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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백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1 17:45:02
밤이 무르익고 나는 기대감을 품은 채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는 어젯밤 일어났던 일이 반복 재생됐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곧 잠들려고 할 때 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번뜩 정신을 차린 나의 머릿속에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한데 얽혔다.

머릿속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싸우고 있었다.

‘그 남자는 범죄자야! 신고해서 붙잡아야지!’

‘나한테 나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그리워하기만 했잖아. 근데 왜 신고해? 내가 필요하던 남자야.’

나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잠든 척했다.

곧 남자가 침실에 들어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불을 걷고 내 곁에 누웠다.

내가 긴장한 듯 눈을 꼭 감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겁먹을까 봐 휘파람까지 불었는데. 암호로는 별로였나 봐? 깨어 있는 거 알아, 날 기다렸잖아. 어제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기다린 거 아니야?”

생각하고 있던 일을 들킨 나는 수치심에 눈을 떴다. 남자는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드러냈다.

나는 오늘 일부러 조명 하나를 남겨 뒀다. 남자의 맑은 갈색 눈은 선명하게 보였다. 정준수의 검은색 눈과는 달랐다. 눈앞의 남자는 정준수가 아니었다.

어제처럼 겁나지 않았던 나는 이불 속에 숨어서 남자를 관찰했다. 나의 시선을 느낀 그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가면을 제외한 모든 천 쪼가리가 침대 아래로 던져졌다.

그의 몸매는 아주 훌륭했다. 건강한 피부색에 근육까지 있는 것이 조재명보다 훨씬 나았다. 이런 남자가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을 줬다.

그는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내 배는 항상 보호하려고 했고 부드럽게 입술도 맞췄다. 그의 눈빛에 서린 애정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약해졌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젯밤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나는 슬슬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바라보는 내 눈빛에도 그게 분명히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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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저녁, 동네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다리 사이에 낀 채 몸을 마찰했다. 이 뜨거운 기운은 도무지 참기가 어려웠다. 이불로 만족이 될 리가 없었다.한참 낑낑대다가 나는 결국 금방 산 토이를 꺼내 들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토이를 꺼내자니 얼굴이 붉어졌다.고민하던 나는 결국 설명서에 따라 스위치를 켰다. 진동 소리에 이어서 내 거친 호흡 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역시 리뷰는 틀리지 않았다. 내 축 늘어진 몸과 달아오른 얼굴이 그 증명이었다.5개월 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침대에 늘어져서 여운에 잠겨 있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마지막 경험을 떠올렸다.그날은 내 남편이 술에 취해서 돌아온 날이었다. 그 전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던 우리는 진작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그날 밤은 남편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유독 다정하게 굴었고 나도 방어를 내려놓았다.그렇게 단 한 번으로 나는 임신해 버리고 말았다.내 이름은 서현설, 1년 전에 남편 조재명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의 행복은 2개월도 채 가지 않았다.나는 임신으로 무언가 바꿔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결혼을 끝내는 도화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조재명은 내가 임신한 걸 안 순간 바로 집을 나갔다. 그리고 강력하게 아이를 지우고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그가 바람피웠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를 버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나도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물론 이혼은 허락했지만 아이를 지우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 임원으로 일하면서 벌어 놓은 돈이 많아서, 임신한 다음에는 아예 집에서 쉬는 중이다.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었던 건, 성생활에 아무런 기대도 없던 내 몸이 극도로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임신 초반보다도 중반에 들어선 지금이 더욱 굶주려 있었다.나는 차마 의사에게 말할 수도 없어서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안정기에 들어서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걱정도 없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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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조재명이 전화 왔다. 이혼 절차가 거의 끝나가서 오늘이 마지막 단계라는 말을 전하는 전화였다.그는 차가운 말투로 법원에서 만날 시간을 정했다.“애는 네가 알아서 해. 어차피 난 키울 생각 없으니까.”이 화를 나는 마냥 참을 수 없었다.“누가 내 애를 키워 달랬어? 넌 그냥 알아서 먹고살다가 죽어. 너 같은 새끼가 내 자식 아버지라는 걸 생각만 해도 재수 없으니까.”조재명은 임신한 나에게 이혼을 요구한 사람이다. 어찌 됐든 더 늦지 않게 본모습을 알게 된 건 좋게 생각하고 있다.“협의한 대로 돈 달라는 말은 절대 안 해. 대신 내 애 볼 생각도 하지 마.”나는 월급이 높았다. 그동안 모은 돈이 있는 데다가 집안도 좋아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걱정할 것 없었다.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 얼굴과 몸매로 아이를 낳은 다음에 원하면 다른 남자를 만날 수도 있었다. 조재명이 어떻게 살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법원에서 나온 나는 기분 좋게 SNS에 소식을 알렸다. 바람피운 남자와 이혼하고 나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고 말이다.댓글을 달아준 사람은 꽤 되었다.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 이웃들도 있었다.나는 이 동네에 결혼하기 전부터 살았다. 그래서 얼굴 알고 지내는 이웃이 꽤 되었다. 어르신도 있고 젊은 사람도 있었다.한 젊은 남자는 얼마 전 우리 집 수도도 고쳐준 적 있었다. 그가 댓글을 단 것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그의 이름은 정준수로 나이가 아주 어렸다. 이제 금방 20대 초반이 되었을 텐데 얼굴이 아주 잘생겼다. 아직 수줍음이 많은 타입이었다.내가 이혼한 글 아래에 그는 아주 긴 댓글을 달았다. 결과적으로는 축하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고맙다는 답글을 남기고 만찬까지 즐기고 나서 집에 돌아갔다.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가 되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섰을 때 나는 조금 전 댓글을 달아줬던 정준수와 마주쳤다.나를 본 그는 수줍

  • 가면을 쓴 남자   제3화

    진동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나는 이제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남자는 설명서도 없이 토이의 사용법을 익혔다.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나는 눈앞의 남자가 범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었다. 오히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남자는 아주 능숙했다. 나는 곧 땀을 흘리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안 돼. 아직 아니야...”남자는 악마처럼 머리를 숙이고 나를 자극했다. 눈앞에는 빛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솔직히 그동안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까지 낳으면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남자의 팔뚝을 꽉 잡았다.넋을 잃기 직전 나는 몽롱하게 물었다.“도대체 누구세요?”나는 입술을 깨물고 애써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즐기는 동시에 낯선 남자와 즐기는 자신이 한스럽기도 했다.오늘 밤은 정말 쉽게 끝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가 즐길 것만 즐기고 남자는 멈췄다. 그는 말없이 나를 품에 끌어안을 뿐이었다.“좋아?”전과 완전히 다른 말투로 한 말이었다. 오히려 약간 다정하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불이 꺼진 것만 아니었어도 나는 거울을 통해 빨개진 내 얼굴을 봤을 것이다.‘이 사람 누구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궁금한 건 많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임신 기간에는 원래도 잠이 많다. 평소와 다른 자극에 나는 금방 잠들어 버렸다.이튿날 일어났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졌다. 조재명이 이혼 얘기를 꺼낸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잔 적 없는 내가 해가 뜰 때까지 잘 자고 일어났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속옷 안에 손을 넣어봤다. 끈적이는 느낌은 없었다.‘어젯밤 그건 꿈이었나?’나는 얼굴을 붉히며 생각했다. 얼마나 굶주렸으면 그런 꿈을 꾸나 싶었다.모든 것이 꿈이라고 생각할 때 협탁에 놓여 있는 물이 내 시선을 빼앗았다. 나는 잠들기 전에 물을 마신 적이 없다.가까이 다가가자 컵 아래에 깔린 쪽지가 보였다.[일어나서 꿀물 마셔. 저녁에는 씻고 나서 기다려.]나는 저도 모르게 컵을 들고 꿀물을 마셨다. 달콤한 맛

  • 가면을 쓴 남자   제2화

    ‘왜 내 집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거야?’벽으로 밀리는 순간 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남자는 내가 소리를 지를까 봐 그러는지 입을 꽉 막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 봐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내가 정신 차리기도 전에 내 입을 막고 있던 남자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내가 생각했던 가장 나쁜 상황이었다. 여자 혼자 있는 집에서 강도가 할 짓이라면 뻔하지 않은가?아무리 조재명과 이혼할 거라고 해도 아직은 아니다. 만약 이 일을 그에게 들킨다면 큰일이 날지도 몰랐다.‘이럴 줄 알았으면 재명 씨한테 나가서 살라는 말을 안 했지.’나는 이제야 독거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급한 상황에서는 도움을 구할 사람 한 명 없었다.입술을 깨문 나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상대는 낯선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본능을 따르라는 목소리가 자꾸만 들렸다.내 불안을 보아 낸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남자가 나를 어떻게 비웃고 있을지 상상이 될 것만 같았다.곧 뜨거운 기운이 목덜미에 닿았다.“드디어...”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낮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남자의 몸에서는 박하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에 나는 문뜩 정신이 들었다.상대는 내 집에 침입한 사람이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세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 침실 옷장에 현금 있어요. 그거 가지고 저는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남자는 또다시 피식 웃었다.“누가 돈 필요하대?”곧이어 그는 내 턱을 잡았다.“소리 내지 마. 내가 긴장하면 널 다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아무것도 안 해, 걱정하지 마.”남자의 말은 아주 이상했다. 하지만 나는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남자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그래도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반항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남자는 나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다.내가 임신한 걸 아는지 그는 내 배를 보호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였

  • 가면을 쓴 남자   제1화

    늦은 저녁, 동네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나는 혼자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다리 사이에 낀 채 몸을 마찰했다. 이 뜨거운 기운은 도무지 참기가 어려웠다. 이불로 만족이 될 리가 없었다.한참 낑낑대다가 나는 결국 금방 산 토이를 꺼내 들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도 토이를 꺼내자니 얼굴이 붉어졌다.고민하던 나는 결국 설명서에 따라 스위치를 켰다. 진동 소리에 이어서 내 거친 호흡 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역시 리뷰는 틀리지 않았다. 내 축 늘어진 몸과 달아오른 얼굴이 그 증명이었다.5개월 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침대에 늘어져서 여운에 잠겨 있을 때 나는 저도 모르게 마지막 경험을 떠올렸다.그날은 내 남편이 술에 취해서 돌아온 날이었다. 그 전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던 우리는 진작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그날 밤은 남편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유독 다정하게 굴었고 나도 방어를 내려놓았다.그렇게 단 한 번으로 나는 임신해 버리고 말았다.내 이름은 서현설, 1년 전에 남편 조재명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의 행복은 2개월도 채 가지 않았다.나는 임신으로 무언가 바꿔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결혼을 끝내는 도화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조재명은 내가 임신한 걸 안 순간 바로 집을 나갔다. 그리고 강력하게 아이를 지우고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그가 바람피웠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를 버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은 몰랐다.나도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물론 이혼은 허락했지만 아이를 지우는 건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 임원으로 일하면서 벌어 놓은 돈이 많아서, 임신한 다음에는 아예 집에서 쉬는 중이다.그러나 한 가지 예외가 있었던 건, 성생활에 아무런 기대도 없던 내 몸이 극도로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임신 초반보다도 중반에 들어선 지금이 더욱 굶주려 있었다.나는 차마 의사에게 말할 수도 없어서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안정기에 들어서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걱정도 없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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