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네게 방법은 하나뿐이니 알아서 해 봐.”염구준은 길게 숨을 내쉬며 백호의 요청을 허락했다.이런 일은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은 백호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감사합니다!”백호는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일어서며 주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주작아, 앞으로는 명령 제대로 따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해, 알겠지?”4대 전존 중 백호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 존재는 주작이었다. 즉흥적인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다가는 언젠가 사고가 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주작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흥, 잔소리하고 싶으면 살아남고 나서 해!”그녀의 말을 들은 백호는 합금으로 된 전투도를 뽑아 들고 광마에게 다가갔다.현재 그에게서는 전신 위 경지의 극치에 다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 싸움은 이 두 사람의 전장이 될 운명이었다. “웃기지 마! 겨우 전신 위의 경지로 나를 죽이겠다고?”광마는 화를 내며 땅을 한 번 세게 내리쳤고,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일으켰다.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영광스럽게 전사하는 편이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죽어라!”두 사람은 동시에 외치며 전력을 다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이렇게 목숨을 건 싸움은 승패가 금방 갈리기 마련이었다.쾅!무기끼리 부딪히는 순간, 백호는 피를 토하며 신속하게 뒤로 밀려났다.압도적인 힘 차이 때문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주작은 애가 탔지만, 이는 백호가 먼저 요구한 공정한 대결이었기 때문에 그녀도, 그리고 염구준도 끼어들 수 없었다.만약 누군가 개입한다면 백호의 고집스러운 성격으로는 정말 자결을 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끝났네.”백호의 기운이 변한 것을 느낀 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쿵!그와 동시에 밀려온 진기에 반등한 백호가 몸을 떨더니 갑자기 전대미문의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광마를 뒤로 밀었다.그러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다가가 도를 휘둘렀고, 광마의 머리는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한계를 돌파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주상! 해냈
“도망쳐!”이 말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들고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계속 이곳을 누르고 있던 광마가 없어진 지금, 이곳의 특수한 생존 방식으로는 외부의 사람들이 언제라도 쳐들어와서 약탈을 벌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대규모적인 싸움이 무조건 벌어지는 건 이제 시간 문제였다.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염구준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기운을 조절하며 회복을 시작했다.반면에 붉은 장미와 주작은 특별히 한 일이 없었기에 얼마 쉬지 않아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왠지 낯이 익은데,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지 않아?”주작은 붉은 장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흥, 예전에 네가 날 추룡대삼각 지대까지 쫓아온 덕에 내가 여기에 말려오게 된 거잖아.”붉은 장미는 상대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와는 다소 달라졌지만 말이다.“너, 붉은 장미구나!”상대방의 말을 듣고 과거를 떠올린 주작은 경계심을 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과거 해전에서의 일을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가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적의 수령을 쫓아간 것이었다.“알아챘으면 이제 그때의 빚을 갚아볼까?”붉은 장미는 일부러 싸우려는 듯한 태세를 취하며 말했다.“좋아, 우리 쪽에 반보천인만 둘인데 괜찮겠어? 주상께서 널 가만두실 것 같아?”주작은 눈치가 빨라서 상대방이 감히 손을 댈 용기가 없다는 걸, 지금은 그냥 자신을 겁주는 것 뿐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주상과 함께 왔다면 정체가 탄로난 건 분명할 테고, 참교육도 당했겠지.’“꼬맹이가 누구한테 배웠길래 이렇게 꾀가 는 거야?”상대방에게 의도를 들킨 붉은 장미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메롱, 비밀이다!”주작은 이긴 것에 기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 후 두 사람은 손을 대지 않긴 했지만 대신 말싸움을 벌였다. 둘의 말싸움은 매우 격렬했는데, 반보천인들의 싸움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왜, 속담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뒤집어진다.’ 라는 말이 있지 않나? 두 명이어서 망
이 말에 이 일의 중요성을 아는 백호와 주작은 즉시 귀를 기울였다.아는 정보가 많을 수록 위험한 장소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붉은 장미는 염구준의 압도적인 전투력에 겁을 먹은 상태라 차마 속임수를 쓰지 못하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그곳에 결계가 쳐져 있어서, 저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 아주 포악한 고릴라 무리가 살고 있다는 건 알아요. 수가 많고 힘도 강해서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더군요.”붉은 장미는 그 유적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에 더 알아볼 용기가 없어 알고있는 게 별로 없었다. 염구준은 들은 정보를 토대로 즉시 결정을 내렸다.“모두 준비해. 유적지로 전속력으로 간다!”그들이 있는 곳부터 유적지까지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그들의 실력으로는 한 한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잠시후, 밀림 속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마치 유령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한편, 유적지 앞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칠째 작업 중인데, 아직도 안 끝난 거야?”질문을 하는 황지열의 얼굴에는 이미 위선적인 웃음조차 걸려있지 않았다.황지열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특별한 방법으로 부하들을 소집해 재빨리 유적지로 향했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다. 유적지가 결계에 둘러싸여 있어 전혀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거의 다 끝났어.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돼.”우대구는 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그들 무리 중 결계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우대구뿐이었지만, 그의 실력으로는 이 결계를 해결할 수 없었다. “셋째야, 힘 좀 내 봐. 이틀전에도 이 말 했잖니.”황지열은 속이 타들어 가서 다시 재촉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도 여유를 부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염구준도 같이 들어온 상황이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최선을 다해 볼게.”우대구는 대답하면서 계속해서 유적지의 주변을 빙빙 돌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그는 이미 열 손가락으로 셀 수도
황지열이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아니야. 당신들은 우리 섬의 손님인데 죽일 리가 있겠나.”어렵게 한 사람을 잡았는데 인질로 남겨야 했다.‘썩을 영감탱이!’현무는 속으로 욕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체력을 회복했다.여기서 도망치지 못해도 힘이 있어야 자살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대도주님 보고합니다. 네 명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 그림자만 보입니다.”한 보초군이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드디어 왔구나.”황지열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엄숙한 표정으로 숲을 쳐다봤다.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두려워하면 바로 나타났다.“전원 경계하고 집합하라!”명령을 내리자 부하들은 큰 적을 만난 것처럼 손에 무기를 들고 한 곳에 모였다.적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대도주의 긴장한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여기 맞네.”염구준은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숲을 빠져나왔다.삼선도 곳곳에 배치한 보초군은 이미 처리한 뒤였다.“염구준! 악마 같은 놈아! 한 발짝 다가오면 이 자식을 죽여버릴 것이다.”도명현은 이를 악물고 현무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협박했다.황지열은 욕을 퍼붓고 싶었다.인질을 저렇게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다.순간 수 없이 가르쳐도 왜 알지 못하는지 두통이 아팠다.“네 명으로 한 명을 바꾸자. 현무는 풀어줘.”염구준은 이미 정신을 잃은 보초군 네 명을 가리켰다.현무가 상대방의 손에 있으니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웃기지 마.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바로 죽일 거다.”손에 강력한 기운을 불어넣은 도명현은 당장이라고 죽일 기세로 으르렁거렸다.현무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염구준의 눈빛을 보고 삼켜버렸다.함부로 나서면 일을 더 망치게 되니까.‘망했어. 완전히 엉망진창이야.’황지열은 속이 답답했지만 어떤 말은 대놓고 할 수 없었다.“그래? 네 명으로도 바꾸지 않겠다니 보초군들 목숨이 값이 없군. 아니면 저 사람들은 네 눈에 사람으로 안 보이나?”염구준은 전방을 훑어보면서 일부러 삼선도 부하들이 들으라고 이렇게 말했다.사람을 공격하는 것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여러 갈래 검기가 현무를 공격하려는 세 사람을 물리쳤다.“공격한다!”어쩔 수 없는 황지열은 속으로 도명현을 욕하면서 명령을 내렸다.번마다 멋대로 나대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먼저 도착한 염구준은 현무의 어깨를 잡고 뒤로 밀어버리고 검을 휘둘러 세 사람을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그 동작은 깔끔하게 단번에 이루어졌다.본래 이렇게 빨리 죽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이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죽어도 누굴 탓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염구준, 인질을 교환하겠다면서 약속을 어기고 내 부하를 죽였어?”도명현이 버럭 화를 냈다.“하,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너랑 말 섞는 것조차 역겨워.”염구준은 억지를 부리는 인간과 도리를 따지기도 귀찮았다.막무가내인 사람에게 시간 낭비하면서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염구준, 여기 결계가 있다. 내가 먼저 열면 안 되겠느냐?”세 명의 보초군이 죽자 황지열은 손을 들어 싸움을 제지했다.오랫동안 계획한 끝에 금비녀를 손에 넣고 이 공간을 연 것은 오로지 천인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었다.지금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당신을 죽이고 나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어.”염구준은 검을 들고 타협하지 않았다.결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뒤에 있는 현무는 이 방면에 전문가였다.한마디에 대화가 끝났으니 더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말할 것도 없어. 그냥 저놈을 죽여!”불 같은 성격인 도명현은 참지 못하고 대검을 들고 공격했다.삼선도 세력은 머릿수가 많아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세 명밖에 없었다.그중에서 한 사람은 눈에 띄게 강했다.도명현이 움직이자 나머지 부하들도 뒤를 따랐다.“백호, 내가 저놈을 맡을 테니까 넌 나머지를 처리해.”염구준은 지시를 내린 후, 검을 들고 앞으로 돌진했다.반보천인 고수 세 명의 실력은 만만치 않으니 경계는 늦추면 안 되었다.특히 대도주 황지열의 기운은 염구준과 막상막하로 실력이 약하
세 사람은 강력한 기운을 내뿜어도 정작 공격할 때면 여전히 그대로였다.속으로 서로를 경계한 지 오래되어서 쉽게 경계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늙은 여우.’다들 속으로 한마디씩 욕했다.황지열은 두 사람도 천인 경지를 돌파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았다.이곳까지 온 이상 언제든지 본색을 드러낼 거라 생각했다.평소에 두 사람이 멍청하다고 여겼는데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세 사람의 싸움에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약하면 그는 기세를 몰아 더 강해지고 공격도 날카로워졌다.도주 세 명도 이렇게 싸우면 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어쩔 수 없이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다른 무리의 싸움도 삼선도에 불리했다.전신지상 고수 세 명이 협공해도 백호를 막아내지 못했다.그 외에 전신지상 두 명도 주작과 붉은 장미의 공격에 번마다 당하여 곧 죽을 것 같았다.다른 부하들도 싸움에 끼어들었지만 어쩌지도 못하고 하마터면 죽음을 당할 뻔했다.현무가 치료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었는데 방금 염구준이 보초군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 간담이 서늘했다.삼선도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우르릉 쾅!그때 갑자기 지면이 흔들리며 결계가 불안정해지더니 손바닥만 한 균열이 나타났다.입구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하하하, 내가 방금 나경판을 놓았는데 이제야 작용한 모양이구나.”우대구가 호탕하게 웃었다.실은 허세일 뿐 방금 나경판을 놓을 때 전혀 자신이 없었다.운이 좋았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큰 문제가 생겼다.염구준에게 제압당해 어떻게 철수해야 할지 몰랐다.“대도주 실력이 막강하니 저놈을 먼저 제압하고 있어.”도명현이 그의 반응을 떠보았다.성격이 충동적이지만 삼선도의 둘째 도주로서 그 정도 머리는 있었다.“좋다. 내가 셋까지 세면 너희들은 물러서.”대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알았어.”두 도주는 황지열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정말 처음이었다.“셋!”황지열이 마지막 숫자를
스윽!염구준은 손을 들어 강력한 검기를 도명현에게 발사했다.“합!”그러자 도명현은 대검을 들고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지난번에 염구준에게 꼴 좋게 패배했으니 트라우마가 생겨 다시는 우습게 볼 수 없었다.펑!하지만 연달아 공격하는 검기에도 결계는 뚫리지 않고 잔물결만 일렁거렸다.수천년 동안 유지한 결계라 그런지 만만치 않았다.이미 한번 겁을 먹은 도명현은 저항하다가 결국 대검을 들고 허우적대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부하들은 창피했다.“도명현 도주님, 파리 잡고 있어?”염구준이 마지막 공격을 가하며 말했다.방금은 일부러 공격한 것이다.하나는 도명현에게 겁을 주고 둘째는 결계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흥, 이만 가자!”체면이 깎인 도명현은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부하들은 대놓고 웃고 싶었지만 둘째 도주의 체면을 위해 애써 참았다.일행이 염구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들의 갈등은 이제 격화되어서 어디를 가든 서로 모른 척했다.“주상님, 왜 쫓아가지 않습니까?”주작은 삼선도 사람들이 가는 것을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만약 쫓아갔더라면 결계에 들어갔을 텐데 염구준은 그냥 보내주었다.“유적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저들이 먼저 탐색하다가 서로 싸울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는 수고를 덜 수 있어.”염구준이 이유를 말하자 그제야 이해했다.붉은 장미는 그의 계략에 감탄하여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렸다.이 사람의 머리는 무술을 잘하는 것만큼 똑똑했다.전에 그를 해하려고 했던 짓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염구준은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치료하고 있는 현무에게 다가가 말했다.“한 시간 30분 뒤에 결계를 깰 거야.”현무가 치료를 마치면 결계를 연구할 것이다.“현무, 결계를 깰 자신이 있어?”염구준이 물었다.솔직히 그에게도 80% 확률로 결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바로 일력파만법으로 말이다.“문제없습니다. 방금 대략 살펴보았는데 10분이면 충분합니다.”현무가 많이 회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백호는 뒤를 돌아보다가 숲속 안으로 쫓아갔다.고릴라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고 나무 위에서 몸을 흔들며 멀리 유인했다.정말 이놈들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왔다.”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기척을 느꼈다.그것도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다.“두 사람은 현무가 안심하고 결계를 깰 수 있게 이중 전신 영역으로 보호해.”서로 맞지 않는 주작과 붉은 장미는 협조하라는 말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런 상황에서 싸우면 자기만 우스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우후후후!”고릴라 한 마리가 외치며 숲에서 뛰쳐나오더니 바로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뭔가 수상해.”수상함을 느낀 염구준은 왼손에 검을 쥐고 오른손으로 상대했다.전력으로 싸우지 않은 것이다.첫 공격을 하자마자 뭐가 문제인지 알아챘다.이 고릴라는 왕이 아니라 탐색하러 보낸 부하였다.붉은 장미의 말에 따르면 고릴라 왕은 전신지상의 실력이고 이 고릴라는 이제 겨우 전신경에 이르렀다.짐승이 사람 못지 않게 교활한 수작을 부리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그래 어디 한번 놀아보자.”염구준은 차분하게 고릴라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정도로 상대했다.고릴라 왕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고릴라 따위가 본인과 머리를 굴려서 모략을 꾸미다니 제대로 혼내려고 마음먹었다.“크아아앙!”그때 귀를 찢을 뜻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고릴라가 나타났다.덩치가 어찌나 큰지 작은 별장만큼 컸다.그러더니 숲에서 엄청 많은 고릴라가 나타나 계속 울부짖었다.고릴라 왕은 무조건 적을 이길 수 있다 착각하고 싸우러 나온 것이다.그러면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으니까.전에 삼선도 일행들이 죽이러 쫓아와서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짐승은 그래도 짐승이야. 머리가 없어.”염구준은 뒤로 물러서며 입꼬리를 올렸다.고릴라 왕이 인내심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다.“쿠아아앙!”고릴라 왕은 포효하며 부하들을 진정시키고는 염구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