버지에게 당한 것뿐이었다.나는 갑자기 어머니와 이정희가 모두 불쌍한 여성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불쌍한 건 나의 친아버지였다.친아버지는 병에 시달리면서도 석씨 가문을 위해 이곳에서 일생을 갇혀 지냈다. 그런 굳건한 의지는 결코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래서 나는 더욱 세 사람 중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세 사람 모두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모두 잘못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나는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석지훈에게 주고 석지훈이 다 읽기를 기다렸다가 그를 밀실로 데리고 갔다. 그 엄청난 비밀은 그렇게 순식간에 세상에 까발려졌고 비밀을 마주한 석지훈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서렸다.“밀실의 비밀번호는 오빠 어머니 생신이에요.”석지훈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아버지께서 나한테 이 밀실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있는데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어. 그리고 이 밀실에 자신의 지나온 삶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셨지만 열어볼 생각은 하지 않으셨대. 밀실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건 어쩌면 하늘의 뜻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냥 밀실을 그대로 놔두려고 했대. 너희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에 내 어머니께서 엄청 많은 비밀번호를 시도해보고 그 분야의 전문가도 찾았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어. 오로지 본인의 생일만 시도를 안 해본 거지. 그러고 나서 홧김에 이곳을 없애려고 한 걸 내가 말렸어. 너희 아버지께서도 일생을 바쳐 지켜온 곳인데 이렇게 없어지길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야. 만약 내가 그날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다면 일이 이 지경까지 되진 않았을 거야!”만약 석지훈이 자신의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더라면 이정희도 이 비밀을 알게 됐을 것이고 어쩌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7화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이정희는 남자의 딱딱한 대답에 투덜거렸다.“오빠 진짜 차가워.”남자는 다시 애정이 어린 말투로 이정희를 달랬다.“그런 말 하지 마. 너도 알잖아, 나 꿀 발린 말 잘 못 하는 거. 그래도 난 한 번도 너한테 무관심했던 적은 없어.”이정희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알지 그럼. 오빠가 나랑 결혼해줄 거란 것도 잘 알고.”“맞아. 넌 미래에 정식으로 내 아내가 될 사람이야.”“그럼 혹시 오빠도 오빠 아버지처럼 많은 첩을 둘 거야? 만약 그런 거라면 난 오빠랑 결혼하지 않을래!”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난 아버지와 달라.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고 넌 내 인생의 전부야. 유이야, 우린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고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됐잖아. 네가 날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널 속상하게 만들겠어.”하지만 그 남자는 말과 달리 이정희를 평생 속상하게 했고 이정희가 평생 집착하게 했으며 이정희를 평생 차갑게 대했다.그렇게 내 아버지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가게 되었다.이윽고 이정희의 노랫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극이 끝나갈 때쯤 이정희가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난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니까 오빠도 날 실망하게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오빠가 나중에 날 배신하면 난 그 두 배로 오빠한테 갚아줄 거야!”그리고 이정희는 정말 그렇게 했다.자신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들과 복잡한 관계도 스스럼없이 가졌고 결국엔 석지훈까지 낳았다.나는 황급히 밀실에서 나와 로비로 갔다. 석지훈은 내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것을 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관을 아직 닫지 않았기에 나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이정희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이정희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무대 위에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열심히 황매극을 불러주던 천진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6화

    그 편지는 매우 짧았다.「올해는 너를 사랑한 지 12년째 되는 날이자 너와 결혼한 지 3년째야. 네가 내 아내라서 행운이고 내가 너의 남편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하지만 나는 널 평생 사랑해줄 수 없을 것 같아!유이야, 내 기억력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의사가 말하길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잊어버릴 거래. 그게 당장 오늘 밤이 될 수도, 내일이 될 수도, 어쩌면 내가 이 밀실에서 나가는 순간일 수도 있어.난 내가 너를 잊을까 봐 너무 무서워.난 내가 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운명을 피해가긴 무리였나 봐.유이야, 내가 너를 잊은 후에도 다시는 너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가족들까지 잊어버리는 날이 오더라도 너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거야! 내 나약함 때문에 석씨 가문의 가주로서의 사명과 책임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없거든.정말 미안해, 유이야.언제가 됐든 기억을 잃는 날이 온다면 그땐 내가 먼저 너를 알아볼게.믿어줘, 이번 생에 절대 널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어.」나는 또 다른 편지 봉투를 열어 보았고 역시나 모두 이정희에 관한 것이었다. 제일 처음 보았던 편지가 시간상으로 제일 마지막 편지였는데 마침 이정희와 결혼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그 말인즉슨, 아버지는 30여 년 동안 이 밀실을 드나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절대 석만호가 말한 27년이 다가 아니었다.현정우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원래 가주님을 대신해서 유품을 정리할 때 가주님의 베개 옆에 두꺼운 일기장이 있는 걸 봤습니다. 일기장에 적힌 이름은 안혜인이었는데 아마도 원래 가주님과 안혜인 씨, 그러니까 가주님 어머니 사이의 사소한 일들을 적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기장은 후에 석 대표님께서 핀란드로 가져갔습니다.”이 편지들은 온통 아버지가 이정희와 보낸 나날들에 대한 것이었다.오늘 무엇을 했는지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빠짐없이 적어두었다. 나는 시간을 들여 모든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5화

    “네, 사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도 모르셨을 겁니다.”그렇다. 그녀는 이미 죽었다.갑자기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차올랐다.나는 급히 휴대폰을 들어 석만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의 번호를 삭제했던 것 같았다.나는 현정우의 휴대폰으로 석만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그에게 물었다.“이 벽의 비밀번호가 왜 이정희의 생일인 거예요?”석만호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물었다.“회장님 방에 있는 밀실 말씀이십니까?”나는 차분하게 말했다.“맞아요. 비밀번호는 이정희의 생일이었어요.”“저는 모릅니다. 회장님께서 27년 동안 그 밀실을 열지 않으셨거든요.”내 친아버지는 27년 동안 이 밀실을 열지 않으셨다...27년...그때는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였고 어머니를 막 만난 시기였다.나는 직감적으로 무슨 큰 비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나는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고 현정우는 내 뒤를 따랐다. 들어가자마자 방 안 가득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다. 표본으로 만들어진 말린 꽃으로 수십 년 동안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밀실 곳곳에는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모두 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근대 시대의 화장을 하고 있었고 흑백사진이었지만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옛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뚜렷한 윤곽을 가진 그녀는 분명 이정희였다.아버지의 밀실에는 이정희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나는 엄마의 인생이 한낱 웃음거리가 아니었을까 두려웠다.나는 밀실을 한 바퀴 돌았다.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옛날 물건이었지만 이정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현정우는 책상 위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편지 봉투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그는 나에게 편지를 건네준 후 서랍을 열었다.서랍 안에는 수많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나는 편지 봉투의 먼지를 털어냈다. 현정우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진실은 더욱 잔혹할지도 몰라요.”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4화

    담현아는 황급히 부인했다.“말도 안 돼요. 난 아직 어린데 무슨 애를 가져요. 그리고 아저씨도 아직 우리 집에 정식으로 인사드린 적 없어요. 연말쯤에나 생각해 보려고요.”“임신한 줄 알았잖아.”담현아는 재빨리 대답했다.“아니라니까요.”그녀는 윤민이를 안고 정원을 나서려고 했다. 내가 조심하라고 당부하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석씨 가문 전체가 언니 거고 지훈 오빠도 여기에 있는데 누가 우리를 건드리겠어요.”조심하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에 특히 아이들 일에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담현아는 윤민이를 안고 정원을 나섰다.나는 윤아를 비서에게 넘겨주었고 그는 담현아를 따라갔다.두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정원에는 다시 나와 현정우만 남았다.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생전에 쓰시던 방에 같이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현정우는 휴대폰으로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는 말했다.“가주님, 곧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그칠 것 같네요.”“음, 다행히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니까.”나는 아버지 방문을 열었다. 방안은 음침했다.이곳에 오는 것은 두 번째였지만 여전히 으스스했다.현정우는 방의 불을 켰다. 밝은 불이 아니라 어두운 불이었다. 현정우는 오랫동안 석씨 가문 사람이었기에 내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설명했다.“저는 훈련을 받고 여러 차례 선발 과정을 거친 후 처음부터 이 정원을 지키는 일을 했어요. 근데 밖에 나갈 기회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석 회장님은 1년 내내 매일 방 안에만 계셨거든요. 가장 멀리 가본 곳이라고 해 봐야 새해에 가족들과 거실에서 식사하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석씨 가문 사람들은 회장님을 두고 방에 무슨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나 보다 하고 수군거렸었지요. 하지만 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사모님이 이 방을 정리했고 석 대표님도 함께 계셨는데 아무런 비밀도 없었습니다. 다만, 작은 밀실이 하나 있는데 아무도 열 수 없었죠. 부수지 않는 이상은요. 사모님은 부수려고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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