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그 함지우라는 사람이 왜 그 스님을 살리고 현문의 도자를 죽였겠습니까?”자운각의 장로가 말했다.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만약 서요산에서 정말로 구주왕과 연합했다면 골치가 아픈데요... 서요산의 비검은 천하무적이니 말이에요.”살심스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흥! 비록 서요산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 종문도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함지우는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반드시 우리에게 설명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와 싸울 겁니다.”구진철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다른 종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요산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요산 검종은 화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두려운 종문이었다.게다가 서요산은 줄곧 무도 성지 곤륜과 같이 언급되었다.잠깐 생각하던 살심스님은 옆에 있던 문창정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문창정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때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창정에게로 향했다.문창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리 화진의 6대 종문은 원래 연합해서 함께 종문의 위상을 높여야죠. 하지만 만약 서요산이 정말로 구주왕과 같은 편이라면... 아마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선배님 말씀은 서요산과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살심스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고 다른 자운각의 제자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습니다. 천 년의 역사가 있는 화진의 무도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이건 질서이자 규칙이에요. 다들 국주님께서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셨는지 압니까?”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사실 국주님께서는 우리 종문이 나서서 지난 백 년간 이어진 화진의 무도 난국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국주님께서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겠습니까? 그리고 제 손녀가 화진의 새로운 왕이 되게 하지도 않았겠죠.”문창정의 설득에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
말을 마친 뒤 살심스님은 뒤에 있던 스님에게 뭐라고 말했고 곧 그 스님은 대장로님을 모시러 부랴부랴 떠났다.만약 정말로 종문의 대장로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일이 아주 커질 것이다.“만약의 상황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와달라고 연락했습니다.”이때 문창정이 또 입을 열었다.“누구에게 연락하셨습니까?”현문, 자운각, 그리고 만불종 사람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문창정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다들 나오시죠.”그 말과 함께 세 명의 절정 기운을 내뿜는 강자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세 사람 중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여 아주 추악했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아주 짙고 자극적인 독성 가스가 느껴졌다.특히 그는 두 눈동자가 녹색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뜰 때면 마치 안개가 자욱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의 뒤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있었다.그 남자도 똑같이 후3품 절정 강자였고 등 뒤에 검은색의 귀형도를 메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녹색의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마치 여우 같아 보였다.세 사람이 다가와서 문창정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문창정 선배님을 뵙습니다.”문창정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독인입니다.”‘뭐라고?’“이 사람이 독인이란 말입니까?”문창정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자 그 자리에 있던 살심스님과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갑자기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은 독인을 알지 못했기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백 장로, 저 사람 아주 유명한가?”“저 사람은 30년 전 무림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30년 전 수많은 무인을 죽여서 종문들에 공격당했었죠. 그 뒤로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
만불종이 독인을 굉장히 불만스러워하자 문창정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살심스님,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이 세 분을 모신 건 온전히 우리 무도 3대 서열을 위해서니까요. 살심스님도 우리 3대 서열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그 말에 살심스님은 침묵했다.그는 비록 독인과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공수이와 서요산 함지우의 실력을 떠올리고는 결국 참았다.“살심스님, 우리 종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문창정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시죠.”이때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이 하나둘 나섰다.사람들의 설득 때문에 만불종 사람들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문창정은 만불종 사람들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자 계속해 웃으면서 소개했다.“이 두 분은 아마 여러분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분은 탁훈이고 이분은 옥면 여우, 미희입니다.”‘뭐라고?’다른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종문의 사람들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은 독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쳤었던 대단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옥면 여우 미희는 20년 전 이미 유명했었는데 천변 여우라고 불리기도 했었다.당시 후3품의 절정 강자들도 옥면 여우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희가 타고난 재능 덕분에 뛰어난 역용술을 쓸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그런데 문창정이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마귀 세 명을 단번에 불러낼 수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오늘부터 이 세 사람은 우리 종문과 함께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수호할 겁니다.”문창정은 소개를 마친 뒤 웃으며 말했다.이 순간 현문, 자운각, 만불종 사람들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의 도움이 있으면 승산이 컸다. 그래서 다들 침묵을 선택했다.“문창정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저희 세 사람은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남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파도에 휩쓸리면서 그저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착한 소채은은 이 모습을 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구하려 했다.다행히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이라 소채은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검은 옷 남자를 끌고 바닷가로 힘껏 헤엄쳐 갔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야 소채은은 그 남자를 바닷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소채은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얼른 남자의 생사를 확인했다.맥을 짚어보니 뛰고 있긴 했지만, 너무 미세했다. 그래도 살아있었다.소채은은 다시 고개를 숙여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고 옷은 이미 바닷물에 푹 절여져 있었다.소채은은 남자를 반듯하게 눕히고 나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뚜렷한 이목구비에 잘생긴 얼굴을 가진 절세 미남이 따로 없었다.하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에 너무 오래 떠 있어서 얼굴이 창백하고 핏기가 없었다.“너무... 잘생겼잖아!”소채은은 남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심박수가 빨라졌다. 하지만 소채은은 얼빠가 아니었다.심호흡을 하고는 남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다. 몇십 번 정도 시전하니 남자의 맥박이 돌아왔다. 남자를 살려낸 것이었다.“와, 드디어 살렸네!”소채은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근데 이 사람 누구지? 왜 바다에 버려진 거지? 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이렇게 사람 하나 없는 외진 곳에 버려뒀다가 밀물이라도 들어오면 죽게 놔두는 거나 다름없잖아.”한바탕 고민한 끝에 소채은은 이 생판 모르는 남자를 잠시 옛 본가에 데려가기로 했다.옛 본가에 도착해 소채은은 남자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온몸에 모래가 묻은 소채은은 쓰러진 남자를 보고 먼저 샤워를 한 뒤에 병원에 데려가려 했다.한편, 굽이진 산길에 3대의 벤츠가 달리고 있었다.“채은이 이 계집애 진짜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혼자 옛 본가에 휴가를 와?”“채은이 친구가 제때 알려주지 않았으면 이 계집애를 어디서 찾아?”
“아빠, 큰아버지,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채은아, 지금 뭐 하는 거야?”“이 남자는 또 누구야?”소청하가 호통을 쳤다.특히 소채은이 샤워 가운을 두른 채 벌거벗은 남자와 침대에 있는 걸 보니 뇌출혈이라도 올 것만 같았다.소채은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아빠, 오해하지 마요. 이 남자 모르는 사람이에요.”“뭐? 모르는 사이라고?”“이 계집애야! 미쳤어? 모르는 사이에 잠자리를 가져?”소청하가 포효하다시피 했다.“아빠 일단 내 말 좀 들어봐요. 진짜 모르는 사람이예요. 그냥...”소채은이 해명하려는데 큰아버지 소천홍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둘째야, 진짜 대단하다.”“딸을 참 훌륭하게 키웠어. 모르는 남자와 잠자리까지 다 들고.”“곧 중해 그룹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계집애 어떻게 처리할지 좀 말해봐.”소청하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눈동자마저 빨개졌다.“망할 계집애, 우리 소씨 가문이 뭘 잘못해서 너 같은 불효녀를 낳은 거야?”“차라리 때려죽이고 말지.”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청하는 손을 들어 소채은의 뺨을 때리려 했다.소청하의 손이 소채은의 어여쁜 얼굴에 거의 닿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소청하의 팔목을 움켜잡았고 소채은을 자기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소채은은 순간 멍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건장하기 그지없는 뒷모습과 등 뒤에 새겨진 용의 머리가 보였다.‘이 남자 깨어난 거야?’소청하는 건장한 체구를 가진 남자에 의해 단번에 손목을 잡혔고 팔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 언성을 높였다.“너... 너... 뭐하자는 거야?”남자는 거기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군주처럼 소청하를 내려다봤다.“놔, 이거 놓으라고!”소청하가 고함을 질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마치 무쇠처럼 전혀 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이봐라, 이 새끼 처리해.”소청하의 분노가 끝내는 터지고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바다요?”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소채은이 귀띔했다.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하...”소채은은 한숨을 내쉬고는 윤구주를 힐끔 올려다봤다.“됐어요. 너무 잘생겨서 제가 끝까지 선심 쓸게요.”“어찌 됐든 간에 시내로 돌아가면 병원에는 데려가 줄게요. 치료받을 수 있게 노력해 볼게요.”“그래서 회복되면 내 가족에게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요.”소채은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부터 시내로 돌아갈 짐을 쌀 거예요. 먼저 여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아무 데도 가면 안 돼요. 알겠죠? 내 물건에도 손대지 말고요.”소채은은 낯선 남자에게 이렇게 당부하고는 윤구주에게 티비를 켜주었다.윤구주는 멍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티브이로 돌렸다.마침 티브이에서 죽음의 바다에서 일어난 10개국 간의 전쟁을 방송하고 있었다. 화면속을 가득 채운 전함에서는 까만 연기가 솟아올랐고 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화진의 군사들이 10개국의 침략자들과 싸우는 장면이 윤구주의 눈에 들어왔다.이 화면이 윤구주의 머릿속에 박히면서 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러면서 수많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구주왕, 그는 윤구주였다. 화진에서 종횡무진하는 9주 군신 윤구주.10개국 간의 전쟁은 서른 살도 안 되는 그가 최강의 경지에 접어들면서 다른 나라들이 벌인 침략 전쟁이었다.10개국에서 무서워하는 저승사자, 그들에게 난 벗어날 수 없는 악몽 같은 존재다.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10개국에서 100여 명의 최강 고수를 파견했고 10개국을 지키는 열세 명의 신급 강자들이 오로지 윤구주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그는 혼자서 한 개 군을 이끌고 10개국의 백만 대군을 맞섰고 결국 일곱 명의 신급 강자를 무찔렀다.허나 결국 여자 하나 때문에 패전하고 말았다. 그 여자는 바로 선우아름, 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였다.윤구주가 제일 사랑했던 여자는 대전이 끝날 무렵 윤구주에게 세상에서 제일 독하다는 기린 화독을 내렸고 그 화독이 심장을 공략한 바람에 윤구주는 10개
만불종이 독인을 굉장히 불만스러워하자 문창정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살심스님, 그렇게 날을 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 이 세 분을 모신 건 온전히 우리 무도 3대 서열을 위해서니까요. 살심스님도 우리 3대 서열이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그 말에 살심스님은 침묵했다.그는 비록 독인과 같은 편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공수이와 서요산 함지우의 실력을 떠올리고는 결국 참았다.“살심스님, 우리 종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문창정 선배님의 말씀에 따르시죠.”이때 현문과 자운각 사람들이 하나둘 나섰다.사람들의 설득 때문에 만불종 사람들도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문창정은 만불종 사람들이 더는 뭐라고 하지 않자 계속해 웃으면서 소개했다.“이 두 분은 아마 여러분도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이분은 탁훈이고 이분은 옥면 여우, 미희입니다.”‘뭐라고?’다른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종문의 사람들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두 사람은 독인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 전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쳤었던 대단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옥면 여우 미희는 20년 전 이미 유명했었는데 천변 여우라고 불리기도 했었다.당시 후3품의 절정 강자들도 옥면 여우의 손에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희가 타고난 재능 덕분에 뛰어난 역용술을 쓸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그런데 문창정이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마귀 세 명을 단번에 불러낼 수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오늘부터 이 세 사람은 우리 종문과 함께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수호할 겁니다.”문창정은 소개를 마친 뒤 웃으며 말했다.이 순간 현문, 자운각, 만불종 사람들은 세 사람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비록 세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의 도움이 있으면 승산이 컸다. 그래서 다들 침묵을 선택했다.“문창정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저희 세 사람은
말을 마친 뒤 살심스님은 뒤에 있던 스님에게 뭐라고 말했고 곧 그 스님은 대장로님을 모시러 부랴부랴 떠났다.만약 정말로 종문의 대장로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일이 아주 커질 것이다.“만약의 상황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와달라고 연락했습니다.”이때 문창정이 또 입을 열었다.“누구에게 연락하셨습니까?”현문, 자운각, 그리고 만불종 사람들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문창정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다들 나오시죠.”그 말과 함께 세 명의 절정 기운을 내뿜는 강자들이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세 사람 중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여 아주 추악했고 등 뒤에는 검은색의 나무 상자를 메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아주 짙고 자극적인 독성 가스가 느껴졌다.특히 그는 두 눈동자가 녹색이었는데 눈을 감았다가 뜰 때면 마치 안개가 자욱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그의 뒤에는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있었다.그 남자도 똑같이 후3품 절정 강자였고 등 뒤에 검은색의 귀형도를 메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녹색의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마치 여우 같아 보였다.세 사람이 다가와서 문창정을 향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문창정 선배님을 뵙습니다.”문창정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독인입니다.”‘뭐라고?’“이 사람이 독인이란 말입니까?”문창정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의 정체를 밝히자 그 자리에 있던 살심스님과 현문의 구진철, 자운각의 검은 망토를 입은 노인이 갑자기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자운각의 젊은 주인 현지욱은 독인을 알지 못했기에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백 장로, 저 사람 아주 유명한가?”“저 사람은 30년 전 무림의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30년 전 수많은 무인을 죽여서 종문들에 공격당했었죠. 그 뒤로는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 사람은 천하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 엄청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그 함지우라는 사람이 왜 그 스님을 살리고 현문의 도자를 죽였겠습니까?”자운각의 장로가 말했다.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만약 서요산에서 정말로 구주왕과 연합했다면 골치가 아픈데요... 서요산의 비검은 천하무적이니 말이에요.”살심스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흥! 비록 서요산이 강하긴 하지만 우리 종문도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함지우는 우리 현문의 도자를 죽였으니 반드시 우리에게 설명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와 싸울 겁니다.”구진철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그의 말에 다른 종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요산과 싸우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서요산 검종은 화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가장 두려운 종문이었다.게다가 서요산은 줄곧 무도 성지 곤륜과 같이 언급되었다.잠깐 생각하던 살심스님은 옆에 있던 문창정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문창정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때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창정에게로 향했다.문창정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리 화진의 6대 종문은 원래 연합해서 함께 종문의 위상을 높여야죠. 하지만 만약 서요산이 정말로 구주왕과 같은 편이라면... 아마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선배님 말씀은 서요산과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살심스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물었고 다른 자운각의 제자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렇습니다. 천 년의 역사가 있는 화진의 무도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 이건 질서이자 규칙이에요. 다들 국주님께서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셨는지 압니까?”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사실 국주님께서는 우리 종문이 나서서 지난 백 년간 이어진 화진의 무도 난국을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국주님께서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면 무엇 때문에 폐황령을 내리겠습니까? 그리고 제 손녀가 화진의 새로운 왕이 되게 하지도 않았겠죠.”문창정의 설득에 종문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
함지우는 문씨 일가의 저택을 단번에 무너뜨리고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했다.“형, 가자. 빌어먹을 문씨 일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자.”“맞는 말이에요. 우리 그놈들을 죽이러 가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그러나 윤구주가 말했다.“문씨 일가는 아주 교활해. 난 서울로 돌아온 뒤 줄곧 그들의 본거지를 찾고 있었어. 하지만 문씨 일가가 많은 수작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라. 그렇지 않으면 난 이미 그들을 없앴을 거야.”공수이와 함지우는 그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윤구주의 성격이라면 이미 복수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문씨 일가의 본거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형, 어떡해? 설마 그 자식들이 멋대로 설치게 놔둘 거야?”함지우가 물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번에 종문에서 나섰잖아. 그 배후에 문씨 일가가 있으니 그들은 분명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러니까 내가 굳이 찾지 않아도 그들이 먼저 날 찾아올 거야.”윤구주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함지우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형 말이 맞아. 종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문씨 일가의 초대 때문이지. 심지어 우리 서요산까지 나섰잖아.”“지우 씨, 서요산에서 지우 씨를 보낸 게 설마 우리 형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니죠?”공수이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고 함지우가 대꾸했다.“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서요산이 왜 구주 형이랑 싸워?”함지우는 공수이를 향해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흥, 서요산은 그래도 눈치가 빠르네요. 경고하는데 만약 서요산에서 우리 형님을 적으로 돌린다면 전 곤륜으로 돌아가서 괴물들을 불러와 당신들을 상대할 거예요.”공수이는 으름장을 놓았다.한때 곤륜을 주름잡았던 공수이가 한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당시 곤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윤구주를 따랐었다.만약 윤구주가 바깥세상에서 종문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안다면 엄청난 실력자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됐어. 이제 그
문아름이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은 순간, 공수이와 함지우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그들 모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지 못했다.문아름이 말을 마치자 영상이 전부 사라졌고 윤구주는 싸늘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살기에 옆에 있던 공수이와 함지우 모두 두려움을 느꼈다.두 사람은 감히 물을 수도, 입을 열 수도 없었기에 그저 우두커니 윤구주를 바라볼 뿐이었다.잠시 뒤, 윤구주가 그제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문아름, 언젠가는 내 두 손으로 널 죽여버리겠어.”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손을 움직였다.펑!금빛 불꽃이 절정 강자였던 노인의 시체 위로 떨어지면서 불길이 거세게 번졌고 곧 시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되어 버렸다.“형님...”“형...”“괜찮으세요?”이때 공수이와 함지우가 조심스럽게 윤구주에게 물었고 윤구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괜찮아.”말을 마치자 윤구주의 살기가 서서히 줄어들었다.윤구주의 살기가 줄어들자 함지우는 그제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구주 형, 조금 전 그 노인의 기억 속에서 나타났던 그 여자는 대체 누구야? 왜 형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거야?”“맞아요, 형님. 게다가 꽤 예쁘던데요?”공수이가 가까이 다가가서 물었다.윤구주는 싸늘해진 눈빛으로 문씨 일가의 저택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여자는 문아름이라고 해. 문창정의 손녀지.”‘뭐라고?’“문아름이요?”공수이는 그 말을 듣더니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이름이 참 예쁘네요. 얼굴이 그렇게 예쁜 이유가 있었어요.”“바보야. 넌 얼굴이 예쁘다는 것만 기억해? 그 여자 할아버지가 널 죽일 뻔한 건 잊었어?”함지우가 공수이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했다.“그 여자가 그 노인의 손녀였어요?”공수이는 뒤늦게 반응했다.“당연하지. 방금 문아름이라고 말했잖아.”함지우가 계속해 말했다.공수이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한참 뒤에야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윤구주에게 물었다.“형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문아름이
윤구주는 시체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면서 부자결을 시전했다.“봉왕팔기, 부자결!”윤구주는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에 대고 부적을 그렸다.곧 엄청나게 음산한 검은색 부적이 별안간 세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그 검은색 부적은 아주 섬뜩했는데 나타나자마자 주변 공기가 삽시에 싸늘해졌다.“저건...”검은색 부적을 본 공수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바보야, 저건 연혼 부적이라는 거야. 소문에 따르면 저 부적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조종할 수 있대.”옆에 있던 함지우가 설명했다.“그쪽이 그렇게 대단해요? 그쪽은 저거 쓸 줄 알아요?”공수이는 함지우의 말에 자극받은 건지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함지우가 반격하려는데 윤구주가 말했다.“둘 다 조용히 해.”두 사람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윤구주는 연혼 부적을 시전한 뒤 손을 들어 죽은 노인의 미간을 쿡 찔렀고, 곧이어 검은색 부적이 노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영혼이여, 나오거라.”윤구주가 다시 한번 수인을 맺으면서 이미 숨을 거둔 노인을 가리켰다.절정 강자였던 노인의 영혼이 천천히 육신을 벗어나 시체 위로 떠 올랐다.노인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자 윤구주는 손가락으로 그 영혼의 미간을 눌렀다.“수혼술!”팍!영혼의 머리 쪽에서 갑자기 영사기처럼 생전에 봤던 화면들이 재생되었다.노인이 저택에서 했던 일들을 제외하고도 종문의 사람들, 그리고 문창정이 보였다.하지만 화면 속에서 문창정은 떠나기 전 그 노인에게 잠깐 귓속말을 한 뒤 사람을 데리고 떠난 것으로 보였다.“저 사람이에요. 저 노인이 절 다치게 했어요!”공수이는 문창정의 모습이 나타나는 순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고, 윤구주는 눈빛이 싸늘해지면서 문창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러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며 봉황관을 쓴 절세 미녀가 노인의 기억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문아름이었다.과거 자신을 독살하려고 했던 문아름이 나타나는 순간, 윤구주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졌고 그 어마
함지우가 검일 공격을 이용하여 절정 강자들을 순식간에 죽인 뒤, 그곳에는 오로지 사상 절정인 노인 한 명만 남았다.“이젠 당신 차례예요.”함지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그 노인은 얼굴 근육이 떨리고 있었고 몸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그는 두려운 얼굴로 함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너는 서요산 검종 출신인가?”“그렇다면요?”함지우가 대답했다.“서요산 검종은 6대종문 중 하나인데 어떻게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거지?”노인은 죽기 전 절망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공격하면 안 되나요?”함지우는 차갑게 웃었다.“서요산은... 6종회의에 참석하려고 서울에 온 게 아니었어? 우리와 같이 구주왕을 상대할 생각이 아니었나?”문씨 일가의 사상 절정 실력의 노인은 죽기 전 마지막 질문을 했다.“정말 멍청하네요. 구주왕은 제 형이에요. 우리 검조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사람이죠. 그런데 우리 서요산이 구주 형을 적으로 돌린다고요? 어디 문제 있어요?”함지우는 아예 욕하기 시작했다.그의 욕에 문씨 일가의 노인은 어이가 없었고 공수이는 뒤에서 참지 못하고 허벅지를 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하! 정말 멍청하네요. 정말 멍청해요!”문씨 일가의 노인은 자신이 틀림없이 죽을 거란 걸 알았다.그런데 이 순간 모욕까지 당했으니 매우 화가 났다.그는 포효하면서 갑자기 그들을 공격하려고 했다.“가만두지 않겠어!”노인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두 손을 움직였고 검은색 기운이 검은 교룡이 되었다. 노인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함지우를 공격했다.노인의 기습에도 함지우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군요.”그 말과 함께 함지우는 손을 들어서 움직였다.“파괴!”그의 곁에 떠 있던 검은색 비검이 날아가서 마기로 이루어진 교룡을 꿰뚫었고 동시에 노인의 어깨도 꿰뚫었다.노인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함지우의 비검이 다시 한번 노인을 찔러서 죽이려고 할 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지우야
공수이는 어린아이처럼 윤구주에게 고자질했다.“스님, 저런 쓰레기를 상대하는데 구주 형이 나설 필요가 있어? 구주 형 손만 더러워지지.”공수이가 말했다.“그러면 그쪽이 해요.”함지우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손을 들었고 챙 소리와 함께 등 뒤에 나무로 만들어진 검집에서 갑자기 긴 검과 짧은 검 하나가 나왔다.두 검 중 하나는 흰색이고 하나는 검은색이었다.그 검들은 동시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함지우의 머리 위에 떠다녔다.“누가 먼저 죽고 싶나요? 이름이라도 밝힐래요?”함지우는 미소를 지으면서 문씨 일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사상 절정인 노인은 함지우가 검을 꺼내는 순간 곁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을 향해 손을 움직여 보였다.“저 자식들을 죽여!”순간 수십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함지우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함지우는 서요산 검종에서 백 년 만에 나온 가장 젊은 검선이었다.엄청난 재능과 시력을 겸비한 그는 윤구주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군요!”함지우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띤 채로 손가락을 튕겼다.검은색과 흰색의 검은 마치 유성처럼 빠르게 날았다.촤악!비검이 지나는 곳마다 모든 것이 생명력을 잃었다.무시무시한 두 검은 마치 두 마리 용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순식간에 문씨 일가 고수들이 몸을 꿰뚫었다.아주 잠깐 사이에 수십 명의 대가 고수들이 함지우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응?’“이렇게 강하다고?”사상 절정인 문씨 일가의 노인은 수십 명 되는 대가 고수들이 순식간에 죽을 줄은 몰랐다. 그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계속해 봐요.”함지우의 검은색과 흰색 검이 허공에 붕 떠 있었다. 함지우는 미소 띤 얼굴로 사상 절정인 노인을 바라보았다.나머지 문씨 일가의 절정 강자 수십 명은 모두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들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목숨 걸고 저놈을 죽여야 해!”말을 마친 뒤 수십 명의 절정
윤구주가 살기등등하게 떠나자 공수이가 서둘러 외쳤다.“형님, 기다려주세요!”그는 빠르게 윤구주를 따라갔다.뒤에 있던 함지우도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그들은 사람을 죽이러 갔다.“큰일이네. 종문도 끝장나겠어.”천현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천현수 씨,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은설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고 천현수가 대답했다.“솔직히 얘기해서 우리 저하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세 개 있어요. 하나는 천하, 하나는 형제,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죠. 그들을 건드린 사람들은 모두 죽게 돼요. 그런데 종문에서 수이를 다치게 했으니 죽음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죠.”은설아와 소채은은 뒤에서 그 말을 들었다. 비록 윤구주가 누구를 죽이러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별말 하지 않았다....도시 외곽의 오래된 저택.그곳은 문씨 일가의 것이었다.비록 그것은 문씨 일가의 것이었지만 문씨 일가의 진짜 저택은 아니었다.문씨 세가는 이런 저택을 서울에만 해도 수십 채를 가지고 있었다.문씨 일가의 진짜 저택이 어디 있는지 윤구주도 알지 못했다.그것이 윤구주가 지금까지 문씨 세가를 찾아가서 복수하지 않은 이유였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공수이가 다쳤고 윤구주는 분노했다.저택 상공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문창정 씨, 난 당신을 죽이러 왔습니다.”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쿵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는 마치 신처럼 강림했다.윤구주가 내려왔고 곧이어 공수이와 함지우도 윤구주의 뒤에 나타났다.“형님, 바로 여기서 그 늙은이가 절 다치게 했어요!”공수이는 저택을 가리키면서 윤구주에게 고자질했다.“맞아요, 형. 당시 제가 이 스님을 구해줬어요.”함지우도 뒤에서 말했다.“감히 내 형제들을 다치게 해? 오늘 여기 있는 놈들 모두 죽어야 해!”죽이겠다는 말과 함께 윤구주는 저택을 바라보며 한 걸음 나섰다.쿵!윤구주의 발걸음에 청석판이 깔린 바닥에 수십 개의 균열이 생기며 골짜기가 생겼다. 저택의 대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