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염한 여자는 윤구주가 검으로 자신의 주사기법을 파괴할 줄은 몰랐는지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단번에 제 주사기법을 파괴하다니, 실력이 정말 엄청나네요! 그러면 이번에도 한 번 막아봐요!”요염한 여자는 두 손을 움직였다. 곧 그녀의 미간에 있는 기호는 점점 더 반짝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 주변을 둘러싼 핑크색 기운도 점점 짙어졌다.그녀는 손을 움직였고 그 순간 검은색의 사슬이 나타났다.그 사슬은 아주 강렬한 살기 파동을 뿜어댔는데 나타나자마자 음기가 물씬 느껴졌다.“멋진 오빠, 조심해요!”요염한 여자는 매력적인 미소를 짓더니 손목을 움직였다. 검은색 사슬을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눈보라 속에 서 있는 윤구주는 덤덤한 표정으로 꿈쩍하지 않았다.촤라락!살기가 넘실대는 사슬이 윤구주를 묶었다.“너무 방심한 거 아닌가요? 제 거혼사슬에 묶인다면 3품 절정 강자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거든요!”요염한 여자는 사슬로 윤구주를 옭아맨 뒤 키득거리며 웃었다.옆에 있던 박천후는 요염한 여자가 사슬로 윤구주를 옭아매는 걸 보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여자를 공격하려고 했다.“바보야, 뭘 하려는 거야?”염수천이 박천후를 말렸다.“뭘 하긴? 저하를 도와야지!”박천후가 대답했다.염수천은 코를 킁킁거리면서 말했다.“멍청하긴. 넌 가만히 있어. 저하가 어떤 분이신데?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하지만...”“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넌 그냥 얌전히 있어!”염수천은 욕을 한 뒤 박천후를 무시했다.다른 한편, 요염한 여자는 거혼사슬로 윤구주를 속박한 뒤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이제 순순히 따라오도록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공격할 거니까요.”거혼사슬에 묶인 윤구주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겨우 이딴 걸로 날 잡으려고?”“흥,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요! 이젠 절 탓하지 말아요!”요염한 여자는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손을 움직여 수인을 맺어 거혼사슬을 가리켰다.“금법, 개시!”촤악!
“끝장이야!”여자는 천주검이 지닌 영혼을 갉아먹는 힘을 느꼈다.그 정도 힘이라면 그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줄은 몰랐는데.”요염한 여자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절망에 빠진 얼굴로 눈을 감았다.거대한 천주검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그것은 엄청난 기세로 요염한 여자를 베려고 했다.요염한 여자가 천주검에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 쿵쿵 소리와 함께 땅이 뒤흔들리면서 날뛰는 검기가 요염한 여자의 몸을 지나쳐 바닥에 꽂혔다.차가운 바닥에는 윤구주의 천주검에 의해 수십 미터에 달하는 깊은 골짜기가 생겼다.지면이 잘린 것만 같았다.“어... 절 죽이지 않는 건가요?”틀림없이 죽을 거로 생각했던 요염한 여자는 땅의 흔들림과 사방으로 넘쳐흐르는 검기를 느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눈보라 속 윤구주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말해. 누가 날 잡으라고 지시한 거야? 그리고 넌 칠수방 삼절칠금채 중 몇 번째야?”요염한 여자는 윤구주가 자신을 죽이지 않자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미안하지만 제가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전 삼절칠금채 중 셋째인 차비연이라고 해요. 하지만 누가 당신을 잡아 오라고 지시한 건지는 알려줄 수 없어요.”“얘기하지 않겠다는 거야?”윤구주는 싸늘하게 말하더니 허공에 대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거대한 손이 나타나서 차비연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요염한 여자를 허공에서 움켜쥐었다.“날 죽인다고 해도 그건 알려줄 수 없어요.”허공에 들린 차비연이 말했다.“그래. 그러면 죽여주지.”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정말로 차비연을 죽이려고 했다.거대한 손은 조금씩 차비연의 몸을 움켜쥐기 시작했고 차비연은 온몸의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윤구주가 정말로 자신을 죽일 것 같자 허공에 들린 차비연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잘못했어요. 죽이지 말아줘요... 제발 살려줘요...”차비연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윤구주는 그제야 힘을 뺐다.“
종문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는데 그것은 화진에서 관행 같은 것이었다.칠수방이 나섰다면 아마 다른 종문에서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윤구주의 질문에 차비연이 대답했다.“칠수방에서는 총 6명이 나섰어요. 저희 사숙조께서 사람들을 이끌고 있죠. 다른 종문이라면... 아는 게 많지 않아요. 현문의 사람이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밖에 몰라요.”현문?그 두 글자에 윤구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화진의 6대종문은 서요산 검종, 현문, 만불종, 칠수방, 천도궁, 자운각으로 이루어졌다.6대종문 중 하나인 현문은 당시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사력을 다해 막으려고 했다.그러나 당시 국주령이 있었고 윤구주가 홀로 10국을 물리친 위대한 업적을 세워서 결국 윤구주는 곤륜에서 왕이 되었다.그러고 보면 현문과 윤구주는 그야말로 숙적이었다.그래서 현문의 사람이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차비연의 말에 윤구주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이다.“얘기해. 현문을 제외하고 모습을 드러낸 다른 종문은 없어?”윤구주가 다시 물었다.차비연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몰라요. 사숙조의 말을 들어 보니 당신이 예전에 노룡산에서 많은 세가의 강자들을 죽였고 종문에서는 그 일로 당신에게 복수하려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요.”“복수?”윤구주는 큰 목소리로 웃었다.“종문이 드디어 나섰네. 좋아, 아주 좋아!”윤구주가 광기 어린 표정으로 웃자 차비연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윤구주에게 말했다.“전 해야 할 말은 다 했어요. 흑흑, 이래도 절 죽여야겠다면 그냥 죽여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정말로 눈을 감고 가슴을 내밀었다. 마치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는 듯 말이다.윤구주는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오른손을 움직여서 거대한 손을 사라지게 했다.쿵!차비연은 허공에서 뚝 떨어져서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윤구주는 더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어.“어라? 절 죽이지 않는 건가요?”차비연은 자신을 속박하던 힘이 사라지자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차비연이 떠난 뒤 박천후와 염수천이 빠르게 달려왔다.“저하, 화진 무도의 최강이라 불리는 종문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설마 종문에서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는 걸까요?”염수천은 윤구주에게 다가가서 물었다.“멍청하긴! 당연한 거 아니겠어? 당시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많은 종문들이 우리 저하가 왕이 되는 걸 반대했어. 그런데 지금 종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니 당연히 우리 저하를 노린 거 아니겠어? 저하, 명령을 내려주신다면 지금 당장 북방군을 이끌고 가서 그놈들을 토벌하겠습니다!”박천후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박천후처럼 용맹한 사람은 무서운 게 없었다.그에게 있어 윤구주를 공격하려는 사람은 모두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다.그러니 대군을 이끌고 종문을 휩쓰는 일도 기꺼이 할 수 있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뜻밖의 얘기를 했다.“무도의 일은 당연히 무도로 해결해야지. 박천후, 이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하지만...”박천후는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그러나 윤구주가 그를 제지했다.“6년 전 난 이미 종문을 혼쭐내주고 싶었어. 그런데 그들이 지금 다시 자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오히려 좋아.”윤구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6년 전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당시 화진이 금방 평화를 되찾고 10개국과의 전쟁 때문에 휴식해야 하지 않았다면 윤구주는 그 당시 종문과 싸웠을 것이다.그러니 오히려 이것이 그에게는 좋은 기회였다.“저하, 조금 전 칠수방의 그 여자가 종문의 사람이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는데, 그러면 지금 바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염수천이 물었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몰아치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아니. 서울에는 공수이와 민규현 등이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네? 공수이요? 저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요?”염수천이 궁금한 듯 물었다.염수천은 당시 구주군 소속이었던 사람들을 전부 기억했다.그러나 조금 전 윤구주가 말한 공수이라는 이름
대도시든 작은 도시든 거리에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그 광경은 설날보다도 더 떠들썩했다.그 순간, 흑여산맥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한 작은 마을에서도 축하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정말 좋아. 그 위풍당당하던 설국이 우리 화진의 속국이 되었다니. 하하, 얼마 전에 내 아내가 설국으로 여행 가고 싶다고 나한테 여권을 만들라고 했거든? 이젠 여권을 발급받을 필요도 없이 바로 가면 되겠어!”“그러게 말이야.”“내 동료들도 스키 타러 설국에 갈 거래.”“설국 국주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설국이 갑자기 우리 속국이 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변경 지역의 취사병인 우리 친척 형이 그러던데 설국이 우리 속국이 된 건 한 사람 때문이래.”“한 사람?”“그래. 우리 오빠의 말에 의하면 그 사람은 우리 화진의 왕이었대. 이름이 무엇인지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혼자 설국으로 가서 많은 설국 병사들을 죽이고 심지어 설국의 국주까지 단칼에 죽였대.”“그... 그게 가능해? 혼자서 한 나라를 굴복시킨다고? 오버가 너무 심한 거 아냐?”“오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어쨌든 설국은 이제 우리 속국이 되었잖아. 그렇지?”“응, 얘기를 들어 보니 그렇긴 해.”“그만해. 우리 같은 백성들은 나라의 큰일에는 신경 쓰지 말자고. 우리는 우리나라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만 알면 돼.”“하하, 맞는 말이야. 자, 건배하자고!”음식점 안에서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술을 마셨다.그들이 기쁘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 옆에 사람 두 명이 앉아 있었다.그 두 사람의 앞에는 풍성한 음식이 놓여 있었다.온갖 산해진미가 다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그 두 사람 중 한 명은 아주 뚱뚱하고, 다른 한 명은 대머리 스님이었다.자세히 보니 그 두 사람은 흑여산맥 접경지대로 향하던 정태웅과 공수이였다.“수이 동생, 들었지? 저 사람들 우리 저하 얘기를 하고 있어!”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옆 테이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게
공수이는 정태웅이 설국으로 가서 예쁜 여동생을 찾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 태웅 형님 말씀은 구주 형님부터 찾아가자는 건가요?”“그래.”“휴, 그건 너무 재미가 없잖아요. 저도 어쩌다가 이곳까지 나온 건데요.”공수이는 한숨을 쉬면서 마음대로 하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하 수이 동생, 실망하지 마. 내가 아까 비행기 안에서 공략을 찾아봤다고. 이곳은 그냥 작은 마을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 여자들이 그렇게 예쁘대. 게다가 여기 클럽도 많대. 그 클럽에 가면 여자들이 아주 개방적이라고 해. 심지어 옷을 안 입는 여자들도 있다고 하던데!”정태웅이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뭐?’“그런 곳이 있다고요? 태웅 형님, 그게 정말인가요?”공수이는 그 말을 듣자 눈을 빛내면서 소리를 질렀다.“내가 거짓말이라도 할 것 같아?”정태웅은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역시 형님이 최고예요! 형님은 제 친형님이에요. 친형님이 절 속일 리가 없죠!”공수이가 뻔뻔하게 말했다.“그러면 됐어. 오늘 밤에는 그냥 날 따라와. 오늘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줄게!”정태웅이 말했다.공수이는 무척 기뻤다.그는 정태웅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형님, 형님. 자, 제가 한 잔 따를게요!”그렇게 두 사람은 그곳에서 술을 거하게 마셨다....같은 시각, 서울 국방부.웅장한 기세의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저택 앞에는 거대한 기둥들이 우뚝 솟아있었고 현판에는 이황왕이라고 적혀 있었다.옛 왕은 이미 떠났고 새로운 왕이 나타났다.현재 화진의 새로운 왕은 이황왕 문아름이었다.문아름은 국방부를 관리하기 시작한 후로 윤구주의 구주군을 해산시켰다.그뿐만 아니라 윤구주가 아끼던 장수들을 전부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아주 먼 접경지대로 보냈다.심지어 적지 않은 장수들이 감옥에서 죽임을 당했다.이 순간, 널찍한 이황왕 저택 안은 경비가 삼엄했고 도처에 경비대가 있었다.안쪽에 있는 음산한 암실 안에는 장포를 입은 아름다운 미녀 문아름이
특히 그중에서도 선두에 선 노인은 등에 청동검을 지고 있었는데 장포를 입은 그에게서는 선인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그의 미간에서 이따금 보이는 서늘한 기운은 사람을 섬뜩하게 했다.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주름진 그의 얼굴만 보였다.노인의 곁에는 훤칠한 젊은 남성이 앉아 있었다.남자도 그들처럼 장포를 입고 있었고 분위기가 남달랐다.가장 중요한 건 그의 실력이 다른 절정 강자들보다 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그는 눈빛이 반짝였고 자태도 도도했다.기괴한 모습을 한 그들이 앉아 있을 때 쿠구궁 소리와 함께 지하 궁전의 석문이 열리며 검은색 장포를 입은 사람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는 문창정이었다.그리고 문창정의 뒤에는 검은 옷을 입은 두 노인이 있었다.문창정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우렁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구진철 씨, 우리 문씨 일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청동검을 등에 지고 있던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미소 띤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오랜만입니다, 문창정 씨. 십 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문창정 씨는 여전히 풍채가 좋으시군요!”“아닙니다. 문씨 일가가 아무리 좋아도 현문에는 비할 바가 못 되죠.”청동검을 등에 지고 있던 노인은 화진의 6대종문 중 하나인 현문 출신이었다.“구진철 씨, 저희 십여 년 만에 만나는 거죠?”문창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죠. 우리 현문은 오래전 모습을 감추었고 제자들 또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경우가 매우 드물죠.”구진철이 대답했다.“그러네요. 현문은 우리 화진의 6대종문 중 하나로 오랜 역사가 있고 제자들도 아주 많죠. 반대로 우리 같은 속인들은 그저 속세에서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죠.”문창정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들어 구진철을 바라보았다.“구진철 씨, 현문에서는 제가 보낸 초대장을 받으셨겠죠?”“네, 받았습니다.”구진철이 대답했다.“받았다면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 살아있다는 것도 알
“구진철 씨 말씀이 맞습니다. 비록 구주왕은 어린 나이에 큰 업적을 세웠지만 그래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되죠. 저희 화진의 무도는 천 년의 역사가 있고 3대 무도 서열은 우리 화진 무도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죠. 구주왕 홀로 3대 서열을 상대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죠. 구진철 씨, 부디 현문의 대표로서 반드시 우리 3대 서열을 위해 정의를 바로 세워주십시오.”문창정의 말에 구진철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문창정 씨,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구주왕은 한때 우리 화진의 왕이었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를 상대하려면 다른 종문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구진철은 똑똑했다. 그는 문창정의 말 한마디에 넘어가서 윤구주를 상대하겠노라고 약속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6년 전, 윤구주가 곤륜에서 왕이 되었을 때 현문은 윤구주가 왕이 되려는 걸 막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결국 윤구주가 무력으로 천하를 제압하였다.그런데 현문 홀로 윤구주를 상대하라니, 구진철은 동의할 수가 없었다.“구진철 씨, 걱정하지 마세요. 솔직히 얘기해서 전 이미 여러 종문에 연락을 넣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아마 이제 곧 다들 서울에 도착할 겁니다.”문창정이 말했다.문창정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운 코웃음 소리가 들려왔다.“구진철 씨, 겨우 구주왕일 뿐인데 저희 현문으로는 부족한 겁니까?”말을 한 사람은 인물이 훤칠한 남성이었다.그러나 그가 내뿜는 음산한 살기는 아주 섬뜩했다.그는 현문의 젊은 세대 중 가장 뛰어난 인재 손형재였다.문창정은 손형재가 구진철 같은 경력 많은 강자도 안중에 없다는 듯이 말하자 시선을 돌려 그를 보며 말했다.“이쪽은 누구죠?”구진철이 대답했다.“우리 현문의 도자 손형재입니다.”도자?그 말에 문창정의 두 눈이 반짝였다.구진철 같은 경력 많은 강자도 그를 정중하게 대한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현문의 도자였던 것이다.천 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진 현문은 백 년마다 한 명의 귀재를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가 움직였다. “이제야 반응했나? 늦었어. 완전히 죽진 않더라도 반쯤은 죽을 거야.” 호천신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쿵!’ 검은 그림자는 별다른 고급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디며 얼음을 깨뜨리고 주먹으로 얼음을 강타했다. 전성기의 진동왕도 죽일 수 있는 술법이 그의 주먹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뭐?’ 호천신의 눈알은 툭 튀어나올 뻔했다. ‘단순히 체질과 괴력으로 내 신술을 깨뜨렸다고? 이 자식의 몸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검은 그림자는 얼음을 깨뜨린 후 세 걸음으로 산을 넘어 십만 대군의 눈앞에서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가로질러 호천신 앞에 나타났다. 후자의 등장이 너무 갑작스러워 호천신조차도 압도당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로 날아가며 거리를 벌렸다. ‘휙!’ 검은 그림자는 바로 뒤따라갔고 이번에는 거의 호천신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보았다. “네가 가짜 신이라고 한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하류의 잡것이 감히 우리 왕에게 실례를 범하다니.’ 검은 그림자는 한 발의 정통 발차기로 호천신의 복부를 강하게 찼다. 이 한 방에 호천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때 십만 대군이 그 검은 그림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화진 남부를 지키는 총사령관이자 구주왕 통솔하에 있는 4대 군신 중 한 명인 현모였다. “현모 장군!” 십만 전사들은 극도로 흥분했다. 그들은 현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현모 장군을 뵙습니다!” ‘쿵!’ 십만 대군의 진기가 더욱 짙어졌다. 새로 탄생한 국운도 순식간에 한 단계 올라갔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십만 전사들을 향해 현모는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 귀가 먹었나? 진동왕이 방금 너희에게 군령을 내렸다. 귀신족 하나라도 놓치면 군법으로 처벌한다.” 이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보면 이놈의 현모는 너무 냉정하고 무정하다고 할 것이다
“이 전투는 위태롭구나!” “곤륜 구역의 수련자들은 원래 구주 오방의 무인들보다 한 수 위인데 지금 이 자식의 수련이 나보다 훨씬 높으니 내가 열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진동왕 임성진은 벌써 기가 죽어 있었다. 기세에서 완전히 패배한 상태였다. “음? 임성진, 보아하니 너는 전혀 각오가 되어 있지 않구나. 하지만 상관없지. 각오가 있든 없든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해. 세 번, 세 번의 공격 안에 너를 죽이지 못하면 난 신이라 부를 자격이 없다!” 호천신은 두 손가락을 세우고 금빛 번개와 붉은 불꽃 두 가지 술법을 하나로 합쳐 아래의 진동왕을 향해 날렸다. “왔다!” 진동왕은 크게 외치며 임씨 가문의 기술을 펼치는 동시에 몸에 지닌 모든 법기를 꺼냈다. 진동왕이 방어를 마친 순간, 호천신의 술법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무서운 위력이 사방을 압도했다. 진동왕은 그 기세에 거의 무너질 뻔했다. “막아내!” 진동왕은 필사적으로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막아냈다. ‘쿵!’ 눈 부신 빛이 천옥의 모든 색을 압도하며 하늘의 절반을 환하게 비추었다. 번개가 미친 듯이 내리치고 붉은 불꽃은 거센 파도처럼 휘몰아쳤다. 산이 흔들리고 땅이 진동하며 폭발음이 사방을 울렸다. 이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는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듯했다. 평정을 되찾은 후, 진동왕이 원래 있던 자리는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발 아래 수백 미터의 땅이 유리처럼 녹아 있었다. 몸이 찢어지고 심한 화상을 입은 진동왕은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 단 한 방에 진동왕은 중상을 입었고 법기는 모두 부서졌다. 법기가 없었다면 그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음, 법기를 이용해 내 일격을 막아냈구나. 너의 실력은 인간계의 다른 구오 지존들보다는 한 수 위지만 그뿐이야. 다음 공격으로 너의 목숨을 거두겠다.” 호천신은 허공을 움켜잡았고 천지의 영기가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영기가 실체화되어 얼음으로 변했다. 아래의 진동왕은
“소자, 그 말은 잘못되었네. 너희 신들도 결국 사람이잖아? 단지 수련 기술이 좀 더 높을 뿐이지. 게다가 내가 곤륜 구역의 힘으로 구오 지존에 올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야. 구주왕이 나를 도와 정상에 오르게 한 거야. 곤륜 구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그리고 곤륜 구역을 공격했다고? 나에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 세상 사람들 모두 알고 있듯이 천옥은 이미 곤륜 구역에서 제명되었어.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은 너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야. 너희는 우리 선대 국주와 약속을 했었지. 귀신족은 너희가 직접 처리해야 해. 지금 너희가 움직이지 않으니 우리가 대신 그 약속을 이행하려는 거야.” 진동왕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었지만 천신의 귀에는 단지 웃음거리로 들릴 뿐이었다. “말주변이 좋군. 말은 잘하지만 소용없다. 신도는 죄가 없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호천신은 냉랭하게 말했다. 진동왕은 욕하고 싶었다. 신도는 죄가 없다. 그것은 봉신방 이후에 정해진 첫 번째 신규였다. 쉽게 말해 모든 해석권은 신계에 있다는 것이다. 신계가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 한 마디로 신을 거역하는 자는 용서 없이 죽인다. “임성진, 널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너희는 귀신족을 죽일 수 없어. 약속에 관해서는 임세현을 불러와. 그의 체면을 봐서라도 나는 그에게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어. 하지만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 너는 육체를 버리고 나를 따라 신계로 돌아가. 표현이 좋다면 전주께서 너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 십만 명은 말이지, 하늘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 벌레의 목숨도 목숨이니까. 하지만 신규가 있으니 신이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아야 하고 인간은 더욱 천지 신도를 지켜야 해! 십만 명은 너희 스스로 처리해. 마지막으로 죽는 만 명은 천옥을 떠날 수 있어. 물론 너희는 거절할 권리가 있어. 거절의 결과는 내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호천신은 조용히 아래의 십만 명을 바라보았다. 십만 명이 놀라움에서
‘쿵!’ 현모는 천옥을 뚫고 나와 산을 들이받으며 전장으로 향했다. 천옥 전법 안에서 수옥인이 분노했다. “구주왕! 저 자식이 감히 나를 협박한 거야?” 윤구주는 놀랐다. ‘이 겁쟁이에게도 성격이 있네?’ “오! 진흙으로 만든 사람도 화를 낸다더니, 하물며 당신 같은 ‘신'은 말할 것도 없겠지!” 윤구주는 놀리듯 말했다. “뭐? 무슨 소리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신 부하인 그 전신이 한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를 죽일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가 나보고 당신을 보호하라고 하다니? 당신이 문제 생기면 나를 죽이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이건 사람 잡는 짓이야! 당신이 나 대신 결정을 내려야 해!” 수옥인은 화를 내며 말했다. ‘젠장!’ 윤구주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수옥인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조상님! 당신 부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야? 그들이 진짜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내가 무사할 수 있을까? 말하기 전에 머리 좀 쓰지!” 수옥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리 가! 나한테 말 걸지 마!” 윤구주는 이 쓰레기 같은 놈을 상대하기 싫었다. 귀산에는 검은 안개가 자욱하고 검은 연기가 대지를 뒤덮었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하나의 신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 형상은 번개 빛에 의해 무한히 길게 늘어져 땅에 비친 그림자가 산보다 더 높았다. 십만 전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요괴나 귀신이 오든 간에 그저 죽이면 그만이었다. 진동왕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무지한 자는 두려움이 없다. 전사들을 무지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듣기 좋지 않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사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이번에 온 ‘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은 이미 절정에 달했어. 안 되겠어. 이번에 온 건 구오 지존 대원만의 신경이야!” “이 한 걸음을 넘어서면 그는 극전 신경이 될 거야!” 진동왕은 얼마 전에야 구오 지존 신경에 진급했다. 그것도 윤
희미한 노인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윤구주,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하겠다! 내가 누군지 묻지 마. 너는 단지 곤륜 구역의 한 대신전에서 구오 지존 대원만 경지의 천신을 보내 너를 막으려 한다는 것만 알면 돼. 그의 목적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상황을 어지럽히려는 것이야. 어떻게 결정할지는 네가 정해. 우리 쪽에서는 이미 너를 위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그렇지 않으면 온 것이 구오 경지가 아니었을 거야.” 투영은 급하게 왔다가 수옥인이 인사할 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신전이 너의 계획을 방해하려 해. 이것은 이미 누군가가 너를 위해 얻어낸 결과야. 원래 그들은 너를 죽이려 했었어. 아마 오려는 자는 극전 신경, 황자였을 거야.” 수옥인은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구주의 반응은 평범했다. 그는 수옥인의 겁에 질린 모습을 보며 경멸하는 듯 말했다. “고작 신전 하나에 겁먹었어? 너도 여섯 신전 중 하나에서 나왔다는 걸 잊지 마! 또한, 극전 신경은 하나의 경계고 황자는 또 다른 경계야. 모든 극전 신경이 황자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이 둘의 관계는 진동왕이 왕이지만 왕이라 불릴 만한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다. 화전에서 현재 인정받는 왕은 윤구주 단 한 명뿐이다. 국주 임정설은 무계에서의 영향력이 부족해 겨우 절반 정도로 간주된다. “비록 그렇다고 해도 상대는 기세가 등등하니 가볍게 볼 수 없어.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를 찾지 않고 네 부하 전사들을 노렸을 거야.” 수옥인은 분석했다.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옥인이 비록 겁이 많지만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지금 너를 도와 전법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계산했어. 그 천술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곤륜 구역의 그 자식이 여길 계속 주시하고 있어. 내가 나가면 그 사람은 전법을 조작할 거야. 그들이 현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계산했는지는 모르겠네.”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서 있는 현모를 바라보았다. 말이 이 정도까지 나왔는데도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윤구주는 의심이 들었다. ‘곤륜 구역이 정말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귀신족을 노예로 여기고 귀신족의 음기를 받드는 ‘신’들이 귀신족이 자신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왜 그래, 조상님? 문제라도 있어?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신 거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낀 수옥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너는 저쪽 전장을 잘 지켜보고 어떤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려.” 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집중해 다시 전법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천옥, 끝없는 산악 지대 깊은 곳에 음침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산이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그 산은 마치 해골처럼 무섭게 보였다. 이 ‘해골' 모양의 산은 바로 귀신족의 대영이었고 이 종족의 마지막 거주지인 귀산이었다. “죽여라!” 산 위에서는 함성이 귀를 찢을 듯했다. 십만 대군이 각기 전장을 이끌며 산을 공격해 귀신족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는 귀신족 수련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전사들이 감히 신계로 들어왔다는 것, 특히 단독 군대가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수옥인의 투영이 바로 이 귀산에 있었다. 그는 수백 미터 상공에 떠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특히 이 인간 대군이 지닌 군대의 살벌한 기운은 그를 놀라게 했다. “천옥은 비록 곤륜 구역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신계로 간주한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신조차도 인간계에 가면 적응하기 어려울 텐데 이들은 어떻게 천지의 영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수옥인은 이곳의 격렬한 천지의 영기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불안정한 영기는 쉽게 사람의 정신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훈련을 통해 이 군대가 이렇게 무적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일까?’ 수옥인은 이 순간 앞에 진정한 무서운 아수라 지옥이 있다고 해도 이 인간 전사들은 두려움 없이
“할아버지, 이건 제가 자초한 거예요. 설령 오빠가 제가 오빠를 배신한 걸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제가 오빠의 부하 장군과 병사들을 억울하게 해쳤다는 것만으로도 오빠는 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런 말은 소용없어요. 지난 일은 지나간 일이에요. 가끔 추억하는 것도 좋지만 그 추억에만 매달려서는 안 돼요. 오빠는 이미 천옥에 들어갔을 거예요. 이제쯤이면 선우진웅을 처단했겠죠. 잘됐네요. 선우진웅이 임세현을 죽였고 윤구주가 선우진웅을 죽였으니 임세현의 원수를 갚은 셈이에요. 이 화진을 어지럽힌 대적을 처단했으니 임세현도 죽어서 눈을 감을 수 있을 거예요.” 문아름의 눈에는 음흉한 눈빛이 번뜩였다. 모든 것이 그녀의 완벽한 계획 속에 있었다. 문창정은 할 말을 잃었다. ‘또 윤구주가 영웅이 되게 했구나.’ “얘야, 지금 귀신족은 진동왕 하나도 막기 힘들어하고 있어. 그 십만 대군은 귀신족을 개죽이듯 죽이고 있지. 설령 곤륜 구역에서 강자를 보낸다 해도 곤륜 구역의 성격상 칼이 목에 닿기 전에는 절대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 깨닫지 못해. 보낸 사람은 윤구주에게 밥이 될 뿐일 거야.” 문창정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아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다른 계획을 준비했어요. 이미 한 명의 사사를 보냈어요. 이번에는 윤구주를 죽이지 못하더라도 천옥에 가둘 거예요. 일 년만 가두면 오빠가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늦은 뒤일 거예요.” “오? 만약 가두지 못한다면? 만약 윤구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온다면?” 문창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더 좋아요. 나오려면 윤구주는 정원을 희생해야 할 거예요. 한 사람의 힘으로 천재를 이겨내야 하죠. 나와도 거의 폐인이 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시 계획을 세워 오빠를 천인 오쇠로 만들고 종문 동맹이 나서 오빠를 몰락시키면 되죠! 저는 오빠가 몰락하는 장면을 기록해 모든 화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는 것의 결말이 어떤 건지 보여주겠어요!” 이 말을 들은 문창정은 손녀의 계획을 짐작했다. 윤
화진의 국경에는 광활한 산맥 끝없이 펼쳐져 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고 눈이 산을 뒤덮었다. 문아름은 산꼭대기에 앉아 고대의 거문고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옛날로 돌아갔다. 화진 제일의 교활한 여자라 불리며 음흉하고 독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녀였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문창정이 눈길을 밟으며 다가와 문아름에게 순백의 겉옷을 걸쳐주었다. “날이 추워졌으니 몸을 따뜻하게 해.” 문창정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아름이 반응이 없자 그녀의 정신이 이곳에 있지 않음을 알았다. 그는 거문고를 한 번 보고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또 그 사람을 생각하는구나.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했어.” 문창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문아름은 정신을 차렸다. “이 거문고는 그 사람이 저에게 준 거예요. 그때 저는 국방부 참모로 남부 왜구의 난을 담당했고 국주를 위해 계책을 내놓곤 했죠. 그 사람도 그때 막 중령으로 진급했을 때였어요. 고작 한 명의 단장에 불과했죠. 할아버지가 직접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문씨 가문의 딸을 얻으려면 최소한 장군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요. 그 후, 그 사람은 혼자 왜적의 대영으로 쳐들어가 화진 남부를 어지럽히던 왜적의 수뇌부를 전멸시켰어요. 그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했고 화진에서 가장 젊은 장군이 되었죠. 하지만 할아버지,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이 장군이 된 후에도 국주가 준비한 경축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밤새도록 서울로 날아가 재상부에 잠입해 육도진의 가보인 이 거문고를 훔쳐 와 저를 만났어요.” 이 말을 하며 문아름은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육도진은 화가 단단히 났어요. 그 늙은이도 고집이 세서 구주 오빠를 처벌하려고 했어요. 구주 오빠는 어떤 사람인데요. 저를 위해 훔치고 빼앗아도 이치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육 우상을 쳐다보지 않았어. 이 일이 너무 커져 결국 국주가 직접 나서서 중재했죠.” 이 말을 듣고 문창정은 고개를 저었다. “국주가 나선 건 겉보
“그래, 내 부하인 네 명의 군신 중에서 현모가 왕실과 가장 가까운 관계야. 임세현 선배가 현모를 구한 것도 예상했던 일이지. 만약 사해에서의 전투에서 내가 정말로 죽었다면 왕실은 다른 세 명의 군신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현모를 대장으로 삼아 국주를 보필했을 거야.” 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자면 네 부하인 현모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야. 행운은 불행을 따라오는 법이지. 임세현이 현모를 가르쳐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르게 했고 이 천옥에서 평생의 철학을 전수했어. 그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까지 전해주어서 현모가 구오 지존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거야!” 수옥인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말을 나누는 사이에 천옥의 전법 중심에 도착했다. 전법은 수백 개의 법기로 구성되어 있다. 수만 개의 부적이 연결되어 대진을 이루고 있었다. 수옥인은 중심에 앉아 전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윤구주는 도착하자마자 진기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악한 기운이 침투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관찰한 후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문씨 가문이 무력으로 전법을 깨뜨려서 전법이 손상된 거로군. 곤륜 구역의 이 자식들, 이렇게 큰 전법을 만들어 놓고는 전법의 비밀을 철저히 감추고 있어. 같은 곤륜 구역 출신인데도 이렇게 경계하는 걸 보니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지?” 윤구주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조상님,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내 위치에서는 그런 걸 알 자격도 없어. 어쨌든 곤륜 구역은 예전부터 그랬지. 아무도 진정으로 곤륜 구역을 통일할 수 없었어. 잠시 딴소리를 하자면 예전에 일이 너무 커졌었어. 천술을 남용하고 천지의 기운이 혼란에 빠져 모두가 고통받는 것을 막기 위해 봉신방을 만들어 인간계와 신계를 나눈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 세상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상상이 안 가.” 수옥인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윤구주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수옥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