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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Author: 목련청
강연찬은 한쪽에 서서 남설아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조차 몰랐다.

이 아이는 남설아에게 늘 마음속 응어리였다. 사실 지금 이렇게 살아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전부 이 아이 덕분이었다. 이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마 정신이 무너져도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나은아, 네가 떠나기 전에 엄마한테 말했지. 엄마 이제 잘 살아야 한다고. 엄마도 그러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미안해, 엄마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너를 죽게 만든 건 바로 저 사람이야.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것도 저 사람이야. 그런데 모든 죄를 우리한테 뒤집어씌웠어. 나은아, 우리 이렇게 조용히 있을 수는 없어. 엄마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나은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아이는 세상을 떠난 지 꽤 되었지만 그 아이만 떠올리면 남설아의 가슴은 여전히 찢어질 듯 아팠다.

남설아는 그냥 배나은의 묘비에 기대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물만이 눈가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산산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강연찬은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남은 감정은 오직 안쓰러움뿐이었다.

그는 조용히 그녀 곁에 앉아 조심스레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의 슬픔을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슬퍼하고 그녀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며 마음속으로 배서준에게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느새 해가 져 버리고 남설아는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끝내 더는 앉아 있을 힘도 없이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설아야! 왜 그래!”

“남설아!”

깜짝 놀란 강연찬은 그녀를 얼른 안아 들고 정신없이 산 아래로 내려가 쉬지 않고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그녀를 진찰하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요? 이 환자는 지금 상태가 위험해서 절대 퇴원하면 안 된다고! 그런데 이 사람을 데리고 하루 종일 밖에 있었다고요? 갈비뼈가 부러진 게 얼마나 아픈 건지는 알기나 해요?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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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건 그룹의 주가는 끝없이 추락했고 시가총액은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 주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배서준은 깊은 고민 끝에 결국 남설아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이건 그의 마지막 기회였다. 만약 남설아가 용서해주지 않는다면 그는 진짜 끝장날 것이었다.그는 남설아의 사무실을 찾았다. 한때 이곳은 배서준도 함께 쓰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그저 외부인, 불쑥 찾아온 침입자일 뿐이었다.남설아는 책상 앞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손안에 쥐고 있는 사람처럼, 그녀는 놀라울 만큼 평온하고 침착해 보였다“남설아.”입을 열었지만 배서준의 목소리는 몹시 갈라져 있었다.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눈빛은 차가웠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왜 왔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물었다. 말투에서도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나... 얘기 좀 하려고 왔어.”배서준은 애써 침착한 척했다.“우리가 아직 무슨 얘기를 더 해야 하죠?”남설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엔 조롱이 가득했다.“내가... 예전에 잘못했어.”배서준은 고개를 숙이며 후회의 기색을 보였다.“하지만 지금은 내 잘못을 인정하고 벌도 받았어. 그러니까 나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어?”“봐달라고요?”끝내 남설아는 비웃음을 터뜨렸다.“배서준 씨, 미안하다 한마디로 나한테 준 고통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난...”입을 뗐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남설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저지른 일들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였다.“당신은 우리 딸을 죽였고 내 인생을 망가뜨렸어요. 나로 하여금 모든 걸 잃게 만들었죠!”남설아의 목소리는 높아졌고 눈빛엔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냥 한 번만 봐달라고요? 당신이 뭔데요?”“보상할게.”배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나를 용서만 해준다면 뭐든 다 줄게. 배건 그룹도 넘기겠어. 네가 원하면 다 줄 수 있어!”“보상?”남설아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 굿바이 쓰레기   제282화

    두 사람이 달콤한 상상에 빠져 있을 때 배서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배서준은 전화를 받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배 대표님, 큰일 났어요!”전화 너머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인터넷에 갑자기 대표님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폭로됐어요, 지금 이미 난리가 났습니다!”“뭐?!”배서준은 깜짝 놀라며 서둘러 컴퓨터를 켰다.정말로, 인터넷에는 배서준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도배처럼 퍼져 있었다. 사생활 문란, 직권 남용, 상업 사기 혐의 등, 하나하나가 그를 사회적으로 몰락시킬 만큼 심각했다.“이... 이게 무슨 일이야?”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진 배서준은 자신이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서준아, 무슨 일이야?”서유라는 배서준의 얼굴이 안 좋아지자 급히 물었다.“문제가 생겼어.”배서준의 목소리가 떨렸다.“누군가 내 불법적인 정보들을 인터넷에 폭로했어.”“뭐?!”서유라도 크게 놀라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가 그랬어?”“남설아 그 악질인 여자 말고 누가 있어?”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건 분명 나에게 복수하려는 거야!”“못된 사람, 진짜 끝까지 집착하네?!”서유라도 분노했다.“서준아, 그럼 우리 지금 뭐 해야 해?”“뭘 어떡하긴? 빨리 대처해야지!”배서준이 고함을 질렀다.“언론에 연락해서 이 부정적인 뉴스를 덮어야 해!”“하지만 대표님, 이번 일은 너무 커서 쉽게 덮기 어려울 것 같아요.”비서의 목소리에는 무기력함이 묻어났다.“상관없어! 돈이 얼마나 들든지, 이 부정적인 뉴스는 무조건 덮어야 해!”배서준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이것도 못 덮으면 너희들 다 잘려야지!”비서는 배서준의 분노에 놀라 몸을 떨며 급히 대답했다.“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비서가 사무실을 떠난 후, 그의 뒤로 욕설이 퍼져 나왔다.처음엔 부부였고 남설아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 굿바이 쓰레기   제281화

    “남 대표님, 요즘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천기준이 머리를 싸매며 전화를 걸었다.“배 대표님이 이번에 정말 대단하게 준비했어요. 여러 회사를 끌어들여서 저를 처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남설아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신문 1면에 그녀와 몇몇 경쟁 회사들 간의 불법 경쟁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는데 내용은 말도 안 되는 루머와 비방으로 가득했다.“남 대표님, 이번 일은 정말 심각해요. 이미 몇몇 고객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천기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도 빨리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알아요.”남설아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배서준, 정말 강수를 두었네요. 내 명예를 훼손하고 내가 업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게 하려는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천기준이 물었다.“기자 회견을 열어서 이 루머들을 해명할까요?”“소용없어요.”남설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배서준이 이렇게까지 한다면 이미 완벽한 준비를 마친 거예요. 우리가 뭐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나요?”천기준이 초조한 듯 물었다.“이대로 가면 회사가 망할 거예요!”“물론 가만히 있지 않아요.”남설아의 눈빛에서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그 사람이 원한다면 끝까지 함께 할 거예요. 그 사람이 음모하기를 좋아하니까 이제 나도 똑같이, 당한 만큼 갚아줄 거예요!”“무슨 계획이 있으신가요?”천기준이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네, 몇몇 언론과 연락 해서 이 불법적인 자료 퍼뜨려줘.”남설아가 말했다.“배서준을 모두의 표적이 되게 할 거야.”“알겠어. 바로 처리할게.”그러자 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떠났다.남설아는 송우민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와 동시에, 배건 그룹 대표 사무실에서 배서준은 서유라의 보고를 만족스럽게 듣고 있었다.“서준아, 네 계획 정말 대단해!”서유라가 배서준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설아 씨 이번에 완전히

  • 굿바이 쓰레기   제280화

    배서준은 파일을 받아들고 단숨에 훑어봤다.이마는 점점 더 깊이 찌푸려졌고 얼굴빛도 차츰 싸늘하게 변해갔다.“이 미친년...!”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송우민이랑 엮여 있다니, 그것도 회사 기밀까지 빼돌렸다고?”“서준아, 이제 어떻게 할 거야?”서유라가 조용히 물었다.“폭로해야지.”배서준의 눈에는 분노가 불꽃처럼 일렁이고 있었다.“저 여자의 진짜 얼굴을 세상에 알려야 해. 남설아, 반드시 망신당하게 만들 거야.”“좋아, 나도 도와줄게.”서유라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무슨 결정을 하든 난 언제나 서준이 네 편이야.”배서준은 그런 서유라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 속에서도 고마움을 느꼈다.“유라야, 고마워.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서유라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우린 반드시 이길 수 있어.”“그래. 꼭 이겨야지.”배서준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빛에 희망의 불씨를 띄웠다.서유라의 도움을 받아 배서준은 자신이 가진 언론 인맥을 총동원해 반격에 나섰다.언론은 연일 난설아와 송우민의 관계를 보도했고 그가 말한 ‘부정한 수단으로 얻은 기밀’이라는 키워드가 중심에 자리 잡았다.뉴스는 삽시간에 퍼졌고 난설아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다.“대표님, 이거 보세요.”비서가 안색이 어두운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손에는 신문과 기사 프린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언론이 완전히 날조된 이야기로 도배됐습니다.”난설아는 차분하게 신문을 받아들고 몇 장 넘겨봤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배서준 짓이네요.”“딱 봐도 그렇죠.”비서는 씩씩대며 말했다.“정말 비열해요, 그 인간.”“예상한 수순이에요.”난설아는 무심히 말했다.“몰린 자는 뭐든 하게 돼 있으니까.”“그런데 이대로 두실 건가요? 대표님도 대응하셔야죠.”“물론이죠.”난설아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아요.”“무슨 계획이신가요?”“언론사 몇 군데 연결해줘요. 기자회견 열 겁니다.”그녀는 단호하

  • 굿바이 쓰레기   제279화

    사무실 안, 이사들은 치열한 논의 끝에 결국 배서준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배건 그룹에 배 대표 하나밖에 자식이 없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으면 애초에 회사를 배 대표 손에 넘기지도 않았을 거야!”“이제 나가보게.”배서준은 이를 악물었다.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이사회 전체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간신히 문을 나서자마자 안에서는 차가운 비웃음이 들려왔다.“역시 회장님이 지분을 바로 넘기지 않으셨던 이유가 있었지. 설아 씨가 떠난 뒤, 회사가 이 지경이 됐잖아.”그 말에 배서준은 이마를 세게 찌푸렸고 자기 사무실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대표님,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비서 최두식이 그를 바라보며 애타게 말했다.“지금은 회사 존폐의 기로예요. 대표님이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배서준은 무기력하게 사무실 의자에 털썩 앉았다.눈은 텅 비었고 생기도 없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정신을 차리라고? 어떻게?”그는 쉬이 들릴 듯 말 듯 낮고 거칠게 중얼거렸다.“남설아 그 여자는... 날 완전히 망가뜨리려 하고 있어. 배건 그룹까지 함께.”“대표님,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최두식이 재빨리 말했다.“그 여자의 약점만 찾을 수 있다면 우린 다시 반격할 수 있어요!”“약점? 그 여자는 빈틈이 없어. 모든 게 치밀하게 계획돼 있다고.”배서준은 힘없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약점을 찾아낸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 주주들이 이미 전부 그 여자 편인데.”“그래도...”“됐어.”배서준이 손을 들어 말을 잘랐다.“잠깐 혼자 있고 싶어. 나가봐.”그러자 최두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네...”곧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다시 사무실 안엔 고요가 내려앉았고 배서준은 눈을 감았다.자꾸만 머릿속을 스치는 건 남설아의 싸늘하고 단호한 얼굴이었다.‘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언제나 계획을 쥐고 판을 움직이던 사람 아니었나? 설마 내가 틀렸던 걸까? 아니야. 잘못된 건 내가 아니라 남설아야

  • 굿바이 쓰레기   제278화

    “뭘 더 어쩌겠어?”배서준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다 남설아, 그년 때문이야. 완전히 배건 그룹을 무너뜨릴 작정이잖아!”“대표님, 우리 경찰에 신고하는 건 어떨까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남설아 씨가 의도적으로 회사를 모함했다고 하면...”“신고해서 뭐해?”배서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기사들 죄다 사실이야. 반박할 방법이 없다고.”“그럼 정말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요?”비서는 속이 타들어 가는 듯 울상으로 물었다.“이대로 가면 정말 끝장이에요...”“잠깐만... 생각 좀 하자. 생각 좀...”배서준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때, 서유라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서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그녀는 다정한 목소리로 배서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내가 항상 곁에 있을게.”“유라야, 그래도 너만은 날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야.”배서준의 눈가에 진심 어린 감동이 어렸다.“이런 때에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우린 부부잖아. 당연히 함께해야지.”서유라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이 어려움 반드시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거야.”“그래...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반드시 남설아 그 여자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야.”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 순간, 서유라의 눈동자엔 잠시 싸늘한 기색이 스쳤다.‘걱정 마, 서준아. 난 네 편이니까.’그녀는 속으로 중얼댔다.‘남설아... 이번엔 가만두지 않겠어. 네가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알려주겠어.’한편 남설아는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그녀는 배건 그룹의 주요 주주들에게 하나씩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안 대표님, 최근 배서준 씨의 결정들에 많이 실망하셨다고 들었습니다.”남설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제가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정보요? 어떤 겁니까?”안 대표는 호기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그 사람 회사 자산을 몰래 빼돌리

  • 굿바이 쓰레기   제277화

    “남설아, 여긴 뭐하러 온 거야?”배서준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평소와 달리 그 말투에는 감추지 못한 당황이 실려 있었다.남설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조용히 회의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보며 주주들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의심, 불만, 그리고 은근한 기대.잠시 후,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뭐긴요? 예전엔 여러분과도 나름 친분이 있었죠. 지금처럼 회사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제가 한 번쯤 들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게다가 저번에도 제가 몇 가지 개선안을 드리지 않았나요?”그 말이 떨어지자 배서준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설아 씨, 그 말은 이미 배 대표님에게도 들었습니다.”한 주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그런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회사는 여전히 이 모양 아닙니까.”“그건 배 대표님의 개혁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남설아가 단호하게 받아쳤다.“저는 그보다 더 과감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어요.”“그런 말, 무슨 근거로 하는 거지?”배서준이 참다못해 물었다.“이걸 보면 알게 될 거예요.”남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서류 한 뭉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여기엔 배건 그룹 내부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제품 품질 문제, 직원 처우 문제 등... 전부 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죠.”“남설아,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배서준의 얼굴이 일순 새파래졌다.“너 지금 배건 그룹을 무너뜨리겠다는 거야?”“배건 그룹을 무너뜨린다고요?”남설아는 코웃음을 쳤다.“웃기지 마요. 배건 그룹을 여기까지 몰고 온 게 누구였는지 스스로는 모르겠어요? 나예요, 그저 진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에요.”“너...!”배서준은 분노에 치를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좋아요, 설아 씨. 이번 한 번 믿어보겠습니다.”조용히 듣고 있던 한 주주가 입을 열었다.“제발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세요.”“그럴 일 없을 겁니다.”남설아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고 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남설아를 바라봤다.지금의

  • 굿바이 쓰레기   제276화

    서유라의 행동은 곧바로 남설아에게 감지되었다. 이제 서유라가 막다른 길에 몰려 발악을 시작했다는 걸 남설아는 단번에 알아챘다.“송우민, 우리 계획을 앞당겨야겠어.”남설아는 바로 송우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유라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언론을 접촉했더라.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는 모양이야.”“그래?”송우민의 목소리는 전혀 놀라지 않은 듯 차분했다.“그 여자, 결국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군.”“지금 우리가 뭘 해야 할까?”남설아가 물었다.“막아야 하지 않을까?”“아니.”송우민이 단호하게 말했다.“맡겨둬. 오히려 시끄러울수록 좋아. 그래야 배서준도 저 여자의 진짜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될 테니까.”“하지만... 정말 우리의 관계가 공개되면 우리 명성에 큰 타격이 있을지도 몰라.”남설아는 아직 걱정이 남은 듯 조심스레 말했다.“걱정 마. 내가 다 준비해뒀어.”송우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냥 내 말만 믿고 따라와.”“알겠어. 믿을게.”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내가 뭘 하면 될까?”“아무것도 하지 마. 그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면 돼.”송우민이 덧붙였다.“이제부턴 내가 처리할 차례야.”주주총회 날이 다가오자 배서준은 마음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남설아가 어떤 폭로를 준비하고 있을지, 얼마나 많은 약점을 쥐고 있는지도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서준아, 너무 걱정하지 마.”서유라는 배서준을 다독였다.“이미 다 준비해뒀어. 설아 씨가 무슨 짓을 하든 이번엔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완전히 끝장내 줄 거라고.”“그래야 할 텐데...”배서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번만큼은 정말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고 있어.”드디어 주주총회가 시작됐다.배건 그룹 회의실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꽉 들어찼고 배서준은 의장석에 앉아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여러분, 오늘 이렇게 모인 건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기 위함입니다.”배서준은 마른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는 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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