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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꽃뱀?
내 딸이 꽃뱀?
작가: 블랙맨

제1화

작가: 블랙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2 14:29:27
딸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내가 보물처럼 아끼던 아이가 추악한 중년 남자의 아래에 짓눌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혹하고 끔찍했으니 말이다.

이 잔혹한 진실을 알게 된 건 지난주였다. 고객을 따라 유흥업소에 갔을 때였다.

마담이 몸에 딱 붙는, 노출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왔고 나는 그중 한 여성을 보자마자 알아챘다.

그녀는 내 딸의 SNS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

딸의 예술학교 동창인 김미진이었다.

김미진은 흰색 크롭탑에 검은색 타이트한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당당히 드러내고 있었다.

겉보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라 화려하고 퇴폐적인 분위기의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나는 비즈니스 예의를 뒤로한 채, 고객이 말하기도 전에 손짓으로 김미진에게 내 옆에 앉으라고 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녀에게 어떤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다른 남자들에게 함부로 농락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게다가 그녀는 나를 몰랐다. 내가 자신의 친구 아버지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이다.

곧 김미진은 얌전히 내 옆에 앉아 옆자리 고객들이 다른 여성들에게 손을 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아해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

“아저씨, 저 안 예뻐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반문했다.

“대학생이니?”

“네, 저 올해 대학교 1학년이에요.”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 애가 맞군.’

내 딸 역시 올해 대학교 1학년이었다.

“몸매가 이렇게 좋은 걸 보니... 무용과 학생이구나?”

“맞아요. 우리 학교 친구들 중에도 여기 용돈 벌러 오는 애들 꽤 많아요. 그런데 아저씨 참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질문이 많아요?”

그 순간, 김미진은 부드러운 몸으로 내 품속에 파고들었고 가냘픈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내 목 가까이 다가오게 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아저씨, 돈 벌기 참 힘드네요. 여자애가 이렇게 먼저 나서야 한다니...”

솔직히 말하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도망간 이후로 나는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없었다.

아무런 욕망도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빠이자 엄마로서 딸을 키우며 아이를 최고의 무용 학교에 보냈다.

내 딸이 성공적인 삶을 살길 바랐고 무엇보다도 엄마처럼 살지 않기를 바랐다.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딸의 친구에게 그런 생각을 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김미진을 몸에서 떼어내며 물었다.

“너도... 돈 받고 일하니? 얼마나 받아?”

“간단한 건 40만 원, 밤새는 건 60만 원이에요. 한 번에 세 번이 한도고요.”

“하하, 나는 이제 마흔이라 젊은 친구들처럼 그렇게 체력이 좋지는 않아.”

“저희가 모를 줄 아세요? 남자들 다 약 먹잖아요.”

“너희가?”

“그래요. 저희...”

김미진은 단순히 대화를 나누는 거로는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다시 내 품으로 파고들더니 다리를 벌려 내 무릎 위에 앉고 내 손을 자신의 허리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저씨가 40만 원만 더 쓰면 저랑 제 친구가 아저씨에게 절대 잊지 못할 밤을 선물해 드릴 거예요.”

왜인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딸의 SNS에서 본 사진이 떠올랐다.

그 사진 속에는 딸과 김미진이 함께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타이트한 무용복을 입은 두 소녀는 아름답고 풋풋해 보였다.

그러나 어른들의 세계를 조심스레 엿보던 그들이 결국 더러운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점점 더 깊이 헤어나올 수 없는 곳으로...

나는 다시 한번 김미진을 몸에서 떼어내고 무심코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네 친구도 너처럼 예쁘니?”

김미진은 내가 흥미를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엉덩이를 가릴 듯 말 듯 한 짧은 핫팬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교태 섞인 눈빛으로 날 흘겨보았다.

“아저씨, 참 욕심도 많으시네요. 저 하나로는 부족한가 봐요...”

그녀가 보여준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막히는 충격에 휩싸였다.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핸드폰을 받아 들고 화면 속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윤지아, 바로 내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고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마치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귓가가 울리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저씨, 제 친구 예쁘죠?”

“...예쁘네.”

“그럼 거래 성사네요! 아저씨, 현금 꼭 챙겨오세요. 저희는 계좌이체나 송금은 안 받거든요. 안전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

나는 그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왜 이렇게 익숙한 듯 말하는 걸까? 설마... 지아도 정말 이 아이와 함께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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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전체는 대략 10평 정도로 보였고 커다란 더블 침대가 내 앞 약 네다섯 미터 거리에 놓여 있었다.침대 위에서는 몇 명이 엉켜 있었다.김미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었다.평소 젊고 생기 넘치던 그녀의 예쁜 얼굴은 지금 끔찍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방에 두터운 카펫이 깔려 있어 그들은 내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내심 보기 힘든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런데 지아는 내가 사준 흰색 원피스를 입은 채 침대 옆 구석에서 마치 작은 짐승처럼 위축되어 있었다.입에는 천 조각이 물려 있었고 몸은 밧줄로 묶여 있었다.그녀는 무기력한 눈빛으로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선정적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한 여자가 두 남자와 몸을 섞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 여자가 바로 김미진이었다.침대 위에서 세 사람은 몸을 격렬하게 뒤섞고 있었고 지아는 그 옆에서 겁에 질린 채 떨고 있었다.다행히 그녀가 김미진의 이 일에 휘말리지는 않은 것 같아 잠시 안도했다.그러나 지아가 여전히 그들의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고 숨을 죽이며 방 안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모든 것이 끝난 뒤, 그들은 땀에 젖은 채로 잠시 멈춰 섰다.그때 남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혹시 속지 않으면 어떡해?”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속는다니?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가? 왜 우리 부녀를 이런 일에 끌어들이는 거지?’그러자 김미진은 능숙하게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연기를 내뿜으며 구석에 웅크린 지아를 힐끔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차갑게 말했다.“걱정 마. 자기 딸이 우리 손에 있는 이상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을 거야.”이 말을 듣자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의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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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딸이 꽃뱀?   제5화

    지아의 얼굴에 드러난 무력하고 두려운 표정을 보고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모든 것이 김미진이 계획한 음모였다.그녀는 일부러 지아와 원조교제를 했다는 거짓된 상황을 만들어 내가 혼란에 빠지도록 유도한 것이다.이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다행히 딸은 이 더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았고 원조교제도 전부 거짓이었다.나는 지아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으로 다짐했다.“아빠가 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구나.”그러자 지아는 갑자기 내 품에 뛰어들어 오열하기 시작했다.나는 계속 울음을 터뜨리는 지아를 꼭 끌어안고 어릴 적처럼 아이의 등을 가만히 두드렸다.아내가 떠난 후, 딸에게 제대로 관심을 준 적이 얼마나 오래됐던가.그때, 갑작스러운 굉음이 고요했던 순간을 깨뜨렸다.나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붉고 푸른 불빛을 반짝이며 경찰차 한 대가 호텔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내가 신고한 경찰들이 온 것이 분명했다.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질서 정연하게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몇 분을 기다렸다가 김미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경찰이 왔어. 위험할 것 같아. 오늘은 그만하자.]메시지를 보낸 뒤, 그녀의 답변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꺼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호텔에서 한 무리를 이끌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 중엔 김미진과 두 남자가 있었고 그들은 경찰에게 붙잡혀 끌려 나오고 있었다.지아도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그 모습을 확인한 뒤,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경찰이 우리까지 조사하는 건 아니겠죠?”“걱정 마라. 김미진은 우리 일까지 경찰에게 말하지 못할 거야. 그렇게 되면 본인이 위험해지거든.”나는 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앞으로 김미진과는 절대 연락하지 마. 이 일은 아빠가 알아서 처리할게.”지아는 안심한 듯 내 품에 다시 기댔다.나는 김미진 일당이 최소 몇 달은 못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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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낸 뒤, 나는 쌍안경을 들어 호텔 맞은편 도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진한 화장을 한 젊은 여자가 가느다란 하이힐을 신은 채 차에서 내렸다.그 뒤를 두 남자가 뒤따라 내리며 그녀의 뒤를 바짝 따랐다.자세히 살펴보니 저번에 봤던 바로 그 두 남자였다.나는 김미진과 그 두 남자가 호텔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쌍안경을 내려놓았다.방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치 바쁜 척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 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급하게 걸음을 옮겨 문을 열어주자 김미진이 허리를 살랑거리며 들어왔다.그녀는 내 팔을 꼭 끌어안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아저씨.”그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무장 해제시킬 만큼 달콤했지만 나는 김민지의 진짜 목적을 알고 있었기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속에서 올라오는 불쾌함을 애써 억누르며 그녀의 팔을 툭툭 쳤다.“먼저 가서 샤워해. 난 여기서 금방 끝낼게.”김미진은 방 안에 놓인 내 컴퓨터를 보자 눈빛을 반짝이며 흥미롭게 다가왔다.컴퓨터 화면에는 빽빽한 코드가 가득했다.“아저씨, 이거 다 뭐예요? 진짜 대단해 보여요!”나는 컴퓨터 옆으로 앉아 간단히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었다.“우리 회사에서 새로 개발 중인 배터리 시스템이야. 내가 연구를 맡고 있어.”김미진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우와, 아저씨 진짜 대단하시네요!”그녀의 눈에 감추지 못하는 흥분이 서려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더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갔다.“이 새 배터리가 출시되면 전 세계를 제패할 거야.”“아저씨 정말 멋있어요! 나 아저씨 너무 좋아요!”곧 김미진은 내 품으로 파고들며 자기 얼굴을 내 가슴에 문지르고 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나는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 마지막으로 버그만 처리하면 끝이야.”그러자 김미진은 고분고분하게 소파에 앉아 내 작업을 지켜보았다.그사이 나는 화면 반사를 통해 그녀가

  • 내 딸이 꽃뱀?   제5화

    지아의 얼굴에 드러난 무력하고 두려운 표정을 보고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모든 것이 김미진이 계획한 음모였다.그녀는 일부러 지아와 원조교제를 했다는 거짓된 상황을 만들어 내가 혼란에 빠지도록 유도한 것이다.이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다행히 딸은 이 더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았고 원조교제도 전부 거짓이었다.나는 지아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으로 다짐했다.“아빠가 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구나.”그러자 지아는 갑자기 내 품에 뛰어들어 오열하기 시작했다.나는 계속 울음을 터뜨리는 지아를 꼭 끌어안고 어릴 적처럼 아이의 등을 가만히 두드렸다.아내가 떠난 후, 딸에게 제대로 관심을 준 적이 얼마나 오래됐던가.그때, 갑작스러운 굉음이 고요했던 순간을 깨뜨렸다.나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붉고 푸른 불빛을 반짝이며 경찰차 한 대가 호텔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내가 신고한 경찰들이 온 것이 분명했다.경찰차에서 내린 경찰들이 질서 정연하게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몇 분을 기다렸다가 김미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경찰이 왔어. 위험할 것 같아. 오늘은 그만하자.]메시지를 보낸 뒤, 그녀의 답변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꺼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들이 호텔에서 한 무리를 이끌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 중엔 김미진과 두 남자가 있었고 그들은 경찰에게 붙잡혀 끌려 나오고 있었다.지아도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그 모습을 확인한 뒤,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경찰이 우리까지 조사하는 건 아니겠죠?”“걱정 마라. 김미진은 우리 일까지 경찰에게 말하지 못할 거야. 그렇게 되면 본인이 위험해지거든.”나는 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앞으로 김미진과는 절대 연락하지 마. 이 일은 아빠가 알아서 처리할게.”지아는 안심한 듯 내 품에 다시 기댔다.나는 김미진 일당이 최소 몇 달은 못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지나

  • 내 딸이 꽃뱀?   제4화

    지아는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나는 방 안에서 세 사람이 모든 걸 끝내기를 기다린 뒤,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문틈 사이로 그들이 내 딸을 1804호에 가두는 모습이 보였다. 두 남자는 다시 1802호로 숨어들어 김미진과 무언가를 모의하기 시작했다.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나는 몰래 1804호 문 앞으로 다가갔다.카드를 꺼내 전의 방법대로 문을 열었다.방 안에서 지아는 온몸에 경계심을 잔뜩 품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보자마자 두 줄기의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아빠...”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재빨리 손가락을 입가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딸은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서 얼른 아이를 단단히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손목에는 깊게 파인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이게 다 김미진 그년이 한 짓이라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주마!’“어서 가자!”나는 딸을 부축해 일으킨 뒤 문밖으로 뛰어나갔다.문을 나서자 옆방에서 불쾌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지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나는 서둘러 아이의 귀를 손으로 막아주었다.“괜찮아, 걱정 마.”나는 조심스럽게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지아는 여전히 긴장된 상태였는지 내 팔을 꼭 붙들고 있었다.건물 밖으로 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미진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확인해 보니 김미진의 누드 사진 한 장과 음성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었다.[아저씨, 왜 이렇게 늦어요? 나 기다리다 지쳤잖아요…]곧 나는 답장을 보냈다.[길이 좀 막혀서 그래. 곧 갈게, 자기야.]메시지를 보낸 직후, 그녀는 바로 영상통화를 걸어왔다.시끄러운 벨 소리에 놀란 딸이 움찔했다.나는 서둘러 통화를 끊고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운전 중이야. 금방 도착해.]그 후 나는 지아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안전한 차 안에 들어서자 아이의 표정이 비로소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김

  • 내 딸이 꽃뱀?   제3화

    방 전체는 대략 10평 정도로 보였고 커다란 더블 침대가 내 앞 약 네다섯 미터 거리에 놓여 있었다.침대 위에서는 몇 명이 엉켜 있었다.김미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었다.평소 젊고 생기 넘치던 그녀의 예쁜 얼굴은 지금 끔찍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방에 두터운 카펫이 깔려 있어 그들은 내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내심 보기 힘든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런데 지아는 내가 사준 흰색 원피스를 입은 채 침대 옆 구석에서 마치 작은 짐승처럼 위축되어 있었다.입에는 천 조각이 물려 있었고 몸은 밧줄로 묶여 있었다.그녀는 무기력한 눈빛으로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선정적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한 여자가 두 남자와 몸을 섞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자세히 보니 그 여자가 바로 김미진이었다.침대 위에서 세 사람은 몸을 격렬하게 뒤섞고 있었고 지아는 그 옆에서 겁에 질린 채 떨고 있었다.다행히 그녀가 김미진의 이 일에 휘말리지는 않은 것 같아 잠시 안도했다.그러나 지아가 여전히 그들의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고 숨을 죽이며 방 안의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모든 것이 끝난 뒤, 그들은 땀에 젖은 채로 잠시 멈춰 섰다.그때 남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혹시 속지 않으면 어떡해?”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속는다니?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건가? 왜 우리 부녀를 이런 일에 끌어들이는 거지?’그러자 김미진은 능숙하게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연기를 내뿜으며 구석에 웅크린 지아를 힐끔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차갑게 말했다.“걱정 마. 자기 딸이 우리 손에 있는 이상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을 거야.”이 말을 듣자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온몸의 피가

  • 내 딸이 꽃뱀?   제2화

    ‘말도 안 돼. 소중한 내 딸이 이렇게 타락했을 리가 없어. 틀림없이 날 속이고 있는 거야!’하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이성은 김미진이 한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이고 있었다.내가 아끼는 보물 같은 아이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김미진은 100만 원을 빨리 받고 싶은지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 얼굴에 갖다 대며 잠금을 해제했다.“SNS 친구 추가 좀 할게요.”순간 당황한 나는 급히 핸드폰을 빼앗아 그녀의 계정을 내 SNS에서 차단했다.혹시라도 그녀가 내 SNS에서 지아의 사진을 보면 모든 게 끝장날 테니 말이다.그러자 김미진은 다시 내 품에 안기더니 내 볼에 입을 맞췄다.“아저씨, 평소에는 일하시죠? 그러면 이번 주 일요일 저녁에 만나요. 제 연락 기다리세요.”그 밤 유흥업소를 나선 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살며시 작은 방문을 열어보니 단잠에 빠져 있는, 순진하고 평화로운 얼굴을 한 지아의 모습이 보였다.지아는 아버지인 내가 지금 얼마나 무력한지 전혀 모를 것이다.‘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 안 돼. 신고하면 내 딸 인생은 끝장나는 거야.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자살할지도 몰라.’이건 내가 절대 감당할 수 없는 결과였다.딸의 방문을 닫고 나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어떡해야 하지? 누가 나 좀 도와줘...’그때 현관에 놓인 딸의 가방에서 핸드폰 알림 소리가 들렸다.힘겹게 몸을 일으켜 가방에서 꺼낸 건 지아의 또 다른 핸드폰이었다.지아가 두 대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딸의 사생활이고 뭐고 따질 여유가 없었다.메시지는 단순했다.[모레 나랑 같이 손님 접대하러 가자.]보낸 사람은 김미진이었다.곧 나는 그 핸드폰을 원래대로 가방에 넣어두고 침대에 누웠다.설명할 수 없는 무력함이 온몸을 휘감았다.돈 버는 데만 몰두하고 딸에게 무관심했던 내가 문제였다.아이가 잘못된

  • 내 딸이 꽃뱀?   제1화

    딸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내가 보물처럼 아끼던 아이가 추악한 중년 남자의 아래에 짓눌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혹하고 끔찍했으니 말이다.이 잔혹한 진실을 알게 된 건 지난주였다. 고객을 따라 유흥업소에 갔을 때였다.마담이 몸에 딱 붙는, 노출 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왔고 나는 그중 한 여성을 보자마자 알아챘다.그녀는 내 딸의 SNS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다.딸의 예술학교 동창인 김미진이었다.김미진은 흰색 크롭탑에 검은색 타이트한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를 당당히 드러내고 있었다.겉보기에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라 화려하고 퇴폐적인 분위기의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나는 비즈니스 예의를 뒤로한 채, 고객이 말하기도 전에 손짓으로 김미진에게 내 옆에 앉으라고 했다.그렇게 한 이유는 그녀에게 어떤 사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다만 그녀가 다른 남자들에게 함부로 농락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게다가 그녀는 나를 몰랐다. 내가 자신의 친구 아버지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이다.곧 김미진은 얌전히 내 옆에 앉아 옆자리 고객들이 다른 여성들에게 손을 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의아해하는 듯했다.그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아저씨, 저 안 예뻐요?”나는 고개를 저으며 반문했다.“대학생이니?”“네, 저 올해 대학교 1학년이에요.”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 애가 맞군.’내 딸 역시 올해 대학교 1학년이었다.“몸매가 이렇게 좋은 걸 보니... 무용과 학생이구나?”“맞아요. 우리 학교 친구들 중에도 여기 용돈 벌러 오는 애들 꽤 많아요. 그런데 아저씨 참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질문이 많아요?”그 순간, 김미진은 부드러운 몸으로 내 품속에 파고들었고 가냘픈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았다.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내 목 가까이 다가오게 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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