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이 모든 악몽은 이미 끝났다.하예진은 이미 다시 일어서서 사업을 일으켰다.“호영 씨, 이만 가볼게요. 저도 나가서 일해야 하거든요. 회사를 설립하는 일을 아직 다 마치지 못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회사가 강성에 있어야 다른 회사와 협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동명 형이 오시는 길일 텐데 더 기다리지 않으려고요?”전호영은 장난치고 싶었다.하예진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야 도착할 거에요. 동명 씨가 먼저 오면 저 대신 먼저 대접해 주세요. 호영 씨와 동명 씨가 더 친하잖아요.”“저도 좀 이따가 고씨 그룹에 갈 거예요.”“알겠어요. 그럼, 제가 빨리 돌아오죠. 미래의 아내가 더 중요한 법이죠. 호영 씨 둘째 형도 혼인신고 했다면서요. 호영 씨가 설을 쇠러 갈 때면 운초 씨는 아마 임신했을걸요. 힘내셔야겠는데요.”전호영은 그의 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누나, 저도 필사적으로 힘을 내는 중이거든요. 우리 현이 씨는 둘째 형수님보다 따르기가 훨씬 어렵거든요.”여운초는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하얀 꽃처럼 부드럽고 연약해 보였다.여운초가 여씨 그룹을 단단히 장악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전호영도 여운초가 계략과 수단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끈질긴 열정을 이기는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 전호영의 일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전호영의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하예진은 마침 이경혜의 전화를 받았다.이경혜와 하예진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하예진이 떠난 지 30분 만에 전호영은 일을 끝내고 호텔을 떠나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뒷일을 고현에게도 알려주려고 했다.이번에 전호영은 꽃도, 보석도 사지 않았다. 고현은 비록 여자이지만,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고 성격도 남성적이라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전호영은 그녀에게 손목시계를 하나 사줬다.고씨 그룹의 사람들은
고진호도 고현이 여자였기 때문에 며느리가 아닌 사위가 필요했고 따라서 재벌가 딸들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전호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막 빠져나오자마자 고현이 고객을 배웅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 뒤에는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젊은 여성 몇 명이 따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고객의 비서일 것이다.전호영과 고객들은 서로를 잘 몰랐다.고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전호영은 말없이 한쪽으로 비켜섰다.고현은 직접 고객을 아래층으로 배웅했다.남 비서가 전호영을 쳐다보자 전호영은 눈빛으로 고현을 따라가라고 신호를 보냈다.전호영은 이미 고현의 사무실에 대해 매우 익숙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 비서가 그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 없었다.고현의 사무실과 휴게실에 관해 전호영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고현 일행이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전호영은 스스로 고현의 사무실로 갔고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사무실에 들어선 전호영은 먼저 커피 한 잔을 타고 소파에 앉았다. 그때 고현이 돌아왔다.“어젯밤 일은 어떻게 됐어요?”고현은 그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예진 누나를 대신해서 죽은 경호원 가족들이 와서 뒷일을 처리했어요. 이씨 가문도 가족에게 보상을 해주고 보험회사에서도 가족들에게 보상해 줄 거예요. 이씨 가문의 모든 경호원은 거액 보험에 가입했거든요. 저도 이따가 예진 누나에게 전화해서 오늘 오후에 그 경호원의 가족들을 보러 가자고 해야겠어요. 그 경호원은 비록 이씨 가문의 희생 품이지만 그래도 예의는 갖추어야 하는걸요.”현재, 그 차 사고는 잠시 의외 사고로 단정 지어졌다.이씨 가문의 음모라는 증거가 없어서 이씨 가문은 충분한 연기를 해야 만이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죽은 그 이씨 가문의 경호원은 스스로 재수 없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이은화의 마음이 그토록 모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하예진을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에 처음 초대한 당일에 그녀를 죽이려고 했으니 말이다.하예진이 경계
“괜찮아요. 누나는 일 보러 나갔어요. 우리 예진 누나를 너무 과소평가하면 안 돼요. 누나는 이미 온갖 피바람을 겪은 사람이거든요. 15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사람 잡아먹을 정도의 친척들을 상대하면서 열 살짜리 여동생을 잘 가르치면서 살아오셨어요. 삶의 고초를 겪은 사람의 의지는 엄청나게 강한 법이죠.”전호영은 이경혜가 왜 하예진을 선택하고 강성으로 보내 이윤미와 경쟁하게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놀라지 않았다니, 안심이 되네요.”전호영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퇴근해도 될까요? 참, 현이 씨에게 선물을 준비했어요.”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고현에게 건넸다.고현은 케이스를 받아 열어 보지도 않고 일어나서 그녀의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서랍을 열어 서랍 안에 넣었다.“열어 보지 않을래요?”“볼 필요 없어요. 호영 씨가 준 물건은 모두 최고이기 때문에 제가 한가할 때 천천히 열어보면서 호영 씨의 사랑을 느껴볼게요.”전호영은 고현을 보면서 오늘의 그녀가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느꼈다. 고현은 전호영의 감정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전호영의 이 고된 사랑의 길에서 드디어 또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전호영은 너무 뿌듯했다.병원.어느 고급 병실에서 이은화가 창가에 서서 창밖의 고층 빌딩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은 정군호였다. 정군호는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표정도 고통스러웠다.그는 눈을 감고 있다가 가끔 눈을 뜨고 그러다가 창가에 서 있는 이은화를 보더니 또 재빨리 눈을 감았다.아무도 정군호를 방문하러 오지 않았다.그가 칼을 휘둘러 그런 일을 저지른 소식을 이은화가 억눌러 소문이 퍼지지 않게 했다.그의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이은화는 정군호가 아들딸 앞에서 그의 유일한 존엄을 잃지는 않도록 했다.시간이 한참 흘러 이은화가 돌아앉아 자는 척하는 정군호를 보며 말을 건넸다.“당신이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나도 알아.”그녀는 정군호가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진통제
정군호는 잠깐 고통과 절망한 표정으로 이은화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그는 정말 아팠다.정군호가 이은화를 보지 않아도 이은화는 화를 내지 않았다.그리고 일어나 다시 창가로 걸어가더니 창밖을 바라보았다.이은화의 생각은 이미 멀리 떠났다.만약 그 사람이 이은화와 함께 있었더라면, 그녀를 돕고 그녀와 결혼했다면, 그녀의 인생은 분명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영원히 이은숙에게 충성했다.이은숙이 시집가서 딸을 낳고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그 사람은 여전히 이은화와 함께하지 않고 오히려 자취를 감췄다.이미 몇십 년이 흘러 이은화가 70세의 노인으로 되었는데, 그 사람은 아마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은화는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따르릉...이은화의 핸드폰이 울렸다.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이윤미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은화는 잠시 휴대전화를 쳐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엄마.”이윤미는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넸다.“엄마, 괜찮으세요?”그녀는 아버지의 부상이 어떤지 직접 묻지 않고 어머니의 안부부터 물었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이미 최악인데 뭐가 괜찮겠어? 너희도 어른이 되고 나도 할머니로 되었는데 네 아빠가 내연녀가 있다고 해도 난 이제 여의치 않아.”앞으로 정군호는 다시는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엄마, 오늘 밥 안 드셨을 텐데 드실 것 좀 갖다 드릴까요?”“필요 없어.”이은화는 거절하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그래, 너무 많이 가져오지는 말고. 흰죽에 반찬 조금만 갖다 줘.”이윤미가 대답했다.“엄마가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느라 힘드실 텐데 그렇게 간단하게 드시면 쉽게 배고파요. 쉽게 체력도 떨어져서 안 돼요.”이은화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을 건넸다.“네 큰이모가 세상을 떠나신 날 아침, 큰이모가 이렇게 드셨거든. 산해진미를 많이 먹었다면서 가끔 흰죽에 반찬을 곁들이면 특별한 맛이 난다고 하셨어.”“알았어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이윤미는 더는 아무
이윤미는 더는 정군호를 쳐다보지 않고 이은화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이윤미는 보온 도시락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주면서 말했다.“만두 두 개도 포장해 가져왔어요.”이은화는 앉아서 이윤미가 가져온 흰죽과 반찬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너니까 나에게 진짜로 흰죽과 반찬을 가져오는구나.”정일범 형제와 이윤정이라면 흰죽과 반찬들이 이은화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이은화의 요구대로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엄마,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이윤미는 양부모 집에서 자라면서 학대받았을 때 흰죽 한 그릇도 먹지 못했다.어렸을 때, 흰 죽 한 그릇도 그녀에게 사치였다.삶의 고달픔을 일찍 알아버린 이윤미는 커서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어도 함부로 쓰지 않고 여전히 절약하며 살았다.이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으로 지갑이 두꺼워졌다고 해서 바뀌지는 않았다.이은화는 묵묵히 죽을 먹으며 수십 년 전 그날 새벽의 이은숙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이은화는 자신의 맏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가주 자리에 앉았지만,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엄마, 아버지께서...”이윤미가 조용히 물었다.그녀는 정군호가 얻어맞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고 아마 이은화에게 칼에 찔렸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어젯밤 정군호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이은화는 자식들이 자신에게 정군호의 상처에 관해 묻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윤미 또한 정말로 묻지 않았다.어쨌든 이은화는 정군호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이은화의 수단으로 분석해 보면 그녀는 정군호를 단번에 죽이지 않고 천천히 괴롭힐 것이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죽지는 않아. 단지 내시가 되었을 뿐이야. 감염되지 않고 상처가 다 나으면 퇴원할 수 있대. 네 아버지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은 없을 거야. 앞으로 미녀를 보게 되면 눈으로만 볼 수밖에 없을걸.”이윤미는 잠시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윤미야.”이윤미는 이은화를 바라보았다.이은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엄마
“엄마, 저는 밖에서 낳은 딸이 없어요. 만약 밖에서 낳은 딸이 있다면 그 딸을 이씨 가문에서 인정하나요?”“네가 낳은 친자식이라면 당연히 인정하지. 네가 임신하고 아기를 낳을 때 가족 모두가 동행한다면, 그 아이가 태어나면 가문의 사람들도 인정할 거야.”이윤미가 대답했다.“그러면 제가 왜 시집을 가야죠? 시집가지 않으면 그 쓰레기들이 재산을 가져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이은화는 말문이 막혔다.이은화는 정신이 나갔는지 갑자기 딸의 이상한 질문에 대답까지 해주었다.정군호의 배신 때문인지, 기분이 나쁜 탓인지 모른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완벽한 대책을 세워도 빈틈이 생길 것 같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딸이 아빠를 두지 않으면 좋잖아요. 제가 결혼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부부로 되지 못하니 당연히 부부의 공동 재산이 될 리가 없을 테고 그 남자도 재산을 분할 받고 싶어도 못 받을 거고요.”이은화는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다시 이윤미를 설득했다.“윤미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한 거로 생각해. 엄마는 네가 외롭지 않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제가 딸을 낳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 텐데 어떻게 외롭다니요? 가주 자리에 앉으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이 바빠서 매일 발이 땅에 닿지 못할 정도로 바쁠 텐데 외로움을 느낄 여유가 어디 있겠어요? 저는 좋아하는 남자가 없어요. 그런데 또 딸을 낳아 가주 자리를 물려주려면 예진 리조트의 넷째 사모님을 따라 배우면 되잖아요.”“이윤정은 어떻게 됐어?”이윤미의 생각에 놀란 이은화는 재빨리 화제를 바꾸었다.그녀는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사상은 여전히 비교적 보수적이었다.“우리 별장 앞에서 밤새 울부짖었어요. 오늘 아침에 윤정이가 형수님 몇 분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 또 괴롭힐까 봐 도망쳤어요.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요. 우리 오빠들이 윤정에게 준 돈과 카드도 전부 형수님들이 빼앗아 갔어요. 엄마가 옷 외에 다른 물건은 전부 가져갈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형수님들도 엄마의 말씀을
이은화는 한참 동안 이윤미를 올려다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엄마는 네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난 네 마음속에도 강한 힘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아. 젊었을 적 날 닮았지. 그런데 넌 좀 착해.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공평함은 없다는 것만은 알아야 해. 강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야.”이윤미는 말을 잇지 않았다.“돌아가.”이은화는 이윤미가 이윤정보다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윤미가 자신의 말을 전부 듣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친딸 이윤미는 그녀만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이은화는 어느 땐가 그녀가 애써 얻은 모든 것이 맏언니 이은숙의 후손에게 돌아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이은화가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한 것들이 전부 헛수고로 될 테니까.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이은화는 아마 죽어서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이윤미는 이은화에게 스스로를 잘 돌보라고 당부한 뒤 병실을 나섰다.이은화는 딸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뒤 다시 병실로 돌아와 침대 옆에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윤미가 돌아갔어.”“네.”정군호가 대답하며 맘속으로 불효녀 이윤미를 욕했다.방문하러 왔으면서 그에게 관심 어린 말도 건네지 않는다고 원망했다.‘내가 몹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나? 그래도 나한테 와서 관심 정도는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니야?’“내가 윤정을 내쫓았어. 앞으로 윤정이는 우리 이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윤정이한테 준 모든 것을 전부 되돌려 받을 거야. 그 애는 단지 집사의 딸일 뿐인데 우리 윤미의 자리를 이십여 년 동안 차지하면서 윤정의 몫이 아닌 부귀영화를 누렸지. 그거면 충분해.”앞으로 이윤정은 거지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이은화는 예전에 이윤정을 아끼던 만큼 지금 그녀를 미워했다.이윤정과 정군호가 남의 음모에 말려들었다 할지라도 이은화는 용서하지 못했다.이은화는 그녀의 분노를 전부 정군호와 이윤정에게 쏟아부었다.정군호는 이은화를 미치광이라고, 수단이 악랄한 여편네라고 욕하고 싶었
“엄마...”“더 이상 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또 엄마라고 부르면 네 혀를 잘라서 밖에 던질 거야! 네 엄마는 촌에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말을 마친 이은화는 다시 병실 문을 닫았다.이윤정은 눈물범벅이 되었지만 더는 소리 내서 울지 못했다.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정군호는 이윤정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매우 아팠지만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발걸음 소리를 들려오자 정군호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이은화의 눈에 밟힐까 봐 무서웠다.정군호는 자신의 생활과 이윤정의 생활도 이제 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가 지금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지 않았다고 해도 앞으로 이씨 가문에서 지낼 삶은 개만도 못할 것이다.하지만 정씨 집안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다.정일범이 가주 자리에 오르지 않는 이상 정군호의 삶은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친딸 이윤미가 가주 자리에 오른다고 해도 정군호의 삶은 변할 것이 하나도 없다.정군호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상처가 다 나아서 퇴원하면 정일범을 도와 자리를 가주 차지하여 이씨 가문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맹세했다.고급 렌터카 한 대가 하루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차 안에 앉아있던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그가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아직 하루 호텔로 오는 중인 줄 알고 서둘러 그에게 전화했다.노동명이 전화를 받자 하예진이 물었다.“동명 씨, 지금 어디예요? 공항이에요? 기다리세요. 제가 지금 바로 떠날게요.”“아니야. 내가 렌터카를 타고 왔어. 지금 하루 호텔 앞인데 네가 지금 호텔에 있다면 지금 대문으로 나오면 나를 볼 수 있을 거야.”“알겠어요. 바로 내려갈게요.”하예진은 방금 밖에서 호텔로 돌아왔다.오늘 노동명이 그녀를 보러 온다는 생각에 일찍 호텔로 돌아왔다.노동명이 오늘 오후 2시쯤 하예진을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호텔로 돌아가지도 않고 회사 설립을 위해 밖에서 뛰어다녔을 것이다.그녀는 고씨 그룹에 가서 고현을
전현민은 자리를 옮기며 그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전이진에게 그의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전이진은 소파에 앉아 명해은 앞에 있는 큰 상자를 보더니 조용히 전현민에게 물었다.“아빠, 엄마가 또 뭘 구해서 운초 씨에게 주려고 그러신대요?”“혼수함이야. 복고풍이지. 네 엄마가 젊었을 적 착용하셨던 건데 소장해두었다가 오늘 밤 생각나셔서 꺼내서 운초에게 주려는 참이야. 운초는 타고난 몸매로 귀티 나는 분위기를 가졌기에 분명 어울릴 거야.”전이진이 함박웃음 지으며 말했다.“엄마의 훈수함에 들어있는 보석들을 이미 운초 씨에게 몇 세트나 주었는데 아직도 주시려고요? 제 밑에 아직 두 명의 남동생이나 있는데 앞으로 며느리 두 명이 또 생길 텐데.”명해은은 좋은 물건이 생기기만 하면 여운초에게 선물하곤 했다. 전이진은 물론 너무 좋지만 앞으로 두 제수에게도 남겨두어야 한다고 명해은을 설득했다.앞으로 두 제수가 명해은이 너무 편파적이라고 말하지 않도록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제지하려 했다.전이진은 자신의 아내가 보석 액세서리들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또 그가 여운초에게 준 보석 액세서리들만 해도 이미 너무 많다고 여겼다.전현민이 말을 이었다.“네 엄마와 큰어머니 그리고 숙모들이 그녀들만의 보물 창고가 있는 거 몰라서 그래? 엄청 많아. 네 엄마가 나에게 시집올 때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정말 많았거든. 넌 우리 장남이고 운초도 우리 첫 번째 며느리기 때문에 네 엄마가 가장 아끼시는 거든. 그러니 그 보석들도 세 며느리가 물려받을 것이지만 당연히 첫째 며느리에게 더 많이 줘야지. 네 미래의 두 제수는 아마 개의치도 않을걸. 네 할머니께서 며느릿감을 고르실 때 인품을 가장 중요시하니까. 만약 마음이 좁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네 할머니께서는 아마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으실 거야. 걱정하지 마.”전이진은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빠, 엄마가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다 뺏앗아간 것 같지 않아요? 엄마는 항상 그렇게 보석 액세서리들을 제 아내에
“지율이도 곧 겨울방학이겠네. 방학인데 형으로서 같이 놀러 나가. 지금 애들이 얼마나 스트레슬 받으며 공부하는데.”여운초는 전지율의 성적이 매우 좋다고 전해 들었다.대학 입시에서 실패하지 않는 한 중점 대학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방학이 되면 학원도 다녀야 할 거야. 며칠 지나면 설인데, 당신도 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방학 때 데리고 나가서 며칠 놀아줘야겠어.”나가서 논다고 생각하던 전이진은 또 흥미진진하게 물었다.“여보, 우리 눈 보러 갈래? 진짜 눈을 본 적이 있어?”“본 적은 없지만, 추위를 느껴본 적이 있어. 예전에 작은고모가 나를 데리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녔거든. 그때는 볼 수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어.”시력을 잃기 전에는 추미자의 요구 때문에 여운초는 함께 여행을 갈 수 없었고 따라서 눈을 본 적도 없었다.빛이 보이지 않기 전에 여운초가 가장 멀리 가보았던 곳이 바로 작은고모 여준희의 집이었다. 그러나 여준희의 집 구역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우리 설날에 눈을 보러 갈까?”여운초는 꽤 마음이 흔들렸지만,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내년에 다시 계획하는 게 좋겠어. 지금은 볼 수 있지만, 거리가 좀 멀면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아. 놀러 가면 눈앞의 경치만 볼 수 있기에 너무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거야. 빙설 세계가 엄청 아름답다고 하던데, 아마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거야.”전이진은 여운초의 눈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여보, 그렇게 쳐다볼 필요 없어. 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정말이야. 난 내가 정말로 남은 인생을 어둠 속에서 보낼 줄 알았는데, 언젠가 다시 빛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여운초는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만지자 전이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를 만지게 했다.전이진의 눈을 만지다가 여운초는 다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예전에 전이진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통해 그의 얼굴을 상상하곤 했다.전이진은 그녀를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저에게 잘해주시는데 저도 빨리 아이를 낳고 싶어. 아이를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여운초는 말하면서 자신의 아랫배를 만졌다.여운초가 임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이진은 밤마다 전투력이 특히 강했다.정상적인 여자였으면 전이진의 노력으로 아마 심효진처럼 결혼 한 달 만에 임신할 수 있을 것이다.“서두르지 마. 우린 아직 젊고 결혼식도 치르지 않았잖아. 먼저 몸조리부터 하고 우리 몇 년 동안 우리만의 세상을 갖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전이진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급급하지 않았다.설령 여운초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너무 일찍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었다. 빠르면 결혼 후 1년 후에 아이를 한 명 낳는 것을 고려했다.“여보,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실 난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남들이 아리를 보기엔 너무 귀여울지 몰라도 당신이 아기를 낳고 돌본다면 미쳐버릴 수도 있어. 누구나 다 우빈처럼 철든 건 아니거든. 예전에 형수님께서 말씀하신 적 있는데 우빈처럼 말을 잘 듣는 아이도 저녁이 되면 안고 걸어 다녀야 잘 수 있대. 잠이 들고 침대에 놓으면 또 깨어나서 보채서 다시 안고 방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재워야 했대.”“형수님께서는 예진 누나의 산후조리 할 때 거의 10킬로나 빠졌다고 했거든. 얼마나 힘들었겠어. 우리 집 같은 경우는 그래도 낳은 편이지. 어르신들 모두 모두 한가하고 보모가 도와주기도 하면 그뿐인걸.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엄마가 스스로 돌보며 감정을 키울 수밖에 없대. 비록 친자식일지라도 감정은 키워야 하거든. 아기를 돌보는 것이 엄청 힘들대. 우린 마음껏 놀고 다시 아기 낳자.”여운초는 그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마치 아기를 키워본 듯한 어조로 말하네! 아기를 키워본 사람조차 만나보지 못한 건 아니고?”“내가 아홉째 지율이를 키워본 적 있거든. 지율이가 나보다 열몇 살이나 어려. 지율이가 막 태어났을 때, 우리 형제들이 데려다 키운 적 있어. 너무 귀여웠는데 울면서
전이진이 대답했다.“나 같았으면 일전 한 푼도 주지 않았을 텐데.”“매일 돈을 물 쓰듯 하고 일도 안 하는데, 돈 몇만 원만 주어서 굶겨 죽이지만 않으면 돼. 단번에 죽으면 내가 점점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잖아. 운별은 날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할 거야. 예전에 이진 씨에게 시집가고 싶어 했거든.. 내가 당신을 알기 전에 난 우리 엄마가 운별에게 어느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그녀와 어울리는지를 분석해 주는 것을 들은 적 있어. 한참을 생각하더니 결국 이진 씨를 고르게 된 거지. 운별은 어리고 기세가 넘치며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자라 우리 엄마가 이진 씨를 고르게 되면 반드시 이진 씨에게 시집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거든. 반드시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는 줄로만 알고 이미 이진 씨에게 마음을 주었거든. 그래서 지금 나를 엄청나게 미워하고 있어.”여운초는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운별이가 나를 미워할수록 나는 운별이를 더 살려놔야 해. 운별이가 시집가고 싶어 하는 남자에게 내가 시집가서 사랑받으며 보호받는 모습을 보여주어 화를 돋우고 싶어.”한 사람에게 복수하려면 그의 목숨을 단칼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조금씩 잃게 하는 것이다.이런 보복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괴롭히는 방법이다.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여보, 난 당신만 사랑해. 내 눈에는 당신밖에 안 보여!”여운초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질투하는 것도 아니고 이진 씨 마음을 의심하지 않아.”전이진은 여운별을 위해 묵묵히 많은 일을 해주었고 모든 정력을 쏟아부었다.그녀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깊은 사랑 덕분이다.전이진은 정겨울 이에게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예진 리조트를 얼마나 많이 다녔고 예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의 눈치를 얼마나 보았는지 모른다.“난 그냥 고백하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려주려고 말했어. 난 영원히 당신 한 사람만 사랑할 거야.
여운별은 눈앞의 지폐를 보더니 전부 합쳐도 20만 원도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즉시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초! 이게 무슨 뜻이야? 날 모욕하는 거야? 내가 거지야? 거지라고 해도 이 돈이 너무 적다고 받지 않을걸!”여운초는 차갑게 대답했다.“밥값을 달라며? 그건 밥값이야. 5원이든 10원이든 다 돈이야. 잘 세어보면 20만 원은 될 거야.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한동안 버틸 수는 있을 거야. 혹은 너 스스로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면 더 아낄 수 있고. 그 돈은 우리 어머님께서 리조트 전체 노동자들의 돈을 모아서 가져다준 거야. 우리 어머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거야. 나라면 너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을 거야. 역시 우리 어머님이 마음씨도 고우셔. 뭐라고 해도 네가 내 친여동생이라고 하면서 네가 밥 먹을 돈도 없으면 안 된다고, 밖에서 굶어 죽기라도 하면 길 가던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여운별은 고래고래 소리쳤다.“여운초!! 너 정말 이렇게 지독한 사람이었어?”그녀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리고 모든 돈을 쓰레기통에 쓸어 넣었다. 여운초의 동정 따위 필요 없었다!너무 화가 났다!사람을 이토록 괴롭히다니!여운별은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화를 내더니 여미란에 전화를 걸었다.아무리 적은 돈이라 할지라도 그 돈들을 여미란에 주어 천천히 세어보라고 말하려고 했다. 일전 한 푼이라도 돈이기 때문에 한 끼라도 잘 먹으면 여미란 자매가 좋아할 것이니까.여운별은 여미란에 쓰레기통까지 다 가져가라고 하고 싶었다.“지금 거신 전화는 꺼져 있습니다...”여미란의 휴대전화가 꺼져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왜 꺼졌지?여운별은 자신이 잘못 걸었다고 생각해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떼고 전화 화면을 확인하고는 다시 걸어보았다.그러나 여전히 휴대전화가 꺼져있다는 소리만 들려왔다.여미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여운별의 사촌들 전부 전원이 꺼져있었다.아무리 둔한 여운별이라 할지라도
연예 기자는 가차 없이 여운별의 전화를 끊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여운초 때문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가뜨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기자들이 안 오면 그들의 손해일 뿐 나중에 후회할 때가 있을 것이다.여운별은 리조트 입구로 달려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여운초가 안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여운초와 함께 걸어오는 사람은 전이진이였다. 이 남자는 여운별이 진작부터 찜해놓은 사람이다.여태웅 부부가 사고가 나기 전에 추미자가 여운별과 전이진을 맺어주려고 계획한 적 있었다.결국! 전이진은 여운초의 남자로 되었다!여운별은 정말 부러웠고 또 질투 났다.특히 자신이 용태호에게 유린당해 어쩔 수 없이 그의 내연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망이 더더욱 깊어졌다.여운별은 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여운초! 드디어 나왔구나. 네가 감히 나오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돈 줘! 지금 굶어 죽게 생겼어! 넌 우리 집 재산도 혼자 차지하고 천우를 부추겨 우리 부모님 재산도 천우 명의로 전이하게 했어. 천우를 통해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을 얻으려는 속셈 아니야?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천우 그 멍청한 자식!”여운별은 여천우까지 끌어들여 욕했다.여천우는 그의 부모님 재산을 정말로 여운초에게 주어 관리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여운초가 거절했다.여운초는 단지 그녀의 몫만 챙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니면 절대로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니까.여운초가 그녀의 몫을 챙겨가면 여천우 남매에게 남겨진 재산을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앞에서 말했듯이 여씨 가문의 대동맥은 여전히 여운초의 손에 쥐어졌다.“밥 먹을 돈이 없었구나. 우리가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것을 고려해서라도 굶겨 죽일 수는 없지. 돈 좀 준비했어. 너 스스로 돈을 세어보아야 할 거야. 양씨 아저씨, 얼른 운별에게 돈 주고 꺼지게 해주세요.”여운별은 그제야 여운초 부부와 함께 나온 사람이 서원 리조트의 집사라는 것을 발견했다.집
여운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고급 차라는 것을 그제야 똑똑히 보았다.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한 여운별은 신이 나서 재빨리 길 한가운데 서서 상대방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 중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뿐이다.전태윤이 나타나면 종종 여러 대의 차가 뒤따르고 있는데 지금 산으로 올라오는 차는 한 대뿐이었다.분명 전태윤이 아닐 것이다.하여 여운별은 겁 없이 길 한가운데 서서 차를 막았다.차량은 여운별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섰다.여운초는 차창을 눌러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여운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은 그녀의 차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여운초! 드디어 돌아왔구나! 차에서 내려, 당장 돈 줘. 네가 우리 부모님이 재산을 횡령하여 날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도 못하고 카드도 정지시켰는데 날 굶겨 죽일 작정이야? 잘 들어! 돈 안 주면 나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해! 난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차갑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할 거야!”전씨 가문의 모든 어르신이 여운초의 차갑고 음흉한 성격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전씨 가문 사람은 전부 화목한 분위를 이루고 있는 대가족으로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전씨 가문의 가족 앞에서 여운초의 무정한 면을 보여주려 했다!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고 차창을 올리고는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가자!”전이진은 다시 차를 움직였다.“여운초! 여운초! 배짱이 있으면 어서 덤벼! 정말 날 차로 치려고? 어디 한 번 덤벼봐!”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을 감히 부딪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길 한복판에 서서 허리에 두 손을 걸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속 앞으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보자 여운별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한편으로 뛰어가며 피했다.장주희와 이국주는 진작 의자를 치우고 길가에 서서 전이진의
이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이다.그들은 두 명의 하인에게 의자 두 개를 가져다주면서 앉으라고 인사하면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주희 언니, 국주 언니! 둘째 사모님께서 두 분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의자와 저녁 음식도 가져다드리라고 분부하셨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을 지키실 때 한 시간당 하루 월급으로 계산해 드린다고 하셨어요.”두 하인 장주희와 이국주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힘들지도 않은데. 고마워요.”두 사람은 산기슭의 꽃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매일 바쁘게 일한 덕으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운별과 같은 가녀린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거뜬했다.여운초가 이런 임무를 맡기자 그녀들은 너무 기뻤다. 이 일은 꽃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시급도 그녀들의 월급보다 훨씬 높았다.한 시간에 하루치 월급이라니! 맞은편의 여운별이 될수록 열흘이나 보름 정도 버티고 있으면 올해 집으로 돌아가 설을 쇨 때 아마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게다가 여운초는 그녀들의 식사도 책임지고 보내주었다!여운별은 몇 번이나 토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지금은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내려가 관성의 밤은 조금 으스스했다.이국주 일행은 여운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뻔뻔스럽게 여운초에게 돈을 요구하러 오다니, 돈을 요구하려면 적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장주희와 이국주에게 의자와 저녁 음식을 가져다준 두 하인은 여운별을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장주희에게 물었다.“저분은 아직 떠날 생각 없나 봐요?”장주희는 도시락 뚜껑을 열더니 매우 풍성한 음식을 보며 한탄했다. 그녀들은 평소에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단은 늘 평범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서원 리조트에서 식비를 주긴 하지만 그들은 늘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리조트의 동료들처럼 풍성하게 먹지는 않았다.“아니요. 정말 고집이 세요. 꼭 우리 둘째 사모님한테서
비록 여운별은 지금 여천우가 준 생활비로 생활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신분을 회복해서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설마, 여운별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정말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건가?여운별은 여미란과 여미정 가족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직장까지 잃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여미란이 여운별에게 계략을 제안해준 바람에 온 가족은 다시 수입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못 하게 될 줄 더욱 몰랐을 것이다.여미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여동생의 온 가족은 그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여미란이 울며 빌딩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모두의 욕설이 멈췄다.여미란 자매의 두 가족은 오랜 상의 끝에 관성에 계속 머무르면 여전히 여운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관성을 떠나 외딴 작은 도시로 가서 살기로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고, 외딴 작은 곳으로 이사해야만 전씨 가문의 세력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일자리를 다시 찾고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하여 그들은 여운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 부랴부랴 물건을 정리하고 셋집을 내놓고 그날 밤 관성을 떠났다.여운별은 또 한 번 이용당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전씨 가문의 두 하인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욕하기만 하면 두 중년 아줌마는 달려들어 그녀를 잡고 입에 양말을 쑤셔 넣었고 여운별은 미친 듯이 토했다.그녀는 이길 수도 없고 빨리 달릴 수도 없었으며 싸움에서 이기지도 못했다.두 아줌마의 전투력이 너무 강했다.여운별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두 아줌마의 앞에서는 여전히 열세에 처했다.“돈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야!”여운별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두운 밤이 되도록 그녀는 여전히 이기지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여운별은 그녀만의 끈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