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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작가: 노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28 18:00:00
“네가 한 일인데 믿어.”

“…”

역시 부자는 부자다. 격이 달라요.

“요즘 어때?”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어 가십거리들을 물었다.

“특히 감정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 찰나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두 얼굴이 들어왔다.

신주리는 한 장면에서 NG 세 번이 말이 되냐면서 강덕준의 요구가 너무 높다고 툴툴거렸다.

강덕준도 만만하지 않았다. 비록 유명해도 육경서보다 연기가 못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신주리와 육경서는 모두 일선 연예인지만 팬 숫자 차이가 엄청나다. 신주리에게 예민한 부분이다.

두 사람이 곧 싸울 것 같아 소안영이 나서서 말렸다.

“너희 둘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냐? 그것도 내가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 말이야!”

“중요한 질문?”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이때만큼은 호흡이 잘 맞았다.

소안영은 그 태도가 만족한 듯 턱을 치켜 들고 강유리를 가리켰다.

“쟤 신비한 남편 말이야.”

소안영뿐만 아니라 두 사람마저 흥미를 갖고 알아서 자리에 앉았다.

마치 ‘그래, 나 들을 준비 다 됐어.’ 이런 태도로 말이다.

강유리가 피식 웃었다.

“이럴 필요까지 있어?”

소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어느 남자한테 돈을 쓰는 걸 못 봤어!”

“누가 그래? 나한테 돈을 더 많이 썼거든? 쟤가 출연해서 유명해진 드라마들 죄다 나한테 투자한거라고.”

강덕준이 목을 빼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주리가 기겁했다.

“너도 남자야? 너는 그냥 절친이야. 남자라면 꺼져 줄래?”

“오늘만큼은 아니어도 돼.”

강덕주가 강유리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정말 빚을 갚아 준 거야?”

“…”

역시 강덕주의 입은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빚을 갚아?”

소안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빚? 대어를 낚을 때 낚시대를 길게 늘어뜨리라고 했잖아. 이리 쉽게 걸려들었어?”

신주리는 신난 듯 옆에서 불을 질렀다.

“맞아. ‘엘레젠’까지 선물했어.”

“!!!”

그 말에 소안영이 경악했다.

해외에 나간 사이에 저 여자한테 귀신이 쓰였나?

엘레젠은 강유리가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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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만 속이면 되거든?소안영은 고개를 돌려 강유리에게 계속 물었다.“빚은 또 뭐야?”“…”사실 그 부분에 있어 강유리도 의심스러웠다.육시준이 그날 저녁 비서 앞에서 체면을 챙기기 위해 여자한테서 잇속을 챙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줄 알았다.그 뒤로 다시 언급하지 않을 걸 보면 정말 도움이 필요 없었던 걸까?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돈이 아니라면 뭘 원하지? 난 명성도 잃고 사랑도 받지 못하고 사생활도 혼란스러운데?’소안영이 다 듣더니 턱을 만지작거리며 탄식했다.“이 남자 보통이 아닌데? 밀당을 더 해야 하나?”신주리가 모처럼 찬성했다.“더 필요할 거 같아.”“…”강유리는 어이가 없었다.나를 잘 알아줘서 고맙다.세 여자가 열렬한 토론을 끝내자 강덕준이 대담하게 가설을 내놓았다.“밀당으로 대어를 잡는 계획이 처음부터 잘못된 거라면?”소안영은 언제나 자신의 직감을 믿고 있었다.“그럴 리가! 그럼 왜 갑자기 아부를 하는데?”그 옷장엔 브랜드 옷으로 꽉 찼어. 보통 사람들이 수십 년을 벌어야 살 수 있는 거라고!강유리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강덕준을 바라보았다.“남녀 사이에 이익 말고 감정이란 것도 있잖아! 한 남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한 여자를 대할 때 돈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거지!”“…”강유리는 자신의 마음속에 숨겨왔던 기대를 누군가 엿본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믿고 싶지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다.소안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아이돌 드라마 찍냐? 강 감독님! 현실에서 남자라는 동물은 엄청 영리하고 재산이나 지위를 엄청 따지거든? 잔꾀가 많은 남자들 이 누나가 많이 봤다고!”“네가 만난 남자들이 다 그래?”“임천강이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그 쓰레기는 특이 사항이지 다 그렇건 아니잖아.”“너 쓰레기를 도와서 말하는 거야?”“…”소안영은 사치스러운 장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각양각색의 남자들을 다 봤으니 편견을 갖지는 건 이해한다.그래서 번마다 이 주제가 나오면 강덕준과 싸웠다.신주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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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9화

    아직 내 감정을 파악하지 않았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했다.이런 상황에서 소안영이 끼어들면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강유리가 머리를 굴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아직 모르지? 육경서가 잠시 우리 집에 지내고 있어.”소안영이 조주석 옆에 서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그건 아니지. 양다리라니 이건 인성 문제야!”“소지석 팬이야. 이번에 소지석과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니까 자주 우리집에 와서 대본을 맞추거든.”“이제 생각났다. 실크썬에 볼일이 있어. 나중에 갈게.”“…”소안영이 도망치듯 사라졌다.강유리는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 소씨 가문에서 너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소지석 뿐이지.붉은색 벤틀리가 차 행렬에 합류하더니 몇 초 동안 멈추었다.그때 강유리의 머릿속에 강덕준이 한 말이 떠올랐다.순간 방향을 틀어 로열 쪽으로 향했다.LK 그룹 본부 회의실에 각 부서 간부들이 모였다.가장 자리에 앉은 육시준은 테이블에 편하게 기대 앉아 손에 금속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업무 보고를 듣고 있다.각 부서에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쥬얼리 담장자에게 문제가 생겼다.“세마 측에 연락했지만 우리의 초대를 거절했습니다.”그 말에 모두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육씨 쥬얼리는 국내에서 가장 큰 브랜드로 국내에서 발전할 디자이너라면 절대 거절할 리 없기 때문이다.“귀국한다 하지 않았어요? 헛소문인가요?”“작년부터 소문이 났어요. 그쪽 작업실을 국내에 옮기고 싶어 했지요. 설마 마음이 바뀐 겁니까?”“그럴 리가요. 마음이 변해도 거절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육씨 쥬얼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다.다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 자신했었는데, 그렇다면 객관적인 요소 때문일 것이다.쥬얼리 담당자가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귀국했습니다. 비서 말로는 세마가 좀 쉬고 싶다고 하더군요.”“…”그 말은 아직도 못 만났다는 거야?유명 브랜드 담당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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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40화

    육시준은 회의실에서 나와 사무실 아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발걸음이 너무 빨라 임강준이 달리다시피 뒤를 따랐지만 얼굴엔 환한 미소를 지었다.육 대표님의 손가락에 낀 반지는 세마가 디자인한 것이다. 쉬는 동안이라지만 사모님께서 결혼반지를 주문했다는 건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그러니 스카우트할 희망이 있다.임강준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어요? 설마 대신…”“날 마중하러 왔어.”“??”임강준은 어리둥절했다.육시준이 차에 올라타더니 싸늘하게 명령을 내렸다.“20분 내로 로열에 도착해.”말을 마치고 장경호에게 연락했다.강유리를 마중하러 내려가 15분만 시간을 끌라고 짧게 말하고 끊어버리는 것이다.그제야 임강준이 알아차렸다.아, 대표님이 아직 로열 임원 행세를 하는 거구나.사모님이 갑자기 순찰하러 와서 지금 급하게 출근하러 가는 길이군.그러면 빛의 속도로 달려서 가야지.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차가 도로에서 미친듯이 누비며 로열을 향해 달렸다.로열 건물 아래.강유리는 이미 주차를 마치고 휴대폰을 보고 있다.방금 빨간 신호가 걸려 기다리는 동안 육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내가 회사에 마중하러 가는 길이야. 2분이면 도착해.]하지만 지금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잠시 생각을 하다 아예 전화를 걸었다.세 번이 울려서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남자의 허스키한 소리가 들려왔다. 짧은 말이었지만 너무 듣기 좋았다.강유리는 갑자기 귀가 화끈거리며 입꼬리가 올라갔다.저도 모르게 애교 소리가 나갔다.“메시지 봤어?”“봤어. 장 대표가 당신한테 볼일이 있다고 해서 먼저 내려갔을 거야.”“장 대표가? 무슨 일로?”“…”대답을 듣기 전에 차창밖에 한 사람이 나타나 똑똑 두드리는 것이다.강유리가 차창을 내리자 다정하게 웃는 장경호 얼굴이 보였다.“사모님, 오랜만입니다.”뚜뚜뚜…육시준이 통화를 끊었다.강유리가 망연하게 휴대폰을 보다가 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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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41화

    육시준이 태연하게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입구로 다가갔다.“다음엔 이런 실수하지 마.”“???”다음에? 제발 더는 ‘분노의 질주’를 하고 싶지 않은데요?띵!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문이 열리자 낯익은 두 얼굴이 보였다.강유리는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 고귀하고 화려한 장미보다 더 화사해 보였다. 옆에 장경호가 공손한 태도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었다.그 장면을 본 육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유난히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육 대표님, 드디어 내려오셨네요.”장경호는 상대방의 눈빛을 보지 못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때마침 오셨구나.그러다 싸늘한 표정을 눈치채고 설명했다.“옆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사모님을 VIP엘리베…”고장 난 것은 그저 핑계일 뿐 그 15분 동안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그러니 육 대표님이 알아들으실 거라 믿었다.하지만 사실이 어떻든 육시준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눈에 거슬리는 장미만 빤히 쳐다봤다.날카로운 눈빛으로 장경호를 갈갈이 찢어버릴 것 같았다.그제야 장경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긴장했던 가슴을 내려놓은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다시 목구멍까지 올라왔다.무슨 일이지? 이런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건가?“뭘 그렇게 노려봐? 당신이 선물하라 했다면서 이제 와서 부끄러워요?”강유리는 웃는 얼굴로 야유까지 부리며 육시준의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끌어냈다.“…”육시준의 싸늘한 태도가 한순간에 무너졌다.옆에 선 여자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강유리가 고개를 기울이며 계속 말했다.“장미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당신 성의를 봐서 받을게.”“???”“육 대표님, 고백은 대범하게 해야 합니다. 망설이면 빼앗기고 마음도 헛된 것이 됩니다. 그러니 대범하게 고백하세요. 안 그러면 내일이라도 당장 다른 사람 아내가 될지도 모릅니다.”장경호가 때마침 적극적으로 말을 전달한 덕에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장미는 대표님께서 드린 것이니 고백만 하세요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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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42화

    집으로 돌아갈 때 육시준이 운전했다.강유리는 조수석에 앉고 장미꽃은 뒷좌석에 놓았다.좁은 차안에 그윽한 꽃향기가 가득차고 침묵이 흘렀다.강유리는 원래 기분이 좋았는데 분위기 때문인지 조금 부자연스러웠다.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지내지?용돈을 더 줄까?결혼 전에 이런 상황에 닥칠 줄은 생각도 못했고 이에 관련된 협의서는 없었다.강유리가 살며시 고개를 돌려 육시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각진 얼굴 곡선에 가로등이 스쳐갈 때마다 주변에 온화한 불빛이 감도는 것 같았다.처음 만났을 땐 너무나 쌀쌀맞아서 평생 다가갈 것 같지 않았다.아무리 다정한 행동을 해도 잡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하지만 이 순간 무척 가까운 거리에서 육시준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어색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심지어 서먹하기도 했다.순간 마음이 약해져 일부러 큰소리로 침묵을 깼다.“걱정 마. 이 일은 아무한테나 말하지 않을게.”남자가 손을 살짝 움츠리더니 콧속으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응.”“…”응? 그게 끝이야?다 큰 남자가 쑥스러워하긴!다른 남자들이 고백할 땐 꽃다발은 물론 촛불이 반짝이는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좀 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마지막에 거친 키스를…퉤퉤!아 놔, 강덕준에게 전염돼서 아이돌 드라마에 중독되었나?“왜 갑자기 데리러 올 생각을 했어?”남자가 서늘한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강유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남편을 데리러 오는 데 이유가 필요해?”그렇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으니까 나를 좋아하냐고 물을 수도 없지 않나?그 대답에 육시준은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이런 놀라운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제안을 했다.“이런 걸 좋아하면 다음엔 내가 데리러 갈게. 저녁에 일부러 올 필요 없어.”“일부러가 아니야. 오후에 촬영장에 갔었어.”강유리가 쑥스러운 듯 설명하자 육시준은 의아했다.“직접 확인하러도 가는 거야?”강유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친구들과 약속 있었어. 주리하고 덕준이 시간이 많지 않아서 촬영장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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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43화

    강유리가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겨우 손을 잡았을 뿐이잖아!키스도 하고 잠도 잤는데 슈가 맘 카리스마를 보여줘야지!그런 생각에 손을 돌려 육시준의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 넣어 손 깍지를 끼고 고개를 쳐들었다.“당연하지. 내 것을 쉽게 내줄 리가 없지!”육시준은 깍지 낀 손을 내려다보며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어떻게 할 건데?”일 얘기를 꺼냈더니 수줍은 여자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득의양양하게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임천강을 파산시키고 그걸 발받침으로 삼아 위로 올라가겠다고 했다.육시준은 속으로 놀랐다.파산만 시킬 줄 알았는데 연달아 구덩이를 파다니 그녀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역시 내가 봐 둔 여자야.육시준이 피식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스타인 엔터에서 내놓을 수 있는 유동자산은 60억이니 그런 상황에서 물러설 곳이 없을 거야.”강유리의 눈이 반짝였다.“스타인을 조사했어?”“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잖아.”육시준은 부정하지 않고 주의를 주었다.“당신 계획은 완벽하지만 ‘베리 시즌’ 촬영팀은 너무 유치하고 배우들 인지도도 낮아. 설득력이 없다면 스타인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아.”육시준은 이미 강유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고 있었다.전에 이 여자가 어떤 수단을 쓸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서 신분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다.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습관적으로 끼어들기 시작했다.강유리가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전에 생각조차 못했던 부분이다. 유강엔터가 초창기일 때 손에 쥔 ‘에이스’들 모두 상대방 측에 넘어갔었다.“필요하면 장경호한테 말해. 당신을 도와줄 거야.”육시준은 강유리의 표정을 살피며 부드럽게 말했다.강유리가 정신을 차리고 언성을 높였다.“됐어!”육시준이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남남이야?”강유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닭 잡는 데 소 잡는 칼까지 쓸 필요 없어. 걱정 마. 내가 처리할 테니까. 당신 도움이 필요할 땐 서슴없이 말할 거야!”“…”괜한 걱정을 했다. 이 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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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지기 시작하였다.하필 담당 제작사가 유강엔터라니…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 하지만, 사실 그는 유강이라는 이름 자체가 혐오스럽고 두려웠다.그는 그녀의 방식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만약 여기서 그가 나서려고 한다면, 결과는 비참할 것이다…그는 왠지 모르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미 그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가득하였다. “대체 무슨 속셈인거야! 난 성신영의 배역도 양보했어!”“제가 유강 그룹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강유리를 배신하고 유강 그룹을 선전한 것이 화근이 된 것 같습니다…저희를 탐탁치 않아 한다고 들었습니다…”“……”임천강은 그제서야 깨달았다.이 드라마는 한때 전국민이 열광을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화제는 성 씨 가문의 두 아가씨였다.강유리는 사사건건 성신영과 비교를 당했고, 여론을 돌려보기 위해 강유리는 임천강을 끌어들이려고 하였다.당시 임천강은 위기에 처한 강유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일이 화근이 되어 자신을 괴롭힐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 “왜 예전 일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야? 그러게 누가 이렇게 일을 크게 키우라고 했어?” 임천강이 소리쳤다.여한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문 밖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임천강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성신영이였다. 임천강은 애써 분노를 감추며 말했다. “성신영? 왜 왔어?”“무슨 일인지 확인하려고 왔어. 도대체 지금 무슨 상황인 거야?” 성신영이 말했다.임천강은 입을 굳게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는 당장이라도 성신영에게 화를 내고 싶었으나, 상대는 ‘성신영’이기 때문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거야. 우선, 오후에 패션쇼 스케줄이 있으니, 그 일에만 집중해.”성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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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곧이어 그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유강 엔터는 충분한 자본도 있으며, 육 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다.만약 육 씨 가문이 이번 일에 개입하게 된다면, 그들은 어떠한 발언권도 얻지 못할 것이다…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임천강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였다.“나는 아빠와 널 가장 의지하고 있어! 만약 둘이서 날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난 언니에게 어떠한 반격도 하지 못했을 거야!”성신영은 긴 침묵을 깨며 말했다.그녀는 임천강이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그녀는 임천강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헤아릴 수 있었다.성신영의 말에 임천강은 그제서야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임천강은 미소를 지으며 성신영을 와락 껴안았다. “바보야, 난 평생 너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거야. 너의 커리어에 흠집이 날 만한 일들은 모두 내가 해결할 거야. 걱정하지 마!”한편, 강유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베리 시즌 팀원들을 소집하였다.그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본 작업에 다시 하석훈을 참여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그녀는 팀원들에게 대본 후속 작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였다.그러나 이미 베리 시즌 팀원들은 그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후였다.그녀는 팀원들에게 서둘러 하석훈이 작성한 참여 명단을 보여주었다.명단을 확인한 팀원들은 안색이 급격하게 밝아지기 시작하였다.“이게 사실입니까? 이런 유명한 작가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할까요?”강유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선 해보는 걸로 하죠. 어떤 요구가 있던지, 저는 최대한 그 요구에 응할 생각입니다.”하석훈은 옆에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내내 여러 제작사에게 대본 참여를 부탁하였지만, 줄줄이 거절을 당하였다.하지만, 이때 여한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방법이 없다면, 경서 씨를 남자 주인공 자리에 앉히는 것은 어떨까요?”“경서 씨가 남자 주인공 자리를 맡게 된다면, 여론이 다시 저희 편으로 돌아올 지도 몰라요.”“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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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리는 고민하다가 말했다.“난 최근에 일이 많지 않아 괜찮지만 다음 달에 곧 새로운 촬영을 시작할 거야.”육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 달에 돌아가면 촬영 일정을 맞출 수 있어요.”육경서는 그들이 두어 마디 말로 일정안배를 끝내가 다급하게 입장을 밝혔다.“나도 있어! 주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나도 안 돌아갈래!”신주리는 흘겨보며 물었다.“넌 바쁘지 않아?”“마침 이 영화가 촬영을 마감할 예정이야. 기타 활동은 중요한 건 뒤로 미루고 중요하지 않은 건 매니저더러 거절하게 하면 돼.”육경서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말했다.강유리는 반대하지 않고 귀띔했다.“강덕준 감독이 널 죽일 수도 있어.”육경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괜찮아. 한 달뿐이잖아. 설마 날 따라 여기까지 오겠어?”강덕준이 그를 죽일지는 둘째치고, 어쨌든 지금 바론 공작은 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그저 예의상 딸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해서 놀게 했을 뿐인데 결국 딸아이가 다음 달 귀국하는 일정을 안배하게 되다니?병원에서 육시준이 비아냥거리던 말을 그는 실행할 계획이었다. 단계마다 다른 이유로 딸을 만류하고 싶었고 시름 놓고 이곳에서 편히 안태하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사위는...만약 자기 일을 다 처리했다면 남아있어도 괜찮았다. 부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그러나 지금 덤으로 두 사람이 더 생겼고 또 이 두 사람은 시간 맞춰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재촉당할 것이 뻔하다.“두 분이 바쁘면 굳이 남지 않아도 돼. 유리는 지금 손님 접대하는 게 불편하거든.”그는 정색해서 다시 말했다.그러자 여러 가지 눈빛이 삽시에 바론 공작을 향했다......신주리와 강유리는 제작팀과 반나절만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후에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오전 시간만으로 두 친구가 얘기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강유리는 직접 감독에게 전화해 하루 연장했다.점심시간.신주리는 육시준의 자리에 앉아 강유리의 옆에 누워 계속 절친끼리 이야기를 했다.강유리는 이번에 단도직입적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8화

    저쪽에서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상대방도 자신만큼 놀란 모습을 상상하며 육경서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송미연은 놀랐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유리 찾으러 갔어? 프로그램을 녹화한다며 왜 그들을 찾으러 갔어? 거기는 시간이 아직 이르지 않아? 이맘때면 유리는 잠을 잘 자지도 못했을 건데...”송미연은 육경서가 철이 없이 강유리가 잘 쉬지 못하게 방해한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을 알렸다.“진작 알고 있었어요?”“물론이지!”송미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며느리가 임신했는데 이렇게 큰 소식을 어떻게 바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어? 경고하는데 너무 떠들지 마. 네 형수님을 화나게 하면 안 돼! 그냥 녹화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주리가 널 용서했어? 왜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를 알아내려고 해! 이번에 돌아와서 주리의 용서를 받지 못한다면 넌 아예 돌아오지도 마!”...화제가 자신을 욕하는 방향으로 변해버리자 육경서의 열정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목소리도 누그러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원한 줄 아세요? 이것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잖아요...”“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모두 네가 자초한 거잖아! 쌤통이야!”“...”“섬에서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넌 주리를 잘 돌봐야 해. 난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을 살펴보고 있을 테니 넌 주리 괴롭히지 마.”송미연이 또 당부했다.육경서는 머뭇거리다가 정색해서 대답했다.“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미연은 또 몇 마디 더 당부한 후 전화를 끊었다.육경서는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잘됐어. 아빠 엄마가 다 주리를 좋아하니 나중에 언제든지 주리는 억울함 당하는 일이 없을 거야. 적어도 내가 있는 한 억울함 당하지 않을 거야...”...점심은 빌라의 셰프가 만든 영양식이다. 맛은 좋지만 오래 먹으면 질릴 수 있어 강유리는 이 음식을 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7화

    그러나 앉은 자리가 아직 따뜻해지기도 전에 육경서는 흥분된 듯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뭐? 임신했다고?” 바론 공작은 짜증 섞인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 뭘 그렇게 놀라!” 그는 지금까지는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실 소식을 들었을 땐 당황하고 흥분했던 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육경서는 입을 막으며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이며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드러났다. ‘나 이제 삼촌 된다! 삼촌 된다!’ “의사가 말하기를 첫 3개월은 불안정하니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도 이 소식을 공개하지 말고 태아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하셨다.” 바론 공작은 드물게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 그는 그 말을 끝내며 신주리를 한번 훑어봤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위해 사람들을 안배해 가까이서 돌보게 한 거다.” 그의 시선을 느낀 신주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공작을 한 번 보고 다시 눈을 내리깔며 강유리의 아랫배를 바라봤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마치 한번 만져보고 싶은 듯했지만 참았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육경서와 같이 흥분과 기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유리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이 안에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거야?” “맞아.” 강유리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신주리는 표정은 진지했지만 눈 속에 담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만져봐도 돼?” 육경서도 순간 정신을 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안 돼!” “안 돼!”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차갑게 외쳤다. 그들의 무리한 요구를 바로 거절했다. 강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두 남자를 쳐다봤다. 그녀는 그들에게 체면을 차리지 않았고 대신 신주리에게만 속삭였다.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면 만져도 돼.” 육시준과 바론 공작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우리가 안 들릴 거라고 생각하나?’ 육경서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강유리를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6화

    육경서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채 입을 열려던 순간 정원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 사람은 유창한 한국어로 두 사람에게 따뜻하게 인사했다. “이쪽이 둘째 도련님이랑 신주리 씨 맞으시죠? 강유리 아가씨께서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 부탁드려요.” 신주리가 부드럽고 예의 있게 대답했다. 육경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왜 이렇게 때맞춰 나타나는 거지? 다른 때는 왜 안 오고, 바로 이때 오냐고!’ “잠깐만요. 저희 형수 말고 일단 먼저 빌라를 둘러보고 싶어요!” 그가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내하는 집사를 붙잡았다. 집사는 그의 눈을 한 번 쳐다본 뒤 다소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멈췄다. 신주리는 미소를 띤 채 침착하게 말했다. “미안해요. 낯을 가려서 그래요.” 육경서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낯을 가린다고? 왜 그렇게 갑자기...’ 집사는 이해한 듯 웃으며 공작님도 그들의 방문을 매우 기쁘게 생각해 오늘 특별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육경서는 그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눈앞의 신주리를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주리는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 너무 쉽게 대답해서 다시 부정하려는 건가?’ 그들이 정원으로 들어섰고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쪽에서 차와 다과가 준비된 작은 테이블이 보였다. 강유리는 햇볕을 가린 파라솔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육시준이 전화를 끊고 있었다. 바론 공작이 불만을 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종일 그 전화기 들고 있으면 안 돼! 그렇게 바빠? 전자기기 방사선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지? 의사 선생님이 말했잖아. 첫 세 달은 불안정하다고, 푹 쉬어야 한다고!” 육시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난달에 돌아갔으면 이미 처리했을 일인데요.” 바론 공작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일이라는 게 끝날 수 있나? 돌아가면 내 딸과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몰라!” 육시준이 말하려던 순간 강유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5화

    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게 반박하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녹화 중에는 제작진 팀을 이탈하면 안 됩니다.” 역시나 신주리는 가볍게 되물었다. “녹화 시작할 때 그런 규정은 없었잖아요? 갑자기 추가된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이...” “그럼 우리를 일부러 견제하려는 건가요? 그럼 그냥 프로그램 안 하면 되죠?” 감독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첫 번째 시즌에서 육경서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그는 이미 이 두 사람에게 꼼짝 못 하고 있었다. 조건을 협상하든 규칙을 정하든 이 둘이 하겠다고 하면 다행이고 안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판이었다. 결국 이를 악물고 그는 포기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두 분 다 제가 졌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든 꼭 행선지를 알려주시고 제작진 팀에서 두 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올게요!” 신주리가 대범하게 말했다. ‘점심도 먹고 온다고?’ 하지만 그가 불만을 표현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이미 유유히 그의 앞을 지나쳐 나가버렸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감독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른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 대표님, 경서 씨랑 주리 씨가 지금 강 대표님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효과를 위해서 행선지에 대한 건 절대 발설하시면 안 됩니다!” 감독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유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발설하면요?” 감독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건 우리 회사의 프로그램 아니었나?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거야? 시청률이 안 오르면 강 대표님에게도 손해 아닌가?’ 감독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이 대형 회사를 설득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강유리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말했다. “농담이에요. 발설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감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4화

    비행기에 오를 때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이미 다음 날 새벽이었다. 제작진 팀은 미리 준비한 차를 타고 그들을 예약된 호텔로 보냈다. 해변가에 위치한 경치가 아름다운 5성급 호텔이었다. 모두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진 팀 정말 큰돈 쓴 거네! 이게 진짜 여행 같아!” “그렇지. 갑작스러운 느낌도 있지만 일정은 꽤 합리적이네!” “응, 또 감사한 건 처음에 우리 주리랑 경서에게 그 사건이 터진 후로 대우가 점점 더 좋아졌다는 거야. 그들은 정말 목숨을 걸고 얻은 거라니까!” 모두가 웃으며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그때 감독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은 섬으로 갑니다.” 모두들 당황했다. ‘그래서 목적지는 여기가 아닌가?’ “목적지는 반대편에 있는 작은 관광 섬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얼마 전 이 섬의 소유자가 바뀌어서 다시 한번 큰 화제를 일으켰죠.” 감독이 그렇게 말하자 신주리는 점점 더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론 공작이 유리에게 선물한 섬이죠?”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육경서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우리 형수를 설득했어요?” 감독 팀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지 않았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유리 언니가 이번 프로그램을 위해 진짜 대규모로 투자한 거네!] [하하하, 유리 언니가 투자한 건 아니야. 그냥 완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도련님과 미래의 동서가 혜택을 보는 거고!” “나도 섬 주인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유리 언니 우정 출연할지 궁금하다!” 아침 식사 후 모두 방으로 돌아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잠을 청했다. 카메라는 잠시 쉬어갔다. 신주리는 비행기에서 잠깐 눈을 붙였기에 이제는 전혀 졸리지 않았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호텔 방을 몰래 빠져나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3화

    심지어 원피스까지 캐리어 하나에 다 준비해 놨다. “안 믿을지 몰라도 내가 쇼핑 리스트까지 작성했어. 엄마한테도 참고를 부탁했거든! 원피스는 엄마가 골랐어. 안심해, 눈썰미는 진짜 좋아!” 말을 하면서 그는 정말로 쇼핑 리스트를 꺼내서 신주리에게 보여줬다. 신주리는 그 리스트를 보지 않아도 이미 믿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놀랐다. “너 그럼 네 짐은 어쩌고? 얼마나 챙겨왔어?” “짐 하나야. 나중에 필요하면 제작진 팀에 부탁할 거야!” 육경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신주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너무 오랫동안 육경서를 바라보고 있었던 탓인지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그를 쳐다보던 신주리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육경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 “왜?” 신주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많아?” 육경서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야. Y 국에 있는 우리 회사 지사에서 몇 가지 더 준비해 줬거든...” 그가 말을 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불필요한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신주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갑자기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네가 제작진 팀에 요청한 거 아니야?”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아?” 육경서는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가 그런 사람 아닌가?” 육경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고백했다. “맞아, 그런 사람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니야! 사실 내가 쓴 목적지는 원래 해변이었어. 이런 건 결국 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잖아.” 신주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진태와 소지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진태는 진지하게 소지석에게 도씨 가문의 그 양성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 계획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완전히 그들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2화

    [하하하, 이게 무슨 이상한 조합이야? 어쩐지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하네!] [처음부터 차 안에서 자리싸움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겠지.] [우리 지원 언니 한마디로 모든 흐름이 뒤집혔어!] [강미영은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우리 지석이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지석 팬들 너무 이기적이지 마! 누구든 미영 언니에게 다가갈 수 있고 미영 언니는 모두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좌석이 정리되고 비행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라이브 방송은 일시적으로 종료되었다. 이런 24시간 라이브 촬영 프로그램에서도 이렇게 잠깐 동안만은 각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강미영은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 뒤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왜 한지원이 굳이 자신과 함께 앉으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자신에게 같이 앉자고 했어도 마다하지는 않았겠지만... “미영 언니, 난 저 커플 팬이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그러니까 제발 내 최애 커플 깨지지 않게 도와줘!” 한지원은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털어놓았다. 강미영은 살짝 멍해지더니 결국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앞으로 네 최애 커플 잘 지켜주도록 할게.” 한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 최애 커플이 마음 편히 연애할 수 있게 됐어!” 강미영은 눈가를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근데 언제부터 걔네 둘의 팬이 된 거야? 그리고 지금 걔네 둘 관계 꽤 안정적이던데 내가 굳이 뭐 하러 그걸 망치겠어?” 한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영 언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런 카메라 밖에서의 달달한 순간들이지.” 강미영은 순간 뭔가를 깨달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혹시 영감이라도 떠오른 거야?” 한지원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의 작은 호의 하나가 한 명의 유명 만화가를 탄생시킬 수도 있어!” 강

  • 그래, 나 부자 맞아   제1371화

    그는 단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미영에게 그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주고 소지석에게는 그가 혼자서만 밀어붙이지 않도록 눈에 띄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 행동을 알아본 사람들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오해하거나 비판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진태는 너무 경계가 없지 않나요? 경쟁하고 싶다 해도 이렇게까지 급하게 해야 하나요? 왜 꼭 같이 앉아야만 하는 거죠?] [맞아요! 강미영 언니는 분명히 불편해 보였고 바로 피해서 조수석에 앉았잖아요!] [좋아한다고 해도 좀 경계를 두고 해야죠.] [근데 소지석 팬들 너무 이중잣대 아니에요? 오빠가 같이 앉고 싶으면 직설적으로 다가가도 ‘멋지다, 드디어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서진태가 다가가면 ‘경계가 없다’고 비판하잖아요?] [맞아요. 서진태는 사실 강미영 언니와 앉고 싶은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죠.] 댓글창은 점점 떠들썩해졌다. 신주리와 육경서의 강미영에 대한 이해도는 완벽했다. 감정상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그녀는 주저 없이 피할 것이다. 강미영은 감정을 물건처럼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격의 프로그램에서는 남성들끼리의 경쟁이나 여성들끼리의 경쟁이 감정을 더 순수하지 않게 만들 수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런 외적인 압박이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사실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단지 지는 걸 참지 못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와 고정남의 관계도 그랬다. 주위에서 반대할수록 더 진지하게 여겨졌던 그 감정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엉망이 된 감정이었음을 깨달았다. “네가 졌으니까 내 선물 잊지 말고 사 와.” 신주리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서는 그 결과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돌아서서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신주리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이번? 그럼 다음에도 나랑 내기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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