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있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신세희가 메이크업룸으로 들어가자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반드시 준명이를 저 여자랑 다시는 만날 수 없게 할 거다! 준명이한테서 단 한 푼도 받아낼 수 없을 거야!”말을 마친 어르신은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민정연은 신세희에게 다가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신세희, 난 정말 의도하지 않았어. 나도 서 씨네 어르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는지 모르겠네. 아마 집안의 직원이 알려준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요 며칠 동안 준명 오빠가 어설픈 여자랑 어울린다고 화를 격하게 내시면서 나랑 준명 오빠의 행적을 주시하고 있었거든......”그녀의 설명은 허술했지만, 신세희는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매우 평온하게 민정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전 그냥 크루즈 당일 일해서 200만 원만 받으면 돼요.”부자들에게 그녀는 그저 놀이의 대상일 뿐이고, 어떤 부잣집 사람에게는 심한 욕설을 듣기도 했다.하지만 어쩌겠어?돈은 공짜로 들어오지 않는 법.신세희는 그저 빨리 200만 원을 벌 생각뿐이었다!그녀는 화장을 지우고 바로 버스를 타고 돌아갔고, 돌아가는 길에 신세희는 디자인 디렉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신세희 씨, 당신이 준 초안은 직접 설계한 거니 분명 세부 방면에 대해 가장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일 아침에 일찍 와서 신세희 씨가 직접 상대방 회사에 초안을 전달할래요?”“아......네, 하지만 제가 보내면......”초안의 서명은 디자인 디렉터의 것이기 때문에 신세희는 망설였다."당신은 내 조수고, 게다가 금방 들어온 신입이니 내가 당신을 매일 데리고 다니며 내 초안을 보여줬으니 당신이 내 초안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정상적인 거죠. 그렇지 않나요?”“......”신세희는 대답이 없었고, 한참 뒤에야 기계적으로 예라고 대답했다.그녀가 디자인 디렉터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가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이제 일자리를 하나 구해서 디자인
부소경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매우 완전한 설계도였고, 이것은 손으로 그린 설계도이며 그림 주위에는 매우 명확하게 상세한 부연 설명도 있었다.이 초안은 며칠 전 부소경이 신세희의 방문에서 본 원고지와 매우 유사했다.다만 그 당시 그 원고지는 지금처럼 상세하지 않았고, 몇 군데 수정한 부분이 있었으며 더욱 합리적이었다. "누가 이 초안을 보내온 거지?”부소경은 즉시 비서에게 물었다."아, C그룹 디자인 디렉터의 조수인 것 같은데, 이름이......신세희 씨입니다.”"당장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지!”부소경이 말했다."네, 대표님.”비서는 부소경과 함께 회의실을 나와 걸으며 말했다.“대표님, 신세희 씨는 프런트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만나 뵐 수 있을 겁니다.”"알겠어.”부소경이 짧게 대답했다.프런트에 서서 기다리던 신세희는 갑자기 부소경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어떻게 이 사람일 수 있단 말이지?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이런 자리에서 부소경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신세희는 부소경과는 그의 어머니 외에 다른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가 건드릴 수도 없고, 더욱이 그녀가 미움을 살 수도 없는 남자였다.신세희는 돌아서서 도망쳤고, 부소경이 그녀게에게 다가오기 전에 이미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신세희 씨는 어디 가신 거죠?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여기 계셨는데?”비서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찾지 못했다.부소경은 조용히 블라인드로 가서 침착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 쓸쓸하고 수척한 모습이 나타났고, 그 모습은 외롭고 낯설어 보였다.그녀의 모습은 이 도시 전체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고, 마치 그녀는 줄곧 자신만의세계에 살고 있는 듯했다.신세희는 버스에 올라탔고, 이내 버스가 출발했다.부소경도 블라인드를 닫은 뒤 직원을 보며 말했다. "그냥 이 초안으로 진행하지.”"네, 대표님.”한편, 신세희는 사무실로 돌아와 디렉터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초
"저 촌녀는 아주머니보다 발이 빠르잖아요, 또 얼마나 젊어요. 게다가 부리기도 좋고요. 언제 그 사람이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항상 묵묵하게 우리를 도와서 밥도 사고, 밀크티에 과자도 사 오고, 얼마나 좋아요.”"좋기는 좋은데, 그녀 얼굴을 못 봤어요? 우리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겼다고요.”"예쁘기는 무슨! 그 사람 옷 입은 거 못 봤죠, 삼 일 동안 같은 옷만 주구장창 입었다고요. 게다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만 원도 안될걸요.”"하하, 그만 말해요, 그 사람 왔어요.”동료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신세희는 그들의 대화를 들었지만, 월급 외에는 다른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그저 일자리가 있고, 월급만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다.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어떤 동료와도 인사도 하지 않고 퇴근을 했고,하숙민의 병실로 와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숙민이 하루하루 살이 빠지는 걸 보면서 신세희는 몹시 슬퍼했고, 비록 그녀와 부소경은 계약을 맺은 것이었지만 신세희는 하 씨 아주머니를 자신의 유일한 가족으로 여겼다. 하숙민과 이야기를 나누던 신세희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어이구, 바보야 왜 우는 거야.”“어머니......”신세희는 순간 하숙민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어머니, 안 돌아가시면 안 돼요? 어머니마저 없으면, 저는 이 세상에 더 이상 가족이 없어요, 흑흑흑......”“요놈 보게, 너한텐 아직 소경이가 있잖니. 앞으로 너희 아이도 있을 거란다. 넌 분명 행복할 거야, 이 바보 같은 아가씨야.”신세희는 하숙민의 품에 안겨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어머니, 앞으로 매일 맛있는 거 갖다 드리고 방에 꽃도 매일 가져다 놓을게요.”그녀는 아직 못다 한 한 마디가 있었다. 신세희는 하숙민이 세상을 떠날 때 그녀에게 가장 좋은 화환으로 부장품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무조건 그 200만 원을 벌어야 했다."어머니, 내일 저녁에 퇴근하고 회사에서 두 시간
조의찬은 건들거리며 신세희에게 다가가 말했다"신세희 씨, 당신 후각이 아주 예민하군요. 오늘 크루즈에 부자들이 오는 걸 어떻게 안 거죠?”신세희는 조의찬의 비꼬는 듯한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웃으며 물었다.“조의찬 씨, 며칠 동안 얼굴을 못 본 것 같은데, 계속 회사에 나오지 않았던 건가요?”"내가 보고 싶었어요?”조의찬은 내친김에 물었다. “그게 아니......”"내가 안 보고 싶었으면서 여긴 왜 온 거죠?”조의찬의 질문에는 약간의 공격성과 차가움이 있었다. "요 며칠 회사에 가지 않은 건 크루즈 파티 때문에 바빠서였어요. 이 크루즈 파티는운성의 모든 부잣짐 도련님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제가 힘을 써야죠.”신세희는 말을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 “저......저는 당신을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나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고요?"조의찬은 능청스러운 말투로 초라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서준명 도련님을 찾으러 온 거라고 말하지는 마세요. 그럼 제가 당신한테 확실한 정보를 하나 알려줘야겠네요. 당신이 부 씨네 집안 모임에서 서준명 도련님과 말을 섞은 것 때문에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오늘 도련님을 가둬 놨어요. 서준명 도련님이 당신을 만나는 걸 막기 위해서죠!”조의찬의 말은 정확했다.서준명 또한 오늘 원래 이 크루즈 파티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출발할 때가 되자 할아버지한테 붙잡힌 것이다. “준명아! 네가 오늘 크루즈 파티에 가는 건 거짓말이고 그 천한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게 분명하지!”어르신은 매우 엄숙하게 그의 손자를 바라보며 말했다.“할아버지, 며칠 전에만 해도 저더러 신세희를 집에 데리고 와서 밥을 먹으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또 신세희를 못 만나게 하십니까? 게다가 신세희의 신분으로는 크루즈에 타지도 못해요!”서준명은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바라보았다."흥! 그 신세희라는 여자는 내가 이미 만났는데, 그녀는 조금도 네 고모를 닮지 않았다! 비록 네 고모가 집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네 고
신세희는 홀로 선실에 앉아 옷 더미를 보고 있었고, 그 옷들은 모두 노점상의 옷들보다 더 노점상 같았다. 무엇보다 옷감 하나하나가 천이 적어 볼품없어 보였고, 이 옷더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세희는 자신이 옷을 입은 후의 모습이 얼마나 저속할지 상상할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는 다소 보수적인 학생다운 옷을 선택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려주는 요염하면서도 저속한 메이크업과 함께 접시를 들고 나온 신세희는 민정연과 마주쳤다.민정연은 위아래로 그녀를 훑은 뒤 말했다."하, 네가 청순한 분장을 할 줄은 알았지만, 잘 생각해 봐. 청순하면 누가 너한테 팁을 주겠니.”말을 마친 민정연은 신세희를 끌고 와인 잔을 든 귀공자와 아가씨들 앞으로 와서 말했다."자자자, 소개할게요. 내가 오늘 여러분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 데려온 임시 배우, 신세희 씨에요. 신세희 씨는 변화무쌍한 배우니 여러분들 마음대로 주문해 봐요. 다음 옷은 뭘 입고 어떤 포즈를 취할지 먼저 말해봐요. 하지만 선은 넘지 마요, 여긴 교양 있는 자리니까.”"좋아요!”"이 게임 너무 재밌는데!”"하하하, 이거 볼만하네."민정연은 잊지 않고 그들에게 말을 꺼냈다."그리고 여러분들 보상을 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여기 신세희 씨는 그걸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연기를 잘 하면 보상은 당연히 올라가죠. 이건 신세희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한 사람이 소리쳤다. 이런 명문가의 귀공자들도 평소에는 어른들의 통제 아래서 자유로울 수 있는 놀이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자진해서 찾아오는 여자를 보면, 그 누가 힘껏 그녀를 한바탕 농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제안은 모두 매우 모욕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규칙을 지키기도 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조의찬이 울타리 위에 서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애써 침착한 촌녀를 보며 그는 서시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 촌녀가 오늘은 돈 때문에 나온 거구만
신세희도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부소경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부소경은 이곳에 나타나야만 했다. 이 크루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잣집 자식들이었다. 부소경은 정장으로 신세희를 꼼꼼하게 감싸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그는 험악한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떠들썩했던 크루즈의 분위가 순식간에 다운되었다. 찍소리 내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 크루즈 안에 부소경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부소경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서워하기는커녕 부소경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의 시간 동안 부소경은 부씨 집안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린 후 F그룹의 최고 권력을 손에 쥐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한 그룹의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회사 내부에는 조금의 혼란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부소경이 오래전부터 이 순간만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그룹의 임원들은 그의 부하들로 대체된지 오래였다. 한순간에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부씨 집안의 가장 높은 사람인 부소경의 할아버지 부태성도 부소경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부태성은 부소경이 부씨 집안을 뒤집어 놓은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소경의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부소경이 잔인한 수법으로 한때 세상을 휘두르던 본인의 친할아버지까지 손에 넣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잔인한 부소경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민정연, 저 여자 믿을 구석 하나도 없는 가난뱅이 허영심 덩어리라며! 쟤가 부소경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오늘이 우리 제삿날인가 봐…. 나 죽기 싫은데…" 놀랐는지 민정연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소… 도련님… 신… 신세희가…
”조 도련님, 저희 좀 살려주세요!”“여기서 부소경이랑 말 할 수 있는 사람 도련님밖에 없어요!”“도련님, 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카 선물로 드릴게요!”조의찬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먼저 준다고 했어요!”“제가 그랬어요!”“좋아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맹세할게요.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우리 형이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당신들을 적으로 삼을 사람은 아니에요. 해결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신들 신경 쓸 겨를 없을 거예요. 계속 놀기나 해요. 하던 거나 계속하세요.”“휴, 도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다음 활동은 도련님이 책임지시는 게 좋겠어요. 그래야 저희가 마음 놓고 파티를 즐기죠.”“도련님, 감사드려요.”“별말씀을!” 조의찬을 대범하게 말했다.크루즈 파티는 무척이나 사치스럽고 성대했다. 하지만 신세희처럼 사람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없어지자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었다. 거기다가 부소경이 그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으니… 그들은 더 이상 파티를 즐길 기분이 나지 않았다.파티는 빠르게 끝이 났다.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의찬은 흥미 가득한 말투로 서시언에게 말했다. “시언아, 난 쟤네들이 신세희를 희롱하고 나면 더 이상 나한테 기회가 없을 줄 알았거든? 근데 누가 알았겠어. 오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줄. 보아하니 아직도 나한테 기회가 남아있는 것 같네!”“너 아직도 저 촌년 갖고 놀 생각하고 있어? 걔가 그렇게 네 흥미를 일으켜? 네 형, 오늘 직접 그 여자 데리고 갔어. 정장으로 몸을 감싸기까지 했다고. 끌어안고 가는 거 못 봤어? 조의찬, 너 이제 사는데 미련이 없는 거야?”서시언은 친구인 조의찬을 일깨워줘야 할 것 같았다. “의찬아, 내가 친구라서 말해주는 건데. 너네 사촌 형, 보통내기가 아니야. 이복형제도 없애 버리는 마당에 너 같은 사촌 동생은 더 말할 것도 없지.”조의찬이 생각이 다 있다는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말투는 침착하다 못해 무신경하기까지 했다. “부소경씨,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내 음모, 당신에 대한 계략까지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이미 다 들킨 마당에 뭘 물어보고 있는 거예요?”“당신, 벌써 다 잊은 것 같은데. 내가 옛날에 당신에게 뭘 경고했는지.” 남자의 말투는 예전처럼 험악하지 않았다.“잊지 않았어요.”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자신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부소경이 경고를 하긴 했었다. 자신이랑 계약한 시간 동안만큼은 다른 남자 건드릴 생각 하지 말라고. 그녀가 누굴 건드릴 수 있을까?오늘 크루즈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그녀를 인간 취급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에게 잘해주던 조의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그들에게 그녀는 불쌍한 놀림거리일 뿐이었다.“난 그냥 단순히 용돈이나 벌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아쉽게도 당신 때문에 끊겨버렸지만.”신세희는 솔직하게 말했다.그녀의 말투에는 조금의 원망도 섞여 있지 않았다. 변명하는 듯한 말투도 아니었다.현실을 받아들인 듯한 무력감만이 가득했다.순간 부소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갑자기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건축설계도 말이야, 네가 그린 거야?”갑자기 신세희가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깜빡이며 자신의 당혹감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감추면 감출수록 더 티가 날 뿐이었다. “무… 무슨 설계도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네가 그린 그림! 네 방에서 봤어.” 부소경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부소경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녀는 부소경이 하숙민을 속이는 걸 반대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내가 감옥에서 하숙민에게 건축에 관한 유용한 지식을 배웠다는 사실을 부소경이 알기라도 한다면… 부소경이 그녀를 얼마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