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왕은 대군을 이끌고 귀신족 잔당을 소멸시키러 길을 나섰다.윤구주는 대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혼자서 다른 길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나아가던 윤구주는 곧 피비린내를 맡았다.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윤구주는 재빨리 작은 길을 지나 넓은 홀에 들어섰는데 이곳 피비린내는 너무 심했다.신념을 방출하자 갑옷을 입은 시체 삼십여 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천옥을 지키는 수호자들이네. 누가 이런 거지? 이런 제기랄! 수옥인! 나와!”윤구주가 손바닥으로 비석을 치자 봉인이 풀리면서 수옥인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수옥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상님, 들어오지 말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는데 조상님께서 듣지 않았잖아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아까는 곤륜 구역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서 솔직히 말 못 한거 알아. 지금은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천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볼래?”윤구주가 진지하게 물었다.문밖에서 윤구주와 수옥인이 대치했던 것은 어느정도 연기적인 부분이 있었다.수옥인이 몇번이고 암시를 보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변고가 발생한 건 맞지만 조상님께서 먼저 뭘 하려는지 말씀해 주실 수 없을까요? 임씨 일가가 최근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던데 여러 세력이 신규를 우회하여 천옥에 들어오려고 하더라고요.”수옥인이 되려 질문했다.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누군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는 만큼 수옥인은 분명히 알아내야 했다.“규칙을 제일 안 지키는 사람이 바로 곤륜 구역의 사람들이야. 그리고 너. 아는 것이 많을수록 빨리 죽는다는 거 몰라?”윤구주가 냉랭하게 말하자 수옥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조상님, 아니다. 그냥 이름을 부를게. 윤구주, 지금 곤륜 구역도 그리 평화롭지 않아. 여러 세력이 암투를 벌이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천하태평인 내 스승님조차도 이제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윤구주는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검도겠지? 견민기 그
“견민기는 성격이 거만하고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내가 할 말이 있어. 얼마 전에 네가 사해에서 일이 벌어졌을 때 임씨 일가 어르신이 신규를 위반하고 곤륜 구역을 몰래 나가서 인간 세계에서 한 사람을 천옥까지 데려왔어. 길을 안내한 사람은 검도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건드릴 수 없었던 나는 위협을 당하기도 했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천옥 이곳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몇 명이 더 늘어나거나 몇 명이 줄어들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 곳이야. 그래서 나도 그냥 입 다물고 있었어.”수옥인의 씁쓸한 표정에 윤구주가 말했다.“신이 되는 게 좋아? 자유가 하나도 없는데 개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잖아. 계속해서 말해봐. 그 후에 또 누가 왔어?”수옥인은 입을 삐죽거리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맞아! 하나같이 나만 괴롭혀! 종문 동맹에서 아무나 와도 나를 협박하고 있잖아. 흑흑...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 사건이 일어난 후로 넌 곤륜 구역과 계속 연락이 없었잖아. 아니다. 네가 곤륜 구역을 떠난 이후로 여기 수련자들과 연락이 없었다고 말해야 하나?”이번에는 윤구주가 화를 참지 못했다.“다 내가 문아름을 너무 믿어서 그래. 걔가 나 대신 곤륜 구역과 연락하고 있었다고.”그때 문아름더러 곤륜 구역과 접촉하게 한 것도 윤구주가 그 위선적인 수련자들을 싫어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말인데 견민기는 그냥 바보야. 문씨 가문에서 계속 임씨 일가를 지켜보고 있었어. 계획대로라면 나를 죽이고 임씨 가문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을 거야. 곤륜 구역에 문씨 가문 스파이가 많은데 견민기가 문씨 가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수옥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그래서 붙은 거야? 문씨 가문이 천옥을 쳐들어왔어. 너도 보았듯이 천옥 수호자들이 전부 문씨 가문이 데려온 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 다행히 내가 천옥 진법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진법을 파괴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더라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을 속이기 위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파도에 휩쓸리면서 그저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착한 소채은은 이 모습을 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구하려 했다.다행히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이라 소채은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검은 옷 남자를 끌고 바닷가로 힘껏 헤엄쳐 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야 소채은은 그 남자를 바닷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소채은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얼른 남자의 생사를 확인했다.맥을 짚어보니 뛰고 있긴 했지만, 너무 미세했다. 그래도 살아있었다.소채은은 다시 고개를 숙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고 옷은 이미 바닷물에 푹 절여져 있었다.소채은은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나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뚜렷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절세 미남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에 너무 오래 떠 있어서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너무... 잘생겼잖아!”소채은은 남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졌다. 하지만 소채은은 얼빠가 아니었다.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다. 몇십 번 정도 시전하니 남자의 맥박이 돌아왔다. 남자를 살려낸 것이었다.“와, 드디어 살렸네!”소채은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근데 이 사람 누구지? 왜 바다에 버려진 거지?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이렇게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곳에 버려뒀다가 밀물이라도 들어오면 죽게 놔두는 거나 다름없잖아.”한바탕 고민한 끝에 소채은은 이 생판 모르는 남자를 잠시 옛 본가에 데려가기로 했다.옛 본가에 도착해 소채은은 남자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온몸에 모래가 묻은 소채은은 쓰러진 남자를 보고 먼저 샤워를 한 뒤에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한편, 굽이진 산길에 3대의 벤츠가 달리고 있었다.“채은이 이 계집애 진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혼자 옛 본가에 휴가를 와?”“채은이 친구가 제때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 계집애를 어디서 찾아?”
“아빠, 큰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채은아, 지금 뭐 하는 거야?”“이 남자는 또 누구야?”소청하가 호통을 쳤다.특히 소채은이 샤워 가운을 두른 채 벌거벗은 남자와 침대에 있는 걸 보니 뇌출혈이라도 올 것만 같았다.소채은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아빠, 오해하지 마요. 이 남자 모르는 사람이에요.”“뭐? 모르는 사이라고?”“이 계집애야! 미쳤어? 모르는 사이에 잠자리를 가져?”소청하가 포효하다시피 했다.“아빠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모르는 사람이예요. 그냥...”소채은이 해명하려는데 큰아버지 소천홍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둘째야, 진짜 대단하다.”“딸을 참 훌륭하게 키웠어.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다 들고.”“곧 중해 그룹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계집애 어떻게 처리할지 좀 말해봐.”소청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동자마저 빨개졌다.“망할 계집애, 우리 소씨 가문이 뭘 잘못해서 너 같은 불효녀를 낳은 거야?”“차라리 때려죽이고 말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청하는 손을 들어 소채은의 뺨을 때리려 했다.소청하의 손이 소채은의 어여쁜 얼굴에 거의 닿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소청하의 팔목을 움켜잡았고 소채은을 자기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소채은은 순간 멍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장하기 그지없는 뒷모습과 등 뒤에 새겨진 용의 머리가 보였다.‘이 남자 깨어난 거야?’소청하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에 의해 단번에 손목을 잡혔고 팔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 언성을 높였다.“너... 너... 뭐하자는 거야?”남자는 거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군주처럼 소청하를 내려다봤다.“놔, 이거 놓으라고!”소청하가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마치 무쇠처럼 전혀 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봐라, 이 새끼 처리해.”소청하의 분노가 끝내는 터지고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하...”소채은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구주를 힐끔 올려다봤다.“됐어요. 너무 잘생겨서 제가 끝까지 선심 쓸게요.”“어찌 됐든 간에 시내로 돌아가면 병원에는 데려가 줄게요.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요.”“그래서 회복되면 내 가족에게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소채은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부터 시내로 돌아갈 짐을 쌀 거예요. 먼저 여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아무 데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 내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소채은은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당부하고는 윤구주에게 티비를 켜주었다.윤구주는 멍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티브이로 돌렸다.마침 티브이에서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난 10개국 간의 전쟁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속을 가득 채운 전함에서는 까만 연기가 솟아올랐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화진의 군사들이 10개국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이 화면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박히면서 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구주왕, 그는 윤구주였다. 화진에서 종횡무진하는 9주 군신 윤구주.10개국 간의 전쟁은 서른 살도 안 되는 그가 최강의 경지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들이 벌인 침략 전쟁이었다.10개국에서 무서워하는 저승사자, 그들에게 난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같은 존재다.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10개국에서 100여 명의 최강 고수를 파견했고 10개국을 지키는 열세 명의 신급 강자들이 오로지 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는 혼자서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국의 백만 대군을 맞섰고 결국 일곱 명의 신급 강자를 무찔렀다.허나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패전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바로 선우아름, 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대전이 끝날 무렵 윤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기린 화독을 내렸고 그 화독이 심장을 공략한 바람에 윤구주는 10개
몇 분 뒤, 소채은이 짐 정리를 마치고 방에서 걸어 나왔다.기억 상실인 척하는 윤구주는 자연스럽게 목석처럼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저기, 기억 잃으신 분, 이제 갑시다.”소채은은 이렇게 말하더니 윤구주를 쳐다보지도 않고 짐가방을 들고는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만 아니었으면 집안의 오해를 사는 일도 없었을 텐데. 이제 집에 가서 뭐라고 설명해요?”소채은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짐가방을 끌고 밖에 세워둔 하얀색 미니 쿠퍼로 향했다.짐가방을 트렁크에 실은 후 소채은이 말했다.“타요.”기억을 잃은 척 연기 중인 윤구주는 “네”라는 간단한 대답과 함께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차 안은 핑크로 장식했고 향기로웠다.앉자마자 소채은이 말했다.“아주 복받은 사람이네. 이 차에 한 번도 남자를 태워본 적이 없는데.”윤구주는 속으로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내로 갑시다.”소채은은 차에 시동을 걸었고 집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소채은은 운전하면서 노래를 들었다.옆에 앉은 윤구주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몸 안의 기운을 움직여 온몸에 난 상처를 천천히 치유하고 있었다.소채은은 드문드문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돌아봤다. 잘생긴 이목구비에 진한 눈썹과 맑은 눈동자, 어쩜 콧대도 높았다.‘기억을 잃지만 않았어도 진짜 남신이 따로 없는데. 이런 남자가 내 남친이면 진짜 괜찮겠다.’남자 친구는 무슨, 가족의 도구로서 곧 중해 그룹의 바람둥이와 결혼을 앞둔 마당에 자기의 행복을 선택할 자유는 없었다.소채은은 씁쓸하게 웃더니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차는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여기서 강성시까지 가려면 적어도 5시간은 걸렸다. 고속도로에 다 와 가는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앞쪽 엔진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차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소채은은 깜짝 놀라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내려서 검사했다.보닛을 열자 까만 연기가 엔진에서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소채은은
“견민기는 성격이 거만하고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내가 할 말이 있어. 얼마 전에 네가 사해에서 일이 벌어졌을 때 임씨 일가 어르신이 신규를 위반하고 곤륜 구역을 몰래 나가서 인간 세계에서 한 사람을 천옥까지 데려왔어. 길을 안내한 사람은 검도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건드릴 수 없었던 나는 위협을 당하기도 했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천옥 이곳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몇 명이 더 늘어나거나 몇 명이 줄어들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 곳이야. 그래서 나도 그냥 입 다물고 있었어.”수옥인의 씁쓸한 표정에 윤구주가 말했다.“신이 되는 게 좋아? 자유가 하나도 없는데 개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잖아. 계속해서 말해봐. 그 후에 또 누가 왔어?”수옥인은 입을 삐죽거리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맞아! 하나같이 나만 괴롭혀! 종문 동맹에서 아무나 와도 나를 협박하고 있잖아. 흑흑...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 사건이 일어난 후로 넌 곤륜 구역과 계속 연락이 없었잖아. 아니다. 네가 곤륜 구역을 떠난 이후로 여기 수련자들과 연락이 없었다고 말해야 하나?”이번에는 윤구주가 화를 참지 못했다.“다 내가 문아름을 너무 믿어서 그래. 걔가 나 대신 곤륜 구역과 연락하고 있었다고.”그때 문아름더러 곤륜 구역과 접촉하게 한 것도 윤구주가 그 위선적인 수련자들을 싫어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말인데 견민기는 그냥 바보야. 문씨 가문에서 계속 임씨 일가를 지켜보고 있었어. 계획대로라면 나를 죽이고 임씨 가문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을 거야. 곤륜 구역에 문씨 가문 스파이가 많은데 견민기가 문씨 가문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해?”수옥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그래서 붙은 거야? 문씨 가문이 천옥을 쳐들어왔어. 너도 보았듯이 천옥 수호자들이 전부 문씨 가문이 데려온 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어. 다행히 내가 천옥 진법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진법을 파괴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더라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을 속이기 위
진동왕은 대군을 이끌고 귀신족 잔당을 소멸시키러 길을 나섰다.윤구주는 대군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후 혼자서 다른 길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나아가던 윤구주는 곧 피비린내를 맡았다.순간 불길한 예감이 든 윤구주는 재빨리 작은 길을 지나 넓은 홀에 들어섰는데 이곳 피비린내는 너무 심했다.신념을 방출하자 갑옷을 입은 시체 삼십여 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천옥을 지키는 수호자들이네. 누가 이런 거지? 이런 제기랄! 수옥인! 나와!”윤구주가 손바닥으로 비석을 치자 봉인이 풀리면서 수옥인이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수옥인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상님, 들어오지 말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는데 조상님께서 듣지 않았잖아요.”“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아까는 곤륜 구역 사람이 지켜보고 있어서 솔직히 말 못 한거 알아. 지금은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천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볼래?”윤구주가 진지하게 물었다.문밖에서 윤구주와 수옥인이 대치했던 것은 어느정도 연기적인 부분이 있었다.수옥인이 몇번이고 암시를 보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변고가 발생한 건 맞지만 조상님께서 먼저 뭘 하려는지 말씀해 주실 수 없을까요? 임씨 일가가 최근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던데 여러 세력이 신규를 우회하여 천옥에 들어오려고 하더라고요.”수옥인이 되려 질문했다.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누군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는 만큼 수옥인은 분명히 알아내야 했다.“규칙을 제일 안 지키는 사람이 바로 곤륜 구역의 사람들이야. 그리고 너. 아는 것이 많을수록 빨리 죽는다는 거 몰라?”윤구주가 냉랭하게 말하자 수옥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조상님, 아니다. 그냥 이름을 부를게. 윤구주, 지금 곤륜 구역도 그리 평화롭지 않아. 여러 세력이 암투를 벌이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천하태평인 내 스승님조차도 이제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윤구주는 짐작 가는 것이 있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검도겠지? 견민기 그
이 강력한 일격에 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진동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것이 바로 윤구주이지! 앞으로 가로막는 자가 신이라고 해도 죽여버리는 윤구주!’“문씨 가문도 대단해! 이런 무적의 존재를 죽일 뻔했다니.”진동왕은 혼자 중얼거렸다.이러고 보니 문씨 가문의 실력도 정말 대단했다.문이 부서지고, 미지의 지역으로 통하는 통로가 눈앞에 나타났다.차갑고 음산한 바람이 통로에서 불어왔다.이 어두운 통로는 인간 세계와 지옥을 연결하는 곳인 것 같았다.차가운 기운이 사람을 감쌌고, 희미하게 음혼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진동왕은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전사들은 이 통로가 지옥으로 향하는 문인 것 같았다.“하하! 다 함께 모든 신마를 소멸해 버리자고!”윤구주가 먼저 들어가고, 십만 대군도 한 사람도 주저하지 않고 그를 따라 천천히 들어갔다.십만 대군이 귀문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순간 어둠이 그들을 삼켜버리는 것만 같았다.비석에 봉인된 수옥인은 십만 대군이 통로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심정이 복잡미묘하기만 했다.“조상님이 또 군륜 구역을 발칵 뒤집어 놓겠네. 또 얼마나 많은 신들이 이대로 무너질까? 이번에는 천지가 바뀌고 인간 세상에 인황이 나올 것 같네!”수옥인은 만 년 전에 봉인된 역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봉신 전쟁 전에는 인간 세상과 신의 경지라는 말이 없었고 황제가 바로 당대 최강자였다.고대 신이라 불리던 강력한 수련자들은 인황을 만나면 무릎부터 꿇어야 했다.봉신 전쟁 이후에 인황이 몰락하면서 이후 황제들이 모두 천자로 강등되어 신의 경지 아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이 규칙이 정해진지 만년이나 넘었는데 결국 윤구주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두 세계의 대결은 피할 수 없었다.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통로에서 갑자기 수많은 강한 빛이 나타났다.원래 음산하고 무섭던 통로는 갑자기 대낮처럼 밝혀졌다.음침하고 흉측한 귀신같았던 그림자들은 그저 이상한 바위들뿐이었다.십만 대군은 현대 첨단 기술
“윤구주! 여긴 신의 경지라고! 함부로 할 생각하지 마! 여긴 인간이 주도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열몇 명의 신은 철저히 분노했다.“조용히 해! 너희들이 무슨 신이라고 그래.”윤구주는 소리를 외치며 봉왕팔기 금뇌를 꺼냈다.뇌정이 폭발하면서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천궁을 차지하고 있던 신존도 갈라지고 말았다.“소위 신명은 스스로 책봉한 거잖아. 봉신 전쟁 전에는 신명도 없었고. 어떤 사람은 단지 천지를 연마할 수 있는 수련자일 뿐! 너희 같은 수련자들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천술을 남용하고, 대지를 짓밟고, 세계의 기존 영기를 파괴하여 재난을 초래한 거잖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겠으니 봉신방을 만들어 경계를 나누고 곤륜 구역으로 물러난 거잖아. 봉인된 신들은 그저 육신을 잃은 극전 신급일 분이야. 너희들이 세운 규칙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더라고. 만 년 동안 규칙으로 인간을 억압하면서 너희들은 그 규칙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잖아!”윤구주의 놀라운 발언은 천지를 진동시켰다.그 열몇 명의 신령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했다.신명의 출처를 알게 된 십만 대군들은 원래부터 신을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가짜 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살기가 강해졌다.하늘 공중에 있던 국운의 금기는 더욱 강해졌다.“윤구주!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열몇 명의 신이 소리를 질렀다.“뭘 하려는 거냐고? 내가 몇번을 말해. 귀신족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귀신족은 인간 세계는 물론 곤륜 지역도 위협하고 있다고.”“이런 제기랄! 곤륜 지역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해. 우린 약속을 어길 생각이 없었어!”신이 분노하며 말했다.“필요 없어! 너희가 귀신족과 거래하고 있다는 거 모를 줄 알았어? 그동안 귀신족 손에서 얻은 이익이 적다고 생각해?”윤구주가 콧방귀를 뀌었다.“윤구주! 너무하는 거 아니야?”“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왜 벌써 발끈하고 그래. 우리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데 너희들은 왜 자꾸 인간 세계를 간섭하려는
두둥!수옥인은 이제야 윤구주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인간 세상은 물론 신의 경지까지 관여하려고 하다니! 정말 겁도 없이!’바로 이때, 천옥 상공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검은 구름 뒤에 수많은 신의 그림자가 반짝이고 있었다.지면도 함께 진동하기 시작하면서 마치 어마어마한 악마가 땅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큰일 났어요! 구주왕님! 신께서 노하셨어요!”수옥인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신께서 노하셨다고? 그게 뭐가 무섭다고. 너의 스승을 봐서라도 오늘 너를 괴롭히지 않을게. 오늘 내가 문을 부순 것은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너는 이미 최선을 다했어.”윤구주는 눈에서 금빛 광선을 발사했다.봉왕팔기! 이화금안 발동!윤구주는 눈의 힘으로 수옥인을 휘감아 그를 다시 비석 안에 봉인시키고는 뒤돌아 십만 대군을 바라보았다.“지금 신이 나 윤구주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난 태어난 그날부터 신과 같은 존재를 믿지 않았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꼭 겨뤄보고 싶어. 나와 함께 하는 자는 신과 적이 되는 거야. 나와 함께 신을 죽일 용기가 있는가?”‘신을 죽인다고?’십만 대군은 모두 열광의 표정을 지었다.특히 장군들은 윤구주를 따르기 시작하면서 한번도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윤구주가 명령을 내리기만 한다면 눈앞에 지옥이 있다고 해도 주저 없이 뛰어들 사람들이었다.“죽여!”십만 대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때 대열에 은은하게 금색 빛이 나타났다.“화진의 새로운 국운이 나타난 거야!”진동왕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이것이 바로 임씨 일가가 바라던 바였다.윤구주가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켰으니 화진에도 후계자가 생긴 것이다.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는 하늘의 신마저도 두려워해야 했다.하늘의 검은 구름이 아무리 거대하더라도 국운을 가리기 어려웠다.“역시 윤구주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오늘부터 인간 세상은 자유로워질 거야! 국운이 정점에 이르렀으니 더 이상 막을 수도 없어. 문을 부숴버리자고!”진동왕은 법기를 소환하고 윤구주
‘조상님?’이 세글자를 한 초라도 늦게 말했다면 수옥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다.진동왕은 그만 웃고 말았다.“보아하니 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 수련할 때 여기에 있는 신들을 두려워한 게 맞네.”윤구주가 한 손으로 신검을 다루며 여덟 명의 신을 베었을 때 다른 신들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서야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수옥인도 그중 한 명이었다.그래서 윤구주가 검을 빼 들려고 하자 급히 무릎을 꿇은 것이다.윤구주가 곤륜 구역에서의 위엄은 신을 죽여서 얻은 것이다.“이제야 말이 되네.”윤구주는 수옥인이 고개를 숙이자 비로소 검을 거두었다.“구주왕님께서 이곳에 오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수옥인은 무릎을 꿇고 잘 보이려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여기 와서 뭘 하겠어. 당연히 귀신족 잔당을 없애려고 왔겠지.”윤구주가 냉랭하게 말했다.수옥인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는 규칙이 있는 거예요. 비록 구주왕님께서 곤륜 구역에서 수련하셨지만 아직 곤륜 구역에서 신위를 물려주지 않았으니 본질적으로 구주왕님은 인간과 마찬가지예요. 인간은 신의 경지에 관여할 수 없어요.”분노가 치밀어오른 윤구주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하지만 그래도 애써 화를 참으며 말했다.“신의 경지의 규칙? 그래. 규칙을 한번 따져보자고. 곤륜 구역과 임씨 일가가 약속했듯이 화진 귀신족은 우리가 처리하고 곤륜 구역의 귀신족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화진 귀신족들은 모두 해결되었는데 곤륜 구역에서는 왜 잔당을 제거하지 않는 거지?”수옥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구주왕님, 신의 경지에서 제거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에요.”“그러면 말해! 언제 제거할 건지.”윤구주가 또다시 물었다.“그게... 언제 제거할 건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수옥인이 대답하자 윤구주는 박장대소를 지었다.‘이렇게 말할 줄 알았어.’수옥인의 직책은 절대 작지만은 않았다.그의 말은
“에헴.”진동왕은 고개를 저으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했다.“저는 이번에 왕의 명을 받고 귀신족 잔당을 없애러 왔지만 임씨 일가 제1대 국주님이 곤륜 구역과 한 약속에 의하면 곤륜 구역의 귀신족 잔당은 그쪽에서 처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저희 화진에서 직접 처리할 것이니 문을 좀...”슉!진동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투영 속 방은 즉시 살기가 가득 찼다.“네 이놈! 왕의 명령이 무슨 소용이야. 신 앞에서는 무릎 꿇고 말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왕의 명령을 논하는 거야. 이만 돌아가.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거야.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수옥인은 여전히 진동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사람을 이 정도로 무시한다고?’진동왕의 얼굴은 어두워지고, 십만 대군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신이든 악마이든 일단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진동왕은 대군을 안정시킨 후 다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난 안 되겠어. 수옥인이 신의 경지의 규칙으로 나를 압박하고 있어. 더 이상 저 노인네를 건드리지 못하겠어.”진동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네. 천술은 제가 이미 간파했어요.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강제로 부술 수밖에 없어요.”투영 속 책을 읽고 있던 수옥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어디서 이런 허세를 부려. 너같이 평범한 인간이 천술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책은 나중에 보고, 과연 누가 이렇게 오만방자한지 확인해 봐야겠어.”수옥인은 뒷짐을 쥐고 서 있는 윤구주를 보고 침묵했다.침묵 속에 어색함이 감돌았고, 수옥인이 진동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저 사람이 왔으면 미리 말하지 그랬어.’수옥인은 마음속으로 욕을 하며 구름을 타고 방을 나섰다.비석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구름은 태양은 물론 십만 대군의 시선마저 가렸다.300미터 가까이 되는 신이 구름 위에 나타나 신의 위엄을 드러냈다.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법인을 들어 문을 강제로 부수려고 했다.이 모습에 수옥
“임씨 일가의 공이 큰 건 맞지만 화진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영웅이었지. 역사적으로 화진 문명을 이어온 공신들과 비교하면 우리 임씨 가문은 아무것도 아니야. 윤구주는 화진을 일으켜 세운 첫 번째 인물이야.”진동왕은 윤구주에게 경의를 표했다.윤구주가 임씨 가문의 검이 되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이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임씨 가문의 제1대 국주가 귀신족을 멸망시키고 국가를 세운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귀신족이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해. 진정한 원흉은 곤륜 구역에 있어. 너희들 왕은 먼저 곤륜 구역에서 귀신족 왕자 혼을 처치한 후 화진을 벗어나 귀신족의 잔여 세력을 처치해야만 귀신족을 화진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어. 이제 마지막 귀신족 잔당이 천옥에 숨어있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야.”진동왕이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장군들은 하나같이 눈이 붉게 충혈되어 전투 의지가 넘쳤다. 이들은 구주왕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진동왕은 이 장군들에게 방금 말한 내용을 밑에 있는 전사들에게 전하라고 했다.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군은 이곳에 온 목적을 알게 되었다.그 목적은 바로 귀족 잔당을 없애버리고 화진이 앞으로 귀신족의 위협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이런 귀신 같은 곳에서 전투하기에는 그 누구라도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목적을 알고 나니 사명감에 모든 전사는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이들은 모두 화진의 영웅이었고 화진을 지키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10만 대군의 전투 의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진동왕은 깊은 감회를 느꼈다.“윤구주, 너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구나. 왕이 되는 것은 너의 뜻이 아니겠지만 너는 계속 올바른 길을 걷고 있어.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 10만 대군이 새로운 국운을 탄생시킬 거야.”옆에서 윤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화진은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이 있지 않았을까요? 임씨 일가의 기운은 이미 끝났으니 반드시 국운에 영향을 미칠 거
“예를 들어 한 나라의 몰락하면 국운이 약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올바른 길을 걷고 하늘과 땅의 정기를 따르면 한 나라의 국운은 오래도록 쇠퇴하지 않는 법이야.”이 말에 장군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진동왕이 그들의 왕처럼 위대한 영웅이 되라고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이것만 알아도 충분해. 한 가지 더 말할 것은 귀술 수련자를 말끔히 처리해야 하는 이유야. 이 녀석들은 국운을 삼킬 수 있기 때문이야. 가장 나쁜 놈은 정의로운 사람을 삼켜버려 무감각해지는 사람을 만들 뿐이야.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화진이 인간 지옥이 될수도 있어.”장군들은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그러면 이 사악한 기술을 누가 발명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악한 기운은 영으로 모일 수 없다면 첫 번째 귀신족은 어떻게 탄생한 거예요?”정태웅이 물었다.“좋은 질문이야. 이것은 구오 지존 이상의 경지와 관련된 문제이지. 구오 지존을 초월하면 극전 신급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육체는 파괴되어도 혼은 남아있거든. 이 혼은 우리의 의식을 의미하는 거야.”진동왕의 설명에 천현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그렇군요. 왕자의 육체가 파괴되어도 그 의식이 여전히 천지 영기를 흡수할 수 있는 거면 그 방법으로 현술을 창조하여 아래 사람들에게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게 할수 있는 거잖아요.”진동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천현수를 바라보았다.“아주 좋아! 음기와 양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정상 수련보다 훨씬 빠르니 귀신족도 살아있는 사람이 수련한 것이지. 그런데 일부분만 맞았어. 왕자는 육체를 잃으면 거의 수련할 수 없어. 귀술을 창조해 낸 것도 사실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수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효과가 미미해서 오히려 아래에 있는 무인들이 수련 끝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거지. 그래서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수련의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거야. 어떤 지름길로 새려고 하지 마. 수련이란 마음을 닦는 거야. 귀신족들은 쉬운 수련을 믿고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