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이 붉어져 그를 노려보았다.남편한테 준 사랑만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얼마나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기진우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은 부풀어 올라 있었으며, 수십 군데 상처가 있었다.때리고, 욕하고, 나는 지친 몸으로 딸의 유골 앞에서 주저앉았다.나는 땅에 엎드려 유골을 조금씩 모아서 상자에 넣었다.기진우는 내 옆에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그가 딸의 유골에 손을 댈 때 나는 한 발로 그를 차버렸다.“꺼져! 내 딸 건드리지 마!”기진우는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목소리가 떨렸다.“임지아, 미안해, 나는, 나는 간호사가 걔를 잘 돌볼 거라고 생각했어.”“왜 이렇게 된 거야, 분명히 의사 선생님은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했는데...”나는 끝없는 슬픔에, 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병원이 네 집이야?”“간호사는 다른 환자들은 돌보지 않아?”“영애는 어릴 때부터 착하고, 참을성이 강했어. 사람들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아픈 것도 말하지 않고 나한테도 매일 메시지 보내면서 네가 잘 돌봐주고 있다고 했어.”“근데 너는 밤낮으로 송연지라는 그 년 옆에만 붙어 있었고, 내 딸을 한 번도 보러 가지 않았다고!”기진우는 내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할 말을 잃고, 반 얼굴을 손으로 깊게 묻었다.그때 하윤호가 울면서 나타났다. 눈이 부풀어오르고, 기진우를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아저씨, 영애가 우리 앞에서 어떻게 아저씨를 칭찬했는지 알아요? 영애는 아저씨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라고 말했다고요.”“나는 어릴 때 아빠를 잃어서 친구들 중에서 영애가 제일 부러웠어요. 영애는 자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아빠가 있어서 참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근데 영애가 사랑하는 아빠가 영애를 죽인 살인자라니! 아저씨는 영애 아빠로서 자격이 없어요!”하윤호는 울면서 눈을 문지르며 도망갔다.기진우는 그 자리에서 고통을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땅을 치며 피가 묻을 때까지 계속 때렸다.“왜 이렇게 된 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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