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께서 너무 직설적이라 신유리는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와 서준혁은 이미 과거에요.”어르신은 한숨을 쉬더니 눈에는 서운함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다만 밥을 먹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아 몇 입 드시지 않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신유리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그녀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환절기에는 날씨가 불안정해서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한창 택시를 타고 먼저 할아버지를 모셔다드린 후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류 사부님더러 연락하라고 했다. 류 사부님이 돌아왔을 때 그는 신유리를 보더니 어르신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 도련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어르신께서 밖에 계시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비가 오니 어르신을 모시러 오겠다고 합니다.”어르신은 짧게 대답했다.“오라고 해. 어차피 조만간 나한테 볼 일이 있을 테니”그는 말을 마치더니 이내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침 밖에 비가 오니 유리도 데려다주라고 하렴.”신유리는 듣자마자 거절했다.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할아버지는 애원의 눈빛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리야, 조금만 더 나랑 함께 있어 줄 수 없겠니? 만약 준혁이때문이라면 나랑 뒷줄에 앉자. 팔순 노인이 아직도 이런저런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니, 난 네가 제일 편하다.”어르신의 많은 말들이 신유리는 듣기에 불편했다. 마치 어르신이 불쌍한 척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르신의 기대에 찬 눈빛을 바라보면 그녀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서준혁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그는 요즘 화인 그룹의 난장판을 처리하느라 바빴는지 피곤함이 역력했다. 살도 좀 빠진 것 같았고 워낙 훤칠한 이목구비는 더욱 뚜렷해졌다. 평소의 냉랭함보다는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그의 눈빛은 신유리의 몸에 잠시 머물렀고 새까만 눈동자는 조금의
서창범의 목소리에는 말할 수 없는 위엄이 어려 있었고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준혁의 덤덤하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새까만 눈동자는 서창범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만 그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뒤에서 더욱 심각한 호통이 들려왔다. “너도 내가 한 말을 들은 적도 없으면서 지금 준혁이보고 말을 들으라고 하다니,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지?”어르신은 류 사부님의 부추김을 받으며 천천히 들어섰다. 그는 비록 팔순이 다 되어가지만 몸의 기세는 오히려 그 당시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그는 서창범을 노려보며 말했다. “준혁이가 너한테 한 약속말고 네가 당시에 나한테 했던 약속부터 떠올려보거라, 그런 말 하기에 부끄럽지도 않으냐? ”서창범은 서준혁이 어르신을 모시고 올 줄은 몰랐다. 굳었던 표정을 천천히 거두어들이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어떻게 오셨어요?”“내가 오지 않았다면 너한테 아직 나 같은 애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겠느냐?”어르신은 콧방귀를 뀌며 태도가 좋지 않았다. “우리 서씨 가문은 아직 준혁이를 혼인시켜야 할 정도로 망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서창범은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 아직 주현을 만나본 적도 없어서 그래요. 저랑 정숙이도 그녀가 결혼하기에 적합한 아가씨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그 애를 봤더라면 분명 좋아했을 것입니다."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랑 정숙이 생각에 결혼할 가치가 있다고?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혼은 너랑 하면 되겠네.”어르신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그만 가자.”서창범의 얼굴색도 말이 아니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 서재로 오거라. 할 말이 있다.”어르신께서 또 입을 열려고 하자 그는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회사 일이다.”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서재로 향했다. 어르신은 서준혁을 보며 고개를 슬며시 흔들었다. 서준혁이 서재에 들어가자 서
송지음의 눈에 비친 억울함이 모두 애원으로 변해버린 지금, 그녀가 가장 듣기 싫은 것은 바로 신유리의 이름이었다. 만약 신유리만 아니었다면 서준혁은 그녀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지음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그날 저녁 자신과 경희영의 일이 발각되어 급히 회사에 도착했을 때 신유리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전에 병원에서도 신유리는 그녀와 경희영의 일에 대해 언급했었다. 송지음은 갑자기 무언가를 잡은 듯 눈빛이 싸늘해졌다. 틀림없이 신유리가 서준혁한테 고자질한 것이다!송지음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추측을 거의 긍정했다. 신유리가 그녀와 서준혁 사이의 관계를 질투한 것 외에는 굳이 서준혁한테 고자질할 이유를 더 찾을 수 없었다. 아니면 신유리가 서준혁의 사무실에 나타났을 이유가 없다.“틀림없이 그녀였다. 신유리 그 천한 년!’송지음의 가슴에서 갑자기 강렬한 원한과 증오가 터져 나와 그녀는 괴롭게 했다. 신유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분명히 서준혁은 그녀의 남자였는데 오히려 신유리가 중간에서 방해하려고 들었다.송지음은 그대로 선 채 움직이지 않았고 몸만 가늘게 떨었다. 갑작스러운 핸드폰 벨 소리에 그녀의 생각이 끊겼다. 송지음은 발신자 표시에 엄마라는 두 글자를 보더니 무뚝뚝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 어머니의 잔소리가 흘러나왔다. “준혁이랑 어떻게 됐어? 잘 사과했어? 준혁이 같은 재벌 사위를 놓치면 너 나중에 후회할 거다.”“네 셋째 이모가 주말에 이모부랑 동생 데리고 함께 오려고 하니까 준혁이 꼭 데리고 와. 알겠지?”송지음은 한숨을 깊데 들이쉬었다. “저 지금 일하는 중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더니 핏기가 별로 없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신유리, 나한테 빚진 건 배로 갚아야 할 거야!’…“레드 스튜디오에서 오늘 밤 만나기로 했어요?”별장 안,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들이 약속했던 시간은 수요일이었는데 왜 갑자
송지음은 신유리의 한쪽 팔을 부축해주며 귀에 대고 아까와는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곤거렸다.“유리언니,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 예요?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올라가서 좀 쉬세요.”신유리는 송지음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풀려 어쩌지도 못했다. 그녀는 크게 호흡을 내쉬며 들끓는 화를 조절했다.“송지음, 지금이 후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송지음은 말을 하는 신유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의 악독함을 더는 숨기지 않으며 대답했다.“아직까진 저 협박할 힘도 있나본데... 그럴 바엔 조금 잇다 어떻게 하실 건지나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여정원은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차림으로 이미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저번에 성서에서 마주친 이후로 여정원을 본 적이 없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이유로 인해 만흥 그룹사장님으로부터 좌천당했다고 한다.여정원은 멀리서 머쓱하다는 듯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걸어오며 인사를 건넸다.“유리씨, 오랜만입니다.”신유리는 송지음에게 부축을 당하며 몸을 겨우 일으켰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시뻘건 얼굴을 하고 있었다.몸에 이미 퍼진 약의 효능이 너무도 불편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송지음과 여정원 사이에 고정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 술잔에 무슨 짓을 한 거죠?”송지음은 일부로 깜짝 놀란 척 연기하며 대답했다.“어머, 사람 함부로 의심 하지 마요. 유리씨 저희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증거도 없으면서 막 말해도 되는 거예요?”신유리는 송지음의 가식적인 모습에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마저 들었다.“경희영씨보고 내 술잔에 약을 타라고 했겠죠?”그녀는 자신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술을 부으러 온 경희영의 모습이 생각나 확신에 차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송지음은 피식 비웃더니 신유리를 쳐다보며 대답했다.“제가 그런 게 맞다면 또 어쩔 건데요? 설마 오늘 밤도 도망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송지음은 말을 마치고 여정원을 쓱 쳐다보고는 그에게 물었다.“준비해야 할 물
신유리는 그의 품에 안겨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이미 말라 터진 입술을 하고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였지만 낼 수 있는 소리는 작디작은 신음소리 뿐이었다.서준혁은 품에 안긴 여자의 체온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순간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다.뒤에 따라 오는 이석민은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급히 안내하고 잇던 두 명의 사업파트너에게 사과를 건네고는 둘을 데리고 전에 예약했던 방으로 다시 안내했다.신유리가 그에게 안겨 방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얼굴은 심할 정도로 빨개져있었으며 몸은 뜨겁다 못해 불구덩이 같았다.오는 길 내내 서준혁에게 안겨 그에게서 나는 익숙하고도 은은한 향수냄새를 맡자 신유리는 금세 진정이 조금 되는 듯 한 눈치였다.그래서 그녀는 오는 길에 계속 서준혁의 가슴팍에 머리를 틀어박고 약간 변태처럼 그의 냄새를 맡아대고 있었다.서준혁은 바로 그런 그녀를 침대위로 던져버렸고 신유리는 반응이 더뎌져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냄새를 맡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그의 옷은 신유리가 비벼대는 바람에 얼룩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서준혁은 이미 눈이 반쯤 풀려 자신의 손끝을 잡고 있는 신유리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신유리의 눈은 원래도 예뻤지만 지금 약 효과 때문인지 눈 끝이 빨개져 반짝반짝 빛이 나던 동공도 더욱 청초해보였다.그녀는 무릎을 반쯤 꿇고 침대에 앉아있었고 서준혁의 손가락을 잡고는 말라 터진 입술이 아파오는지 혀를 내밀어 입술을 쓱 핥았다.신유리는 이미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도달했지만 서준혁에게서 나는 냄새가 좋아 그 냄새만을 쫓아다니려고 애를 썼다.뜨거운 그녀의 손이 서준혁의 손가락을 잡아 끌어 자신의 쪽으로 힘없이 끌어당겼고 그가 아무 움직임도 없자 미간을 슬쩍 찌푸리고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너 일로와!”서준혁은 어떤 표정도 없이 있다가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신유리의 말대로 그녀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그 순간, 신유리가 서준혁의 몸을 덮치더니 그의 허리를
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가만히 서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그래도 지금껏 사회생활을 한 경력이 있고 눈치가 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었다.어젯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끼고서는 바로 임아중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핑계로 녹음기를 슬쩍 켜놓았던 신유리다.원래는 경희영의 증거들을 조금 모아두려고 했지만 예상외로 송지음과 여정원의 악행들을 두 눈으로 보았고 녹음까지 마친 상황이었다.신유리는 아까 정신을 차린 뒤, 얼마 남지 않는 핸드폰 배터리를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녹음을 저장했고 파일형식으로 남겨두었다.채 잠기지 않은 셔츠 사이로 서준혁의 목젖이 보였고 그는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제가 왜 증인이 서준혁의 표정은 그의 뒤에서 비추는 쨍한 햇빛에 의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아주 잘 들려왔다.“제가 왜 증인이 되어주어야 하는 겁니까?”신유리가 고소하려고 하는 사람은 송지음이니 서준혁이 당연히 동의할 리가 없었고 그녀는 이런 그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뭐 괜찮아.]그녀의 눈은 현재 어젯밤 몽롱하게 풀려있던 모습과는 달리 평소 새침하고 도도한 눈빛으로 돌아왔고 여전히 잠겨있지만 단호하게 다시 말을 했다.“전 그냥 지금 서대표님께 통보하는 거예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증거로 충분하니까.”신유리의 시선은 곧 핸드폰에 멈췄고 옅게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누가 송지음씨더러 그렇게 멍청하게 구라고 시켰나요? 아무 말이나 막 하고...”저리듯 아파오는 몸을 더는 가눌 수가 없었던 신유리는 조금 진정이 된 후 가까운 소파로 향했다.방안엔 온통 어젯밤 흔적들로 가득했고 분위기는 뭔가 오묘했다.신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비록 신경을 안 쓴다고는 말했지만 속으로 내심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지금 서준혁도 꼿꼿하게 그녀의 앞에 서있었고 신유리의 말에 어떤 말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방안은 조용했고 적막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군
신유리는 이신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방금요.”이신은 신유리 목에 둘러져있는 스카프를 보고는 동공이 흔들리는 듯 했고 생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신 때문에 조금 민망한 신유리는 그 자리에 굳어 무슨 일부터 손을 봐야 하는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아까 호텔에서 임아중과 마주했을 때도 이런 기분이 안 들은 신유리지만 이신의 눈을 바라보자니 긴장감이 맴돌았다. 마치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어린 아이처럼.이신의 시선은 신유리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시선을 애써 계속 피하고만 있었다.곡연은 둘의 모습에 신유리가 부끄러워 말을 못하는 줄 알고 화가 나 씩씩대며 아까 그녀가 했던 말들을 다시 막 뱉어냈고 마지막엔 이런 말도 덧붙였다.“오대표님도 참... 경희영씨 소문이 그렇게 안 좋은데 왜 그 사람을 데려왔을까요?”곡연의 말을 다 들은 허경천은 방금 전 곡연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고 첨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지다가 후에는 오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따지려고 하였다.신유리는 곡연과 허경천이 같이 나가는 것을 보고는 긴장했던 마음이 점차 진정되는 것 같았지만 고개를 들면 보이는 이신의 얼굴 때문에 또다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그녀가 마음을 굳게 먹고 말을 꺼내려고 준비할 때, 이신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어제... 많이 무서웠지?”“...”이신은 말을 하지 못하는 신유리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위로를 건네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그런 일은 여자인 너 혼자 감당하게 만들었네... 미안해, 빨리 나타나주지 못해서.”신유리는 이신의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올 줄 몰라 잠시 당황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안 무서웠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어찌 안 무서웠겠는가? 어제 복도에서 버티다 못해 주저앉았을 때의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신유리였다.그 순간, 이신이 큰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다정하게 위로했다.“이젠 괜
연우진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고 그녀의 대답에 모든 신경을 다 쏟아 붓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전에 진송백 또한 자신에게 부산에 친척이 있는지 물어보던 일이 생각이 났고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연우진에게 되물었다.“왜 물어보는거야?”하지만 연우진은 입을 꾹 닫아버렸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얼른 부인하더니 말을 꺼냈다.“아니야, 내가 잘못 생각했나보다. 미안.”요즘 일이 바쁜 탓인지 신연과 신유리가 아는 사이 일 것이라고 착각을 한 연우진은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했고 신유리는 평소와 무척이나 다른 그의 모습에 걱정 어린 표정을 하고 물었다.“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나 먼저 가볼게.”연우진은 입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무슨 말을 하려는 시도를 하였지만 결국 꾹 참아내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한참 뒤, 낮은 목소리로 결심이라도 내린 듯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그때 말이야... 왜 계속 서준혁씨랑 헤어지지 않았던 거야?”신유리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연우진이 당황스러웠고 그녀는 그를 유심히 보며 생각했다.[옛날에 대판 싸웠을 때도 이런 건 안 물어보더니...][그냥 아무 말 없이 날 도와주던 애가 왜 이러지?]지금 연우진의 모습과 저번에 말했던 지연이가 생각이 나 신유리는 더욱 더 생각이 많아졌고 그녀는 책상위에 놓인 얼마 마시지도 않은 커피를 보며 아무 감정도 없이 대답했다.“그러게 말이야. 그땐 내가 너무 멍청했어. 누가 와서 말려도 안 될 정도로.”예전의 신유리는 서준혁이 저지른 크고 작은 나쁘고 악한 만행들을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해줬고 한번, 또 한 번 자기 자신을 위로하며 서준혁은 단지 지금 재밌는 게임을 하면서 논다고 생각하려고 애썼다.하지만 결국 서준혁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은 신유리였다.연우진은 무거운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고 신유리는 그런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녀가 몸을 일으키기 전, 연우진이 대뜸 입을 열었다.“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