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대체 왜 이러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10 챕터

제1화

시어머니가 청소하며 일부러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자 문득 다시 태어난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휴대폰을 확인해보니 계약 실수한 탓에 회사에서 해고된 날로 돌아갔고, 현재 시각은 새벽 5시였다.시어머니는 마침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진작에 얼씬거리지도 말고 더욱이 서류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그러나 항상 귓등으로 듣고 타인의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는 채 제멋대로 행동했다.전생에 시어머니는 몰래 서재에 들어가서 작성 완료한 계약서 중에서 견적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다른 내용으로 바꾸었다.그동안 재차 확인했고, 게다가 아침에 시간이 없어 대충 훑어보기만 했다.결국 고객사가 서명할 때가 되어서야 실수를 발견했는데 신용 불량 이슈로 계약 취소당했다.수십억의 거래가 물 건너가자 회사는 나한테 책임을 묻고 해고했다.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어머니한테 따졌다.그러나 본인이 되레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매일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기껏 청소해줬더니 뭐? 나이가 들면 쓸모없다고 눈엣가시 취급이나 당하네. 차라리 일찍 죽어버려야지!”사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에 남편 안호성이 대뜸 효자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강나연,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엄마가 고작 이런 대접받으려고 산후조리도 하고 애도 봐주면서 집안일까지 도맡아 뼈 빠지게 일하는 줄 알아? 연세가 있어서 실수했을 뿐인데 굳이 노인네랑 꼬치꼬치 따질 필요 있어? 자식 뒷바라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고작 ‘실수를 저질렀다’라는 말 한 마디에 그동안 내가 쌓아 올린 커리어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심지어 가스라이팅까지 당했다.아이를 낳고 출산 휴가 동안에도 쉬지 못했다. 왜냐하면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코 방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모자의 말도 안 되는 핑계에 물거품이 되었다.그리고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직장을 잃은 후 남편과 시어머니는 얼른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닦달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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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딸은 입원한 탓에 어느새 홀쭉해졌고, 내가 따지기도 전에 시어머니가 먼저 난리를 쳤다.“사람이 늙으면 쓸모가 없다더니 기껏 먹기 아까워서 손녀를 줬는데 며느리의 눈치나 봐야 하고. 허구한 날 욕 먹을 바에 차라리 일찍 죽고 말지.”시누이 안이새가 투덜거리며 말했다.“엄마가 하도 알뜰해서 차마 먹지 못한 걸 아이한테 줬을 뿐, 유아용이 아닌 줄 미처 몰랐겠죠. 그래도 복은 타고났네요. 여자아이 주제에 이렇게 비싼 분유를 다 먹고. 무려 몇만 원짜리인데 은혜도 모르고 말이에요. 게다가 어디 탈이 난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엄마가 힘들게 언니랑 조카를 돌봐줬더니 되레 뭐라고 하면 어떡해요? 양심도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 같으니라고.”그러자 시어머니는 대뜸 목숨으로 사죄하겠다며 병실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안호성은 화가 나서 따귀를 날리며 외쳤다.“우리 엄마가 죽을죄라도 지었어? 끝장을 보려고 작정한 거야? 너 원래 이런 여자였어?”남편이 워낙 나를 잘 챙겨줬고, 게다가 시어머니도 목숨을 운운하며 용서를 구한 이상 믿어주기로 했다. 결국 악의가 있는 게 아니지 단지 몰라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넘겼다.나중에 시어머니가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맹세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을 다시 마주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응급실이었다.생후 6개월 된 아이에게 땅콩을 먹이는 바람에 기도가 막혀 응급처치에 실패했다.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미웠던 순간이었다.손녀를 잃었는데도 시어머니는 슬퍼하기는커녕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울며불며 억울한 척 오리발을 내밀었다.“내가 일부러 그랬니? 애가 식탐이 많아서 먹으려고 하잖아. 호성이랑 이새는 잘만 컸는데 채아의 명이 이리 짧을 줄 누가 알았겠어?”아이를 죽여놓고 복이 없다는 둥 팔자 탓을 하다니!안이새가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자기 자식을 알아서 키워야지, 아니면 낳지나 말든가. 왜 우리 엄마한테 따져요? 대신 돌봐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도 모자랄 판에 양심이 있긴 한 거예요?”안호성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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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내 냉소를 지으며 몰래 집을 나섰다. 어차피 시어머니가 무슨 짓을 하든 오늘부터 수수방관할 것이다.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늙은이로 인해 모두가 봉변당하는 꼴을 지켜볼 테니까!결국 잠에서 깬 안호성은 불같이 화를 내며 시어머니와 다투었고, 울며불며 난리 치는 노파 때문에 나한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나는 이해심이 넓은 척 위로했다.“어머님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널 챙겨주는 게 쉬운 줄 알아? 결국 다 자기 아들을 위해서 그러는 건데 오늘내일하는 사람한테 야박하게 왜 그래?”안호성은 어리둥절했다. 그동안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마다 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자기 엄마 편을 들어줄 거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뿐더러 본인이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멘트였는지라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었다.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시끄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잔 게 어떤 기분인지 본인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역시 직접 당해봐야만 고통을 느끼는 법이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이번 생에는 완벽하게 작성한 계약서 덕분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대표님은 출산 휴가 중에도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위해 거액의 계약을 성사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당일에 본부장으로 승진시켜주었다.덕분에 연봉도 2배 올랐고, 성과급도 두둑이 받았다.승진 축하 겸 회사에서 저녁 회식 자리를 마련했고, 나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갔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쇼파에 앉아 있는 안호성과 시어머니를 발견했는데 한 명은 낯빛이 어두웠고, 한 명은 눈물을 훔쳤다.안호성이 버럭 외쳤다.“어디 갔다가 이제 와? 아이를 친정에 데려갔다고 말이라도 하던가,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정녕 집이 안중에도 없는 거야?”시어머니도 불만을 늘어놓았다.“여자는 그래도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해. 밤늦게 술 마시러 돌아다니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밖에 더 있겠어?”그제야 계약서에 손을 댄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단지 아들보다 잘나가는 며느리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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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다른 환자와 가족 때문에 마치 시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덕 며느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시누이의 비난에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대답했다.“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서 대부분 어머님이 직접 요리해서 끼니를 챙겨 먹어요. 게다가 생활비도 매달 200만 원 씩 드리고, 여태껏 돈이 남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났다는 게 납득이 가요?”안이새는 제 발이 저린 듯 찍소리도 못했다. 200만 원 중에서 80%는 그녀가 가져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뻔했다.시어머니의 특기는 불쌍한 척 눈물을 훔치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여태껏 따지기 귀찮아서 눈 감아 줬더니 점점 기고만장해지는 듯싶었다.말을 이어가는 와중에 환자 한 명이 더 실려 왔다. 안호성도 급성 위장염으로 설사해서 실신한 나머지 골골거리며 병원에 도착했다.나는 모자가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시어머니와 같은 병실에 배정해달라고 부탁했다.뒤따라 들어온 의사가 한마디 보탰다.“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음식이 쉽게 상하니까 못 먹는 건 버려요. 괜히 몇 푼 아끼겠다고 병원비나 더 쓰지 말고.”병실에 실려 온 아들을 보자 그제야 한풀 꺾인 시어머니는 안이새의 뒤에 숨어 눈치만 살폈다.안호성은 노발대발하며 외쳤다.“또 상한 고기랑 쉰밥 준 거예요? 오늘 거래처 미팅이 있다고 했잖아요! 고객 유치를 위해 보름 동안 고생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어요. 냉장고 코드를 몰래 뽑고 음식이 상해도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면서, 결국 탈이 나 병원에 가면 돈을 더 많이 쓰는 걸 몰라요? 이제 엄마 때문에 직장도 잃었어요. 아들이 죽는 꼴을 봐야 정신 차릴래요?”악을 쓰는 안호성의 모습에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뺐다.전생에도 시어머니는 쉰밥과 상한 미트볼을 차려줬지만 내 눈에 띄자마자 싱크대에 버렸다.그때만 해도 안호성은 음식을 낭비한다는 둥, 회사에서 잘린 걸 자기 엄마한테 화풀이한다며 대판 싸우기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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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안호성은 등쌀에 못 이겨 집을 나갔고, PC방을 돌아다니면서 나한테 출근한다고 거짓말했다.공교롭게도 월급은 시어머니에게 주는 200만 원과 같은 액수였다.이렇게 되면 시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 딸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물론 가만히 있을 안이새가 아니었다. 시누이의 남편은 도박꾼이라 벌이가 시원치 않았고 현재는 둘째까지 가진 상태였다.매달 160만 원씩 들어오던 공돈이 사라졌으니 일가족은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결국 돈이 떨어지자 시매부는 폭행까지 마다하지 않았다.안이새는 울며불며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찾아왔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며 의식주를 공짜로 해결하려고 했다.제멋대로 합가를 결정하고 나서야 안호성과 시어머니는 뒤늦게 말을 꺼냈다.나는 소파에서 방방 뛰는 6살 꼬마와 남의 잠옷을 꺼내 입고 화장품까지 바르는 안이새를 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왕이면 한데 모아서 죄를 치르는 게 낫지 않겠는가?예상외로 쉽게 허락받자 나를 대하는 모자의 태도가 사뭇 좋아졌다.전생에 직장에서 잘린 이후로 시어머니의 생활비를 줄였더니 지원이 끊긴 안이새는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겠다고 제안했다.당시만 해도 시어머니는 딸을 돌보고 있었고, 나도 금세 일자리를 구했기에 말썽꾸러기 조카 때문에 아이가 다칠까 봐 딱 잘라 거절했다.나중에 시누이의 남편이 도박할 돈이 없어서 유산할 정도로 폭행하자 나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그리고 뒤에서 시어머니와 안호성까지 끌어들여 각종 비난과 유언비어를 퍼뜨렸다.심지어 딸을 잃고 나서도 되레 바가지를 뒤집어씌우고 키울 능력이 안 되면 낳지 말라는 둥,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는 둥 욕했다.하지만 당시 친정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지 못하게 하고,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반대한 사람은 분명 시어머니였다.이번 생에는 외할머니가 외손자를 돌봐주는 셈이니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면 과연 딸로서 감지덕지할지 두고 볼 생각이다.어쨌거나 무식한 처사를 고집하는 시어머니 앞에서는 누구나 동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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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는 저벅저벅 다가가 연신 따귀를 날렸고, 전생에 안이새한테 얻어맞은 순간을 떠올리며 두 배로 갚아주었다.“친엄마한테 말버릇이 뭐예요? 키울 여건이 안 되면 낳지 말든가, 아이를 돌봐준 게 죄라도 되나요?”갑작스러운 봉변에 안이새는 어안이 벙벙했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병실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자 급히 해명했다.“노망난 여편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농약이 든 쌀로 밥을 지어서 서준한테 먹였죠.”사실 시어머니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고, 과연 효녀로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전생에 내가 딸을 잃었을 때만 하더라도 비아냥거리며 가슴에 대못을 박지 않았는가?그런데 정작 자기 아들의 목숨이 위협받으니 펄쩍 뛰면서 난리를 쳤다.당시 자기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어디서 싸구려 시니어 분유를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자 모유 대신 먹이라고 꼬드긴 장본인이 바로 시누이였다.만약 시어머니는 뭐든지 귓등으로 듣고 사고를 저지르는 타입이라면 안이새는 심보가 고약한 악녀가 따로 없다.결국 콩고물을 주워 먹는데 실패해서 원한을 품고 나랑 딸을 해코지했다.나는 기껏해야 받은 대로 돌려줬을 뿐이다.이내 시어머니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어머님은 절약이 몸에 배서 본인이 차마 먹지 못한 걸 외손자한테 주려는 거예요. 가격도 만만치 않던데 쌀을 깨끗이 씻으면 괜찮은 줄 알았나 보죠. 게다가 실수로 쌀에 농약을 부은 사람은 서준이 아니에요? 비싼 쌀 가지고 장난치면 어떡해요? 결국은 훈육을 제대로 못 한 엄마 탓이죠.”시어머니는 눈물만 흘렸고, 내가 자기편을 들어주자 잽싸게 뒤에 숨어서 불쌍한 척했다.안이새는 화가 나서 눈만 부라렸고, 배속의 태아한테 자극 주기 전에 뒤돌아서 남편에게 연락했다.그리고 구석에서 무슨 음모를 꾸미는지 궁시렁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호성이 도착했고, 노인네의 절약병 때문에 자칫 조카를 잃을 뻔했다는 소리를 듣고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남들이 보는 앞에서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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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평소 가족애를 운운하던 안이새도 잽싸게 남편의 편에 서서 자기 엄마와 오빠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안호성은 나한테 연락했지만 불통이었고, 정작 배상할 능력은 안 되어서 시어머니가 직접 물어줄 거라고 했다.시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친딸 때문에 피 말라 죽게 생겼다고 통곡했다.“맙소사!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온갖 고생 하며 딸을 키웠더니 외손자를 봐주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기 엄마까지 죽이려 드는구나!”물론 양아치에게 동정심 유발 작전은 소용이 없었다. 유강민은 안호성을 흠씬 두들겨 패면서 돈 대신 목숨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하나뿐인 아들을 잃게 생겼는지라 시어머니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어차피 나한테 받아내는 건 불가능하기에 시어머니의 노후 자금을 털었다.안이새는 선심 쓰는 척 말했다.“엄마 돈이 내 돈이죠. 가족끼리 섭섭하게 왜 그래요? 외손자한테 주는 보상금이라고 생각해요. 남도 아닌 핏줄인데 엄마 때문에 자칫 죽을 뻔했잖아요. 치료비 정도는 충분히 챙겨줄 수 있지 않아요? 언니가 돈도 많이 버니까 2천만 원 따위는 껌값이겠죠.”시어머니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쉰밥만 주야장천 먹었고, 너덜너덜해진 속옷을 행주로 만들어 설거지했을뿐더러 입을 닦던 휴지는 챙겨뒀다가 화장실 갈 때 사용했다.결국 2천만 원이라는 큰 액수를 한꺼번에 잃고 나니 외손주고 뭐고 배 아파서 며칠 동안 침대에 앓아누웠다.그나마 유서준은 운이 좋아서 독성이 약한 농약을 소량만 섭취했기에 위세척한 다음 입원해서 완쾌하고 금방 퇴원했다.안이새는 2천만 원을 받고 다시 남편과 사이가 돈독해졌고, 흔쾌히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동의했다.그날 나는 바로 경찰에 신고해서 시누이를 체포했다.집에 왔더니 옷과 화장품, 액세서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동안 공짜로 먹고 자고 했으면 됐지, 남의 물건까지 탐낼 줄이야!안이새는 끝까지 훔치지 않았다고 잡아뗐고, 어차피 임산부한테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모르쇠로 일관했다.하지만 안방에 있는 CCTV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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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오빠가 믿을 만 하지 못하자 안이새는 자기 엄마한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엄마, 오빠랑 언니 좀 봐봐요. 친딸네 집안이 아들 부부 때문에 풍비박산하는 꼴을 마냥 지켜볼 거예요?”피붙이는 차마 외면할 수 없는지 시어머니는 안쓰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나는 피식 웃었다.“어머님이 아가씨 대신 물건값을 배상해줘도 돼요. 그런데 8천만 원이 있긴 하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어머니는 눈을 흘기더니 시치미를 뗐다. 노후 자금에서 이미 2천만 원을 빼앗겼는데 돈을 더 내놓을 리 있겠는가?결국 스트레스를 받아 조산하게 된 시누이는 밤늦게 병원으로 실려 가 출산한 덕분에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안이새의 시댁 식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남편 유강민은 새벽이 돼서야 도박장에서 경찰한테 체포당했다.한시름 놓은 시누이와 달리 시매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도박하다가 탈탈 털린 유강민은 돈이 되는 물건은 전부 팔았기에 배상하는 건 불가능했다.따라서 감옥에 가거나 집을 팔아서 상환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차마 아들을 전과자로 만들 수 없는지라 안이새의 시댁은 빚을 갚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했고, 일가족은 허름한 원룸을 얻어 같이 살았다.결국 화풀이 대상이 된 시누이는 산후조리 기간에도 집에서 폭행당했다.나중에 울면서 두 아이와 함께 친정 덕이라도 보려고 찾아왔지만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시어머니와 안호성에게 딱히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어쨌거나 먼저 배신한 사람은 시누이였고, 이제 모자도 눈 뜨고 코 베이기 싫어서 진흙탕 싸움에 연루되지 않으려고 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안이새는 대문 앞에서 욕설을 퍼부으며 우악스럽게 온갖 소란을 피웠다. 가족끼리 물고 뜯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그러다 분이 안 풀려서 우리 회사까지 찾아와 나 때문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둥, 사기 쳐서 돈을 빼앗아 갔다는 둥, 자기 오빠랑 어머니를 구워삶아 등 돌리게 했다는 둥 헛소리를 지껄였다.이렇게 하면 내가 회사에서 잘려 꼬리를 내릴 거로 믿었고, 이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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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안호성은 내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랐고, 집도 이미 내놓았는지라 부동산에서 인수하러 찾아오는 바람에 강제로 쫓겨났다.시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기 전에 원래 살던 아파트를 팔아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찾아 이사 갔다.안호성은 다른 번호로 연락이 와서 추궁했다.“왜 내 허락도 없이 집을 팔아?”나는 냉소를 지었다.“허락을 받아야 할 이유라도 있어? 집이랑 차는 우리 부모님이 사준 건데 너랑 무슨 상관이지?”어차피 전화를 안 받으면 그만인지라 나중에는 그냥 무시했다.아들은 무직에 딸은 애까지 둘을 데리고 노모한테 빌붙었고, 얼마 남지 않은 시어머니의 노후 자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결국 시어머니는 병적으로 절약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다.항상 품질이 제일 낮은 쌀만 먹었고, 매일 사람들이 버린 썩은 채소 잎을 주워서 요리했다.화장실에 갈 때 소변으로 대변을 내리고, 갖은 휴지를 재활용해서 엉덩이를 닦았다.심지어 시누이가 쓴 생리대를 빨아서 다시 말리고 다음에 쓰도록 했다.생활고에 시달린 안이새는 사기꾼 부자 남친의 덕에 팔자 한 번 펴보려고 만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그러다 사람을 대동한 남편에게 호텔 방에서 목덜미를 붙잡혔는데 당시 112, 119가 총출동해서 난리가 났다고 했다.안이새는 이참에 이혼하고 부자 남친과 살겠다고 바락바락 악을 썼다.나중에 사기꾼 와이프가 부랴부랴 찾아와 따귀를 날리며 경고했다.“감히 내 남자를 건드려?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남자는 그저 재미 좀 보고 싶었을 뿐, 들통나는 순간 안면박대하더니 안이새가 먼저 유혹했다며 절대로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결국 시누이만 망신당하고, 유강민에게 끌려가 시어머니와 안호성 앞에서 또 한 번의 개싸움이 벌어졌다.양아치는 사람을 괴롭히는데 일가견이 있기 마련이다.자기 아내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라고 부추기는 친정을 어찌 용서하겠는가? 앞으로 일가족이 평생 빌붙어 살면서 갉아먹을 속셈이었다.유강민은 매일 집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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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시어머니는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자기 아들에게 연락했고, 정작 안호성은 매부인 유강민과 도박장에 갔다가 정신에 팔려 전화가 온 줄도 몰랐다.나중에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고 돌아온 안이새가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으로 부랴부랴 달려갔다.시어머니는 한결같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며불며 눈물을 훔쳤다.“장 보러 다녀왔더니 이런 사달이 날 줄이야! 집에 아무도 없고 혼자서 애 둘을 보면서 밥까지 해야 하는데... 내가 설마 일부러 그랬겠니?”자기 자식이 봉변당하자 안이새는 눈에 뵈는 게 없는 듯 친엄마한테 손찌검도 마다하지 않았다.“사람 말귀 못 알아들어요? 정신이 오락가락해요? 진작에 정신병원에 보내서 치료받게 할 걸 그랬네요. 난방비를 아끼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왜 귓등으로 들어요? 우리 아들 살려내요! 서준 아빠한테 설명해봤자 납득이 안 갈 텐데...”사실 시누이는 자기 남편 앞에서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게 제일 두려웠다.비록 시댁은 평소에 수수방관하는 편이지만 두 아이만큼은 애지중지 여겼다.게다가 양아치 같은 인간이 나중에 돌아와서 알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안 갔다.저녁이 되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시어머니와 안이새는 방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유강민이라고 생각하여 숯을 피워 질식사를 시킬 생각이었다.하지만 안에 밤새 카드놀이 하다가 돌아온 안호성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작 시매부는 도박장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나중에 싸늘한 주검이 된 사람을 확인하고 나서야 모녀는 어안이 벙벙했고, 울고불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잠시 후 유강민이 돌아와서 아이를 잃게 된 사실을 전해 듣자 마침 빚도 몇천만 원이 생겨 안이새를 붙잡고 죽도록 팼다.이번에는 힘 조절에 실패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시어머니는 딸을 지키기 위해 사위를 말리다가 하반신 마비가 될 정도로 두들겨 맞았고, 다행히 유강민을 감옥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결국 시어머니 한 명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이제 남은 사람은 노인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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