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율이 너무 아파요! 율이 죽을 것 같아요...”“율이 나을 수 없는 거예요?”“율이는 이렇게 아픈 거 싫어요. 아빠 율이 때문에 돈 더 쓰지 마요.”“율이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안 돼요?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중환자실에는 작은 아이가 누워있었다. 아이의 예쁘장하고 귀여운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온몸이 출혈점으로 뒤덮여 있었다.마지막 힘까지 끌어모은 아이는 작은 손으로 윤도훈의 손을 꽉 잡았다. 큰 눈망울에는 괴로움과 아빠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다.윤도훈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팠고 왼쪽 신장을 도려냈을 때보다 만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율이 착하지, 아빠가 율이 꼭 낫게 해줄게. 율이 다 나으면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가 율이 위해서 닭강정 해줄게, 어때?”윤도훈은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아빠 거짓말하지 마세요. 율이 낫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돈 아껴 써요. 율이 죽으면 아빠 계속 살아야 하잖아요. 아빠, 율이한테 더 돈 쓰지 말아요...”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하고 있던 용이 조각된 옥 목걸이를 뺐다.“이 목걸이는 율이가 하고 있어도 소용없어요. 아빠가 하고 있으세요. 목걸이가 아빠를 지켜줄 거예요!”옥으로 만들어진 그 목걸이는 윤도훈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다. 윤씨 일가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그것은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해준다고 했다.율이가 앓게 되면서 윤도훈은 부디 목걸이가 아이를 지켜주길 바라며 그것을 아이에게 건넸다.하지만 지금 보니 병마를 물리치고 화를 피하게 한다는 건 그저 염원인 뿐이었다율이의 말을 들은 윤도훈은 마음이 찢어지듯 아팠다. 그는 율이의 체온이 남아있는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로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율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그리고 아이가 철이 들수록 윤도훈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무거운 무언가가 심장을 꽉 짓누르
“뭐라고요? 멀쩡한 데다가 이미 정신을 차렸다고요?”도시 중심부 병원 안, 이진희의 기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서 물었다.“환자는 별일 없습니다. 외상을 조금 입은 것 말고는 멀쩡합니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요? 그 사람 차에 치였을 때 상태가 엄청 심각해 보였고 피도 많이 났어요.”기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말씀하셨다시피 그냥 겉으로 보기에만 그랬을 거예요.”이진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의사의 말이 농담이 아니란 걸 확인한 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제가 가볼게요.”병실 문이 열리고 이진희는 멍한 얼굴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윤도훈은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몸 상태도 어쩐지 이상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정보가 떠올랐다.용혼소울링, 용황경, 용안관천술...이게 다 뭘까?게다가 계속 은근히 아팠던 왼쪽 신장에서 한 줄기 열기가 흘러나와 사지로 퍼져나가는 듯해 불편했다.윤도훈이 제대로 살펴보려 할 때 이진희가 들어왔다.고개를 든 윤도훈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름답다!과거 윤도훈의 혼을 쏙 빼놓았던 주선미도 눈앞의 미인과 비교하면 삽시에 빛이 바랠 것이다.“당신은...”윤도훈은 입을 뻐끔거리며 불확실한 어조로 물었다.이진희는 대답 대신 그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자해 공갈하려던 사람 맞죠?”잠시 넋을 놓고 있던 윤도훈은 한참 뒤에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상대방이 운전하는 차량을 향해 돌진했으니 자해 공갈단으로 여기는 게 당연했다.“아뇨...”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면 정말 죽고 싶었던 거예요?”이진희가 무덤덤한 얼굴로 물었다.“네...”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죽지 못했으니 이제 어쩔 생각이에요? 계속 자살 시도할 생각인가요?”이진희의 눈에서 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질
“헉!”조강인은 입을 떡 벌리며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간호사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이럴 수가? 왜 갑자기 살아난 것일까?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다니?“아빠... 아빠예요? 아빠, 가지 마요!”바로 그때, 율이가 비몽사몽 눈을 떴다.전에 윤도훈이 돈을 모으러 가겠다고 해서 아주 불안했던 것 같다.율이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빠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랐다.“율이야, 정말 깨어났구나! 아빠 여깄어. 아빠 떠나지 않고 율이랑 함께 있을게!”윤도훈은 눈물을 왈칵 쏟으면서 기쁜 얼굴로 말했다. 열류가 끊임없이 율이의 체내에 주입됐다.율이가 깨어났다!정말 효과가 있었다. 율이가 살아났다.윤도훈은 너무 감격한 나머지 몸이 떨렸다. 한때 지옥이었다가 다시 천국에 온 기분이라 다 큰 성인 남자지만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는 온 세계를 손에 쥔 듯 율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이 모든 것이 환상이 되어 흩어질 것만 같았다.소중한 걸 잃었다가 다시 얻은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아빠 손이 엄청 따뜻해요. 기분 좋아요! 아빠, 왜 울어요? 울지 마세요. 율이는 아빠 우는 거 싫어요.”율이의 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했고 아이는 다른 손을 뻗어 윤도훈의 젖은 뺨을 닦았다.“알겠어. 아빠 안 울게. 아빠 너무 행복해! 하하하, 율이 이제 괜찮아. 우리 율이 다시 살아났어!”작은 손으로 그의 뺨을 어색하게 닦아주는 율이의 손길에 윤도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웃었다.“아빠, 율이 집에 가고 싶어요.”율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아빠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싫었다.“그래. 아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말하면서 율이의 몸에 달려있던 장치들을 떼어내고 아이를 안고 떠나려 했다.“잠깐만요. 병원비 미납하셨거든요. 아직 떠나시면 안
“진짜 고마워요!”병실 밖에서 윤도훈이 진지한 모습으로 이진희에게 말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이제 당신은 내 사람이니까요.”이진희가 덤덤히 말했다.“아...”윤도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이진희는 여신급이었는데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그를 자기 사람이라고 칭하니 어쩐지 조금...바로 다음 순간, 이진희는 자신이 한 말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자각했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참, 의술을 공부한 적 있어요? 당신 딸 백혈병이에요?”조금 전 이진희는 문밖에서 똑똑히 들었다. 윤도훈의 딸은 활력징후가 전혀 없었다가 갑자기 살아났고 지금 상태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았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그래서 이진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조금 알아요.”윤도훈은 잠깐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 딸 일부터 처리하고 날 따라와요. 날 좀 도와줘야겠어요!”이진희의 눈빛이 반짝였다. 표정을 보니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 듯했다.뒤이어 윤도훈은 병실로 돌아왔고 한참 동안 율이를 달래서 재운 뒤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진희의 인맥 덕분에 황 원장은 직접 병원의 다른 전문가를 불러와 율이를 1대1로 치료하게 했다.현재 윤도훈은 용의 기운을 잘 응용하지 못했고 머릿속의 용황경 또한 흐릿했다.율이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병원에 있으면서 계속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나았다.30분 후,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공립 병원에 비해 그곳은 의료 조건이 더 좋고 설비도 더 선진적이었다.물론 그곳의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사람들도 전부 엄청난 거물이었다.“인 대표님은 내가 지금 쟁취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예요! 그의 아들도 백혈병을 앓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를 치료하거나 아이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나한테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어요?”고급 병실 입구에서 이진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최선을 다할게요!”윤도훈은 장담하지는 못하
“헛소리하지 마요! 당신이야말로 목숨이 위험할 것 같네요!”인광준은 완전히 화가 나서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흰 가운을 입은 유 닥터가 냉소하며 말했다.“저희 병원은 인 대표님 아드님의 병세를 안정시켰어요. 대표님 아들은 만성 과립구성백혈병에 걸렸고 지금은 만성기인데 갑자기 생명이 위험하다니요! 시비 거는 겁니까?”“전 백혈병 때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이 아이는 독에 중독되었어요!”윤도훈이 설명했다.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한 윤도훈은 겸이의 체내에서 검푸른색의 독소가 유동하고 있는 걸 보았다.그것은 이제 곧 심맥에 침입할 것이다.“그게 무슨 말이죠? 저희 병원이 환자에게 독을 썼다는 말입니까?”유 닥터는 더욱더 화가 났다. 그는 윤도훈을 손가락질하며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제 말은 그 뜻이 아닙니다. 어떤 음식들은 서로 상극이라 그 자체로는 독성이 없을지 몰라도 함께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어요.”윤도환이 고개를 저었다.“장난해요? 우리 국인 사립병원의 레시피가 이런 저급한 실수를 저지른다는 게 말이 돼요?”유 닥터는 못마땅한 얼굴로 불만스레 인광준을 바라보았다.“인 대표님, 이 사람이 헛소리하는 걸 듣고만 계실 겁니까? 저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럼 이 사람에게 아드님의 치료를 맡기시죠?”그 말에 인광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유 선생님,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말하면서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이진희 씨, 얼른 이 사람 내보내시죠.”도운시 상류층이라면 이진희가 데릴사위를 찾고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조금 전 기사는 윤도훈이 이진희의 약혼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광준은 곧바로 윤도훈을 형용할 단어 몇 개를 떠올렸다. 쓸모없는 사람, 기생오라비, 수치를 모르고 허영심만 가득한 사람.그러니 그가 윤도훈이 한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아들은 계속해 이곳에서 치료받아야 했기에 절대 이곳 의사에게 밉보여서는 안 됐다.이진희는 자신을 부르
삐! 삐! 삐!10분 뒤, 기계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시 안정적으로 변했다.겸이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에서 나온 피는 푸른색이었다.닭 피를 마시자 아이의 상태가 기적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인광준은 너무도 기뻐서 눈물을 흘렸고 더할 나위 없이 감격했다.유 닥터는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그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만약 인광준의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겼더라면 병원도 망하고 그도 큰일 났을 거다.“유 선생님, 정말 아이가 중독되었나요?”이진희가 물었다.인광준은 분통을 터뜨리며 유 닥터를 노려보았다.“병원 음식에 독이 있다니 말이 돼요?”“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희가 왜 독을 넣겠어요?”유 닥터는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는 곁눈질로 옆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을 보았다.그 안에는 뱀탕이 들어있었다!“이 뱀탕은 어디서 난 거죠?”유 닥터는 무언가 떠오른 듯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건 제 아내가 보양식이라면서 아이를 위해 만든 겁니다. 왜 그러시죠?”인광준이 물었다.“알겠어요! 바로 이 뱀탕 때문이에요! 오늘 병원에서 제공한 일반식에는 흰 무가 있었어요. 이 두 음식은 독이 없지만 같이 먹으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요!”유 닥터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아까 그 젊은이가 이걸 보아냈을 줄은 몰랐네요. 그 사람 말이 맞았네요. 전부 맞았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광준의 표정이 달라졌다.자신이 가져온 뱀탕 때문에 아들이 죽을 뻔했다.만약 윤도훈이 떠나기 전 당부하지 않았더라면 일이 어떻게 됐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 순간, 인광준의 마음속에 두려움, 미안함, 감격이 한데 어우러졌다.그는 이희진의 앞에 서서 말했다.“이 대표님, 저 대신 그분께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 대표님 회사와 협력하겠습니다. 저번에 이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조건대로 며칠 뒤 계약서에 사인하시죠. 참, 다음번에 다시 만날 때는 그분과 동행하셨으면 합니다. 제 아들
30분도 되지 않아 윤도훈은 서안구 시장에 도착했다.시장 입구 쪽 거리에 꽈배기를 파는 곳이 있었다.이렇게 먼 곳까지 온 이유는 그 가게가 좋은 기름을 쓰기 때문이었다.“사장님 1kg, 아니 1.5kg 아니, 5kg 주세요. 그리고 순두붓국 두 그릇 포장해주세요!”윤도훈이 사장에게 말했다.사장은 이상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혹시 장사 망치러 온 건 아니죠?”윤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뇨, 일단 돈부터 드릴게요.”왼쪽 신장에서 용의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육체를 강화하고 있었고 윤도훈의 몸은 마치 블랙홀처럼 대량의 양분이 필요했다.율이도 배가 고프겠지만 윤도훈이 훨씬 더 배가 고팠다.그는 지금 소 한 마리도 통째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윤도훈이 먼저 돈을 내겠다고 하자 사장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그는 앞에 놓인 꽈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이것뿐이에요. 여기에 하나 더해도 5kg는 안 될 것 같네요. 일단 무게 재볼 테니까 있는 만큼 가져가요.”“알겠어요!”운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때, 한 무리 사람들이 그 가게로 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위엄있는 얼굴의 노인이었는데 그는 인형처럼 생긴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왔다. 여자아이는 6, 7살 정도 돼 보였다.그들 외에도 잘생긴 청년 한 명과 기세가 남다른 중년 남성이 있었다.“할아버지, 손 선생님이 할아버지는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할머니께서 할아버지가 꽈배기를 먹었다는 걸 아시면 혼나실 거예요!”잘생긴 청년이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언제 꽈배기를 먹으러 왔다고 했어? 난 아침 운동하러 나온 거야. 알겠어?”어르신은 청년을 흘겨보며 말했다.“네! 네! 할아버지는 아침 운동하러 나온 거죠.”할아버지를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잘생긴 청년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다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더니, 한때 위세를 떨쳤던 그의 할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이 가게는 좋은 기름을 써. 순두붓국도 맛있고. 가서
송영태는 다급하게 주저앉아 송가네 할아버지의 입을 벌리고는 우황청심환을 넣어드렸다. 하지만 송가네 할아버지는 전혀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낯빛이 새하얗게 질린 채, 더욱 고통스러워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송영태는 잔뜩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다.송가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송 씨 집안에서 절대로 이런 비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도운시가 발칵 뒤집힐 수도 있었다.은표는 휴대전화를 꺼내고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주위를 지나던 행인들과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도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어떻게 된 거죠?”“심장병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이 가게 꽈배기에 무슨 문제 있는 건 아니겠죠?”다급한 상황이 되자, 송영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을 누르려고 했다. 손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인중에 닿는 순간, 송영태의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송가네 할아버지의 호흡이 뜻밖에도 이미 멈췄다!이어서 그는 급히 송가네 할아버지의 맥박을 살피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맥박까지 멈춰버린 것이다!송가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것일까?“제기랄, 꽈배기에 뭐가 들어간 거죠! 할아버지가 드시자마자 쓰러졌잖아요?”“당장 사실대로 말해요! 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 가족들까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송영태는 얼굴을 붉히며 가게 주인을 향해 돌진했고 그의 멱살을 잡으며 고함을 질렀다.“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밀가루 반죽을 가장 좋은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가게 주인은 울상을 지으며 해명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윤도훈한테 팔려던 꽈배기의 반을 송가네 할아버지 일행한테 팔지 않았을 것이다.그만 돌아가시려던 송가네 할아버지를 불러 세운 건 가게 주인이다!괜히 속물처럼 송가네의 비위를 맞추려 하다가 이런 화를 입게
전우현의 말이 떨어지자, 모든 이들이 전우현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요술이라니요?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게 언제 요술이 되었죠?”윤도훈이 냉소를 터뜨렸다.“흥! 말하자면, 이번 사고와 공격 사건은 이진희와 네가 꾸민 짓이잖아. 너희가 먼저 시아 아가씨의 팔을 일부러 끊어 놓고 다시 붙였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 난 너희가 테러 조직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의심해. 따라서 제대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지.”전우현은 콧방귀를 뀌며 이진희와 윤도훈에게 무거운 혐의를 씌웠다.“전우현,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넌 당시 상황을 전혀 모르잖아. 진희는 나를 구하려고 자신의 몸으로 나를 보호했어. 진희가 없었다면 난 단순히 팔 하나를 잃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심각했을 거야. 따라서 진희가 이 사고를 계획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마!”이진희와 윤도훈이 변명하기도 전에 성시아가 먼저 나서서 항의했다.“시아 아가씨, 당신은 단지 저들의 번지르르한 겉만 보고 속고 있는 거야. 만약 이번 사건이 이진희와 관련 없다고 해도, 이진희는 여전히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어쩌면 이진희가 검은 조직과 관련이 있어서 이 공격을 당했을지도 모르니까. 어찌 되었든, 이진희는 이번 사건의 주요 의심 대상일 수밖에 없어. 또한, 윤도훈은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시설을 파손했으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지. 이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안그래요, 현철 대장님?”전우현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옆에 있는 나현철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나현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지시했다.“데려가!”한편, 그 모습을 본 율이는 윤도훈과 이진희 앞을 막아 서서 작은 목소리로 당차게 외쳤다.“우리 아빠 엄마를 잡아가면 안 돼요!”그러자 성조현은 더욱 어두워진 얼굴로 나현철에게 말했다.“현철 팀장, 내 사람들이 도훈 선생님께 다친 건 오해일 뿐이니 우리끼리 해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전 이진희 씨도 피해자라고 생각
성조현도 깜짝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빠르게 걸음으로 성시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성시아의 오른팔을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손끝에 전해지는 생생한 감각에 성조현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시아의 팔이 정말로 다시 붙어있다니?’“시아야, 네 팔이 정말로 붙었구나?”성조현은 목이 메어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응! 아빠, 그러니 진희 언니와 도훈 씨는 제게 정말이지 엄청난 은인이에요.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성시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시아야, 그런 말 하지 마. 넌 내 협력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친구잖아?”이진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윤도훈은 옆에서 시큰둥하게 웃으며 성조현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조현 회장님, 따님이 의수를 장착할 시간을 뺏진 않았죠? 원하시면 다시 의수로 바꾸셔도 됩니다.”그 말을 듣고 성조현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리고는 윤도훈을 향해 머쓱하게 미소를 지었다.“도훈 선생님, 이 일을 어떻게 해내신 거에요? 도훈 선생님은 정말 현대판 명의이세요! 아니, 명의도 이만한 능력은 없었을 거에요. 제가 선생님께 무례하게 굴었던 점 죄송해요. 큰 은혜에 깊이 감사드려요.”성조현은 신분을 잊고 윤도훈에게 예를 갖추며 허리를 굽혔다.그러나 윤도훈은 성조현을 일으키며 담담히 말했다.“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제 아내죠. 제 아내가 아니었다면, 전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았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성조현은 이진희에게 예의 없이 굴었던 자신의 태도가 떠올라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맞습니다, 맞습니다. 이진희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제 딸이 이진희 씨 같은 협력 파트너를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입니다.”성조현은 이번에는 이진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표했다.“조현 회장님, 이러지 마세요.”이진희는 성조현이 큰 예를 갖추려 하자 잠시 당황하여 피하려 했지만, 윤도훈이 이진희를 제지하여
따라서 이 계획이 잘 성사된다면, 윤도훈과 이진희 부부를 완전히 몰락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알겠습니다.”나현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일제히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시켰다.“나왔네요?”“실패하고 도망치듯 나온 거에요?”“창문으로 도망칠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나오네요!”사람들은 일제히 비웃음을 쏟아내며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다니엘 박사는 문을 주시하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염하 출신의 젊은이가 과연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는데.”그러나 다니엘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마치 누군가 다니엘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다.다른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도 순식간에 멎었다. 수술실에서 나오는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도훈의 뒤에는 다름 아닌 성시아가 서 있었다.성시아는 건강한 상태로, 미소를 감추지 못한채 서 있었다. 또한, 성시아의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빛이 감돌았고, 마치 죽음에서 벗어나 다시 삶을 되찾은 사람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시아의 오른팔이 멀쩡히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병원복을 입은 성시아의 오른팔 소매는 텅 비어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흔들리며 움직였다.원래는 전혀 희망을 가지지 않았던 성조현도 순간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적을 목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심지어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이진희마저도 눈을 깜빡이며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진희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였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장면이 믿기지 않았다.‘도훈 씨가 정말로 해냈단 말인가?’한순간 이진희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이진희는 떳떳했지만, 성시아가 팔을 잃은 것에 대해 마음 한편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성시아는 완전히 안도
윤도훈이 용기혼원대법으로 성시아의 상처를 치료하자, 성시아의 오른팔 절단 부위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새로운 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은 말 그대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만약 이 장면이 외부로 알려지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절단 부위가 재생되는 일이 수련자들에게는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그러나 그건 수련자가 일정 경지에 도달하여 자신의 신체를 재생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절단 부위를 재생시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진희야, 어서 도망가!”“날 신경 쓰지 마.”“흑흑흑. 난 끝장이야, 넌 가.”윤도훈이 용기혼원대법으로 성시아의 체내에 있는 선천적인 원기와 생명을 자극하자, 성시아는 서서히 깨어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성시아의 의식은 아직도 혼수 상태에서 봤던 두려운 장면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입에서 불안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웃으며,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비록 성조현의 행동이 불쾌했지만, 성시아는 여전히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었다.윤도훈은 원래 이진희와의 관계 때문에 성시아를 돕기로 한 것이고, 약간의 불만이 있었으나 지금은 성시아 본인이 신뢰할 만한 사람임을 느끼고 있었다.“시아 아가씨?”“시아 아가씨, 이제 안전해요.”윤도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시아를 달래며, 불안감을 진정시켜 치료가 잘 이루어지도록 했다.잠시 후, 성시아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성시아는 오른팔에 찌릿찌릿한 감각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이 기분은 고통을 대신해 알 수 없는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음흠.”잠시 후, 성시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인 것은 각진 얼굴에 약간은 멋진 표정을 짓고 있는 윤도훈의 얼굴이었다. 진지한 표정의 이 얼굴은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당신은? 윤도훈? 진희의 남편. 지금 이게...”깨어난 성시아는 체내의 원기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나른하고 말할 수 없는 편안함에 빠져들었다.
윤도훈이 발산한 압도적인 기운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푸억-, 푸억- 푸억.윤도훈 앞을 가로막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땅에 주저앉아 피를 토해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강제로 밀려난 듯했다. 주위 사람들 또한 그 강력한 기운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윤도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힘없이 당당한 걸음으로 수술실로 향했다. 아무도 윤도훈을 막을 수 없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성시아의 치료를 하겠다는데 굳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격이나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필요하지 않다. 결과를 그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을 막지 못한다. 그들이 치료를 허락하지 않는다? 흥, 그러면 치료를 강행하면 된다. 자신이 협상하는 것도 아니고 이치에 맞춰 설명할 필요도 없다.“너!”“이 미친놈! 감히 사람을 다치게 해?”“너무 거만하군!”“경찰 불러!”“잡아들여!”뒤에서 울려 퍼지는 수많은 비난과 협박 소리를 뒤로 한 채, 윤도훈은 그대로 수술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윤도훈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진기를 방어막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다.성조현은 그 자리에 서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얼굴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놀람, 분노, 의심.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성조현의 경호원들이 전혀 윤도훈을 막지 못했다. 윤도훈이 그렇게 강제로 수술실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윤도훈이 정말 내 딸의 팔을 접합할 수 있을까?’P시의 최고 부자인 성조현도 한편으론 화가 나면서도, 은밀히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제길! 말도 안 돼요!”“제가 못 하는 수술을 누가 할 수 있겠어요!”다니엘 박사는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여긴 병원이야. 어디서 함부로 날뛰고 있는 건가! 당장 끌어내, 환자에게 2차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병원 측의 담당자도 분개하며 외쳤다.그러나 성조현의 경호원들이나 병원 보안 요원들은 수술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도훈 씨 왔어요? 정말로 시아의 팔을 접합할 수 있는 거에요?”이진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기대와 동시에 불안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윤도훈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봐야 알겠지만, 문제는 없을 거야.”윤도훈의 말을 들은 다니엘 박사는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참 어이가 없군!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도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는데, 당신은 그걸 여기서 할 수 있다고 떠들고 있어? 무슨 능력으로 그 팔을 붙인다는 거지? 한의학으로?”다니엘 박사는 한의학에 대해 원래부터 비웃는 태도였고, 더군다나 젊은 윤도훈을 보며 더욱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했다. 성조현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젊은이, 책임질 말을 해! 내 딸의 팔이 접합되지 않아서 의수 장착 기회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윤도훈을 향해 비웃고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들은 윤도훈을 쫓아내야 한다며 소리쳤다.“저자가 그 팔을 붙일 수 있다고요? 어떻게요?”“전문가도 말했잖아요, 그 팔은 이미 괴사됐다고요.”“마치 자기가 생명을 살리고 뼈를 이어 붙일 수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네요.”“당장 나가세요! 여기서 망신당하지 말고요!”“아내 앞에서 허세나 부리는 거 아니에요?”사람들의 비난과 의심 속에서 윤도훈의 얼굴에는 일체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잠시 후, 윤도훈은 이진희를 감싸 안으며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여기서 율이랑 기다려줘.”그리고는 차분히 수술실 쪽으로 발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모습을 본 성조현은 신호를 보냈고, 성조현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윤도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 소리쳤다.“젊은이, 뭐 하려고?”성조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따님을 치료하려는 겁니다. 제지하지 마십시오.”윤도훈이 진지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너 사기꾼이잖아. 그리고 다니엘 박사가 말했듯이 접합은 불가능하니, 여기서 괜히 관심을 끌려 하지 마! 내 딸
다니엘 박사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졌다. 다니엘은 이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로 팔을 접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누군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니엘은 불쾌한 눈빛으로 이진희를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아니라 제 남편이요! 제 남편은 9할의 확률로 성시아의 팔을 살릴 수 있어요!”이진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성조현은 오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이진희 씨 남편이요? 이진희 씨 남편도 의사인가요? 게다가 이 분야의 전문가란 말인가요?”“흥!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해낼 수 없는 일을 세상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그 팔은 괴사됐으니, 접합은 불가능합니다.”다니엘 박사는 이 말을 들으며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그래서 그쪽 남편이 누구입니까? 도대체 무슨 방식으로 수술을 한다는 겁니까?”“제 남편 이름은 윤도훈이에요. 도훈 씨는 수술이 아닌 한의학을 통해서.”이진희는 주저하며 대답했다.다니엘 박사는 이 말을 듣고는 세상에서 가장 큰 농담이라도 들은 듯 냉소를 터뜨렸다.“한의학? 하하하, 이거 참 웃기는군요! 한의학이라고요? 어떤 약을 몇 가지 달여서 마시게 하거나, 은침 몇 번 찌르는 것만으로도 팔을 접합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리고 성시아 씨의 경우는 서양 의학으로도 불가능한데, 한의학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의학은 그저 사람을 속이는 잔재주에 불과해요!”다니엘의 얼굴엔 서양 의학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고, 한의학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성조현도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분노에 찬 시선으로 이진희를 쏘아보았다.“이진희 씨,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농담이라도 하려는 거에요? 당신 남편이 한의학으로 시아의 팔을 접합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전우현은 더 큰 소리로 이진희를 조롱했다.“이진희 씨,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그쪽 남편이요? 그 윤도훈이라는 놈이 한의학으로 시아 아가씨의 팔을 살릴 수 있다고요? 하하하, 정말 웃기네요! 이진희는 시아
다니엘 박사의 말을 듣고 성조현은 눈을 크게 뜨고 충격을 받았다.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요? 성시아의 절단된 팔이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전히 괴사되었다고요?”‘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이진희의 표정도 복잡해졌다. 이진희의 머릿속에는 그때 나타났던 범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피부와 얼굴이 푸르스름하고, 눈은 하얗게 흐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성시아의 팔을 절단한 것은 바로 그 트럭 운전사였다.‘설마, 그들이.’“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이진희 씨,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제 딸의 팔이 범인에게 절단 당했다고 했잖습니까? 대체 어떤 범인이었습니까?”성조현은 분노를 담아 이진희에게 소리쳤다.“그 범인들은 확실히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이진희는 입술을 깨물며 함부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하하, 이상하긴 이상했겠죠. 설마 이진희 씨가 불러온 놈들 아닙니까?”전우현이 옆에서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그러자 이진희는 전우현의 말에 격분하여 외쳤다.“전우현 씨, 또 헛소리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어요!”그때, 성조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이진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진희 씨, 제 딸의 팔을 정말로 붙일 수 없다면, 당신과의 협력도 끝입니다. 제 딸도 당신과 더 이상 협력할 마음이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이진희는 얼굴이 어두워졌고, 분노와 비웃음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한편, 전우현은 만족스러운 듯 비웃음을 터뜨렸다. 전우현은 이진희를 차지하지 못하니 이진희가 불행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 온 목적은 단지 이진희와 성시아 회사의 협력을 방해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성조현의 태도를 보니 전우현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 보였다.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곧 있을 진짜 큰 사건을 통해 이진희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작정이었다.‘내가 너를 얻지 못한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침묵을 선택했다.그 사람은 다름아닌 나현철, P시에서 반테러 작전을 담당하는 경찰이었다.사고 당시의 CCTV 영상을 이미 보았기에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나현철의 입장상 이진희를 두둔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잠시 후 전우현과 함께 이진희를 몰아세우게 될지도 모른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우현은 나씨 가문 주인과 나 부인의 양아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수술실 문이 열렸다. 몇 명의 의사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걸어나오자,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일그러졌다. 이윽고 성조현이 급히 앞으로 다가가며 긴장과 기대가 서린 얼굴로 물었다.“다니엘 박사님, 제 딸은 어떻게 됐습니까? 팔은 붙일 수 있는 겁니까?”이진희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의사들을 바라보았다.성시아의 팔은 방금 전에 절단되었고, 바로 이진희가 그 팔을 주워 병원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이곳 병원은 P시에서도 최고의 의료 시설을 갖춘 곳이었기에, 혹시나 팔을 붙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의사들 중 선두에 선 금발의 외국인 전문의가 있었다. 다니엘 박사는 인체 절단 부위 접합 분야의 권위자로, MZ에서 초빙된 P시 병원의 최고 의료진이었다. 따라서 다니엘이 수술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모든 사람은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그러나 다니엘 박사는 그들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한 채 고개를 저었다. 다니엘의 표정은 무거워 보였으며, 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한 듯했다.“따님 팔을 붙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빠르게 의수를 장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다니엘의 말에 성조현은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고, 몸까지 부들부들 떨렸다.이진희도 눈살을 찌푸리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붙일 수 없다고?’“왜? 왜 붙일 수 없는 겁니까? 당신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아닌가요? 제 딸 팔은 방금 전에 절단됐잖습니까? 정말 최선을 다한 겁니까?”성조현은 다니엘 박사의 어깨를 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돈이 얼마든 상관없어요. 제발 제 딸의 팔을 붙여주십시오. 얼마든지 드리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