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화

작가: 만우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해찬아, 게시물에 댓글이 벌서 400개가 넘게 달렸어.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러다가…… 이러다가 학교 전체 학생들이 이 일을 알게 될 수도 있어.”

“닥쳐! 닥치라고!”

말라깽이의 말에 정해찬은 버럭 화를 냈다.

이미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당장이라도 폭발할 지경이었다.

‘만약 그 밀이 학교 전체에 퍼지면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지?’

“씨발! 임운기, 강설아, 다 너희들 때문이야! 이거 분명 그 자식들 때문이라고! 감히 내 명예에 흠집을 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정해찬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러댔다.

…….

저녁 6시 20분.

청양대 문 앞.

“임운기, 여기!”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설아는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임운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임운기는 말하면서 강설아 앞으로 걸어가며 시간을 확인했다. 6시 20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이른 시간이었다.

때문에 임운기는 당연히 자기가 10분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강설아가 먼저 기다리고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 오래 기다릴까 봐.”

싱긋 웃으며 말하는 강설아의 모습에 잠깐 넋을 잃은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너 처럼 착하고 남자를 오히려 배려하는 여학생도 참 드문데.”

예전에 보람이와 연애할 때 그는 매번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그에 반해 상대는 오히려 한참 지나서야 도착하곤 했었다. 가끔은 반 시간 넘게 늦을 때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언제나 여자들은 반 시간씩 늦는 게 정상이라며 남자가 돼서 기다려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곤 했다.

그런데 그가 기다릴까 봐 먼저 나와 기다리며 자기에게 배려하는 강설아를 보니 그는 저도 모르게 감동했다.

“얼른 가자. 네 음식 솜씨 기대되네.”

지나가듯 가볍게 뱉은 한마디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강설아의 모습에 임운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강설아는 매번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곤 한다. 때문에 임운기도 말없이 그녀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그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내가 부자라니   제38화

    “그럴 리가 없잖아. 난 비싼 레스토랑 음식보다 네가 직접 해준 요리를 먹고 싶어. 네 마음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잖아. 안 그래?”“응.”임운기의 웃음기 섞인 말에 강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놓으며 앞쪽을 가리켰다.“저기 앞이 우리 집이야.”막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옆집 문이 갑자기 활짝 열리더니 잠옷 차림의 중년 여성이 쓰레기를 버리려는 듯 밖으로 걸어 나오더니 임운기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설아구나. 그런데 왜 낯선 남자를 데리고 왔어?”“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얘는 제 동기예요.”“동기? 아닌 것 같은데? 어린 것이 어쩜 벌써 돈에 눈을 써서는. 손님을 집까지 끌어들이면 어쩌겠다는 거야?”중년 여성은 마치 아랫사람을 교육하는 것처럼 도도한 자세를 취했다.그녀의 비아냥거리는 모욕에 강설아는 순간 화가 치밀어 억울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아주머니! 어떻게 사람을 함부로 모욕할 수 있어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임운기도 일순 눈살을 찌푸렸다.자기가 성매매하러 온 손님으로 오해받는 건 괜찮았지만 강설아를 몸이나 파는 여자로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설아야, 변명하지 마. 돈이 궁하면 손님도 받고 그럴 수 있지. 아줌마 다 이해해.”“아줌마! 어떻게…… 어떻게…….”마치 이해한다는 듯 괴상야릇한 말투로 비꼬는 중년여성의 모습에 강설아는 억울한 나머지 눈시울을 붉혔다.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그녀를 보자 임운기는 끝내 폭발했다.“사람이 어쩜 그래요? 설아가 아무리 그래도 그쪽 이웃인데 여자애를 그렇게 더럽히며 모욕하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어린 것이 어디서 어른한테 따박따박 말대꾸야? 우리 딸이 누군지 알기나 해?”인상을 팍 쓰며 소리 지르는 임운기의 모습에 놀랐는지 잠깐 움찔하던 여성은 이내 포악스럽게 소리쳤다.이에 임운기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그녀를 바라봤다.“아줌마 딸이 뭔지는 관심 없고 저 건드리지나 마세요. 안 그러면 그 결과를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내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하하,

  • 내가 부자라니   제39화

    “관심해 줘서 고마운데, 그런 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강설아는 대화를 끝내려는 듯 차갑게 말했지만 링링은 멈추지 않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설아야, 너 돈 없다고 하지 않았어?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내가 러브 바 매니저라는 건 알지? 네가 원한다면 우리 바에서 데스크 좀 봐줘. 내가 한 달에 천만 정도 벌게 해줄게.”“마음은 고맙지만, 필요 없어. 운기야 들어가자.”이미 문을 열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던 강설아는 이 말만 남긴 채 임운기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집 안.“설아야, 저 사람들 네 이웃 아니야? 왜 말을 저따위로 해?”임운기는 두 모녀가 했던 말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만약 강설아가 그를 말리지만 않았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두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줬을 거다.“사실 링링은 나랑 어릴 때부터 함께 큰 소꿉친구이자 동창이었어.”“응? 그런데 왜…….”아무리 봐도 링링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강설아를 모욕하고 적대시하는 것 같았는데 그게 어딜 봐서 소꿉친구인지 임운기는 알 수 없었다.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자 강설아는 고개를 숙이더니 지난 일을 회상했다.“고등학교 때 링링이 남자친구를 사귄 적 있었거든. 그런데 그 남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몰래 고백하고 내가 거절하자 링링한테 내가 자기를 꼬셨다고 말했거든. 그 일로 링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설명도 듣지 않은 채 나를 천한 년이라며 모욕했고 그때부터 관계가 악화했어.”그제야 모든 의문이 해결되는 것 같았다.그러던 그때, 강설아가 말을 이었다.“우리 둘 사이가 악화하고 난 뒤 링링과 걔 어머니는 저렇게 자주 날 모욕하곤 해. 내 흉을 보기도 하고. 특히 링링이 술집 매니저가 된 뒤로부터 아주머니는 내가 자기 딸보다 못하다면서 계속 비꼬았어.”한참을 말하던 강설아는 억울한지 눈시울을 붉히며 눈가에 핑그르르 돈 눈물을 애써 참았다.“젠장!”이 모든 걸 들은 임운기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그저 나약하기만 한 여자애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모욕을

  • 내가 부자라니   제40화

    “너 그때 술집에서 노래하며 돈 벌던 것도 병원비 마련하려고 했던 거였지? 장학금에 그렇게 목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고.”이제야 강설아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강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이라고 낮게 대답했다.“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네.”이건 저도 모르게 나온 한마디였다.임운기는 강설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오고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윈 경험은 강설아와 같았기에 그녀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다른 건 그는 지금 강설아보다 많이 행복하다는 거다. 어머니가 앓아눕지 않은 데다가 일도 하고 계셔서 그가 부담을 끌어안을 필요도 없는 데다가 가장 큰 행운인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신분을 얻었기 때문이다.“힘들긴 힘들지만 이젠 익숙해졌어.”강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엄마가 대학만은 꼭 졸업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벌써 그만두고 일자리 찾았을 거야.”강설아의 경험들과 그녀의 불행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그녀가 안쓰러워졌다.여자애가 이런 일들을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지금껏 어떻게 버텨왔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강설아가 이런 어려움들을 겪었기에 다른 여자애들에 비해 특별하고 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설아야. 모든 게 다 잘될 거야. 내 말 믿어.”임운기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강설아가 불행하다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를 만난 거다.“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그러길 빌어야지.”강설아는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봤다.하지만 이 모든 게 잘 되는 게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는 데 드는 돈만 하더라도 너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면 모를까,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다고 해도 그 돈을 마련하는 건 평생 가도 가능성 없는 일이었다.때문에 그녀는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지도 않는다.“됐어. 무거운

  • 내가 부자라니   제41화

    이윽고 강설아는 고개를 들며 진지하게 말했다.“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이미 익숙해져서 괜찮아. 우리 동기도 동기지만 이 정도면 친구 맞지?”“당연하지!”임운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임운기는 곧바로 마음속으로 계획하던 일을 제안했다.“강설아, 아직 이른데 우리 밖에 나가서 좀 놀자.”“밖에서 놀자고? 어디?”“바.”“바? 술집 말하는 거야? 아…… 난 그런 곳 싫어해.”강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더욱이 그녀는 임운기가 갑자기 바에서 놀자고 제안하는 게 의아했다.“걱정하지 마. 그저 단순히 놀기만 하자는 거야. 너한테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거 아니야. 내가 오늘 도와줬다고 내 요구 들어준다고 했잖아. 이거 그렇게 어려운 요구 아니지 않아?”“그…… 그래.”임운기의 부탁에 한참을 고민하던 강설아는 끝내 동의했다.그가 알고 있는 임운기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를 믿기로 결심했다.이윽고 어머니와 인사한 그녀는 곧바로 임운기를 따라 문을 나섰다.…….약 반 시간 뒤.러브 바 문 앞.“운기야, 우리…… 여기 오려던 거였어?”술집의 네온사인 간판을 본 강설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왜냐하면 이웃집 링링이 이 술집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 바로 여기야.”하지만 임운기는 난처한 그녀의 표정을 읽지 못한 것처럼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 설마 날 여기까지 데려온 게 링링 때문은 아니지?”이런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녀는 임운기가 갑자기 술집에 놀러 가자고 제안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러브 바’라는 간판을 보는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역시 총명하네. 바로 알아맞히다니.”오늘 강설아 집 앞에서 이웃집 중년 여성과 그녀의 딸 링링이 한 짓이 지금까지도 눈앞에 아른거렸기에 오늘 이곳에 온 이유도 간단했다.강설아를 위해 화풀이를 하고 체면을 되찾아 주려는 것뿐!하지만 당사자의 의견은 달랐다.

  • 내가 부자라니   제42화

    “응, 때렸어. 아까 당신이 한 말 사과 해!”임운기의 잇새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쪽한테 사과하라고? 이 봐,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여기에서 폭력을 사용했으니 당신 이제 끝이야!”남자 직원은 얼굴을 감싸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만약 돈 많은 부자가 때렸다면 그는 때리는 대로 고분고분 맞았을 텐데 옷차림부터 남루한 가난뱅이한테 맞았다는 것에 참을 수 없었다.“링링 매니저님, 문 앞에서 싸움이 일어났어요! 상황 처리 바랍니다!”때마침 옆에 있던 여자 직원이 다급히 무전기로 링링을 호출하자 강설아는 걱정되고 두려웠다.“아…… 이제 어떡해?”그녀는 임운기가 집에 오기 무섭게 누군가에게 손찌검을 날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 경호원도 많을 텐데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하지?’“걱정하지 마.”임운기는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때마침 짙은 화장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강설아의 이웃 링링이었다. 바로 얼마 전에 강설아 집 문 앞에서 그녀와 임운기를 조롱했던 사람 말이다.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경호원 몇 명이 따라왔다.“누구야? 감히 러브 바에서 주먹을 휘두르다니!”링링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면서 높게 소리쳤다.“링링 누님, 저 자식입니다.”그때 남자 직원이 임운기를 가리켰다.“너희들이었어?”링링은 한눈에 임운기와 강설아를 알아봤다.“강설아, 너 뭐하러 여기 왔어? 설마 여기 아가씨 하려고 마음먹은 거야?”링링은 팔짱을 끼며 피식 웃었다.강설아와 임운기를 보는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시큰둥한 기색이 가득했다.“여기 소비하러 왔어. 안돼?”“강설아, 아 자식 네 남자 친구 맞지?”임운기의 말에 링링은 대답 대신 반문했다.“그래, 나 설아 남자 친구인데 뭐 문제 있어?”링링이 대답하기도 전에 임운기는 강설아를 품에 끌어안았다.그 순간 그녀는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지만 임운기가 자기를 갑자기 안은 게 놀랍기는

  • 내가 부자라니   제43화

    임운기의 기세에 놀란 링링은 몸을 흠칫 떨더니 이를 악문 채 어렵사리 두 글자를 뱉어냈다.“아…… 아니.”“아니라면서 왜 멍하니 서 있어? 얼른 부스로 안내하라니까! 제일 좋은 부스로!”임운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중압감이 넘쳐흘렀다.“너…….”‘지금 나더러 시중을 들라는 건가?’링링은 갑자기 드는 생각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내가 뭐? 우리 지금 손님이야. 손님은 모셔야 하는 존재 아닌가? 제대로 안 하면 당장 너희 사장한테 고소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알아들었어?”임운기의 차가운 말투에 링링의 안색은 더 나빠졌다.임운기가 여기에서 정말로 몇백만씩 소비한다면 그녀는 확실히 그를 잘 모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자기를 고소하면 사장에게 문책당할 게 뻔했으니까.게다가 눈 감고도 몇백을 던져버리는 패기를 봐서는 그의 소비 능력이 몇백만 심지어는 몇천만 원도 넘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알겠냐고 묻잖아. 귀먹었어? 대답 안 해?”“알…… 알겠습니다.”링링은 언짢고 화가 났지만 여전히 억지스러운 미소를 짜냈다.“알았다면 당장 길 안내 해!”“네…… 네, 바로 안내할게요.”임운기의 호통에 링링은 여전히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사람을 부스로 안내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꽤 괜찮아 보이는 자리로 안내됐다.“가서 술 가져 와.”자리에 앉은 임운기는 이내 손을 흔들며 명령했고 링링은 그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자리를 떠났다.부스에서 얼마 떨어지고 난 뒤에야 링링은 억지로 말아 올린 입꼬리를 내리며 표정을 확 구겼다.“젠장! 강설아 남자친구 대체 뭐야? 겉보기에는 가난뱅이가 틀림없는데 어떻게 몇백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내놓을 수 있지?”링링은 평소 강설아를 만나면 그녀 앞에서 자기의 우월함을 뽐내기 바빴다.게다가 그녀가 자기보다 비참하게 생활한다는 게 그녀의 낙이었다.하지만 임운기가 강설아 앞에서 자기를 호통치고 명령했다는 게 너무 쪽팔렸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이 화가

  • 내가 부자라니   제44화

    그녀의 계획은 바로 제일 비싼 술을 가져와서 만약 임운기가 소비하는 걸 거절하면 술 살 돈도 없다고 임운기를 모욕하는 거였다.하지만 만약 임운기가 거절하지 않으면 더 좋은 일이다. 이 기회에 그에게 한바탕 먹일 수 있으니까. 왜냐하면 아무리 봐도 임운기는 4천만 원을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심지어 그녀는 임운기가 그렇게 많은 돈을 내놓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더 좋은 일이었다. 계산할 돈이 없다면 그때 가서 아까 받은 모욕을 모두 되갚아 주면 되니까.“원하시는 술과 음식 모두 내왔으니 천천히 즐기세요.”링링은 분명 존대로 말하면서 말투에서는 전혀 존중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이 즐기라는 한마디를 할 때 강조라도 하는 듯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그 말을 내뱉고 가려던 그때, 임운기가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 그쪽은 가지 마.”“왜죠?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요?”링링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려 임운기를 바라봤다.그녀의 모습에 임운기는 덤덤하게 손을 흔들었다.“와서 술이나 따라.”“뭐? 지금 나더러 술 따르라고 했어? 나 여기 매니저야! 술 파는 여자가 아니라고! 원한다면 다른 애들로 불러줄게!”“아니, 난 그쪽이 따랐으면 해!”장난기 섞인 미소를 짓는 임운기를 보자 링링은 끝내 화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쳤다.“꿈 깨!”하지만 악에 받쳐 내뱉은 한마디에 임운기는 아무런 타격도 없는 듯 싸늘하게 웃었다.“미안한데 당신한테 거절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거절하면 사장 부르고.”“어디 불러 봐!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난 매니저라서 그쪽이 사장 부른다고 해도 소용없어!”버럭 소리를 지른 링링은 두려울 게 없다는 듯 몸을 홱 돌려 떠나갔다.임운기와 강설아에게 술을 따르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 큰 치욕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강설아가 자기를 술 따르는 여자라고 놀릴 게 뻔했기에 절대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됐다.하지만 그때 임운기가 그녀의 뒤에 대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딴 걱정

  • 내가 부자라니   제45화

    “암요! 당연하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바로 불러오겠습니다.”오준섭은 활짝 미소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는 직원에게 곧바로 명령했다.“얼른 가서 링링 매니저 불러와!”“네, 사장님!”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기 바쁘게 어디론가 달려가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강설아는 의아한 듯 임운기를 힐끗 바라봤다.‘뭐지? 운기가 저 카드를 꺼낸 뒤로 사장의 태도가 확 바뀐 것 같은데?’강설아는 당연히 블랙카드가 어떤 건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눈에 그 카드는 그저 겉보기에 조금 화려한 은행카드에 불과했으니까.그녀가 카드의 정체를 안다면 아마도 그런 의문은 생기지 않았을 거다.그러던 그때.“혹시 존함을 물어봐도 될까요?”오 사장이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임운기라고 합니다.”“임운기?”오 사장은 낮게 중얼거렸다. 이 이름을 요즘 어디선가 분명 들어본 적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었다.하지만 때마침 링링이 걸어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사장님, 저를 부르셨다고요?”그녀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매니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오준섭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기 때문이다.그녀가 온 걸 발견하자 오준섭은 이내 그녀를 반겼다.“왔구나. 오늘 다른 일은 하지 마. 이 두 고객님만 잘 모시면 돼.”그리고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명령하듯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에 링링은 순간 멍해졌다.“사장님, 지…… 지금 저더러 저 사람들한테 술을 따르란 말씀인가요? 저 여기 매니저입니다. 술 파는 여자 아니라고요.”“나도 알지. 서러운 거 이해하는데 오늘만 참아.”“싫어요!”링링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입을 삐죽 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강설아에게 술을 따라주는 게 그녀는 죽기보다 싫었다. 이건 그녀더러 강설아의 시중을 들라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하지만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 사장의 표정은 어두워

최신 챕터

  • 내가 부자라니   제1316화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 내가 부자라니   제1315화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 내가 부자라니   제1314화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 내가 부자라니   제1313화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 내가 부자라니   제1312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 내가 부자라니   제1311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 내가 부자라니   제1310화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 내가 부자라니   제1309화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 내가 부자라니   제1308화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