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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Author: 박혜은
last update Huling Na-update: 2024-02-29 21:57:20
신유리는 단념했는지 이번엔 얼굴에 원한을 품지 않았다.

이신은 그제야 시름 놓고 휴대전화를 건네받으며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물었다.

"지금은, 밥 먹을 기분 들어? "

신유리는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알아챘다. 신유리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이신은 먹고 싶지 않다고 배려했던 것이었다.

그는 이신의 공감 능력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감격스러워했다.

신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달했다.

"고마워."

이신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연우진이랑은 너무 가까이하지 마!"

신유리는 더 물어보려던 찰나에 아주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신!"

이신은 발길을 멈추고 소리 방향을 따라보니 임아중이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멀리서 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임아중은 남자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 앞에 걸어왔다.

그녀는 흥미진진하듯 신유리와 이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어머, 너희 둘도 밥 먹으러 왔어? "

이신은 머리를 끄덕였다.

임아중은 워낙 붙임성이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옆의 남자를 끌어 앞세우며 소개하기 시작했다.

"인사해, 우리 자기야."

지난번 임아중을 봤을 때는 분명히 서준혁이랑 맞선을 보는 사이였다.

임아중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신유리에게 물었다.

"며칠 전, 나 너랑 쇼핑하려고 메시지 엄청나게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해? "

신유리는 다소 놀라웠다.

그날 캐톡 친구 하자는 얘기가 그냥 예의로 말한 줄 알았다.

최근 기분이 안 좋아 임아중의 메시지를 놓쳤을 수도 있다.

신유리는 미안한 듯 임아중에게 사과했다.

"미안, 요즘 너무 바빠서 캐톡 챙겨보지 못했어, 놓친 거 같아."

임아중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요즘 세대에 캐톡을 안 보는 사람도 있어? "

"업무용 캐톡이랑 개인 캐톡은 따로 있어." 신유리가 설명했다.

다행히 임아중은 신경 안 쓰는 눈치다. 그녀는 데려온 남자의 팔짱에서 손을 떼고 서준혁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임아중은 그의 반응에 재밌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듯 몸을 더 붙이면서 신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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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a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최윤서
그러게 너무 계속 마주치는 장면은 좀 지루하네요 서준혁 그만 엮이는게 좋을듯 그리고 여주 자기 생각도 고집 못하고 너무 끌려다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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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말고 다   제122화

    어색한 분위기는 얼마 유지되지 못하고 우서진 친구의 인사로 다시 완화되었다.신유리는 가지도 못하고 남아있지도 못해 망설이다가 소파에 계속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두 도련님도 신유리의 기분을 알아채고 다른 자리로 피했다.룸의 분위기는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임아중이 술잔을 들고 다가올 때 신유리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신유리의 곁에 앉았다."유리야, 저쪽에서 포카 놀던데, 왜 같이 놀지 그랬어? 그리고 이신은 왜 아직도 안 와?"룸 안의 등불은 어두컴컴하여 신유리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너희들 재밌게 놀아."신유리는 저녁밥도 먹지 않고 오후 내내 화를 참은 관계로 결국 속이 안 좋기 시작했다.임아중도 신유리가 기운이 없어 보여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술잔을 다시 들어 다른 자리로 갔다.신유리의 시력은 워낙 안 좋아 이 시각 우서진과 서준혁이 어느 자리에 앉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하여 마음은 다소 편해졌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 있는지라 얼마간 불편함은 있었다.신유리는 한참 앉아 있다가 가방을 들고 화장실 가려 하였다.그녀는 천천히 문 입구에 걸어가서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마침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바로 이신이 휴대전화를 들고 문 입구에 나타났다.그는 신유리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왜?"신유리가 인사하려 하려던 참에 이신을 잘 아는 친구들이 가로채고 그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이신, 왔어? 아중이 글쎄 네가 온다고 해서 안 믿었는데, 결국 왔구나."신유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옆으로 자리를 비켜줬다."나 화장실 갈 거니까 어서 들어와."이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사실 그는 조금 전 바로 올라오려고 했는데, 고객이 전화를 갑자기 하는 바람에 아래층에서 좀 더 머물러 있었다.신유리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무표정으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메이크업은 여전히 깔끔하나 눈에는 피로감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신에게

    Huling Na-update : 2024-02-29
  • 나 말고 다   제123화

    예술품 금융화는 갓 떠오르는 시장 열풍으로 지원받을 기회는 많다.신유리는 서준혁을 올려다보면서, 내심 그의 비즈니스에 대한 탁월한 민감도에 감탄했다.부도에 헤매는 화인 그룹을 되살려낸 능력만 봐도 알 수 있다.서준혁은 테이블을 가볍게 치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미래 쪽은 누가 갈 거야? "미래는 역사가 유구하고 명성이 높은 문화재 예술관이다.이때 신유리는 손에 쥐던 필을 놓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해보겠습니다."신유리는 비서실 직원으로 주로 회의실에서 회의록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서준혁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단칼에 거절했다."신 비서가 체험하라고 가져온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그의 거절은 아주 확실하고 깔끔하여 신유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입술만 깨물었다. 미래로 갈 사람은 회의가 끝나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양예슬은 신유리에게 물었다."유리 언니, 언니는 왜 주동적으로 그 일 맡으려고 해요? "신유리는 고개만 저으면서 아무 대답도 주지 않고 탕비실에 들어가 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안 되어 이신이 전화를 받자, 신유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지금 예술품 금융화 방면의 일을 접촉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이신은 잠깐 멈칫했다가 말했다."예술품의 부가가치는 확실히 이후에 경제 핫 이슈로 될 수도 있지, 게다가 더 많은 전시 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선택이야"그는 말을 끝내고는 신유리에게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 얘길 하는데?""회사에 프로젝트 하나가 생겼는데 미래와 손잡을 수도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신유리는 조신하게 말했다."나 이 프로젝트 해보고 싶어."이신과의 통화를 끝내고 신유리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갔다.뜻밖에도 송지음이 사무실로 내려와 얌전한 척 신유리 앞에 나타났다."유리 언니, 나 언니한테 배우러 왔어요."어떻게든 신유리의 직위를 가로채려고 애를 쓰는 듯하였다.신유리는 그녀와 엮이기에 싫어 핑계를 댔다. "나 지금 일 있으니까 시간 없

    Huling Na-update : 2024-02-29
  • 나 말고 다   제124화

    휴대전화의 불이 천천히 꺼지자, 신유리는 뒤통수가 오싹해 났다.왜냐하면 건강검진을 예약한 적 없었던 것이다."유리 언니, 나 물어볼 게 있어요."잠잠했던 심정은 더 이상 통제가 안 되고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메시지를 받은 신유리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비참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때마침 송지음이 문서를 들고 신유리한테 다가왔다.짙은 화장을 해도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하지만 송지음은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서류를 신유리에게 내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유리 언니, 여기 규격이 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순서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신유리는 그녀가 내민 서류를 보다가 차가운 말투로 나무랐다."넌 손이 없어? 인터넷을 찾을 줄 몰라? "뜻밖의 차가운 태도에 송지음은 어리둥절해졌다.예전 같았으면 이럴 땐 신유리는 항상 대신 해주겠다고 챙겨줬었다.송지음은 분위기를 짐작하고 잠시 멍해 있다가 바로 당황한 듯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난 그냥 이 부분을 잘 몰라서 물어봤을 뿐이에요."말하면서도 송지음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나약한 어깨는 후들거렸다.예전의 자신이 송지음의 어떤 부탁에도 오냐오냐해줬던 것이 문득 후회가 났다.어떤 요구든 다 들어주니 송지음은 신유리가 만만해 보였을 수도 있었다.신유리는 송지음의 서류를 대충 열어본 후 바로 본론을 말했다."규격이 명확하지 않으면 미래의 홈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보면 되잖아! 거기에 문물 차트가 기재되어 있을 건데 안 보여? 인턴때 선배들이 안 가르쳐줬어?"신유리의 말투는 아주 거칠고 딱딱했다.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송지음의 기색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눈시울도 바로 붉어졌다.송지음은 이내 불쌍한 척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사무실 사람들의 주의력은 진작에 둘을 향하고 있고 모두 조용하게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신유리는 기분을 추스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서류 남기고 가,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기 전엔 찾아오지 마."송지음의 눈시울은

    Huling Na-update : 2024-02-29
  • 나 말고 다   제125화

    서준혁과 진규성은 서로 충분히 교류하면서 담판은 아주 원활하게 진행되었다.여태껏 신유리는 조용하게 앉아 있기만 했다.진규성은 갑자기 그녀의 손에 든 서류를 보고는 물었다."신 비서님도 저희 미래를 잘 알고 있어요?"신유리가 들고 있는 문서는 바로 미래의 예술품 도감이다.일면의 첫 페이지에 몇 년 전 대중화 주제로 출시된 제품들이 기재되었다.진규성은 갑자기 흥미를 느끼면서 말했다."당시 그 컨셉들은 열풍을 일으키지 못했고 심지어 문화재도 아니었어요. 단지 그때 지사에 있는 작업실에서 영감을 타 잠깐 만들어낸 제품들인데 신 비서님은 어떻게 아셨나요?"갑자기 질문을 던지자, 신유리는 그 페이지를 펼쳐 테이블에 놓고는 말했다."제가 미래에 대해 좀 알아봤었거든요, 특히 사람과 자연을 주제로 된 목조품들이 너무 생동감이 넘친다고 느꼈죠, 특히 이 세트가 가장 맘에 들었어요.""아쉽게도 제가 관심을 가졌을 땐 전시가 별로 없어서 한 세트를 사기엔 힘들더라고요."신유리는 점점 진지해지면서 설명했다."안 그래도 오늘, 이 도감이라도 챙겨서 진 관장님을 만날 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지금이라도 구매가 가능한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말은 그렇지만 사실 그녀는 최초로 이신으로부터 알게 되었다.그땐 시한 지사의 전시장 배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는데 허경천이 미래의 컨셉을 소개할 때 마침 옆에서 듣게 되었다.듣다가 흥취를 갖게 되어 성남으로 돌아가자마자 인터넷에서 도감 세트를 한꺼번에 구입하였다.먼 훗날 화인과 미래가 손잡을 줄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신유리의 진정성 있고 생동감이 넘친 얘기에 진규성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흥이 나 그녀와의 담소에 푹 빠졌다.다행히 사전에 도감을 자세히 본 덕분에 그의 물음에 신유리는 유창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들키지 않았다.정확한 그녀의 대답에 진규성은 만족스러운 듯 한탄하면서 미소를 지었다.짧게 얘기를 나누다가 신유리는 다시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다만 신유리를 바라보는 서준혁의 눈빛은 오히려 음침해졌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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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말고 다   제126화

    신유리의 시선에 송지음의 얼굴은 삽시에 창백해졌다.화인 그룹에서 송지음에 관한 소문은 적지 않아 이렇게 감히 대면으로 말하는 사람은 더군다나 없었다.쥴리와 신유리가 대놓고 얘기를 꺼내니 송지음의 표정은 말은 아녔다.송지음의 당황한 표정을 보면서 신유리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엘리베이터가 마침 1층에 도착하자, 신유리는 망설임도 없이 나갔다.뜻밖에도 회사 입구를 나오자마자 서준혁을 만났다는 것이다.미래에 갔다가 와서 그런지 표정은 굳어져 있고 차가운 기운이 그를 맴돌았다.신유리와 눈을 마주친 캄캄한 그의 눈동자는 잠시 멈칫했는데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그를 언짢게 한 장본인이 아닌지라 신유리는 빠르게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이때 '타박타박' 구둣발 소리와 함께 애처로운 송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준혁 오빠."회사 밖이라, 송지음은 빠른 걸음으로 총총 달려오더니 일부러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준혁의 품에 부딪혔다.마침 하이힐을 신은 신유리는 지나가는 송지음에게 부딪혀 중심을 잃고 한 발짝 뒤로 넘어졌다.서준혁의 품에 안긴 송지음은 작은 얼굴을 치켜올리며 코끝이 붉어지더니 그윽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딱 봐도 억울함을 당한 표정이다.신유리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는 서준혁은 송지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왜? "송지음의 발 연기가 꼴 보기 싫어 신유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신유리를 견제하던 송지음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복잡해졌다.송지음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빠, 대표 사무실에 있기 싫어. 유리 언니 말이 맞아, 나 그럴 자격이 없어."말하고 나선 눈물을 글썽하며 불쌍한 척 서준혁의 옷깃을 잡으며 놓지 않았다.송지음이 잡아당긴 옷깃을 보며 서준혁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신유리가 말했어? "송지음이 대답하기에 도전에 서준혁은 코웃음을 지었다."무슨 자격으로 남을 자격 있다 없다 하는 거지? "송지음은 옆에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정서를 담고 있었다.신유리는 바로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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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말고 다   제127화

    "유리야!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좀 많지만, 사리를 분별하는 데는 문제는 없었다.신유리는 이미 서준혁과 관계를 끊었다고 얘기를 드렸었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래도 걱정스러워 서준혁과 재차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서준혁이 좋은 사람인 건 잘 알고 있으나 외손녀를 기분 나쁘게 하니 배척할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 목소리를 갑자기 높이는 바람에 외할아버지는 기침이 나 신유리는 다급히 일어서 등을 다독여주었다.외할아버지는 숨이 점점 골라져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가자, 난 이곳에서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구나. "신유리는 대답하면서 외할아버지를 부추겨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하지만 사모님이 얼마 전 주문한 삼계탕을 직접 올리면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선생님, 유리야! 오랜만에 온 거네? 아까부터 와서 인사드리려고 했어. "식당 사모님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랑 관계가 아주 친한 사이였다. 사모님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우리 유리 많이도 컸네? 마지막으로 본 건 아직 초등학생이었지? 시간이 참 빠르네, 내가 그때 유리를 처음 봤을 때 어찌나 작고 불쌍하던지, 이 아줌마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고기 탕을 가리키며 말했다."사모님, 이것 다 포장해 줄래요? 가져갈게요. ""그래그래, 포장해 주마. "사모님은 재빨리 포장 박스를 챙겨오고는 음식을 담으면서 외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었다.신유리는 옆에서 침묵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모님이 질문을 던졌다."내가 글쎄 지난달에 신기철을 봤어, 둘째까지 낳았던데? 한 가족이 모두 시내로 이사 갔나 봐."신기철은 바로 신유리의 아버지다.아버지의 이름을 거론할 때마다 신유리와 외할아버지는 안색이 어두워진다.사모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포장 주머니를 건네고는 주방으로 다시 돌아갔다.신유리는 포장 음식을 들면서 외할아버지를 부추기며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섰다.마침 송지음이 있는 테이블이 중간 위치에 있어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지나야 했다.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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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말고 다   제128화

    산만한 남자의 소리가 들리자, 신유리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아 숨을 고르지 못했다.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이 서준혁을 바라보며, 서랍을 쥐던 손가락도 힘을 너무 들인 바람에 손가락이 하얘졌다.신유리는 이명이 들려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어떻게 그런 지독한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녀는 도무지 모른다.아무리 그녀가 싫고 짜증 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는 거지?구역질이 나는 느낌이 엄습하자 신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하여 그녀는 허리를 약간 굽혀 괴로운 느낌을 좀 덜어주려고 했다.서준혁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는 검은색 정장에 셔츠 단추를 맨 위로 꼼꼼하게 챙겨입었고 검은 눈동자는 물끄러미 신유리를 쳐다보고 있었다.눈 밑이 침침하여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없었다.갑작스러운 전화에 서준혁이 불려 갔을 때도 신유리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이 결국 하염없이 떨어졌다.다음 날 아침, 신유리는 회사에 가지 않고 성남병원으로 갔다.예약한 건강검진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서준혁의 세심함에 신유리는 또 한 번 감탄했다.산부인과에 불려 갔을 때도 그녀는 굳어진 표정으로 들어갔다.신유리가 들어가자 산부인과 의사는 무뚝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옷 갈아입고 누우세요. "신유리는 검사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절망한 듯한 표정으로 검사실에 들어갔다.예전에도 정기적인 신체검사를 받았었지만, 그 차가운 기계들을 볼 때마다 오싹해났다.의사 선생의 거친 동작과 기계적인 태도에 검사를 마치고 나갔을 때 신유리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보고서를 얻으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신유리는 회사에 가지 않고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근처 작은 공원에 가서 산책이나 하려던 참에 서준혁의 전화를 받았다."어제 미래와 얘기하면서 어땠어?"신유리는 잠시 뜸을 뜨고는 대답했다."글쎄, 미래는 많은 선택지가 있어서 무조건

    Huling Na-update : 2024-02-29
  • 나 말고 다   제129화

    "송지음, 말은 장소를 가리고 뱉어야 해. 그것도 몰라?"신유리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화인의 사람들은 대부분 입사할 때 동종업계 취직 금지 계약을 치른다. 하지만 송지음은 감히 그녀가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되었다고 사람들 앞에서 나불댔다.바보가 아니라면, 일부러 그런 거겠지!엄숙한 신유리의 말투에 놀란 송지음은 입술을 오므리고 쩔쩔맸다."유리 언니, 제가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고, 단지…. "그녀는 뒷말을 못 있고 차라리 고개를 떨궈 묵묵히 신유리 옆에 서니 욕먹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옆에서 보다 못한 양예슬은 입을 열었다."송 비서, 원래 송 비서가 말을 잘못한 거잖아요, 왜 오히려 피해자인 척을 해요?"신유리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별일 없으면 일하러 가."송지음이 한바탕 끼어든 바람에 신유리의 마음은 괜히 초조해졌다.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려가던지, 아니면 더 적합한 후자를 고르던지 해야 했다.신유리는 머리가 살살 아파 났다.탁자 위에 놓인 미래 자료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신유리는 진규성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진규성은 저녁에 약속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 다시 답장하겠다고 발뺌했다.뻔한 핑계였지만 신유리는 어쩔 수 없이 저녁에 답장을 기다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신유리의 가슴이 또 철렁해져 인수인계할 자료를 다시 정리하려고 하는데, 곽정희가 다가왔다.그녀는 신유리의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시간을 좀 내줘, 나랑 인사팀에 가자. "신유리는 이직 기간 많은 절차가 있을 거라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곽정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아이고, 너 가고 나면 어떡해, 새로 온 인턴도 몇 명 안 돼."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곽정희가 먼저 말문을 시작했다.지난번 인사 면접에서 새로 온 인턴의 능력이 확실히 좋지 않아 신유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곧 졸업 시즌이 다가올 건데 뭘, 인턴은 걱정 안해도 돼. ""훌륭한 건 다 일찌감치 빼앗겼으니 어떻게 걱정이 안 돼."곽정희는 말하면서도 신유리를

    Huling Na-update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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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말고 다   제637화

    태송백은 신연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태지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신연을 밀어내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태송백은 태지연을 보더니 급하게 행동을 멈췄다.그러나 이미 큰 힘을 실은 탓에 갑자기 멈추려 해도 늦었다. 그는 급히 방향을 틀었지만 결국 태지연의 어깨에 맞았다.뼈가 부딪히는 고통에 태지연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었다. 팔을 타고 내려오는 통증에 그녀는 눈앞이 어지러워지더니 옆으로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혔다. 곧이어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바닥에는 유리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신연이 반응했을 때 태지연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쥐 죽은 듯 고요한 방 안에는 태지연의 신음소리만 울려 퍼졌다.“아파...”신연의 눈에는 깊고 검은 파도가 일었다. 그는 태지연의 곁에 무릎을 꿇은 채 다급하게 소리쳤다.“성한빈, 당장 구급차 불러! 지금 당장!”그는 태지연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다칠까 봐 두려웠다.신연은 이내 고개를 들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태송백을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것 같은 기세였다.태송백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다가왔다.“태지연... 지연아...”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아까의 광기 어린 얼굴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공포에 질려 있었다.태지연은 그를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태송백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오빠... 내 말부터 들어줄래?”태송백은 숨을 죽이며 말했다.“그래, 네 말 들을게. 오빠가 나빴어. 오빠가 미안해... 지연아, 나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알아.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오빠는 항상 나를 제일 아껴줬잖아.”태지연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린 채 서서히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져 갔지만 그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낮게 말했다.“오빠, 난 신연 편을 들고 싶은 게 아니었어. 그저 엄마 아빠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야. 우리 가족이 다시

  • 나 말고 다   제636화

    태송백은 한층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연을 노려봤다. 한참 후에야 이를 악문 채 말을 내뱉었다.“뒤에서 숨고만 있다가 부하들만 짖게 놔두더니 이제야 직접 나선 거냐? 나한테 기회를 준다고? 신연, 너 진짜 죽을 때까지 정신 못 차리는구나?”태송백은 태지연을 흘겨보며 비웃음을 흘렸다.“너 내 동생을 완전히 속였잖아. 지금도 태지연이 여기까지 와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있고.”태송백의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게 태지연의 가슴에 박혔다. 그녀는 주먹을 움켜쥐며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오빠, 제발 진정 좀 해요.”“태지연, 넌 입 다물어. 계속해서 그 새끼 편을 들면 넌 더 이상 내 여동생도 태씨 가문의 딸도 아니야!”태송백은 격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우리 태씨 가문이 이 꼴이 된 건 전부 그 새끼 때문이야! 아버지께서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 데다 나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숨어 다녀야 하지. 내가 밖에서 무슨 꼴을 당하는지 알기나 해? 모든 게 다 저 새끼 때문이라고.”“엄마는 창녀에 아빠는 손님이고. 참, 너도 신유리 알지? 걘 얼마나 똑똑한지 저 새끼랑 상종도 안 해. 너 혼자 보물인 양 여기고 있는 거야.”태송백은 쌓여 있던 울분을 쏟아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이미 단순히 말로 풀 수 있는 정도가 아닌 자존심 문제였다.그는 반드시 신연에게 자신이 당한 굴욕을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결심했다.태송백은 한 마디 한 마디에 독설을 내뱉었다.“태지연, 넌 더럽지 않냐?”그녀는 마치 얼어붙은 듯 제자리 굳어버린 채 태송백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저었다.“오빠, 그만해요... 제발 그만 말하세요.”그녀는 차마 신연을 돌아볼 용기도 없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목이 바싹 말라오더니 눈앞이 흐려졌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신연 앞을 막아서며 무시해 버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마치 나무 말뚝에 묶인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태송백의 독설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악의 어린 말들이 허공에 울려 퍼지

  • 나 말고 다   제635화

    성한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도련님께서 문이 열릴 때마다... 전에 우리 쪽 사람들이 다친 적도 있었습니다.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신연은 바닥에 부서진 유리 조각들을 흘겨보더니 무표정으로 말했다.“아직도 부술 게 남아있어?”성한빈은 순간 안색이 굳어졌다.태지연은 그들의 대화를 신경 쓰지도 못한 채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잠시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 오빠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신연은 눈을 내리깔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약속하듯 말했다.“아무것도 안 할게. 믿어줘, 응?”“아직 불안정할 텐데. 너희 둘만 남겨둘 수 없어.”“걱정 마.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그래도 내 오빠잖아. 어렸을 때부터 나를 가장 아껴주던 사람이야.”태지연은 신연을 바라보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물건을 너한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나야말로 누구보다도 이 일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어.”“우리도 빨리 예전으로 돌아가자. 아무리 예전처럼 되지 못하더라도 이 일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태지연의 목소리는 다소 지친 듯했다.“연아, 나 정말 너무 힘들어.”신연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참 지나서야 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한번 얘기해 봐.”태지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신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근데 나가진 않을 거야. 보다시피 최근 태송백 상태가 불안정해. 단둘이 두는 건 불안해서 안 되겠어. 여기서 기다릴게.”현관에서는 안쪽 상황을 볼 수 없었다.그녀는 신연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걸 알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닥의 유리 조각들을 피하며 안으로 들어갔다.안쪽은 더 엉망이었다. 바닥에는 온갖 유리 파편들과 장식품들이 흩어져 있었다.태송백은 원래 성격이 좋지 않은 편인데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녀는 바닥의 유리 조각들을 피해 가며 간신히 거실까지 다가갔다. 순간 태송백의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나가라고

  • 나 말고 다   제634화

    다음 날 아침, 신연은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해 두었다.테이블 위에는 더 이상 초콜릿케이크가 보이지 않았고 신연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그는 우유 한 잔을 따라 식탁 위에 놓더니 입을 열었다.“얼른 씻고 아침 먹어. 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점심에 못 올 거야. 점심은 호텔에서 보내줄 거야.”태지연은 순간 마음이 움찔하며 신연에게 물었다.“회사? 아니면 어디?”신연은 동작을 멈추더니 속눈썹을 내리깐 채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응, 회사.”“연아.”태지연은 의자 등받이를 꽉 잡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어젯밤 한 말은 전부 진심이야. 만약 네가 오빠를 건드리면 절대 용서 못 해.”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았고 손가락이 하얘질 정도로 의자 등받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신연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태지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만약 네가 오빠를 건드리면 나중에 내가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조금 이기적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 어젯밤에 들은 말로만 신연이 정확히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태도를 봐서는 만약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태송백을 순순히 놓아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태지연은 손에 힘을 풀더니 힘겹게 신연 곁으로 다가갔다.“연아, 원하는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대신 찾아줄게.”순간 신연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목젖을 울렁이며 태지연을 내려다보았다.“내가 물건을 찾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태지연은 잠시 멈췄다가 대답했다.“오빠가 말했어. 자기 손에 너한테 아주 중요한 게 있다고. 연아... 내가 찾아줄게. 내 오빠잖아, 내가 말해볼게.”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고 목소리도 다소 잠겨 있었다.순간 머릿속이 약간 혼란스러워졌다.신연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이 급해진 그녀는

  • 나 말고 다   제633화

    태지연은 말을 마치고 신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신연은 눈을 내리깐 채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일으켜 세웠다.“네가 좋아하는 케이크 사 왔어. 얼른 먹어봐.”태지연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신연을 쳐다보며 손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되레 단단히 잡혔다.신연은 식탁 앞으로 가서 조심스레 케이크 상자를 열고는 라즈베리 초콜릿케이크를 꺼냈다.태지연이 가장 좋아하는 가게의 케이크였다. 평소에도 그녀는 신연한테 퇴근길에 케이크를 사 오라고 조르기도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가장 즐겨 먹던 케이크를 보면서도 전혀 입맛이 돌지 않았다.그녀는 태송백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오빠가...”그러나 신연이 바로 말을 끊어버렸다. “케이크 가게 주인이 또 둘째를 낳았대. 너도 기억하더라. 시간 되면 한번 들르라고 하길래 내가 대신 대답했어.”“신연...”“맛 좀 봐.”신연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건네며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태지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지금 먹고 싶지 않아. 연아, 다시는 나한테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솔직하게 대답해 줘. 네가 오빠를 데려갔어?”태지연의 말이 끝나자 거실에는 침묵만이 흘렀다.신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이것뿐이야?”태지연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뱉어냈다. “대답해.”신연은 말했다. “일단 케이크부터 먹어봐.”태지연은 움직이지 않고 애써 차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녀는 이 상황에 점점 지쳐갔다.순간 가족과 신연 사이에서 고민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연과 가족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길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이제야 그토록 바라던 작은 소망이 애초에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을 깨달았다.신연과 태씨 가문은 이미 끊어진 실처럼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사이였다.모두가 이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직 그녀만이 되돌릴 수 있다는

  • 나 말고 다   제632화

    태은정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그녀를 지치게 했다.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연아, 신연이 송백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고 있어?”태지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언니, 왜 항상 무슨 일만 생기면 내가 무조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마치 사람들이 모든 걸 나에게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태지연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사실 진실을 모르는 사람은 유일하게 그녀뿐이었는데 말이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태은정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태지연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반응하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피곤한 듯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말했다.“그래.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미안해. 지연아, 내가 너무 급했나 봐.”태은정은 미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썹을 만지작거렸는데 이는 태은정이 곤란할 때 나오는 작은 습관이었다.태지연은 고개를 저었다.“방금 신연이 오빠를 데려갔다고? 그게 무슨 뜻이야?”태은정은 지금도 상황이 엉망진창이라고 느꼈다. 태송백은 이미 이틀째 연락 두절인 상태였고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닿지 않았다.전혜린과 태성민은 신연의 짓이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태지연과도 연락이 닿지 않다 보니 한편으로는 부모님을 달래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태송백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야 했다.게다가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다. 그녀는 외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도 이렇게 바쁜 적이 없었다.태은정은 한숨을 내쉬며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럼 신연이 요즘 뭐 하고 있는지는 알아?”태지연은 대답했다.“대부분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리고 나머지 시간엔 회사에 있을 거야.”그녀는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근데 나도 확신할 수 없어. 보통 자세한 건 나한테 말하지 않

  • 나 말고 다   제631화

    태지연은 마땅한 핑계조차 찾을 수 없었다. 신연은 그녀에 대해 잘 알다 못해 속마음까지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태지연은 눈물을 흘리며 처량한 모습으로 바라봤다.“왜겠어? 연아, 네가 생각해 봐.”“우리 아빠는 지금 병원에 있고 엄마랑 오빠는 널 원수처럼 대하는데 도대체 내가 어떡해야 하는 건데?”“누굴 탓해야 할까? 내 의사를 물어본 사람은 있어? 나도 모르겠어.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는지...”다들 그녀가 당연히 자신의 편에 서야 할 뿐만아니라 자신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의 의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다.태지연은 바닥에 다리를 웅크리고 앉은 채 서로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왜 그녀의 가족을 해치려는 사람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때 그녀를 아껴주던 부모와 오빠조차 이제는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했다.모두 그녀를 속이면서 정작 그녀한테는 진심을 다하라고 요구했다.태지연은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쉬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왜 내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일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거야?”“날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면서 날 속이는데 왜 난 그걸 받아들여야만 하는 거야? 난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진실만을 원할 뿐이야. 그게 다야.”“이렇게 간단한 일조차 해줄 수 없는 거야?”“왜? 내가 바보 같아? 난 그냥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왜 너희는 날 바보 취급하는 거야?”그녀의 눈물은 순식간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머리를 무릎에 묻은 채 어깨가 떨릴 정도로 흐느꼈다.진실이 그녀 앞에 명백히 놓여 있었지만 누구도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그들은 태지연이 절망에 빠진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계속해서 속이려고만 했다.무언의 눈물에서 작게 흐느끼다 마지막에는 이를 악문 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태지연은 자신이 고집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입술이 터져 피비린내가 느껴질 때까지 입술을 깨물었다.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신연은 그녀의

  • 나 말고 다   제630화

    신연은 언제나 태지연에게 다정하게 대했다.그의 눈빛은 차분했고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하지만 태지연은 마치 약점을 찔린 듯 몸이 굳어버린 채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신연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지나치게 평온한 시선이 되레 태지연의 마음을 한껏 졸여왔다.“왜?”신연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지연아, 너도 그 계약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거지?”“착하지, 그만 돌려줘.”신연은 아이를 타이르듯 다정하게 말했다. “너한테 있는 거 알아.”“...없어.”태지연은 점점 눈빛이 흐려지더니 힘겹게 입을 뗐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 계약서라니, 난 모르는 일이야.”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그제야 의지와는 다르게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을 진정시켰다.그녀는 오빠가 신연을 해치지 않기를 바랐고 마찬가지로 신연이 오빠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태지연은 누구에게도 그 계약서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내리며 모든 생각을 숨기려 했다.신연은 한참 그녀를 바라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지연아, 나 거짓말하는 거 제일 싫어해.”태지연은 순간 몸이 굳었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 아니야...”“정말이야?”신연이 다시 물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응.””그럼 이게 뭔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신연은 말을 마치고 서랍에서 약병과 약을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전에 침대 옆 서랍에 숨겨둔 비타민 약병과 피임약이었다.최근에 산 피임약을 아직 비타민 약병에 넣을 시간이 없었다. 태송백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깜빡 잊고 있었다.신연은 순간적으로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지연아, 말해 봐. 집에 왜 이런 약이 있는 거야?”그녀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신연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잠긴 목소리로 변명했

  • 나 말고 다   제629화

    태지연은 눈앞이 흐려진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계속 걸어갔다.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오직 신연만이 떠올랐다.그렇게 자존심 강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가정에서 자랐을까? 신연이 그렇게 말하기를 꺼렸던 그의 가정은 도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더군다나 신기철이 진정 신연에게 미안하다면 왜 그에게 한 번도 어떤 보상을 하지 않았을까?모두가 신연이 차갑다고 말했지만 태지연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연은 단지 그녀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나 자신을 지켜준 소년만이 아니었다. 사실 그 역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그녀는 고등학교 뒤편 작은 정원에 항상 떠돌이 고양이들이 많았던 게 기억났다. 그리고 신연이 작은 난간에 기댄 채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누어주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새끼 고양이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항상 신연 주위에 모여서는 그의 다리를 비볐다.그는 분명 귀찮아하는 표정이 있었지만 고양이들을 밀어내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새끼 고양이가 그의 발치에서 잠드는 것도 허락했다. 동물들의 감각은 예리한 법이다. 그들은 항상 신연을 잘 따랐다.그런 신연의 모습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애써 억눌렀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그녀가 사랑했던 신연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었다....갑자기 손목이 세차게 잡히며 태지연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제야 눈앞의 상황이 서서히 선명해지며 뒤에서 태은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딜 그렇게 급하게 뛰어가는 거야?”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까지 와 있었다. 방금 태은정이 그녀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환자를 밀고 지나가던 간호사랑 부딪힐 뻔했다.그녀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태은정은 그녀를 흘겨보더니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데려갔다.차에 타고 나서야 태지연은 정신을 차리고 나지막이 속삭였다.“고마워.”“고맙긴. 내가 네 언니인데.”태은정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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