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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3화

작가: 유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4 18:00:00
사실 임유진은 내일쯤 증거들을 가지고 이경빈을 찾아가려고 했었다.

강지혁 덕에 드디어 탁유미가 이경빈을 살렸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바로 오늘 일이 터져버렸다.

몇 시간 전, 임유진은 자료를 정리하다가 윤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얼른 강지혁에게 연락해 탁유미가 끌려간 곳이 어딘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도착했으면 탁유미는 아마 이경빈과 공씨 일가 사람들에 의해 더 한 수모를 겪었을 것이다.

“혁아, 네가 전에 그랬지. 이경빈은 아마 정말 언니를 사랑했을 거라고. 그런데 사랑했던 여자한테 어떻게 이런 짓을 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냐고...”

임유진의 말에 강지혁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 탁유미 씨가 더 이상 이경빈과 공씨 일가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병실 밖에 경호원을 붙여둘게.”

“너무 화가 나.”

임유진이 강지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떻게 언니를 벼랑 끝까지 내몰 수가 있어?”

이경빈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탁유미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짓은 못 했을 것이다.

“골수 기증을 해준 게 탁유미 씨라는 걸 들었으니 아마 지금쯤 조사를 시작했을 거야.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때는 평생 후회 속에서 살게 되겠지.”

“후회?”

임유진이 코웃음을 쳤다.

“고작 후회로 되겠어? 이경빈은 언니 인생을 망치고 언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는데? 심지어 상처뿐만이 아니라 모멸감까지 줬어! 그런데 평생 후회한다고 그게 없던 일이 돼?!”

강지혁은 분노에 찬 임유진의 말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어쩐지 날이 선 그녀의 말이 자신에게 향하는 말인 것 같아 심장에 욱신거렸다.

“이경빈이 탁유미 씨한테 간 기증을 해주길 바랐잖아. 후회하게 되면 적어도 간 기증을 해주겠다는 얘기는 들을 수 있겠지.”

강지혁의 말에 임유진은 생각에 잠겼다.

탁유미의 혈액형은 흔치 않은 혈액형이라 매칭되는 사람을 찾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이경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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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진실을 믿을 용기가 없었다.믿어버리면 그때는 모든 게 다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만약 탁유미가 정말 기증자가 맞다면 그는 그간 정말 못 할 짓을 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탁유미에게 일부러 접근해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또 그녀에게 복수하겠다고 증인을 자처해 그녀를 감방에 보내버렸고 심지어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윤이도 빼앗겠다며 난리를 피웠으니까.이경빈은 그간의 행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날 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이경빈은 그 뒤로 몇 시간을 내리 호텔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때 벨이 울리고 그 소리에 이경빈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윽!”같은 자세를 계속 유지했더니 머리가 띵한 것이 조금 어지러웠다.계속해서 울리는 벨 소리에 이경빈은 마른세수를 한번 하더니 터벅터벅 호텔 방 문으로 향했다.문을 열어보니 웬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이경빈 대표님 맞으시죠? 강 대표님 아내분께서 이걸 대신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남자의 말에 이경빈이 되물었다.“강 대표 아내가 누구죠?”“임유진 씨요.”이경빈은 남자의 대답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강 대표와 결혼을 한 건가? 언제?’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제일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기에 이경빈은 남자의 손에 들린 USB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그 USB 안에 뭐가 들었다고 하던가요?”“음성 파일 두 개가 들어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대표님께서 궁금해하실 만할 내용이 들어있다고도 하셨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가 궁금해할 만할 내용이라는 건... 그거 하나밖에 없었다.이경빈은 조금 떨리는 손으로 USB를 건네받은 다음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그는 불을 켜 방을 밝게 하더니 조금 허겁지겁 자신의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전원을 켤 때는 몇 초간 머뭇거렸다.그리고 전원을 켜고 USB를 노트북에 연결할 때는 손을 덜덜 떨며 USB를 바닥에 떨구기까지 했다.이경빈은 카펫 위에 떨어진 검은색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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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는 공수진에게 전화를 건 목적을 얘기했다.의사의 말이 끝이 난 후 곧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한데 나는 기증할 생각 없어요. 그때는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한번 등록해본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요.”이건 공수진의 목소리였다.“네...? 저...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말 간절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환자입니다. 골수를 기증해준 후 얼마간 휴식을 취하고 몸조리를 잘하게 되면 몸도 금방 회복됩니다. 공수진 씨한테 절대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의사는 재밌을 것 같아서 등록해봤다는 그녀의 말에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그녀를 어떻게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공수진은 그런 간절한 부탁에도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기증하기 싫다고요. 애초에 내가 등록을 안 했으면 어차피 그 환자는 죽을 목숨 아니었어요? 그럼 그냥 그게 팔자겠거니 하고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하세요. 그리고 내 몸에 부담이 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후유증이 있을지 없을지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냐고요. 그 사람한테 기증했다가 내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쪽이 책임질 수 있어요? 기가 막혀서 진짜!”공수진의 단호한 말에 이경빈은 표정을 굳혔다.그녀의 말에는 일말의 정도 없었고 심지어 그녀는 일면식도 없는 환자에게 어차피 죽을 목숨 아니었냐는 막말까지 해댔다.공수진은 그의 생사 같은 건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물론 걱정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안전한 수술이고 수술 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 측에서 어떻게든...”“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됐고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말아요. 알겠어요? 만약 또다시 나한테 전화하면 그때는 확 경찰에 신고해버릴 거니까!”공수진은 짜증을 내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경빈은 뚜뚜뚜 소리와 함께 재생이 끝난 파일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정말 그때의 통화녹음 파일이 여태 남아있다고 해도 공수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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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빈은 노트북 화면을 미동도 없이 가만히 들여다보았다.하지만 그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세게 흔들리고 있었고 얼굴은 후회와 두려움, 그리고 고통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이경빈은 지금 마치 거대한 해일에 몸이 잠식된 듯 머리가 울렁거리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증거라고는 고작 두 개의 음성파일뿐이지만 그는 이미 그를 구한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깨달았다.왜... 왜 이제야 이 녹음 파일을 듣게 된 걸까.왜 공수진이 골수를 기증한 게 자신이라고 했을 때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대로 믿어버렸던 걸까.어떻게 그 말의 진위를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걸까.그때 이경빈의 머릿속으로 탁유미가 차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만약 널 구한 사람이 공수진이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야?”그 말에 그는 뭐라고 대답했지?이경빈은 그때 자신과 공수진 사이를 이간질 말라고 하며 자신이 지켜야 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은 공수진이고 탁유미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다.심지어 그 뒤에는 억지로 탁유미를 병실까지 끌고 가 공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머리까지 조아리게 했다.이경빈은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하지만 아무리 세게 내리쳐도 얼굴에서는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대신 심장 쪽이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하하하... 하하...!”이경빈은 갑자기 소리 내 웃어버리더니 이내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렸다.대체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지?왜 한 번도 탁유미를 믿어보려고 하지 않았지?탁유미는 아마 당시 차 안에서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공수진이 구한 게 아니라는 말을 꺼냈을 것이다.그런데 그는 그녀의 마지막 희망을 짓밟고 그녀의 발버둥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만약 그때 그녀의 말을 아주 조금이라도 믿어줬으면 탁유미는 공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이 짓밟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모멸감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탁유미의 말대로 그는 정말 등신이 맞았다.“하하하하...”이경빈은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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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그럴게요.”탁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공수진의 유산 소식은 기사를 타고 빠르게 인터넷에 전파되었고 어느새 인기검색어에도 올라갔다.그리고 그녀의 유산 기사와 함께 누군가가 올린 동영상도 인기검색어에 올랐다.영상 속 공수진은 탁유미의 손에 의해 밀쳐진 후 테이블에 부딪혔고 그 뒤로 곧바로 배를 끌어안으며 고통을 호소했다.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도저히 못 봐주겠어서 올리는 거라며 이 사건으로 영상 속 여자는 3개월 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했다.그러자 몇 분 후 누군가가 영상 속 여자는 공씨 가문의 딸인 공수진이라며 그녀가 이경빈의 약혼녀라는 댓글을 달았다.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공수진을 밀친 사람이 탁유미라는 것을 알아냈고 탁유미가 전과자라는 사실까지 밝혀냈다.여론은 순식간에 공수진 쪽으로 기울었고 네티즌들은 탁유미에게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아이를 죽인 악독한 살인마라며 갖은 욕을 퍼부었으며 심지어 누군가는 탁유미를 죽여버릴 거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공수진은 병상 위에 누운 채 사람들의 댓글을 지켜보며 비릿하게 웃었다.그녀는 지금 완벽한 피해자였다.가십거리라면 환장을 하는 일부 사람들은 이경빈과 엮인 여자로 인해 공수진이 두 번이나 유산했으니 그녀와 결혼하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훈수를 뒀다.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강 그룹 회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얼른 공수진과 결혼하고 탁유미를 감옥에 보내버리라는 댓글까지 달았다.“여론이 우리 편인 이상 골수 기증자가 네가 아니어도 이경빈은 너랑 결혼할 수밖에 없을 거다.”공한철이 확신하며 말했다.“이경빈이 싫다고 해도 그 집 어른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게다가 탁유미가 널 두 번이나 해하려고 했던 건 모두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중 한번은 이경빈이 직접 증언까지 해줬고 말이야.”“그런데 여보... 정말 이대로 결혼을 시켜도 괜찮을까요? 수진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한영애가 조금 걱정되는 얼굴로 물었다.“그럼 이대로 물러서자고? 결혼만 하면 모든 게 해결돼. 당신은 탁유미가 걸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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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보면 알아요.”임유진은 담담하게 대꾸했다.조금 있으면 이경빈도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탁유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얼마나 멍청한 짓을 저질렀는지 역시 알게 된다.그때가 되면 이번에는 뭐로 보상하겠다고 할까.어쩌면 강지혁의 말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남은 생을 평생 후회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게 살아갈지도 모른다.병원에서 나온 후 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이경빈이 임유진을 보며 물었다.“주원호를 병실로 보낸 것도 임유진 씹니까?”“네.”임유진은 그간 줄곧 강지혁의 도움으로 주원호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기에 공항에 간다는 것을 듣자마자 바로 그를 잡아 왔다.사실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주원호를 등장시킬 필요도 없었다. 이경빈에게만 조용히 따로 진실을 얘기해주려고 했었으니까.그런데 그사이 공수진이 또다시 일을 저질렀고 탁유미는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됐다.이경빈은 가만히 있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유미가 나한테 골수를 기증해줬다는 것도 훨씬 전에 이미 알고 있었겠네요.”“네. 사실은 그걸 알게 되고 나서 유미 언니한테 얘기를 했었어요. 어쩌면 이경빈 씨를 구한 사람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이경빈 씨한테 얘기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런데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자신이 말해봤자 이경빈 씨는 믿지 않을 거라고요.”이경빈은 그 말에 심장이 또다시 욱신거리며 아파 났다.탁유미는 이미 모든 걸 다 파악하고 있었다.그가 믿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대체 탁유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기가 구한 사람이 화를 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고 강제로 무릎까지 꿇으라고 명령하는 걸 보며.이경빈이 또다시 자책하고 있을 그때 차량이 드디어 목적지인 구치소 앞에 도착했다.이경빈은 차에서 내린 후 의문 섞인 얼굴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왜 온 거지?대체 누가 있길래?이경빈은 임유진을 따라 구치소 안 면회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한 남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8화

    이경빈이 손을 다쳤나 하는 의문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탁유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멈췄다.이경빈과 관련된 일은 이제 그 무엇도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까.“언니를 찾아와서 뭐라 하던가요?”임유진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골수를 기증해준 사람이 나라는 걸 아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공수진이 유산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공수진의 자작극 때문이라는 것도요.”탁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이경빈한테는 그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아요.”태연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지만 임유진은 알고 있다.이 반응은 상처를 너무나도 많이 받아 모든 것이 공허해진 표현이라는 것을.“공수진은 언니를 모함한 것뿐만이 아니라 이경빈도 속였어요. 몇 년을 속았으니 이경빈은 무조건 공씨 일가에게 자신의 당한 것의 몇 배를 갚아줄 거예요.”“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임유진은 탁유미가 이경빈의 얘기를 썩 반기지 않자 얼른 화제를 바꿨다.“윤이는 유치원에 갔나 봐요?”“네. 엄마가 등원시켜줬어요.”요 며칠 김수영은 매일 밤 윤이와 함께 이곳으로 와 탁유미의 곁을 지켰다.‘아주머니랑 윤이도 이경빈이 병실 밖에 있는 걸 봤을 텐데... 아주머니는 보나 마나 화를 내셨겠지만 윤이는...’임유진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항암치료 안 받을 거예요?”“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참, 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요. 유진 씨, 그날은 정말 고마웠어요.”만약 임유진이 타이밍 좋게 쳐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더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벌써요?”임유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언니,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입원하는 게 어때요?”아무래도 병원에 있으면 의료진들의 케어를 바로바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아니요. 그냥 퇴원할래요. 계속 입원해 있으면...”계속 입원해 있으면 생명의 카운트다운이 더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니까.탁유미는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7화

    “응. 친구가 앞으로는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 간절하게 기도했으니 부처님도 분명히 들어주실 거야.”“친구? 친구 누구?”“나도 아직 본 적 없는 친구야. 아마 기회가 되면 그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다.”탁유미가 환하게 웃었다.“친군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뭐 인터넷으로만 아는 친구야?”“비밀. 나중에 얘기해줄게.”탁유미는 그날 미소를 지으며 끝내 친구에 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녀가 말한 친구는 바로 그였다.탁유미는 기증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이름도 모르는 그 젊은이를 위해 건강해지기를 빌어주고 있었다.정작 그 기도 덕에 살아난 그는 그녀의 인생을 처참하게 무너트렸는데 말이다.어쩌면 그날 그녀에게 친구가 누군지 조금만 더 자세하게 물어봤더라면 기증 사실에 대해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경빈은 당시 그녀를 그저 복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는 미래를 꿈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 친구에 관해서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그때 이경빈의 경호원이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경호원은 말을 하다 말고 조금 벙찐 얼굴로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경빈의 모습이 꼭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한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임유진이 탁유미를 보러 찾아왔을 때도 이경빈은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 꼭 죽은 사람 같았다.임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조금이라도 공수진을 의심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하지만 그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경빈은 정말 탁유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테니까.“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어요?”임유진이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물었다.“어젯밤부터 줄곧 이곳에 있으셨습니다.”임유진은 이경빈을 힐끔 보더니 별말 없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탁유미 혼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6화

    탁유미는 차갑게 말을 내뱉은 후 이경빈의 손에 잡힌 자신의 옷을 반대로 잡아당겼다.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도저히 잡아당겨 지지를 않았다.이경빈은 이대로 그녀의 옷을 놓쳐버리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손이 하얘질 때까지 꽉 쥐고 놓지 않았다.탁유미는 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강지혁의 경호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놔. 손 다치고 싶지 않으면.”경호원은 그녀의 눈빛에 얼른 앞으로 다가가 탁유미의 옷을 꽉 잡고 있는 이경빈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이경빈은 경호원의 엄청난 손아귀 힘에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탁유미를 바라보았다.“네가 나 원망하는 거 알아. 당연해. 네가 날 싫어하는 것도, 날 증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내 말 좀 들어줘. 너랑 단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싶어. 너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난 너랑 할 얘기 없어.”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이경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옷을 꽉 잡은 손이 경호원의 힘으로 하나둘 펴지며 서서히 고통이 일고 있는데도, 얼마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이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대로 놓아주면 다시는 그녀 가까이 갈 수조차 없을까 봐, 그녀와는 이로써 모든 게 다 끝이 날까 봐 그는 너무나도 두려웠다.탁유미는 제 옷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 그를 보며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너는 항상 이런 식이야. 너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야. 너는 네가 다 맞다고 생각하지?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남을 배려하는 인간이었다면 억지로 끌고 가 무릎을 꿇리고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짓은 강요하지 않았을 거야. 너는 항상 네 기분만 중요하고 네 생각만 중요한 사람이었어! 존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최악의 인간이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마치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크나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손아귀의 힘을 스르르 풀었다.탁유미는 옷을 정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5화

    이경빈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인수로만 놓고 보면 이경빈 쪽이 훨씬 우세였지만 그럼에도 강지혁의 경호원들은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특정 인원들의 출입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으라는 강지혁의 명령을 받았으니까.“비켜드릴 수는 없습니다. 돌아가세요.”긴장감이 흐르고 상황은 일촉즉발이었다.그런데 그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안쪽에서 탁유미가 걸어 나왔다.강지혁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소란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경빈 대표님은 저희가 금방 되돌려보내겠습니다.”그들은 말을 마친 후 다시 이경빈을 바라보며 경계태세를 갖췄다.탁유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이경빈을 바라보았다.그는 마지막으로 봤던 때와 달리 깔끔한 차림이기는 했으나 턱 쪽에 수염이 까끌까끌 나 있었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으며 다크서클은 물론이고 눈가도 엄청 빨개 있었다.이제껏 줄곧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세팅하고 다니던 남자였는데 말이다.이경빈은 탁유미가 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며칠 만에 보는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더 야위어 있었으며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은 오늘따라 유독 더 힘이 없어 보였다.게다가 이마에는 까진 상처가 있었는데 복도 조명 때문에 더 잘 보였다.이경빈은 그 상처를 보는 순간 심장에 마치 칼에 찔린 듯한 고통이 일었다.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는 그날 그의 명령으로 머리가 조아려졌을 때 생긴 상처가 분명했다.그렇게도 사과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그는 억지로 그녀의 무릎을 꿇리고 강제로 머리를 조아리게 했다.이경빈은 그날 경호원의 손에 의해 몇 번이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왜 바보같이 그녀에게 그런 수모를 줬을까.왜 등신처럼 그녀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공수진에게 사과하게 했을까.이경빈이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던 그때 탁유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왜, 또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4화

    주원호의 말에 이경빈의 몸이 움찔 떨렸다.탁유미는 그저 복수대상일 뿐이라고?아니. 탁유미는 그에게 단지 복수대상뿐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였다.이경빈은 심장이 점점 더 세게 아파 와 이윽고 벽에 몸을 기댔다.꼭 이 통증에 잠식되어가는 듯한 기분이다.그는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자신이 탁유미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한때는 고작 원수 집안의 딸일 뿐인 여자라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 따위는 금방 지워질 줄 알았다. 그녀를 감옥에 보내 복수를 하고 나면 아주 손쉽게 그녀를 마음속에서 떨쳐낼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희망했을 뿐 그는 줄곧 그녀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만약 탁유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허름한 모습으로 있는 게 신경이 쓰일 리도 없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질투 날 리도 없다.또한 상처만 줬던 그녀에게 배신감이 들 리도 없다.이경빈은 항상 공수진의 편에만 서고 한 번도 탁유미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는 것에서 늘 도망쳐왔다.죽도록 미운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이경빈은 몸 옆으로 축 늘어진 자신의 두 손에 서서히 힘을 가했다.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뚫어버리고 이내 바닥으로 피까지 뚝뚝 흘러내렸다.하지만 그는 고통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 텅 비어 버린 얼굴로 탁유미의 병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탁유미를 만나 그간 상처를 줘서 미안했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멍청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를 해야만 한다.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증오를 그따위 비열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됐다고 사과해야만 한다.또한 앞으로는 정말 잘 해주겠다고, 지금까지의 고통을 전부 다 잊을 수 있을 만큼 잘해주겠다고 말을 해야만 한다.이경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해놓고는 막상 탁유미의 병실에 점점 가까워지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탁유미가 전과 같은 원망과 증오가 서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3화

    이경빈은 말 그대로 공수진에게 생지옥이라는 게 무엇인지 맛보게 해줄 생각이다.그와 탁유미의 인생을 가지고 논 대가를 평생에 걸쳐 갚게 할 생각이다....병실에서 나온 이경빈은 심장께가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그는 탁유미를 모함하려고 한 공수진도 물론 증오스러웠지만 그녀의 거짓말에 넘어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여자에게 무자비했던 자신이 더 증오스러웠다.아까 병실로 들어간 순간 이경빈은 억지로 탁유미의 무릎을 꿇리고 그녀에게 머리까지 조아리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바닥에 쿵쿵 부딪히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해 마음이 짓이겨지는 것 같았다.왜 그렇게 못되게 굴었을까?정말 공수진을 위해서였을까?사실은 그저 그런 방식으로 탁유미에게 상처를 줘 그녀를 향한 마음을 애써 덮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윤이를 이용해 이씨 집안 재산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음에도, 공수진이 어렵게 생긴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자꾸 상처받은 듯한 탁유미의 얼굴들이 떠올라 더 모질게 굴었던 건 아닐까?탁유미는 그에게 등신이라고 했다.맞는 말이다.그는 정말 구제 불능의 등신이었다.“저... 저기, 저는 그저 공수진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에요. 제가 아는 건 다 털어놨으니 이제 그만 저 풀어주세요...”주원호가 이경빈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몇십 분 전 그는 비행기에 탑승하려는 찰나 검은색 정장의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병원으로 데려와 졌고 이경빈의 앞에서 공수진에 관한 모든 얘기를 실토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만약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평생 감방에서 썩게 할 수도 있다면서 말이다.주원호는 솔직히 그저 공수진에게 돈만 조금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돈이고 뭐고 공수진 근처로는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대체 누가 날 데리고 온 거지? 상황을 볼 때 이경빈은 아닌 것 같은데.’“풀어달라고?”이경빈은 그 말에 헛웃음을 쳤다.공수진을 도와 진실을 덮어버린 그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2화

    이경빈은 공수진에게로 더 바짝 다가가 그녀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래서 네 배 속의 아이가 주원호의 아이라는 걸 다 알고 일부러 그런 식으로 유산해 아이도 제거하고 탁유미도 제거하려고 했던 거야?”공수진의 흥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이경빈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하지만 그건 꼭 거대한 해일이 밀려들기 전의 고요함으로 차라리 화를 내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무서웠다.공수진은 이경빈의 질문에 머리가 새하얘지고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에 꽉 막힌 채 좀처럼 튀어나오지 않았다.이경빈은 그녀의 머릿속을 다 꿰뚫어버리려는 듯 눈조차 깜빡이지 않았다.“나는... 나는...”공수진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네 유산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를 불러올까? 태아가 정확히 몇 개월 된 아이였는지 물어봐 줘? 그것도 아니면 너희 집안이 의사한테 돈을 먹인 증거를 가지고 올까?”공수진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부인해봤자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노선을 바꿔 그에게 매달리며 눈물을 글썽였다.“경빈 씨, 미안해요. 경빈 씨를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일로 경빈 씨가 나를 싫어할까 봐... 그래서 말을 못 했어요. 그리고 일부러 탁유미 씨를 모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에요. 유미 씨가 나를 밀어버려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산하게 된 거예요. 절대 일부러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요. 경빈 씨, 나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요...? 전에는 내가 한 잘못은 다 용서해줬잖아요. 그리고 날 평생에 걸쳐 사랑하고 또 아껴주겠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이번도 한 번만 봐줘요. 네...?”그녀의 눈물과 애처로운 말은 더 이상 이경빈의 동정심을 자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심기만 건드릴 뿐이었다.“용서?”이경빈이 코웃음을 치더니 그대로 공수진의 팔을 뿌리쳤다.공수진은 그 충격으로 뒤에 있는 벽에 몸이 부딪쳐버렸다.그리고 외마디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이경빈에 의해 목이 졸려졌다.냉랭하고 차분했던 기색은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

  •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제1411화

    이경빈의 말에 공씨 집안 사람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했다.공수진은 등줄기를 타고 오는 오싹함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설마...!’“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경빈 씨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속이다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공수진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예전이면 가여워 보였을 그녀의 모습이 지금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이경빈은 가볍게 웃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을 두어 번 터치하더니 곧바로 공수진 쪽으로 휴대폰을 내밀었다.그러자 휴대폰 안에서 의사와 공수진의 통화 녹음이 흘러나왔다.공수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공수진은 물론이고 공씨 부부 역시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심지어 공수진은 많이 당황한 것인지 이마에서 식은땀까지 흘러내렸다.‘임유진이 말했던 녹음이라는 게 이거였어?! 그 여자가 기어코 경빈 씨한테 이 녹음 파일을 전해준 거야?!’공수진은 임유진을 향한 분노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참 대단해.”그때 이경빈이 천천히 병상 옆으로 다가와 공기조차 얼려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나를 몇 년이나 가지고 놀고 말이야. 참 대단해, 공수진.”“이... 이거 거짓말이에요! 가짜라고요! 누가 내 목소리로 일부러 이런 통화 녹음을 만든 거예요!”“네가 아니라고?”공수진의 부인에 이경빈은 손에 든 자료를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당시 너랑 통화했던 의사 선생님도 찾았고 네 목소리가 맞는지 전문가한테 의뢰하기까지 했어. 그런데도 네가 아니야? 증거가 버젓이 있는데?”공수진은 당황한 듯 말을 버벅거렸다.“그.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병원 기록을 알아보면 되잖아요! 기, 기록에 다 적혀 있어요. 내가 경빈 씨한테 기증했다는...”드르륵.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공수진은 갑자기 나타난 주원호의 얼굴을 보고는 얼굴이 새하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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