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가 다가올 무렵, 나는 습관처럼 시계를 바라보았다.5년 동안 한결같이 회사에 가서 김도현에게 점심을 가져다주었는데, 오늘은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비서 하지연은 무언가를 직감한 듯 재빨리 김도현을 위해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30분 후, 배달 음식이 도착했다.“사장님, 점심 식사하세요.”하지연은 배달 음식을 내려놓고 조용히 나갔다.김도현이 손에 있던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이미 10분이 지나있었다.그는 도시락을 열어 한 입 먹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평소와는 다른 맛이라는 것을 즉시 알아챈 듯했다.김도현은 몇 입 먹다가 음식을 치워버렸다.책상 위의 휴대폰이 진동하자, 나는 흘깃 보았고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김도현은 시선을 서류에서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전화를 받았다.“오빠, 퇴근했어?”김도현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응, 거의 다 끝났어.”“그럼 우리 저녁 같이 먹을까?”김도현은 책상 위의 서류를 한 번 훑어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김도현은 서둘러 남은 서류를 검토한 뒤 회사를 떠났다.둘은 노바 스퀘어에서 만나기로 했다.멀리서 김도현의 차가 다가오자 백설아는 치마를 매만지며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오빠.”김도현은 차 키를 발렛에게 맡기고 백설아에게 다가갔다.“응 설아야, 오래 기다렸어?”백설아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을 끼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니, 나도 방금 도착했어.”김도현의 팔이 순간 경직되었지만, 이내 자연스러워졌다.두 사람은 노바 스퀘어 3층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김도현은 신사답게 백설아의 의자를 빼주고, 좋아하는 요리들을 주문해 줬다.생각해보니 씁쓸하다. 김도현은 나에게는 이런 배려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매번 정성껏 요리를 할 때마다 간절한 눈빛으로 김도현이 맛있게 먹어주길 바랐지만, 돌아오는 것은 늘 차가운 말뿐이었다.“당신 자존심도 없어? 이제 그만해.”백설아는 한껏 들뜬 기분이 역력했다. 입가에서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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