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이 있기 전까지 설아는 줄곧 자신이 운빨이 좋아서 매번 화정 그룹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여겨왔었다. 심지어는 대학을 졸업한 후 반드시 화정 그룹에 입사하여 보답하려고 마음까지 먹었었다.그러나 지금, 임운기가 화정 그룹의 회장이란 것을 알아버린 이상 그녀는 이 모든 것이 다 운기와 관련이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맞아, 이 모든 건 내가 마련한거야, 난 그저 네가 나랑 다니면서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일부러 숨긴 거고. 내 탓으로 돌릴 건 아니지?”“너…… 너였다니……”설아의 눈빛이 흔들렸다.“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알고 보니 이 모든 건 다 네가 도와준거였고. 그러게 난 왜 내가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을까……”이 모든 것이 다 운기가 자기를 도운 거라고 생각하니 설아는 마음이 찡해났다. “운기야, 이렇게 많이 도와주면, 난…… 너에게 어떻게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다.”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운기가 얼마나 중요한 일들을 도와줬는지 설아는 그 누구보다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고 이젠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 화정 그룹이 아닌 운기라는 것도 알게 되였다.“괜찮아, 우린 친구잖아.”운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친구…… 우린 친구지.”설아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이 어두워졌다.곧이어 설아는 얼른 고개를 들어 운기를 바라보며 얘기했다.“너는 화정 그룹의 회장이고 또 재벌 집 아들이지만 나는 너와 달리 그저 서민층 사람이잖아, 난 아마 앞으로 너랑 편히 친구로 지내기는 어려울 거야.”“음? 내가 회장님처럼 생겼나? 내가 뭐 잘난척한 적 있어? 우린 앞으로도 쭉 좋은 친구야.”운기가 예전에 설아에게 숨기고 있었던 것은 설아가 스트레스를 받을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였다.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기는 정말 서글서글하고 상냥하면서 거드름을 피운 적이 없었다. 만약 운기가 오늘 설아에게 자신이 화정 그룹의 회장임을 알리지 않았더라면 설아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그러면서도 설아는 속으로 앞으로 운기에게 은혜를
운기는 다급히 설명했다.“설아야 오해하지 마, 나 걔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저 걔가 나를 찾아와서 남자친구인척해달라고 했고 내가 거기에 응했을 뿐이야.”“아까도 전화 와서 또 남자친구인척해달라고 한 거야?”설아는 손으로 옷자락을 꼼지락 거리며 말했다.“맞아, 이번엔 아버지를 속여달래, 원래는 안 도와주려고 했는데…… 너도 들었다시피.”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운기야 나한테 설명 안 해줘도 돼. 난 네 여자친구도 아닌데, 뭘.”설아는 억지웃음을 지었다.“그리고 너는 화정 그룹 회장님이잖아, 서연은 또 우리 학교의 퀸카이기도 하고, 집에도 돈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어, 너랑 걔가 같이 다니면 다들 선남선녀라 할걸.”설아의 눈에 서연은 백설공주 그 자체였다. 그녀와 달리 자기는 그저 불쌍한 사람일 뿐이었고. 서연 아가씨와는 비교하는 것조차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니 자괴감과 열등감이 들끓어 올랐다. “설아야, 걔는 내가 화정 그룹의 회장이란 걸 몰라, 걔는 당연히 나를 별 볼일 없어 할 거고 성에 차지도 않아 할걸, 나도 걔한테 별로 관심이 없거든.” 운기는 질색하면서 손을 저었다. “그럼…… 너는 누구한테 관심 있는데?” 설아는 용기를 가득 내여서야 겨우 이 말을 입 밖에 내였다. "음…… 내 앞에 있는 너?”운기는 이 말을 입 밖에 내자마자 후회했다. 왜냐하면…… 운기가 이 말을 하자마자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기 때문이다. 설아는 얼른 머리를 숙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말은 들으니 마음이 마치 꿀을 먹은 것처럼 달달해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한편, 서연이네 하늘 펜션에서는 앙칼진 소리가 들렸다.“괘씸한 자식……” 서연은 전화를 끊은 뒤 입을 삐쭉거렸다. 소연은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어디를 가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그녀였고 어느 남자든 그녀의 청이라면 도와주지 못해서 안달 나 했는데 오직 이 남자만은 항상 어긋나갔다.이렇게 된 이상, 돈으로 이 집안이 가난한 남자를 복종시켜야겠다고 생각했건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아악!”설아의 공포에 질린 비명소리와 함께 람보르기니는 도로변에 그대로 부딪혔고 차의 에어백도 전부 터져 나왔다. 람보르기니는 트럭에 치여 원래 모양을 완전히 잃어버렸다.운기는 힘껏 머리를 흔들어 심하게 부딪친 현기증으로부터 벗어난 뒤 황급히 설아의 상태를 살폈다.왜냐면 트럭의 충격을 받은 쪽은 설아의 자리 쪽이었기 때문이다.설아는 기절한듯 하였고 이마에는 핏자국이 있었다.“설아!설아야!”운기는 설아를 끌어안고 울먹거리며 폰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120을 눌렀다.부릉부릉-이때 운기는 그 트럭이 좀 뒤로 간 후 엑셀을 밟아 람보르기니를 향해 돌진하며 운기를 더 들이박으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트럭의 그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 때문에 운기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일부러야!”운기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연한 교통사고인 줄만 알았다.“X발, 교통사고일 리가 없잖아.”“이 트럭은 무조건 일부러야, 날 죽이려고.”“피해야 해, 반드시.”운기의 몸에서도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람보르기니에 다시 시동을 걸어 2차 충격을 피하려고 하였다.만약 이 트럭에 한번만 더 치인다면 수호신이 아무리 자기를 지켜준다 해도 죽음은 면치 못할 것 같았다.운기는 절박하게 키 박스에 열쇠를 꽂고 돌려보았다. 엔진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운기는 운전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계속 시동을 걸려고 열쇠를 깔딱깔딱 돌리면서 입에서는 거친 말을 터져 나왔다. 트럭이 점점 다가오는데 여전히 시동을 걸 수 없었다.“X 됐다.”일단 정신을 가다듬으려 하는 찰나,펑-2차 충돌이었다.하지만, 차 한대가 뒤에서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들이박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운기가 백미러로 힐끗 보니 하얀 지프차였다!“울프의 차야!”운기는 한눈에 이 흰색 지프차가 울프의 차임을 알아차렸다.찌이이이이익-타이어가 땅과 마찰되면서 귀청을 째는 소리가 났다.흰색 지프차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운기의 차를 앞으로 밀어냈고 운기의 람보르기니가 앞으로 몇 미터 정도 밀려난
울프는 바로 트럭을 향해 돌진했다.“울프, 트럭 기사를 죽이지마, 그가 이 일을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어!”운기는 울프를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트럭이 앞으로 돌진할 때 울프는 용감히 뛰여 올라 바로 옆 유리를 부숴버리고 트럭 안으로 기어들어갔다.찌이이이익-귀청을 째는듯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트럭은 결국 람보르기니 옆에 멈춰 섰다. 그리고 운전석 문이 열리고, 울프가 직접 트럭 기사를 잡아서 운기 쪽으로 데려왔다.“후……”운기는 이 상황을 보고 비로소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운기의 이마에는 이미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아까 그 혼비백산한 상황엔 운기도 정말 놀랐다.“설아, 설아야!”운기가 여러 번 부르면서 설아의 맥에 손을 갖다 대였다. 아직 숨은 붙어있었다.운기는 망설임 없이 재빨리 구급전화와 신고전화를 걸었다.펑-울프가 운기의 차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고 람보르기니의 문을 열려고 했다. 힘껏 당기니 이미 변형되여있던 차 문이 그대로 바닥에 툭 떨어졌다.“도련님,괜찮으십니까?”울프는 머리를 숙여 차 안의 운기를 바라보았다.“난 괜찮아.”운기는 이마에 맺힌 땀들을 닦아내며 차에서 내렸다.운기는 온몸이 시큰시큰해나며 아파왔자만 지금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울프의 이마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아마 아까 트럭이 울프의 차를 치면서 울프가 다친 것 같았다.“울프, 몸은 괜찮아?”운기도 알고 있었다, 울프의 그 상처는 자기 대신에 입은 것이란 것을.만약 방금 울프가 자기의 차를 밀어내지 않았다면, 만약 그 트럭이 다시 한번 더 운기의 차를 박았다면 아마 운기는 죽음은 면하더라도 중상은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도련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정도 상처쯤이야 저한테 별 큰일이 아닙니다.”울프가 담담히 말했다.후 – 운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 참, 울프, 응급처치할 줄 알아? 친구가 차 안에 기절해 있어서 그래.”“전장에서 필요한 응급처치는 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도련님 대신 가볼게요
“차금강? 아마 그 사람일 것 같은데, 아닐수도 있고.”운기는 중얼거렸다.운기가 제일 의심 가는건 아무래도 금강이었다.그러나 운기는 자세히 생각해 보면 자신도 최근에 마찬가지로 적이 생겨났는데 예를 들면 일찍 자신의 강소를 정리하려 했던 건이나 오늘 자신이 학교에서 정리한 그 아우디남 등이다.그래서 운기 또한 배후가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했다.이때 구급차가 도착하였고 현장에서 간단하게 구조절차를 거치니 설아가 깨여났다.“설아야!”설아가 깨여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운기는 비로소 정말로 마음이 놓였다.“운기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구급차 들것에 누워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듯한 천진난만한 표정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방금 교통사고가 났지만 큰 사고는 아니었어, 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외상이 있어 잠깐 병원에 들르면 돼.”운기는 설아를 향해 쓴 웃음을 지었다.운기는 계획 살인에 관한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걸 들으면 그녀는 놀라고 걱정할게 뻔했기 때문이다.곧이어 운기는 설아를 구급차로 보냈다.아무래도 운기는 이쪽 일도 마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구급차를 따라 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일을 다 처리하면 설아를 보러 병원에 가겠다고 약속했다.운기가 입은 상처는 그저 팔꿈치가 부딪히면서 생긴 멍, 부딪히면서 까진 무릎 상처 같은 가벼운 피부외상 정도였다. 운기는 이런 작은 상처 정도는 어릴 때부터 많이 달고 다녔기에 별생각이 없었고 병원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구급차가 떠난 지 얼마 안 되고 경찰차 두 대가 바로 도착했다.경찰들은 차에서 내린 후 사고가 난 차가 람보르기니인 것을 보고는 감히 막대하지 못했다.몇 명의 경찰들은 현장을 확인하러 갔고 다른 남자 경찰 한 명, 여자 경찰 한 명은 운기의 앞으로 다가왔다.여경은 꽤 젊어보였고 얼굴도 예뻤다.“어느 분이 신고자입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요.”“저는 화정 그룹 청양지사 회장, 임운기입니다.”두 경찰은 운기가 화정 그룹의 회장이란 말을 듣고 당황
울프의 고독해 보이는 모습에 운기는 마음이 걸렸다.“울프”라는 이름과 함께 그의 모습이 고독한 늑대의 모습에 비껴 보였고 운기는 그가 틀림없이 외로울 것 같았다.“울프, 넌…… 외로워?”운기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울프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강한 자는 외로울 수밖에 없지요. 저는 이미 외로움에 익숙해졌습니다.”“됐어, 오늘 나랑 술 마시러 가자. 오늘부터 너는 외롭지 않을 거야, 너만 괜찮다면 오늘부터 나랑 친구 먹자.”운기는 울프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도련님, 도련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만 저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울프는 차분히 거절했다.“그래! 네가 안 가도 난 갈 거야. 너는 나를 지켜야 하니까 어차피 같이 가야 하지?”운기는 말을 미치고 냅다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다. 울프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운기는 어떻게든 그를 끌고 갈 구실을 만들어냈다.“타, 차가 다 망가졌는데 어떻게 따라오려고 그래? 혹시 또 위험한 일이 생기면 제때에 올 수도 없잖아.”운기는 웃으며 말했다. 울프는 잠깐 생각하더니 결국 차 안에 몸을 실었다.……그 시각, 금강은 별채에서 미녀를 끼고는 고이 간직해 두었던 맛 좋은 술을 특별히 꺼내 음미하고 있었는데, 금강의 기분은 꽤 좋아 보였다. 왜냐하면 오늘 바로 그와 비서가 계획한 일이 성사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임운기…… 오늘 밤에도 살아남나 보자! 하하!” 금강은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잔에 든 술을 쭉 쭉 마셨다. 비서가 그 계획은 허점 없는 완벽한 계획이라고 말했던 것이 금강의 뇌리에 스쳤다.그의 눈엣가시 운기가 당장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째지는 것 같았다.바로 이때, 문이 쾅 열리면서 비서가 부리나케 뛰어 들어왔다.“선생님!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비서의 낯색이 어두웠다.“뭐?” 웃음꽃을 피우던 금강의 얼굴이 삽시에 어두워졌다“어떻게 된 거야, 빨리 말해!”금강은 옆에 있던 미녀 아가씨를 팍 밀쳐냈다.“
술집으로 가는 길에 운기는 서연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운기는 9시에 그녀의 집에 가서 남자친구인척 연기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생각났다.하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9시 반이 훌쩍 넘어 있었고,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여러 일이 겹치는 바람에 운기는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전화를 받자 전화 너머로 서연의 화난 호통소리가 들렸다“9시 반이 되였는데 왜 아직도 안 오신 거죠!”“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병원을 다녀왔고 이제 막 병원을 나오는 길이라, 오늘엔 못 갈 것 같습니다."운기도 거짓말을 한건 아니었다. 만약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약속대로 가긴 갔을 것이니."차 사고? …… 거짓말하는 건 아니죠? 어디 다치기라도 했어요? 지금 어느 병원인데요?”전화기 너머로 걱정이 섞인 질문들이 와라락 쏟아져 나왔다.“왜요? 저를 걱정할 줄도 아시네요?” 운기는 의아해하면서 살짝 도발하듯이 물었다.“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저 때문에 이쪽으로 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난 거라면 제가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거죠.”서연의 이 한마디에서 운기는 그녀가 비록 평소에는 교활하고 제멋대로인 아기씨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음씨는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아닙니다, 그저 외상만 약간 입었고요, 제가 오늘 그쪽 집을 가지 못하니 내일은 어떻습니까?” “…… 차 사고 났다고 저를 속이는 건 아니죠?” “저는 교통사고가 났다는 구실로 사람을 속이지 않습니다. 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고요. 약속한 것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 내일에는 꼭 그쪽 댁을 방문하도록 하죠, 그럼 끊습니다!"말을 끝내고 운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짜증 나! 또 내 전화를 끊어버렸어!” 서연은 휴대폰을 소파에 뿌리며 짜증을 부렸다.“딸아, 왜 그러니? 남자친구가 안 오겠다고 한 건 아니지?” 서대표는 긴장해하였다. 서대표는 알고 있었다. 운기의 진짜 정체도, 서연이 와도 커플인 척 연기하는 것도. 오
“오늘 내 목숨을 지키면서 다치기까지 했으니, 내가 먼저 한잔할게!” 말을 마치고 운기는 바로 고개를 들어 한꺼번에 마셨다.울프는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 술잔을 들었고 한입에 넘겼다.“하하, 그렇지!”운기는 울프가 마시는 걸 보고는 바로 즐겁다는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또 바로 울프에게 술을 따르고는 한 잔 더 권했다.밤 10시쯤, 술집에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술집 안의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울프는 주변을 훑어보고 말했다.“도련님, 사실 저는 이런 장소가 익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운기는 멍하니 있더니 바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 나도 너랑 같아.”말하면서 운기도 슬쩍 보았다. 술집의 무대에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한 젊은 남녀들이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중에는 격 떨어지는 행동들도 있었다.눈을 돌리고 운기는 울프를 보며 웃었다.“울프, 사적인 문제 좀 물어봐도 될까?”“얘기하세요, 도련님.”울프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그…… 아직 숫총각이야?”운기는 말을 마치자마자 입을 가리고 웃음을 꾹 참았다.“도련님……”울프는 이 질문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운기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다.“세상에, 울프도 얼굴이 빨개질 때가 있을 줄은 몰랐어,” 운기는 입을 가리고 웃어댔다. 운기는 자기가 모르던 울프의 모습을 발견했다.“도련님, 저는 그저 술을 마셔서 그런 것뿐이에요.” 울프는 진지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됐어, 모르는 척하지 마. 아무튼 난 알아챘으니까. 너 동정이지? 창피해 할 것도 없어, 나도거든.”“도련님도요?”울프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이렇게 말하면 인정하는 건데?”운기는 웃음을 참았다.“도련님, 놀리지 마세요.”울프도 웃었다.울프의 웃는 모습을 본 운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운기는 처음으로 울프가 웃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 외할아버지도 울프의 웃음은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운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울프, 아니면 한 명 불러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