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녀는 부소경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고, 오늘 이 판은 분명 임서아가 미리 꾸민 것이며 그녀가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수 없다.게다가, 그녀가 변명해도 부소경은 그녀를 믿지 않을 것이었다.신세희는 넋을 잃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임서아와 임 씨 집안에 어떤 일이 생긴다면, 나는 내 손에서 한 명의 목숨이 사라져도 개의치 않을 거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난 널 아주 고통스럽게 죽일 거야!”부소경은 유달리 무자비하게 신세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임서아를 끌어안고는 자리를 떠났다. 신세희의 심장이 갑자기 수축되어 쿵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가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그가 그의 적과 원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보았고, 그는 극도로 따뜻할 수도 있고, 지옥까지 악랄할 수도 있는 극단적인 남자였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한 말은 무조건 지켰으며, 절대로 유유 부단하지 않았다. 신세희는 무의식적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고, 부소경은 한 팔로 임서아를 끌어안고 부 씨 집안 어르신인 부태성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임서아의 머리는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신세희를 향하며 승리의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시 돌아섰을 때, 임서아는 다시 눈동자를 달리 뜨며 눈물을 고이게 한 뒤 비겁한 표정으로 부태성을 바라보았다.“부, 부 씨 집안 어르신,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여기는 내 약혼녀 임서아입니다.”부소경의 목소리는 매우 침착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 씨 집안사람들이 알아차릴 정도로 매우 침착했고, 임서아라는 여자를 데리고 어르신에게 보여준 것은 어르신에게 검사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부소경의 태도는 분명했다, 당신들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그가 택한 여자와 반드시 결혼해야 했다. 어느 누가 동의를 하
임서아는 열등감이 저절로 생겨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부소경의 품에 숨었고, 부소경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서아가 임신을 했으니 적당히 하세요,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호통을 치시면 서아의 뱃속에 있는 당신의 중손자를 놀라게 할 겁니다.”부태성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제가 서아에게 이 병원 입구에서 할아버지를 처음 만나게 한 이유는, 마음속에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저 부소경이 이번 생에 결혼할 여자는 바로 이 사람, 임서아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저는 서아를 약혼녀로 데리고 정식으로 부 씨 저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저에게 소개팅을 주선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부속영의 이 말은, 전혀 부태성의 의견을 구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고, 단지 통보일 뿐이었다. 고지가 끝나자 부 씨 집안 어르신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부소경은 임서아를 끌어안고 돌아섰다. 임서아는 조마조마하게 말했다."소경 도련님, 저……제가 이러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신경 쓸 거 없어!"부소경이 짧게 대답했다."도……도련님.”“소경이라고 불러.”"도련님……소경……제, 제가 감히 부를 수가……”“난 네 남자야!”임서아는 부소경의 품에 안겨 속으로 매우 기뻐했고, 매우 달콤하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소경 씨……”그녀가 이 말을 하자 두 사람은 마침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있던 신세희 쪽으로 오게 되었고, 그들이 달콤한 말을 나누는 것을 들은 신세희는 어이가 없었다. 부소경은 임서아를 끌어안고 차 옆으로 가서 직접 임서아를 위해 차 문을 열어준 뒤 그녀를 차에 태운 후에 신세희 옆을 지나갔고, 그는 신세희를 쳐다도 보지 않고 곧장 어르신에게 다가갔다."할아버지, 저는 우선 서아를 맞은편 호텔로 데려다주고 오겠습니다. 10분이면 돌아옵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직 서아의 존재를 모르시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음에 쓰이는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머니 앞에서는 비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세희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요 며칠 동안 줄곧 넘쳐흐르던 환한 순수함과 생명력 넘치는 웃음 대신 예전의 금욕, 무미건조함과 고독하고 소외된 표정을 되찾았다.조의찬의 눈에 그녀는 매우 불쌍해 보였다. 조의찬은 그녀의 이런 가엾고 힘들게 버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래야 게임이 재미있지 않은가."요 며칠간 꽃봉오리가 갑자기 열린 것처럼 기뻐하던데, 알고 보니 내 사촌 형이 당신에게 애정을 쏟았던 거군요. 하지만 너무 빨리 거만해진 거 아닌가요. 저희 사촌 형이 당신을 다르게 본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바로 그의 진짜 여자를 나무라다니. 당신의 그 담력, 정말 인정하는 바네요! 평소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자제를 하는 모습만 봤는데, 이렇게 일을 벌이면 오히려 크게 벌일 수 있다니! 앞에는 사촌 형이 있고, 뒤에는 서준명과 내가 있으니. 우리 셋 중 어느 쪽이든 남성에서 발을 조금만 굴러도 지진이 날 정도로 세력이 대단한데, 당신의 보는 눈은 아주 기가 막힌다 할 수 있겠죠?”신세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조의찬은 신세희 앞에서 듣기 거북한 말만 골라서 했다.하지만 그가 말한 세 남자 중 그녀에게 가장 좋은 남자이기도 했다, 신세희의 마음속에서, 조의찬은 지나치게 버릇없고 극악무도한 사내였다.그의 말은 듣기 싫었지만, 아직 부소경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조의찬의 비아냥거림에도 신세희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부소경이 그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속으로 계속 생각할 뿐이었다. 신세희가 아무런 대꾸도 없는 것을 본 조의찬은 그녀가 이래도 화를 참는 거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그는 신세희에게 몇 마디 더 비아냥거리려고 할 때, 앞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의찬아, 빨리 외숙모한테 가봐!”“아, 왔구나!”조의찬은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외숙모를 보러 간다면, 아마도 하숙민 일 거다. 하숙민은 항상 부 씨 집안에게 인정받는 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말은 부소경 앞에서 말한
부 씨 집안 노부인은 하숙민에게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며늘아, 성웅이가 아직 외국에 있으니 국외 일을 다 처리하면 돌아와서 너와 정식 결혼을 할 거다. 결혼하면 넌 부 씨 집안의 진정한 며느리가 되는 거지. 이제……날 어머니라고 불러 주겠니?”하숙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부 씨 집안 노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니……”"그래, 우리 착한 며늘아기. 몸조리만 잘 하면 병이 나을 거야. 반드시 나을 거고 말고.”노부인은 하숙민을 품에 안았다. 창문 밖에 몰래 엎드려 있다가 이따금 안을 들여다보던 신세희는 이 광경을 보고 가슴이 쓰라렸다.하 씨 아주머니는 평생 고생만 했고, 젊었을 때 부 씨 집안의 큰 도련님인 부성웅을 따라갔고, 처음에 외국에 있을 때만 해도 부성웅이 이미 아내가 있고 아이가 셋이나 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알고 난 뒤에 하숙민은 이미 임신 9개월 차였으니 출산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부성웅은 줄곧 두 모자에게 잘해 주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부성웅의 본처가 찾아와 아이를 데리고 가려 했고, 하숙민을 내쫓으려 했다.하지만 하숙민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목숨을 건 싸움의 결과, 하숙민은 아들을 데리고 해외로 망명했고, 부 씨 집안 가족들에게 여러 번 발견되어 부소경을 강제로 데려가기도 했다.모자와 두 사람은 서로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했다.나중에 아들이 10대 중반이 되어서야 하숙민은 부 씨 집안이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뿐만 아니라 아이는 부 씨 집안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상속권 문제 같은 것 말이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때부터 하숙민은 도망갈 일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앞길을 마련해 주고 싶었으며, 아들이 명실상부하게 부 씨 집안의 후계자 중 한 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평생 부성웅 한 남자만 있었고 마음속 깊이 그를 사랑했다.그래서 그때부터 하숙민은 부 씨 집안의 며느리가 되고 싶어
부소경이 차갑게 비웃었다. “너 설마, 내가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신세희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단지 부소경이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지 마음이 조마조마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며칠 전, 그녀는 부소경이 사람을 처리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어디로 도망을 치든 부소경이 자신을 바로 찾아낼 거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엄청나게 치밀한 계획이라면 말이 좀 달라지겠지만.도망치지 못한다면 그냥 부딪히는 수밖에. 적어도 하숙민은 신세희가 필요했다. 일단 당장 닥친 일부터 해결하고 보자.이것이 신세희의 생각이었다.신세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부소경은 서늘한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착한 척, 불쌍한 척 내 믿음을 산 후에 서아한테 손을 댄 거야? 네 위장 실력은 엄청나. 서아는 아직 네 상대가 아니라고. 서아는 너에 대한 질투심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어. 기껏 해봤자 그냥 어린애의 어리광일 뿐이지. 그에 비해 넌 무척이나 계획적이지!”신세희는 담담하게 웃었다. “맞아요. 저번에 당신네 집에서 열린 파티 기억나요? 그날 이미 다 솔직하게 말한 것 같은데. 하씨 아주머니한테 접근한 것도 당신 때문이었어요. 당신이 내 목적이었으니까. 내 배 속의 아이도 당신의 발목을 잡기 위한 존재예요. 이미 다 인정 했잖아요?”“부소경씨,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혹시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나요? 다시 설명해 줄까요?”“…”그녀의 말에 부소경은 말문이 막혔다.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이미 부소경에게 모든 것을 고백했었고 그도 그녀의 고백 후에 점점 잘해주기 시작한 것이었다.부소경은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차갑고 어두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기억하고 있을 텐데, 내가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신세희는 고개를 수그렸다. “기억해요.”“알면서도 서아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단 말이야? 게다가 내 힘을 빌려서 임씨 집안 전체를 없애버리려고
”그뿐이에요. 내가 오늘 임서아를 밀어버린 건 며칠 전에 당신이 좀 잘해준 거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내가 당신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착각해서 저지른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내가 그렇게 착각하게 만들었다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신세희는 부소경을 밀쳐버리더니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곧이어 그녀는 자신의 물건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그녀의 짐은 무척이나 적었다. 한 켤레밖에 없는 신발은 이미 그녀의 발에 신겨져 있었고 갈아입을 옷도 한 두벌밖에 없었다. 그녀는 간단한 샤워용품들을 낡은 가방 안으로 넣었다.신세희는 가방을 챙겨 방을 나왔다. 집을 빠져나가는 길 내내 그녀는 부소경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깊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부소경은 창가에 서서 멀리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내내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조금의 미련도 없는 듯했다.두 사람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친절할 때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사람이지만 단호하게 일을 처리 해야 할 때는 그 누구보다 단호하고 냉철했다.집을 나온 신세희는 가격이 저렴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호텔에서 묵게 되었을 때, 그녀는 계속 자신에게 못된 말을 하며 상처를 주던 조의찬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다. 조의찬은 유일하게 그녀의 마음을 감동시킨 존재였다.조의찬은 그녀에게 60만 원을 빌려주었다. 그녀는 그 돈으로 하숙민에게 밥을 몇 번 사주었다. 엄선우에게도 작은 손난로를 선물해주었고 며칠 전에는 부소경이 선물해준 노트북으로 작은 생활용품 몇 개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 물건들이 아직도 배송 중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게다가 주소도 부소경의 집을 적었는데…뭐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잖아? 어차피 내가 쓸 것도 아니었고.노트북이 없어진 탓에 그녀는 디자인팀 동기들에게 그려주기로 한 설계도를 완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일찍 하숙민의 병원에 갔다가 바로 회사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도착한 그녀는 일
”이미 네가 원하는 데로 된 거 아니었어? 여긴 또 왜 왔어?”“신세희, 난 네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았는데. 소경 오빠 너 엄청 아낀다며? 엄청 잘 해준다며? 자신감 넘치게 내 약혼자 뺏어 놓고 고작 한다는 게 공사장 막노동이야? 너, 20일 전에도 여기서 일하고 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20일 전 그날은 바로 임서아가 신세희를 납치한 날이었다.신세희는 눈앞에서 건방지게 난리를 피우는 여자를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임서아의 목을 비틀어 죽여버리고 싶었다.신세희는 임씨 집안을 무척이나 증오했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는 왜 날 임씨 집안에 보낸 거지? 엄마 아빠랑 임씨 집안은 또 무슨 사이지? 신세희는 본인의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남의 집에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자그마치 8년이다. 그녀는 8년 동안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그녀가 받은 거라고는 임씨 집안의 멸시와 동정밖에 없었다. 그리고 감옥행 열차와 배 속에 있는 아이…그녀는 임씨 집안을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아무리 미워도 어쩔 수가 없었다. 신세희는 임서아에게 아무 짓도 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다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를 복지시설로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바로.그리고 하숙민.그녀는 하숙민이 너무 불쌍했다. 하숙민은 이미 부씨 집안의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숙민의 가슴속에 묻혀있는 고독함과 슬픔은 오직 신세희만 이해 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신세희는 하숙민을 이렇게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그래서 신세희는 이 순간의 모욕감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무척이나 담담한 말투로 임서아에게 말했다. “나 이제 너희 집이랑 아무 원한 없는 거 같은데. 난 네가 왜 자꾸 나한테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왜 자꾸 우리 엄마 무덤 핑계로 날 협박하는 거야?”“임서아 너, 이제 부소경이랑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잖아. 너랑 부소경이랑 결혼하는 거
신세희는 혼자였다. 지독하게 외로운 혼자.신세희는 어젯밤에 이미 모든 고민을 끝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배 속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누구든 자신을 해하려 하는 사람은 바로 벽돌로 내리쳐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꽤 유용한 방법인 것 같았다. 임서아가 놀라 줄행랑을 쳤으니.신세희는 벽돌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벽돌도 한 번 써먹었으면 그만이다. 그녀의 가방 속에는 다른 호신용품들도 많이 들어있었다.신세희는 멀리 사라지는 임서아의 뒷모습을 보며 공사장으로 출근을 했다.종일 지속된 잡일에도 그녀는 조금의 피곤함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마음 졸이며 일하는 것 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직원들의 반감을 살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일이 조금 더럽고 힘들긴 했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편안했다.게다가 공사장 식당은 밥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양도 많았다. 그 덕분에 그녀는 점심을 배부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퇴근 시간, 신세희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사장은 외곽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배차 시간이 좀 길었다. 그녀는 빨리 병원으로 돌아가 하숙민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 열은 내렸을까? 마음이 급했는지 그녀는 내내 차가 오는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신세희가 냉랭하게 웃었다. "아침에는 당신네 딸이 날 협박하더니, 이제는 당신이에요? 임씨 아저씨,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왜 자꾸 날 어쩌지 못해서 안달이에요?""짝-" 임지강은 손을 들어 신세희 얼굴을 단단히 내려쳤다.주위에 사람이라곤 신세희와 임지강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임지강은 거리낌 없이 신세희의 뺨을 내리치며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인정머리 없는 년! 넌 염치도 없어? 은혜도 모르는 년! 감히 벽돌로 서아 배 속에 애를 내리치려고 해? 딱 말할게. 부소경이 널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너 죽여버릴 거야!"말을 끝낸 후, 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