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내가 뜬금없었군요.”왕구혼은 낚시를 거두며 사과를 표했다.초대장도 없이 여기로 사람을 부른 것은 확실히 적절하지 않은 처사였다.하지만 이미 온 이상 염구준은 그런 세세한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재촉했다.“할 말 있으면 하세요.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게다가 여기 호수에 물고기도 없잖아요.”‘물고기가 없다고?’그제야 왕구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반나절이나 낚시를 했는데 괜한 짓을 한 것이 되었다.“흠흠, 나도 알아요. 그냥 시간을 때우려고 낚시하는 겁니다.”그는 체면을 위해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려고 염구준을 초대한 이유를 말했다.“듣자니 진씨 저택에서 내 동생을 죽였다던데 사실입니까? 어찌 됐든, 우리 왕씨 가문의 대장로이니 설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죄를 묻는 건가? 아니야. 그런 것도 같지 않아.’염구준은 상대방의 언행을 보고 어리둥절했다.“그날, 다섯 반보천인이 저를 죽이려고 했는데 그들 수법을 간파하는 사이에 네 명이나 도망갔어요. 어르신 동생은 치매인지 반응이 조금 느려서 제 검에 죽은 겁니다.”전부 사실이었다.왕구혼은 그 말을 듣고 하얀 수염을 쓰다듬더니 애써 웃었다.“그때 상황을 설명해 줘서 고마워요. 나도 집에 돌아가서 설명할 수 있겠어요.”그제야 염구준은 반응했다.상대방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만 요구할 뿐 복수할 뜻은 없었다.모든 은세가문의 내부는 워낙 깊었다.“이제 얘기 끝났으면 이만 갈게요.”염구준은 일어섰다.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이곳까지 불러서 애먼 시간만 낭비했다.“잠시만요. 용의 기운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어요. 가격을 부르면 얼마든지 드릴게요.”왕구혼이 재빨리 부른 목적을 얘기했다.진씨 저택에서 다섯 반보천인이 요절했으니 혼자서 감히 덤비지 못했다.염구준의 실력은 다섯 가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팔지 않습니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이에요.”염구준은 상의할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게다가 용의 기운은 이미 손가을의 체내에 주입했다
실은 5대 은세가문에서 이미 청해에 도착했었다. 다만 각자 움직여서 연락하지 않았을 뿐, 왕구혼이 움직였을 때 네 가문에서 손을 잡은 것이었다.“썩을 놈들, 우리 왕씨 가문이 안중에도 없어?”왕구혼이 버럭 화를 내며 일어섰다.그러면서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저들은 왕씨 가문을 찾으러 왔지 염구준을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그러니 염구준이 나서서 왕씨 가문을 도울 필요가 없었다.그는 밥을 먹고 갈 생각이었다.“가자. 뭐 하러 왔는지 봐야겠다.”왕구혼은 시선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염구준이 움직이지 않자 그의 의도를 알고 강요하지 않았다.쿵!왕구혼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 그림자가 집안으로 날아들어오더니 쿵 하며 벽에 부딪쳤다.왕씨 부하들이 당하고 있었다.왕구혼이 말하기 전에 인파에서 한 노인이 나서며 꾸짖었다.“왕 가주님, 단독으로 염구준을 만나다니 우리를 배신하는 겁니까?”다섯 가문에서 각자 속셈이 있지만 지금은 동맹을 맺은 사이였다.그러니 이 일을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왕구혼은 피식 웃으면서 되물었다.“그냥 밥을 먹고 있었는데 이게 배신하는 겁니까? 당신들이 우리 애들을 해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방금 얻어맞은 왕씨네 부하는 생사도 알지 못한 채 아직도 벽에 걸려 있었다.각자 한마디 하면서 시비를 가리지 못했다.그러나 목적은 모두 용의 기운이었다.쌍방이 싸울 때 염구준이 일어서서 제이든을 보았다.“배불렀어? 여기 너무 시끄러워서 오래 있으면 안 되겠다.”“배불렀어요.”제이든은 화약 냄새가 풍기는 현장에서 빨리 떠나고 싶었다.전에 건방진 소리를 하면서 도전장을 던지더니 연속 패배를 하자 이제 많이 고분고분해졌다.“가자.”염구준은 제이든의 손을 잡고 입구로 향하면서 왕구혼에게 말했다.“왕 가주님, 환대에 감사했습니다.”상대방이 예의를 갖춰 대했으니 그도 예의 바르게 대했다.왕구혼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군요. 시간이 되면 제가 직접 만나러 가겠습니다.”이번 만남으로 상대
“돌려달라고? 그렇게 말한다면 용의 기운을 진씨 가문에 돌려줘야 규칙에 부합되지.”염구준은 이 사람들이 말한 규칙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지금도 용의 기운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그 당시 이들이 한 짓은 도둑놈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와서 저들의 물건인 것처럼 당당하게 굴었다.이익 앞에서 모두 뻔뻔한 놈들이었다.“돌려주지 않겠다는 건가?”문수풍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방금 염구준의 말투를 통해 자신들에게 도발한다는 것을 알아챘다.4대 가문은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감히 나서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염구준의 실력은 그들도 꺼리게 만들었다.쿵!염구준이 몸을 흔들어 기운을 폭발시키면서 앞을 가로막은 사람들을 물리쳤다.“뭘 자꾸 물어? 내 말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나? 용의 기운은 내 몸에 있어. 원하면 실력으로 얘기해.”손에 넣은 보물을 다시 내놓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진씨 저택에서 대결은 초상비가 늦게 도착하여 염구준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그러니 목숨으로 용의 기운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 그럼 내 동생을 죽인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 하냐?”문수풍이 매섭게 소리쳤다.문씨 가문에서 20명 넘는 정예병을 보냈는데 결국 3명이 돌아오고 반보천인 고수까지 잃어버려서 속에서 천불이 났다.아주 큰 손해를 본 것이다.문수풍의 말은 몇몇 가문을 끌어들여 함께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뜻이었다.문씨 가문의 실력으로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웃겨. 그놈들이 나를 죽이려 해서 정당방위로 죽인 것인데 어떻게 갚겠다는 거야? 특히 문수찬은 나랑 손을 잡자면서 결국 배신했어. 죽어 마땅해.”염구준은 언성을 높이며 기운으로 문수풍을 제압했다.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자 바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염구준은 두렵지 않았다.이곳은 청해, 그의 영역이니 외부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기세로 제압하자 왕구혼이 다급하게 나서서 말렸다.“두 분,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다시 상의합시다.”염구준은 그가 초대한 것인데 정말 싸운다면
용의 기운을 얻으려고 그를 포위하는 것은 괜찮지만 가족들을 건드린다면 선을 넘었다.“너희들이 내 가족들 습격했어?”염구준이 일행을 둘러보더니 마지막에 문수풍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가 협박하자마자 가족들이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맞아. 내가 부하들을 보냈다. 분개하지 마라. 내가 죽으면 문씨 가문에서 미친듯이 네 가문을 공격할 것이다.”문수풍은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했다.그는 염구준이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었다.‘미친놈.’나머지 가주들이 속으로 욕을 했다.문수풍이 이런 짓을 벌이기 전에 그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이 원망스러웠다.갑작스러운 습격에 그들까지 공범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이 발광하는 모습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도망친 부하에게서 들었었다.“당신들도 한패야?”염구준이 다른 가문을 쳐다봤다.“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문수풍이 혼자서 벌인 일이에요. 우리는 용의 기운 때문에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한 사람이 나서서 설명했다.그러자 세 가문은 참여하지 않으려고 옆으로 물러났다.“겁쟁이들!”문수풍이 경멸하면서 욕했다.마지막에 와서 마음을 바꾸다니 정말 개탄할 일이었다“강호의 일은 강호 방식으로 해결하지. 당신은 선을 넘었어.”그때 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더니 단번에 제이든을 왕구혼에게 던져버렸다.상대방의 위협은 그에게 쥐뿔도 통하지 않았다.문씨 가문이 엄청난 가문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염구준이 몸을 번쩍 들어 곧바로 문수풍에게 돌진했다.“문씨 장병들! 나랑 같이 싸우자!”문수풍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문씨 가문에 반보천인 세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진씨 저택에서 죽고 한 사람은 임무로 파견 중이고 나머지는 문수풍이었다.1 대 1과 싸운다면 전혀 승산이 없었다.쿵!염구준은 돌진하면서 전신 경지 고수를 두 명 살해하고는 숨도 돌리지 않고 문수풍에게 달려들었다.분노의 필살기를 펼친 것이다.‘황금빛 기운? 용의 기
“또 맞선다면 문씨 가문을 멸망시킬 수 있어.”염구준은 바로 무시했다.공격이 점점 더 맹렬해져서 초식마다 치명상을 날렸다.광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문수풍에게 공격을 퍼부었다.감히 가족을 인질로 협박하면서 허울 좋은 말을 하다니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문수풍은 문씨 가문을 의지하고 있지만 염구준에게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매서운 공격 앞에서 그는 마치 외줄타기에 오른 것처럼 겁에 지른 비명소리를 냈다.“안 돼. 나 죽으면…”하지만 말을 끝내기 전에 염구준이 심장에 일격을 가하여 목숨을 끊어버렸다.모든 것이 그렇게 쉬웠다.염구준은 주먹을 거두고 나머지 세 가문을 쳐다보았다.“싸우고 싶으면 지금 덤벼. 각자 찾아가서 공격할 때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불평하지 말고.”지금 염구준의 실력이라면 그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두렵지 않았다.“염 선생, 무슨 말을 합니까?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나설 리가 없습니다.”누군가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다.방금 싸우는 것을 보고 염구준의 전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았다.그러니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서 공격해도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다.왜냐면 문수풍의 실력은 5대 은세가문에서 경지가 가장 높은데 어쩌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싸우기 싫다면 문씨 가문 소재지를 알려줘.”염구준은 사전에 방비하려 했다.문씨 가문에서 정말 문수풍 말처럼 염구준의 가족을 겨냥한다면 가차 없이 멸망시킬 것이다.“문씨 가문은 여기 있습니다.”굳이 힘들게 조사할 필요 없이 누군가 나서서 위치를 알려줬다.며칠 사이에 문씨 가문의 반보천인은 두 명이 죽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참담한 손해로 가문의 기반이 휘청거렸다.하지만 염구준이 염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왜냐면 그가 나서기 전에 몇몇 은세가문에서 삼켜버렸기 때문이다.양육강식은 여전히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 법칙이었다.문수풍의 위협은 정말 우습기 그지없었다.아무리 10년을 머리를 굴려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동생 문수찬에 비해
한창 시끄러울 때 염구준이 도착했다.“당신들이 진씨 가문이에요?”밖에서 소리를 들었을 때 열댓 명이 온 줄 알았는데 다섯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당신이 염구준이에요? 왜 이제 왔어요?”젊은 남자가 일어서서 짜증스럽게 물었다.“그럼 내가 언제 와야 됩니까?”염구준이 되물었다.이것은 사정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독촉하는 것 같았다.“당연히 우리가 왔을 때 바로 왔어야죠.”젊은 남자가 당당하게 말했다.“여기는 청해 손씨 그룹이에요. 당신들 집인 줄 아세요?”염구준이 의자를 끌어 앉으며 병신들을 보듯 쳐다보았다.이런 인간들은 먼저 기세를 꺽어야지 아니면 답이 없었다.“이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입니까?”젊은 남자가 버럭 화를 냈다.“할 말이 없으면 가세요. 당신들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손님은 아니죠.”염구준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무례하구나. 당장 사과해.”촤아악!젊은 남자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뺨을 맞았다.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호찬의 소리가 들렸다.“감히 염 선생님한테 무례하게 굴다니 쳐 맞아야 정신 차리지.”뺨을 맞은 젊은 남자가 얌전해지자 나머지 사람들도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노인은 일이 틀어지자 속으로 안절부절했다.“염 선생, 좋게 얘기합시다. 후배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이제 나서서 만회해 보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염구준이 노인을 힐끗 쳐다봤다.“그쪽은 또 누구세요?”겁을 주려는 것이었다.그가 진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가문에 처리할 일이 남아 있었다.“진강이라고 합니다. 방금 후배들이 무례를 범했으니 대신 사과할게요.”그제야 상대방은 자세를 낮췄다.염구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요점만 말했으면 나도 덜렁이들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어요.”‘덜렁이?’그 말에 젊은이들이 발끈하려다가 방금 일행이 뺨을 맞은 것이 떠올랐다.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다.진강은 그들이 일을 망칠까 봐 재빨리 나섰다.“염 선생님, 우리
“게다가 쇄룡산맥의 진씨는 20년 전에 멸망했어요.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염구준은 모두의 망상을 단념시키고 거록 존주에 대해 말을 꺼내려 했다.그런데 뺨을 맞은 젊은 남자가 참지 못하고 격분하며 말했다.“용의 기운을 돌려주지 않으면 당신도 도둑놈이야. 세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는 거라고!”이런 도덕적인 유괴를 능숙하게 사용하다니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염구준은 이해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치자. 나를 어쩔 건데?”“너…”젊은 남자는 말문이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염구준이 스스로 자신의 명성을 망가트릴 줄은 몰랐다.실력이 되지 않으니 무능한 분노만 남았다.옆에 젊은이들은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끼어들었다.“흥, 그래도 체신이 있는 분인데 내가 나가서 당신이 저지른 악행들을 죄다 알릴 거예요.”“게다가 방금 대화를 전부 녹음했어요. 인터넷에 올리면 다들 당신을 공격할 거라고요.”도덕적인 유괴가 통하지 않자 사이버폭력을 내세웠다.수법이 아주 혁신적이었다.사이버폭력 앞에서 강력한 염구준도 함부로 맞서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에 소문을 퍼트린 사람은 해결할 수 있었다.“어르신, 이것이 진씨 가문의 뜻입니까?”염구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본인 의지대로 행사할 권력이 있어요. 안 그렇습니까?”“아, 그럼 됐어요.”염구준은 더는 논쟁을 벌이지 않고 좋은 구경거리를 기다렸다.퍽! 퍽!갑자기 호찬이 움직이더니 젊은이들을 전부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나 거기서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이러다가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염구준과 꽤 오랫동안 함께 있어서 그의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염 선생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사람을 죽이는 겁니까?”진강은 똥줄이 탔다.전신지상 실력으로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하, 어르신 말처럼 호찬이 하는 일은 나랑 상관없어요. 진씨 가문을 멸망시켜도 호찬의 일이지 않나요?”염구준은 상대방이 말하는 도리로 따졌다.사람이 착하면
염구준이 테이블 밑에서 현금이 들어 있는 가방을 꺼내더니 지퍼를 열었다.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이놈을 찾기 위해서 요새 꽤 애를 먹었다.“정말입니까?”앞뒤 태도가 너무 달라서 진강은 일시적으로 적응되지 않았다.“그럼요. 난 딴소리를 하지 않아요. 돈은 여기 있으니까 얼마를 가져갈지는 당신들에게 달렸어요.”염구준이 현금을 가리키며 말했다.돈에 함유한 힘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염구준이 병 주고 약 주는 수법에 후배들은 경악했다.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에 이 정도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알겠습니다. 염 선생님이 진심으로 말씀하니 나도 사실대로 말할게요.”진강이 말할 때 계속 돈을 힐끗 쳐다봤다.이어서 그는 거록 존주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일을 전부 토로했다.모든 내용을 들어보면 양쪽에서 말한 것이 별 차이가 없었다.“염 선생님, 이게 다입니다. 대답에 만족합니까?”진강은 떠보듯 물었다.“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놨군요.”염구준은 200만 원 현금을 던지고 계속 질문했다.“거록 존주의 거주지 어디 있어요? 말만 하면 이것을 전부 드리죠.”유용한 정보야말로 가치가 있는 법이었다.“알고는 있지만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진강은 입맛을 다졌다.“꾸물거리지 말고 말하세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유용한 정보를 내놓으면 돈을 다 가져가도 된다는 뜻으로 가방을 차버렸다.이까짓 돈은 안중에도 없지만 좌천한 은세가문에 있어서는 거액의 숫자였다.“배신자 거록에게 당한 후로 우리도 그놈의 행방을 계속 주시해 왔습니다. 심지어 곁에 부하들도 놓치지 않았어요. 일단 이것을 보세요. 모두 거록이 전에 살았던 거주지입니다.”그는 세계지도를 꺼내 보였다.위에 수백 개의 붉은 점이 있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뻗어 있었다.활동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보기만 해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당신들한테 첩자가 있다면서 거록이 어디 있는지 말씀하세요. 내가 가서 당신들 대신 복수해 줄게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안 됩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