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인은 온종일 남편과 함께 월세를 받으러 나가는 것 외에 집에서 관리를 받았으니 남들보다 젊고 아름답고 유행한 것도 당연했다.민지가 입을 열자, 임수인은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자, 아빠, 엄마, 소개해 드릴게요. 내 동창이자 함께 싸운 전우들이에요!”정은은 하정남이 나타날 때부터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그는 이 실험실의 자금 문제를 쉽게 해결해준 사람이었다.이곳의 절반 이상의 벽돌을 모두 그의 돈으로 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정은이 인사했다.“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서준도 인사를 했다.“아버님 안녕하세요, 어머님 정말 젊으세요...”‘서준이 왜 그래...’ 정은은 참지 못하고 서준을 힐끗 보았다.“그래! 안녕, 하하하!” 하정남은 바로 열정적으로 두 사람과 악수를 했다.“넌 민지의 정은 언니! 넌 쮼이! 하하... 민지한테서 너희들 얘기 자주 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이렇게 만나는구나! 나도 준비한게 얼마 없지만, 내 성의이니 잘 받아.”말을 마치자 하정남은 직접 패딩에서 돈봉투 두 개를 꺼냈다.심지어 아주 두꺼웠다.그리고 정은과 서준에게 하나씩 나눠줬다.정은, 서준이 거절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하정남은 큰 손을 흔들었다.“거절하지 마. 어른이 주면 그냥 고맙다고 받아!”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고마워요, 아버님.”“그래, 그래야지!”이때 갑자기 누군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렸다.“이야! 벌써 손님이 도착한 거야? 난 내가 제일 먼저 온 줄 알았는데!”정은은 얼른 가서 맞이했다.“성 교수님!”성달수는 실험실 대문 앞으로 오더니, 고개를 들어 우뚝 솟은 5층짜리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안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싶었다.하지만 그 전에.“내가 친구 몇 명 데리고 왔는데. 정은아, 괜찮겠지?”말이 막 끝나자 차 몇 대가 달려왔다.2분 후에 한 무리의 늙은 교수들이 차에서 내렸다.가지런한 검은색 패딩에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며 온몸에서 교수님의 기질을 풍기고 있었다.정은은 놀라서 눈을
내리자마자 5층 높이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보기에는 매우 새 건물인 것 같았는데, 사방을 내다보면 황토가 아니면 공사장이었다.송지혜가 물었다.“누가 실험실을 여기에 세울까요? 쳇, 소정은도 참, 굳이 이런 곳을 찾아 우리를 속이려 하다니.”백두강은 원래 당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더욱 담담해졌다.‘흥, 애들의 장난일 뿐. 이렇게 하면 학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줄 알았어? 허, 순진하긴!’송지혜가 말했다.“가요. 볼 것도 없네요. 괜히 시간만 낭비하고 헛걸음쳤네.”일행이 차를 타고 떠나려 할 때.“어? 두강이니?”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노인이 웃으며 백두강을 향해 손짓했다.백두강은 눈을 부릅뜨더니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주 교수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주정민은 서비대학교 IT대학의 권위자로, 이미 은퇴한 지 오래다.20년 전, 백두강은 대학에서 그의 과목을 선택했고, 후에 또 학교에 남으며 두 사람은 사생으로부터 동료로 변해 줄곧 사이가 좋았다.지난주에 백두강은 주정민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했다.“여기가 추우시다고 열대에 가셨잖아요? 그런데 왜...”주정민은 담담하게 웃었다.“거기서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J시에서 평생 지냈으니, 다른 곳에 있는 게 많이 불편하군.”“여기 오신 이유가?”“아, 달수가 구경 좀 시켜준다고 했거든, 그래서 같이 왔어.”“구경이요? 무슨 구경을 말씀하시는 거죠?”“실험실 커팅식.”백두강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학생들끼리 장난친 것일 뿐인데, 어떻게 교수님까지 부르신 거죠? 학생들도 정말 철이 없군요...”그는 정은이 청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뜻밖에도 주 교수님을 초청하다니, 내가 오히려 소정은을 얕잡아보았군!’“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이따가 어떻게 수습할지 정말 무르겠군요... 아마도 교수님인 우리가 처리를 해줘야 할 것 같은데...”백두강은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고, 동시에 다시 사방을 둘러보았다.확실히 황량하고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다.주정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눈빛은 경악으로 가득 찼다.귓가에 갑자기 정은이 했던 말이 울렸다.“인생에는 항상 기복이 있는 법이지. 사람이라면 다 운이 나쁠 때가 있는 거 아니겠어? 그러나 너희들도 조심해, 앞으로 무슨 일이 들이닥칠지 모르니까.”지예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당황하여 얼른 송지혜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이모, 소정은 정말 실험실을 지었어요, 이제 어떡하죠?! 총장님도 아셨으니 우리가 한 일들이 설마...”너무 놀란 나머지, 지예는 호칭을 바꾸는 것조차 잊었다. “입 닥쳐!” 송지혜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우리 뭘 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어! 말 조심해!”재민과 진일만이 이 건물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눈빛은 더욱 번쩍였다.“진일 형, 5층으로 된 실험실은 얼마나 넓을까요?”진일은 가슴을 안으며 감탄을 하고 있을 뿐, 그리 놀라지 않았다.‘역시 정은이 답네. 한다면 최선을 다하는 이런 정신.’“이따가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재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래도 돼요? 우리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잖아요...”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단지 백두강의 초청장 덕분이었다.진일은 웃으며 말했다.“누가 없다고 했어?”재민은 멍해졌다.“그, 그게 무슨 뜻이죠?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죠?”진일이 외투 지퍼를 열더니, 주머니에 넣은 빨간 봉투를 드러냈다.“형! 대박이에요!”“쉿, 조용히 해.”재민은 흥분을 억눌렀지만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정은이 준 거예요?”“음.”“두 사람 친해요?”진일은 진지하게 생각했다.“사실 친분이 별로 없어.”“그럼 왜?” 재민은 깜짝 놀랐다.“아마도... 우리더러 구경을 하라고 부른 것 같은데?”바로 이때.“어머, 부학장님 오셨네요, 정말 귀한 손님이시네요!” 오미선은 웃으며 맞이했다.백두강은 마지못해 웃음을 지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많은 권위자 앞에서 제가 어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안녕하세요, 저희는 서비대의 사진작가와 기자입니다. 현장보도를 해도 될까요?”정은은 오미선과 눈을 마주쳤다.“그럼요.” 정은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런데 누가 불렀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생명과학대학의 백두강 부학장님이요. 이 대학의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실을 짓고, 또 총장님을 초청했다며 저희를 일부러 불러 보도하게 했습니다.”“아, 백 부학장님 정말 신경을 써주셨네요.”백두강은 지금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기자가 실험실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한 후 갑자기 물었다.“왜 총장님을 보지 못한 거죠?”말이 끝나자마자 송영한과 한중기가 도착했다.“오 교수, 정말 축하해요.” 송영한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웃으며 축하했다.그가 오늘 왜 왔든, 이미 충분히 자신의 예의를 표시했다.한중은 그리 침착하지 않았다.그는 먼저 5층 높이의 작은 건물을 보더니, 또 현장에 있던 하객 라인업에 깜짝 놀랐다.반응을 할 때, 송영한은 이미 웃으며 정은과 이야기하고 있었다.“역시 오 교수의 학생답군. 정말 훌륭한 인재를 두었어. 총장으로서 난 학생들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해!”“방금 오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이 실험실은 네가 혼자서 계획한 것이라며? 정말 대단한 학생이야.”송영한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정은은 오히려 민지와 서준을 앞으로 끌어당겼다.“총장님, 그 말씀은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험실은 우리 세 사람이 함께 계획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단한 게 아니라 저희가 해낸 것입니다.”“하하... 그래, 너희들이 대단하구나!”민지와 서준은 앞에 설 때 어리둥절해졌다. 정은의 동작이 너무 빨라 그들은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송영한과 한중기가 떠나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러 갔을 때, 민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정, 정은 언니, 방금 학장님이 저를 칭찬한 거 맞죠?”“응.”“세상에, 꿈 꾸는 것만 같아요.”그것은 송영한, 서비대학교 1인자, 가장 유명한 학장이었
“정은의 팀이 교외에서 스스로 실험실을 지은 이유가, 학교에 있던 실험실이 소방 정돈 시정서를 받았기 때문이라며?”‘소방정돈’이라는 말을 듣자, 백두강은 가슴이 찔렸다.그의 뒤에 있던 송지혜 역시 두피가 저려왔다.진호와 지예, 서정 세 사람은 더욱 벙어리로 변하여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백두강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네, 그런 일이 있었어요...”“이 안에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거 아니야?”“이, 이건...”백두강은 눈알을 마구 굴렸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 구체적인 상황을 다시 조사하고 확인해야...”“몰라? 넌 생명과학대학의 부학장으로서, 전교에서 유일하게 시정 지시를 받은 실험실에 대해 모른다고? 그 시 소방 쪽은 누가 책임지고 소통을 한 거야?”“시정 방안은 또 누가 확정한 거지? 관련 상황을 제대로 알렸어? 당사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건 네가 부학장으로서 잘 이해하고 독촉해서 완성해야 하는 거 아닌가?”송영한이 한마디 할 때마다 백두강은 고개를 푹 숙였다.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마치 사죄하는 것 같았다.한중기는 옆에서 구경을 하더니 유유히 입을 열었다.“백 부학장의 이 표현을 보니, 그 안에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송영한은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사정이 있는 이상, 보고서를 제출해. 그리고 이번 일은 오 교수에게도 결과를 알려. 오 교수의 학생이 쫓겨났고, 뜻밖에도 스스로 돈을 들여 실험실을 건설해야 했다니.”“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리 서비대학교 학생들이 능력이 있다고 칭찬하겠지만, 아는 사람은 전국 최고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실험실 한 칸을 제공하는 이런 작은 일도 할 수 없다고 비난을 할 거야!”“생명과학대학은 요 몇 년 동안 국가의 경비, 학교 측 경비를 가지고 학술 성과를 얼마 내지 않았는데, 사고가 오히려 하나둘씩 이어지다니. 그동안 너무 편하게 지낸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뿌리부터 썩기 시작했어.”송영한은 말을 마치고 떠났지만 백두강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려 하마터면 허리를
송지혜가 입을 열자, 모두의 주의력을 이끄는데 성공했다.“뭐하는 거야?!” 백두강은 그녀가 못된 짓을 하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송지혜를 잡아당기려 했다.송지혜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백두강을 보지도 않고 오직 정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왜 말을 안 해? 대답할 수 없는 거야?!”“그럼 너희들의 이 실험실은 정규 수속이 없고, 불법 건설에 속한다는 거잖아!”정은은 웃음이 나왔고, 민지와 서준도 웃었다.“너, 너희들 왜 웃어?!” 송지혜는 당황했다. 민지가 말했다.“다행히 정은 언니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미리 예상했어요. 실험실이 완공되면 분명 누군가 질투해서 문제를 제기할 거라고 해서, 저희에게 모든 절차를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거든요. 송 교수님, 어떤 서류를 확인하고 싶으신가요? 바로 가져다드릴게요.” “ 제7조에 따르면, 3급 또는 4급 실험실, 혹은 3급이나 4급 이동식 실험실을 신축, 개축, 증축하려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국가환경청에 보고해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하지. 너희는 이 절차를 다 밟았어?”송지혜는 미소를 지었다.‘정말 내가 호락호락한 줄 알아?’이 새로운 규정은 지난해 3월에야 하달된 것인데, 바로 생물실험실의 수량을 통제하여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통제를 했으니 또 어떻게 쉽게 통과할 수 있겠는가?올해 초, 연성대학교 생물대학의 임상화 교수도 독립 실험실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보고가 제출되자마자 학교 측에서 잠시 연기하라고 설득했다.3개월을 기다리다가 가까스로 학교 측이 서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또 절차에 따라 신청 보고서를 더 높은 부서에 제출해야 했다. 그 결과, 신청서는 감감무소식이었다.반년이나 기다렸는데도 소식이 없었다.임상화는 사람을 찾아 여러 번 부탁을 하고서야 자신의 보고서가 건네지자마자 부결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임상화는 아직 단념하지 않았고, 올해도 계속 신청할 생각이었다...송지혜는 그녀와 관계가
교육 채널, 국내 학술지, 과학 주간지, 생물 연구소... 모두 정규인 동시에 유명한 매체들이었다.심지어 J시 뉴스의 기자들도 여기에 있었다.백두강은 이 장면에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정은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민지와 서준을 바라보더니 의혹을 드러냈다.서준은 손을 흔들었고, 민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럼... 누구일까?’기사에 극도로 예민한 기자들은 즉시 마이크를 송지혜 앞으로 내밀더니 던진 문제도 무척 날카로웠다.“방금 소정은 학생이 말한 CPRT 사건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소방 시정의 경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이런 일로 다른 연구팀을 괴롭히고 배척하신 겁니까?”“학생들을 난처하게 하고, 악의적으로 모함한 게 사실입니까?”“이 중에 교수님 사이의 원한이 얽혀 있는 것은 아닙니까? 학생들은 그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아닙니까?”...송지혜는 마이크와 카메라에 둘러싸였고, 한 무리의 사람들은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저... 그, 그만 좀 찍어요!”말로 지려 하지 않던 사람이 그 자리에서 말문이 막혀 온전한 말도 하지 못했다.지예는 이 상황을 보고 얼른 가서 도와주려 했다.그러나 많은 기자와 촬영기자가 현장에 있어서, 지예는 전혀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계속 중얼거렸다.“다 내 잘못이야... 나,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도 일부러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흑흑흑... 이모...”백두강은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즉시 지예를 잡아당겼다.“너 방금 뭐라고 했어? 네가 잘못했다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지예는 호통을 듣고 그만 멍해졌다.“저, 저는 단지 두 언론의 SNS 계정에 문자를 보냈을 뿐이에요. 와서 이번 일을 보도하라고...”그러나 기자들이 왔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우르르 모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그들은 정은이 허풍을 떤 게 아니라 정말 실험실을 지을 줄은 더욱 생각지도 못했다.“누가 이
이런 화려한 세리머니에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에 저마다 고개를 쳐들고 구경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은은 생각을 하다 현빈을 향해 걸어갔다.현빈은 그런 정은을 보며 놀란 듯했다.“고마워요.” 정은은 현빈의 앞에 멈추며 진지하게 말했다.“그 기자들도 심 대표님이 초청한 거죠?”“부학장님 쪽에서 두 언론에 연락했어. 아마도 너희들이 실험실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말이야.”“이를 통해 일을 크게 만들려고 했지만, 총장님이 나선 덕분에 그러지 못한 거야. 나도 단지 부학장님을 도와 일을 좀 더 크게 만들고 싶었던 거고. 그래야 당할 때 제대로 당하는 게 아니겠어?”현빈은 다른 한 중요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그는 전에 백두강에게 경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백두강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그럼 내가 수단을 좀 썼다고 탓하면 안 되지. 어떤 사람은 매를 맞지 않으면 아픈 줄 모른다니깐.’‘만약 맞아도 아픈 줄 모른다면, 그건 충분히 얻어맞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하지.’멀지 않은 곳에서, 성달수는 박수를 치면서 오미선의 어깨를 밀쳤다.“이제 안심하겠지? 정은이는 남의 괴로움을 가만히 당하는 아이가 아니야. 생각이 아주 많다고. 실험실을 짓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그렇게 했잖아. 초청장 받았을 때 나 정말 놀라 자빠질 뻔했어!”오미선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정은이는 확실히 줏대가 있어. 반격할 줄도 알고...”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나보다 훨씬 낫지.”성달수는 오미선이 자괴감을 느낀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입을 열었다.“어허, 아무리 강해도 그것은 우리가 가르친 학생이야. 강한 장군 밑에 약한 병사가 없다고, 우리 둘도 꽤 훌륭한 교수님이잖아!”오미선은 눈을 부라렸다.“난 성 교수처럼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야.”공연이 끝나자, 시간이 다 된 것 같다고 생각한 정은은 오미선을 청하여 실험실의 이름을 짓게 했다.민지와 서준은 하나는 탁자를 옮기고 하나는 종이와 붓을 가져왔다.오미선은 책상 앞에
J시, 무한 실험실에서.정은은 실험대 앞에 서서 데이터를 세 번이나 수정했다.서준과 민지는 눈을 마주쳤다. ‘뭔가 이상해!’“정은 언니, 어젯밤에 잘 못 잤어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나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어. 오늘 계속 마음이 불안하네.”“오늘 아침부터요?”“그래.”...점심에 정은은 낮잠을 잤는데 상황이 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고, 마치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저녁 무렵, 가까스로 일을 마친 정은은 데이터를 대조한 후 기지개를 켰다.“후, 드디어 끝났다.”민지가 말했다.“나도 다 끝냈는데. 쮼, 너는?”“나도.”“잘됐네! 오늘 밤 드디어 밤을 새울 필요가 없어. 같이 밥 먹으러 갈까? 내가 쏠게.”정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너희들 가, 난 쉬고 싶어.”그동안 정말 피곤했기에 정은은 지금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었다.민지도 뭐라 하지 않았다.“그래요, 정은 언니, 그럼 일찍 돌아가서 쉬어요.”“좋아.”도중에 정은은 택시에 앉아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리자 그녀는 바로 잠에서 깨어났다“어, 아빠.”[정은아, 네 엄마 다쳤으니 얼른 집으로 와!]“네? 엄마가 다쳐요? 왜요? 어쩌다가요?!”[오늘 유보영이 집에 찾아왔다...]이미숙은 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그 순간 피가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다행히 소진헌이 제때에 돌아왔고,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그런데도 세 바늘을 꿰매었는데, 의사는 가벼운 뇌진탕이라면 이틀 동안 입원하여 관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유보영 그 여자는요?”[도망갔어.]정은은 이를 갈았다.그날 저녁, 그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끊은 후, 마침내 새벽 3시에 L시에 도착했다.이튿날 아침, 정은은 자신이 만든 죽과 3시간 동안 끓인 보신탕을 가지고 병원에 찾아왔다.“정은아?!”소진헌과 이미숙은 모두 놀랐다.“언제 돌아왔어?”“왜 말 안 했어? 내가 데리
“능청스럽게 굴지 마요. 우리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어때요? 나는 이미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했어요. 당신이 본 『7일담』이 바로 그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에요. 그러니 나는 당신과 재계약을 할 수 없어요. 지난 10년간의 감정을 봐서, 우리는 좋게 갈라지죠.”“좋게 갈라져?” 유보영은 냉소를 지으며 드디어 연기를 하지 않았다.“그건 네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누가 나의 손실을 배상하는 건데?”“당신이 무슨 손실을 입었다는 거죠?” 이미숙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너와 계약을 했어. 10년, 꼬박 10년, 당신은 좋은 책 한 권도 쓰지 못했잖아. 그런데 다른 사람을 찾아가 계약을 하더니 바로 인기 소설을 출시해? 이미숙, 너 지금 날 갖고 장난하는 거지?”“내가 쓰기 싫어서 그래요? 당신이 줄곧 나의 구상을 부정하고, 나에게 출판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요. 이 10년 동안 내가 당신에게 몇 권의 책의 대강을 주었는지 계산해 본 적 있어요? 마지막에는 예외가 하나도 없이 전부 거절을 당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인기를 끄는 작품을 출판하라는 거예요?”“너...”“당초의 계약비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래요, 당신은 확실히 많은 돈을 주었지만, 당신도 날 10년 동안 ‘감금’했잖아요. 이 10년 동안 내 예전에 쓴 책의 판권으로 얼마를 벌었는지, 당신이 잘 알고 있겠죠.”유보영은 시선을 피하더니 다소 마음이 찔렸다.‘이미숙이 어떻게 그 판권에 대해 알았지?’“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죠? 나는 이미 변호사를 청해 계약서를 확인해 보았는데, 당신은 몰래 내 판권을 대리 운영하겠다는 조항을 추가했죠. 사인할 때 나에게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직접 이름을 쓰라고 했고요.”“허... 그래서? 이제 돈 계산을 하자는 거야? 변호사까지 불렀다고? 진작부터 날 방비했나 보네.”“당신이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요. 전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지만, 지금부터 날 방해하지 마요.”이미숙은 일어나더니 손님을 내
이 시각, 소진헌은 학교에 수업하러 갔는데, 집에는 이미숙 혼자밖에 없었다.J시에서 돌아온 후, 그녀는 새 책의 대강을 구상했고, 학교 괴담을 주제로 한 공포 소설을 창작할 계획이었다.그사이 정은이 전화를 걸어 실험실 완공식에 초청했지만, 부부는 아쉬움을 느끼며 거절했다.소진헌은 수업을 해야 했기에 떠날 수 없었고, 이미숙은 창작을 해야 해서 방해를 받으면 안 됐다.이야기가 이미 태반이 완성되고, 곧 마지막 장을 끝내려 해서 이미숙은 요즘 자신을 방에 가두었다.유보영이 문을 두드릴 때도 이미숙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 문을 열러 가는 길에 머릿속에서 줄거리를 구상하고 있었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그...”유보영은 미소 지었다.“오랜만이에요, 이 작가.”이미숙은 이마를 찌푸렸다.“당신이었어요?”“그래요, 그래도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유보영은 내색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보았다.‘인테리어가 이렇게 호화로운 걸 보니 정말 부자가 된 모양이야.’이미숙이 거절을 하기 전에 유보영은 하이힐을 신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이미숙은 비록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유보영이 떠들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웃고 있었기에, 예의상 이미숙은 그녀를 내쫓지 못했다.더군다나 이미숙도 유보영이 오늘 무엇을 하러 왔는지 궁금했다.“앉아요.” 이미숙은 물 한 잔을 따라 탁자 위에 놓았다.유보영은 앉은 후,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당당하게 별장 곳곳을 살펴보았다.“이 작가님, 이사를 해도 왜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거예요? 내가 예전에 이 작가님이 살던 곳에 달려가서 얼만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전화해도 항상 전원이 꺼져 있어서 나도 이곳을 찾느라 애를 엄청 썼어요.”이미숙은 대답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그게요, 우리 계약도 곧 만기 되어 가잖아요. 그동안 우리는 아주 잘 협력했고, 재계약도 형식일 뿐이에요. 하지만 형식이라도 같이 사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것 좀 봐요...”말하면
그리고 유보영의 밑에 이런 작가가 무려 수십 명이나 있었다.“어머!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그 작가들은 바보 아니에요? 판권 같은 것을 팔려면 작가 본인의 동의를 거치고 사인까지 해야 되잖아요?”장민영은 가볍게 흥얼거렸다.“넌 매일 그렇게 많은 계약을 복사하는데, 위의 상세한 조항을 보지 않았니?”“어?”“유 사장님은 계약을 할 때 이미 작가의 명의로 된 기타 서적의 판권 대리권을 손에 넣었다고. 그럼 작가에게 통지할 필요도 없고, 사인할 필요도 없어. 유 사장님이 가서 잘 이야기한 다음, 작업실 쪽에 공인만 하나 더 찍으면 끝.”“만약 정말 사인해야 할 상황에 부딪히면, 아무나 찾아서 사인하면 되지 않겠어? 그 사람들 정말 작가 본인을 찾아 가서 대조할 수도 없잖아.”“어머, 그럼 유 사장님은 작가에게 주는 배당금까지 절약한 셈이네? 어차피 작가도 모르니, 돈을 모두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장민영은 커피 한 모금 마셨다.“그래, 넌 사장님이 좋은 차에 비싼 집을 산 돈이 어디서 났다고 생각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명품인데, 내가 듣기로는 그 가방 하나만 해도 수천만 원이라잖아? 정말이야?”“정말이야, 그것도 에르메스.”“쯧쯧...”장민영은 감탄하면서 부러워했다.“가장 비참하게 당한 작가는 추리 소설을 썼다고 들었어. 일찍 엄청난 인기를 끈 두 권의 소설 판권은 유 사장님이 모두 팔았고. 최근 몇년간 또 기타 판권을 연장했는데, 그 작가 혼자만 해도 매달 최소 우리에게 수백만 원의 이익을 가져다줄수 있어.”“추리 소설 작가? 누구지? 요즘 한 추리 소설 작가가 대박 났는데. 이란 책을 써서 지금 아주 난리도 아니야. 작가 이름이... 이미숙이라 한 것 같아!”“이, 이미숙?!” 장민영은 깜짝 놀랐다.“그 제대로 당한 작가도 무슨 미숙이라고 한 것 같은데.”“같은 사람 아니겠지?”“아닐 거야. 유 사장님이 어떻게 새 책을 내줄 수 있겠어?” 장민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긴
봉수진이 말했다.“이 작가님은 이름이 이미숙이라고 하는데, 우리 미숙이와 이름이 똑같잖아.”이것은 그녀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표지의 작가 이름을 보았을 때, 봉수진은 완전히 멍해졌다.이춘재는 한숨을 쉬었다.보아하니 그도 이것 때문에 이 책을 펼친 것 같았다.그 결과, 이춘재는 이 책이 보면 볼수록 재밌다고 느꼈다.원래 봉수진은 그저 무심코 물었을 뿐, 현빈이 정말 알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알아요.”그는 이미숙과의 관계를 간단히 설명했다.이춘재는 지난번 서점에서 본 그 소녀가 바로 이미숙의 딸이란 것을 깨달았다.그날, 위층에서 마침 이 책의 사인회가 열렸다.그는 웃음을 금지 못했다.“이런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구나.”봉수진은 지난번에 만났던 그 여자애를 떠올렸다. 말소리가 부드럽고 듣기 좋아 그녀는 갑자기 정은이 보고 싶어졌다.“그 아이는 딱 봐도 올바른 가르침을 받고 자란 게 분명해. 영리하고 철이 들었지, 또 예의가 바르지. 이렇게 우수한 부모만이 이렇게 우수한 아이를 가르칠 수 있어.”‘언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겨울이 되기도 전에 유보영은 호주로 휴가를 갔다.그녀는 해마다 그랬기에 작업실 사람들도 모두 익숙해졌다.유보영에게 돈이 많았으니 이렇게 즐기는 것도 당연했다.사실 유보영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그녀의 직원들은 전혀 모른다.다들은 이곳이 출판사라는 것밖에 몰랐다.유보영은 매년 돈을 들여 이미 유명해진 작가들과 계약했고, 그 다음은 없었다.계약한 이 작가들은 더 이상 새 작품을 발표한 적이 없으며, 새 책을 출판하는 경우는 더욱 없었다.마치... 문학계에서 사라진 것처럼.예전에는 분명히 그렇게 유명했는데, 왜 유보영을 만난 후에 재능이 떨어진 것일까?그럼 유보영은 왜 또 그들과 계약을 한 것일까?작업실은 또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일까?수입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좀 작작해, 이런 것들은 너와 나 같은 직장인이 걱정할 차례가 아니야.”“난 걱정하지 않
“이 시간이 됐으니까 그러지. 우리를 보러 와도 아침에 찾아왔을 텐데. 너답지 않게 왜 그래.”현빈은 웃으며 이춘재를 부축하고 거실로 향했다.“제가 오고 싶어서 그래요. 두 분이 무슨 손님이에요? 약속을 잡고 만나뵐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하하하, 넌 아주 바쁜 사람이니 시간을 좀 낼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아.”“할아버지, 지금 저를 헐뜯으시는 거예요, 칭찬하시는 거예요?”이춘재는 웃음을 터뜨렸다.현빈은 소파에 앉자, 엉덩이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책 한 권이었다.표지에는 뜻밖에도 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아, 이거 제가 차에 둔 책 아니에요?” 현빈은 한눈에 이 책이 자신의 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책 모서리를 접는 것에 익숙해져서 접힌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맞아! 지난번에 네 차에서 내릴 때 가져갔는데, 이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어!”현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읽어 보셨어요?”이춘재는 고개를 끄덕였다.“절반 봤지.”“그래서 제가 들어오기 전에 여기 앉으셔서 이 책을 읽고 계셨어요?”이춘재는 아직 벗지 않은 돋보기를 밀었다.“왜? 안 돼?”“눈이 아프지도 않으세요?”이때,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봉수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도 그렇게 말했다! 나처럼 다음 독서앱을 다운로드해서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 얼마나 좋아. 스스로 볼 필요도 없잖아. 한 글자 한 글자 안경을 쓰고 보는 것보다 더 편리하지 않니?”이번에 현빈은 정말 깜짝 놀랐다.“할머니도 이 책을 읽어... 아니다, 이 책을 듣고 계셨어요?”봉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현빈아, 이리 와, 내가 말하는데,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잘 썼어!”“재밌어요?”“그럼. 제1화와 2화에서 쓴 묘사 좀 들어봐. 글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머릿속으로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니깐.”현빈이 이어폰 하나를 받아 귀에 꼈다.[임수천은 온몸이 흠뻑 젖었고,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때, 그는 갑자기 앞에 별장 한 채가 있는
“그래요.” 정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 먼저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언니! 저도 데리고 같이 가요! 저도 같은 방향이잖아요!”서준은 그녀를 잡아당겼다.“넌 왜 눈치 없이 끼어드는 건데? 이따가 내가 차로 데려다 줄게.”“그, 그럴 필요가 있을까?” 방금 민지는 너무 심하게 서준을 비웃었기에, 이따가 이 깍쟁이가 복수를 할까 봐 두려웠다.“당연하지.”현빈은 재석과 정은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좁고 긴 눈을 가늘게 떴다.차에 탈 때, 정은은 목도리를 벗었고 재석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정은이 뜻밖에도 정말 그에게 건네주었다니.임정식은 다가와서 현빈의 어깨를 두드렸다.“이 상태로 운전하려고? 방금 너 술 많이 마셨잖아. 법을 위반하는 일은 하지 말자...”현빈은 눈살을 찌푸렸다.“조 교수님은요? 술 안 마셨어요?”“아니.” 임정식은 손을 흔들었다.“그렇게 확신하세요?”“바로 내 옆에 앉았으니까. 그럼 나도 당연히 재석이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그런데 왜 옆에 술잔이 놓여 있었는데요? 안에 소주까지 따랐잖아요?”“소주? 난 재석이 사이다 따르는 것을 보았는데.”‘그래, 조 교수! 또 날 당하게 만들다니.’곧 기사가 차를 몰고 왔고, 현빈은 차를 타고 떠났다.창밖의 경치를 보면서 현빈은 턱을 매만졌다.‘정은이 집 근처에 집 하나 사야 되나? 다음에 또 이런 상황 생기면, 나도 조 교수처럼 핑계를 댈 수 있잖아!’그러나 이 생각도 잠시, 현빈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토끼가 무서워해. 겁을 먹으면 숨을 것이고, 다시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할 거야. 강도겸이 바로 그 예지. 그러니 난 같은 잘못을 범해서는 안 돼. 하지만... 조재석 그 자식 정말!’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별이 밤하늘을 꾸미기 시작했고, 귓가에서 울리던 도시 소음도 조금 사라진 것 같다.평일의 일정에 따라 기사는 현빈을 본가로 데려다 주어야 했다. 그러나 현빈은 갑자기
그리고 10살 된 서준의 사진이었다.“이렇게 뚱뚱했어?!” 정은은 놀라서 외쳤다.사진 속의 서준은 어릴 때처럼 귀엽지 않았는데, 마치 작은 곰처럼 뚱뚱해졌다.그렇다, 뚱뚱할 뿐만 아니라 엄청 까맸다.눈은 볼살에 의해 실눈으로 변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마침 여름이었는데, 상반신은 셔츠, 하반신은 반바지를 입고 있어 웅장하고 건장한 사지를 드러냈다.정은은 기침을 하며 엄숙하게 현빈을 제지했다.“보지 마요. 남의 프라이버시를 훔쳐보는 것은 좋지 않잖아요.”“너도 봤잖아?”“난 고의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지금 더 이상 보지 않았어요.”“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여기에 놓은 거 아니야? 아! 이 뚱뚱한 아이가 서준이었구나?! 어쩜 이렇게 부풀어 오른 풍선과 똑같니?”“정말 못됐어요.”현빈은 맞받아쳤다.“너도 마찬가지야. 지금 왜 활짝 웃고 있는데?” 정은은 재빨리 입술을 오므렸지만 여전히 참지 못했다.평소에 그렇게 관리를 잘하고, 탄산음료를 일절 건드리지 않는 서준이 뜻밖에도 이런 쓰라린 기억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어쩐지 몸매 관리에 그렇게 열중하더라니. 어릴 적 뚱보로 고생을 한 적이 있었구나.’현빈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괴로워하는 정은을 보고,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이때, 재석의 담담한 목소리가 두 사람 뒤에서 울려 퍼졌다.“무슨 일이 그렇게 웃겨요?” 정은은 웃음을 뚝 그쳤다.“선, 선배님이 여기 왜 왔어요?”현빈은 고개를 돌려 재석을 보았다.재석은 담담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 정은이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누그러진 말투로 물었다.“무슨 재밌는 일이길래 그래? 나에게 말해줄 수 있어?”정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현빈이 먼저 말했다.“죄송하지만 이건 우리 사이의 비밀이에요.”그러나 재석은 아예 현빈을 보지 않았고, 시선은 오직 정은에게 떨어졌다.“그래?”정은은 즉시 눈을 부라렸다.“비밀은 무슨. 말도 참 이상하게 하네요... 선배님, 이것 좀 봐요.”재석은 여유
현빈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식 형, 취하신 거 아니에요? 지금 아직 학생이니, 학업에 몰두해야지, 이런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면 안 되죠. 그러다 소문이 나면 누구에게도 안 좋잖아요.”임정식은 잠시 멈칫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나 좀 봐, 술을 좀 마셨다고 말이 많아졌군... 맞아, 학생은 공부에 전념해야지. 다른 일들은 나중에 얘기하자!”말을 마치고 다른 손님과 인사하러 갔다.재석은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앞을 쳐다보았다.“방금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요.”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왜요? 교수님께서 무슨 의견이라도 있으세요?”“이 세상에 자신의 아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듣고 싶어 하는 부모님은 없을 거예요. 심 대표님은 당연히 거리낌이 없겠지만, 다음에 입을 열기 전에 남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부터 먼저 생각해봐요.”현빈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정은이를 위해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세요?”“아니라고 할 건가요?” 재석은 고개를 돌려 상대방을 직시했다.“심 대표님은 똑똑한 사람이니, 내가 굳이 안 밝혀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데.”“세심하고 다정한 척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교수님만 정은을 관심하는 것이 아니니까. 전 교수님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좋아요, 신경 쓰는 이상 정은이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요.”“위험이라고요? 한 마디 말에 불과한데, 굳이 이렇게 겁을 먹으실 필요가 있을까요?” “오늘은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내일은요? 제멋대로 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다른 일을 해도 남의 사정을 신경 쓰지 않아요.”“정식 형은 마음이 넓어서 이대로 넘어가겠지만, 다른 가문이나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들었다면 정은이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현빈은 표정이 굳어지자 눈빛이 어두워졌다.“정말 정은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면을 고려해야죠.”말을 마치고 재석은 성큼성큼 떠났다....케이크를 먹은 정은은 손에 크림이 묻었다. 이미 휴지로 닦았지만 여전히 끈적끈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